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TOPClass  조선pub  여성조선  월간산
조선닷컴 | 스포츠조선 로그인 회원가입
  1. 국제 · 정치
2012년 8월호
  1. 국제 ·
  2. 정치

[미국 대선 포커스] ‘록펠러 보수주의’의 부활

글 : 尹禎皓 미국 예일대 정치학 박사 과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 ‘록펠러 보수주의’는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화, 복지 등을 내세우는 온건 보수주의
⊙ 롬니, 낙태·동성애 등에 대해 관용적
⊙ 당내 강경 보수주의자 의식해 右선회했던 롬니, 경선 후 左클릭 고민 중
⊙ 당내 보수주의자의 반발, 민주당의 색깔공세, 말 바꾸기 논란 극복해야

尹禎皓
⊙ 42세.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예일대 정치학 석사. 예일대 박사과정 재학 중.
⊙ 저서: 《한국경제와 포퓰리즘》(공저).
미트 롬니는 ‘록펠러 보수주의’라는 온건보수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다.
  1968년 8월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전(前) 미시간 주지사 조지 롬니(George Romney)의 표정은 어두웠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대선(大選)후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44년 후. 그의 아들은 달랐다. 미트 롬니(Mitt Romney)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다. 2012년 8월 플로리다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롬니의 승리는 미국 정치사에서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사상 처음으로 모르몬교도가 대통령 후보가 됐다. 미국헌법은 수정 1조를 통해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 이래 많은 대통령이 종교의 다원성(多元性)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개신교가 아닌 종교를 지녔거나 무신론자(無神論者)인 정치인에 대한 편견의 골이 깊었다. 1928년이 돼서야 가톨릭교도인 알프레드 스미스(Alfred Smith)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모르몬교 교인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전례가 없었다.
 
  둘째, 1940년 이후 최초로 노골적인 기업인 대선후보가 등장했다. 대선후보 중에는 크고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았다. 가깝게는 조지 W. 부시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CEO를 역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 중 기업인 경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임스 시저(James Ceaser) 버지니아대 교수는 1940년 대선에 출마한 웬델 윌키(Wendell Wilkie)가 마지막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롬니는 이례적인 경우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기업 운영 경력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한다.
 
  셋째, ‘주지사 대선후보’의 최근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1976~2004년 미국 대선에서 양당 후보 중에서 최소한 한 명의 후보는 주지사 출신이었다. 이들은 승률(勝率)도 높았다. 8번의 선거 중 조지 H.W. 부시가 승리한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직 주지사가 대통령이 됐다.
 
  이러한 ‘전통’은 2008년 대선에서 끝나는 듯 보였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은 모두 상원의원이었다. 하지만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롬니가 등장하면서 최근 전통이 되살아나게 됐다.
 
 
  ‘레이건 보수주의’의 퇴조
 
  롬니의 당내 경선 승리는 사상사적(思想史的) 의미도 남다르다. 온건 보수주의의 일종인 ‘록펠러 보수주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것이다.
 
  ‘록펠러 보수주의’는 미국 보수주의의 전형(典型)으로 소개되어 온 강성(强性) 보수주의인 ‘레이건 보수주의’와 다르다. ‘록펠러 보수주의’는 감세지상주의(減稅至上主義)를 경계하고, 시장만능주의(市場萬能主義)를 추구하지 않는다. 복지 정책 등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다.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관용적이다. ‘록펠러 보수주의’는 롬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키워드다.
 
  롬니는 ‘록펠러 보수주의’에 힘입어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역임했다. 원래 매사추세츠는 민주당의 아성(牙城)이었다. 공화당은 1956년 이후 1980년과 1984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대선 때마다 매사추세츠에서 민주당에 무릎을 꿇었다. 1952년 이후 2010년까지 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연방 하원의원과 주 의회의 상·하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대다수가 민주당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롬니는 주지사에 당선, 임기 동안 크고 작은 업적을 남겼다. 일등공신은 그가 추구했던 ‘록펠러 보수주의’였다.
 
록펠러 보수주의란
 
국가 역할 중시, 복지 강조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와 부통령을 역임했던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의 이름을 딴 ‘록펠러 보수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前後)해 등장한 온건 보수주의다.
 
  연방주의자(Federalist)와 휘그(Whig)당을 모태로 19세기 중반 설립된 공화당 안에는 시장 경제를 중시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이 꾸준히 있어 왔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륙횡단 철도와 주립대(州立大) 설립에 정부를 앞세웠다.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정부의 힘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의 복지를 향상시켰다.
 
