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공원 관계자, “서울대공원은 동물 학대 장소 아니다”
⊙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 “제돌이, 사람으로 치면 갓 스무살, 생존 가능성 충분”
⊙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천만 서울시의 수장은 시민단체 수장과 달라야”
취재지원 = 李厚娟 月刊朝鮮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 “제돌이, 사람으로 치면 갓 스무살, 생존 가능성 충분”
⊙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천만 서울시의 수장은 시민단체 수장과 달라야”
취재지원 = 李厚娟 月刊朝鮮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 조련사의 몸짓에 돌고래 다섯 마리가 물 위를 훌쩍 솟구쳐 오른다. 2012년 3월 18일 오후, 서울대공원 동물원 돌고래쇼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돌고래‘태양’‘태지’‘제돌이’‘대포’‘금등’(왼쪽부터).
지난 3월 12일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돌고래 ‘제돌이’를 방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돌이는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사는 13살짜리 남방큰돌고래다. 서울대공원에서 하는 돌고래쇼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쇼를 중단하고 제돌이를 방사하는 이유로 서울시가 밝힌 것은 ‘동물 학대와 불법 포획’이다. 돌고래쇼가 동물을 학대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제돌이가 불법으로 포획돼 팔려 온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후 지난 4월 3일 서울대공원 노동조합은 ‘돌고래쇼 중단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청 공무원노동조합 대공원지부는 “돌고래 공연은 강압적인 동물 학대의 결과가 아닌 조련사와의 애정과 상호신뢰의 결과물”이라며, “돌고래 공연 중단에 대해 항의 전화를 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돌이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사육사들도 의문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돌이 방사’를 둘러싼 엇갈린 주장,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날치를 데리고 노는 남방큰돌고래
최초의 돌고래쇼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8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어거스틴의 마린 스튜디오는 벨루가종의 돌고래 한 쌍을 조련해 공연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외에 대만, 일본, 미국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돌고래쇼는 1984년 5월 서울대공원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이외에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과 제주 퍼시픽랜드, 제주 마린파크에서 돌고래쇼를 볼 수 있다. 이 중 애초에 문제가 된 곳이 제주 퍼시픽랜드다.
작년 7월 해양경찰청 광역수사계는 제주 퍼시픽랜드가 불법으로 돌고래를 들여온 사실을 적발했다.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는 살아서 그물에 걸렸을 경우 바로 풀어 줘야 한다. 그런데 어민들은 이를 풀어 주지 않고 퍼시픽랜드에 넘겼고 마리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 제주지법은 지난 4월 4일 퍼시픽랜드 대표 허모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퍼시픽랜드가 보유 중이던 돌고래 5마리는 전부 몰수할 것을 결정했다.
문제가 된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태평양 연안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 볼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회유, 즉 서식지 간 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 태어난 남방큰돌고래는 평생 제주도에서만 살다 죽는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2009년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개체를 조사했다. 114마리를 파악해 JBD 1번부터 114번까지 번호를 붙였다. JBD는 제주 남방큰돌고래(Jeju 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의 약자다.
2007년부터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한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에게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물었다. 김 연구원은 남방큰돌고래가 국내에 서식한다는 걸 최초로 발견했다.
―돌고래에 각각 고유번호를 붙였다는데 이것이 가능한가요.
“등지느러미 형태를 보고 발견 순서대로 임의로 번호를 지정했습니다. 돌고래는 등지느러미 형태가 다 달라요. 선천적으로 다른 건 아니고, 후천적으로 서로 싸우거나 할 때 상처가 생기는데 이 상처가 각기 다 다릅니다. 사진을 찍어서 지느러미 형태에 따라 구분해 번호를 붙였어요.
이 방법은 1970년대 이래 돌고래의 개체 수를 세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학계에도 알려졌습니다. 어린 새끼 같은 경우는 이런 방법으로 세는 게 불가능하겠죠.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는 9번이었습니다.”
