⊙ 금감원, ‘캠퍼스금융토크’ 하면서 ‘여의도에 서강학파가 뜬다’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
⊙ 서강대 출신 금융지주회사 首長은 洪基澤 産銀지주회장뿐, 아직 정부·금융계·경제계에서
서강대 약진 눈에 띄지 않아
⊙ 서강대 출신 금융지주회사 首長은 洪基澤 産銀지주회장뿐, 아직 정부·금융계·경제계에서
서강대 약진 눈에 띄지 않아
‘여의도에 서강학파가 뜬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이끄는 서강 금맥(금융인맥)을 아시나요.’
얼핏 보면 서강대학교의 한 동아리에서 자화자찬용(用)으로 만든 문구 같다. ‘서강대’라는 특정 학교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학연·지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앞다퉈 말하는 때이다 보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에서 ‘이번에는 서강대냐’라는 시선을 보내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하지조차 않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데, 그가 대통령이 됐으니 서강대라고 못할 바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自嘲) 섞인 대응이다. 대통령의 출신 대학에 따라 정부와 금융계 인사가 요동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고려대 출신인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란 이름이 사회 곳곳에서 판을 쳤다. 고위공직이나 금융계 등에 인사(人事)가 이뤄지면 우선 그 사람이 어느 대학 출신이냐부터 따져야 인사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던 때였다. 2010년 8월호 《월간조선》의 중간제목을 그대로 옮겨 본다. ▲‘고려대 동기·후배’ 어윤대(KB금융지주), 이팔성(우리금융지주), 김승유(하나금융지주) ▲‘동지상고 후배’ 최원병(농협)과 이휴원(신한금융투자), ‘MB비서’ 노치용(KB투자증권) ▲대선 캠프 출신 임기영(대우증권), 인수위 자문위원 이형승(IBK투자증권)… “회사의 발전 위해 든든한 빽이 와야 한다는 시각 팽배” 등이다.
당시 기사를 잠시 보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3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과 후배다. 나이는 이 대통령보다 네 살이 어리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MB 정권이 시작되면서, 공직 출마가 점쳐졌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부인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이 대통령이 마지막에 내정을 철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공석(空席)인 금융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4월에는 이성태(李成太) 한국은행 총재 후임 물망에 오르내렸다. … 어윤대 회장의 전공은 ‘국제경영학’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 국민은행의 직원은 “솔직히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사람이, 특히 국제경영학·국제금융을 전공한 사람이 거대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인 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가운데 세 개 금융지주의 회장이 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팔성(李八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맨’이다. 이팔성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했던 2004년에 우리투자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이듬해인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제의로 금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 특보를 지냈다. …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증권거래소 이사장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당시 추천위원회의 멤버 중 상당수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임명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이 곧장 공석이 됐고 그는 회장으로 선임됐다. …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金勝猷)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이 대통령이 직장에 다니면서 고려대 진학을 준비한 관계로, 김 회장(1943년생)이 이 대통령보다 두 살 어리다. 김 회장은 천신일(千信一)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함께 고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김 회장은 천
회장과 함께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최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혀 왔다.>
‘서강’으로 도배된 도입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그야말로 반 년 남짓에 불과한데 벌써 금융계가 서강대 출신들에 의해 ‘장악’됐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 코드는 서강대가 아니라 오히려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알아보니 이런 문구를 만든 곳이 서강대 동아리가 아니었다.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 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종전의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만든 특수법인 형태의 기구다. 1999년 1월 2일에 설립됐고, 사실상 금융계의 ‘검찰’로 인식되고 있다. 최수현(崔守鉉)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3월부터 수장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대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권혁세(權赫世) 전(前) 금감원장의 의지로 지난 2011년 1월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장 직속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의 금융교육국이 주무 부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교육국은 지난 9월 26일 서강대를 찾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 행사 며칠 전부터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사전에 배포했다.
금감원 측은 “행사 당일에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눈길을 끌 만한 제목을 붙여서 동영상을 사전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물론 행사 당일에도 금감원은 이 내용의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이 퍼지자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난데없이 서강대를 띄우는 홍보물을 제작한 이유가 뭐냐”는 말이 번졌다. 문제가 되자 금감원은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영상의 풀버전을 보면 서강대를 띄우려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 출신 인맥을 연결시켜 홍보하는 장면이 전혀 없다”며 “다른 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에도 비슷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삭제된 동영상의 풀버전은 이렇다.
