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지역격차의 개념은 도시와 농촌 간의 지역격차를 의미하며 광역자치단체 간 비교는 무의미한데, 지역균형발전정책은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으로 분리해 각 지역 경제의 차별성과 상이한 이해관계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불가능해졌다.”
⊙ “수도권이면서 낙후지역 연천과 동두천, 수도권에서 빼 달라”
⊙ 반환 미군기지 황량하게 버려져… 개발 안되고 기업들도 외면
⊙ 경기북부 도로보급률 전국 최하위… 고속도로 통행료도 2.5배 비싸
⊙ 제조업 생산액은 경기남부 화성과 가평·양평은 341배… 재정력지수는 화성과 연천 간 5.3배 격차
⊙ “수도권이면서 낙후지역 연천과 동두천, 수도권에서 빼 달라”
⊙ 반환 미군기지 황량하게 버려져… 개발 안되고 기업들도 외면
⊙ 경기북부 도로보급률 전국 최하위… 고속도로 통행료도 2.5배 비싸
⊙ 제조업 생산액은 경기남부 화성과 가평·양평은 341배… 재정력지수는 화성과 연천 간 5.3배 격차
- 경원선 중단점 푯말. 경기북부 지역은 분단의 냉전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의 심장부에 수도권(首都圈)이라 불리는 낙후지역이 있다.
경기도 북부의 연천, 동두천, 파주, 포천, 양주, 고양, 구리, 의정부, 남양주, 가평 등 10개 시군을 말한다. 부자동네 서울과 함께 꽁꽁 수도권 벨트에 묶여 있지만 검문·검색을 거쳐야 갈 수 있는 휴전선(休戰線)의 땅, 수도권이라 부르기에 면구스러운 곳인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연천과 동두천은 가장 가난하다.
그곳에는 사철 푸른 군복을 입은 스무 살의 사내들이 득시글댄다.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이 결박당한 반도(半島)의 허리를 휘감아 흐르고, 떠나간 미군(美軍) 기지와 떠나갈 미군들이 아직 주둔해 있는 곳이다. 군인 반(半), 민간인 반이 어울려 사는 그곳에서는 좀체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논밭을 갈아엎어 싼값에 공장터를 닦았으나 분양률은 절반 이하다.
사람들은 역사적 연륜을 간직한 후삼국(後三國)과 고려개국(高麗開國)의 공간이 그렇게 지뢰밭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무덤덤하다. 알면서도 체념한다. 마찬가지로, 통일 후 한반도의 미래가 그곳에서 잉태(孕胎)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기자는 9월 초 연천과 동두천, 파주를 중심으로 경기북부 지역을 둘러보았다. 첩첩이 터 잡고 앉은 산과 넓은 가을평야, 3번과 37번 국도, 371번과 372번 지방도로 이어진 마을과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의정부와 동두천은 한국전쟁이 낳은 도시였다. 지금도 도심 곳곳의 황량한 미군기지 터가 을씨년스러웠다. 대개가 매각되지 않아 황무지로 버려져 있다.
‘양주별산대’의 양주를 찾아갔다. 예전의 양주는 몸집이 컸다. 1986년 전만 해도 의정부·동두천·남양주·구리가 전부 양주 땅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 분가(分家)시켰다.
몇년 사이 양주와 의정부, 동두천 등 3개 도시의 통합논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양주가 반대했다. 시세(市勢)가 의정부에 밀려, 그나마 성장 중인 양주의 잠재력을 뺏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 위로 삼팔선과 민통선이 가로놓여 ‘군사작전지역’인 연천과 포천은 지금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땅이 군사보호시설로 묶여 있고 사단장(師團長)의 허가 없이는 화장실도 못 고친다.
경기도청에 가서 물어보니 연천과 가평·양주·포천에는 영화관이 없다고 한다. 또 연천·가평·동두천·양주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그러나 경기북부 지역에는 316만명이 살아가고 있다. 전국 시도 중 서울(1053만명·2011년 현재)과 경기남부(908만명), 부산(359만명), 경남(337만명)에 이어 5번째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 노인 수는 늘고 젊은이는 줄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평균을 밑돌고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연천과 구리·남양주는 대학이 없다. 대학이 없으면 대학과 연계된 취업이나 산업기반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내 격차가 심화하자 경기 남부와 북부를 분도(分道)해 북부를 비수도권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연천으로 가는 길
서울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간선도로는 낡고 비좁았다. 갑자기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고,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어나길 반복했다. 꼬불꼬불 도로는 군부대 옆을 지나고 별안간 훈련장으로 향하는 탱크 대대가 길을 막아 섰다.
초가을 파주·연천의 들녘이 차창으로 흔들렸다. 분단의 협곡마다 물줄기를 아우르며 흘러온 임진강과 한탄강은 문산에 이르러, 연천을 굽이치며 몸을 뒤척였다. 물새들은 고요히 날아가고 날아오고….
연천군의 경우 거의 전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인데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이 각각 29.8%와 70.2%를 차지한다. 29.8과 70.2를 더하면 도대체 쓸 만한 땅이 얼마나 되는지 아득해진다. 군사시설은 대개가 비과세(非課稅)이자 면세(免稅)다. 연천군의 재정자립도가 27.6%(전국 평균 52%)에 불과한 이유다. 여기다 군사활동으로 인한 소음, 진동, 건물파괴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천군 청산면 초성1리에서 만난 차상필(車相弼)씨는 군(郡) 일대에 연탄배달을 32년째 하고 있다. 마을 이장 시절, 인근 탄약고(562ASP) 이전 시위를 주도한 적도 있다.
“어휴, 초성리는 탄약고 때문에 마을이 죽어 버렸어요. 탄약고 반경(半徑) 660m 안에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짓습니다. 그나마 옛날에는 반경 2km였어요. 지금 대부분의 가옥이 썩은 집이지요. 7~8년 전만 해도 이 마을에 주민 680명 정도가 살았지만, 지금은 다 떠나고 385명 정도입니다. 허가가 안 나니 불법으로 몰래 집을 짓기도 해요. 등기 없는 집이 과반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과태료 나와도 그냥 삽니다.”
차씨가 사는 청산면은 일대가 모두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곳에 주둔한 부대만 28개가 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면적당 군부대 수가 제일 많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전국에서 군부대가 많기로 연천군이 으뜸이라면 연천 내에서 청산면이 최고입니다. 동네마다 부대가 없는 곳이 없어요. 탄약고가 있으면 주택 신축과 아파트·학교도 못 들어섭니다. 도로·철도·가스 등 기반시설도 금지됩니다. 땅이 있어도 재산권 행사가 어렵고 지가(地價)는 바닥입니다. 청산면은 연천군의 첫 관문이자 3번과 37번 국도 및 경원선 철도가 통과하는 요지이지만 탄약고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해요. 주민 385명(185세대)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35세대, 독거노인이 53명입니다. 이 마을에서 40년 이상 산 사람은 40세대밖에 없어요.”
500억 對 350억
연천군 초성리역은 일본 강점기인 1914년 지어졌다. 경원선의 간이역으로 의정부역에서 28.4km 떨어져 있다. 세월만큼이나 아름다운 꽃이 많아 간이역은 거의 식물원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소요산역까지 이어진 수도권 전철 1호선을 초성리역을 지나 연천역까지 연장하는, ‘경원선 복선전철 사업’을 작년 11월 고시했다. 계획대로라면 실시설계를 거쳐 2013년 착공해 2017년 개통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3801억원.
그런데 초성리역 구간에 있는 탄약고 탓에 말썽이 생겼다. 기존 노선이 폐쇄되고 탄약고를 우회하는 노선이 생길 판이다. 연천군 기획감사실 홍보디자인팀장 임광진(任光鎭)씨의 말이다.
“기존 경원선 국철 노선이 있었고 나중에 탄약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새로 전철을 놓으려면 기존 노선을 피해 가라는 겁니다. 곧장 가야 할 길을 빙 돌아 우회해야 할 판입니다. 노선을 우회하면 건설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취재 도중 만난 김규선(金圭善) 연천군수도 같은 얘기였다.
“초성리역이 98년 됐어요. 하지만 탄약고 때문에 연장 노선 승인을 안 해 줍니다. 탄약고 반경 660m 안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겁니다. 초성리역이 더 오래됐는데도 말입니다. 동두천 오다 보면 신촌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건너서 산으로 들어갔다가 탄약고를 우회해서 약 1.5km 내려오도록 노선설계가 진행 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리도 놓고, 터널도 뚫어야 해요. 건설비용이 아무리 안 들어가도 5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물론 방법은 있다. 탄약고를 지하화(地下化)하면 된다. 지하화 예산은 대략 350억원으로 추산된다. 어림잡아 생각해도 탄약고를 지하화하는 것이 저렴하다. 계속된 김 군수의 말이다.
“우회노선을 안 만들려면 탄약고를 지하화하면 됩니다. 그 비용이 350억원 정도가 들어요. 군 당국은 ‘원하면 너희 예산으로 지하화하라’는 겁니다. 이곳에 누가 먼저 살았나요? 주민이 먼저 살았고 나중에 군인이 온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우리보고 돈을 대라는 겁니다. 우리한테 그런 큰돈이 어디 있습니까. 또 우회노선 사업 500억원과 탄약고지하화 사업 350억원 중 어느 쪽이 쌉니까. 아무리 말해도 허공의 메아리입니다.”
인내해 온 주민에게 더 많은 포 사격을 선물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를 찾았다. 인근 고문리에는 유명한 ‘재인폭포’가 있다. 폭포 계곡의 양쪽 절벽은 죄다 주상절리(柱狀節理)다. 협곡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빼어난 폭포를 자랑한다. 하지만 군 진지(陣地) 훈련장에서 발생하는 포성(砲聲)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마을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랬다. “전국 각처에 포 사격 민원이 잇따르자 신답리 진지 훈련장을 불도저·굴삭기를 동원해 크게 확장했다. 그러자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사단, 강화도에 있는 해병대 사단, 서울 수도방위사단 등 전국의 포병단이 신답리에서 훈련한다”는 것이었다.
마을 이장 구자순(具玆淳)씨를 만났다. 그는 “군 당국이, 수십년간 포성의 피해를 인내하고 참아 온 주민들에게 더 많은 포 사격을 선물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드문드문 포성이 들렸다. 기자도 화들짝 놀랐다. 이장이 빙그레 웃으며 지도를 펴서 신답리 주변 진지 훈련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집은 ‘거저울 훈련장’과 몇 십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연평도 사태 이후 한 번에 포를 30~40발 쏘기도 하고 기동훈련을 하면서 이동중에 포를 쏘기도 합니다. 주민들이 굉장히 위험해요. 도저히 소리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한 부대가 훈련을 마치고 나가면 다른 부대가 와서 또 포를 쏩니다. 군용 트럭이 지나가면 도로에 흙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군부대에서 세차 시설을 갖췄으나 도로에 들러붙은 진흙은 쉽게 떨어지지도 않아요. 길이 이 모양이니 외지인들이 안 옵니다.”