―돌고래쇼에 적합한 돌고래 종류가 따로 있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고래 종마다 특성이 다 달라요. 동해에서 관찰되는 참돌고래는 사육시설에 갖다 놓으면 죽어요. 성격이 급해서 그렇죠. 전 세계적으로 참돌고래 개체 수가 많지만 사육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1건씩 보고될 뿐이죠. 남방큰돌고래나 큰돌고래 같은 종은 인간과의 친화력이 높은 종입니다.”
―그럼 남방큰돌고래는 정말 지능이 높나요.
“늦봄이 되면 제주도 연안에서는 날치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가 날치를 가지고 노는 걸 여러 번 봤어요. 그냥 잡아먹으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일부러 놀라게 했다가 보내 준 다음에 다시 가서 놀라게 하고 그러더라고요. 등지느러미에 미역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어린 개체도 봤습니다. 미역이 안 빠지게 조심스럽게 몸통을 돌리면서 수영하더라고요. 그물에 걸리는 건 4살에서 10살 사이의 미성숙 개체입니다.”
돌고래쇼는 사양산업인가
돌고래가 인간과 친화력이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데에는 1960년대 방영됐던 한 텔레비전 시리즈의 역할이 컸다. ‘플리퍼(Flipper)’라는 이름의 돌고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돌고래와 인간이 교감하는 모습을 그린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대개의 사람이 생각하는 돌고래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플리퍼 역할을 맡은 돌고래를 조련한 사람이 릭 오배리(O’Barry)다.
그는 1970년 ‘돌고래 프로젝트’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돌고래쇼에 이용되는 돌고래를 풀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플리퍼 역할을 맡았던 돌고래 중 가장 오래 그 역할을 한 케이시(Kathy)라는 돌고래가 자신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목격한 것이 계기였다. 그 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약 25마리의 돌고래를 풀어 주었다. 2007년에는 ‘세이브 재팬 돌핀스(Save Japan Dolphins)’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돌고래 학살과 포획 행위를 막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은 그의 활동을 잘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 다이지(太地)에서 일어나는 돌고래 학살 현장을 찍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잠입을 시도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촬영에 성공한다. 거기에 찍힌 장면은 충격적이다. 어부들은 쇠막대기를 쳐서 돌고래를 작은 만(cove)으로 몬다. 음파에 예민한 돌고래의 속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돌고래들을 가둔 다음, 사전에 업자들에게 주문받은 크기의 돌고래를 골라내 다른 곳으로 옮긴다. 돌고래쇼나 수족관 전시에 적합한 연령과 크기의 돌고래다. 그런 다음 나머지 돌고래는 모두 죽인다. 죽은 돌고래는 그 지역 학교에 급식용으로 팔린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에서 사는 돌고래 다섯 마리 중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들여온 제돌이, 금등, 대포 외에 태지와 태양이 잡혀 온 곳이 바로 이 일본 다이지다. 태지와 태양은 큰돌고래 종이다. 불법으로 포획된 것이 드러난 제돌이와 금등, 대포 중 제돌이가 방사 대상으로 뽑힌 것은 수족관 생활 기간이 제일 짧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돌고래 세 마리 중 제돌이가 가장 나이가 어립니다. 지금 13살이고요. 금등이는 20살이고 대포는 18살입니다. 금등이와 대포는 나이도 많고 서울대공원에서 각각 13년, 10년간 살았어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야생성을 되찾기가 어렵다고 판단돼서 제돌이를 방사 대상으로 뽑은 겁니다.”
박원순 시장의 발표 후 일반 시민의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졌지만,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시민단체는 박 시장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쪽이다. 동물자유연대의 이형주 팀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돌고래쇼는 사양 산업의 공연이에요. 공연이 있는 나라 수도 줄고 있고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나라가 있는데 이런 형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돌고래의 이미지가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어요. 돌고래는 사실 다른 해양동물을 잡아먹는 맹수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잖아요. 외국에서는 조련사를 죽인 경우도 있어요. 충분히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돌고래한테 공격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돌고래는 영장류에 준하는 지능
이 팀장은 돌고래의 순치, 즉 길들이는 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야생성을 없애는 과정이 순치죠. 순치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53%가 죽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죠. 얕은 연안부터 깊은 수심의 바다까지 자유롭게 다니는 애들인데 6m 수심의 물에 갇혀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겠어요? 음식도 그래요. 원래 살아 있는 생선을 먹는데 수족관에서는 죽은 생선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약도 먹인다고 들었어요. 신경안정제 같이 신경이 덜 예민해지는 약을 먹인다거나 하는 거예요. 그것 외에도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는 거의 항상 위장약을 먹이에 타서 먹인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인 사례도 들려줬다.
