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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ter

“‘神의 물방울’은 아직도 샘솟고 있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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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설악산 오색약수는 두 군데서 나온다.
오색약수 근처는 점봉산에서 쏟아지는 1급수들이 콸콸거려 굳이 약수를 마실 필요도 없다.
가히 ‘신의 물방울’이다.
  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를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했다.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그랬다. 금수강산의 정화(精華)가 맑은 물이었다. 어느 산이고 계류를 떠 마시고 그 물로 밥을 지어도 탈이 없었다. 그러던 금수강산의 맑은 물이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신(神)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작가는 와인을 신이 내린 물방울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와인은 원래 고대 로마인들이 만든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포도가 잘 자라기에 재배했고 그것을 술로 빚어 부족한 식수(食水) 대용으로 마신 게 와인의 시작이다.
 
설악산 오색약수를 뜨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로마인들은 각지에 식민지를 개척했다. 그중에서도 갈리아, 즉 프랑스땅을 점령하고 보니 기후나 토질이 로마와 비슷했다. 갈리아인들은 똑똑하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갈리아를 아껴 속주(屬州)로 삼았고 자신들이 재배하던 포도를 심어 와인을 빚게 했는데 지금은 프랑스가 와인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와인의 3대 산지다. 지금이야 미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 등에서도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지만 아무래도 유럽의 3대 국가의 권위가 높다. 이 와인을 국제상품으로 만든 것이 영국인들이다. 그들 역시 물의 질이 낮아 와인 혹은 맥주를 물처럼 마셨다.
 
오색약수가 나오는 구멍이다.
  영국인들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보다 거래하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보여줬다. 도매상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고 보면 와인은 ‘신의 물방울’이 아니라 노동과 착취와 음모와 계산이 얽힌 복잡한 액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망가졌어도 우리 산하에 명수(名水)가 많이 살아 있다. 약수(藥水)라 불리는 이 신이 한민족에게 내린 물방울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지난달 한 정수기 업체에서 한국의 유명 약수의 효능을 비교한 책을 냈다. 우리 산하를 돌며 신의 물방울을 음미하는 것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부근 방아다리 약수는 물맛이 일품이다.

강원도 양구에서 춘천으로 오는 길에 있는 사명산 추곡약수다.
두 군데가 있는데 저마다 전설이 있다.

방아다리 약수로 올라가는 길이다.
빼곡한 전나무 숲을 뚫고 사람들은 물을 마시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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