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영화 직접 배급 허용하고 스크린쿼터 축소하면 문화식민지 된다”
⊙ 촛불집회 이끈 사람, “선군정치는 평화정치” 발언
⊙ 성영신 고려대 교수, “자극적 정보 속성과 공권력 약화가 괴담 전파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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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영신 고려대 교수, “자극적 정보 속성과 공권력 약화가 괴담 전파 원인”
- 2011년 11월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한미 FTA 저지 범국민 촛불 문화제’.
1989년 8월 13일 오후 2시40분.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소동이 일었다. 영화관 2층 객석에 ‘최루 분말’이 뿌려졌다. 스크린에는 미국 영화 <빅>이 한참 상영 중이었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다. 영화 상영은 중지됐고, 관객들은 환불을 요구했다. 종로 ‘단성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영화계엔 미국 영화 직접 배급, 즉 ‘직배(直配)’에 대한 거부 운동이 한창이었다. 직배 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직배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영화관에 뱀을 풀어놓거나 불을 지른 일도 있었다. 영화관에 최루 분말을 뿌린 것도 직배 거부를 주장하는 측이 한 일이었다.
미국 영화 直配 후에도 한국 영화 잘나가
1985년 영화진흥법이 개정됐다. 외화 직접 배급이 허용된 것이다. 같은 해 한미무역협정을 체결할 당시 미국 측의 요구 사항이었다. 이에 따라 1987년 한미 양국 사이에 직배 허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UIP 한국지사가 설립됐다. UIP는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MGM,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등 미국 4대 영화사가 함께 세운 회사였다.
직배 반대 측이 내세운 이유는 ‘국내 배급사들의 이윤 감소’였다. 외국 영화를 수입해서 배급하고 얻은 이윤이 다시 한국 영화 제작에 투자되곤 했는데, 외국 배급사가 직접 영화를 배급하면 그 이윤이 사라지고 이는 한국 영화 침체로 이어진다는 얘기였다. 당시 영화인협회 이사장이었던 유동훈(柳東薰)씨는 “미국 영화가 직접 들어가면 그 나라 영화는 멸망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인협회의 감독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문진(趙文眞)씨는 “미국 영화사의 국내 직접 배급은 한국 영화 시장을 전복시키는 것과 같으며 극장 수익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므로 국고 손실은 물론 문화식민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UIP가 한국에 직접 들여온 첫 영화는 <위험한 정사>였다. <위험한 정사>가 개봉되고 22년여가 흐른 지금, 한국 영화 배급 시장은 국내 배급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UPI 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UIP의 관객 점유율 순위는 작년 기준 10위다. 1위는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3년부터 9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배급사가 관객 점유율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22년 전 영화인협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극장 수익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문화식민지’ 주장은 1990년대 말에 다시 등장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서였다. 1998년 당시 한국과 미국은 투자협정 체결을 논의하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 즉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등 단체를 만들어 반대에 나섰다. 참여정부 들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논의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당시 한국 영화는 ‘천만 관객 시대’를 맞고 있었다. 2003년에 개봉된 <실미도>가 천만 관객의 첫 포문을 열었다. 1천108만명이 봤다. 이듬해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1천174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2005년에 개봉된 <왕의 남자>의 흥행성적은 1천230만명이었다. 그 다음 해인 2006년 개봉한 <괴물>을 본 관객은 1천301만명이었다. 그해 1월 노무현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념투쟁 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
‘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축소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섰다. 배우 문성근(文盛瑾)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단체다. 축소 조치가 적용되기 시작한 2006년 7월 1일에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때 진행을 맡은 양기환 당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 대변인은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수많은 영화인이 일터를 잃게 되며,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은 ‘한미 FTA 반대’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2006년 7월 24일 한국감독협회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미 FTA 저지 운동과 연계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운동이 이념 투쟁화되고 있다”면서 “더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으며, 본 협회는 독자적 입장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돼서 정말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을까. 영진위의 통계를 보면 작년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 즉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한국 영화를 고른 비율은 46.5%다. 스크린쿼터 축소 전후의 수치를 보면 2006년 63.8%였던 것이 그 다음 해에는 50%로 줄었다. 2008년에 또다시 42.1%로 감소했다가 2009년에는 48.8%로 상승했다. 한국 영화계가 외국 영화에 ‘지배’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의 이용신 사무관은 “한국 영화의 시장 규모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스크린쿼터와 관계없이 관람객이라든가 전체 영화시장 규모가 2007년부터 정체가 되어 있습니다. 1조5000억이 조금 안 되는 규모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영화 산업 시장구조라든가 이런 게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스크린쿼터 아닌 유통구조가 진짜 문제”
현장의 생각은 어떨까. 영화 <사물의 비밀>을 만든 이영미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물의 비밀>은 2011년 11월에 개봉했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의 문제로 ‘배급 문제’를 들었다. 이 감독의 말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규모가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3대 메이저 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의 유통망을 타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요. 배급망을 잡지 못하면, 상업영화로 제대로 관객들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상영관이 200개가 넘지 않으면 상업영화로 성공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배급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이 어떤 계약이 아닌 ‘관행’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 산업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도 문제일 수 있지만, 한국 영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배급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상업영화 중 적은 자본으로 제작된 작은 영화들은 빛 자체를 못 보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 한국 영화의 다양성 상실로 연결돼서 외국 영화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용신 사무관도 한국 영화 산업의 심각한 문제로 ‘유통’을 들었다.
