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아줌마의 로스쿨 修學記 : 월간조선

변호사 시험 합격 후 법무법인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지금도 내가 변호사라는 사실이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는다. 결혼하고 아이 둘을 기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왔지만, 학부와 대학원에서 공부한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법에 대한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7년 여름쯤이었다. 남편이 갑자기 로스쿨 입학 안내서를 내놓으며 내게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물어왔다. 나는 처음에 남편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진지했다. 남편은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법학이 당신 적성에 잘 맞는다”며 강력히 권했다.

당시 나는 사법시험이 곧 없어지며 로스쿨 제도가 생긴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기존의 사법시험이 문제가 많다고 여기저기서 논의되더니 결국 새로운 제도가 생기는구나 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남편은 “로스쿨에 입학하는 데 전문적 법학 지식은 필요 없고, 학부 성적과 영어 성적 그리고 법학적성시험 성적만 있으면 된다”며 전형 절차까지 상세히 알려줬다.

무모한 도전

나는 결혼 후 사회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생활비가 그만큼 늘어났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물론 정규직은 생각도 못하고 간간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영어강사를 하게 된 데는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영어가 또다시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아이들이 웬만큼 큰 다음에는 작은 회사를 시작한 남편의 일을 돕느라 바빴다. 2002년에 시작한 회사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고, 2006년쯤부터 내게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러던 참에 남편의 로스쿨 제안이 있었던 것이다.

2008년 들어 제1회 법학적성시험이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괜찮게 나왔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했는데 장학금까지 받게 됐다.

막상 합격하고 나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기가 시작되는 2009년도는 큰딸이 고3 입시생이 되고, 작은아들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다 2009년 초 친정아버지가 폐암 수술까지 받았다. 가족은 서울에 있는데 혼자 광주에 내려가 공부한다는 것도 걱정이었다.

‘공부를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합격도 했고 성적도 나름 괜찮아 장학금까지 받았으니 나 자신에 대한 능력도 확인했고, 이쯤에서 그만둬도 성적이 모자라 떨어진 게 아니니 남들이 뭐라 말하지도 못할 것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과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로스쿨에 반드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3이 되는 딸은 “엄마, 입시공부는 제가 하는 것이니 걱정 말고 엄마의 삶을 사세요”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남편도 “아이들도 다 컸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다.

온 가족의 지원으로 로스쿨에서의 법학공부를 시작했다. 입학을 앞두고 기독법률가회에서 로스쿨 1기 합격생들을 위한 모임을 마련했다. 로스쿨에 합격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내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사실 궁금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모임에 참석한 합격생 중에서 내 나이가 가장 많았다. 기독법률가회에서 활동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법대 교수들과 비교해도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그 모임에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다른 합격자들도 나처럼 로스쿨 제도에 대해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주중에는 공부 주말에는 집안일

2009년 1월 중순 전남대에서 로스쿨 예비학교가 시작됐다. 나처럼 비(非)법대 출신 학생들을 위해 입학 전 한 달 과정의 예비학교가 마련된 것이다. 나로서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여러 가지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가족도 ‘아내’, ‘엄마’ 없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밥을 차려 먹고 집안 청소까지 해야 했다.

남편의 불편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가족의 배려가 없었다면 공부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나이 50을 앞두고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한다는 현실에, 나는 심리적 부담을 넘어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광주에 내려가 예비학교 일정이 시작되고 로스쿨 1기생들의 반 배정 및 각 반 조별 배정이 끝나니 어느 정도의 소속감이 생겼다. 나는 3반의 C조에 배정됐는데, 내가 속한 조에는 법학 공부가 처음인 사람이 셋이나 됐다. 이는 내게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을 갖게 했다.

예비학교가 시작되고, 법학 공부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법학서적이나 법전에는 한자가 많다. 법학 공부가 처음인 어린 학생들은 한자가 많은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께 벌을 받아가며 한자를 배웠다. 그게 지금 와서 도움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비법대 출신을 위한 스터디 모임도 만들었다. 내가 속한 3반 C조에는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공부를 오래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심우성·광주고법 재판연구원)이 나를 비롯한 비법대생에게 큰 도움을 줬다. 그는 매일 강의가 끝나면 그날 강의 들은 것을 정리해 주었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성실히 대답해 줬다. 뿐만 아니라 광주라는 낯선 곳에 적응하는 데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예비학교를 통해 법학이 내게 맞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논리적 사고(思考)가 필요한 학문이면서도 추상적, 철학적 내용이 적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따지는, 마치 고문서(古文書)를 해독하는 방법론도 필요했다. 일정부분은 암기를 필요로 하지만 이해력이나 종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 나처럼 나이가 많거나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3월 학기가 시작되면서 수업은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진행됐다. 나는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든데 주말에 집에 가서 일주일 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다시 일요일 밤 또는 월요일 새벽에 광주로 내려가는 생활 자체가 고통이었다. 두 달이 지나면서 ‘주말 상경(上京)’이 뜸해졌다. 주말에도 기숙사에서 밀린 공부를 보충해야 했다.