그는 “이 마을은 주로 버섯, 포도, 벼농사를 하며 살아간다. 토질이 좋아 포도는 100% 직거래로 판다. 지금은 거래가 예전만 못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구씨는 신답리 주민의 염원이 담긴 ‘포 사격 결사반대 성명서’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눈대중으로 읽어 내려가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지축을 흔드는 궤도 차량이 굉음을 내며 동네 한가운데를 질주하여 흙먼지를 만들고, 길가 집들의 벽에 금이 가거나 전등이 떨어지고, 꼭두새벽부터 집안을 흔드는 궤도 차량의 횡포로 주민의 단잠을 깨우고, 마을이 표적인양 한가운데 포탄이 낙탄되어 앞마당과 지붕을 뚫었으며, 지나가던 자동차에 포탄 파편이 떨어져 유리창이 깨지고…>
인적 드문 백학산업단지
기자는 연천군 백학면 통구리에 있는 백학산업단지를 찾았다. 왕복 2차선 371번 지방도를 따라 후미지지만 넉넉해 보이는 들판을 한참 지났다. 가면서도 몇 번이고 이 길이 산업단지로 향하는 길인지 의심이 들었다. 낡은 2차선 지방도가 굽이져 있었다. 주유소에 들러 “이 길이 산업단지 길이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2011년 4월 준공할 당시 백학산업단지는 연천의 첫 산업단지로 기대를 모았다. 평당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인근 양주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싸다고 한다. 여기다 분할판매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겠다는 기업이 없다. 오겠다고 계약금까지 낸 업체 7곳도 포기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분양대금의 10%로 약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 업체들은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천을 떠났다. 7억원이 연천군의 부수입이 됐지만 마뜩찮기는 마찬가지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난감해했다.
“평당 62만원에 판매했어요. 우리는 100% 분양을 자신했어요. 인근 양주만 해도 평당 180만원입니다. 그런데 안 들어옵니다. 파주 적성산업단지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분양률이 90%입니다. 적성은 우리 연천과 몇 km 차이가 안 나요.”
백학산단은 준공한 지 2년 가까이 되지만 43만900㎡에 달하는 단지에 잡초가 가득했다.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7곳. 그러나 산업단지를 만들 때만 해도 분양률이 60%를 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41%로 줄었다고 한다.
연천군 투자유치 일자리 팀장인 박국현(朴國現)씨의 말이다.
“전문기술자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할 만한 기술자가 여기에 없어요. 접경지역이고 낙후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또 이곳에 오는 업체 대부분이 수출로 먹고사는데 물류비용이 타지역에 비해 많이 소요된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아요. 자유로를 타고 문산인터체인지(IC)에서 벗어나면 37번 4차선 국도가 시작되는데, 적성면까지 와서 뚝 끊어져요. 적성~연천 구간만 낡은 2차선입니다.”
당초 백학산단이 준공할 때쯤 단지에서 백학면사무소 앞까지 4차선 도로가 구획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확보가 어려워 도로확장이 지연돼 버렸다. 박 팀장은 “행정수도 이전과 4대강 사업 같은 정부 정책사업에 밀리면서 지연됐다. 게다가 군부대 차량이 많아 4차선이라면 교행할 수 있지만 2차선은 어렵다. 정체가 심하니 기업들이 외면한다”고 했다.
언제쯤 확·포장이 가능할까.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았다. 교통건설국 도로계획과 박성식(朴成植)씨는 “지방도 371호선 파주 적성~연천 두일까지 7.2km는 현재 토지보상이 27%가량 진행됐다. 내년부터 보상이 끝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지금 계획으로는 2016년 완공 예정”이라고 했다.
“차라리 강원도로 보내 달라”
김규선 연천군수는 직전(2002~2010년) 김규배(金圭培) 군수의 친동생이다. 전국에서 형제가 단체장을 이어 받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김 군수는 연천군의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연천은 수도권이 아니다”는 말부터 했다.
“아시다시피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은 1982년 국토평준화,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번영, 수도권 기업 인구과밀화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서울과 인천·경기도를 수도권으로 묶어 버렸어요. 지역별 낙후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이뤄졌어요.”
김 군수는 “연천에는 10인 이하 기업만 93개 있다. 100인 이상 기업은 하나도 없다. 수정법에 묶여 기업도, 대학도 못 들어왔다”고 했다.
“수도권이란 이유로 되레 다른 지방에 역차별을 받고 있어요. 기업들이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가면 부지구매 자금부터 세금감면 등 많은 혜택을 주는데, 우리는 수도권이란 이유로 혜택을 못 줍니다. 그러니 연천은 상대적으로 계속 낙후되고 인구가 줍니다.”
연천군의 경우 1982년 7만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4만5000명으로 줄었다. 많을 때는 연간 1000명 이상씩 줄었다고 한다.
“정부는 타당성 조사나 교통량 조사를 한 뒤 차량이 많은 곳에다 우선 도로 확·포장 예산을 배정합니다. 우리는 인구도 없고, 교통량도 적으니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도로 포장률이 전국 최하위인 54% 밑입니다. 그래서 연천군을 수정법에서 제외해 달라는 겁니다.”
설령 수정법에서 연천군이 제외된다 해도 전 지역의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있다. 또 문화재보호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이 있다. 연천에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등 각종 유적이 즐비하다.
“다른 규제도 많지만, 수정법 하나만이라도 없애 달라는 겁니다. 법 개정이 어려우면 시행령이라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불변(不變)입니다. 주민들은 차라리 강원도로 편입시켜 달라고 합니다. 수도권이라고 덕 보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수도권 때문에 지방발전이 방해받고, 그래서 지방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계속 규제해야 한다’는 비(非)수도권의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비수도권 중에 우리보다 힘든 지자체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사실 수정법으로 혜택받는 곳은 충청도입니다. 기업들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도로 내려가니까요. 수정법에 손대려면 충청권이 반발합니다. 연천이 주장하는 것은 수정법을 획일적으로 묶지 말고, 지역별 여건과 형편, 낙후 정도를 분석해 연천뿐 아니라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의 낙후지역도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답답하다면서 이런 말도 했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연천은 몸이 불편한데도 발까지 묶어 놓고 달리라고 하면 경쟁이 되겠습니까. 접경지역에다 군 전체가 군사시설인데 수정법에까지 묶여 있으니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획일적 잣대로만 이야기합니다.”
김 군수는 “연천의 재정자립도가 27.6%다. 연천군 규모에서 수정법을 푼다고 다른 지역에 얼마나 피해가 갈까?”라고 반문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연천이 제일 열악하고 그다음이 가평인데, 가평도 1년에 인구가 4000~5000명이 늘어 6만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여주, 양평도 계속 증가하고 있잖아요. 인구증감, 기업숫자, 경제적인 활동 등 모두를 조사해 수도권이라는 개념을 다시 논의하자는 겁니다.”
그래도 김 군수는 요즘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올 2월부터 조금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매달 40~50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실 연천군의 ‘인구 5만명 회복 프로젝트’는 눈물겹다. 귀농자에게 최고 1940만원을 지원해 주고 헌집까지 수리해 준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200만원, 셋째는 500만원을 준다. 다른 지역의 출산축하금이 30만~4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다. 7종의 예방접종을 무료로 하고 학생 학비지원금, 다자녀가구 장학금 등 연천군이 내놓은 혜택이 44가지나 된다고 한다.
“너무 기쁩니다. 인구가 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올 8월 말 현재 790명의 인구가 늘었어요. 지금은 이렇지만, 연천군은 어마어마한 비전이 있습니다. 서울보다 면적이 1.2배나 넓고 평야도 많아요. 한탄강·임진강이 흐르고 토질도, 기후도 손색이 없어요. 연천, 철원이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미군기지와 함께한 동두천 60년
동두천 하면 양공주, 기지촌이 떠오른다. 올해로 꼭 20년이 된 기지촌 종업원 ‘윤금이씨 피살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가장 잔혹한 미군 성범죄로 기록된 이 사건은 1992년 주한미군 2사단 소속 이병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불거졌다. 반미(反美)운동으로 번져 결국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의 빌미가 됐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포천과 양주, 연천과 접한 동두천은 한국전쟁 당시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1951년 7월 미 보병 제24사단이 진주하면서부터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뤄졌다.
한종갑(韓鍾鉀) 동두천시 재향군인회장은 “처음엔 인구 2000명도 안되었는데, 6·25 때 미군이 들어오면서 기지촌이 되었다. 당시 미군이 주민의 10배였다”고 했다. 또 “휴전 직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67달러일 때 미군 상등병 연봉 840달러는 국민 13명의 소득에 해당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1950~60년대 동두천은 상대적으로 살 만한 고장이었다. 외지인이 동두천으로 몰려들면서 ‘돈두천’이라 불렸다. 미군을 상대로 한 서비스업이 중심이었다. 산업생산시설이 없던 동두천은 이후 발전이 정체되었다. 1968년 6만명이던 인구는 현재 9만여 명으로 증가율이 미미하다.
사실, 동두천시 전체면적(95.68㎢)의 42%(40.63㎢)가 미군기지다. 미군 주둔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동두천 시민에겐 적지 않은 장애물(障碍物)이었다. 도시개발의 정체(停滯)와 기형적(畸形的) 성장이 이뤄졌다. 미군기지는 동두천의 재정수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 전체면적의 68%가 임야(林野)여서 공장이 들어설 공간도 없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전 국토 면적의 0.1%밖에 안되는 동두천에 전국의 미군기지 17%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동두천에는 6개의 미군기지가 있었다. ‘캠프 님블’과 ‘짐볼스훈련장’은 반환되었으나 ‘캠프 케이시’, ‘캠프 호비’, ‘캠프 캐슬’, ‘H-220 헬리포트’는 2016년 무렵 반환될 예정이다. 아직 반환이 안된 땅이 많지만, 미군 수가 급격히 줄었다. 많을 때는 1만500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5000~6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도 없고 되는 일도 없고…”
동두천 의용소방대장인 홍인식씨는 5살 때부터 살았으니 토박이에 가깝다. 전직 동두천 시의원인 그는 “과거엔 비록 기지촌 소리를 들었어도 동두천만큼 잘사는 곳이 없었다. 미군이 많이 있을 때는 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상품, 직업, 여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미군이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면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홍씨는 “태백에 광부들이 떠나면서 생기는 현상처럼 동두천도 내려진 가게셔터, 불 꺼진 사무실을 볼 수 있다”며 “집값이 싸니까 잠만 자는 사람이 들어오지만 65세 이상 노인이 13.4%나 된다. 장애인과 노인 수가 2만5000명(전체 9만6000명)이나 된다. 그만큼 심각하다”고 혀를 찼다. 그의 말이다.
“산업기반시설이 없어요. 그나마 중견급 생닭 가공공장이 있었는데, 공장확장이 어렵자 평택으로 가 버렸어요.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수도권이라고 각종 규제로 묶어 버리니 낙후지역이 더 낙후된 것이죠. 미군이 지금까지 월세 한 번 안 내고 공짜로 땅을 쓴 것 아닙니까. 그걸 계산하면 몇조 원이 될 겁니다. 동두천이 그런 희생을 했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합니다. 우리가 반환 미군기지 터를 개발하겠다고 대책위도 만들고, 청와대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국회 앞에서 데모까지 했는데 크게 나아진 게 없습니다.”
그는 “동두천이 만만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우리도 HID 북파 부대처럼 가스통 갖다 놓고 제대로 시위 한번 하자고 시민끼리 공감대를 형성 중”이라고 했다.
동두천 자유총연맹 최선용(崔善鎔) 사무국장은 “수정법 때문에 YS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5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했다”며 “인구 9만6000명인데 10만을 못 채운다. 일터가 있고 발전성이 있어 외지인 들어오면 몰라도, 그게 없으니 안된다. 걱정이 많다”고 했다.