“영화를 배급하고 상영하는 시장 자체가 독과점 상태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가 한국 영화의 발목을 잡는 거죠.”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정부가 미국에 영화 시장을 내줬다는 비판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 운운의 암울한 예언을 했다. 배급 문제나 장르 영화 육성 문제 등 한국 영화 산업이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적은 적어도 최근 2년간은 없다.
한ㆍ칠레 FTA 체결 후 수출까지 시작한 포도 농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시에도 “포도 농가 망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칠레의 주산품 중 하나인 포도가 싼값으로 밀려들어 와 국내 포도 농가가 폐업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떨까. 경상북도 영천은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 중 하나다. 영천의 금호농협 관계자는 “칠레 포도 수입의 영향력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무슨 영향력 같은 게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칠레 포도 자체가 국민 식생활과 잘 안 맞았어요. 수입은 됐지만 별 타격은 없었습니다. 칠레 포도가 들어와서 망했다거나 포도 농사를 접은 분은 적어도 제가 듣기로는 없습니다.”
금호농협에서는 포도 수출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8월부터 미국, 대만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거봉과 흑포도(캠벨포도)가 나가고 있어요.”
사실 근거 없는 반대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한미 FTA다. 한ㆍ칠레 FTA나 한ㆍEU FTA 체결 때는 반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미 FTA 반대에는 특유의 ‘반미감정’이 곁들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미 코드가 담긴 ‘괴담’ 수준의 루머가 공론장을 뒤덮어왔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합리적 논의보다는 감정을 건드리는 ‘괴담’이 체결 반대의 주된 근거다. ‘광우병 괴담’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급기야 MBC은 2008년 4월 29일 방송에서 주저앉은 소를 보여주며 광우병 소라고 설명했다.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예를 들 때는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다.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내용도 내보냈다. 이는 그해 여름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미친 소 반대 촛불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이 방송의 핵심 내용 모두 지난해 9월 2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허위보도 판결을 받았다.
‘총기 소지 자유화’ 괴담도 떠돌아
한미 FTA 관련 괴담은 여전히 인터넷과 SNS상에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괴담 중엔 ‘의료비 급등’이 있다. ‘한미 FTA 체결 후 의료 분야가 민영화되면 위내시경 4만원→100만원, 심혈관조영술 14만원→430만원, 관상동맥우회술 350만원→4140만원, 맹장수술비 30만원→900만원’이라는 내용이다.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의료 분야는 개방 대상에서 예외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가스ㆍ전력ㆍ수도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루머도 있다. 트위터에는 “볼리비아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나서 미국계 회사 벡텔이 상수도 사업을 유치해 갑자기 수도세를 올려 서민들이 수돗물 대신 빗물을 받아 쓴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떠다닌다. 사실 관계부터 틀린 괴담이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맺은 적이 없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총기는 FTA 예외조항을 둔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관련된 것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FTA 체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망명했고 FTA를 추진한 관료 15명은 총살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게시글도 떠 있다. 살리나스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다. FTA 때문이 아니라 재임 시의 실정과 부정축재 때문이었다. FTA를 추진한 관료가 총살됐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는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완벽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문건 한 편에는 민주노동당 마크가 선명하다. 거론된 12가지 ‘독소조항’이다. 1. 래칫(역진 방지) 조항 2.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3.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4. 스냅백 조항 5.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6.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7. 투자자-국가제소권(ISD) 8. 비위반 제소 9. 정부의 입증 책임 10.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11.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12. 공기업 완전민영화&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각 조항에는 자극적인 표현의 설명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래칫조항을 설명하면서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이라는 표현을 썼다. 허무맹랑한 설명이다. 래칫조항은 자유무역협정 <부속서1>의 유보목록에 명시된 사항에만 해당한다. 쌀이나 쇠고기는 래칫조항과 관계없다. 투자자-국가소송중재제도(ISD)에는 ‘한국과 유럽의 FTA 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실은 이와 반대다. ISD는 한ㆍEU FTA에도 포함된 조항이다. 의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의 이름으로 나도는 문건이 괴담 전파에 불을 댕겼다.
