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탐방] 대한민국 상위 0.1%의 不老長生 노력 : 월간조선

지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 후보의 정책보다 시민들의 시선을 더 강하게 끌었던 것은 박원순 후보가 거주했다는 ‘강남 대형 아파트’와 나경원 후보가 이용했다는 ‘1억원대 피부과’였다. 특히 나이(49세)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나 후보의 외모 덕에 “1년에 1억원으로 피부는 물론 건강관리와 항(抗)노화를 책임져 준다는 그 병원이 대체 어디냐”는 의문이 증폭됐다.

해당 병원은 청담동 골목 안에 위치한 D클리닉으로, 상봉동에서 K의원을 운영하다 몇 년 전 강남으로 옮겨온 김모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김 원장은 피부시술인 ‘더모톡신’을 개발해 업계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더모톡신은 피부를 뜻하는 ‘더모(dermo)’와 보툴리눔톡신의 ‘톡신(toxin)’을 조합한 합성어로, ‘메조보톡스’라고도 불린다.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은 보통 근육층에 주사하지만, 더모톡신은 보톡스를 피부에 직접 주입해 근육마비를 거의 가져오지 않으면서 피부의 탄력을 개선시켜 주는 것이다.

김 원장에게 관리를 받은 적이 있다는 40대 여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원장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내과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봉동에 있을 때는 아이나 노인 등도 쉽게 다니는 소탈한 분위기였는데 강남으로 옮기고 피부와 항노화 등을 전문으로 하면서 1년 관리비용이 기본 3000만원이라고 해 따로 회원등록은 하지 않고 몇 번 관리만 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피부시술 분야에서는 이미 이름이 나 있는 분이고, 내과 출신이라 전반적인 건강상태 같은 것도 잘 봐주는 편이어서 믿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 강남으로 옮기고 나서는 부유층을 위한 항노화클리닉이 된 것 같다”며 “강남에서는 그 정도(연회비 3000만원)가 기본이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회비가 기본 수천만원을 넘어서는 강남의 수많은 클리닉은 어떤 곳일까. 무슨 시술을 행하며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다니는 곳일까. 일반인에겐 별천지로 느껴지는 부유층의 건강요법과 시술들을 알아봤다.

‘피돌이’는 ‘회춘치료법’?

노화방지클리닉에서 포톤테라피 시술을 받고 있는 남성. 피를 맑게 해주는 포톤테라피는 일명 ‘피돌이’라고도 불린다.

평일 오후 역삼동의 한 클리닉을 찾았다. ‘각종 질환 치료를 통한 안티에이징(anti-aging) 종합관리’를 해준다는 이곳은 경도(輕度)의 고혈압ㆍ당뇨ㆍ만성피로ㆍ탈모 등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특히 피(血)를 깨끗하게 해준다는 ‘포톤테라피(photon-theraphy)’를 받으러 오는 남성들이 많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독일에서 자주 하고 왔다고 언급해 세간에 알려진 ‘피돌이’가 바로 포톤테라피다. 쉽게 말해 본인의 피를 빼서 깨끗하게 한 후 다시 넣는 것이다.

포톤테라피는 독일의 의학자가 혈관질환 개선을 위해 개발해 낸 방법으로 광양자(光量子)치료라고도 하며, 50cc 이상의 혈액을 채혈 후 적혈구를 농도 100%의 산소로 산소포화시킨 뒤 적외선 등 광선을 쬐어준 후 다시 환자의 혈관에 넣는 치료법이다. 입자로 된 빛 알갱이가 혈구에 진동을 일으켜 혈구에 붙은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구를 매끄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남성 박모씨는 “포톤테라피 10회권을 끊어 4회째 시술받았는데, 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심장이나 간(肝) 기능도 좋아진 느낌”이라며 “확실한 효과가 보이는 것 같아 주변에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맑은클리닉 박민선 원장은 “포톤테라피로 백혈구와 적혈구가 활성화되고 조직 내 산소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혈전 형성이 감소되는 등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의 설명이다. “포톤테라피를 실시하면 면역계가 활성화되면서 체내 각종 시스템의 기능이 향상됩니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세포노화가 방지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회춘치료법’이라고도 하지요. 특별히 혈관계질환이 없는 분들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혈관청소로 활력 되찾아

위) 청담동 ‘차움’의 일대일 건강검진 시스템. 한 공간에서 각종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아래) 역삼동 스타타워 내부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고가의 건강검진으로 유명하다.