“순치되는 과정에서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을 안 쉽니다. 울산에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 4마리를 들여왔어요. 그런데 그중 암컷 ‘고이쁜’이 사료 먹는 걸 거부하고 스트레스로 죽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죽은 걸 어떻게 알았느냐면, 돌고래가 수족관 유리에 머리를 받는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그래서 달려갔죠. 가 봤더니 풀장 밖으로 나오려고 연속적으로 뛰면서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비디오로 다 촬영해 놨어요.”
“돌고래는 영장류에 준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사회 안에서 교류를 맺고 사는 게 특징입니다. 이런 예도 있어요. 캐나다에서 돌고래를 잡아서 물속에 있는 우리에 넣어서 미국 시애틀까지 배로 옮겼대요. 그런데 잡힌 돌고래의 모든 가족이 시애틀까지 그 배를 다 따라왔다고 하는 거예요. 요즘에 공정 커피라는 걸 팔잖아요. 커피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지킨 커피라면서요. 커피도 공정 커피를 사는 판국에 야생동물을 아무 의미 없이 잡아서 비인도적으로 쇼를 하도록 하는 게 옳은 건가요?”
고래연구소의 김현우 연구원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적은 개체 수를 강조했다.
“지금 약 114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해녀들이나 다른 제주도 주민들 말씀을 들어보면 전에는 더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돌고래 방사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도 제시했다.
“돌고래 방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없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방류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출판된 논문을 기초로 봤을 때 수족관 생활을 2년 이하로 했다면 야생으로 돌아가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8년에서 9년간 수족관 생활을 한 경우는 실패했고요. 제돌이는 2009년 6월부터 잡혀 있었죠. 거의 3년간 있었네요. 돌고래는 성적인 성숙에 이르는 기간이 12년가량입니다. 제돌이가 10살까지는 무리 속에서 살았으니까, 10년 동안 돌고래가 살아가기 위한 행동패턴은 익혔을 것입니다. 생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연구원은 돌고래 수명에 대한 잘못된 보도도 지적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이 20년으로 나오는데 그건 잘못된 수치입니다. 최대 50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서울대공원에 있는 19살짜리 돌고래가 늙어서 방류가 안된다고 하는데 잘못된 겁니다. 돌고래 나이가 20살이면 장년쯤 돼요. 사람으로 치면 40대가량인 거죠. 늙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9번 개체(제돌이)는 13살로 추정되는데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나 성적 성숙을 이룬 개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 살이 된 거예요.”
서울대공원 총수입의 3분의 1이 돌고래 덕
돌고래쇼를 하는 동물원의 입장은 어떨까. 취재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니 이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제주 퍼시픽랜드는 1심에서 몰수형을 받자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서울대공원 노조도 박원순 시장의 결정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물원 전체 규모에서 돌고래와 돌고래쇼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돌고래 1마리의 가격은 얼마일까. 서울대공원의 강형욱 홍보팀장은 “사 온 시기나 훈련 정도,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돌고래 한 마리당 지급한 가격은 약 7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라고 답했다. 판결문을 보면 제주의 퍼시픽랜드가 어민들에게 돌고래를 사들이며 지급한 금액은 700만~1000만원이다. 퍼시픽랜드가 돌고래 공연입장 수익 말고도 ‘돌고래 팔이’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공원이 돌고래쇼로 얻은 수익도 꽤 괜찮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을 찾은 사람은 95만9045명이다. 관람료 수입만 약 11억원이다. 서울대공원 한 해 총수입이 30억원가량이니 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서울대공원의 강 팀장은 “서울대공원은 불법포획인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돌고래를 구입한 것”이라며, “제돌이는 잡혀 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말레이 곰 탈출 이후 최대의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일단 노조가 발표한 성명이나 진행 중인 1인 시위, 서명운동이 서울대공원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서울대공원은 시민의 것이잖아요. 돌고래를 보내겠다, 보내지 않겠다 하는 것은 서울대공원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돌고래 공연을 지속할지도 서울시에서 향후 시민의 의견을 듣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서울대공원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동물원이 학대 장소인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동물원의 기능이 뭡니까. 교육, 전시, 종 보존, 연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노아의 방주 같은 역할인 거죠. 동물원이 학대 장소라면 왜 돌고래만 보냅니까? 다른 동물도 다 보내야지.”