공권력 약화가 괴담 전파 도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봐도 사실 여부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이 생명력을 얻고 돌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성영신(成瓔信) 교수는 ‘자극적인 정보의 속성과 공권력 약화’가 만나 빚어낸 현상으로 설명한다. 성 교수의 말이다.
“일단 괴담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내용이잖아요. 원래 옛날에도 ‘구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구전결과를 보면 긍정적 구전보다 부정적 구전이 속도도 빠르고 강력해요. 누굴 살리긴 어렵지만 죽이긴 쉬운 게 그런 원리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것의 힘. 원래 사람들이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고 확장시키고 그런 성향이 있습니다. 또 최근 들어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죠. 가부장적인 제도의 파괴라고 할까요, 혹은 민주주의의 급부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때의 민주주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감히 전에는 욕하기 어려웠던 존재에도 욕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부정적인 정보의 힘의 메커니즘은 굉장히 짜릿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이 다시 보니까 ‘착하더라’ 하는 것보다 다시 보니까 ‘나쁘더라’하는 게 더 잘 다가오는 것과 같은 원리죠.”
성 교수는 “FTA 등 전문적인 사안에 관한 루머는 그것을 부정하는 반대 정보가 없으면 쉽게 퍼질 수 있다”고도 했다.
“FTA 괴담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우리가 FTA의 내용을 잘 모르잖아요.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안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두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죠. 첫날 포털에 ‘드디어 광우병으로 누가 죽다’ 이런 뉘앙스로 제목을 붙인 뉴스가 뜬 걸 봤어요. 만약 계속 이런 정보가 주어지고, 반대 정보가 없다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사안 자체를 잘 모르니까 믿는 거예요. ‘촛불집회에 갔다가 누가 군홧발에 죽었다.’ 처음엔 안 믿어도 계속 들으면 믿을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반대 정보가 없으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더구나 누가 맞았다든가, 죽었다든가 하는 파괴적인 얘기는 자극적이기 때문에 나 혼자 갖고 있기 벅차요. 남에게 얘기하고 싶어지는 거죠. 그래서 자극성이 강할수록 전염 효과가 커집니다. SNS를 하고, 그런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몰 게 아닙니다.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도 않아요.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거기에 휘둘리는 사람이 바보다’라고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FTA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민주당 관계자도 인정했다. 민주당에서 핵심적인 보직을 맡고 있는 모 의원의 보좌진도 “한미 FTA를 반대는 하고 있지만 사실 잘 모른다”며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가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 대략적인 예상도 못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괴담의 옳고 그름을 가려주는 ‘반대 정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반대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언론이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면, 반대 정보가 아무리 공급돼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성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떠도는 글들을 보면 특정 정파, 특정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죠. 대부분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선호입니다. 괴담도 내가 싫어하는 정당에 대한 괴담이 나오면 믿고 싶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정당에 대한 거면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의 탓도 있어요. 시민단체는 정당이나 정치에 대한 논의를 시민의 레벨로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예전에는 여의도에서나 정치를 논하는 걸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정치라는 걸 일상적인 주제로 만든 것이 시민단체의 업적이에요. 그런데 그 과정에 특정 정파, 특정 정당에 호감을 갖고 특정 언론이나 정당을 싫어하도록 유도한 것이 문제인 겁니다.”
정파적인 시민단체가 문제
시민단체의 정파성이 괴담이 쉽게 퍼지는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미 FTA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의 경우는 어떨까. 2006년에 설립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복수의 시민단체 연합체다. 범국본은 2006년 11월 22일 전국 규모의 반FTA집회를 주도했다. 2008년 여름을 뒤덮은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다. 광우병대책회의는 2008년 5월 6일 결성됐다. 결성 당시 ‘16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활동을 이끈 단체는 ‘한국진보연대(진보연대)’였다. 광우병대책회의의 대표급으로 활동한 강기갑(姜基甲) 의원, 천영세(千永世) 의원, 오종렬(吳宗烈), 한상렬(韓相烈) 등은 모두 진보연대 소속이다. 특히 오종렬, 한상렬씨는 진보연대의 공동대표다. 광우병대책회의의 출범식에서 시종일관 단상에 서 있던 박석운(朴錫運)씨는 당시 진보연대의 상임위원장이었다. 진보연대가 광우병대책회의의 실질적인 수뇌단체였던 셈이다. 진보연대는 어떤 단체일까.