굿모닝신경외과 박성렬 원장은 “포톤테라피를 시행한 결과 경도의 동맥경화 환자는 10회 정도 치료하면 80% 정도가 정상수치로 회복됐고, 중증도의 동맥경화 환자도 20회가량 시행 시 70% 정도가 수치가 회복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포톤테라피는 특별한 병이 없어도 지속적인 만성피로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전신 만성 통증, 상처회복 등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피로에 시달리는 40~50대가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1회 20만~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보통 10~20회 실시를 권한다. 입원 없이 시술 후 약간의 회복시간만 가지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포톤테라피와 함께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시술로 주목받는 것이 ‘킬레이션(Chelation)’이다. 킬레이션은 일명 ‘혈관청소’라고도 하며,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의 물질을 포함한 액체를 주사제로 이용, 연속적으로 정맥주사를 놓아 혈관 속 중금속과 유해물질 등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이다. 3시간 정도 주사를 맞고 나면 피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더맑은클리닉 박민선 원장의 얘기다. “두통이나 어깨통증 등 현대인에게 많은 질환이 대부분 혈관계질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킬레이션 치료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에 몸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이 막힘없이 효과적으로 전달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보통 노화방지클리닉에서는 포톤테라피나 킬레이션을 기타 관리프로그램과 묶어 10~20회에 걸쳐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하는데 이 경우 가격은 최소 300만원 선이다.

성장호르몬ㆍ태반 주사로 노화방지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울쎄라 시술을 받고 있는 여성.

한편 보통 아이들의 키를 키우기 위해 이용하는 성장호르몬주사를 노화방지를 위해 맞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연세플러스비뇨기과 정연환 원장은 “흔히 아이들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성장호르몬을 성인에게 적용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다. “성장호르몬은 곧 항노화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어릴 때 왕성하게 나오던 성장호르몬이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어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성장호르몬은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으로 떨어지는데,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남녀 모두 갱년기 및 노화증상이 나타나게 돼요. 피부도 얇아지고 잔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며, 대뇌 기능도 떨어져 건망증이 자주 나타납니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생기를 찾는 것은 물론, 발기부전과 성욕부진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정 원장은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것은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성장호르몬 주사는 어린이 키 성장이 목적일 경우 성장이 끝날 때까지 매일 맞아야 하지만, 항노화가 목적인 경우 6개월 정도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의 경우 월 100만원 이상, 연간 1000만~20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성장호르몬을 이용한 항노화 프로그램은 200만~500만원 선이다.

태반(胎盤)에 포함된 성분이 갱년기 장애를 줄여주고 항노화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태반주사의 인기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태반주사는 태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주사제로,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이다. 2000년경 처음 일본 제품이 수입됐을 당시에는 1대에 1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국내 제약회사에서 태반주사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3만원대에 선보이는 곳도 있다.

성장호르몬주사와 태반주사 모두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횟수 또는 기간을 정해 관리에 들어가는 만큼 최저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제대혈주사 찾는 사람도

성장호르몬주사나 태반주사는 비교적 대중적인 시술에 속하고, 암암리에 제대혈주사를 찾는 사람도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의사는 “과거엔 실제 태반을 구해달라는 주문도 꽤 있었지만, 요즘은 태반보다 제대혈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추후 아기와 가족의 질병치료를 위해 제대혈(신생아 분만 후 태반과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을 보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제대혈을 노화방지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다. 제대혈 보관이 국내에서 실시된 지 10여 년에 불과한 데다 제대혈 보관 가격이 100만~15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시술은 고가일 수밖에 없는 것. 또 신생아 출산 시 채취한 제대혈은 양이 극히 적어 채취 대상인 본인이 추후 질병치료에 이용하기에도 모자랄 정도다. 따라서 국내에 존재하는 제대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수년 전 ‘한 대에 2000만원’이라는 제대혈주사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현재 노화방지를 목적으로 제대혈을 직접 주사하는 경우는 의사들도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한 개인병원 원장은 “과거 논란이 됐던 제대혈주사는 공여제대혈(채취한 제대혈을 제대혈은행에 기증, 공여하는 방식)을 일부 몰지각한 의사가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한 것일 거”라며 “질병치료 목적이 아니라 노화 방지를 목적으로 제대혈주사 시술을 해준다며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1700만원짜리 건강검진

노화방지클리닉에서 중년남성이 노화 관련 기초검사를 하고 있다.