“2016년까지 미군기지가 모두 반환되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 힘으론 안됩니다. 지금까지 별짓 다 해도 잘 안됐어요. 영향력 있는 사람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요. 동두천이 국가안보를 위해, 외화획득을 위해 희생한 부분을 정부가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의·양·동의 몸살
최근 의정부와 양주, 동두천의 통합움직임(속칭 ‘의·양·동’ 통합)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 2009년 의회를 중심으로 자율통합이 추진됐으나 막판에 양주의 반대로 무산된 전력(前歷)이 있다. 현재 의정부의 인구는 44만명, 양주는 20만명, 동두천은 9만6000명이다. 아무래도 의정부의 입김이 통합에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안병용(安秉龍) 의정부시장은 통합에 적극적이다.
안 시장은 “의정부 뿌리가 양주인 만큼 통합된다면 시 명칭을 양주로 하는 데 찬성한다”며 “시 청사도 3개 시 중간지점에 건립해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오세창(吳世昌) 동두천시장은 통합에 무조건 반대한다. 기왕에 통합하려면 “‘의·양·동’에다 포천, 연천까지 다 합쳐라. 그럼 찬성하겠다. 의·양·동을 합치면 75만명이다. 연천은 4만5000명, 포천은 거의 20만명이 된다. 그럼 100만 도시가 된다.”
기자는 오 시장을 만나 통합 반대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동두천은 규제가 심하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시장이 규제가 없는 곳에 투자하려 하지, 규제가 심한 곳에다 규제와 싸우면서까지 투자하겠습니까. 의·양·동이 통합하면 규제가 많은 동두천은 아무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동두천 전체 인구가 의정부 2개 동과 비슷합니다. 통합되면 현재 8개의 동은 2~3개 동으로 줄 겁니다. 집안의 가장(시장)이 없고, 시의원도 주는 대신 동장(洞長) 2~3명이 커버하는 일이 생길 겁니다. 동두천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에 대해 한종갑 재향군인회장은 동두천의 여론을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는 찬성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런데 통합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동두천은 인구가 적어 시의원 배정도 의정부와 양주에 훨씬 못 미치고 군부대와 산악지대가 많아 가뜩이나 규제가 심한데 기업이 들어올까? 자칫 더 몰락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그래서 처음보다 ‘함부로 찬성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더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종 자유총연맹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동두천이 발전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환 미군기지 애물단지
경기북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선 반환 미군기지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주한 미군이 있을 때는 미군기지 때문에 발전이 늦어졌고 이제는 텅 빈 기지를 처분 못해 또다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한미군 반환기지는 23곳. 이 중 한국군이 사용하는 5개소와 활용이 불가능한 5개소를 제외한 13개 기지에 대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명칭은 ‘주한미군 반환 공여(供與)구역 개발사업’. 면적으로 볼 때 경기도의 반환 공여지는 173㎢로 전국의 97%에 이른다. 이 중 83.8%인 145㎢가 경기북부에 위치한다.
기자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았다. 경기도 균형발전과 공여구역담당 김학친(金學親) 사무관은 “반환 미군기지와 그 주변을 개발하는 공여지 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떠난 기지에 처음에는 민자유치 실적이 좋았어요. 대학도 들어오고 기업이나 병원도 들어오려고 타진해 왔어요. 지자체는 공여지가 ‘기회의 땅’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국방부 매각 방향이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경기북부 지역 미군기지 매각대금이 평택 미군기지 사업의 세입(稅入)이 된 것이다. 국방부 입장에선 가능한 높은 가격에 팔아 평택기지에 보태려 생각했다.
김 사무관은 “지금은 부동산 경기 불황이 겹쳐서 반환 공여지를 사겠다는 민간업자의 투자도 없고, 국방부가 지자체에 자체 개발이 가능하도록 부지개발 권한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김 사무관과 함께 의정부 일대의 반환 기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의정부에는 모두 8개의 미군기지가 있다. 이 중 ‘캠프 스탠리’, ‘캠프 레드크라우드’, ‘캠프 잭슨’을 제외하고 5개 기지가 반환됐다.
“의정부 내 일부 반환기지는 환경 정화한다고 땅을 갈아엎으면서 지금은 황무지(荒蕪地) 상태로 있어요. 시나 도에다 개발권한을 주면, 나중에 개발이익을 국방부에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국방부는 무조건 땅값 내고 사든지, 아니면 민간사업자에게 팔려고 합니다.”
부지 매각을 時價대로
현재 반환기지로 대학이전이 확정된 곳은 동두천 ‘캠프 님블’에 침례신학대(대전 하기동 소재)와 의정부 ‘캠프 에세이욘’ 부지에 을지대(대전 용두동 소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에 건국대, 하남(경기 남부)의 ‘캠프 콜번’에 중앙대가 국방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MOU는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공사에 착공한 곳도 지금까지 없다.
당초 파주의 ‘캠프 에드워드’, ‘캠프 자이언트’, ‘캠프 스텐톤’은 각각 이화여대와 서강대, 국민대가 관심을 표명, 반향이 컸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백지화된 상태. 김 사무관의 계속된 말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지금까지 수도권으로 대학이전이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여구역 특별법’에서 예외가 생긴 겁니다. 정원 채우기 어려운 대학들이 수도권에 들어오면 학생 수를 채울 수 있다고 보는가 봐요. 처음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는 지자체가 큰 희망을 걸었는데, 유명 대학은 관심이 없고, 국방부는 누가 오든 돈만 주면 판다는 입장입니다. 그나마도 10여 개의 반환 미군기지는 개발계획도 없이 황무지로 그냥 버려져 있어요.”
김 사무관은 동두천을 예로 들며 “동두천은 시 전체 면적의 42%가 미군기지”라며 “60여 년간 불편을 감수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동두천 품에 안기게 됐다. 그런데 국방부가 그냥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아니라 매각하려 한다. 게다가 매각 방향이 감정가(鑑定價)”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가가 높게 책정되니 관심이 있어도 못 들어옵니다. 부동산 경기까지 안 좋으니 매각도, 개발도 안되고 있어요.”
이번에는 경기도 균형발전과 최영두(崔泳斗) 과장의 말이다.
“미군이 떠났으니 기지를 주민들의 편의시설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땅을 그냥 가져가라는 게 아니라 사서 가져가라는 얘깁니다. 그 큰 면적에 땅값이 좀 비쌉니까? 그런데 서울의 용산기지는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그 땅을 무상(無償)으로 서울시에 줬어요. 우리에게만 차별한 것이죠.”
용산 미군기지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까지 제정하며 1조5000억원의 국비와 267만여㎡(81만평)나 되는 땅을 서울시에 무상 제공했다. 한마디로 용산기지는 이전비용도 정부가 내고 법률까지 만들어 국립공원으로 조성한 뒤 서울시에 제공키로 한 것이다.
최 과장은 “경기북부권에 반환기지는 그림의 떡”이란 말도 했다.
“경기북부 지역의 가난한 지자체 입장에선 개발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땅이 좋으면 뭐합니까. 그림의 떡인데…. 그게 아쉽습니다.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평택에다가 미군기지를 조성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드니까 반환기지를 팔아 메우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세요. 엄밀히 따지자면, 수십년간 미군이 경기북부 지역에 주둔해 지역발전을 막았잖아요. 지금 동두천은 미군이 싹 빠져나가니까 붕 뜬 상태입니다. 미군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동두천이 지금의 양주 정도는 발전했을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미군기지 때문에 지역경제가 발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시설도 없는 기형적인 성장이지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주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크게 방향전환을 해 줘야 합니다.”
동두천, 전체 면적 68% 산이고 42%는 미군기지
오세창 동두천 시장은 시장 6년차다. 과거엔 당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당적(無黨籍)이다. 그는 “시장 4년 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것이 5년차가 되면서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동두천 봉제산업을 선도할 ‘두드림 패션지원센터’가 착공했고, 6월에는 1조6000억원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첫 삽을 떴다. 동두천시 전체 면적의 68%가 임야라는 점을 활용, ‘세계산악자전거(MTB)대회’를 지난해 처음 열었다.
“보세요. 동두천에 전체 땅의 68%가 산이고, 42%는 미군기지입니다. 그것 빼고 저것 빼면 주민들이 개발해 살 땅이 없어요. 산지개발에 눈을 돌렸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산지개발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산림 1등급지’가 동두천 면적의 28% 정도입니다. 1등급지 산은 무조건 손을 댈 수 없어요.”
전철 1호선 동두천 중앙역에서 포천 방향으로 20km가량 떨어진 곳에는 해발 737m의 왕방산이 솟아 있다. 이 산은 왕위에서 물러난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도중 왕자들의 골육상쟁 소식을 듣고 이 산의 왕방사(지금의 보덕사)에 며칠 머물렀다 해서 붙여졌다. 동두천시는 이 왕방산을 동두천을 넘어 국내 산악레포츠의 ‘메카’로 만들 생각이다.
“동두천에는 작은 기업, 큰 기업 합쳐 100여 개밖에 없고 쓸 만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양주나 포천은 그나마 땅이 넓지만, 동두천은 이들 도시의 1개 면 크기에 불과합니다. 그곳엔 업체 수가 3000~4000개나 돼요. 솔직히 동두천은 땅이 좁아 산업단지로 먹고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산이 많으니 산악레포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동두천의 꿈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작년부터 ‘세계MTB대회’를 주관하고 있어요. 오는 10월 28일 2회 대회를 엽니다.”
MTB 대회 코스가 임도다. 임야가 많은 점에 착안했다. 처음 35km로 만들어 놓고 MTB 국가대표를 동두천에 불렀다고 한다. 오 시장은 “와서 타 보고 불편한 점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고치고 개선하여 지금의 43km 국제코스가 됐다. 지금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랑했다.
“미국대학 유치하겠다”
오 시장은 반환기지에 대학을 유치하려고 100여개 국내 4년제 대학 모두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몇 개 대학이 찾아왔고 ‘캠프 님블’엔 침례대가 들어서게 된다.
“소요산 변두리에 ‘캠프 캐슬’ 부지가 2만평 있어요. 그 기지에도 대학이 와서 비밀리에 MOU를 체결했어요. 어느 대학인지 알려지면 그쪽 지역이 들썩이니 확실히 기지가 반환될 때까지 비밀에 부쳐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 대학은 경상도에 있는 대학입니다.”
그는 “미국대학을 유치하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제 개인적인 꿈은 그렇습니다. 미군 부대 면적이 동두천의 42%이지 않습니까. 미국이 쓴 땅이니 여기다 미국대학 분교 하나 오면 어떤가요. 미군 병사(兵士)도 공부할 수 있고 한국 학생도 공부한다면 좋지 않습니까.”
“동두천 발전을 위해 시급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즉답이 돌아왔다.
“제가 1995년에 경기도의원을 했어요. 그때는 경기도의회가 있는 수원까지 3~4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서울순환 외곽도로가 뚫리면서 수원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립니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연결하는 고속도로망만 연결되면 수원까지 최소 1시간 내에 갈 수 있어요. 기업이 오지 않으려는 이유가 물류비용 때문입니다. 도로문제가 제일 골치 아파요. 경기북부권은 외곽순환도로를 빼고 고속도로가 없습니다.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 건설을 시작한 지가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진척도가 저조한데, 정부가 예산을 찔끔 주니까 그래요. 과거엔 군사접경지역이니 도로를 잘 닦을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최근 한 일간지에 ‘미2사단을 한미연합군으로 재편하여 동두천에 계속 주둔케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 시장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동두천에 미군기지가 오게 된 것은 시민 의사와 관계없습니다. 이제 반세기 만에 미군이 떠나 2016년까지 다 떠나기로 돼 있어요.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떠나겠다고 결정했단 말이죠. 그런데 안 떠나고 또 있겠다? 전 솔직히 미군 보고 가라 마라 그런 말 안 합니다. 여기 있으려면 이제는 주둔비용을 내라고 요구할 겁니다.