진보연대는 2007년 9월에 출범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좌파 단체 연합체격의 단체다. 민노당, 전국빈민연합, 한총련, 범민련 남측본부 등 32개 좌파 단체로 이뤄져 있고, 민노총도 참관조직으로 엮여 있다. 민노총 소속인 전교조도 참관조직이다.
진보연대의 출범 강령은 ‘반미주의, 안보와 공안기능 무력화, 연방제 통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미군의 양민학살 사죄배상, 주한미군 완전철수, 한미 FTA 반대 그리고 보안수사대와 기무사, 국가보안법, 보안관찰법 철폐, 대대적 군축, 모병제로의 전환, 예비군제 폐지 등이 있다.
출범 시 공동대표는 오종렬, 한상렬, 정광훈씨가 맡았다. 집행위원장은 박석운씨였다. 정광훈씨를 제외한 세 명 모두 2008년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됐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2009년 4월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에 언론사 간부가 관련돼 있다며 해당 언론사 앞에서 시위하다 형사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른 좌파 단체의 간부로도 활동했다. 특히 오종렬씨는 사회적 현안에 따라 결성되는 각종 ‘범대위’의 ‘단골’ 대표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범대위로는, 2002년 여중생범대위, 2004년 탄핵무효범국민행동, 2005년 반(反)부시국민행동평택범대위 등이 있다. 진보연대가 출범식에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진보연대 위원장단은 동시에 파병반대 국민행동,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이랜드 공대위 공동대표’이며 ‘소속 집행간부들이 위 세 단체와 그 외 사업의 실제 집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노동, 안보, 통상 등 서로 다른 사안을 다루는 단체들이지만 대표는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만약 당시 시민단체 연석회의를 열기 위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나 이랜드 공대위, 파병반대 국민행동, 광우병대책회의 등의 대표를 소집했다면, 오종렬씨 혼자 앉아 있어도 회의가 성립되는 상황이다. 소수의 ‘시위꾼’이 각종 시위에서 수뇌부 역할을 도맡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군이 우리 백성들의 목숨 빼앗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집행부 구성이야 어떻든 다수의 좌파 단체를 이끈 오종렬씨나 한상렬씨는 어떤 사람일까. 이들의 사상을 알면 이들이 이끄는 단체들, 그리고 이들이 조장한 ‘괴담 전파’의 목적을 알 수 있다.
오종렬씨의 발언을 살펴보면 폭력적인 반미성향이 드러난다. 2002년 6월 15일 주한미군 규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이 우리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제는 치욕의 역사를 끊어내고 우리의 힘으로 미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같은 해 8월 3일 연 ‘부시 사과 촉구 전국동시다발 평화대행진’에서는 “내 자식을 죽이고 강산을 깔아뭉개고 상처 내는 점령군의 탱크를 반드시 쫓아내자”고 했다.
이 외에도 “점령군이 주둔하는 한 우리 목숨은 파리 목숨이며 우리의 주권은 한낱 쓰레기일 뿐이다”나 “미국이 이 나라를 정치경제 식민지로 전락시키도록 토대를 마련한 맥아더가 과연 해방자인가, 이것은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선군정치는 평화정치”
종북성향도 드러냈다. 월간 《말》지 2008년 9월호에는 “김 주석(김일성)이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힘써 왔던 것을 민족적 관점에서 평가한다”는 오씨의 발언이 실려 있다. 한상렬씨의 종북 발언은 더 노골적이다. 그는 2010년 6월 사전허가 없이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는 감옥에 있다. 2003년 6월 1일 열린 집회에서 한씨는 “북의 전쟁 억지력은 남북 평화를 수호하고 결국 통일을 이루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듬해 8월 평택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혹자는 주한미군이 떠나면 안보가 위태롭다고 하지만 북쪽의 선군정치는 남쪽을 향한 것이 아니요, 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한 것이요, 선군정치는 바로 평화정치인 것이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2007년에는 평양 아리랑 공연을 두고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억지스러움이 없었으며 온갖 마음을 다해 공연하는 것을 보며 일심단결이라는 북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북의 저력은 남의 저력이요, 남녘의 힘은 북녘의 힘으로 이는 우리가 한 몸이기 때문이다”는 평가를 했다. 2010년 6월 밀입북해서는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적 책동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목숨을 걸고 평양에 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천안함 사건이 “한·미·일 동맹으로 자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지방) 선거에 이용하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의 합동 사기극일 수 있다…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다”는 말도 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촛불집회와 각종 집회들을 조직하는 수뇌부 역할을 해왔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저서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민주적 여론정치를 가능케 한 공론장이 정치적 조작에 의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고 했다. 공론장은 국가와 시민사회, 즉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 영역이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더럽힌 예로 국가에 의한 정치적 조작을 들었지만, 한국의 공론장을 왜곡해 온 건 무조건적인 개방반대파와 종북좌파적 사고를 지닌 좌파인사들의 헛발질이다.