각종 항노화ㆍ건강관리 시술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을 위해 아예 원-스톱(one-stop) 건강센터도 마련됐다. 차병원그룹이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차움(Chaum)’과 역삼동 스타타워의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스타타워 38~40층에 자리 잡은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는 진료나 치료 등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건강진단과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다.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프리미엄 건강검진의 기본가격은 370만원. 여기에 심혈관계검사와 근골격검사 등을 포함하면 5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간단한 검진 후 건강계획 프로그램을 짜주는 데만 120만원이다. 1박2일에 걸친 정밀검진은 1700만원 선. 철저한 건강검진으로 수진자에 대한 평가가 끝나면 질병예방 및 항노화 프로그램은 센터에서, 치료는 서울대병원으로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이 센터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이나 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도 1000만원대의 정밀건강검진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데, 종합병원보다 더 럭셔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선호한다”며 “주로 기업 CEO들이 본인과 부모의 건강검진을 위해 찾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부유층의 건강검진으로 유명하다면 차움은 건강 관련 토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부유층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차움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격인 차병원그룹이 이를 바탕으로 2010년 11월 청담동에 문을 연 ‘안티에이징 라이프센터(Anti-aging Life Center)’다. 유전자검사 등 노화도정밀진단으로 완전한 건강을 추구하는 안티에이징센터와 개인 맞춤형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건진센터, 줄기세포 기술력을 기반으로 피부재생을 추구하는 코스메틱센터, 피부관리실(에스테틱), 피트니스와 스파, 전용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 서울클럽 회원권이나 신라호텔 회원권이 부(富)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차움 회원권이 부의 수준을 상징할 정도다. 차움의 회원권 가격은 1억7000만원이며 연회비 450만원은 매년 내야 한다.

차움의 특징은 회원이 한 공간(cell)에 머물며 각종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을 한 번 하려면 수진자가 각각의 진료실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같은 단점을 해소한 것. 차움 관계자는 “해외 부유층과 할리우드 배우 등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건강검진을 받고 가곤 한다”고 귀띔했다. 차움의 건강검진 비용은 200만~500만원 선. 또 차움 내에서 건강검진과 코스메틱, 피트니스 등 각종 시설을 2~3일간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300만~10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안에 있는 ‘라 끄리닉 드 빠리’도 VVIP를 위한 노화예방전문클리닉이다. 프랑스의 노화방지의학 전문가가 설립한 클리닉으로 해외 11개국에 센터가 있다. 혈액검사와 건강검진으로 시작해 노화방지와 질병예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전문의들이 피부관리와 운동 등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준다. 신라호텔 3층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은 존재 자체도 알기 어렵고 관리를 받는 사람 대부분이 신라호텔 회원권 보유자라고 한다.

강남 피부과 시술은 기본 300만원대부터

강남의 한 스파(전신관리실)에 마련된 숙면 캡슐.

현실이 이렇다 보니 건강과 미용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40대 초반 여성 정모씨는 얼마 전 동창회에 나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동안(童顔)을 자랑하던 한 동창에게서 “피부가 강남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중년여성의 부의 상징은 몸매와 피부’라는 인식은 이처럼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청담과 압구정, 강남역 등 강남 주요지역에서 피부과는 건물마다 한곳씩 찾아볼 수 있고, 내과ㆍ가정의학과ㆍ산부인과, 심지어 마취과까지 다양한 전공의들이 피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자가 첫 취재를 진행한 역삼동 클리닉에서 만난 한 30대 후반의 여성에게 “요즘 피부과에선 어떤 시술이 인기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시술은 ‘울쎄라’가 대세인 것 같고, 피주사도 여전히 인기고….” 둘 다 모두 기자에겐 생소한 이름이었다. 손님으로 가장해 강남의 피부과들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수많은 시술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피주사는 PRP(혈소판풍부혈장이식술)를 이르는 말로,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을 다시 집어넣어 피부 탄력이나 주름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혈소판은 혈액 중에서도 상처치료와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이다. 조직재생을 촉진하기 때문에 팽팽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팔에서 뽑은 혈액을 원심분리하면 적혈구와 혈소판, 혈장이 각각 다른 색을 띠며 분리되는데 이 중 진한 노란색 액체인 혈소판을 분리해 원하는 부위에 집어넣는 것이다.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자신의 혈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감염과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적은 것이 큰 장점”이라며 “주사뿐만 아니라 혈소판을 젤(gel) 형태로 만들어 필러(filler·보형물)로 사용하는 시술도 부작용이 거의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피주사는 1대에 10만원 전후로 3~5회 맞아야 하지만, 피부과에서는 보통 피주사와 함께 프락셀 등 레이저시술을 함께 권하기 때문에 피주사 시술을 하려면 보통 300만원 이상의 견적이 나오는 게 보통이다.

30~40대 여성이 주요고객

청담동의 회원 전용 피트니스센터. 부유층에게는 건강은 기본, 더 젊게 사는 것이 과제다.

