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바로 ‘묻지 마’ 대출
⊙ 완벽한 감사 그러나 그 이후는 오리무중(五里霧中)
⊙ 추상(秋霜) 같은 사법처리 못해 피해자 반발 계속
⊙ 완벽한 감사 그러나 그 이후는 오리무중(五里霧中)
⊙ 추상(秋霜) 같은 사법처리 못해 피해자 반발 계속
- 《월간조선》이 입수한 감사원 문건.
2010년 4월 29일 유희상 감사원 사무처 감사단장(금융기금감사국 제1과장)은 양성용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부산상호저축은행 관리·감독에 관한 질문서’를 보낸다. 감사원은 답변을 5월 4일까지 마칠 것과 질문서 내용이 대외에 누설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해당 질문서 원본(原本)은 답변서와 함께 감사원으로 반송됐다. 《월간조선》은 이 질문서 사본을 입수했다.
통상 감사원은 검사·감독을 마치고 최종보고서 작성 전에 확인한 문제점·의혹을 유관기관에 알린다. 해명을 듣고 업무과실, 책임소재 등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당시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를 통해 드러난 부실을 금융감독원에 알렸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저축은행을 검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했다며 그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질문서를 검토한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비롯한 긴급한 경영개선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밝혀주는 자료”라며 “정부가 부실의 심각성을 인지(認知)했음을 밝혀주는 문건이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를 당한다. 부산저축은행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결과를 취합해서 2010년 5월 대통령에게 수시 보고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정부가 부실을 숨겨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묻지 마’ 대출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은 정부의 검사·감독 책임을 규명하고, 고위험 PF대출(부동산 기획대출·Project Financing) 과정에서 발생한 로비 의혹을 밝혀줄 실마리를 제공한다.
문건을 보면, 감사원은 주요 PF사업장을 현지확인, 서면검사 등의 방식으로 점검하고 사업장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검찰수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沈滯) 등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분양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대출금 상환과 이자납입 연체가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증액대출을 통해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입되게 한 후 모든 여신을 사업종료 시점까지 정상여신으로 분류한 사례를 확인했다. 다음은 PF대출 사업장을 현지 확인한 결과이다.
① (주)일익건설의 ‘부산시 운현동 아파트 신축사업(사업승인일 ‘05. 10. 20)’의 경우 시행사는 부산시 국제금융센터 준공시기에 맞추어 분양 및 착공 예정이며 아파트 진입로 기부채납 비용부담 문제 미해결로 지연되고 있다고 하지만 확인결과 부산지역 경기 침체 및 미분양 아파트 증가, 금융센터 조성사업 지연 등으로 5년째 미착공 상태이며, 부산시 남구청에서는 사업승인 조건에 진입로 기부채납 조건이 반영되어 있고, 아파트 주민을 위한 진입로를 구청 예산으로 개설하기는 불가능이라고 답변.
② (주)일익건설의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사업(‘03. 9. 9. 부산시 건축허가)’의 경우 시행사는 부지 앞의 고가도로 및 철도 이설(移設) 시까지 분양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확인결과 부산시 해운대구에서는 고가도로 철거계획이 없다고 답변.
③ 정우종합건설의 ‘부산시 문현동 아파트 사업(사업승인일 ‘06. 7. 11)’의 경우 시행사는 부산시 국제금융센터 준공시기에 맞추어 분양 및 착공 예정이지만 확인결과 부산지역 경기 침체 및 미분양 아파트 증가, 금융센터 조성사업 지연 등으로 4년째 미착공 중이며 추가 토지매입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사업지연 가능성 있음.
④ (주)화경건설·(주)대전이앤씨·(주)선우개발의 ‘남양주 평내지구 도시개발 사업’의 경우 시행사는 지구단위계획상 사업승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주 이씨 문중에서 토지매도를 지연하고 있다고 하지만 2006년 4월부터 토지매입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17.5%만 매입.
