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淑大 ‘한 대학 두 총장’ 사건의 전말 : 월간조선

숙명여대가 ‘한 대학 두 총장’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3월 한 달간 교육과학기술부는 재단 이사장을 해임하고 재단 이사장은 총장을 해임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지난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숙대에는 재단 이사회에서 해임된 한영실 총장 대신 ‘총장서리(구명숙 한국어문학부교수)’와 ‘총장직무대행(조무석 대학원장)’ 두 명이 서로 총장임을 자처하며 대립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언급하는 ‘한 대학 두 총장’은 단순히 이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직 한영실 총장과 재단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경숙 전 총장 두 명의 대립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한 총장이 재단 이사회를 ‘돈세탁’ 혐의로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이 전 총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총장이면서 한식(韓食) 전문가로 인지도를 높여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맡을 정도의 정치력을 자랑하는 한 총장과 14년 동안 총장으로 장기집권하며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기까지 했던 이 전 총장. 한 학교 내에서 같은 시기 총장과 교무처장으로 재직하며 후계 관계로 불리기도 했던 이들의 사이가 왜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전경.

재단이 기부금 ‘세탁’했다?

지난 2월 9일 《중앙일보》는 〈숙명여대 재단, 15년간 기부금 685억원 돈세탁〉 제하에 “숙대 재단이 외부 기부금 685억원을 재단이 학교에 지원한 것처럼 꾸몄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동문과 독지가, 기업 등이 내놓은 기부금을 법인 계좌로 받고, 법인이 이 돈을 마련해 학교에 지원한 것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또 재단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에 법정부담금(전입금)을 내야 하는데, 재단은 이 기부금을 제외하면 부담금을 아예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숙명여대 재단법인 전입금 현황에 따르면 재단 측은 1995~2009년 대학에 운영자금 718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685억원은 기부금, 나머지 33억원은 대학 토지보상금 등이었다. 재단 측은 대학 기부금 계좌에 돈이 쌓이면 한 달에 한두 차례 재단 계좌로 옮겼다가 다시 대학의 20여 개 사업통장으로 입금시켜 재단이 학교에 지원한 자금으로 위장한 것이다.

한 총장과 학교 측은 “재단은 이 같은 불법행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단 이사회 측은 “한 총장이 (총장직) 재선(再選)을 앞두고 본인에게 불리한 이사회를 ‘물갈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교과부의 재단 이사장 해임, 재단과 학교 측이 각각 총장 대리를 선임해 ‘한 대학 두 총장’이라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기부금 세탁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경숙 전 총장과 문제를 제기한 한영실 현 총장의 전면전이 불거지면서 숙대 사태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현 정부의 정권 인수위원장으로 일했던 ‘친이’ 이 전 총장과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직을 맡았던 ‘친박’의 대결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왜 숙대에서 ‘기부금 세탁’이라는 일이 벌어졌을까. 또 15년간 계속되다 3년 전 중단된 ‘기부금 세탁’이 이 시점에서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 총장, 취임 직후(2009년) 기부금 편법운용 중지

2008년 9월 숙대에서 열린 총장 이·취임식에서 한영실 총장과 이경숙 전 총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숙대 재단이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받아 재단에서 학교로 이체, 재단전입금인 것처럼 사용한 것은 1995년부터의 일이다. 1994년 이경숙 총장이 취임한 직후다. 15년 동안 숙대가 모은 수백억 원의 기부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재단전입금인 것처럼 포장돼 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9년에 있었다. 한영실 총장은 이경숙 전 총장의 뒤를 이어 2008년 9월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기부금이 재단전입금으로 변칙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계속 지적하며 2009년 10월부터 기부금 재단 계좌 이체를 중단했다.

