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 세워 발표만 하는 교과부, ‘공무원 정원 동결’에 막혀 관철 못 시켜
⊙ 2003년 이후 특수교육대상학생 매년 3657명씩 증가하는데 국·공·사립 특수교사는 법정 정원보다
6500여 명 부족
⊙ 한나라당·민주당 할 것 없이 모두 장애아동 교육에는 무관심
취재멘토 = 朴熙錫 月刊朝鮮 기자 thegood@chosun.com
⊙ 2003년 이후 특수교육대상학생 매년 3657명씩 증가하는데 국·공·사립 특수교사는 법정 정원보다
6500여 명 부족
⊙ 한나라당·민주당 할 것 없이 모두 장애아동 교육에는 무관심
취재멘토 = 朴熙錫 月刊朝鮮 기자 thegood@chosun.com
-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이 아들 노광수(26) 군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2011년 9월,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상영됐다. 언론은 <도가니>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고 여론은 분노의 ‘도가니’에 빠졌다. 장애인 관련단체들을 중심으로 ‘도가니 대책위’가 결성됐으며, 교과부를 비롯한 법무부, 여성부 등 각 부처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전국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盧錫源) 부회장은 “개가 사람을 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문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 특수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가니> 상영 직전 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과 만나서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님이 정말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상영금지 신청까지도 고려하고 있었으니까요. 광주 인화학교 같은 사례가 특수학교 전체에 미칠 파장 때문이었겠죠. 속으로 <도가니> 상영을 막아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특수교육에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특수교육이 처한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교사 부족 문제겠지요.”
708명 증원 예정이었으나 135명 충원에 그쳐
특수교육은 크게 특수학교에서 이뤄지는 분리교육과,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을 통해 이뤄지거나 완전히 비장애아동과 같은 교실에서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통합교육으로 나뉜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특법) 27조에는 학급당 장애아동 수가 규정돼 있다. 유치원은 4명,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이다. 2011년 전국 특수학교의 65.1%,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은 59.1%가 이 규정을 위반한 과밀학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특법 22조는 “특수교육 담당 교사는 학생 4명마다 1명”으로 교사 총 정원 산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필요한 교사 수는 1만5693명이다. 모자란 숫자만 총 6800명이다. 2008년 장특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해마다 평균 650명가량의 교사 충원 계획을 국회에 보고해 왔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2011년 708명을 선발하기로 예정했던 것과 달리 최종적으로 유치·초·중등을 합쳐 총 135명만을 증원하기로 발표했다.
노 부회장은 “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애아동의 70~80%는 지적장애나 자폐증이 있는 학생들입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한 아이들이 많아요. 일단 아이가 앉아야 선생님이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데 착석 자체가 안 되는 아이들이 있어요. 학부모의 동의하에 신경안정제를 먹여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모두 교사가 관리해야 하다 보니 현장에서 교사를 충원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지요.”
경북 지역에서 기간제 특수교사를 하고 있는 이모(28) 교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교사가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이 일반 학생 100명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정신없이 힘든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특법은 있으나 마나
수원에 있는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의 미술시간. 6명의 아이가 호리병에 물감을 칠하고 있다. 갑자기 2학년 민호(가명) 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을 힘들게 하던 민호 군이 기어코 사고를 쳤다. 벽에 있는 시계 앞면을 연두색 물감으로 칠해 버렸다. 옆에 있던 2학년 현우(가명) 군은 쏟아진 물감에 손을 뻗어 적신 뒤 입으로 가져갔다. 민호 군과 현우 군은 자폐증 성향이 강한 아이들이다. 장애 증상의 정도나 종류가 달라 개별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6명밖엔 안 되지만 선생님 혼자서 돌보기엔 벅차 보였다. 그 와중에도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현우 군이 왜 물감을 자꾸 먹으려고 하는지 알기 위해 직접 손끝으로 물감을 찍어 맛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맛이 있네요. 현우 군이 짠 것을 좋아하는데 물감이 짜고 약간 신맛이 있어서 그랬나 봐요.”