⑤ (유)명각개발·(유)유달에프에이에스·(주)이노인베스트먼트가 추진하는 ‘납골당 분양사업’은 시행사는 납골당은 종교단체나 재단법인에만 인허가 가능하고 사업자가 영리단체이므로 인허가 취득이 불가하며 본건 관련 행정심판, 행정소송에서도 사업자가 패소했다고 하고 있으나 현지 확인결과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매년 분양을 통해 원리금 상환하기로 하였으나 2010년 3월 현재까지 시행자가 납골당 설치허가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허가를 받지 못했고 재단법인을 설립하면 허가는 가능하나 10만여 기의 납골시설을 분양하는 데 장기간 소요 예상.
감사원은 “이런 관리방식이 다른 저축은행에 파급되면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과 관련된 모든 위험관리가 사업 종료시점까지로 집중되어 유사시 대규모 부실을 가져올 여지가 높으며 금융기관으로서 올바른 위험관리가 아닐 뿐 아니라 편법을 통해 모든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자산건전성 분류 및 대손충당금 적립을 규정한 법령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비율 산정 의문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제출한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 중 업무보고서를 검토했다. 검토 후 감사원은 “보유 중인 브라질 국채 또는 이에 투자한 수익증권 형태의 유가증권은 위험가중자산 산정 시 위험가중치를 100% 적용하여야 하는데도 0~20%로 적용하였고, 금융업을 영위하는 비연결 관계회사에 대한 출자금액은 자기자본에서 공제(控除)해야 하는데도 중앙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출자금액 66억원을 자기자본 산정 시 공제하지 않고 내버려둬서 2008년 12월 31일 기준 BIS비율이 7.9%로 8·8클럽요건에 미달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8·8클럽은 상호저축은행법 제12조에서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80억원 이내로 제한하지만 BIS비율 8% 이상, 부실 여신 8% 이하의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의 20% 이내로 이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은 질문서에서 금융감독원에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자산건전성 분류에 오류(誤謬)가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감독을 할 때에는 자산건전성 분류를 엄격히 하도록 하고 이에 상응한 적정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부실을 확대시킬 우려가 높은 지나친 대출 확대를 억제해 개별 사업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관 부실을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문건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은 왜곡된 자산건전성 분류를 바로잡거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부족 적립을 시정하는 데 미흡한 실정으로 2009년 2월 검사에서도 대손충당금 부족적립 지적금액은 66억원,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8.21%에서 8.14%로 일부 수정하는 데 그치는 등 부실 위험을 밝혀 경영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전라북도 군산시 소룡동 682에 있는 (주)케이피엘에 대출한 264억원은 연체 중인 여신으로 고정이하(sub-standard, 부실)로 분류해야 하는데도 이자정리용 증액대출을 통해 요주의(1~3개월 연체)로 분류.
② (주)대전이앤씨에 PF대출한 ‘대구 매호동 APT사업’은 2008년 3월에 이미 분양 완료했으나 수익이 적어 대출금이 환수되지 못하였으므로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야 하는데도 위 차주의 다른 사업장인 ‘남양주 평내지구 아파트 신축사업’에 부실여신을 이관하여 정상여신으로 관리.
감사원이 이들 두 사례만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24개 차주에 대한 자산건전성을 부당하게 분류해서 대손충당금 1494억여 원을 부족하게 적립했다며 해당 기업과 개인의 이름과 액수를 표로 만들어 정리했다. 또 사업이 지연(遲延)되거나 공사 중단 등으로 사업 성공여부가 불확실하여 연체 중인 여신을 이자증액대출을 통해 정상여신으로 관리하는 등 건전성을 잘못 분류해 대손충당금 659억여 원을 부족하게 적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PF대출이 사업 부진 등으로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25명의 차주(사업체 포함)를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유와 액수까지 밝혔다.
