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前 한보그룹 鄭泰守 총회장의 3000억짜리 알짜배기 땅 : 월간조선

서울에 전(前)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 회장이 아직도 실질적 소유주인 땅이 있다. 그것도 서울에서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송파구 장지동 3만2000여㎡(약 1만여 평)이다. 정 회장이 실질적 소유주인 장지동 374번지를 비롯한 토지는 대부분 일반 주거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토지 1만여 평을 시가로 환산, 추정할 경우 3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 전 회장 소유의 토지에는 강남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위례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최근 이 땅의 처분을 국가에 위임했다. 자신과 가족의 체납액을 대신해서였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체납세액 대신 그 땅에 대한 처분권을 위임받았지만 관련 기관들의 이견 등으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정 전 회장 소유였던 이 토지는 서울시가 지난 1999년 9월 송파구 장지동 385번지 일대 5만6000여㎡에 송파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을 짓기 위한 폐기물처리시설 실시 도시계획을 인가, 고시한 후인 2000년에 수용했다. 정 전 회장 소유의 토지가 쓰레기 소각장 전체 면적의 57%를 차지했다. 이 토지는 수용되기 전 한보의 벽돌공장, 사택, 자재창고 등이 들어서 있었다.

서울시는 위례신도시 계획이 확정되면서 서울시가 수용했던 쓰레기소각장 건설예정 부지를 다시 원주인들에게 돌려주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 전 회장도 지난 4월 27일 서울시로부터 자신이 소유했던 장지동 일대 토지의 환매권(還買權)을 통보받았다.

환매권이란 매도한 재물이나 수용당한 재물을 구(舊)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과 관련해서도 환매권은 법률로 규정돼 있다. 환매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용당할 당시 지급한 보상금에 맞게 책정되지만 토지가격이 수용 당시와 비교해 등락폭이 클 때는 사업시행자나 환매권자가 그 금액의 증액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렇게 해서 정 전 회장 소유 토지에 책정된 환매권 행사 대금은 수용 당시 80억여 원에서 120억여 원이 오른 200억원이었다.

문제는 신용불량자이자 무자력자인 정 전 회장이 환매권 행사 대금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 회장의 측근 인사는 “정 회장이 자신의 힘으로 환매권 행사 대금 200억원을 마련해 환매받은 토지로 사업시행을 해서 본인과 가족의 체납세액 약 3000억원을 납부하려고 계획하고 대리인을 내세워 백방으로 뛰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이 서울시로부터 통보받은 환매권 행사 기간은 10월 27일이었다. 결국 정 전 회장은 환매권 행사 기간 마감 하루를 앞둔 지난 10월 26일 서울지방국세청에 환매권을 양도하고 환매권 행사 및 대금처리 일체를 국가에 위임했다.

국세청, 정 전 회장 환매권 압류 상태

수감생활 중 국회 환란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회장.

인감도장을 날인한 위임장에서 정 전 회장은 “취득한 환매권을 행사하며, 환매권 행사 후 부동산에 관한 전체 금액을 국세청과 서울시의 체납액으로 납부하려고 한다”면서 “환매권 행사 후 환매대금 납부방법에 대하여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협의하여 처리해 달라”고 위임사항을 밝혔다.

위임장을 받은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땅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협의를 했다. 국세청이 서울시에 요청한 방식은 정 전 회장이 환매권 행사 기간인 10월 27일 이전에 환매권을 행사한 것으로 하되 대금납입은 위례신도시 사업 시행자인 SH공사 또는 LH공사가 해당 토지를 다시 수용할 때까지 유예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신 수용 보상금이 나오면 서울시가 우선권을 갖고 정 회장이 내야 할 환매대금 200억원과 지방세 체납분 68억원 등 268억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서울지방국세청이 국세 체납액으로 전액 환수해 가는 조건이었다.

서울시는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환매권은 법규정에 따라 6개월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정 회장의 환매권에 대해 압류를 해 놓고 있습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세청이 압류를 먼저 풀어야 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에게 먼저 환매권에 대한 압류를 풀고 나서 해당 토지를 등기할 때 저당권을 설정하라고 권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이 압류해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환매권 행사 시한을 넘긴 것입니다.”

―정 회장이 국세청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는데.

“아무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국세청이 환매권에 대해 압류를 해 놓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국세청이 왜 환매권 압류를 풀지 않는다고 보나요.

“압류 해제 후를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 회장 측에 대한 신뢰 문제인가요.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국세청과 서울시가 돈 받는 일이 중요한 만큼 고도의 정책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입니까.

“법에 규정된 일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판단하나요.”

―그렇다면 정 회장 소유의 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정 전 회장은 재산을)다 날린 것으로 봐야 합니다.”

