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꽃 〈12〉 연(蓮)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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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위로 빗방울이 구르고 있다. 그 작은 원 속에 세상이 담겨 있다.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어나게 하소서
  신령한 물 위에서
  문을 닫고
  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
  언제라도 자비심 잃지 않고
  온 세상을 끌어안는
  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
  죽음을 넘어서는
  신비로운 우주에 향기를 퍼트리는
  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바람이 불면 연이 춤춘다. 거대한 교향악에 맞춘 자연의 군무(群舞)다.
  수녀 이해인의 시(詩) ‘연꽃의 기도’다. 연(蓮)은 불교에서 가장 귀히 여기는 꽃이다.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그림을 ‘만다라’라 하는데 연이 곧 ‘만다라화’다. 석가모니가 어느 날 제자들 앞에서 연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제자 가섭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웃었다는 게 ‘염화시중의 미소’다.
 
연은 진흙 속에서 태어나 많은 것을 인간에게 준다. 심지어 연잎밥까지.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럽지 않고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향기가 은은하지만 백리 밖까지 정화시키는 연꽃 속에 종교의 진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만큼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꽃도 연이다. 수로왕과 허황후가 놀던 바위에 연 모양이 있고 소설 속 심청도 연을 타고 환생했다.
 
바닥에 떨어진 연의 이파리마저 풍경을 이룬다.
  그리스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 디오니소스가 낳은 아들이 만난 요정(妖精)이 꽃이 됐으니 곧 로터스(Lotus·연)요, 인도 신화에서 세상이 망한 뒤 비슈누신(神)이 다시 태어나는 곳도 연이며 이집트 태양의 신이 위기를 면한 곳도 연의 품이다.⊙
 
연은 보통 붉지만 흰 꽃도 있다. 활짝 피기 전의 연은 생명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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