그나마 이 정도의 아이들은 장애 정도로 보아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같은 학교의 곽모 특수교사는 “특수학교는 이곳보다 더 중증인 장애아가 많다. 아이들이 과밀된 학급이 많아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2011년 11월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특수교육과 학생 3000여 명이 모여 ‘특수교사 충원 및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인교육권 연대, 장애인부모연대 및 전국특수교육과학과장협의회 등의 단체들도 참가했다. 이날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 의장 김진실 양은 “교사 한 명당 20명의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특수교사 법정 정원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장특법은 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를 많이 반영해 만들어진 법이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김정숙(金貞淑) 사무총장은 “장특법은 여러 가지 좋은 취지를 담고 시작됐지만 구체적으로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애아동의 경우 부모가 장애인이거나 조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장애인 시설에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요. 장특법 23조에 보면 가족지원 서비스 조항이 있는데 실제로 아무도 담당하고 있지 않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법에는 나와 있는데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제시돼 있지 않죠.”
교과부는 양치기 소년
2011년 10월 30일, 교과부는 전국에 21개의 특수학교와 2300개의 특수학급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국특수교육과학과장협의회 의장 류재연(柳在連) 나사렛대 교수는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므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08년 5월, 새 법인 장특법이 시행됐을 때도 법을 이행하기 위해 그 같은 계획을 세웠다는 것. 당시 교과부는 2016년까지 법정 정원 100%를 달성하기 위해 연차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바로 다음 해 2009년 공무원 총 정원이 동결됐다는 이유로 특수교사 증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다시 교과부는 그해 10월, 2015년까지 매년 300~700명의 교사를 증원할 계획임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마다 교과부의 증원 계획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고, 장애인 부모단체나 교육관계자들은 이 같은 교과부의 입장을 믿어왔다는 것이다. 단국대 사범대 학장 신현기 교수는 “교과부에서 ‘특수교육발전 계획’ 등의 문건으로 발표됐던 사항들이라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류 교수의 말이다.
“2009년에 교사 증원 수가 0명이란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때는 지방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원분을 모아 일정 인원을 뽑았기 때문이죠. 교과부가 원래 제시했던 청사진은 5년 내 5000명을 뽑겠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냥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제 그 진정성을 무엇으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장특법을 지킬 만한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밖엔 볼 수가 없어요.”
이런 견해에 대해 교과부 측은 “우리 부서에서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다른 부처로 떠넘겼다. 그렇다면 권한도 없는 사항에 대한 계획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0월 30일 발표된 2300개 학급, 21개 학교 신설 계획은 최소한 교사 2000명 배치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발표도 교과부 측에 문의한 결과 행안부나 기재부와 협의를 마친 사안이 아님이 밝혀졌다. 교사가 확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학교나 학급을 증설한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 같은 교원, 학급 증설 계획들이 행안부와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세운 것이냐는 물음에 특수교육과 정민호 교육연구관은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저희 나름의 목표였습니다. 그렇다고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저희도 가슴이 아픕니다. 현장에서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실행여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일까. 정 연구관은 또 이렇게 부연했다.
“며칠간 밤을 새우면서 세운 계획입니다. 우리 부서의 의지이기도 하고요. 그 계획에 따라 장관 결재를 받은 뒤 행안부에 요청하게 되죠. 708명에서 135명으로 줄어든 것도 행안부와 협의하면서 감축된 겁니다. 저희도 행안부 입장에선 을(乙)이에요. 노력했지만 우리 마음대로 늘려줄 수 없으니 문제지요. 이번 10월 30일 발표한 증설 계획도 장관님이 결재하신 사항입니다. 그만큼 학급 증설 계획을 세웠으니 행안부에서도 교사 충원을 참작해 주리라 희망을 갖고 있는 겁니다.”
