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단골시위꾼들의 국책사업 반대, 그 후 : 월간조선

대한민국의 대형 토목사업, 국책(國策)사업은 수많은 반대와 이를 검증없이 무차별적으로 기사화한 오보들도 얼룩졌다. 환경론자를 자처한 세력의 ‘묻지마 반대’는 개발의 효용성과 경제성, 안정성을 위협했고 무의미한 갈등과 송사(訟事),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낳았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국가적 손실과 낭비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월간조선》 2012년 4월호 참조).

《월간조선》은 지난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이미 공사를 끝냈거나 진행 중인, 그리고 실패한 국책사업 현장을 둘러보았다. 또한 환경론자들이 제기한 의혹과 반대논리를 전문가를 대동하거나 현장 확인 작업을 거쳐 관찰자 시선으로 검증했다.

기자가 찾은 국책사업 현장은 모두 7곳이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터널 주변 늪지를 비롯해 새만금 간척사업, 방폐장 유치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전북 부안군과 부안이 놓친 방폐장을 넘겨받은 경북 경주시, 국책사업 중 최초로 법정에서 문제가 해결된 강원도 양양의 양수댐, 국책사업을 시민단체가 반대한 최초의 사례인 인천국제공항 건설, 희귀식물 자생지 파괴를 이유로 논란을 빚은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구간, 댐 건설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기후변화 피해로 몸살을 앓은 한탄강댐 건설 현장을 찾았다.

과연 환경론자들의 반대는 타당한 것이었던가? 그들이 제기했던 수많은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났는가?

지금도 제주 강정마을에선 여전히 환경론자를 자처하는 외지(外地) 운동가들이 중심이 돼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또다시 환경 파괴 운운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른 국책사업 때의 사례와 같이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섬으로써 그들의 주장대로 환경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인가. 강정마을의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과거 단골 시위꾼들의 주장이 얼마나 맞았는지를 검증해 보면 이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성산터널 주변 늪지

KTX가 하루 48~57차례 지나는 천성산 원효터널 주변 늪지를 찾았다. 터널공사로 고산습지 파괴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검증한 결과, 천성산 화엄늪과 인근 정족산 무제치늪 웅덩이에는 수많은 도롱뇽 알주머니와 북방산 개구리 알들이 가득했다.

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모니터링 결과, 식충식물 끈끈이주걱을 비롯해 멸종위기 2급 식물인 자주땅귀개, 땅귀개, 이삭귀개가 발견됐고 참개구리, 아무르장지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서식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멧돼지와 고라니, 두더지가 뛰놀고 두꺼비와 쇠살모사가 억새 사이를 기어 다니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다.

사패산터널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건설을 반대한 환경론자들은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희귀식물인 산개나리 멸종과 생태계 파괴 등을 주장했었다. 현장을 찾은 결과, 실제로 산개나리 자생지가 터널 공사 중 사라졌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관계자는 “2011년까지 공단 직원이 정기적으로 조사했지만, 산개나리는 찾지 못했다”며 “터널 공사와 산개나리 실종의 연관성은 현재 누구도 명백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개나리 멸종 논란은 북한산국립공원 직원이 도봉산 일대의 새로운 자생지를 발견하면서 일단락됐다. 현재 DNA 분석을 통한 산개나리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발견 당시 4곳이었던 자생지는 현재 8곳으로 늘었다. 산개나리는 다시 피었고, 다른 동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도 보고된 바 없다.

강원도 양양 양수댐

양양연어사업소의 협조를 얻어 치어를 남대천에 방류하고 있는 모습.

반대론자들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상부댐을, 양양군 서면 영덕리에 하부댐을 세우는 양양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해 왔다.

댐 수질을 확인하니 정수기에서 나온 물처럼 투명했다. 오염도 조사결과 역시 하부댐 상·하류의 수질은 1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연어사업소를 찾아 남대천에 사는 연어의 생육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업소 관계자는 “영향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방류한 치어(연어새끼)가 대양(大洋)을 거쳐 성어가 되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남대천이 깨끗하게 보전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수질이 연어감소의 원인이었다면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포획된 연어의 수가 감소했어야 맞다. 하지만 1996년(1만5337마리)이나 10년이 지난 2006년(1만8660마리)이나 포획량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취재 도중 1990년대 앞장서서 발전소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남대천보존회의 이태희(李台熙) 회장을 마주하게 됐다. 그의 첫 마디는 “양수댐 건설로 인한 남대천의 수질악화는 없다”였다.