앞으론 공짜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세금으로 치면 매년 200억~300억원은 손해 보고 살았는데, 앞으로도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국가가 필요해서 쓴다면 국가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왜 우리만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합니까.”
파주에서 그려 보는 한반도의 미래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오두산(烏頭山)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북한지역과 직선거리 460m로, 휴전선 155마일 중 비무장지대 폭이 가장 짧은 곳이다.
이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오래전 고구려·백제·신라가 쟁패를 벌인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만에서 마포나루로 향하는 황포돛배의 뱃소리가 가득했을 것이다.
역사책을 찾아보니, 파주는 삼국시대부터 남북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고려 때는 수도 송도가 파주의 머리 위에 있었고, 조선시대 서울은 파주의 발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는 지금도 자유로를 끼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단지가 파주에 들어서면서 경기북부 중에서도 가장 천지개벽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파주를 시샘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휴전선에서 불과 10km 떨어진 접경지역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단지는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처음 LG필립스가 한국투자를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LG필립스 측이 생산공장 설치를 놓고 밤샘회의 도중 경기도와 타이완 공무원에게 문의하는 과정에서 타이완 공무원은 새벽 1시쯤 퇴근해 전화를 받지 못했고, 경기도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남아 전화를 받아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도 경기도청 투자유치단은 LG필립스를 경기도 파주에 유치하기 위해 사무실에 모여 밤샘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LG필립스가 경기도로 입주를 확정하자 조를 편성, 30여명의 토지 소유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심지어 주야 교대로 대기하면서 사용 승낙서를 받아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또 “문화재가 출토되자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발굴인원을 추가로 투입시켰다. 발굴 속도를 높이려고 7000여 평 규모의 대형 비닐하우스를 세워 온풍기를 돌렸다. 발굴 땅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LG디스플레이 단지가 세워졌다.
경기개발연구원 경제사회연구부장인 김은경(金恩慶) 박사는 “파주는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설계 중), 인천공항 등 편리한 교통망을 갖춰 물류 수송의 최적지”라고 설명한 뒤 “유리한 입지뿐만 아니라 파주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산업단지 분양 때 1~3년 무이자 할부 납부, 특허나 실용신안 출원 비용지원 등 전방위로 애쓴 결과 파주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올해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외 투자기업 3곳 유치
이인재(李麟載) 파주시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내무부 공무원, 고양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파주시 부시장 등을 지냈다. 경기북부권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인물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시장은 “시정(市政)에 여야가 없다. 민주당 사람이라기보다 ‘파주당(坡州黨)’ 사람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에게 “몸부림치는 연천, 동두천보다 파주의 형편이 낫다”고 말하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중삼중의 규제로 옥죄는 접경지역인 파주 역시 다른 경기북부 지자체와 형편이 다르지 않습니다. 파주 역시 중첩규제 폐해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고, 그래서 연천 김포와 함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경기북부의 소득 손실만 해도 연간 5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다만 파주는 입지조건을 볼때 접경지역 중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통팔달’ 교통망 때문이죠. 파주는 통일로·자유로·서울∼문산 고속도로와 함께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으로 이어지는 교통 인프라로 물류수송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한다면 남북한 간 화해무드가 조성될 경우 이 지역은 남북한을 연결해 주는 중심지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타진하는 기업도 많아졌어요.”
―파주의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알려준다면 어떤 점을 조언하시겠습니까.
“사실은 앞서 말한 대로 사통팔달의 교통의 이점이 제일 큽니다만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점을 말씀드리면 ‘발 빠른 행정지원 시스템’입니다. 지구(地區) 지정부터 첫 삽을 뜰 때까지 다른 지자체가 2년 이상 걸리는 절차를 우리는 1년 이내면 충분합니다. 적성산업단지를 예로 들자면, 중소기업중앙회와 사업시행 MOU를 체결하고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사업승인을 따냈어요.
유치 확정 후에도 파주의 ‘애프터서비스(A/S)’는 지속합니다. 적성산단은 시가 나서 진입도로와 공업용수 등 산업단지 기반시설 지원사업을 위한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했어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주 북부지역에는 이미 LG클러스터(디스플레이·화학·이노텍)를 비롯해 월롱·당동·선유산업단지 등이 포진해 있다. 최근에도 외자유치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말이다.
“아시다시피 파주시에는 최근 몇 년 새 각종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외자유치도 활발합니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외 투자기업 3곳의 유치를 확정 지었습니다. 이 중 일본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업체인 이데미쯔코산(주)과 세계 3대 LCD용 유리 제조사 NEG(일본전기초자) 등 2곳이 파주 북부지역에 투자키로 했어요. 두 기업의 투자 규모만 8400억원에 육박하죠.
파주 북부지역은 통일로와 경의선을 따라 월롱∼파주∼문산역에 걸쳐 좌우로 형성돼 있습니다. 파주시는 이 산업단지들이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향후 통일시대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파주 문산·월롱, 인구 3만명 이상 증가
―최근 5년 동안 파주의 변화를 요약해 주세요.
“최근 파주시는 지난해 신규 인구 유입수가 2만3158명으로 전국 최고의 인구유입률을 보이고 있어요. 시 역시 통일을 대비한 중핵도시로의 채비를 서두르고 있지요. 금촌 및 교하지역과 운정 1·2지구 택지개발이 주요 인구유입 증가원인이지만 파주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해당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유치도 인구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던 해인 2006년에는 공장 인근지역인 문산읍과 월롱면을 합해 인구가 3만명 이상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외국기업들뿐 아니라 국내기업들의 파주지역 투자 또한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218개 국내기업이 파주에 신규투자를 했습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ASE코리아·LG이노텍·웅진씽크빅 등 대기업 8개 업체를 비롯해 중소기업 3283개 등 총 3291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여기에 고용된 인력만 6만85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반환 미군기지 개발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군반환공여지에 대학을 유치한다는 구상은 토지가격의 상승을 이유로 총장이 바뀌고 이화여대의 일방적 사업포기로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개발행위가 제한된 주변지역에선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아쉽지만 재정여건을 고려해 향후 공원 개발 쪽으로 방향을 잡되 주변지역은 자유제안 공모로 개발을 추진할까 합니다.”
하지만 공원으로 개발되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利點)이 있지만, 정부는 공원개발 허가에 미온적이다. 국방부도 민간업자에게 웃돈을 얹어 제값에 팔고 싶어한다.
현재 파주는 그야말로 변화의 땅이다. 낙후된 경기북부의 모델인지 모른다. 그러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가면 언제든 북쪽의 헐벗은 산천을 눈이 시리도록 만날 수 있다. 강 건너 이편과 저편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파주시가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접경지역이란 약점을 최대의 강점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어요. 당장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지만 남북 간 화해기류가 조성됐을 때 ‘통일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입니다.
이때가 되면 잘 정비된 기업환경을 토대로 남북한을 연결하는 중심도시로 부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소득손실 230조
이쯤에서 경기북부권의 현실을 좀 더 들여다보자. 이 지역은 한국군의 서부전선 주력부대가 배치된 곳이다. 군사령부 1곳, 군수지원사령부 1곳, 군단 3개, 사단 19개, 여단 11개가 주둔해 있다.
경기북부권 10개 시군과 인접 김포, 양평까지 합친 12개 시군의 군사시설 관련 총규제지역 면적(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훈련장, 사격장 등)은 해당 지역 전체 행정구역의 39.5%를 차지한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은경 박사는 “경기도 전체가 23.5%이고 경기남부는 8.8%, 경기북부는 43.8%, 파주는 90.9%, 연천은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는 도시개발 제한, 재산권행사 제한, 훈련으로 인한 교통혼잡 등 수없이 많지만 그런 불이익을 수십년간 감수해 왔으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경기북부와 인근 12개 시군의 과거 5년간(2006~2010) 소득손실은 230조7991억원이며, 올 들어서도 51조1274억원으로 추산된다고 경기개발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그중 연천이 72조2000억원으로 손실규모가 가장 크고 파주 92조7000억원, 김포 46조4000억원, 포천 21조원 등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경기도 전체를 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수도권의 과잉 인구집중화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부(富)와 중추관리 기능의 집중뿐 아니라 미래잠재력까지 환산하면 더 벌어진다. 역대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써 왔지만, 번번이 실패해 왔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성숙도도 더 높은 편입니다. 우리는 압축적인 성장을 해 왔기에 도시화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진전되고 집중도도 높은 편이죠.
경제가 발전하고 성숙해 가면서 수도 내지 대도시 집중화 현상은 점차 완화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아직 우리나라가 서울에 집중된 것은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분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인구의 탈(脫)수도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해요.”
그는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철학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상생발전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을 ‘제로섬’으로 파악해 수도권 해체론의 관점에서 수도권 규제를 추진했다고 봅니다. 시장경제의 발달에 따라 집중 후 분산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정치논리와 지방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득표전략이 균형발전정책으로 이어졌어요.”
또 “세계적으로 지역격차의 개념은 도시와 농촌 간 지역격차를 의미하며 광역자치단체 간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으로 분리시켜 각 지역경제의 차별성과 상이한 이해관계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분리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수도권의 규제완화에 완강한 입장이다. 그나마 수도권 집중을 막은 수정법을 손질하면 개발이익의 집중과 비수도권의 낙후가 가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또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 발전역량 강화는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의 효과는 즉각적”이라고 주장한다. 김 박사의 말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80%가 충청권과 강원권 일부로 이전하고, 영호남 지역으로의 이전은 거의 없어 수도권 범위가 확장되면서 지역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요. 현재와 같은 수도권 규제의 논리라면 충청권을 규제해야 영호남이 발전하며, 영호남 등 내륙을 규제해야 제주도가 발전한다는 논리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6월부터 한 달 동안 기업이전과 관련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714곳 가운데 2008년 10월 수도권 규제 일부 개선 이후 이전한 기업은 74개 기업이었다. 이 중 49개 기업이 경기도내에서 이전, 16개는 서울, 5개는 인천에서 온 기업이었다. 김 박사의 계속된 지적이다.
“대부분의 이전 기업들이 경기도내에서 이동하거나 수도권 내 이동을 한 것에 불과했어요. 실제 지방에서 이전해 온 기업은 4곳으로 구미, 천안, 청주, 전북 등지에서 왔습니다. 수도권은 지가(地價)가 비싸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쉽게 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기업이 이전을 결정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판매시장이나 효율적 생산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규제개선이 지방 기업들을 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경우도 매우 미미한 것이 현실입니다.”
경기북부와 경기남부의 경제적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경기북부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그래서 북부와 남부를 나누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기도내 지역격차는 일종의 ‘남북문제’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2009년 기준 지역총생산(GRDP)이 경기도내 1위인 경기남부 용인시의 GRDP는 도내에서 GRDP가 가장 낮은 경기북부 연천군의 약 24.2배입니다.
경기북부는 제조업 기반이 미흡한 동시에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 제조업도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기준, 경기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시 인구는 연천군의 24.1배이며, 종사자 수는 수원이 연천군의 27.6배나 됩니다. 또 인구밀도의 경우 남부의 부천, 광명, 수원, 성남 등은 인구과밀 지역이지만 경기북부의 연천군이나 가평균은 ㎢당 100인도 안되는 인구과소 지역입니다.
제조업 생산액은 경기남부 화성이 경기동부 양평군과 경기북부 가평군의 341배에 이르죠. 재정력지수가 가장 높은 화성과 가장 낮은 연천은 격차가 5.3배입니다.”⊙
경기도 북부의 연천, 동두천, 파주, 포천, 양주, 고양, 구리, 의정부, 남양주, 가평 등 10개 시군을 말한다. 부자동네 서울과 함께 꽁꽁 수도권 벨트에 묶여 있지만 검문·검색을 거쳐야 갈 수 있는 휴전선(休戰線)의 땅, 수도권이라 부르기에 면구스러운 곳인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연천과 동두천은 가장 가난하다.