그에게 돌고래를 순치하는 과정이 잔인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물었다. 그의 답이다.
“순치하는 과정이 잔인하다고요?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돌고래는요, 조련사를 선택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조련사하고만 지내요. 조련사가 맘에 안 들면 공격을 합니다. 먹이에 약을 탄다거나 하는 것은, 서울대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거예요. 대한민국의 모든 사육사를 매도하는 거 아닙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돌고래 조련사가요, 울면서 그러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봤느냐고, 단 하루라도 우리가 지내는 모습을 봤느냐고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순치 과정이 잔인하다 어쨌다 하는 건, 어디서는 이렇더라 하는 얘기를 주워 모아서 하는 얘기 아닙니까?”
그는 대화 내내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서울대공원은 동물학대 장소가 아닙니다.”
“강정마을 시위에 힘 실어 주려 한 일부 매체가 돌고래 이용”
‘제돌이’ 문제가 큰 화제가 된 것은 방사 발표 당시에 ‘구럼비 바위 앞으로 보내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 탓이 컸다. ‘강정마을 문제에 제돌이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동물자유연대의 이형주 팀장과 고래연구소의 김현우 연구원 모두 “본질과 달리 정치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고 했다.
기자가 현장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는 일부 매체의 보도 탓이 컸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박 시장이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로 보내겠다’고 하자 ‘그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라는 요지의 질문이 나왔고 박 시장이 이에 수긍했다고 한다.
서울시청의 윤종장 공보과장은 “강정마을 시위에 힘을 실어 주고 싶어한 일부 매체에 이용당한 것”이라고 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위해 돌고래를 이용한 것이라는 말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이때도 박 시장이 전면에 나섰다. 한 네티즌이 박 시장에게 트위터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의 전경 초소와 경호동을 폐쇄할 수 없나’ 물었더니 박 시장은 “(해당 부서에) 이미 확인해 보라고 했다”고 답글을 남겼다.
당시 해당 부서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이미 확인해 보라고 했다는데 우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 혼선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내부에서도 ‘이렇게 민감한 사안까지 온라인으로 갑작스레 지시하면 공무원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창원(李昌遠)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시장 정책결정의 특수성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서울시는 예산이나 규모로 보면 엄청난 뎁니다. 서울시장이 민생이라던가 세세한 디테일에 강한 것은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서울대공원의 그것도 특정 종류의 동물에 대해 그렇게까지 세심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한 측면이 있어요. 본인 스스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있고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해도 시민단체의 수장 역할을 하는 것과 서울시장으로서 행정 결정을 내리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또 지금 와서 서울시민의 의사를 묻겠다고 하는데, 그전에는 동물보호 같은 관련 분야의 시민단체 얘기를 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돌고래 문제에는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 일반시민단체, 일반시민 세 가지 종류의 이해관계자가 있죠. 천만 서울시민의 수장이라면 상대적 비중을 어디에 놓는 게 합당한지 사전에 고민해 봐야 했습니다. 과연 고민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폐쇄 검토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조직에 왜 위계질서가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시장이 들을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적인 것도 아니고 단속적으로, 임기응변적으로 건건이 이어지다 보면 잘못하면 서울시장만 바라보는 시정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입니다. 관료들은 아주 일상적인 일만 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일은 ‘아, 이건 시장에게 맡기자’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죠. 시장은 좀 뜰지 모르겠으나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수장이 본인을 내세우면 조직의 시스템은 죽습니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리드하는 것이 리더 아닙니까?”