이후 재단의 학교전입금은 ‘0원’이 됐다. 2011년 3월 교수와 직원, 동문 등의 대표로 구성된 숙명발전협의회(숙발협)는 재단 측에 매년 지급해야 할 법정 부담금이 계속 미납되고 있는 점 등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단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직원들의 집단행동을 금지하는 규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숙발협과 총학생회는 재단에 재정문제 개선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재단과 학교 측의 마찰은 계속돼 왔다.

이 같은 재단과 학교의 다툼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2012년 2월 9일 중앙일보 보도에서였다. 중앙일보는 숙대 내부자료를 인용, 숙대 재단이 15년간 ‘돈세탁’을 해 왔으며 “재단의 불법 행태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용태 재단 이사장은 이에 교수와 동문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악의적인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숙명학원이 범법행위를 한 것과 같은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발전기금이나 기부금을 학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1원도 유용하거나 배임,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학본부가 기부금 처리 문제를 고의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이슈화해 재단에 책임을 씌우고 (재단을) ‘물갈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2주간 숨가쁘게 펼쳐진 공방

이후 사태 파악에 나선 교과부는 숙대 회계장부를 조사한 후 “숙대가 2004~ 2009년의 기부금 395억원을 학교 회계로 넣지 않고 학교법인 수입으로 편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월 16일 이용태 이사장과 전·현직 감사 등 총 6명에게 3월 30일까지 청문 후 임원승인 취소처분을 내릴 것을 결정했다. 사립학교법 29조는 교비회계(학교)에서 법인회계(재단)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재단은 22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한영실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결의하고 총장서리로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한 총장도 이에 맞서 같은 날 해임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고 조무석 대학원장을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구 교수는 자신을 지지하는 교수들과 함께 총장실 접수를 시도하다 극한 대치를 우려한 주변의 만류로 포기하기도 했다.

3월 2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한 총장의 해임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고, 한 총장은 총장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음 날인 3월 30일 교과부는 이용태 이사장 등 이사회 6인의 승인취소(해임)를 통보했다. 이용태 이사장은 이에 4월 6일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다.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숨가쁘게 양측이 대립해 온 것이다. 현재는 법원이 한 총장의 가처분신청을 용인하면서 한 총장은 총장직에 복귀했고, 이사회 관계자 6명은 4월 4일 승인취소되면서 한 총장 측이 일단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 편법운용은 왜?

3월 23일 숙대 총장실 앞에서 이사회가 총장 서리로 임명한 구명숙 교수(왼쪽)가 총장실에 들어가려다 반대파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재단은 굳이 ‘돈세탁’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편법을 썼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타 대학 재단과 다른 숙대 재단의 독특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숙명학원(숙대 재단)은 1906년 고종이 황실학교로 세운 재단으로, 종교단체나 기업 등이 운영하는 다른 사학재단과 달리 특별한 자산이나 수익구조가 없다. 실제로 이경숙 총장이 1994년 취임하기 직전 숙대의 재정은 바닥 상태였다.

이경숙 총장은 당시 “대학시절 숙명을 발전시키겠다던 꿈을 안고 총장에 취임했는데, 막상 취임하고 보니 학교는 거의 무너질 위기에 처해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경숙 전 총장은 취임 후 ‘제2창학운동’, ‘졸업생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 모집 등을 통해 매년 수십억~수백억 원의 재정을 확보했고, 제2창학 캠퍼스를 신설하고 백주년기념관과 교수회관, 도서관을 새로 짓는 등 숙대의 외형적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숙대가 명문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반드시 포함되는 ‘재단의 재정지원’이 숙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재단은 매년 학교에 법정부담금을 내야 하고, 재단의 지원규모가 부족하면 학자금대출제한학교로 지정되는 등 불이익이 생긴다.

1998년 삼보컴퓨터 설립자인 이용태 이사장이 취임했지만 원래 ‘주인 없는 재단’이었던 숙대 재단은 딱히 지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고, 재단 자산에 비해 학교가 받는 기부금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았다.

