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은 현재진행형인데 공기업 직원 1인당 연간 성과급 300만원 가까이 급증
⊙ 이명박 정부 공기업 개혁 위해 추진한 공기업 성과급 문제 ‘용두사미’ 전락
⊙ 개혁 명분으로 성과급 지급률 계산방법 바꿀 때마다 반대로 성과급 액수는 늘어
⊙ 이명박 정부 공기업 개혁 위해 추진한 공기업 성과급 문제 ‘용두사미’ 전락
⊙ 개혁 명분으로 성과급 지급률 계산방법 바꿀 때마다 반대로 성과급 액수는 늘어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한전은 올해 21개 공기업 중 가장 높은 성과급 총액을 기록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李明博)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던 이유 가운데는 공무원 수가 크게 느는 등 공공부문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민심 이반도 있었다. 좌파 성향의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제2 건국’, ‘혁신’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실제는 공공부문의 자기 몫 챙기기로 나타나고 말았다. 친(親) 노조 정부가 공기업을 제대로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공기업 인력감축, 공기업들의 성과급 논란 불식 등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개혁 움직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인력감축도 문제지만 특히 공기업 성과급은 ‘성과가 없는데 웬 성과급이냐’는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어만 가고 있다. 공공부문의 성과급 퍼주기 논란이 현 정부 들어 치러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은 필연적이다.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책질의를 벌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성과급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한나라당 김태환(金泰煥)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1개 공기업 성과급 지급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기업 성과급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분류한 공기업은 21개다. 여기에서 공기업은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뜻으로 쓰인 포괄적인 공기업이 아니고 분류를 위한 명칭이다.
공운법 5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공기관을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는데,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기관 중에서 지정한다. 현재 공기업으로 지정된 기관은 21개다. 21개 공기업은 규모나 중요성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들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21개 공기업 성과급 총액은 1조691억원으로 2008년(8558억)에 비해 25% 증가했다. 공기업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도 2008년 1048만원에서 2011년 1336만원으로 3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21개 공기업에서 성과급을 받은 총 직원 수는 8만4명이다.
공기업 성과급 개혁 동력 사실상 꺼진 상태
한 예로 거대 공기업의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08년(성과급은 전년도 기관경영평가를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평가는 2007년도에 실시)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총액은 2998억9839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전력의 성과급 총액은 3590억9097만원으로 6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인당 평균 성과급 지급액은 1815만원이었다. 한국전력 직원 총 1만9782명에게 이 같은 액수의 성과급이 돌아갔다.
21개 공기업 중 올해 1인당 지급받은 성과급 액수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방송광고공사였다. 직원 한 명당 받은 성과급의 평균을 내어 보니 2083만원이었다. 참고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2010년 부채비율은 191.2%로 21개 공기업 평균 부채비율(168.6%)보다 높았다. 물론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규모가 작아 다른 공기업들과 부채비율을 수평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부채 비율이 200% 가까운 공기업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2000만원을 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다음으로 1인당 평균 성과급이 높은 공기업은 한국공항공사(1981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공사 측은 “경영평가 점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2010년 경영평가 점수가 89.20으로 높았고, 동년 부채비율도 9.7%로 매우 양호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공기업들이 부리는 꼼수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에 도로공사에서 평가항목에 포함된 고객만족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직원들을 휴게소에 배치, 무조건 ‘좋다’고 답변하라고 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경영평가 점수 잘 받았다고 무조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혹시 한국공항공사가 공정하게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영평가 점수 1위(90.30점)인 한국수자원공사의 1인당 평균 성과급 액수가 1691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지급된 성과급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와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 2006년 