박 시장 측에 이에 대해 물었다. 서울시장 비서실의 김현성 비서관은 박 시장의 행정 스타일을 ‘현장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돌고래 방사 결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 비서관에게 ‘서울시장이 돌고래 문제에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고 물었다. 그의 답이다.
“주관적인 판단의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정책을 예산의 경중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이것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따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초의 돌고래 방사 사례이고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관계지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어젠다의 격을 높여 놓는 계기라는 점에서는 이 문제를 예산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장님이 나서서 사회적으로 의제를 설정할 의미가 있었다는 거죠. 탁상에 앉아 판단하지 않는 시장님의 현장 행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트위터로 답을 해 행정에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는 물음에 김 비서관은 “소통의 방법이 변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행정이라는 부분도 발맞춰서 일정부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옛날 의사결정 구조로 보는 겁니다.”
제돌이의 방사를 둘러싸고 오가는 논란 당사자인 제돌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돌고래가 정치 덕을 본 건지, 정치가 돌고래 덕을 본 건지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 후 지난 4월 3일 서울대공원 노동조합은 ‘돌고래쇼 중단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청 공무원노동조합 대공원지부는 “돌고래 공연은 강압적인 동물 학대의 결과가 아닌 조련사와의 애정과 상호신뢰의 결과물”이라며, “돌고래 공연 중단에 대해 항의 전화를 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돌이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사육사들도 의문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돌이 방사’를 둘러싼 엇갈린 주장,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날치를 데리고 노는 남방큰돌고래
 |
| 2012년 3월 18일 아침,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돌고래 제돌이와 박상미 조련사. 이날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는 만원(滿員)사례를 이뤘다. |
작년 7월 해양경찰청 광역수사계는 제주 퍼시픽랜드가 불법으로 돌고래를 들여온 사실을 적발했다.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는 살아서 그물에 걸렸을 경우 바로 풀어 줘야 한다. 그런데 어민들은 이를 풀어 주지 않고 퍼시픽랜드에 넘겼고 마리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 제주지법은 지난 4월 4일 퍼시픽랜드 대표 허모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퍼시픽랜드가 보유 중이던 돌고래 5마리는 전부 몰수할 것을 결정했다.
문제가 된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태평양 연안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 볼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회유, 즉 서식지 간 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 인근 해안에서 태어난 남방큰돌고래는 평생 제주도에서만 살다 죽는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2009년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개체를 조사했다. 114마리를 파악해 JBD 1번부터 114번까지 번호를 붙였다. JBD는 제주 남방큰돌고래(Jeju 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의 약자다.
2007년부터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한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에게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물었다. 김 연구원은 남방큰돌고래가 국내에 서식한다는 걸 최초로 발견했다.
―돌고래에 각각 고유번호를 붙였다는데 이것이 가능한가요.
“등지느러미 형태를 보고 발견 순서대로 임의로 번호를 지정했습니다. 돌고래는 등지느러미 형태가 다 달라요. 선천적으로 다른 건 아니고, 후천적으로 서로 싸우거나 할 때 상처가 생기는데 이 상처가 각기 다 다릅니다. 사진을 찍어서 지느러미 형태에 따라 구분해 번호를 붙였어요.
이 방법은 1970년대 이래 돌고래의 개체 수를 세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학계에도 알려졌습니다. 어린 새끼 같은 경우는 이런 방법으로 세는 게 불가능하겠죠.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는 9번이었습니다.”
―돌고래쇼에 적합한 돌고래 종류가 따로 있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고래 종마다 특성이 다 달라요. 동해에서 관찰되는 참돌고래는 사육시설에 갖다 놓으면 죽어요. 성격이 급해서 그렇죠. 전 세계적으로 참돌고래 개체 수가 많지만 사육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1건씩 보고될 뿐이죠. 남방큰돌고래나 큰돌고래 같은 종은 인간과의 친화력이 높은 종입니다.”
―그럼 남방큰돌고래는 정말 지능이 높나요.