류 교수는 “‘노력했지만 결국 자기들이 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은 결국 본인들의 무능력과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는 여자를 꾀어서 잠깐 즐기고 버리려는 달콤한 유혹과 같은 것 아니냐”고 했다. 교과부의 계속된 ‘양치기 소년’ 행동에 신뢰가 깨졌다는 말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도 2300개 학급 증설 계획은 “교과부가 기존 계획을 재탕, 삼탕 하는 것”이라며 “<도가니> 사건 이후 특수학교와 교사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다 보니, 뭔가 내놓지 않으면 너무 무대응,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행안부, 기재부가 도와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안부 사회조직과 담당자는 “특수교사의 경우 타교원 정원에 비해 최대한 우선적으로 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무원 총 정원 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증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행안부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행안부는 아니라고 하는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 담당자는 “특수교사 증원 수만 놓고 보면 적어 보여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많이 증원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교원을 무작정 늘릴 수가 없습니다. 요즘 다른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공무원을 늘리는 것을 국민 중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장특법상 특수교사 수를 채우기 위한 계획이 갖춰져 있느냐고 묻자 “기재부가 재정 편성 시 5년의 중기계획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안부도 내부적으로 중기계획을 만든다. 정책이 형성, 확정되기 전까지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 그런 내부 협의과정까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40% 가감 가능’이라는 괴이한 조항
류 교수는 22조의 시행령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 4명당 1명의 교사 배치 기준 뒤에 이것을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 교육장이 4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정원의 40% 정도는 안 뽑아도 위법이 아니라고 보는 거지요. 2010년쯤 공청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이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시 교과부 특수교육과 김은주 과장이 반대를 했어요. 결국 국회에서 논의가 일치하지 않아 무산됐지요.”
40% 가감 조항에 대해서는 이 법이 위임한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자폐성 장애 1급을 가진 26세 노광수 군의 아버지다. ‘광수 아빠’로 불리는 그는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특수교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장특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특수교육진흥법이 있었어요. 장특법이 이전 법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꼭 지켜야 되는 강제규정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특수교육진흥법에서 ‘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던 것이 ‘해야 한다’로 상당부분 바뀐 것이죠. 강제규정이다 보니 안 지킬 수는 없고 빠져나가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교과부 측 논리는 또 달랐다. 교과부 특수교육과 정 연구관은 “40% 가감 조항은 학교와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감의 판단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며 “중증 장애아가 많은 학교는 교원을 더 늘리고, 보다 경증인 아동이 많은 곳은 교원을 덜 줘도 되게끔 한 것”이라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부모연대 이혜영 상담팀장은 “40%를 감해서 적용하는 곳은 많지만 더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특법 제정 당시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는 장특법 제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단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金紀龍) 사무처장은 “2007년 제정된 장특법이 2008년 공포되기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이 험난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시행령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2007년 법을 제정할 때는 교사 배치기준을 현재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도 있었고, 그에 따른 교사 증원과 같은 후속 과제들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법률의 집행력을 확인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행령을 만들고 2008년 정부가 모든 걸 조정하면서부터 서서히 헝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소송 해봤지만 초록은 동색
―행정소송을 제기해 본 적은 있습니까.
“네. 저희 단체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재작년부터 2년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수학급당 학생 수를 위반해 과밀학급이 생기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죠. 먼저 행정심판을 진행했는데 각하됐습니다. 각하 사유는 ‘학부모가 학급을 추가로 신청할 권리가 없다’는 거였어요. 그럼 그러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느냐고 했더니 교장한테 있다고 하더라고요. 교장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인데 교육청에 어떻게 소송을 걸겠습니까. 그래서 행정소송으로 갔는데 또 다른 근거를 들더라고요. 국가 행정절차법상 재정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경우는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죠.”
교과부가 작성한 2011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8만2665명으로 2003년 이후 매년 평균 3657명씩 늘어가는 추세다. 비장애아동의 학령기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그럼에도 특수교육에 관한 사항이 별도로 고려되지 않고 일반 교육에 포함되어 결정돼 버린다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전 정부 때 만들어진 법률이라 책임감을 갖고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2007년 장특법 제정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었고 교육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기 때문에 저희를 많이 도와주셨고 굉장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미적거릴 때마다 이주호 의원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주었고 많은 것이 장특법에 반영됐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그분이 장관이 되면서 많이 기대를 했어요. 하지만 더 좋은 법이 시행됐음에도 예산의 증감 폭이 줄어들고 이쪽으로 투자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죠. 전체 정부의 복지나 교육정책 방침 때문인지 잘 판단은 되지 않지만요.”
여당도 야당도 미지근
이러한 문제를 다시 해결해 보고자 2010년 초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전국특수교육학과 교수들과 함께 ‘특수교사 특별충원에 관한 법’의 입법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수교사를 교육공무원 정원 규정과 상관없이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물망에 올랐던 의원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 의원의 자녀도 장애아이고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어요. 특수교사 문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계셨죠. 이 법안을 설명했더니, 아주 반겼고 신경도 많이 써줬습니다. 몇 달 뒤, 구체적인 예산을 추계해서 찾아가 ‘10년간 공무원을 6000명 정도 뽑고 예산은 3000억~4000억원이 든다’고 말하자 흔쾌히 대답을 못 했어요. 집권 여당으로서 재정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대해 설명하더라고요.”