  20세기 중반 이후 이러한 시각은 새 생명을 얻었다. 동북부와 중북부 지역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사회간접자본과 교육 분야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높였다. 소수 인종의 권익 증진에도 매진했다.
 
  그러나 제프리 커버서비스(Geoffrey Kabaservice) 전 예일대 교수의 지적처럼 ‘록펠러 보수주의’는 196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쇠락했다. 롬니의 아버지 조지 롬니 등 ‘록펠러 보수주의자’들은 대중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책과 이념을 업데이트하고 지지세력을 조직화하는 것을 소홀히 했다.
 
  때문에 시장방임주의 경제정책과 강경 대외정책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 고양 등을 기치로 내건 이른바 신우파(新右派·New Right)의 도전에 무력(無力)했다. 이들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당내 소수 분파로 전락했다.
 
  주지사 시절 재정흑자 달성
 
  첫째, 그는 낙태와 동성(同性)연애 등 사회문제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같은 주에서 1994년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롬니는 TV 후보 토론회에서 “낙태를 불법화해선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가까운 친척의 예를 들며 “낙태를 금지할 경우 위험한 불법 낙태시술을 받다가 산모(産母)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2년 주지사 선거에서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선거 공약집을 통해 “낙태에 관한 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연애에 대한 시각도 강경 보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법률혼(法律婚)을 허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성 커플을 이성(異性) 커플과 동등하게 처우했다. 롬니는 2003년 매사추세츠 대법원이 동성 간 결혼을 합헌(合憲)으로 판결하자 이에 대해 “어린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성애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동성 커플의 입양(入養)도 허용했다. 동성 배우자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허용하는 등 동성애자들도 양성 커플과 동등한 복지혜택을 향유(享有)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세수(稅收)를 늘려 재정적자(赤字)를 극복했다. 2003년 1월 주지사 공관에 입성한 롬니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에 직면했다. 당장 6억5000만 달러의 예산이 부족했다. 이듬해에는 적자가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그는 주의회로부터 특권(特權)을 위임받아 대대적인 긴축 재정을 실시했다. 주내(州內) 대학에 대한 지원금을 9억5000만 달러가량 축소했으며, 산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55억 달러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세율을 높이고 각종 요금을 인상했다.
 
  롬니는 산하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재산세를 비롯해 각종 세율을 높이도록 했다. 온라인 소비세 등 세정(稅政) 허점(tax loopholes)을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세제 개혁을 단행했다. 기업으로부터의 세수도 크게 늘렸다. 석유 요금을 갤런당 2센트 인상하고 대학 등록금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운전면허, 결혼, 그리고 총기 보유 신고 비용 등 57종의 공공요금을 올렸으며, 33종의 요금을 신설했다. “노골적인 증세(增稅) 정책”이라는 보수단체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 롬니는 단숨에 흑자 재정을 달성했다.
 
오바마와 롬니의 策士 - 액설로드와 펀스트럼
 
경력·성격 등에서 유사

 
오바마의 책사인 데이비드 액설로드(왼쪽)와 롬니의 책사인 에릭 펀스트럼(오른쪽).
  오바마와 롬니의 제갈량은 닮은꼴이다. 언뜻 보면 오바마의 책사(策士)인 액설로드와 롬니의 오른팔 에릭 펀스트럼(Eric Fehrnstrom)은 크게 달라 보인다. 액설로드는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반면 펀스트럼은 싸움닭을 연상시킨다. 앞뒤 안 가리고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세 가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문기자 출신이다.
 
  1984년 폴 사이먼(Paul Simon)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통해 현실 정치에 입문한 액설로드는 《시카고 트리뷴》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시카고 트리뷴》에 입사한 그는 정치부 기자와 정치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다.
 
  펀스트럼은 보스턴의 보수성향 시민들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보스턴 헤럴드》 출신이다. 그는 1988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마이클 듀카키스 등 매사추세츠를 기반으로 하는 리버럴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기사로 유명세를 탄 뒤 1994년 조 말론(Joe Malone)의 주지사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정계 데뷔를 했다.
 
  둘째, 대선후보와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1992년 오바마와 첫 만남을 가진 액설로드는 ‘대성할 재목을 발견했다’고 생각, 2004년 상원의원과 2008년 대통령 선거 운동을 진두지휘하는 등 오바마의 정치적 성장을 도왔다.
 