성공여부 불확실, 그래도 대출
검찰 수사와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잇달았던 ‘영남알프스 컨트리클럽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조사했다. PF대출 부실을 조사한 감사원은 박모씨 외 3인에게 대출(대출 잔액 305억9200만원)한 ‘영남알프스 컨트리클럽 사업(2004년 10월 20일 사업추진 약정 체결)’의 경우 허가관청인 울산시에서 위 사업의 대상 부지인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산125 일원은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사유로 2005년 7월 18일에 골프장 건설을 위한 도시 기본계획 변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형 공장 신축사업’의 시행사인 레드핀(주)에 대출(대출 잔액 297억5000만원, 대출일 2004년 12월 21일)한 사업의 경우 사업부지인 영등포구 당산동 4가 80부지는 당초 도시계획시설인 학교 예정지였으나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을 하면서 자동차종합연구소 및 개방형 공원으로 개발하도록 되었는데, 시행사가 고밀도 아파트형 공장 신축을 내용으로 하는 지구단위계획 주민제안서를 영등포구청에 접수하였으나 2009년 9월 7일 영등포구에서 건축물의 용도가 맞지 않고 용적률(容積率)이 너무 높아 용도와 밀도에 관한 계획을 수정하도록 통보한 바 있어 아파트형 공장 건립허가가 곤란하고 용적률도 낮추도록 하여 사업성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설사 관할 관청의 보완요구를 수용해 아파트형 공장을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지 옆에 다른 아파트 공장이 2008년 3월 7일 분양 승인되었으나 현재까지도 47개 가운데 15개가 미분양된 실정으로 사업성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 ‘신안복합리조트(압해도 보트마린, 송공연안항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주)신안월드에 대출(대출 잔액 164억4300만원, 대출일 2005년 5월 9일)한 사업의 경우 허가관청인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이미 ‘송공연안항 사업’을 직접 발주해 완료하였으며, 압해도 보트마린 사업은 당시 시행사가 계획을 추진하다가 현재 중단되어 사업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 이후는 五里霧中
감사원은 “위와 같은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으로서 정상적인 자산건전성 관리가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사업 성패에 관한 모든 위험을 사업 종료 시에 한꺼번에 인식하게 되어 사업 실패 시 대손충당금이 일시에 대규모로 부족한 상황에 처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금감원에 “위험을 분산시키고 사업 지연 및 사업성 불확실에 따른 위험에 상응하는 자산건전성 재분류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고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완곡하게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문건을 분석하면서 감사원이 이렇게까지 정밀한 전망을 했던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현지 점검까지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부실의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런 세심함도 빛을 보지 못했다. 문건의 존재를 확인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보고서를 읽고 어떤 대책을 강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 5월 감사원으로부터 이와 같은 보고를 전해들은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에 대해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규모가 9조~1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민간은행이었다”며 “그 당시에는 시장의 안정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바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상호저축은행법상 벌칙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고발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차명대출, 동일인 대출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노력했으나 계좌추적 권한이 없는 감사원으로서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에 대한 ‘동정’에 기반한 입법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동정이 아닌 ‘보상’을 받아야 한다. 감사원 문건은 수천억 원의 돈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뿌려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대출과정에 어떤 흑막(黑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비리로 얼룩진 자금을 회수해 피해자 보상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후처리를 추상(秋霜)같이 했으면 60~70대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한 해가 지나도록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상 감사원은 검사·감독을 마치고 최종보고서 작성 전에 확인한 문제점·의혹을 유관기관에 알린다. 해명을 듣고 업무과실, 책임소재 등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당시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를 통해 드러난 부실을 금융감독원에 알렸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저축은행을 검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했다며 그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질문서를 검토한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비롯한 긴급한 경영개선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밝혀주는 자료”라며 “정부가 부실의 심각성을 인지(認知)했음을 밝혀주는 문건이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를 당한다. 부산저축은행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결과를 취합해서 2010년 5월 대통령에게 수시 보고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정부가 부실을 숨겨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묻지 마’ 대출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은 정부의 검사·감독 책임을 규명하고, 고위험 PF대출(부동산 기획대출·Project Financing) 과정에서 발생한 로비 의혹을 밝혀줄 실마리를 제공한다.
문건을 보면, 감사원은 주요 PF사업장을 현지확인, 서면검사 등의 방식으로 점검하고 사업장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검찰수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沈滯) 등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분양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대출금 상환과 이자납입 연체가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증액대출을 통해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입되게 한 후 모든 여신을 사업종료 시점까지 정상여신으로 분류한 사례를 확인했다. 다음은 PF대출 사업장을 현지 확인한 결과이다.