―야당의원 쪽을 찾아가진 않았나요?
“어쩔 수 없이 야당 의원실 문을 두드렸죠. 그쪽도 선뜻 움직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좀 더 끓어오르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실망을 많이 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더 상황이 악화되고 당초 708명 계획이 135명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서 다시 그 법안(특수교사특별충원에관한법)을 꺼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이미 18대 국회가 끝난 상황이라 19대 국회 가야 되지 않을까요.”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부족한 사정이 심각하다 보니 시·도 자치 교육청에서는 자체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를 들 수 있다. 2011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 교사는 56%가 비정규 교사다. 경북 특수학교 교사 또한 비정규직 교사 비율이 33.7%에 이른다.
한국재활복지대학 김주영(金周永) 교수는 “기간제 교사의 의미는 정교사가 몇 달 업무를 중단했을 때 채용하는 것인데, 특수교육에서는 마치 정교사처럼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특수교사의 비정규직 문제는 특수학급 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를 돕는 보조원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말이다.
“2002년부터,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조원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취지였지요. 저소득 인력의 구제책이기도 했습니다.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정해두고 채용했고 주로 나이 많은 아주머니 분들이 지원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교양도 필요하고 교육적 지식도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소위 단순 무식한 보조원 분들이 많아 교사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교사보다 막강한 교육보조원
나이 어린 교사들은 어머니뻘 되는 보조원을 상대로 ‘지시’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런 일이 수년 지속되다 보니 보조원은 교사들의 상전처럼 돼버렸다. 교사들이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가 도리어 교장 선생님을 한 분 더 모시는 격이 됐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기간제라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바뀌는데 보조원들은 무기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보조원들은 학교장이 뽑고 있어 교장의 친인척인 경우가 많고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이 보조원들에 의해 보고되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보조원이 교사를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2011년 기준 특수교육보조원은 모두 8936명이 배치된 상태다. 특수학급의 상황에 관해 이해가 부족한 시·군·구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나 교장들이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특수교사 대신 보조원을 채용하기도 한다는 것. 공익요원 등의 무급 보조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20대 초반 남성이다 보니 여학생들의 신변처리 상황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중간관리 체계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방 교육청의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들이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경기도 내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소속된 총 29명의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들 중 22명이 특수교육 비전공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한규일 장학사는 “다른 시·도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일선 학교 교사를 장학 지도해야 하는 장학사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고등학생이 대학생을 가르치는 시스템”이라며 “이 과정에서 누수 되는 행정력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권모(26)씨는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사는 교사라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우리나라에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도, 교사에 대한 인식도 낮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일반 교사들로부터 “뭐, 가르친다고 해서 알아듣겠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의 말이다.
“교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법정 정원이 지켜지고 교사 수가 많아져도, 어차피 학교에서는 소수입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거라고 봐요.”⊙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盧錫源) 부회장은 “개가 사람을 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문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 특수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가니> 상영 직전 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과 만나서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님이 정말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상영금지 신청까지도 고려하고 있었으니까요. 광주 인화학교 같은 사례가 특수학교 전체에 미칠 파장 때문이었겠죠. 속으로 <도가니> 상영을 막아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특수교육에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특수교육이 처한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교사 부족 문제겠지요.”
708명 증원 예정이었으나 135명 충원에 그쳐
특수교육은 크게 특수학교에서 이뤄지는 분리교육과,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을 통해 이뤄지거나 완전히 비장애아동과 같은 교실에서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통합교육으로 나뉜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특법) 27조에는 학급당 장애아동 수가 규정돼 있다. 유치원은 4명,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이다. 2011년 전국 특수학교의 65.1%,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은 59.1%가 이 규정을 위반한 과밀학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특법 22조는 “특수교육 담당 교사는 학생 4명마다 1명”으로 교사 총 정원 산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필요한 교사 수는 1만5693명이다. 모자란 숫자만 총 6800명이다. 2008년 장특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해마다 평균 650명가량의 교사 충원 계획을 국회에 보고해 왔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2011년 708명을 선발하기로 예정했던 것과 달리 최종적으로 유치·초·중등을 합쳐 총 135명만을 증원하기로 발표했다.