  펀스트럼과 롬니의 인연도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펀스트럼은 주지사 선거를 위해 8년 만에 정계에 컴백한 롬니를 최측근에서 보필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뒤에는 롬니의 주정부 운영을 도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롬니가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苦杯)를 마신 뒤에도 계속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셋째, “철(鐵)의 규율”을 중시한다.
 
  액설로드는 선거본부 관계자들은 물론 오바마가 언론과 접촉하는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 이를 통해 설화(舌禍)를 예방할 뿐 아니라 캠프 내의 민감한 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최소화한다.
 
  펀스트럼도 규율 우선주의자다. 언론접촉 창구를 단일화하고 보좌관들의 개인플레이를 막는다. 자신의 공로를 과시하거나 선거본부 내부의 갈등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경우 가차없이 제재를 가한다.
 
  의료개혁 추진
 
  셋째,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했다. 롬니는 많은 공화당 주지사들과 마찬가지로 복지개혁을 단행했다. 실업 수당이나 무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줄였다. 과도한 복지가 ‘복지의존증’을 조장하고 노동 의욕을 상실하게 하며, 수혜자들로 하여금 가난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한편으로 롬니는 야심 찬 의료보험제도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과 함께 훗날 오바마 의보개혁의 모델이 된 의보개혁안을 입안(立案)했다.
 
  의료개혁의 요체는 전 주민의 보험가입 의무화를 통한 혜택의 확대였다. 가입을 거부하는 주민은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받았다. 단, 저소득층에게는 보조금을 줬다. 의료보험 가입을 못 해 건강이 악화된 저소득층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이들이 의보혜택을 받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재정 부담이 적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정책들로 인해 그는 임기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롬니가 추구했던 온건 보수주의는 수 년 뒤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겨줬다.
 
  롬니는 이렇게 ‘록펠러 보수주의’적 입장을 취한 탓에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롬니는 멀게는 2005년부터, 가깝게는 2008년 대선 직후부터 올해 대선을 준비해 왔다. 그는 당내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쌓고 정치자금을 모으는 한편, 각종 사안에 대해 우선회(右旋回)를 했다.
 
  하지만 2010년 강경 보수운동인 티파티(Tea Party)운동이 불거진 뒤 보수 성향이 한층 짙어진 공화당 평당원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주지사 시절 온건 보수주의를 추구했던 롬니를 불신했다.
 
 
  케인과 깅리치의 도전
 
미국 공화당 경선 초기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허먼 케인(왼쪽)과 뉴트 깅리치(오른쪽).
  경선 개시 한 달여 전까지 공화당원들은 허먼 케인(Herman Cain)에게 열광했다. 버거킹과 갓파더스 피자(God Father’s Pizza) CEO, 캔자스시 연방준비은행 회장, 그리고 전국요식업협회 회장을 역임한 케인은 빼어난 말솜씨를 자랑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강성 우파(右派)라는 점이었다. 그는 보수 성향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칼럼을 기고했다. 케인은 티파티 운동가들의 집회에 40차례 넘게 참석해 지지 연설을 했다. 후보 경선 때 그는 “9-9-9”라고 불리는 급진적 감세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케인의 지지도는 한때 오바마를 앞질렀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모의투표에서 1위를 휩쓸었다. 지난해 12월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인 레드스테이트 닷 컴(Redstate.co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티파티 운동가 컨벤션, 그리고 전국여성공화당원연맹 연례모임(National Federation of Republican Women’s Convention) 참가자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작년 11월 잇단 성(性)추문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무서운 인기몰이를 했다.
 
  케인의 주가(株價)가 곤두박질 친 뒤에는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하원의장이 롬니를 위협했다. 깅리치는 1998년 정계를 은퇴한 뒤 단 한 차례도 공직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적이 없었다. 그는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보수진영의 아이디어맨이었지만 하원의장 시절부터 각종 추문과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TV 토론에 누구보다도 능했지만 예측불가능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악명이 높았다. 2011년 6월에 그의 선거캠프는 공중분해 직전까지 갔다. 그의 돌출 행동을 참다 못 한 보좌관들이 대거 사표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깅리치는 유권자들 사이에 퍼진 반(反)롬니 정서로부터 반사이익을 누렸다. 예년보다 3배나 더 자주 열렸던 TV 토론회 때마다 그가 “롬니는 신뢰할 수 없는 보수주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적중했다. 덕분에 1월 21일에 있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깅리치는 깜짝 승리를 거뒀다. 롬니를 13% 차이로 누르며 1위를 한 것이다. 깅리치는 해일리 바버(Haley Barbour) 미시시피 주지사와 릭 페리(Rich Perry) 텍사스 주지사 등 남부 정치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조지아주 후보 경선에서 승리를 일궈내면서 롬니 대세론을 위협했다.
 