그곳에는 사철 푸른 군복을 입은 스무 살의 사내들이 득시글댄다.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이 결박당한 반도(半島)의 허리를 휘감아 흐르고, 떠나간 미군(美軍) 기지와 떠나갈 미군들이 아직 주둔해 있는 곳이다. 군인 반(半), 민간인 반이 어울려 사는 그곳에서는 좀체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논밭을 갈아엎어 싼값에 공장터를 닦았으나 분양률은 절반 이하다.
사람들은 역사적 연륜을 간직한 후삼국(後三國)과 고려개국(高麗開國)의 공간이 그렇게 지뢰밭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에 무덤덤하다. 알면서도 체념한다. 마찬가지로, 통일 후 한반도의 미래가 그곳에서 잉태(孕胎)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기자는 9월 초 연천과 동두천, 파주를 중심으로 경기북부 지역을 둘러보았다. 첩첩이 터 잡고 앉은 산과 넓은 가을평야, 3번과 37번 국도, 371번과 372번 지방도로 이어진 마을과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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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군은 전 면적의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군 작전차량이 한쪽 길을 막아서기 일쑤다. |
‘양주별산대’의 양주를 찾아갔다. 예전의 양주는 몸집이 컸다. 1986년 전만 해도 의정부·동두천·남양주·구리가 전부 양주 땅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 분가(分家)시켰다.
몇년 사이 양주와 의정부, 동두천 등 3개 도시의 통합논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양주가 반대했다. 시세(市勢)가 의정부에 밀려, 그나마 성장 중인 양주의 잠재력을 뺏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 위로 삼팔선과 민통선이 가로놓여 ‘군사작전지역’인 연천과 포천은 지금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땅이 군사보호시설로 묶여 있고 사단장(師團長)의 허가 없이는 화장실도 못 고친다.
경기도청에 가서 물어보니 연천과 가평·양주·포천에는 영화관이 없다고 한다. 또 연천·가평·동두천·양주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그러나 경기북부 지역에는 316만명이 살아가고 있다. 전국 시도 중 서울(1053만명·2011년 현재)과 경기남부(908만명), 부산(359만명), 경남(337만명)에 이어 5번째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 노인 수는 늘고 젊은이는 줄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평균을 밑돌고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연천과 구리·남양주는 대학이 없다. 대학이 없으면 대학과 연계된 취업이나 산업기반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도내 격차가 심화하자 경기 남부와 북부를 분도(分道)해 북부를 비수도권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연천으로 가는 길
서울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간선도로는 낡고 비좁았다. 갑자기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고,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어나길 반복했다. 꼬불꼬불 도로는 군부대 옆을 지나고 별안간 훈련장으로 향하는 탱크 대대가 길을 막아 섰다.초가을 파주·연천의 들녘이 차창으로 흔들렸다. 분단의 협곡마다 물줄기를 아우르며 흘러온 임진강과 한탄강은 문산에 이르러, 연천을 굽이치며 몸을 뒤척였다. 물새들은 고요히 날아가고 날아오고….
연천군의 경우 거의 전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인데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이 각각 29.8%와 70.2%를 차지한다. 29.8과 70.2를 더하면 도대체 쓸 만한 땅이 얼마나 되는지 아득해진다. 군사시설은 대개가 비과세(非課稅)이자 면세(免稅)다. 연천군의 재정자립도가 27.6%(전국 평균 52%)에 불과한 이유다. 여기다 군사활동으로 인한 소음, 진동, 건물파괴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천군 청산면 초성1리에서 만난 차상필(車相弼)씨는 군(郡) 일대에 연탄배달을 32년째 하고 있다. 마을 이장 시절, 인근 탄약고(562ASP) 이전 시위를 주도한 적도 있다.
“어휴, 초성리는 탄약고 때문에 마을이 죽어 버렸어요. 탄약고 반경(半徑) 660m 안에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짓습니다. 그나마 옛날에는 반경 2km였어요. 지금 대부분의 가옥이 썩은 집이지요. 7~8년 전만 해도 이 마을에 주민 680명 정도가 살았지만, 지금은 다 떠나고 385명 정도입니다. 허가가 안 나니 불법으로 몰래 집을 짓기도 해요. 등기 없는 집이 과반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과태료 나와도 그냥 삽니다.”
차씨가 사는 청산면은 일대가 모두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곳에 주둔한 부대만 28개가 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면적당 군부대 수가 제일 많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전국에서 군부대가 많기로 연천군이 으뜸이라면 연천 내에서 청산면이 최고입니다. 동네마다 부대가 없는 곳이 없어요. 탄약고가 있으면 주택 신축과 아파트·학교도 못 들어섭니다. 도로·철도·가스 등 기반시설도 금지됩니다. 땅이 있어도 재산권 행사가 어렵고 지가(地價)는 바닥입니다. 청산면은 연천군의 첫 관문이자 3번과 37번 국도 및 경원선 철도가 통과하는 요지이지만 탄약고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해요. 주민 385명(185세대)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35세대, 독거노인이 53명입니다. 이 마을에서 40년 이상 산 사람은 40세대밖에 없어요.”
500억 對 350억
연천군 초성리역은 일본 강점기인 1914년 지어졌다. 경원선의 간이역으로 의정부역에서 28.4km 떨어져 있다. 세월만큼이나 아름다운 꽃이 많아 간이역은 거의 식물원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소요산역까지 이어진 수도권 전철 1호선을 초성리역을 지나 연천역까지 연장하는, ‘경원선 복선전철 사업’을 작년 11월 고시했다. 계획대로라면 실시설계를 거쳐 2013년 착공해 2017년 개통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3801억원.
그런데 초성리역 구간에 있는 탄약고 탓에 말썽이 생겼다. 기존 노선이 폐쇄되고 탄약고를 우회하는 노선이 생길 판이다. 연천군 기획감사실 홍보디자인팀장 임광진(任光鎭)씨의 말이다.
“기존 경원선 국철 노선이 있었고 나중에 탄약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새로 전철을 놓으려면 기존 노선을 피해 가라는 겁니다. 곧장 가야 할 길을 빙 돌아 우회해야 할 판입니다. 노선을 우회하면 건설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취재 도중 만난 김규선(金圭善) 연천군수도 같은 얘기였다.
“초성리역이 98년 됐어요. 하지만 탄약고 때문에 연장 노선 승인을 안 해 줍니다. 탄약고 반경 660m 안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겁니다. 초성리역이 더 오래됐는데도 말입니다. 동두천 오다 보면 신촌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건너서 산으로 들어갔다가 탄약고를 우회해서 약 1.5km 내려오도록 노선설계가 진행 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리도 놓고, 터널도 뚫어야 해요. 건설비용이 아무리 안 들어가도 5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물론 방법은 있다. 탄약고를 지하화(地下化)하면 된다. 지하화 예산은 대략 350억원으로 추산된다. 어림잡아 생각해도 탄약고를 지하화하는 것이 저렴하다. 계속된 김 군수의 말이다.
“우회노선을 안 만들려면 탄약고를 지하화하면 됩니다. 그 비용이 350억원 정도가 들어요. 군 당국은 ‘원하면 너희 예산으로 지하화하라’는 겁니다. 이곳에 누가 먼저 살았나요? 주민이 먼저 살았고 나중에 군인이 온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우리보고 돈을 대라는 겁니다. 우리한테 그런 큰돈이 어디 있습니까. 또 우회노선 사업 500억원과 탄약고지하화 사업 350억원 중 어느 쪽이 쌉니까. 아무리 말해도 허공의 메아리입니다.”
인내해 온 주민에게 더 많은 포 사격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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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약고가 있는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 주변 가옥. 탄약고 반경 660m 안에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짓는다. |
마을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랬다. “전국 각처에 포 사격 민원이 잇따르자 신답리 진지 훈련장을 불도저·굴삭기를 동원해 크게 확장했다. 그러자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사단, 강화도에 있는 해병대 사단, 서울 수도방위사단 등 전국의 포병단이 신답리에서 훈련한다”는 것이었다.
마을 이장 구자순(具玆淳)씨를 만났다. 그는 “군 당국이, 수십년간 포성의 피해를 인내하고 참아 온 주민들에게 더 많은 포 사격을 선물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드문드문 포성이 들렸다. 기자도 화들짝 놀랐다. 이장이 빙그레 웃으며 지도를 펴서 신답리 주변 진지 훈련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집은 ‘거저울 훈련장’과 몇 십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연평도 사태 이후 한 번에 포를 30~40발 쏘기도 하고 기동훈련을 하면서 이동중에 포를 쏘기도 합니다. 주민들이 굉장히 위험해요. 도저히 소리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한 부대가 훈련을 마치고 나가면 다른 부대가 와서 또 포를 쏩니다. 군용 트럭이 지나가면 도로에 흙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군부대에서 세차 시설을 갖췄으나 도로에 들러붙은 진흙은 쉽게 떨어지지도 않아요. 길이 이 모양이니 외지인들이 안 옵니다.”
그는 “이 마을은 주로 버섯, 포도, 벼농사를 하며 살아간다. 토질이 좋아 포도는 100% 직거래로 판다. 지금은 거래가 예전만 못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구씨는 신답리 주민의 염원이 담긴 ‘포 사격 결사반대 성명서’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눈대중으로 읽어 내려가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지축을 흔드는 궤도 차량이 굉음을 내며 동네 한가운데를 질주하여 흙먼지를 만들고, 길가 집들의 벽에 금이 가거나 전등이 떨어지고, 꼭두새벽부터 집안을 흔드는 궤도 차량의 횡포로 주민의 단잠을 깨우고, 마을이 표적인양 한가운데 포탄이 낙탄되어 앞마당과 지붕을 뚫었으며, 지나가던 자동차에 포탄 파편이 떨어져 유리창이 깨지고…>
인적 드문 백학산업단지
기자는 연천군 백학면 통구리에 있는 백학산업단지를 찾았다. 왕복 2차선 371번 지방도를 따라 후미지지만 넉넉해 보이는 들판을 한참 지났다. 가면서도 몇 번이고 이 길이 산업단지로 향하는 길인지 의심이 들었다. 낡은 2차선 지방도가 굽이져 있었다. 주유소에 들러 “이 길이 산업단지 길이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2011년 4월 준공할 당시 백학산업단지는 연천의 첫 산업단지로 기대를 모았다. 평당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인근 양주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싸다고 한다. 여기다 분할판매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겠다는 기업이 없다. 오겠다고 계약금까지 낸 업체 7곳도 포기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분양대금의 10%로 약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 업체들은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천을 떠났다. 7억원이 연천군의 부수입이 됐지만 마뜩찮기는 마찬가지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난감해했다.
“평당 62만원에 판매했어요. 우리는 100% 분양을 자신했어요. 인근 양주만 해도 평당 180만원입니다. 그런데 안 들어옵니다. 파주 적성산업단지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분양률이 90%입니다. 적성은 우리 연천과 몇 km 차이가 안 나요.”
백학산단은 준공한 지 2년 가까이 되지만 43만900㎡에 달하는 단지에 잡초가 가득했다.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7곳. 그러나 산업단지를 만들 때만 해도 분양률이 60%를 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41%로 줄었다고 한다.
연천군 투자유치 일자리 팀장인 박국현(朴國現)씨의 말이다.