여기서 기부금을 재단전입금으로 둔갑시키는 편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경숙 전 총장에게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기부자들이 학교를 위해 낸 돈을 학교를 위해 사용했고,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며 편법일 뿐 범법행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편법운용은 이경숙 전 총장이 재직하던 14년 동안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서는 학교 내에서도 “무능한 재단의 분명한 부정행위”라는 의견과 “학교를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었고, 다른 학교도 이용하는 관행”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숙대 총동문회 류지영 회장은 “이용태 이사장이 취임 후 대학에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동문들이 낸 발전기금을 재단 돈으로 위장해 재정 부담을 악화시킨 만큼 사퇴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의 얘기다.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가 받은 기부금이 법인에 넘어간 것은 중대한 잘못입니다. 이사장이 10년 이상 연임하는 동안 특정 인맥 중심의 폐쇄적 이사진 선임구조와 이를 통한 법인 사유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총동문회는 2010년부터 이사회의 파행운영을 중지하고 재단의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지적해 왔지만 재단이 계속 무시했어요. 이사장 퇴진요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재단은 이번 사태를 ‘학교망신’ 운운할 게 아니라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숙대의 한 교수는 “재단은 능력이 없고 총장이 능력이 있다면 이미 확보된 기금은 학교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총장이 능력 있어서 재정도 충분히 확보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단지 재단이 무능하다는 이유로 교과부 평가에서 저평가받는다면 억울한 일 아니냐”며 “재단전입금이든 기부금이든 학교를 위해 쓰여진 돈인데 이제 와서 고의적으로 불법이나 탈법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영실 총장 역시 ‘돈세탁’ 시절 사무처장(2002~2006년), 교무처장(2006~2008년) 등 교내 요직을 맡으며 이경숙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것이다. 학교 회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위치였다. ‘불법 돈세탁’이라고 한다면 한 교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재단 측의 입장이다.

[미니인터뷰] 이용태 前 숙명학원 이사장

“총장도 재단 이사인데 총장이 모금한 것을 재단 회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왜 불법인가”

이용태 전 이사장은 1998년 이경숙 전 총장의 요청으로 숙명학원 이사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일부 세력이 언론 왜곡 보도를 방조해 숙명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부금이 왜 재단법인 계좌로 들어갔나.

“기부금을 학교 교비 회계에 넣은 것이 아니고 임시통장에 모아서 법인회계로 넣은 것이다. 총장이 모금한 것을 왜 법인회계에 넣느냐고 따지는 것인데, 총장도 법인 이사일뿐더러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한 학교에 유리하게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과부의 이사승인 취소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사립학교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기부금 처리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다.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분리해서 처리하라는 내용(제22조)이 있을 뿐이며 같은 조항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제33조)에도 기부금 처리에 대한 정확한 명문 규정은 없다. 승인취소는 부당하다.”

―이른바 ‘세탁’ 과정에서 누락된 돈은 없나.

“15년간 재단회계에 입금된 돈은 한푼도 재단에서 쓰지 않고 곧바로 학교회계로 전입시켜 기부자들의 기부목적에 부합하도록 썼다. 학교 측도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돈세탁이란 허위사실 왜곡 보도다.”

―숙명학원 재단이 재정상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숙명학원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학교를 성균관대나 중앙대처럼 대기업에 넘기는 방법이 있고, 기부금을 법인이 직접 받는 방법도 있다. 기부금을 수익사업 용도로 받아서 법인이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험성이 있어 숙명인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사들은 지속적으로 재단 재정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일부 세력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언론에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본다. 불의에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다.” ⊙