① (주)일익건설의 ‘부산시 운현동 아파트 신축사업(사업승인일 ‘05. 10. 20)’의 경우 시행사는 부산시 국제금융센터 준공시기에 맞추어 분양 및 착공 예정이며 아파트 진입로 기부채납 비용부담 문제 미해결로 지연되고 있다고 하지만 확인결과 부산지역 경기 침체 및 미분양 아파트 증가, 금융센터 조성사업 지연 등으로 5년째 미착공 상태이며, 부산시 남구청에서는 사업승인 조건에 진입로 기부채납 조건이 반영되어 있고, 아파트 주민을 위한 진입로를 구청 예산으로 개설하기는 불가능이라고 답변.
② (주)일익건설의 ‘해운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사업(‘03. 9. 9. 부산시 건축허가)’의 경우 시행사는 부지 앞의 고가도로 및 철도 이설(移設) 시까지 분양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확인결과 부산시 해운대구에서는 고가도로 철거계획이 없다고 답변.
③ 정우종합건설의 ‘부산시 문현동 아파트 사업(사업승인일 ‘06. 7. 11)’의 경우 시행사는 부산시 국제금융센터 준공시기에 맞추어 분양 및 착공 예정이지만 확인결과 부산지역 경기 침체 및 미분양 아파트 증가, 금융센터 조성사업 지연 등으로 4년째 미착공 중이며 추가 토지매입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사업지연 가능성 있음.
④ (주)화경건설·(주)대전이앤씨·(주)선우개발의 ‘남양주 평내지구 도시개발 사업’의 경우 시행사는 지구단위계획상 사업승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주 이씨 문중에서 토지매도를 지연하고 있다고 하지만 2006년 4월부터 토지매입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17.5%만 매입.
⑤ (유)명각개발·(유)유달에프에이에스·(주)이노인베스트먼트가 추진하는 ‘납골당 분양사업’은 시행사는 납골당은 종교단체나 재단법인에만 인허가 가능하고 사업자가 영리단체이므로 인허가 취득이 불가하며 본건 관련 행정심판, 행정소송에서도 사업자가 패소했다고 하고 있으나 현지 확인결과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매년 분양을 통해 원리금 상환하기로 하였으나 2010년 3월 현재까지 시행자가 납골당 설치허가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허가를 받지 못했고 재단법인을 설립하면 허가는 가능하나 10만여 기의 납골시설을 분양하는 데 장기간 소요 예상.
감사원은 “이런 관리방식이 다른 저축은행에 파급되면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과 관련된 모든 위험관리가 사업 종료시점까지로 집중되어 유사시 대규모 부실을 가져올 여지가 높으며 금융기관으로서 올바른 위험관리가 아닐 뿐 아니라 편법을 통해 모든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자산건전성 분류 및 대손충당금 적립을 규정한 법령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비율 산정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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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1일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이 상경해 국회 정무위원 면담을 요구하며 국회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대책수립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8·8클럽은 상호저축은행법 제12조에서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80억원 이내로 제한하지만 BIS비율 8% 이상, 부실 여신 8% 이하의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의 20% 이내로 이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은 질문서에서 금융감독원에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자산건전성 분류에 오류(誤謬)가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감독을 할 때에는 자산건전성 분류를 엄격히 하도록 하고 이에 상응한 적정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부실을 확대시킬 우려가 높은 지나친 대출 확대를 억제해 개별 사업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관 부실을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문건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은 왜곡된 자산건전성 분류를 바로잡거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부족 적립을 시정하는 데 미흡한 실정으로 2009년 2월 검사에서도 대손충당금 부족적립 지적금액은 66억원,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8.21%에서 8.14%로 일부 수정하는 데 그치는 등 부실 위험을 밝혀 경영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전라북도 군산시 소룡동 682에 있는 (주)케이피엘에 대출한 264억원은 연체 중인 여신으로 고정이하(sub-standard, 부실)로 분류해야 하는데도 이자정리용 증액대출을 통해 요주의(1~3개월 연체)로 분류.