“늦봄이 되면 제주도 연안에서는 날치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가 날치를 가지고 노는 걸 여러 번 봤어요. 그냥 잡아먹으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일부러 놀라게 했다가 보내 준 다음에 다시 가서 놀라게 하고 그러더라고요. 등지느러미에 미역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어린 개체도 봤습니다. 미역이 안 빠지게 조심스럽게 몸통을 돌리면서 수영하더라고요. 그물에 걸리는 건 4살에서 10살 사이의 미성숙 개체입니다.”
돌고래쇼는 사양산업인가
 |
| 2010년 3월 17일 오후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루이 시호요스(Psihoyos) 감독과 찰스 햄블턴 프로듀서(왼쪽). 시호요스 감독은 다큐멘터리 <더 코브(The Cove)-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
그는 1970년 ‘돌고래 프로젝트’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돌고래쇼에 이용되는 돌고래를 풀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플리퍼 역할을 맡았던 돌고래 중 가장 오래 그 역할을 한 케이시(Kathy)라는 돌고래가 자신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목격한 것이 계기였다. 그 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약 25마리의 돌고래를 풀어 주었다. 2007년에는 ‘세이브 재팬 돌핀스(Save Japan Dolphins)’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돌고래 학살과 포획 행위를 막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은 그의 활동을 잘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 다이지(太地)에서 일어나는 돌고래 학살 현장을 찍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잠입을 시도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촬영에 성공한다. 거기에 찍힌 장면은 충격적이다. 어부들은 쇠막대기를 쳐서 돌고래를 작은 만(cove)으로 몬다. 음파에 예민한 돌고래의 속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돌고래들을 가둔 다음, 사전에 업자들에게 주문받은 크기의 돌고래를 골라내 다른 곳으로 옮긴다. 돌고래쇼나 수족관 전시에 적합한 연령과 크기의 돌고래다. 그런 다음 나머지 돌고래는 모두 죽인다. 죽은 돌고래는 그 지역 학교에 급식용으로 팔린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에서 사는 돌고래 다섯 마리 중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들여온 제돌이, 금등, 대포 외에 태지와 태양이 잡혀 온 곳이 바로 이 일본 다이지다. 태지와 태양은 큰돌고래 종이다. 불법으로 포획된 것이 드러난 제돌이와 금등, 대포 중 제돌이가 방사 대상으로 뽑힌 것은 수족관 생활 기간이 제일 짧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돌고래 세 마리 중 제돌이가 가장 나이가 어립니다. 지금 13살이고요. 금등이는 20살이고 대포는 18살입니다. 금등이와 대포는 나이도 많고 서울대공원에서 각각 13년, 10년간 살았어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야생성을 되찾기가 어렵다고 판단돼서 제돌이를 방사 대상으로 뽑은 겁니다.”
박원순 시장의 발표 후 일반 시민의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졌지만,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시민단체는 박 시장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쪽이다. 동물자유연대의 이형주 팀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돌고래쇼는 사양 산업의 공연이에요. 공연이 있는 나라 수도 줄고 있고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나라가 있는데 이런 형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돌고래의 이미지가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어요. 돌고래는 사실 다른 해양동물을 잡아먹는 맹수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잖아요. 외국에서는 조련사를 죽인 경우도 있어요. 충분히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돌고래한테 공격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돌고래는 영장류에 준하는 지능
이 팀장은 돌고래의 순치, 즉 길들이는 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야생성을 없애는 과정이 순치죠. 순치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53%가 죽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죠. 얕은 연안부터 깊은 수심의 바다까지 자유롭게 다니는 애들인데 6m 수심의 물에 갇혀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겠어요? 음식도 그래요. 원래 살아 있는 생선을 먹는데 수족관에서는 죽은 생선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약도 먹인다고 들었어요. 신경안정제 같이 신경이 덜 예민해지는 약을 먹인다거나 하는 거예요. 그것 외에도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는 거의 항상 위장약을 먹이에 타서 먹인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인 사례도 들려줬다.
“순치되는 과정에서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을 안 쉽니다. 울산에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 4마리를 들여왔어요. 그런데 그중 암컷 ‘고이쁜’이 사료 먹는 걸 거부하고 스트레스로 죽었습니다. 스트레스로 죽은 걸 어떻게 알았느냐면, 돌고래가 수족관 유리에 머리를 받는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그래서 달려갔죠. 가 봤더니 풀장 밖으로 나오려고 연속적으로 뛰면서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비디오로 다 촬영해 놨어요.”