심리학과 법학의 충돌

로스쿨 첫 학기에는 기본 삼법(三法)인 헌법, 민법, 형법 등 법학 기초과목을 배웠다. 민법총칙이나 계약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사회경험이 있어 이해가 빨리 되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전셋집을 전전하던 경험에서 저절로 알게 된 주택임대차, 부동산등기 관련 지식, 계약서 관련 지식 등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경험 덕분에 판례를 읽는 데 힘들지 않았다. 사실 나이 어린 학생들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보았다 하더라도 그 안에 기재되어 있는 권리관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줌마 학생’도 그때만큼은 당당했다.

물론 경험이 많다고 법학 공부가 쉬운 것은 아니다. 심리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나의 지식과 법학이론이 충돌할 때가 많았다. 형법총론의 경우,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행위나 고의(故意)에 관련된 이론들은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말이 안 됐다.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나는 인간행동과 사고과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형법은 다른 원리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법학서적을 읽는 동안 ‘이건 잘못된 거야. 법학이론이 틀린 거지. 그래, 이건 맞아. 심리학에도 그렇게 돼 있어’라는 식으로 시시비비를 따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내가 아는 것과 상반된 내용이 나올 때 나의 머리와 가슴은 암기는 물론 이해조차 거부했던 것이다.

이런 충돌은 심리학과 법학의 연구방법론 차이에서 오는 문제였다. 인지심리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론을 정립한다. 이와 달리 법학은 ‘실험’이라는 방법론 자체가 없는 학문이다.

아무튼 법학을 나의 지식체계로 바라보려는 이런 경향은 고쳐지지 않았다. 반면 나이 어린 학생들은 암기력도 좋은데다 새로운 내용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해력은 발달돼 있지만 암기력이 떨어진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내용을 먼저 이해한 후 필요한 부분을 암기하는 방식이었는데, 암기가 잘 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암기도, 이해도 안 되는 부분은 포기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대신 거의 모든 수업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주제와 관련되는 판례를 모두 찾아 읽었다. 구체화된 사실들은 이해하기도 쉬웠다.

팔과 어깨에 파스 붙이고 답안 작성

이따금씩 가족을 만나러 서울에 와야 했다. 가족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역할을 포기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주말 이틀 동안은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주중에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수업시간에 최대한 모든 것을 소화하려고 했다. 시간을 따로 마련할 여유가 없었다. 한 과목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과목도 같이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리 예습해 수업을 듣고 그 시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교수님께 곧바로 질문했다. 남 눈치 안 보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이런 나의 태도는 수업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가 있었다. 질문하고 답하는 토론식 수업은 일반 대학원에서 흔히 쓰이는 학습방식이다. 로스쿨 교육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했다.

나는 교수마다 강의 방식이 다르고, 이론을 전공하신 분과 실무 교수진의 강의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수님의 스타일에 맞게 수업을 준비하고, 질문하고, 복습해 나갔다.

첫 학기를 보내면서 사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시험 보기’였다. 법학 시험이 내가 아는 그 어떤 시험과도 달랐고 나름의 방식이 있는데다 두 시간가량의 시험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써내야 했다.

우선 손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실험이나 논문 작성에 주로 컴퓨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손으로 답안지를 쓰는 데 적응이 되질 않았다. 게다가 나는 악필(惡筆)이었다. 내가 쓴 글씨를 내가 보기에도 괴로운데 교수님들이 그것을 채점하실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답안을 쓰는 속도도 느렸다. 다른 학생들이 두 페이지를 쓸 동안 나는 한 페이지를 겨우 메우곤 했다.

법학 특유의 답안지 작성방법도 골칫거리였다. 다행히 이 부분은 교수님이 답안지를 직접 첨삭해 주시면서 점점 나아졌다. 같은 반 학생들의 조언도 많이 도움됐다. 하지만 글씨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아 교수님들이 채점할 때마다 고생을 하셨고, 나는 나대로 시험 때만 되면 오른손이 마비돼 팔과 어깨에 파스를 도배하곤 했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학교생활과 법학공부에 많이 익숙해져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기대했던 것보다 성적도 괜찮아 성적우수 장학금도 받았다.

사실 법학전문대학원은 다른 대학원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편이다. 사법시험에 비해 돈이 많이 들어 오히려 일부 계층에게만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라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제도이고 3년의 로스쿨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대부분의 학생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기존 사법시험은 합격 가능성을 가늠할 수가 없다. 2~3년 만에 합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5년 넘게 사법시험에 매달린다. 한창 공부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의 젊은 수험생들에게 시간 단축과 합격 가능성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돈이 있어야 로스쿨에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력만 되면 장학금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다. 전남대 로스쿨의 경우,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일정 성적 이상이면 학비를 전액 면제받았다. 특별전형 비율도 상당히 높다. 또한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성적우수 장학금도 있지만 생활지원 장학금의 비율이 아주 높다. 합격 가능성 등을 놓고 따져볼 때 로스쿨은 확실히 사법시험보다 나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처럼 다양한 경력, 다양한 연령,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戰鬪하듯 공부

2학기가 되면서 학교생활은 훨씬 수월해졌다. 상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에 대한 강의가 개설되고 실무과목들이 늘면서 공부는 흥미를 더해갔다. 특히 상법이나 행정법 같은 경우 나처럼 사회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나이 어린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이해가 빨랐다. 그래서인지 성적도 많이 향상되고 법무실력이 쌓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고3인 딸이 성실히 공부해 큰 걱정은 안 됐지만 엄마로서 도와줘야 하는 부분들을 채워주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의 손길이 절실해 보였다. 부족한 부분은 남편이 채워줬다.