한탄강댐

다목적댐이 아닌 ‘홍수조절 댐’을 짓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총 사업비 1조2864억원이 책정됐다. 2007년 공사가 착수되고 나서도 반대론자들은 댐 건설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에 완공 예정이니 공사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공사 착수 후 6년이나 지났으니 피해가 있었다면 벌써 나타났어야 한다.

포천시청 한탄강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댐 건설로 인한 특별한 문제는 없다. 이제 주민의 반발도 없어진 상태며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민물고기의 생태 역시 지금까지는 ‘별 영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댐 본체에 고기들의 이동로인 생태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반대론자들은 공항 인근의 조류 감소, 항공기와 철새의 충돌, 개펄의 중금속 오염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세계 최고공항으로 꼽히며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환경부에서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자료를 보면, 영종도 운북동·운남동·삼목동 일대의 조류 수가 공항 완공 직후에는 상당히 감소했으나, 2009년에는 공항건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철새로 인한 항공기 사고 위험’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2010년 한 해 21만여회의 운항 중 7차례의 조류 충돌사고가 발생했다”며 “1만회 비행당 충돌건수가 0.333회로, 국내 연평균 충돌횟수(2.16회)는 물론 미국(2.47회)이나 일본(11.7회)에 비해 경미한 편”이라고 했다.

방폐장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부안과 경주

전북 부안군은 2003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방폐장’ 유치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부안사태’의 발단은 김종규 당시 부안군수가 산업자원부(現 지식경제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도 17년간 표류한 국책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방폐장에 대해 ‘핵’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주민과, 이들의 공포심을 자극한 환경단체들은 부안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다.

환경론자들과 주민들의 반대 논리는 위도가 지진다발 지역이고, 플루토늄이 누출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 등이었다. 산자부 용역 결과 적합성을 인정받았고, 플루토늄이 샐 확률이 거의 없음에도 막연한 공포는 주민들의 눈과 귀를 닫게 만들었다. 결국 2004년 2월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 결과 91.83%의 주민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부안은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다. 주민 54명이 처벌을 받았고, 암암리에 서로 간의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지역경제는 정체됐고, 인구 감소율은 다른 지자체보다 높다. 지난 2007년 부안군수 재선 때 방폐장 유치를 강행했던 김종규씨의 득표율이 40.4%였던 것이 ‘방폐장 포기’에 대한 부안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대변한다.

경주시는 지난 2005년 11월 2일 20만8607명의 선거인 중 70.8%(14만7636명)의 주민이 투표해 무려 89.5%의 찬성률로 경주 양북면 봉길리에 방폐장을 유치했다.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생태주의 담론이 지역발전 담론 앞에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용래(李鎔來) 부이사장은 이를 두고 “경주시민들이 신라통일 이후 이처럼 뭉친 적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7년이 지난 현재 경주는 양북면 봉길리에 방폐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과정에서 연약지반대가 발견돼 두 차례 공기연장이 이뤄져 완공 시기가 2014년 6월로 늦춰졌다. 방폐공단 관계자는 “공사기간 연장은 더 안전한 시공을 위한 조치”라며 “규모 6.5의 지진에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방폐장 유치에 따른 ‘유토피아적 혜택’이 주어질 것이란 생각이 무너지면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방폐장 유치로 받은 특별지원금 3000억원으로는 삶의 질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후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과 신월성원전 1, 2호기의 가동문제가 결부되면서 경주시민들은 또다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새만금 간척사업

지난 2010년 6월 새만금방조제 완공 기념으로 열린 자전거 대회 모습.

1971년 논의가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내 국토개발사업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을 낳았다. 20년 뒤인 1991년 착공한 새만금방조제는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10년 4월 완공됐다. ‘개발’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두고 정부·지자체·주민·학계·종교계 등의 이해 당사자가 서로 얽히며 첨예한 논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환경·시민단체의 반대는 2001년 3월 ‘매립면허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방조제 완공으로 수질이 악화하고, 어종이 급감해 어장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6년 3월 ‘정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방조제 공사는 재개됐다.

새만금방조제 완공 2주년인 올해, 환경론자들의 반대논리 중 수질 관련 주장은 오히려 이전보다 개선됐음이 밝혀져 설득력을 잃었다.

어장 황폐화에 대한 우려는 다른 지역의 어획량과 비교할 때 새만금사업으로 어획량이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생명의 보고’라며 보호를 외치던 갯벌은 방조제 외측으로 점차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