“전문기술자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할 만한 기술자가 여기에 없어요. 접경지역이고 낙후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있습니다. 또 이곳에 오는 업체 대부분이 수출로 먹고사는데 물류비용이 타지역에 비해 많이 소요된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아요. 자유로를 타고 문산인터체인지(IC)에서 벗어나면 37번 4차선 국도가 시작되는데, 적성면까지 와서 뚝 끊어져요. 적성~연천 구간만 낡은 2차선입니다.”
당초 백학산단이 준공할 때쯤 단지에서 백학면사무소 앞까지 4차선 도로가 구획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확보가 어려워 도로확장이 지연돼 버렸다. 박 팀장은 “행정수도 이전과 4대강 사업 같은 정부 정책사업에 밀리면서 지연됐다. 게다가 군부대 차량이 많아 4차선이라면 교행할 수 있지만 2차선은 어렵다. 정체가 심하니 기업들이 외면한다”고 했다.
언제쯤 확·포장이 가능할까.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았다. 교통건설국 도로계획과 박성식(朴成植)씨는 “지방도 371호선 파주 적성~연천 두일까지 7.2km는 현재 토지보상이 27%가량 진행됐다. 내년부터 보상이 끝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지금 계획으로는 2016년 완공 예정”이라고 했다.
“차라리 강원도로 보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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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선 연천군수. |
“아시다시피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은 1982년 국토평준화,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번영, 수도권 기업 인구과밀화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서울과 인천·경기도를 수도권으로 묶어 버렸어요. 지역별 낙후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이뤄졌어요.”
김 군수는 “연천에는 10인 이하 기업만 93개 있다. 100인 이상 기업은 하나도 없다. 수정법에 묶여 기업도, 대학도 못 들어왔다”고 했다.
“수도권이란 이유로 되레 다른 지방에 역차별을 받고 있어요. 기업들이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가면 부지구매 자금부터 세금감면 등 많은 혜택을 주는데, 우리는 수도권이란 이유로 혜택을 못 줍니다. 그러니 연천은 상대적으로 계속 낙후되고 인구가 줍니다.”
연천군의 경우 1982년 7만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4만5000명으로 줄었다. 많을 때는 연간 1000명 이상씩 줄었다고 한다.
“정부는 타당성 조사나 교통량 조사를 한 뒤 차량이 많은 곳에다 우선 도로 확·포장 예산을 배정합니다. 우리는 인구도 없고, 교통량도 적으니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도로 포장률이 전국 최하위인 54% 밑입니다. 그래서 연천군을 수정법에서 제외해 달라는 겁니다.”
설령 수정법에서 연천군이 제외된다 해도 전 지역의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있다. 또 문화재보호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이 있다. 연천에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등 각종 유적이 즐비하다.
“다른 규제도 많지만, 수정법 하나만이라도 없애 달라는 겁니다. 법 개정이 어려우면 시행령이라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불변(不變)입니다. 주민들은 차라리 강원도로 편입시켜 달라고 합니다. 수도권이라고 덕 보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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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가 무성한 연천군 백학산업단지. 현재 분양률이 41%라고 한다. |
“비수도권 중에 우리보다 힘든 지자체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사실 수정법으로 혜택받는 곳은 충청도입니다. 기업들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도로 내려가니까요. 수정법에 손대려면 충청권이 반발합니다. 연천이 주장하는 것은 수정법을 획일적으로 묶지 말고, 지역별 여건과 형편, 낙후 정도를 분석해 연천뿐 아니라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의 낙후지역도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답답하다면서 이런 말도 했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연천은 몸이 불편한데도 발까지 묶어 놓고 달리라고 하면 경쟁이 되겠습니까. 접경지역에다 군 전체가 군사시설인데 수정법에까지 묶여 있으니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획일적 잣대로만 이야기합니다.”
김 군수는 “연천의 재정자립도가 27.6%다. 연천군 규모에서 수정법을 푼다고 다른 지역에 얼마나 피해가 갈까?”라고 반문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연천이 제일 열악하고 그다음이 가평인데, 가평도 1년에 인구가 4000~5000명이 늘어 6만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여주, 양평도 계속 증가하고 있잖아요. 인구증감, 기업숫자, 경제적인 활동 등 모두를 조사해 수도권이라는 개념을 다시 논의하자는 겁니다.”
그래도 김 군수는 요즘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올 2월부터 조금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매달 40~50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실 연천군의 ‘인구 5만명 회복 프로젝트’는 눈물겹다. 귀농자에게 최고 1940만원을 지원해 주고 헌집까지 수리해 준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200만원, 셋째는 500만원을 준다. 다른 지역의 출산축하금이 30만~4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나다. 7종의 예방접종을 무료로 하고 학생 학비지원금, 다자녀가구 장학금 등 연천군이 내놓은 혜택이 44가지나 된다고 한다.
“너무 기쁩니다. 인구가 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올 8월 말 현재 790명의 인구가 늘었어요. 지금은 이렇지만, 연천군은 어마어마한 비전이 있습니다. 서울보다 면적이 1.2배나 넓고 평야도 많아요. 한탄강·임진강이 흐르고 토질도, 기후도 손색이 없어요. 연천, 철원이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미군기지와 함께한 동두천 60년
동두천 하면 양공주, 기지촌이 떠오른다. 올해로 꼭 20년이 된 기지촌 종업원 ‘윤금이씨 피살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가장 잔혹한 미군 성범죄로 기록된 이 사건은 1992년 주한미군 2사단 소속 이병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불거졌다. 반미(反美)운동으로 번져 결국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의 빌미가 됐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포천과 양주, 연천과 접한 동두천은 한국전쟁 당시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1951년 7월 미 보병 제24사단이 진주하면서부터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뤄졌다.
한종갑(韓鍾鉀) 동두천시 재향군인회장은 “처음엔 인구 2000명도 안되었는데, 6·25 때 미군이 들어오면서 기지촌이 되었다. 당시 미군이 주민의 10배였다”고 했다. 또 “휴전 직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67달러일 때 미군 상등병 연봉 840달러는 국민 13명의 소득에 해당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1950~60년대 동두천은 상대적으로 살 만한 고장이었다. 외지인이 동두천으로 몰려들면서 ‘돈두천’이라 불렸다. 미군을 상대로 한 서비스업이 중심이었다. 산업생산시설이 없던 동두천은 이후 발전이 정체되었다. 1968년 6만명이던 인구는 현재 9만여 명으로 증가율이 미미하다.
사실, 동두천시 전체면적(95.68㎢)의 42%(40.63㎢)가 미군기지다. 미군 주둔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동두천 시민에겐 적지 않은 장애물(障碍物)이었다. 도시개발의 정체(停滯)와 기형적(畸形的) 성장이 이뤄졌다. 미군기지는 동두천의 재정수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 전체면적의 68%가 임야(林野)여서 공장이 들어설 공간도 없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전 국토 면적의 0.1%밖에 안되는 동두천에 전국의 미군기지 17%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동두천에는 6개의 미군기지가 있었다. ‘캠프 님블’과 ‘짐볼스훈련장’은 반환되었으나 ‘캠프 케이시’, ‘캠프 호비’, ‘캠프 캐슬’, ‘H-220 헬리포트’는 2016년 무렵 반환될 예정이다. 아직 반환이 안된 땅이 많지만, 미군 수가 급격히 줄었다. 많을 때는 1만500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5000~6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1982년 12월 제정됐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서울을 포함한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배치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을 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한 계획을 말한다.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공공청사·연수시설·그 밖의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신·증설, 공업지역을 인·허가할 수 없다. 만약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건축하려면 과밀부담금을 내야 한다. |
“영향력 있는 사람도 없고 되는 일도 없고…”
동두천 의용소방대장인 홍인식씨는 5살 때부터 살았으니 토박이에 가깝다. 전직 동두천 시의원인 그는 “과거엔 비록 기지촌 소리를 들었어도 동두천만큼 잘사는 곳이 없었다. 미군이 많이 있을 때는 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상품, 직업, 여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미군이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면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홍씨는 “태백에 광부들이 떠나면서 생기는 현상처럼 동두천도 내려진 가게셔터, 불 꺼진 사무실을 볼 수 있다”며 “집값이 싸니까 잠만 자는 사람이 들어오지만 65세 이상 노인이 13.4%나 된다. 장애인과 노인 수가 2만5000명(전체 9만6000명)이나 된다. 그만큼 심각하다”고 혀를 찼다. 그의 말이다.
“산업기반시설이 없어요. 그나마 중견급 생닭 가공공장이 있었는데, 공장확장이 어렵자 평택으로 가 버렸어요.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수도권이라고 각종 규제로 묶어 버리니 낙후지역이 더 낙후된 것이죠. 미군이 지금까지 월세 한 번 안 내고 공짜로 땅을 쓴 것 아닙니까. 그걸 계산하면 몇조 원이 될 겁니다. 동두천이 그런 희생을 했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합니다. 우리가 반환 미군기지 터를 개발하겠다고 대책위도 만들고, 청와대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국회 앞에서 데모까지 했는데 크게 나아진 게 없습니다.”
그는 “동두천이 만만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우리도 HID 북파 부대처럼 가스통 갖다 놓고 제대로 시위 한번 하자고 시민끼리 공감대를 형성 중”이라고 했다.
동두천 자유총연맹 최선용(崔善鎔) 사무국장은 “수정법 때문에 YS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5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했다”며 “인구 9만6000명인데 10만을 못 채운다. 일터가 있고 발전성이 있어 외지인 들어오면 몰라도, 그게 없으니 안된다. 걱정이 많다”고 했다.
“2016년까지 미군기지가 모두 반환되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 힘으론 안됩니다. 지금까지 별짓 다 해도 잘 안됐어요. 영향력 있는 사람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요. 동두천이 국가안보를 위해, 외화획득을 위해 희생한 부분을 정부가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의·양·동의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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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월 26일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설맞이 행사에서 미군 병사와 가족들이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 |
안 시장은 “의정부 뿌리가 양주인 만큼 통합된다면 시 명칭을 양주로 하는 데 찬성한다”며 “시 청사도 3개 시 중간지점에 건립해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오세창(吳世昌) 동두천시장은 통합에 무조건 반대한다. 기왕에 통합하려면 “‘의·양·동’에다 포천, 연천까지 다 합쳐라. 그럼 찬성하겠다. 의·양·동을 합치면 75만명이다. 연천은 4만5000명, 포천은 거의 20만명이 된다. 그럼 100만 도시가 된다.”
기자는 오 시장을 만나 통합 반대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동두천은 규제가 심하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시장이 규제가 없는 곳에 투자하려 하지, 규제가 심한 곳에다 규제와 싸우면서까지 투자하겠습니까. 의·양·동이 통합하면 규제가 많은 동두천은 아무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동두천 전체 인구가 의정부 2개 동과 비슷합니다. 통합되면 현재 8개의 동은 2~3개 동으로 줄 겁니다. 집안의 가장(시장)이 없고, 시의원도 주는 대신 동장(洞長) 2~3명이 커버하는 일이 생길 겁니다. 동두천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에 대해 한종갑 재향군인회장은 동두천의 여론을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는 찬성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런데 통합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동두천은 인구가 적어 시의원 배정도 의정부와 양주에 훨씬 못 미치고 군부대와 산악지대가 많아 가뜩이나 규제가 심한데 기업이 들어올까? 자칫 더 몰락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그래서 처음보다 ‘함부로 찬성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더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종 자유총연맹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동두천이 발전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환 미군기지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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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4월 14일 동두천 미군클럽 종업원 윤금이씨 살해사건 선고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법정 밖 모습. 시민들이 진상 규명과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한미군 반환기지는 23곳. 이 중 한국군이 사용하는 5개소와 활용이 불가능한 5개소를 제외한 13개 기지에 대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명칭은 ‘주한미군 반환 공여(供與)구역 개발사업’. 면적으로 볼 때 경기도의 반환 공여지는 173㎢로 전국의 97%에 이른다. 이 중 83.8%인 145㎢가 경기북부에 위치한다.