‘여의도에 서강학파가 뜬다’는 단일 문구가 화면 가득히 채워진다.
다음 페이지에는 서강대 출신들의 모임인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 ‘서강포럼’이 소개된다. 뒷배경으로는 《국민일보》가 보도(2012년 12월 23일자)한 <금융권 ‘서강대 학맥’ 서금회·서강포럼 뜬다>는 기사가 캡처돼 있다.
기사의 내용은 <금융권에 ‘서강대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서강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밀려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단번에 ‘근혜노믹스’를 이끌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서강학파의 금융권 세력 불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에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들이 모여 서강금융인회를 만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 당선인이 패배한 것이 모임 결성을 부추겼다>고 돼 있다. 동영상에서는 신문을 그대로 캡처한 데다가, 신문 글씨가 워낙 작아서 기사의 내용은 읽을 수가 없다.
그 다음에는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 금맥(금융인맥) 캐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뒷배경은 《한국경제신문》이 보도(2012년 12월 20일자)한 ‘서금회’, ‘서강포럼’ 신문 지면이다.
기사의 내용은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소모임 위주의 활동만 하다 인맥 구축 등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7년 ‘서금회’를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이 기사 역시 글자가 워낙 작아서 읽기 어렵다.
하지만 이 동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강대가 금융권에서 잘나가고 있었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문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난데없는 서강대
그럼 정말 서강대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 잘나가고 있을까.
소위 정권에서 ‘잘나가는 척도’인 청와대의 비서관 중에서 서강대 출신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국어국문학과) 1명뿐이다. 그나마 ‘청와대 내 서강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전자공학과)은 지난 3월 25일 임명장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최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유로 실세 수석 가운데 한 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8월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물갈이됐다. 정부의 장·차관 중 서강대 출신은 0명이다.
그럼 경제계의 실상은 다를까.
금융지주회사 회장 6명 중 서강대 출신은 홍기택(洪起澤) 산은금융지주회장뿐이다. 홍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70학번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는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후배들이 자리에 앉아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자리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금융지주회사에서 서강대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임영록(林英鹿) KB금융지주 회장은 서울대, 이순우(李舜雨)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 임종룡(任鍾龍)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세대, 한동우(韓東禹)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서울대, 김정태(金正泰)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를 나왔다.
경제의 다른 축인 경제관료 혹은 기관장, 싱크탱크 수장 중에서 서강대 출신은 김광두(金廣斗)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유일하다. 김 원장은 경제학과 66학번이다. 현오석(玄旿錫) 경제부총리와 조원동(趙源東)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신제윤(申齊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김주현(金周顯)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모두 서울대를 나왔다.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 중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 요직으로 가기는커녕, 자기 금융회사를 차린 이가 여럿이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李德勳·수학과) 전 금융통화위원은 한때 공석이었던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 자리는 결국 성균관대 출신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넘어갔고, 이덕훈 전 행장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펀드’는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세운 사모펀드다. 한국산업은행장과 산은금융지주 대표를 지낸 민유성(閔裕聖·경영학과) 전 대표는 현재 ‘피스톤파트너스’라는 펀드 회장을 맡고 있다. 이상돈(李相墩·경제학과) 전 외환은행 부행장은 현재 외환은행 고문, 서만호(徐萬鎬·경영학과)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지난 2012년 12월에 퇴임한 이후 이렇다 할 적이 없다.
이들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계에서 몸담은 이 중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승진한 케이스는 거의 전무(全無)하다. 임창섭(林昌燮) 하나대투증권 사장(경영학과)은 지난 2012년 6월, 황영섭(黃永燮)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은 지난 2012년 2월, 정은영 HSBC은행 대표(경영학과)는 2009년 4월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경제학과)은 지난 2012년 1월, 전병윤 우리투자증권 부사장(영어영문학과)은 지난 2012년 1월에 승진했다. 박지우 KB국민은행 부행장(외교학과)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맡았던 마케팅본부에서 고객만족본부로, 김윤태 KDB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은 지난 2011년 1월에 한국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에서 2013년 1월에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케이스다.
굳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 승진한 사람을 찾아보자면, 지난 6월에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된 김병헌 대표(경영학과)와 지난 2012년 12월에 승진한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경영학과) 등이다.