② (주)대전이앤씨에 PF대출한 ‘대구 매호동 APT사업’은 2008년 3월에 이미 분양 완료했으나 수익이 적어 대출금이 환수되지 못하였으므로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야 하는데도 위 차주의 다른 사업장인 ‘남양주 평내지구 아파트 신축사업’에 부실여신을 이관하여 정상여신으로 관리.
감사원이 이들 두 사례만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24개 차주에 대한 자산건전성을 부당하게 분류해서 대손충당금 1494억여 원을 부족하게 적립했다며 해당 기업과 개인의 이름과 액수를 표로 만들어 정리했다. 또 사업이 지연(遲延)되거나 공사 중단 등으로 사업 성공여부가 불확실하여 연체 중인 여신을 이자증액대출을 통해 정상여신으로 관리하는 등 건전성을 잘못 분류해 대손충당금 659억여 원을 부족하게 적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PF대출이 사업 부진 등으로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25명의 차주(사업체 포함)를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유와 액수까지 밝혔다.
성공여부 불확실, 그래도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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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문건에 포함된 ‘PF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한 사례’. |
또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형 공장 신축사업’의 시행사인 레드핀(주)에 대출(대출 잔액 297억5000만원, 대출일 2004년 12월 21일)한 사업의 경우 사업부지인 영등포구 당산동 4가 80부지는 당초 도시계획시설인 학교 예정지였으나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을 하면서 자동차종합연구소 및 개방형 공원으로 개발하도록 되었는데, 시행사가 고밀도 아파트형 공장 신축을 내용으로 하는 지구단위계획 주민제안서를 영등포구청에 접수하였으나 2009년 9월 7일 영등포구에서 건축물의 용도가 맞지 않고 용적률(容積率)이 너무 높아 용도와 밀도에 관한 계획을 수정하도록 통보한 바 있어 아파트형 공장 건립허가가 곤란하고 용적률도 낮추도록 하여 사업성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설사 관할 관청의 보완요구를 수용해 아파트형 공장을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지 옆에 다른 아파트 공장이 2008년 3월 7일 분양 승인되었으나 현재까지도 47개 가운데 15개가 미분양된 실정으로 사업성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 ‘신안복합리조트(압해도 보트마린, 송공연안항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주)신안월드에 대출(대출 잔액 164억4300만원, 대출일 2005년 5월 9일)한 사업의 경우 허가관청인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이미 ‘송공연안항 사업’을 직접 발주해 완료하였으며, 압해도 보트마린 사업은 당시 시행사가 계획을 추진하다가 현재 중단되어 사업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 이후는 五里霧中
감사원은 “위와 같은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으로서 정상적인 자산건전성 관리가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사업 성패에 관한 모든 위험을 사업 종료 시에 한꺼번에 인식하게 되어 사업 실패 시 대손충당금이 일시에 대규모로 부족한 상황에 처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금감원에 “위험을 분산시키고 사업 지연 및 사업성 불확실에 따른 위험에 상응하는 자산건전성 재분류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고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완곡하게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문건을 분석하면서 감사원이 이렇게까지 정밀한 전망을 했던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현지 점검까지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부실의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런 세심함도 빛을 보지 못했다. 문건의 존재를 확인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보고서를 읽고 어떤 대책을 강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 5월 감사원으로부터 이와 같은 보고를 전해들은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월간조선》이 입수한 문건에 대해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규모가 9조~1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민간은행이었다”며 “그 당시에는 시장의 안정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바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상호저축은행법상 벌칙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고발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차명대출, 동일인 대출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노력했으나 계좌추적 권한이 없는 감사원으로서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에 대한 ‘동정’에 기반한 입법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동정이 아닌 ‘보상’을 받아야 한다. 감사원 문건은 수천억 원의 돈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뿌려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대출과정에 어떤 흑막(黑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비리로 얼룩진 자금을 회수해 피해자 보상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후처리를 추상(秋霜)같이 했으면 60~70대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한 해가 지나도록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