이들의 헛발질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한미 FTA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민노당 김선동(金先東) 의원의 소행이었다. 김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사회 불신을 조장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종북좌파의 헛발질이 애꿎은 안중근 의사까지 욕되게 하고 있다.⊙
미국 영화 直配 후에도 한국 영화 잘나가
1985년 영화진흥법이 개정됐다. 외화 직접 배급이 허용된 것이다. 같은 해 한미무역협정을 체결할 당시 미국 측의 요구 사항이었다. 이에 따라 1987년 한미 양국 사이에 직배 허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UIP 한국지사가 설립됐다. UIP는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MGM,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등 미국 4대 영화사가 함께 세운 회사였다.
직배 반대 측이 내세운 이유는 ‘국내 배급사들의 이윤 감소’였다. 외국 영화를 수입해서 배급하고 얻은 이윤이 다시 한국 영화 제작에 투자되곤 했는데, 외국 배급사가 직접 영화를 배급하면 그 이윤이 사라지고 이는 한국 영화 침체로 이어진다는 얘기였다. 당시 영화인협회 이사장이었던 유동훈(柳東薰)씨는 “미국 영화가 직접 들어가면 그 나라 영화는 멸망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인협회의 감독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문진(趙文眞)씨는 “미국 영화사의 국내 직접 배급은 한국 영화 시장을 전복시키는 것과 같으며 극장 수익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므로 국고 손실은 물론 문화식민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UIP가 한국에 직접 들여온 첫 영화는 <위험한 정사>였다. <위험한 정사>가 개봉되고 22년여가 흐른 지금, 한국 영화 배급 시장은 국내 배급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UPI 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UIP의 관객 점유율 순위는 작년 기준 10위다. 1위는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3년부터 9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배급사가 관객 점유율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22년 전 영화인협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극장 수익이 모두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문화식민지’ 주장은 1990년대 말에 다시 등장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서였다. 1998년 당시 한국과 미국은 투자협정 체결을 논의하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 즉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등 단체를 만들어 반대에 나섰다. 참여정부 들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논의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당시 한국 영화는 ‘천만 관객 시대’를 맞고 있었다. 2003년에 개봉된 <실미도>가 천만 관객의 첫 포문을 열었다. 1천108만명이 봤다. 이듬해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1천174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2005년에 개봉된 <왕의 남자>의 흥행성적은 1천230만명이었다. 그 다음 해인 2006년 개봉한 <괴물>을 본 관객은 1천301만명이었다. 그해 1월 노무현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념투쟁 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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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12월 8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시네마타운에서 열린 ‘미국 영화 직배 규탄대회’에 참가한 윤일봉, 임권택 감독, 김지미, 신성일(왼쪽부터). |
스크린쿼터가 축소돼서 정말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을까. 영진위의 통계를 보면 작년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 즉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한국 영화를 고른 비율은 46.5%다. 스크린쿼터 축소 전후의 수치를 보면 2006년 63.8%였던 것이 그 다음 해에는 50%로 줄었다. 2008년에 또다시 42.1%로 감소했다가 2009년에는 48.8%로 상승했다. 한국 영화계가 외국 영화에 ‘지배’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의 이용신 사무관은 “한국 영화의 시장 규모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스크린쿼터와 관계없이 관람객이라든가 전체 영화시장 규모가 2007년부터 정체가 되어 있습니다. 1조5000억이 조금 안 되는 규모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영화 산업 시장구조라든가 이런 게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스크린쿼터 아닌 유통구조가 진짜 문제”
현장의 생각은 어떨까. 영화 <사물의 비밀>을 만든 이영미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물의 비밀>은 2011년 11월에 개봉했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의 문제로 ‘배급 문제’를 들었다. 이 감독의 말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규모가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3대 메이저 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의 유통망을 타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요. 배급망을 잡지 못하면, 상업영화로 제대로 관객들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상영관이 200개가 넘지 않으면 상업영화로 성공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배급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이 어떤 계약이 아닌 ‘관행’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 산업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도 문제일 수 있지만, 한국 영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배급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상업영화 중 적은 자본으로 제작된 작은 영화들은 빛 자체를 못 보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 한국 영화의 다양성 상실로 연결돼서 외국 영화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용신 사무관도 한국 영화 산업의 심각한 문제로 ‘유통’을 들었다.