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 사장단 중 서강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한 그룹의 관계자는 “DJ(김대중 대통령)정부 때 기업들이 호남 출신 직원을 찾느라 혈안이 됐던 적이 있지만, 이번 정권에서 서강대 출신을 찾아 보직 변동시킨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11년 11월부터 시작한 정기 행사”
현실은 이런데, 왜 금감원은 ‘여의도에 서강학파가 뜬다’고 했을까.
금감원 측은 “우연히 벌어진 일일 뿐, 아무런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금감원의 ‘캠퍼스 금융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금융교육국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치우쳐서 타과에 관심이 없고, 금융지식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또 다른 산업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융이 낙후된 상황이다 보니 대학생 때부터 금융인재를 키워 보자는 생각으로 금감원장과 금융 CEO(최고경영자)들이 함께 대학교를 방문해서 대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됐고, 동영상 역시 과정 중 일부”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전남대·건국대·한양대·경북대·충남대·부산대·강원대·숭실대·연세대·순천향대 등 11개 학교를 돌았다. 초기에는 대학교에 홍보가 잘 되지 않다 보니 금감원이 먼저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설명했지만 행사를 3~4번 치르자 대학교 측에서 금감원에 먼저 교육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한양대를 방문했을 때부터는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의만 하면 학생들이 지루해할까 봐 중간에 ‘먼저 사회에 진출한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주는 응원’의 형식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지난 9월 26일에 서강대에서 이런 세미나를 하게 된 데에 역시 서강대 측의 요청이 있었다.
금감원 금융교육국 관계자는 “올 초 서강대가 금감원에 요청을 했고, 앞서 요청한 학교들의 순서에 맞추다 보니 9월에 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중일 때 고려대에서 같은 행사를 한 적이 있나 싶어 금감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고려대가 금감원에 먼저 요청한 적이 없어서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금감원이 먼저 접촉한 적은 초기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소리다.
금감원이 한양대에 갔을 때부터 ‘선배들의 후배를 위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사실이다. 금감원 홈페이지의 ‘금융자료교육방’에는 그동안 이들이 해 온 ‘캠퍼스토크’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행사장의 모습을 보면,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금융감독원과 금융계 CEO들이 강당에 들어선다. 이들은 사전 또는 현장에서 질문하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세미나의 중반부가 넘어서면 ‘동영상’을 틀어 선배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세대에서는 <자랑스러운 연세의 후배들에게>, 서강대에서는 <서강 금맥을 아십니까>
서강대에 앞서 행사를 가진 연세대와 순천향대를 보자.
연세대는 행사를 시작한 지 59분이 지났을 때 <자랑스러운 연세의 후배들에게>라는 동영상을 틀었다. 김종훈(金宗壎) 새누리당 의원을 시작으로 임춘수(林春洙)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조영제(趙英濟) 금감원 부원장 등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진다.
순천향대는 행사를 시작한 지 40분이 됐을 때 <자랑스러운 순천향대학교 후배들에게>라는 동영상을 틀었다. 순천향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를 받은 조준희(趙俊熙) IBK은행장, 박현서 아산현대병원장, 이동수 한맥투자증권 센터장 등이 메시지를 남겼다.
금감원이 서강대의 행사를 아직 업데이트시키지 않아서 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만에 동영상을 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의도의 서강학파’,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금맥’ 등 ‘부가설명’을 덧붙인 것은 다른 학교와 분명히 다르다. 연세대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연세금맥’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세인들로 하여금 금감원의 동영상 제작이 순수한 의도였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의 얘기다.
“학교를 방문하기 전에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세미나 테마를 잡습니다. 지방대 학생들은 호응도가 높은 편인데, 서강대 학생들의 관심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방문 일정까지 잡았지만, 당일에 강의실을 다 메울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됐습니다.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다른 학교보다 조금 자극적으로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개의 문구를 더 넣은 것뿐입니다. 다른 대학은 세미나 당일에 선배들의 응원메시지를 트는데, 서강대에서는 며칠 전부터 홈페이지에 이 영상을 띄운 것 역시 사전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파벌 조성을 부추기거나, 특정 학교를 띄울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금감원의 설명이 다 맞는 것일까. 왜 서강대 출신 대통령이 나온 해에 서강대에서만 ‘여의도에 서강학파’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인맥’이란 얘기가 나오고, 같은 신촌에 있는데 왜 서강대 학생들만 금감원 행사에 호응도가 낮을까. 서강대와 연세대 학생들을 모두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이번 금감원의 동영상을 본 서강대 출신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서강대 출신으로 국내 금융기관 차장인 A씨는 “서강대 출신이라서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마치 서강대 출신이 정권 출범 이후 주력이 된 듯한 동영상을 제작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이끄는 서강 금맥(금융인맥)을 아시나요.’