남편은 딸의 입시상담을 위해 나를 대신해 담임선생님과 면담했다. 학부모 모임에 유일한 아빠로 참석하는 일도 잦았다. 딸이 수시전형을 앞두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크게 다쳤을 때,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야구 하다 공에 맞아 눈 옆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는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되레 나를 다독였다. ‘이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고 엄마가 서울에 있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학교 기숙사에 홀로 앉아 찢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눈물로 상처를 씻어내야 했다.

로스쿨에 다니는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2학년 때였다. 친정아버지의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그 사이에 폐암 수술을 한 번 더 하셨고 간에도 암세포가 전이(轉移)됐다. 결국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시험기간이라 자식으로서 임종(臨終)하지도 못했다.

3학년 1학기 초에는 내가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갑상선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어서 수술 뒤 일주일간 입원하고 학교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로스쿨 3년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려면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같은 동료 학생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로스쿨에 온 학생들은 이미 로스쿨 입시를 통해 공부에 관한 한 어느 정도 검증된 학생들이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온 학생들이라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전투(戰鬪)하듯 공부했다. 성적 평가는 상대평가를 하게 돼 있어 학교 시험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로스쿨 3년 동안 법학이론과 실무교육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실무수습을 받거나 계절학기를 수강해야 했고 사법연수원 연수과정도 이수해야 했다.

교과 과정의 통일성 및 로스쿨의 다양성 필요

2012년 1월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제1회 변호사 시험이 실시됐다. 1500여 명의 합격자가 나왔고 현재 이들은 법원, 검찰, 법무법인 등으로 진출했다.

사법시험 출신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 변호사를 대량 배출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등 로스쿨 교육에 대한 부정적 얘기가 없지 않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새로 도입된 제도이고 기존 사법시험과는 다른 체계로 운영되다 보니 미숙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런 문제는 과도기가 지나면 해소될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로스쿨 교육 과정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변호사 자격을 갖는 데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졸업생은 국가가 시행하는 변호사 시험에 별도로 통과해야 한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변호사가 되어 연수를 받고 있는 지금, 로스쿨에 다닐 때와는 입장이 조금 달라졌다. 로스쿨은 기존의 일반 대학원과는 다른 전문 대학원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변호사라는 직업을 위한 ‘직업학교’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즉, 법학 공부를 하는 방향이 일반 법대나 일반 대학원의 법학 전공자들과는 달라져야 한다.

우선 이론보다는 실무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육도 실무를 중시하지만 더 보강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무과목들이 많아야 하고, 현직 법조인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겸임교수 제도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행히 로스쿨 1기인 우리 때와 달리 현재는 실무교수진이 증가했고 현직 법조인들의 강의도 늘었다고 한다.

로스쿨 교과 과정의 통일화 및 다양화도 필요하다. 현재 검찰 실무나 민사재판 실무 같은 과목들은 전국 대학 로스쿨에서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고 평가도 공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법학은 학교별로, 이론을 강의하는 교수별로 강의도 다르고 주안점을 두는 분야도 다르다. 로스쿨을 위한 교재들이 있고 또 계속 연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로스쿨을 위해 특화된 교재나 강의는 부족하다.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은 기초법학과 실무과목에서 공통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기타 선택과목들에서 학교별로 특성화해 전문 변호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아줌마 변호사의 새로운 2막 인생

나는 로스쿨 제도가 없었으면 변호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로스쿨 학생들 중에서 나는 드문 경우다. ‘법전을 펼쳐본 적도 없는 비법대 출신의 애 둘 딸린 아줌마’라는 스펙은 흔하지 않다. 이 때문에 나의 경우가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법에는 맹탕이었던 사람도 로스쿨을 무사히 마쳤고 변호사가 된 것을 보라.

로스쿨은 내게 삶의 희망을 던져줬다. ‘변호사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준 것이다. 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물론, 기존의 변호사들과도 다른 입장에 있다. 다른 길을 통해 이 자리에 왔고 앞으로도 다른 길을 갈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여성 및 가정과 관련된 단체가 아주 많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이 체감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20여 년 전 내가 젊은 엄마이던 때 겪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이미 갖추어진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법적 지원을 하고, 제도가 부족하다면 더 나은 제도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싶다. 변호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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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아줌마의 로스쿨 修學記

法典 본 적 없는 아줌마, 변호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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