노 부회장은 “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애아동의 70~80%는 지적장애나 자폐증이 있는 학생들입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한 아이들이 많아요. 일단 아이가 앉아야 선생님이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데 착석 자체가 안 되는 아이들이 있어요. 학부모의 동의하에 신경안정제를 먹여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모두 교사가 관리해야 하다 보니 현장에서 교사를 충원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지요.”
경북 지역에서 기간제 특수교사를 하고 있는 이모(28) 교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교사가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이 일반 학생 100명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정신없이 힘든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장특법은 있으나 마나
 |
| 2011년 11월 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전국 특수교육과 학생 3000여 명과 장애인단체들이 모였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과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라는 구호를 외쳤다. |
“아, 맛이 있네요. 현우 군이 짠 것을 좋아하는데 물감이 짜고 약간 신맛이 있어서 그랬나 봐요.”
그나마 이 정도의 아이들은 장애 정도로 보아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같은 학교의 곽모 특수교사는 “특수학교는 이곳보다 더 중증인 장애아가 많다. 아이들이 과밀된 학급이 많아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2011년 11월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특수교육과 학생 3000여 명이 모여 ‘특수교사 충원 및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인교육권 연대, 장애인부모연대 및 전국특수교육과학과장협의회 등의 단체들도 참가했다. 이날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 의장 김진실 양은 “교사 한 명당 20명의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특수교사 법정 정원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다.
장특법은 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를 많이 반영해 만들어진 법이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김정숙(金貞淑) 사무총장은 “장특법은 여러 가지 좋은 취지를 담고 시작됐지만 구체적으로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애아동의 경우 부모가 장애인이거나 조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장애인 시설에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요. 장특법 23조에 보면 가족지원 서비스 조항이 있는데 실제로 아무도 담당하고 있지 않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법에는 나와 있는데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제시돼 있지 않죠.”
제22조(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두는 특수교육교원의 배치기준) 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배치하는 특수교육 담당 교사는 학생 4명마다 1명으로 한다. 다만, 도시와 농촌·산촌·어촌 교육의 균형발전,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운영 현황 및 특수교육대상자의 지역별 분포 등을 고려하여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별 교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단위 학급별 교사는 해당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배치 기준의 40퍼센트의 범위에서 가감하여 배치할 수 있다. 제27조(특수학교의 학급 및 각급학교의 특수학급 설치기준) ①특수학교와 각급학교의 정원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학급 및 특수학급을 설치하여야 한다. 1. 유치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4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4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한다. 2.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6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한다. 3.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7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7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한다. ② 교육감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순회교육의 경우 장애의 정도와 유형에 따라 학급 설치 기준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 ③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두는 특수교육교원의 배치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교과부는 양치기 소년
 |
| 특수교사 충원을 위한 집회 도중, 특수교육에의 관심을 호소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
“2009년에 교사 증원 수가 0명이란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때는 지방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원분을 모아 일정 인원을 뽑았기 때문이죠. 교과부가 원래 제시했던 청사진은 5년 내 5000명을 뽑겠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냥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제 그 진정성을 무엇으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장특법을 지킬 만한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밖엔 볼 수가 없어요.”
이런 견해에 대해 교과부 측은 “우리 부서에서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다른 부처로 떠넘겼다. 그렇다면 권한도 없는 사항에 대한 계획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0월 30일 발표된 2300개 학급, 21개 학교 신설 계획은 최소한 교사 2000명 배치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발표도 교과부 측에 문의한 결과 행안부나 기재부와 협의를 마친 사안이 아님이 밝혀졌다. 교사가 확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학교나 학급을 증설한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 같은 교원, 학급 증설 계획들이 행안부와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세운 것이냐는 물음에 특수교육과 정민호 교육연구관은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저희 나름의 목표였습니다. 그렇다고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저희도 가슴이 아픕니다. 현장에서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실행여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일까. 정 연구관은 또 이렇게 부연했다.