“영화를 배급하고 상영하는 시장 자체가 독과점 상태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가 한국 영화의 발목을 잡는 거죠.”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정부가 미국에 영화 시장을 내줬다는 비판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 운운의 암울한 예언을 했다. 배급 문제나 장르 영화 육성 문제 등 한국 영화 산업이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적은 적어도 최근 2년간은 없다.
한ㆍ칠레 FTA 체결 후 수출까지 시작한 포도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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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공동대응을 위한 야5당-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연석회’. 이강실 진보연대 대표와 박석운씨가 보인다. |
“무슨 영향력 같은 게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칠레 포도 자체가 국민 식생활과 잘 안 맞았어요. 수입은 됐지만 별 타격은 없었습니다. 칠레 포도가 들어와서 망했다거나 포도 농사를 접은 분은 적어도 제가 듣기로는 없습니다.”
금호농협에서는 포도 수출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8월부터 미국, 대만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거봉과 흑포도(캠벨포도)가 나가고 있어요.”
사실 근거 없는 반대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한미 FTA다. 한ㆍ칠레 FTA나 한ㆍEU FTA 체결 때는 반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미 FTA 반대에는 특유의 ‘반미감정’이 곁들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미 코드가 담긴 ‘괴담’ 수준의 루머가 공론장을 뒤덮어왔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합리적 논의보다는 감정을 건드리는 ‘괴담’이 체결 반대의 주된 근거다. ‘광우병 괴담’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급기야 MBC
‘총기 소지 자유화’ 괴담도 떠돌아
한미 FTA 관련 괴담은 여전히 인터넷과 SNS상에 떠돌고 있다. 대표적인 괴담 중엔 ‘의료비 급등’이 있다. ‘한미 FTA 체결 후 의료 분야가 민영화되면 위내시경 4만원→100만원, 심혈관조영술 14만원→430만원, 관상동맥우회술 350만원→4140만원, 맹장수술비 30만원→900만원’이라는 내용이다.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의료 분야는 개방 대상에서 예외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가스ㆍ전력ㆍ수도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루머도 있다. 트위터에는 “볼리비아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나서 미국계 회사 벡텔이 상수도 사업을 유치해 갑자기 수도세를 올려 서민들이 수돗물 대신 빗물을 받아 쓴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떠다닌다. 사실 관계부터 틀린 괴담이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맺은 적이 없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진다’는 주장도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총기는 FTA 예외조항을 둔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관련된 것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FTA 체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망명했고 FTA를 추진한 관료 15명은 총살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게시글도 떠 있다. 살리나스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다. FTA 때문이 아니라 재임 시의 실정과 부정축재 때문이었다. FTA를 추진한 관료가 총살됐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는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 완벽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문건 한 편에는 민주노동당 마크가 선명하다. 거론된 12가지 ‘독소조항’이다. 1. 래칫(역진 방지) 조항 2.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3.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4. 스냅백 조항 5. 서비스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6.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7. 투자자-국가제소권(ISD) 8. 비위반 제소 9. 정부의 입증 책임 10.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11.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12. 공기업 완전민영화&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각 조항에는 자극적인 표현의 설명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래칫조항을 설명하면서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이라는 표현을 썼다. 허무맹랑한 설명이다. 래칫조항은 자유무역협정 <부속서1>의 유보목록에 명시된 사항에만 해당한다. 쌀이나 쇠고기는 래칫조항과 관계없다. 투자자-국가소송중재제도(ISD)에는 ‘한국과 유럽의 FTA 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실은 이와 반대다. ISD는 한ㆍEU FTA에도 포함된 조항이다. 의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의 이름으로 나도는 문건이 괴담 전파에 불을 댕겼다.