“돌고래는 영장류에 준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사회 안에서 교류를 맺고 사는 게 특징입니다. 이런 예도 있어요. 캐나다에서 돌고래를 잡아서 물속에 있는 우리에 넣어서 미국 시애틀까지 배로 옮겼대요. 그런데 잡힌 돌고래의 모든 가족이 시애틀까지 그 배를 다 따라왔다고 하는 거예요. 요즘에 공정 커피라는 걸 팔잖아요. 커피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지킨 커피라면서요. 커피도 공정 커피를 사는 판국에 야생동물을 아무 의미 없이 잡아서 비인도적으로 쇼를 하도록 하는 게 옳은 건가요?”
고래연구소의 김현우 연구원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적은 개체 수를 강조했다.
“지금 약 114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해녀들이나 다른 제주도 주민들 말씀을 들어보면 전에는 더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돌고래 방사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도 제시했다.
“돌고래 방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없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방류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출판된 논문을 기초로 봤을 때 수족관 생활을 2년 이하로 했다면 야생으로 돌아가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8년에서 9년간 수족관 생활을 한 경우는 실패했고요. 제돌이는 2009년 6월부터 잡혀 있었죠. 거의 3년간 있었네요. 돌고래는 성적인 성숙에 이르는 기간이 12년가량입니다. 제돌이가 10살까지는 무리 속에서 살았으니까, 10년 동안 돌고래가 살아가기 위한 행동패턴은 익혔을 것입니다. 생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 연구원은 돌고래 수명에 대한 잘못된 보도도 지적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이 20년으로 나오는데 그건 잘못된 수치입니다. 최대 50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서울대공원에 있는 19살짜리 돌고래가 늙어서 방류가 안된다고 하는데 잘못된 겁니다. 돌고래 나이가 20살이면 장년쯤 돼요. 사람으로 치면 40대가량인 거죠. 늙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9번 개체(제돌이)는 13살로 추정되는데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나 성적 성숙을 이룬 개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 살이 된 거예요.”
서울대공원 총수입의 3분의 1이 돌고래 덕
 |
| 제주도 퍼시픽랜드에서 열리는 돌고래 공연의 한 장면. |
돌고래 1마리의 가격은 얼마일까. 서울대공원의 강형욱 홍보팀장은 “사 온 시기나 훈련 정도,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돌고래 한 마리당 지급한 가격은 약 7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라고 답했다. 판결문을 보면 제주의 퍼시픽랜드가 어민들에게 돌고래를 사들이며 지급한 금액은 700만~1000만원이다. 퍼시픽랜드가 돌고래 공연입장 수익 말고도 ‘돌고래 팔이’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공원이 돌고래쇼로 얻은 수익도 꽤 괜찮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을 찾은 사람은 95만9045명이다. 관람료 수입만 약 11억원이다. 서울대공원 한 해 총수입이 30억원가량이니 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서울대공원의 강 팀장은 “서울대공원은 불법포획인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돌고래를 구입한 것”이라며, “제돌이는 잡혀 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말레이 곰 탈출 이후 최대의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일단 노조가 발표한 성명이나 진행 중인 1인 시위, 서명운동이 서울대공원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서울대공원은 시민의 것이잖아요. 돌고래를 보내겠다, 보내지 않겠다 하는 것은 서울대공원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돌고래 공연을 지속할지도 서울시에서 향후 시민의 의견을 듣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서울대공원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동물원이 학대 장소인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동물원의 기능이 뭡니까. 교육, 전시, 종 보존, 연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노아의 방주 같은 역할인 거죠. 동물원이 학대 장소라면 왜 돌고래만 보냅니까? 다른 동물도 다 보내야지.”
그에게 돌고래를 순치하는 과정이 잔인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물었다. 그의 답이다.