울쎄라는 써마지, 프락셀, IPL 등 수많은 피부과 레이저시술 중 최근 가장 ‘핫(hot:인기 있는)’한 시술이다.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가 시술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초음파치료를 시행한다. 눈가나 이마, 미간, 목, 팔자주름 등의 주름개선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레이저시술은 깨끗한 피부를 원하는 20~30대보다는 노화가 진행되는 30대 후반~40대 여성들이 늘어지는 피부를 리프팅(피부를 팽팽하게 당겨주는 것)하기 위해 많이 찾는 듯했다. 한 피부과의 상담실장은 “가장 중요한 고객은 남편이 경제력 있는 30대 후반~40대 여성으로 이들이 가장 피부에 관심이 많다”며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20대나 경제력 있는 50~60대는 자기들끼리 알음알음으로 고가의 피부과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아 강남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주요 고객들은 30~40대 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강남 일대의 피부과를 돌아본 결과, 같은 이름의 시술이라 해도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으며, 몇 가지의 시술과 관리를 함께 권하며 할인해 준다고 강조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피부관리 패키지 가격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100만원 선으로, 6개월 동안 다녀야 하는 700만~800만원대의 패키지를 권하는 곳도 많았다.

줄기세포 이용한 마케팅도 활발

또 피부과와 성형외과들은 ‘줄기세포 시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곳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줄기세포 지방이식 시술. 불필요한 허벅지 등의 지방을 빼내 가슴이나 볼 등 원하는 부위에 시술하는 자가 지방이식 수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자가지방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한다는 것이다.

압구정 티아라성형외과의 신동진 원장은 “줄기세포는 원래 조직이 아닌 어느 조직으로 가도 그 조직의 세포가 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인공보형물을 삽입하는 가슴수술은 다소 부작용이 있지만 줄기세포 지방이식은 기존의 부작용이 거의 없고 외관상으로도 매우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 수술은 기존의 가슴성형(500만원 이상)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수술한 티가 나지 않아 찾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또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탈모방지 줄기세포이식 시술이다. 줄기세포를 추출해 머리에 심어주면 생착률(生着率)을 확실히 높일 수 있다는 것. 신동진 원장은 “모발이식 시술의 관건은 생착률”이라며 “본인에게서 추출한 혈소판을 고농축해서 머리에 이식하는 것이 기존의 방법인데, 지방조직 내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하면 세포가 이식 부위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확률이 더욱 높아져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줄기세포를 시술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줄기세포에 배양 등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거나 본인 이용 외의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면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자기 몸에 이식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했다.

스킨 한 병에 20만원, 크림 한 통 148만원

부유층 여성들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화장품에 들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148만원짜리 크림도 등장했다. 크림 한 통에 50만원 정도 하는 샤넬이나 루이뷔통의 화장품 브랜드인 프레시(Fresh)는 고가화장품 축에도 못 낄 정도다. 고가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일본산 ‘코스메 데코르테’와 스위스산 ‘스위스퍼펙션’. 코스메 데코르테는 스킨과 로션이 각각 10만원 선, 에센스는 25만~50만원에 달하는 고가브랜드인데, 최근 출시한 ‘AQ밀리오리티 인텐시브 크림’은 용량이 45g에 불과하지만 148만원에 달한다.

스위스퍼펙션은 유럽의 귀족 및 왕족들이 사용한다는 스위스 브랜드로 스킨 한 병에 20만~30만원 선인 초고가브랜드이다. 에센스는 보통 40만~80만원에 달하며, 최근 250만원짜리 마스크팩을 내놓아 시선을 끌기도 했다. 스위스퍼펙션 관계자는 “스위스퍼펙션은 스위스의 세포재생클리닉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탄생시킨 브랜드”라며 “전 세계 상류사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각국에서 최고급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밀레니엄힐튼호텔과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 스위스퍼펙션 스파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권 가격은 2000만원. 이 스파 회원인 한 여성은 “한 번 써보고 피부 재생력이 일반 화장품과 확실히 다른 듯해 화장품 전체를 이 브랜드로 교체하려 했더니 가격이 1000만원 이상 들어 스파 회원이 됐다”며 “스파의 경우 모든 관리를 해당 브랜드 제품으로 한다니 제품가격에 비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회원으로 가입해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이 독일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 ‘노에사’는 스킨과 로션 등 주요제품 가격이 한 병에 50만~100만원으로, 백화점 측이 VVIP마케팅을 위해 직접 들여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사람들의 ‘불로’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큰지 사뭇 느껴졌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들에게 건강은 기본, 젊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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