도로공사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내부 직원들을 고객으로 가장해 설문에 참여시켜 ‘고객만족 향상도’ 지표에서 5점 만점에 4.49점을 받은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의 통합전 토지공사 또한 같은 해 영업비용에서 ‘간선시설지원비’의 일부를 이중으로 공제해 영업비용을 적게 산정, 경영실적평가 종합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과급 지급률 계산기준이 문제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기업 성과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성과급이 매년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단 한 해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이자 물가가 급등한 2008년에는 성과급 지급률을 500%에서 400%로 일시적으로 낮춰 2009년도 공기업 직원들은 그동안에 비해 낮은 성과급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200%+(평가점수-최저점수) / (최고-최저점수)×300%라는 복잡한 성과급 지급 산식(算式)을 없애고 등급별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등급별 평가 방식은 공기업을 S, A, B, C, D, E 등급으로 나누고 최고인 S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400% 전부를, A를 받은 곳에는 352~ 360%, B는 304~320%, C는 256~280%, D는 208~250%, E는 200~250%만 주는 등 성과급을 차등지급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1년 뒤인 2009년 정부는 성과급 지급률을 기존의 500%로 환원하고 추가로 기관장평가 등급에 따른 가감률 산정방식을 도입했다.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방식이다. 기관평가와는 별도로 기관장평가에서 ‘탁월’을 받은 공기업 직원들은 50~60%의 성과급을, ‘우수’는 33.3~ 40%, ‘양호’는 16.8~20%의 성과급을 추가로 받지만 ‘미흡과 ‘아주 미흡’은 각각 16.8~20%, 33.3~40%의 성과급이 삭감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공기업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발전적 경쟁보다는 폐단이 많이 생겨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장평가가 합산될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높은 성과급을 받는 폐단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21개 공기업 기관장평가에서 성과급 삭감 대상인 ‘미흡’과 ‘아주 미흡’을 받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던 탓이다. 오히려 21곳 중 15곳이 추가성과급을 챙기게 됐다. 결론적으로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방식이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를 부추긴 꼴이 된 셈이다.
바뀐 성과급으로 발생한 추가성과급은 2010년 395억원, 2011년 550억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는 리더십(20%) 공공기관 선진화(40%) 기관 고유과제(40%)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기관장을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에는 ▲주요현안 과제 선정 및 경영계획 수립의 합리성 ▲지속가능성 확보 및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공공기관 선진화에는 ▲보수·성과관리체계 합리화 ▲인력·기능조정 및 기타효율화 ▲노사관리 선진화 ▲단체협약 내용의 합리성 및 개선 노력이, 기관 고유과제에는 ▲성과지표 설정의 타당성 ▲성과목표치 설정의 적정성 ▲문제해결의 합리성 ▲사업집행의 효율성 ▲성과목표치 달성도 등이 세부적으로 포함돼 있다.
예전 算式에 대입해 보니…
기자는 바뀌기 전인 2007년도 산식에 2009년도와 2010년도 21개 공기업의 경영평가 점수를 대입해 보고 싶어졌다. 예전 산식에 대입했을 때 2009년도와 2010년도의 성과급 지급 액수가 낮아지면 성과급 거품을 빼는 데에는 예전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태환 의원실의 도움으로 2009, 2010년 경영평가 결과를 2007년 산식에 대입한 결과 예상대로 과거 산식에 대입했을 때 지급한 성과급 액수가 훨씬 낮았다. 기관장평가가 합산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 21개 공기업에 지급된 성과급 총액은 1조481억원이었지만 2007년 산식을 적용했을 때 지급됐을 성과급 총액은 9667억6462만원이었다. 2010년도 1조691억원이었던 총 성과급 지급액수가 지난 산식을 대입해 보니 8954억507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성과급을 줄인다고 기존 산식 대신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성과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것은 기관장평가를 후하게 줬기 때문이다. 정부의 성과급 대책은 ‘눈 가리고 아옹’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환 의원도 “성과급 산정방식을 바꿀 때는 과도한 증가분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국민의 눈높이로 거듭나는 공기업이 되기 위해선 파격적인 성과급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공기업 성과급을 올려 주려고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것은 아니다. 기관장의 기관개혁에 힘을 실어 주고 노조의 반발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공무원들이 선거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속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기획재정부 소속 중진의원의 말이다.
“지금 성과급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보다는 낮아졌다고 봅니다. 처음에 성과급을 줄이니 공무원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강재섭(姜在涉)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월 27일 텃밭인 경기 성남시 분당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데에는 이런 원인도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기업 성과급 개혁 불씨 다시 살아날까?