“며칠간 밤을 새우면서 세운 계획입니다. 우리 부서의 의지이기도 하고요. 그 계획에 따라 장관 결재를 받은 뒤 행안부에 요청하게 되죠. 708명에서 135명으로 줄어든 것도 행안부와 협의하면서 감축된 겁니다. 저희도 행안부 입장에선 을(乙)이에요. 노력했지만 우리 마음대로 늘려줄 수 없으니 문제지요. 이번 10월 30일 발표한 증설 계획도 장관님이 결재하신 사항입니다. 그만큼 학급 증설 계획을 세웠으니 행안부에서도 교사 충원을 참작해 주리라 희망을 갖고 있는 겁니다.”
류 교수는 “‘노력했지만 결국 자기들이 할 수 없는 일’이란 말은 결국 본인들의 무능력과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는 여자를 꾀어서 잠깐 즐기고 버리려는 달콤한 유혹과 같은 것 아니냐”고 했다. 교과부의 계속된 ‘양치기 소년’ 행동에 신뢰가 깨졌다는 말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도 2300개 학급 증설 계획은 “교과부가 기존 계획을 재탕, 삼탕 하는 것”이라며 “<도가니> 사건 이후 특수학교와 교사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다 보니, 뭔가 내놓지 않으면 너무 무대응,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행안부, 기재부가 도와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안부 사회조직과 담당자는 “특수교사의 경우 타교원 정원에 비해 최대한 우선적으로 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무원 총 정원 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증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행안부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행안부는 아니라고 하는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 담당자는 “특수교사 증원 수만 놓고 보면 적어 보여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많이 증원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교원을 무작정 늘릴 수가 없습니다. 요즘 다른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공무원을 늘리는 것을 국민 중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장특법상 특수교사 수를 채우기 위한 계획이 갖춰져 있느냐고 묻자 “기재부가 재정 편성 시 5년의 중기계획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안부도 내부적으로 중기계획을 만든다. 정책이 형성, 확정되기 전까지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 그런 내부 협의과정까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40% 가감 가능’이라는 괴이한 조항
 |
| 전국특수교육과학과장협의회 의장 류재연 나사렛대 교수. |
“학생 4명당 1명의 교사 배치 기준 뒤에 이것을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 교육장이 4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정원의 40% 정도는 안 뽑아도 위법이 아니라고 보는 거지요. 2010년쯤 공청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이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시 교과부 특수교육과 김은주 과장이 반대를 했어요. 결국 국회에서 논의가 일치하지 않아 무산됐지요.”
40% 가감 조항에 대해서는 이 법이 위임한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자폐성 장애 1급을 가진 26세 노광수 군의 아버지다. ‘광수 아빠’로 불리는 그는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특수교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장특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특수교육진흥법이 있었어요. 장특법이 이전 법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꼭 지켜야 되는 강제규정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특수교육진흥법에서 ‘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던 것이 ‘해야 한다’로 상당부분 바뀐 것이죠. 강제규정이다 보니 안 지킬 수는 없고 빠져나가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
|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
장특법 제정 당시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와 장애인부모연대는 장특법 제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단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金紀龍) 사무처장은 “2007년 제정된 장특법이 2008년 공포되기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이 험난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시행령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2007년 법을 제정할 때는 교사 배치기준을 현재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도 있었고, 그에 따른 교사 증원과 같은 후속 과제들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법률의 집행력을 확인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행령을 만들고 2008년 정부가 모든 걸 조정하면서부터 서서히 헝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소송 해봤지만 초록은 동색
 |
|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특수교육학과 교수들이 피켓을 들었다. 2011년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릴레이 1인 시위는 한 달여간 계속됐다. |
“네. 저희 단체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재작년부터 2년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수학급당 학생 수를 위반해 과밀학급이 생기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죠. 먼저 행정심판을 진행했는데 각하됐습니다. 각하 사유는 ‘학부모가 학급을 추가로 신청할 권리가 없다’는 거였어요. 그럼 그러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느냐고 했더니 교장한테 있다고 하더라고요. 교장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인데 교육청에 어떻게 소송을 걸겠습니까. 그래서 행정소송으로 갔는데 또 다른 근거를 들더라고요. 국가 행정절차법상 재정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경우는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죠.”