얼핏 보면 서강대학교의 한 동아리에서 자화자찬용(用)으로 만든 문구 같다. ‘서강대’라는 특정 학교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학연·지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앞다퉈 말하는 때이다 보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에서 ‘이번에는 서강대냐’라는 시선을 보내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하지조차 않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데, 그가 대통령이 됐으니 서강대라고 못할 바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自嘲) 섞인 대응이다. 대통령의 출신 대학에 따라 정부와 금융계 인사가 요동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고려대 출신인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란 이름이 사회 곳곳에서 판을 쳤다. 고위공직이나 금융계 등에 인사(人事)가 이뤄지면 우선 그 사람이 어느 대학 출신이냐부터 따져야 인사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던 때였다. 2010년 8월호 《월간조선》의 중간제목을 그대로 옮겨 본다. ▲‘고려대 동기·후배’ 어윤대(KB금융지주), 이팔성(우리금융지주), 김승유(하나금융지주) ▲‘동지상고 후배’ 최원병(농협)과 이휴원(신한금융투자), ‘MB비서’ 노치용(KB투자증권) ▲대선 캠프 출신 임기영(대우증권), 인수위 자문위원 이형승(IBK투자증권)… “회사의 발전 위해 든든한 빽이 와야 한다는 시각 팽배” 등이다.
당시 기사를 잠시 보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3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과 후배다. 나이는 이 대통령보다 네 살이 어리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MB 정권이 시작되면서, 공직 출마가 점쳐졌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부인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이 대통령이 마지막에 내정을 철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공석(空席)인 금융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4월에는 이성태(李成太) 한국은행 총재 후임 물망에 오르내렸다. … 어윤대 회장의 전공은 ‘국제경영학’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 국민은행의 직원은 “솔직히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사람이, 특히 국제경영학·국제금융을 전공한 사람이 거대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인 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가운데 세 개 금융지주의 회장이 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팔성(李八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맨’이다. 이팔성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했던 2004년에 우리투자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이듬해인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제의로 금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 특보를 지냈다. …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증권거래소 이사장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당시 추천위원회의 멤버 중 상당수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임명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이 곧장 공석이 됐고 그는 회장으로 선임됐다. …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金勝猷)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이 대통령이 직장에 다니면서 고려대 진학을 준비한 관계로, 김 회장(1943년생)이 이 대통령보다 두 살 어리다. 김 회장은 천신일(千信一)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함께 고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김 회장은 천
회장과 함께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최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혀 왔다.>
‘서강’으로 도배된 도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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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12월 서강대 본관과 정문에 걸린 대형 현수막. 직접 서강대동문인 박근혜 당선인을 축하하지는 않지만 박 당선인이 선거유세 중 내세운 ‘국민행복’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서강가족은 박 당선인을 암시한다. |
알아보니 이런 문구를 만든 곳이 서강대 동아리가 아니었다.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 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종전의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만든 특수법인 형태의 기구다. 1999년 1월 2일에 설립됐고, 사실상 금융계의 ‘검찰’로 인식되고 있다. 최수현(崔守鉉)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3월부터 수장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대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권혁세(權赫世) 전(前) 금감원장의 의지로 지난 2011년 1월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장 직속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의 금융교육국이 주무 부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교육국은 지난 9월 26일 서강대를 찾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 행사 며칠 전부터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사전에 배포했다.
금감원 측은 “행사 당일에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눈길을 끌 만한 제목을 붙여서 동영상을 사전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물론 행사 당일에도 금감원은 이 내용의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이 퍼지자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난데없이 서강대를 띄우는 홍보물을 제작한 이유가 뭐냐”는 말이 번졌다. 문제가 되자 금감원은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영상의 풀버전을 보면 서강대를 띄우려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 출신 인맥을 연결시켜 홍보하는 장면이 전혀 없다”며 “다른 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에도 비슷한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삭제된 동영상의 풀버전은 이렇다.
‘여의도에 서강학파가 뜬다’는 단일 문구가 화면 가득히 채워진다.