국세청에 징세유예 신청

정 전 회장 측은 환매권 행사 기간 연장을 위해 현재 서울지방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한편으로는 환매대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용이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 측근의 말이다.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대출 원리금에 대한 1순위 담보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 측은 국세청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환매권을 행사한 후 토지 소유권을 이전해 오면 금융기관에 268억원과 취·등록세 6억원, 기타 이자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1순위로 설정해 주기 위한 징수유예를 요청했습니다. 국세청의 정 회장 체납세액은 2순위로 설정해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해당 법규를 찾지 못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출신인 정 전 회장은 “징세(徵稅)의 원리는 닭이 알을 낳도록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다가 알을 낳으면 가져가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정 회장의 징세원리가 본인의 경우에도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 중앙아시아로 간 정 전 회장 무슨 프로젝트 추진하나

카스피해 13만8370㎢ 조차(租借)해 1일 석유 200만 배럴, 천연가스 1억㎥ 생산 추진

2005년 카자흐스탄 풀라지미르 슈콜니크 장관이 정 전 회장에게 보낸 초청장.

정태수 전 회장은 1923년생이다. 측근들의 전언(傳言)에 따르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재기의 꿈을 접지 않고 있다고 한다. 측근이 전하는 근황이다.

“80노구를 이끌고 차멀미도 감수해 가면서 광산개발 하신다고 여기저기 다니며 무리를 하고 계십니다. 건강 생각해서 좀 참으라고 하면 서운해하시죠. 키르기스스탄 등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시는데 생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 전 회장은 2006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횡령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궐석재판으로 그의 유죄를 확정했다.

정 전 회장 측근은 이 재판과 관련, 정 전 회장이 귀국한 후 재심을 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강릉 영동대학 횡령사건으로 고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지병인 심장병 약을 처방해 오던 일본 가모가와(鴨川)라는 병원에서 주치의가 환자의 임상을 요구해서 갔던 것입니다. 일본에 갔다가 중앙아시아로 가신 것은 카자흐스탄 자원성 장관으로부터 한두 해 전에 초대를 받았었지만 재판 등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가시다가 해외로 나간 김에 가신 거죠. 그게 재판부의 감정을 사서 재판 중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그 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귀국해서 재심을 받고 싶어하십니다.”

한두 해 전 정 전 회장이 카자흐스탄 지하자원부 장관의 초청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2005년 4월 28일자로 카자흐스탄 풀라지미르 슈콜니크 에너지 및 지하자원부 장관은 “카자흐스탄 공화국 에너지 및 지하자원부는 향후 비즈니스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위하여 정태수 총회장님을 초청하오니 2005년 5월, 6월 중에 방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초청장을 보냈다.

정 전 회장 측근은 해외에서의 정 전 회장의 일상을 이렇게 전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해외에 나가서도 생활은 항상 일정하죠. 일정시간 수면, 약먹는 거, 운동하는 거, 식사하는 것 등 일정합니다. 운동은 절뚝거리며 지팡이 짚고 느린 걸음으로 매 식사 후 한 시간씩 걷는 것이지만 하루 일정이 스스로 만든 계획으로 꽉 짜여져 있습니다. 정신은 항상 또렷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기억력을 갖고 계십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보통 노인들의 생활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금광개발

또 다른 측근에 의하면 정 전 회장이 중앙아시아에서 벌이고자 하는 사업은 금광개발과 유전개발 사업이라고 한다. 그의 근황을 보도한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된 적은 있지만 개발사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보도된 적은 없다.

그가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은 카스피해 유전개발 사업이었다고 한다. 한보가 1995년 추진했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과 비슷한 프로젝트다. 정 전 회장이 수배자 신분이 되면서 사업추진이 보류된 상태지만 신병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은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8년 4월 정 전 회장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앞으로 카스피해 유전개발 조차 계약 신청서를 보냈다. 카스피해의 1, 2, 3광구 13만8370㎢를 조차(租借)해 주면 하루에 200만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 1억㎥를 생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생산한 석유를 카스피해 남단 네카 항구로 수송하고, 이어 이란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페르시아만으로 수송한 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카자흐스탄에는 그 대가로 석유개발 외에도 화력발전소와 조선소 건설, 자기부상식 초고속열차 개통 등을 약속했다. 이 분야에 종사하게 될 2만여 명의 직원들을 위한 주택단지 건설도 약속했다.

정 전 회장 측근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당시 정 회장이 1995년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천연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천연가스전은 러시아 가스프롬(국영 천연가스회사)의 최대 가스전이 됐다”면서 “그 사실을 카자흐스탄 정부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이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