교과부가 작성한 2011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8만2665명으로 2003년 이후 매년 평균 3657명씩 늘어가는 추세다. 비장애아동의 학령기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그럼에도 특수교육에 관한 사항이 별도로 고려되지 않고 일반 교육에 포함되어 결정돼 버린다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전 정부 때 만들어진 법률이라 책임감을 갖고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2007년 장특법 제정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이었고 교육 파트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기 때문에 저희를 많이 도와주셨고 굉장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미적거릴 때마다 이주호 의원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해주었고 많은 것이 장특법에 반영됐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그분이 장관이 되면서 많이 기대를 했어요. 하지만 더 좋은 법이 시행됐음에도 예산의 증감 폭이 줄어들고 이쪽으로 투자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죠. 전체 정부의 복지나 교육정책 방침 때문인지 잘 판단은 되지 않지만요.”
여당도 야당도 미지근
이러한 문제를 다시 해결해 보고자 2010년 초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전국특수교육학과 교수들과 함께 ‘특수교사 특별충원에 관한 법’의 입법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수교사를 교육공무원 정원 규정과 상관없이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물망에 올랐던 의원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 의원의 자녀도 장애아이고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어요. 특수교사 문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계셨죠. 이 법안을 설명했더니, 아주 반겼고 신경도 많이 써줬습니다. 몇 달 뒤, 구체적인 예산을 추계해서 찾아가 ‘10년간 공무원을 6000명 정도 뽑고 예산은 3000억~4000억원이 든다’고 말하자 흔쾌히 대답을 못 했어요. 집권 여당으로서 재정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대해 설명하더라고요.”
―야당의원 쪽을 찾아가진 않았나요?
“어쩔 수 없이 야당 의원실 문을 두드렸죠. 그쪽도 선뜻 움직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좀 더 끓어오르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실망을 많이 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더 상황이 악화되고 당초 708명 계획이 135명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서 다시 그 법안(특수교사특별충원에관한법)을 꺼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이미 18대 국회가 끝난 상황이라 19대 국회 가야 되지 않을까요.”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부족한 사정이 심각하다 보니 시·도 자치 교육청에서는 자체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를 들 수 있다. 2011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 교사는 56%가 비정규 교사다. 경북 특수학교 교사 또한 비정규직 교사 비율이 33.7%에 이른다.
한국재활복지대학 김주영(金周永) 교수는 “기간제 교사의 의미는 정교사가 몇 달 업무를 중단했을 때 채용하는 것인데, 특수교육에서는 마치 정교사처럼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특수교사의 비정규직 문제는 특수학급 내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를 돕는 보조원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말이다.
“2002년부터,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조원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취지였지요. 저소득 인력의 구제책이기도 했습니다.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정해두고 채용했고 주로 나이 많은 아주머니 분들이 지원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교양도 필요하고 교육적 지식도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소위 단순 무식한 보조원 분들이 많아 교사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교사보다 막강한 교육보조원
나이 어린 교사들은 어머니뻘 되는 보조원을 상대로 ‘지시’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런 일이 수년 지속되다 보니 보조원은 교사들의 상전처럼 돼버렸다. 교사들이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가 도리어 교장 선생님을 한 분 더 모시는 격이 됐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기간제라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바뀌는데 보조원들은 무기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보조원들은 학교장이 뽑고 있어 교장의 친인척인 경우가 많고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이 보조원들에 의해 보고되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보조원이 교사를 평가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2011년 기준 특수교육보조원은 모두 8936명이 배치된 상태다. 특수학급의 상황에 관해 이해가 부족한 시·군·구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나 교장들이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특수교사 대신 보조원을 채용하기도 한다는 것. 공익요원 등의 무급 보조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20대 초반 남성이다 보니 여학생들의 신변처리 상황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중간관리 체계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방 교육청의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들이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경기도 내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소속된 총 29명의 특수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들 중 22명이 특수교육 비전공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한규일 장학사는 “다른 시·도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일선 학교 교사를 장학 지도해야 하는 장학사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고등학생이 대학생을 가르치는 시스템”이라며 “이 과정에서 누수 되는 행정력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권모(26)씨는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사는 교사라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우리나라에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도, 교사에 대한 인식도 낮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일반 교사들로부터 “뭐, 가르친다고 해서 알아듣겠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의 말이다.
“교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법정 정원이 지켜지고 교사 수가 많아져도, 어차피 학교에서는 소수입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거라고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