다음 페이지에는 서강대 출신들의 모임인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 ‘서강포럼’이 소개된다. 뒷배경으로는 《국민일보》가 보도(2012년 12월 23일자)한 <금융권 ‘서강대 학맥’ 서금회·서강포럼 뜬다>는 기사가 캡처돼 있다.
기사의 내용은 <금융권에 ‘서강대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서강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밀려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단번에 ‘근혜노믹스’를 이끌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서강학파의 금융권 세력 불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에 서강대 출신 경제·금융인들이 모여 서강금융인회를 만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 당선인이 패배한 것이 모임 결성을 부추겼다>고 돼 있다. 동영상에서는 신문을 그대로 캡처한 데다가, 신문 글씨가 워낙 작아서 기사의 내용은 읽을 수가 없다.
그 다음에는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 금맥(금융인맥) 캐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뒷배경은 《한국경제신문》이 보도(2012년 12월 20일자)한 ‘서금회’, ‘서강포럼’ 신문 지면이다.
기사의 내용은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소모임 위주의 활동만 하다 인맥 구축 등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7년 ‘서금회’를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이 기사 역시 글자가 워낙 작아서 읽기 어렵다.
하지만 이 동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강대가 금융권에서 잘나가고 있었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문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난데없는 서강대
그럼 정말 서강대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 잘나가고 있을까.
소위 정권에서 ‘잘나가는 척도’인 청와대의 비서관 중에서 서강대 출신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국어국문학과) 1명뿐이다. 그나마 ‘청와대 내 서강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전자공학과)은 지난 3월 25일 임명장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최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유로 실세 수석 가운데 한 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8월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물갈이됐다. 정부의 장·차관 중 서강대 출신은 0명이다.
그럼 경제계의 실상은 다를까.
금융지주회사 회장 6명 중 서강대 출신은 홍기택(洪起澤) 산은금융지주회장뿐이다. 홍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70학번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는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후배들이 자리에 앉아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자리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금융지주회사에서 서강대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임영록(林英鹿) KB금융지주 회장은 서울대, 이순우(李舜雨)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 임종룡(任鍾龍)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세대, 한동우(韓東禹)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서울대, 김정태(金正泰)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를 나왔다.
경제의 다른 축인 경제관료 혹은 기관장, 싱크탱크 수장 중에서 서강대 출신은 김광두(金廣斗)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유일하다. 김 원장은 경제학과 66학번이다. 현오석(玄旿錫) 경제부총리와 조원동(趙源東)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신제윤(申齊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김주현(金周顯)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모두 서울대를 나왔다.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 중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부 요직으로 가기는커녕, 자기 금융회사를 차린 이가 여럿이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李德勳·수학과) 전 금융통화위원은 한때 공석이었던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 자리는 결국 성균관대 출신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넘어갔고, 이덕훈 전 행장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펀드’는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세운 사모펀드다. 한국산업은행장과 산은금융지주 대표를 지낸 민유성(閔裕聖·경영학과) 전 대표는 현재 ‘피스톤파트너스’라는 펀드 회장을 맡고 있다. 이상돈(李相墩·경제학과) 전 외환은행 부행장은 현재 외환은행 고문, 서만호(徐萬鎬·경영학과)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지난 2012년 12월에 퇴임한 이후 이렇다 할 적이 없다.
이들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계에서 몸담은 이 중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승진한 케이스는 거의 전무(全無)하다. 임창섭(林昌燮) 하나대투증권 사장(경영학과)은 지난 2012년 6월, 황영섭(黃永燮)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은 지난 2012년 2월, 정은영 HSBC은행 대표(경영학과)는 2009년 4월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경제학과)은 지난 2012년 1월, 전병윤 우리투자증권 부사장(영어영문학과)은 지난 2012년 1월에 승진했다. 박지우 KB국민은행 부행장(외교학과)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맡았던 마케팅본부에서 고객만족본부로, 김윤태 KDB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은 지난 2011년 1월에 한국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에서 2013년 1월에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케이스다.
굳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 승진한 사람을 찾아보자면, 지난 6월에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된 김병헌 대표(경영학과)와 지난 2012년 12월에 승진한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경영학과) 등이다.