“순치하는 과정이 잔인하다고요?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돌고래는요, 조련사를 선택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조련사하고만 지내요. 조련사가 맘에 안 들면 공격을 합니다. 먹이에 약을 탄다거나 하는 것은, 서울대공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거예요. 대한민국의 모든 사육사를 매도하는 거 아닙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돌고래 조련사가요, 울면서 그러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봤느냐고, 단 하루라도 우리가 지내는 모습을 봤느냐고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순치 과정이 잔인하다 어쨌다 하는 건, 어디서는 이렇더라 하는 얘기를 주워 모아서 하는 얘기 아닙니까?”
그는 대화 내내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서울대공원은 동물학대 장소가 아닙니다.”
“강정마을 시위에 힘 실어 주려 한 일부 매체가 돌고래 이용”
 |
|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 캡처 화면. 서울시정에 대한 네티즌들의 질문과 이에 대한 박 시장의 답변이 실시간으로 오가고 있다. |
기자가 현장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는 일부 매체의 보도 탓이 컸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박 시장이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로 보내겠다’고 하자 ‘그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라는 요지의 질문이 나왔고 박 시장이 이에 수긍했다고 한다.
서울시청의 윤종장 공보과장은 “강정마을 시위에 힘을 실어 주고 싶어한 일부 매체에 이용당한 것”이라고 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위해 돌고래를 이용한 것이라는 말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이때도 박 시장이 전면에 나섰다. 한 네티즌이 박 시장에게 트위터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의 전경 초소와 경호동을 폐쇄할 수 없나’ 물었더니 박 시장은 “(해당 부서에) 이미 확인해 보라고 했다”고 답글을 남겼다.
당시 해당 부서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이미 확인해 보라고 했다는데 우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 혼선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내부에서도 ‘이렇게 민감한 사안까지 온라인으로 갑작스레 지시하면 공무원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창원(李昌遠)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시장 정책결정의 특수성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서울시는 예산이나 규모로 보면 엄청난 뎁니다. 서울시장이 민생이라던가 세세한 디테일에 강한 것은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서울대공원의 그것도 특정 종류의 동물에 대해 그렇게까지 세심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한 측면이 있어요. 본인 스스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있고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해도 시민단체의 수장 역할을 하는 것과 서울시장으로서 행정 결정을 내리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또 지금 와서 서울시민의 의사를 묻겠다고 하는데, 그전에는 동물보호 같은 관련 분야의 시민단체 얘기를 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돌고래 문제에는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 일반시민단체, 일반시민 세 가지 종류의 이해관계자가 있죠. 천만 서울시민의 수장이라면 상대적 비중을 어디에 놓는 게 합당한지 사전에 고민해 봐야 했습니다. 과연 고민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폐쇄 검토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조직에 왜 위계질서가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시장이 들을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적인 것도 아니고 단속적으로, 임기응변적으로 건건이 이어지다 보면 잘못하면 서울시장만 바라보는 시정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입니다. 관료들은 아주 일상적인 일만 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일은 ‘아, 이건 시장에게 맡기자’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죠. 시장은 좀 뜰지 모르겠으나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수장이 본인을 내세우면 조직의 시스템은 죽습니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리드하는 것이 리더 아닙니까?”
박 시장 측에 이에 대해 물었다. 서울시장 비서실의 김현성 비서관은 박 시장의 행정 스타일을 ‘현장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돌고래 방사 결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 비서관에게 ‘서울시장이 돌고래 문제에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고 물었다. 그의 답이다.
“주관적인 판단의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정책을 예산의 경중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이것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따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초의 돌고래 방사 사례이고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관계지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어젠다의 격을 높여 놓는 계기라는 점에서는 이 문제를 예산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장님이 나서서 사회적으로 의제를 설정할 의미가 있었다는 거죠. 탁상에 앉아 판단하지 않는 시장님의 현장 행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트위터로 답을 해 행정에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는 물음에 김 비서관은 “소통의 방법이 변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행정이라는 부분도 발맞춰서 일정부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옛날 의사결정 구조로 보는 겁니다.”
제돌이의 방사를 둘러싸고 오가는 논란 당사자인 제돌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돌고래가 정치 덕을 본 건지, 정치가 돌고래 덕을 본 건지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