어제의 동반자가 오늘의 敵으로

한 총장은 2008년 총장 선거에서 신도철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출마해 174표로 70표를 얻은 신 교수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차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총장직에 올랐다. 숙대 총장 선출과정은 교수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2명의 후보를 선출한 후 이사회가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말하자면 이사회 눈밖에 나면 총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 총장의 임기(4년)는 오는 8월에 끝난다. 재선을 위해서는 이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사회 구성이 대부분 이경숙 전 총장이 영입한, 이 전 총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 이 전 총장과 한 총장은 총장과 교무처장으로 함께 일할 때 최측근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정년을 앞둔 이경숙 전 총장이 후계자로 대외 인지도가 높은 한 총장을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한 총장 취임 이후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이경숙 전 총장은 2007년부터 적십자간호대학(3년제)과 통합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했는데 한 총장은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이 전 총장의 작품인 ‘교문 성경 구절’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 전 총장은 성경 구절을 새겨 주는 조건으로 3억원짜리 교문을 신축하겠다는 기부자의 뜻을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였는데, 한 총장이 취임 후 이를 삭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총장은 취임 후 이 전 총장의 사업을 대부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 총장과 현 총장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교과부, ‘극형’ 징계 왜?

이용태 전 숙명학원 이사장은 “교과부의 이사 승인 취소는 납득할 수 없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태 전 이사장 등 해임된 재단 이사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숙대 사태에서는 한영실 총장이 승리했다는 평가다. 본인의 총장직 재선에 반대의사를 보이던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재선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총장이 적절한 시점에 정치력을 발휘해 승기를 잡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총장이 2월 초 새누리당 공심위원에 임명돼 세간의 이목을 끈 직후 언론 보도가 터졌다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계인 유정복 의원과 동갑(1957년생)에 동향(인천)으로 각별한 친구 사이라는 점에서 ‘친박계’로 분류되곤 한다. 공심위원에 선정된 것도 대외 인지도와 유 의원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한 총장은 공심위에서 숙대 총동문회장인 류지영 유아교육협회 회장을 비례대표(17번)로 추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기도 했다.

교과부의 처분이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사립대학 재정운용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총 11개 학교가 기부금을 재단으로 편입 후 사용해 지적을 받았다. “사립학교가 기부금을 학교법인으로 편입해 사용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다른 11개 학교는 경고 등 경징계 또는 징계 없이 지나갔고, 숙대만 이사장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교과부가 내린 ‘임원승인 취소’는 사실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들은 향후 5년간 다른 어느 사학 재단에도 갈 수 없게 된다.

재단 측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부금 395억원 전액을 고스란히 학교에 돌려보냈고 타 학교도 이 같은 방법을 쓰고 있는데 숙대 재단에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또 사립학교법에 기부금을 학교 수입으로 규정하는 항목이 없어, 기부금이 재단을 통해 학교로 갔다고 해도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미니인터뷰 참조). 재단 관계자는 “한 총장의 정치력이 여러 곳에 발휘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장 1차전 승리, 불씨는 남아

교과부 김병헌 언론홍보팀장은 숙대 재단 이사 해임과 관련, “사립학교법과 기부금품모집법 해석에 따라 이사와 감사의 잘못이 현저한 만큼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린 것뿐”이라며 “(한 총장의) 외압설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숙대는 한 총장이 총장직을 유지하며 이사회 공석(8명 중 3명)을 채울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게 된 만큼 한 총장이 학교운영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새롭게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8월 재선도 무난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용태 전 이사장이 해임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 데다 학교와 동문회 측의 주장에 반대하는 교수 수십 명이 ‘숙명 명예회복을 위한 교수 모임’을 구성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숙대 내분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남아 있는 이사들과 ‘이사추천위원회’에 참가할 교수들을 설득하는 과제도 남아 있어 새 이사회가 한 총장 의지대로 구성될 수 있을지도 명확지 않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 왔던 이 전 총장의 반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수들과 학생, 동문, 교직원 등 모든 숙명인들에게 상처로 각인된 이번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상단주메뉴

뉴스추적

淑大 ‘한 대학 두 총장’ 사건의 전말

‘親李’ 이경숙에 대한 ‘親朴’ 한영실의 공격인가

0건

사이트 이용안내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