공기업 성과급과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공기업은 월 기본급의 250%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성과급 최저 금액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또 공공기관의 물가안정, 고졸자 채용, 주유비 절감노력 실적도 경영평가 항목에 넣는 등 201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9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내년부터 성과급 자체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란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신설되더라도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김태환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껏 매년 성과급 산출 방식이 바뀌어 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하는 기업의 성과급은 줄어들겠지만 그뿐이고, 나머지 공기업들은 지금처럼 높은 경영평가 점수를 받고 여전히 성과급 잔치판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나라당 정희수(鄭熙秀)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마친 후 대상 기관별로 전년도 감사에서 시정 요구한 사항 처리결과와 당해연도 자료제출 등의 성실도 등을 평가,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등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현재 국회운영위원회에 회부만 된 상태라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막대한 부채와 경영상황 악화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공기업의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중반기를 넘겨 개혁에 성공한 전례는 거의 없다. 성과급 개혁의 동력이 서서히 꺼져 가는 단계에서 정부의 대책은 지키지 못하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벌여 놓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엄중한 평가다.⊙
이를 의식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공기업 인력감축, 공기업들의 성과급 논란 불식 등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개혁 움직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인력감축도 문제지만 특히 공기업 성과급은 ‘성과가 없는데 웬 성과급이냐’는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어만 가고 있다. 공공부문의 성과급 퍼주기 논란이 현 정부 들어 치러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은 필연적이다.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책질의를 벌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성과급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한나라당 김태환(金泰煥)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1개 공기업 성과급 지급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기업 성과급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분류한 공기업은 21개다. 여기에서 공기업은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뜻으로 쓰인 포괄적인 공기업이 아니고 분류를 위한 명칭이다.
공운법 5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공기관을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는데,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기관 중에서 지정한다. 현재 공기업으로 지정된 기관은 21개다. 21개 공기업은 규모나 중요성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들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21개 공기업 성과급 총액은 1조691억원으로 2008년(8558억)에 비해 25% 증가했다. 공기업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도 2008년 1048만원에서 2011년 1336만원으로 3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21개 공기업에서 성과급을 받은 총 직원 수는 8만4명이다.
공기업 성과급 개혁 동력 사실상 꺼진 상태
한 예로 거대 공기업의 하나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08년(성과급은 전년도 기관경영평가를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평가는 2007년도에 실시)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총액은 2998억9839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전력의 성과급 총액은 3590억9097만원으로 6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인당 평균 성과급 지급액은 1815만원이었다. 한국전력 직원 총 1만9782명에게 이 같은 액수의 성과급이 돌아갔다.
21개 공기업 중 올해 1인당 지급받은 성과급 액수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방송광고공사였다. 직원 한 명당 받은 성과급의 평균을 내어 보니 2083만원이었다. 참고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2010년 부채비율은 191.2%로 21개 공기업 평균 부채비율(168.6%)보다 높았다. 물론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규모가 작아 다른 공기업들과 부채비율을 수평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부채 비율이 200% 가까운 공기업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2000만원을 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다음으로 1인당 평균 성과급이 높은 공기업은 한국공항공사(1981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공사 측은 “경영평가 점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2010년 경영평가 점수가 89.20으로 높았고, 동년 부채비율도 9.7%로 매우 양호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공기업들이 부리는 꼼수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에 도로공사에서 평가항목에 포함된 고객만족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직원들을 휴게소에 배치, 무조건 ‘좋다’고 답변하라고 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경영평가 점수 잘 받았다고 무조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혹시 한국공항공사가 공정하게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영평가 점수 1위(90.30점)인 한국수자원공사의 1인당 평균 성과급 액수가 1691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지급된 성과급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와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 2006년 도로공사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내부 직원들을 고객으로 가장해 설문에 참여시켜 ‘고객만족 향상도’ 지표에서 5점 만점에 4.49점을 받은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의 통합전 토지공사 또한 같은 해 영업비용에서 ‘간선시설지원비’의 일부를 이중으로 공제해 영업비용을 적게 산정, 경영실적평가 종합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과급 지급률 계산기준이 문제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기업 성과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성과급이 매년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단 한 해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이자 물가가 급등한 2008년에는 성과급 지급률을 500%에서 400%로 일시적으로 낮춰 2009년도 공기업 직원들은 그동안에 비해 낮은 성과급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200%+(평가점수-최저점수) / (최고-최저점수)×300%라는 복잡한 성과급 지급 산식(算式)을 없애고 등급별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등급별 평가 방식은 공기업을 S, A, B, C, D, E 등급으로 나누고 최고인 S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400% 전부를, A를 받은 곳에는 352~ 360%, B는 304~320%, C는 256~280%, D는 208~250%, E는 200~250%만 주는 등 성과급을 차등지급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1년 뒤인 2009년 정부는 성과급 지급률을 기존의 500%로 환원하고 추가로 기관장평가 등급에 따른 가감률 산정방식을 도입했다.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방식이다. 기관평가와는 별도로 기관장평가에서 ‘탁월’을 받은 공기업 직원들은 50~60%의 성과급을, ‘우수’는 33.3~ 40%, ‘양호’는 16.8~20%의 성과급을 추가로 받지만 ‘미흡과 ‘아주 미흡’은 각각 16.8~20%, 33.3~40%의 성과급이 삭감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공기업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발전적 경쟁보다는 폐단이 많이 생겨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장평가가 합산될 경우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높은 성과급을 받는 폐단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21개 공기업 기관장평가에서 성과급 삭감 대상인 ‘미흡’과 ‘아주 미흡’을 받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던 탓이다. 오히려 21곳 중 15곳이 추가성과급을 챙기게 됐다. 결론적으로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방식이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를 부추긴 꼴이 된 셈이다.