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 사장단 중 서강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한 그룹의 관계자는 “DJ(김대중 대통령)정부 때 기업들이 호남 출신 직원을 찾느라 혈안이 됐던 적이 있지만, 이번 정권에서 서강대 출신을 찾아 보직 변동시킨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11년 11월부터 시작한 정기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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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금융토크의 의의와 토론인사를 소개하는 건국대학교 김진규 총장. |
금감원 측은 “우연히 벌어진 일일 뿐, 아무런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금감원의 ‘캠퍼스 금융토크’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금융교육국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치우쳐서 타과에 관심이 없고, 금융지식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또 다른 산업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융이 낙후된 상황이다 보니 대학생 때부터 금융인재를 키워 보자는 생각으로 금감원장과 금융 CEO(최고경영자)들이 함께 대학교를 방문해서 대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됐고, 동영상 역시 과정 중 일부”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전남대·건국대·한양대·경북대·충남대·부산대·강원대·숭실대·연세대·순천향대 등 11개 학교를 돌았다. 초기에는 대학교에 홍보가 잘 되지 않다 보니 금감원이 먼저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설명했지만 행사를 3~4번 치르자 대학교 측에서 금감원에 먼저 교육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한양대를 방문했을 때부터는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의만 하면 학생들이 지루해할까 봐 중간에 ‘먼저 사회에 진출한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주는 응원’의 형식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지난 9월 26일에 서강대에서 이런 세미나를 하게 된 데에 역시 서강대 측의 요청이 있었다.
금감원 금융교육국 관계자는 “올 초 서강대가 금감원에 요청을 했고, 앞서 요청한 학교들의 순서에 맞추다 보니 9월에 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중일 때 고려대에서 같은 행사를 한 적이 있나 싶어 금감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고려대가 금감원에 먼저 요청한 적이 없어서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금감원이 먼저 접촉한 적은 초기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소리다.
금감원이 한양대에 갔을 때부터 ‘선배들의 후배를 위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사실이다. 금감원 홈페이지의 ‘금융자료교육방’에는 그동안 이들이 해 온 ‘캠퍼스토크’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행사장의 모습을 보면,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금융감독원과 금융계 CEO들이 강당에 들어선다. 이들은 사전 또는 현장에서 질문하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세미나의 중반부가 넘어서면 ‘동영상’을 틀어 선배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세대에서는 <자랑스러운 연세의 후배들에게>, 서강대에서는 <서강 금맥을 아십니까>
서강대에 앞서 행사를 가진 연세대와 순천향대를 보자.
연세대는 행사를 시작한 지 59분이 지났을 때 <자랑스러운 연세의 후배들에게>라는 동영상을 틀었다. 김종훈(金宗壎) 새누리당 의원을 시작으로 임춘수(林春洙)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조영제(趙英濟) 금감원 부원장 등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진다.
순천향대는 행사를 시작한 지 40분이 됐을 때 <자랑스러운 순천향대학교 후배들에게>라는 동영상을 틀었다. 순천향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를 받은 조준희(趙俊熙) IBK은행장, 박현서 아산현대병원장, 이동수 한맥투자증권 센터장 등이 메시지를 남겼다.
금감원이 서강대의 행사를 아직 업데이트시키지 않아서 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만에 동영상을 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의도의 서강학파’,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금맥’ 등 ‘부가설명’을 덧붙인 것은 다른 학교와 분명히 다르다. 연세대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연세금맥’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세인들로 하여금 금감원의 동영상 제작이 순수한 의도였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의 얘기다.
“학교를 방문하기 전에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세미나 테마를 잡습니다. 지방대 학생들은 호응도가 높은 편인데, 서강대 학생들의 관심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방문 일정까지 잡았지만, 당일에 강의실을 다 메울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됐습니다.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다른 학교보다 조금 자극적으로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개의 문구를 더 넣은 것뿐입니다. 다른 대학은 세미나 당일에 선배들의 응원메시지를 트는데, 서강대에서는 며칠 전부터 홈페이지에 이 영상을 띄운 것 역시 사전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파벌 조성을 부추기거나, 특정 학교를 띄울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금감원의 설명이 다 맞는 것일까. 왜 서강대 출신 대통령이 나온 해에 서강대에서만 ‘여의도에 서강학파’ ‘우리나라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서강인맥’이란 얘기가 나오고, 같은 신촌에 있는데 왜 서강대 학생들만 금감원 행사에 호응도가 낮을까. 서강대와 연세대 학생들을 모두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이번 금감원의 동영상을 본 서강대 출신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서강대 출신으로 국내 금융기관 차장인 A씨는 “서강대 출신이라서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마치 서강대 출신이 정권 출범 이후 주력이 된 듯한 동영상을 제작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