공권력 약화가 괴담 전파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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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시민단체 대표들. |
“일단 괴담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내용이잖아요. 원래 옛날에도 ‘구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구전결과를 보면 긍정적 구전보다 부정적 구전이 속도도 빠르고 강력해요. 누굴 살리긴 어렵지만 죽이긴 쉬운 게 그런 원리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것의 힘. 원래 사람들이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고 확장시키고 그런 성향이 있습니다. 또 최근 들어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죠. 가부장적인 제도의 파괴라고 할까요, 혹은 민주주의의 급부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때의 민주주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감히 전에는 욕하기 어려웠던 존재에도 욕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부정적인 정보의 힘의 메커니즘은 굉장히 짜릿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이 다시 보니까 ‘착하더라’ 하는 것보다 다시 보니까 ‘나쁘더라’하는 게 더 잘 다가오는 것과 같은 원리죠.”
성 교수는 “FTA 등 전문적인 사안에 관한 루머는 그것을 부정하는 반대 정보가 없으면 쉽게 퍼질 수 있다”고도 했다.
“FTA 괴담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우리가 FTA의 내용을 잘 모르잖아요.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안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두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죠. 첫날 포털에 ‘드디어 광우병으로 누가 죽다’ 이런 뉘앙스로 제목을 붙인 뉴스가 뜬 걸 봤어요. 만약 계속 이런 정보가 주어지고, 반대 정보가 없다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사안 자체를 잘 모르니까 믿는 거예요. ‘촛불집회에 갔다가 누가 군홧발에 죽었다.’ 처음엔 안 믿어도 계속 들으면 믿을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반대 정보가 없으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더구나 누가 맞았다든가, 죽었다든가 하는 파괴적인 얘기는 자극적이기 때문에 나 혼자 갖고 있기 벅차요. 남에게 얘기하고 싶어지는 거죠. 그래서 자극성이 강할수록 전염 효과가 커집니다. SNS를 하고, 그런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몰 게 아닙니다.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도 않아요.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거기에 휘둘리는 사람이 바보다’라고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FTA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민주당 관계자도 인정했다. 민주당에서 핵심적인 보직을 맡고 있는 모 의원의 보좌진도 “한미 FTA를 반대는 하고 있지만 사실 잘 모른다”며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가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 대략적인 예상도 못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괴담의 옳고 그름을 가려주는 ‘반대 정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반대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언론이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면, 반대 정보가 아무리 공급돼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성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떠도는 글들을 보면 특정 정파, 특정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죠. 대부분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선호입니다. 괴담도 내가 싫어하는 정당에 대한 괴담이 나오면 믿고 싶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정당에 대한 거면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의 탓도 있어요. 시민단체는 정당이나 정치에 대한 논의를 시민의 레벨로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예전에는 여의도에서나 정치를 논하는 걸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정치라는 걸 일상적인 주제로 만든 것이 시민단체의 업적이에요. 그런데 그 과정에 특정 정파, 특정 정당에 호감을 갖고 특정 언론이나 정당을 싫어하도록 유도한 것이 문제인 겁니다.”
정파적인 시민단체가 문제
시민단체의 정파성이 괴담이 쉽게 퍼지는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미 FTA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의 경우는 어떨까. 2006년에 설립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복수의 시민단체 연합체다. 범국본은 2006년 11월 22일 전국 규모의 반FTA집회를 주도했다. 2008년 여름을 뒤덮은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다. 광우병대책회의는 2008년 5월 6일 결성됐다. 결성 당시 ‘16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활동을 이끈 단체는 ‘한국진보연대(진보연대)’였다. 광우병대책회의의 대표급으로 활동한 강기갑(姜基甲) 의원, 천영세(千永世) 의원, 오종렬(吳宗烈), 한상렬(韓相烈) 등은 모두 진보연대 소속이다. 특히 오종렬, 한상렬씨는 진보연대의 공동대표다. 광우병대책회의의 출범식에서 시종일관 단상에 서 있던 박석운(朴錫運)씨는 당시 진보연대의 상임위원장이었다. 진보연대가 광우병대책회의의 실질적인 수뇌단체였던 셈이다. 진보연대는 어떤 단체일까.
진보연대는 2007년 9월에 출범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좌파 단체 연합체격의 단체다. 민노당, 전국빈민연합, 한총련, 범민련 남측본부 등 32개 좌파 단체로 이뤄져 있고, 민노총도 참관조직으로 엮여 있다. 민노총 소속인 전교조도 참관조직이다.
진보연대의 출범 강령은 ‘반미주의, 안보와 공안기능 무력화, 연방제 통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미군의 양민학살 사죄배상, 주한미군 완전철수, 한미 FTA 반대 그리고 보안수사대와 기무사, 국가보안법, 보안관찰법 철폐, 대대적 군축, 모병제로의 전환, 예비군제 폐지 등이 있다.