기자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았다. 경기도 균형발전과 공여구역담당 김학친(金學親) 사무관은 “반환 미군기지와 그 주변을 개발하는 공여지 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떠난 기지에 처음에는 민자유치 실적이 좋았어요. 대학도 들어오고 기업이나 병원도 들어오려고 타진해 왔어요. 지자체는 공여지가 ‘기회의 땅’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국방부 매각 방향이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경기북부 지역 미군기지 매각대금이 평택 미군기지 사업의 세입(稅入)이 된 것이다. 국방부 입장에선 가능한 높은 가격에 팔아 평택기지에 보태려 생각했다.
김 사무관은 “지금은 부동산 경기 불황이 겹쳐서 반환 공여지를 사겠다는 민간업자의 투자도 없고, 국방부가 지자체에 자체 개발이 가능하도록 부지개발 권한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김 사무관과 함께 의정부 일대의 반환 기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의정부에는 모두 8개의 미군기지가 있다. 이 중 ‘캠프 스탠리’, ‘캠프 레드크라우드’, ‘캠프 잭슨’을 제외하고 5개 기지가 반환됐다.
“의정부 내 일부 반환기지는 환경 정화한다고 땅을 갈아엎으면서 지금은 황무지(荒蕪地) 상태로 있어요. 시나 도에다 개발권한을 주면, 나중에 개발이익을 국방부에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국방부는 무조건 땅값 내고 사든지, 아니면 민간사업자에게 팔려고 합니다.”
꽉 막힌 경기북부의 길
경기도 교통건설국 박성식씨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도로 투자에 소극적이고, 지자체마저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지역의 병목현상은 지긋지긋하다 못해 끔찍하다. 동두천에서 양주~의정부로 이어진 국도 3호선은 상습정체 구역이다. 간신히 이 도로를 벗어난다 해도 ‘거북이’ 동부간선도로와 마주해야 한다. 경기도는 상습정체 구역을 해소하기 위해 ‘국도 대체 우회도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전체 4공구(의정부 장암~자일, 의정부 자금~양주 회천, 양주 봉암~동두천 상패, 동두천 상패~연천 청산) 26.9km 중 15.6km가 부분개통된 상태. 내년에 장암~회천 구간이 개통되면 동부간선도로에서 회천까지 교통신호등 없이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동두천 상패~청산 구간 9.82km다. 현재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국도 대체 우회도로의 경우 보상비를 지자체에서 100% 대야 한다. 동두천에 보상비 587억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도로계획과 박성식씨는 “동두천 형편을 감안해 국토부, 기재부를 찾아가 보상비를 국비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울외곽순환도로 중 민자로 추진한 경기북부의 통행요금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추진한 남부에 비해 2.5배 이상 높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북부는 36.3km당 통행료가 4500원인데 경기남부는 91.7km당 4600원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균형발전과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한 통행요금 인하가 필요하고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사업으로 전환(사업시행권 매수), 특별회계 도입, 법인세 및 부가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
부지 매각을 時價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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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 캠프 케이시 앞에 위치한 보산관광특구. 상인들은 “미군이 떠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울상이다. |
당초 파주의 ‘캠프 에드워드’, ‘캠프 자이언트’, ‘캠프 스텐톤’은 각각 이화여대와 서강대, 국민대가 관심을 표명, 반향이 컸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백지화된 상태. 김 사무관의 계속된 말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지금까지 수도권으로 대학이전이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여구역 특별법’에서 예외가 생긴 겁니다. 정원 채우기 어려운 대학들이 수도권에 들어오면 학생 수를 채울 수 있다고 보는가 봐요. 처음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는 지자체가 큰 희망을 걸었는데, 유명 대학은 관심이 없고, 국방부는 누가 오든 돈만 주면 판다는 입장입니다. 그나마도 10여 개의 반환 미군기지는 개발계획도 없이 황무지로 그냥 버려져 있어요.”
김 사무관은 동두천을 예로 들며 “동두천은 시 전체 면적의 42%가 미군기지”라며 “60여 년간 불편을 감수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동두천 품에 안기게 됐다. 그런데 국방부가 그냥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아니라 매각하려 한다. 게다가 매각 방향이 감정가(鑑定價)”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가가 높게 책정되니 관심이 있어도 못 들어옵니다. 부동산 경기까지 안 좋으니 매각도, 개발도 안되고 있어요.”
이번에는 경기도 균형발전과 최영두(崔泳斗) 과장의 말이다.
“미군이 떠났으니 기지를 주민들의 편의시설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땅을 그냥 가져가라는 게 아니라 사서 가져가라는 얘깁니다. 그 큰 면적에 땅값이 좀 비쌉니까? 그런데 서울의 용산기지는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그 땅을 무상(無償)으로 서울시에 줬어요. 우리에게만 차별한 것이죠.”
용산 미군기지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까지 제정하며 1조5000억원의 국비와 267만여㎡(81만평)나 되는 땅을 서울시에 무상 제공했다. 한마디로 용산기지는 이전비용도 정부가 내고 법률까지 만들어 국립공원으로 조성한 뒤 서울시에 제공키로 한 것이다.
최 과장은 “경기북부권에 반환기지는 그림의 떡”이란 말도 했다.
“경기북부 지역의 가난한 지자체 입장에선 개발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땅이 좋으면 뭐합니까. 그림의 떡인데…. 그게 아쉽습니다.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평택에다가 미군기지를 조성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드니까 반환기지를 팔아 메우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세요. 엄밀히 따지자면, 수십년간 미군이 경기북부 지역에 주둔해 지역발전을 막았잖아요. 지금 동두천은 미군이 싹 빠져나가니까 붕 뜬 상태입니다. 미군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동두천이 지금의 양주 정도는 발전했을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미군기지 때문에 지역경제가 발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산업시설도 없는 기형적인 성장이지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주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크게 방향전환을 해 줘야 합니다.”
동두천, 전체 면적 68% 산이고 42%는 미군기지
오세창 동두천 시장은 시장 6년차다. 과거엔 당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당적(無黨籍)이다. 그는 “시장 4년 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것이 5년차가 되면서 서서히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동두천 봉제산업을 선도할 ‘두드림 패션지원센터’가 착공했고, 6월에는 1조6000억원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첫 삽을 떴다. 동두천시 전체 면적의 68%가 임야라는 점을 활용, ‘세계산악자전거(MTB)대회’를 지난해 처음 열었다.
“보세요. 동두천에 전체 땅의 68%가 산이고, 42%는 미군기지입니다. 그것 빼고 저것 빼면 주민들이 개발해 살 땅이 없어요. 산지개발에 눈을 돌렸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산지개발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산림 1등급지’가 동두천 면적의 28% 정도입니다. 1등급지 산은 무조건 손을 댈 수 없어요.”
전철 1호선 동두천 중앙역에서 포천 방향으로 20km가량 떨어진 곳에는 해발 737m의 왕방산이 솟아 있다. 이 산은 왕위에서 물러난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도중 왕자들의 골육상쟁 소식을 듣고 이 산의 왕방사(지금의 보덕사)에 며칠 머물렀다 해서 붙여졌다. 동두천시는 이 왕방산을 동두천을 넘어 국내 산악레포츠의 ‘메카’로 만들 생각이다.
“동두천에는 작은 기업, 큰 기업 합쳐 100여 개밖에 없고 쓸 만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양주나 포천은 그나마 땅이 넓지만, 동두천은 이들 도시의 1개 면 크기에 불과합니다. 그곳엔 업체 수가 3000~4000개나 돼요. 솔직히 동두천은 땅이 좁아 산업단지로 먹고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산이 많으니 산악레포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동두천의 꿈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작년부터 ‘세계MTB대회’를 주관하고 있어요. 오는 10월 28일 2회 대회를 엽니다.”
MTB 대회 코스가 임도다. 임야가 많은 점에 착안했다. 처음 35km로 만들어 놓고 MTB 국가대표를 동두천에 불렀다고 한다. 오 시장은 “와서 타 보고 불편한 점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고치고 개선하여 지금의 43km 국제코스가 됐다. 지금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랑했다.
친인척이 이 마을을 방문하려면 미리 미군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체류기간도 3일을 넘길 수 없다. 동두천 기획감사실 염필선(廉弼善)씨는 “마을주변 미군 부대 내의 묘지(110여기)에 성묘하거나 벌초할 때도 미리 미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동두천 공무원 2명과 함께 부대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차량은 허가를 받은 차량만 진입이 허용돼 양해를 얻어 관용차량을 빌려 탔다. 동행한 한 공무원은 “영내에는 32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했다. 10여 분을 저속으로 달려 걸산동 입구에 도착했다. 다시 출입증을 보여주고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산 중턱에 드문드문 마을이 보였다. 한 주민은 “홍·박·노씨가 이 마을에 오래도록 살고 있다. 출입증이 없던 시절에는 방아 찧어 지게에 지고 산을 넘어 장에 가야 했다 ”고 말했다. 시내로 가는 또 다른 방법은 마을 뒷산의 임도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3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느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불편하지만, 운명이겠거니 하고 살아요. 공기가 좋잖아요. 젊은이는 다 떠나고 노인들만 살아가고 있어요. 고추, 들깨 농사지어서 대처에 사는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고 합니다. 캠프 케이시는 2016년 반환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아요. 부대가 크고 잘 정리돼 있잖아요. 이런 좋은 시설을 버리고 떠난다고요? 전 그 말 믿지 않아요. 가더라도 절반만 비워지지 않을까요?” |
“미국대학 유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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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창 동두천시장. |
“소요산 변두리에 ‘캠프 캐슬’ 부지가 2만평 있어요. 그 기지에도 대학이 와서 비밀리에 MOU를 체결했어요. 어느 대학인지 알려지면 그쪽 지역이 들썩이니 확실히 기지가 반환될 때까지 비밀에 부쳐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 대학은 경상도에 있는 대학입니다.”
그는 “미국대학을 유치하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제 개인적인 꿈은 그렇습니다. 미군 부대 면적이 동두천의 42%이지 않습니까. 미국이 쓴 땅이니 여기다 미국대학 분교 하나 오면 어떤가요. 미군 병사(兵士)도 공부할 수 있고 한국 학생도 공부한다면 좋지 않습니까.”
“동두천 발전을 위해 시급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즉답이 돌아왔다.
“제가 1995년에 경기도의원을 했어요. 그때는 경기도의회가 있는 수원까지 3~4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서울순환 외곽도로가 뚫리면서 수원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립니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연결하는 고속도로망만 연결되면 수원까지 최소 1시간 내에 갈 수 있어요. 기업이 오지 않으려는 이유가 물류비용 때문입니다. 도로문제가 제일 골치 아파요. 경기북부권은 외곽순환도로를 빼고 고속도로가 없습니다.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 건설을 시작한 지가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진척도가 저조한데, 정부가 예산을 찔끔 주니까 그래요. 과거엔 군사접경지역이니 도로를 잘 닦을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최근 한 일간지에 ‘미2사단을 한미연합군으로 재편하여 동두천에 계속 주둔케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 시장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동두천에 미군기지가 오게 된 것은 시민 의사와 관계없습니다. 이제 반세기 만에 미군이 떠나 2016년까지 다 떠나기로 돼 있어요.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떠나겠다고 결정했단 말이죠. 그런데 안 떠나고 또 있겠다? 전 솔직히 미군 보고 가라 마라 그런 말 안 합니다. 여기 있으려면 이제는 주둔비용을 내라고 요구할 겁니다.