바뀐 성과급으로 발생한 추가성과급은 2010년 395억원, 2011년 550억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는 리더십(20%) 공공기관 선진화(40%) 기관 고유과제(40%)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기관장을 평가한다.
리더십 항목에는 ▲주요현안 과제 선정 및 경영계획 수립의 합리성 ▲지속가능성 확보 및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공공기관 선진화에는 ▲보수·성과관리체계 합리화 ▲인력·기능조정 및 기타효율화 ▲노사관리 선진화 ▲단체협약 내용의 합리성 및 개선 노력이, 기관 고유과제에는 ▲성과지표 설정의 타당성 ▲성과목표치 설정의 적정성 ▲문제해결의 합리성 ▲사업집행의 효율성 ▲성과목표치 달성도 등이 세부적으로 포함돼 있다.
예전 算式에 대입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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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 |
김태환 의원실의 도움으로 2009, 2010년 경영평가 결과를 2007년 산식에 대입한 결과 예상대로 과거 산식에 대입했을 때 지급한 성과급 액수가 훨씬 낮았다. 기관장평가가 합산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 21개 공기업에 지급된 성과급 총액은 1조481억원이었지만 2007년 산식을 적용했을 때 지급됐을 성과급 총액은 9667억6462만원이었다. 2010년도 1조691억원이었던 총 성과급 지급액수가 지난 산식을 대입해 보니 8954억507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성과급을 줄인다고 기존 산식 대신 분리돼 있던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성과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것은 기관장평가를 후하게 줬기 때문이다. 정부의 성과급 대책은 ‘눈 가리고 아옹’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환 의원도 “성과급 산정방식을 바꿀 때는 과도한 증가분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국민의 눈높이로 거듭나는 공기업이 되기 위해선 파격적인 성과급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측은 “공기업 성과급을 올려 주려고 기관평가와 기관장평가를 합산한 것은 아니다. 기관장의 기관개혁에 힘을 실어 주고 노조의 반발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공무원들이 선거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속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기획재정부 소속 중진의원의 말이다.
“지금 성과급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보다는 낮아졌다고 봅니다. 처음에 성과급을 줄이니 공무원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강재섭(姜在涉)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월 27일 텃밭인 경기 성남시 분당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데에는 이런 원인도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기업 성과급 개혁 불씨 다시 살아날까?
공기업 성과급과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공기업은 월 기본급의 250%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성과급 최저 금액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또 공공기관의 물가안정, 고졸자 채용, 주유비 절감노력 실적도 경영평가 항목에 넣는 등 201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9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내년부터 성과급 자체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란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신설되더라도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김태환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껏 매년 성과급 산출 방식이 바뀌어 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하는 기업의 성과급은 줄어들겠지만 그뿐이고, 나머지 공기업들은 지금처럼 높은 경영평가 점수를 받고 여전히 성과급 잔치판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나라당 정희수(鄭熙秀)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마친 후 대상 기관별로 전년도 감사에서 시정 요구한 사항 처리결과와 당해연도 자료제출 등의 성실도 등을 평가,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등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현재 국회운영위원회에 회부만 된 상태라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막대한 부채와 경영상황 악화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공기업의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중반기를 넘겨 개혁에 성공한 전례는 거의 없다. 성과급 개혁의 동력이 서서히 꺼져 가는 단계에서 정부의 대책은 지키지 못하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벌여 놓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엄중한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