출범 시 공동대표는 오종렬, 한상렬, 정광훈씨가 맡았다. 집행위원장은 박석운씨였다. 정광훈씨를 제외한 세 명 모두 2008년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됐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2009년 4월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에 언론사 간부가 관련돼 있다며 해당 언론사 앞에서 시위하다 형사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른 좌파 단체의 간부로도 활동했다. 특히 오종렬씨는 사회적 현안에 따라 결성되는 각종 ‘범대위’의 ‘단골’ 대표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범대위로는, 2002년 여중생범대위, 2004년 탄핵무효범국민행동, 2005년 반(反)부시국민행동평택범대위 등이 있다. 진보연대가 출범식에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진보연대 위원장단은 동시에 파병반대 국민행동,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이랜드 공대위 공동대표’이며 ‘소속 집행간부들이 위 세 단체와 그 외 사업의 실제 집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노동, 안보, 통상 등 서로 다른 사안을 다루는 단체들이지만 대표는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만약 당시 시민단체 연석회의를 열기 위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나 이랜드 공대위, 파병반대 국민행동, 광우병대책회의 등의 대표를 소집했다면, 오종렬씨 혼자 앉아 있어도 회의가 성립되는 상황이다. 소수의 ‘시위꾼’이 각종 시위에서 수뇌부 역할을 도맡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군이 우리 백성들의 목숨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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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5일 북한에 밀입국한 한상렬 목사가 평양 모란봉 제1중학교를 방문해 한 교실에 놓여 있는 효순·미선의 사진을 보고 있다. |
오종렬씨의 발언을 살펴보면 폭력적인 반미성향이 드러난다. 2002년 6월 15일 주한미군 규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이 우리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제는 치욕의 역사를 끊어내고 우리의 힘으로 미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같은 해 8월 3일 연 ‘부시 사과 촉구 전국동시다발 평화대행진’에서는 “내 자식을 죽이고 강산을 깔아뭉개고 상처 내는 점령군의 탱크를 반드시 쫓아내자”고 했다.
이 외에도 “점령군이 주둔하는 한 우리 목숨은 파리 목숨이며 우리의 주권은 한낱 쓰레기일 뿐이다”나 “미국이 이 나라를 정치경제 식민지로 전락시키도록 토대를 마련한 맥아더가 과연 해방자인가, 이것은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선군정치는 평화정치”
종북성향도 드러냈다. 월간 《말》지 2008년 9월호에는 “김 주석(김일성)이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힘써 왔던 것을 민족적 관점에서 평가한다”는 오씨의 발언이 실려 있다. 한상렬씨의 종북 발언은 더 노골적이다. 그는 2010년 6월 사전허가 없이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는 감옥에 있다. 2003년 6월 1일 열린 집회에서 한씨는 “북의 전쟁 억지력은 남북 평화를 수호하고 결국 통일을 이루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듬해 8월 평택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혹자는 주한미군이 떠나면 안보가 위태롭다고 하지만 북쪽의 선군정치는 남쪽을 향한 것이 아니요, 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한 것이요, 선군정치는 바로 평화정치인 것이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2007년에는 평양 아리랑 공연을 두고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억지스러움이 없었으며 온갖 마음을 다해 공연하는 것을 보며 일심단결이라는 북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북의 저력은 남의 저력이요, 남녘의 힘은 북녘의 힘으로 이는 우리가 한 몸이기 때문이다”는 평가를 했다. 2010년 6월 밀입북해서는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적 책동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목숨을 걸고 평양에 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천안함 사건이 “한·미·일 동맹으로 자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지방) 선거에 이용하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의 합동 사기극일 수 있다…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다”는 말도 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촛불집회와 각종 집회들을 조직하는 수뇌부 역할을 해왔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저서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민주적 여론정치를 가능케 한 공론장이 정치적 조작에 의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고 했다. 공론장은 국가와 시민사회, 즉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 영역이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더럽힌 예로 국가에 의한 정치적 조작을 들었지만, 한국의 공론장을 왜곡해 온 건 무조건적인 개방반대파와 종북좌파적 사고를 지닌 좌파인사들의 헛발질이다.
이들의 헛발질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한미 FTA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민노당 김선동(金先東) 의원의 소행이었다. 김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사회 불신을 조장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종북좌파의 헛발질이 애꿎은 안중근 의사까지 욕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