앞으론 공짜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세금으로 치면 매년 200억~300억원은 손해 보고 살았는데, 앞으로도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국가가 필요해서 쓴다면 국가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왜 우리만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합니까.”
파주에서 그려 보는 한반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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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야가 많은 동두천은 산지를 이용, ‘세계MTB대회’를 개최하는 등 기지촌이란 이미지를 털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이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오래전 고구려·백제·신라가 쟁패를 벌인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만에서 마포나루로 향하는 황포돛배의 뱃소리가 가득했을 것이다.
역사책을 찾아보니, 파주는 삼국시대부터 남북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고려 때는 수도 송도가 파주의 머리 위에 있었고, 조선시대 서울은 파주의 발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는 지금도 자유로를 끼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단지가 파주에 들어서면서 경기북부 중에서도 가장 천지개벽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파주를 시샘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휴전선에서 불과 10km 떨어진 접경지역에 있는 LG디스플레이 단지는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처음 LG필립스가 한국투자를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LG필립스 측이 생산공장 설치를 놓고 밤샘회의 도중 경기도와 타이완 공무원에게 문의하는 과정에서 타이완 공무원은 새벽 1시쯤 퇴근해 전화를 받지 못했고, 경기도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남아 전화를 받아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도 경기도청 투자유치단은 LG필립스를 경기도 파주에 유치하기 위해 사무실에 모여 밤샘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LG필립스가 경기도로 입주를 확정하자 조를 편성, 30여명의 토지 소유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심지어 주야 교대로 대기하면서 사용 승낙서를 받아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또 “문화재가 출토되자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발굴인원을 추가로 투입시켰다. 발굴 속도를 높이려고 7000여 평 규모의 대형 비닐하우스를 세워 온풍기를 돌렸다. 발굴 땅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LG디스플레이 단지가 세워졌다.
경기개발연구원 경제사회연구부장인 김은경(金恩慶) 박사는 “파주는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설계 중), 인천공항 등 편리한 교통망을 갖춰 물류 수송의 최적지”라고 설명한 뒤 “유리한 입지뿐만 아니라 파주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산업단지 분양 때 1~3년 무이자 할부 납부, 특허나 실용신안 출원 비용지원 등 전방위로 애쓴 결과 파주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올해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외 투자기업 3곳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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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로 방치된 의정부 ‘캠프 카일’. 주한 미군이 있을 때는 미군기지 때문에 발전이 늦어졌고 이제는 텅 빈 기지를 처분 못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 |
그에게 “몸부림치는 연천, 동두천보다 파주의 형편이 낫다”고 말하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중삼중의 규제로 옥죄는 접경지역인 파주 역시 다른 경기북부 지자체와 형편이 다르지 않습니다. 파주 역시 중첩규제 폐해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고, 그래서 연천 김포와 함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경기북부의 소득 손실만 해도 연간 5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다만 파주는 입지조건을 볼때 접경지역 중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통팔달’ 교통망 때문이죠. 파주는 통일로·자유로·서울∼문산 고속도로와 함께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으로 이어지는 교통 인프라로 물류수송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한다면 남북한 간 화해무드가 조성될 경우 이 지역은 남북한을 연결해 주는 중심지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타진하는 기업도 많아졌어요.”
―파주의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알려준다면 어떤 점을 조언하시겠습니까.
“사실은 앞서 말한 대로 사통팔달의 교통의 이점이 제일 큽니다만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점을 말씀드리면 ‘발 빠른 행정지원 시스템’입니다. 지구(地區) 지정부터 첫 삽을 뜰 때까지 다른 지자체가 2년 이상 걸리는 절차를 우리는 1년 이내면 충분합니다. 적성산업단지를 예로 들자면, 중소기업중앙회와 사업시행 MOU를 체결하고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사업승인을 따냈어요.
유치 확정 후에도 파주의 ‘애프터서비스(A/S)’는 지속합니다. 적성산단은 시가 나서 진입도로와 공업용수 등 산업단지 기반시설 지원사업을 위한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했어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주 북부지역에는 이미 LG클러스터(디스플레이·화학·이노텍)를 비롯해 월롱·당동·선유산업단지 등이 포진해 있다. 최근에도 외자유치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말이다.
“아시다시피 파주시에는 최근 몇 년 새 각종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외자유치도 활발합니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외 투자기업 3곳의 유치를 확정 지었습니다. 이 중 일본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업체인 이데미쯔코산(주)과 세계 3대 LCD용 유리 제조사 NEG(일본전기초자) 등 2곳이 파주 북부지역에 투자키로 했어요. 두 기업의 투자 규모만 8400억원에 육박하죠.
파주 북부지역은 통일로와 경의선을 따라 월롱∼파주∼문산역에 걸쳐 좌우로 형성돼 있습니다. 파주시는 이 산업단지들이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향후 통일시대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파주 문산·월롱, 인구 3만명 이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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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재 파주시장. |
“최근 파주시는 지난해 신규 인구 유입수가 2만3158명으로 전국 최고의 인구유입률을 보이고 있어요. 시 역시 통일을 대비한 중핵도시로의 채비를 서두르고 있지요. 금촌 및 교하지역과 운정 1·2지구 택지개발이 주요 인구유입 증가원인이지만 파주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해당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유치도 인구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던 해인 2006년에는 공장 인근지역인 문산읍과 월롱면을 합해 인구가 3만명 이상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외국기업들뿐 아니라 국내기업들의 파주지역 투자 또한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218개 국내기업이 파주에 신규투자를 했습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ASE코리아·LG이노텍·웅진씽크빅 등 대기업 8개 업체를 비롯해 중소기업 3283개 등 총 3291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여기에 고용된 인력만 6만85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반환 미군기지 개발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군반환공여지에 대학을 유치한다는 구상은 토지가격의 상승을 이유로 총장이 바뀌고 이화여대의 일방적 사업포기로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개발행위가 제한된 주변지역에선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아쉽지만 재정여건을 고려해 향후 공원 개발 쪽으로 방향을 잡되 주변지역은 자유제안 공모로 개발을 추진할까 합니다.”
하지만 공원으로 개발되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利點)이 있지만, 정부는 공원개발 허가에 미온적이다. 국방부도 민간업자에게 웃돈을 얹어 제값에 팔고 싶어한다.
현재 파주는 그야말로 변화의 땅이다. 낙후된 경기북부의 모델인지 모른다. 그러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가면 언제든 북쪽의 헐벗은 산천을 눈이 시리도록 만날 수 있다. 강 건너 이편과 저편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파주시가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접경지역이란 약점을 최대의 강점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어요. 당장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지만 남북 간 화해기류가 조성됐을 때 ‘통일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입니다.
이때가 되면 잘 정비된 기업환경을 토대로 남북한을 연결하는 중심도시로 부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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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의 상징인 LG디스플레이 단지 모습. |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소득손실 230조
이쯤에서 경기북부권의 현실을 좀 더 들여다보자. 이 지역은 한국군의 서부전선 주력부대가 배치된 곳이다. 군사령부 1곳, 군수지원사령부 1곳, 군단 3개, 사단 19개, 여단 11개가 주둔해 있다.
경기북부권 10개 시군과 인접 김포, 양평까지 합친 12개 시군의 군사시설 관련 총규제지역 면적(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훈련장, 사격장 등)은 해당 지역 전체 행정구역의 39.5%를 차지한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은경 박사는 “경기도 전체가 23.5%이고 경기남부는 8.8%, 경기북부는 43.8%, 파주는 90.9%, 연천은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는 도시개발 제한, 재산권행사 제한, 훈련으로 인한 교통혼잡 등 수없이 많지만 그런 불이익을 수십년간 감수해 왔으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경기북부와 인근 12개 시군의 과거 5년간(2006~2010) 소득손실은 230조7991억원이며, 올 들어서도 51조1274억원으로 추산된다고 경기개발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그중 연천이 72조2000억원으로 손실규모가 가장 크고 파주 92조7000억원, 김포 46조4000억원, 포천 21조원 등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경기도 전체를 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수도권의 과잉 인구집중화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부(富)와 중추관리 기능의 집중뿐 아니라 미래잠재력까지 환산하면 더 벌어진다. 역대 정부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써 왔지만, 번번이 실패해 왔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성숙도도 더 높은 편입니다. 우리는 압축적인 성장을 해 왔기에 도시화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진전되고 집중도도 높은 편이죠.
경제가 발전하고 성숙해 가면서 수도 내지 대도시 집중화 현상은 점차 완화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아직 우리나라가 서울에 집중된 것은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분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인구의 탈(脫)수도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해요.”
그는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철학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상생발전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을 ‘제로섬’으로 파악해 수도권 해체론의 관점에서 수도권 규제를 추진했다고 봅니다. 시장경제의 발달에 따라 집중 후 분산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정치논리와 지방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득표전략이 균형발전정책으로 이어졌어요.”
또 “세계적으로 지역격차의 개념은 도시와 농촌 간 지역격차를 의미하며 광역자치단체 간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으로 분리시켜 각 지역경제의 차별성과 상이한 이해관계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행정적 경계에 근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분리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수도권의 규제완화에 완강한 입장이다. 그나마 수도권 집중을 막은 수정법을 손질하면 개발이익의 집중과 비수도권의 낙후가 가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또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 발전역량 강화는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의 효과는 즉각적”이라고 주장한다. 김 박사의 말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80%가 충청권과 강원권 일부로 이전하고, 영호남 지역으로의 이전은 거의 없어 수도권 범위가 확장되면서 지역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요. 현재와 같은 수도권 규제의 논리라면 충청권을 규제해야 영호남이 발전하며, 영호남 등 내륙을 규제해야 제주도가 발전한다는 논리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6월부터 한 달 동안 기업이전과 관련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714곳 가운데 2008년 10월 수도권 규제 일부 개선 이후 이전한 기업은 74개 기업이었다. 이 중 49개 기업이 경기도내에서 이전, 16개는 서울, 5개는 인천에서 온 기업이었다. 김 박사의 계속된 지적이다.
“대부분의 이전 기업들이 경기도내에서 이동하거나 수도권 내 이동을 한 것에 불과했어요. 실제 지방에서 이전해 온 기업은 4곳으로 구미, 천안, 청주, 전북 등지에서 왔습니다. 수도권은 지가(地價)가 비싸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쉽게 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기업이 이전을 결정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판매시장이나 효율적 생산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규제개선이 지방 기업들을 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경우도 매우 미미한 것이 현실입니다.”
경기북부와 경기남부의 경제적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경기북부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그래서 북부와 남부를 나누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기도내 지역격차는 일종의 ‘남북문제’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2009년 기준 지역총생산(GRDP)이 경기도내 1위인 경기남부 용인시의 GRDP는 도내에서 GRDP가 가장 낮은 경기북부 연천군의 약 24.2배입니다.
경기북부는 제조업 기반이 미흡한 동시에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 제조업도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기준, 경기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시 인구는 연천군의 24.1배이며, 종사자 수는 수원이 연천군의 27.6배나 됩니다. 또 인구밀도의 경우 남부의 부천, 광명, 수원, 성남 등은 인구과밀 지역이지만 경기북부의 연천군이나 가평균은 ㎢당 100인도 안되는 인구과소 지역입니다.
제조업 생산액은 경기남부 화성이 경기동부 양평군과 경기북부 가평군의 341배에 이르죠. 재정력지수가 가장 높은 화성과 가장 낮은 연천은 격차가 5.3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