 
  ‘진짜 보수주의자’ 자처한 샌토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이념적 선명성을 내걸고 한때 공화당 경선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롬니의 최대 적수는 릭 샌토럼(Rick Santorum) 전 상원의원이었다. 경선후보 중 가장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상원의원 임기 동안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강간과 근친상간(近親相姦)을 당한 경우에도 낙태를 반대하는 등 사회 문제에 있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경선 투표에 나선 당원들은 샌토럼을 뜨겁게 지지했다. 가난한 광부의 집안에서 자라나야 했던 그의 인생사가 어필했다. 샌토럼 특유의 대면(對面)선거운동 기술도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가 부상(浮上)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롬니에 대한 이념 공세였다. 그는 “내가 진짜 보수주의자”라며 이념적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아이오와 코커스는 물론 콜로라도, 미주리, 그리고 미네소타에서 승리했다.
 
  지난 3월 6일 ‘수퍼 화요일’이라고 불린 10개 주 동시 경선에서도 샌토럼은 선전(善戰)했다.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그리고 테네시에서 1위를 했다. 같은 달에는 캔자스, 앨라배마 그리고 미시시피 경선까지 휩쓸었다. 4월 초 후보 사퇴를 하기 전까지 그는 롬니를 압박했다.
 
  하지만 롬니에게 난관을 안겨준 온건 보수주의는 본선(本選)에서는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될지도 모른다.
 
  롬니에게 ‘록펠러 보수주의’는 대선 승리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롬니의 치명적 약점은 오바마에 비해 고학력 미혼 여성과 34세 미만의 청년, 그리고 히스패닉 등 소수(少數)인종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크게 낮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성 보수주의를 불신하고 온건 보수주의를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롬니는 다른 후보들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쏟아냈던 강경 발언들과 공약들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첫째, 소수인종 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롬니는 경선 기간 중 소수인종 정책과 관련 초(超)강경 발언을 했다. 깅리치 등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반면 롬니는 가차 없는 법 집행을 강조했었다.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차별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인 ‘SB1070법안’도 지지했다. 롬니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불이익을 줘서 모두 스스로 미국을 떠나게 만들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롬니는 경선 승리가 가까워 오자 이 같은 발언을 멈추고, 히스패닉계 유권자에 대한 구애(求愛)를 시작했다.
 
  롬니는 지난 4월 한 정치헌금 모금 모임에서 “히스패닉계를 포용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플로리다에서 열린 전국히스패닉정치인·공무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Latino Elected and Appointed Officials) 연례회의에서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합법적 이민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군 복무 중인 불법 이민자들에게는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한 것이다.
 
2012 대선과 연방대법원
 
의보개혁·정치자금 관련 판결
  대선 향방에 영향

 
  미 연방대법원은 미국 정치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1857년의 ‘드레드 스콧 대(對) 샌포드(Dred Scott vs. Sanford)’ 판결은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은 낙태를 중대한 정치문제로 비화시켰다. ‘부시 대 고어(Bush vs. Gore)’ 결정은 2000년 대선의 향방을 갈랐다.
 
  대법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중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대법원은 2010년 1월 ‘시티즌 유나이티드 대 연방선거위원회(Citizens United vs. Federal Election Commission)’ 판결을 통해 ‘수퍼 팩(Super Pac)’이라는 정치 단체를 탄생시켰다. 후보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정치 조직들이 무제한도로 정치자금을 지원받아 TV 정치 광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다. 수퍼팩은 공화당의 2010년 중간선거 압승과 롬니의 후보 경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보건복지부 대 플로리다(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vs. Florida)’ 판결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대법원은 예상을 깨고 오바마가 단행한 의료보험개혁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대선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판결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개혁 백지화를 주장해 온 보수진영에 타격을 줬다고 말한다. 공화당은 대선 승리를 갈망하는 지지층의 염원이 뜨거워졌다고 평가한다. 국민들이 의료보험개혁 무효화를 위해서는 백악관을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고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다. 대법원 판결은 정치 비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정치권은 대대적인 정치자금 모금 운동에 나섰다. 민주당은 “역사적인 개혁을 성공시킨 오바마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은 “의보개혁 철폐를 원한다면 롬니를 지지해야 한다”면서 판결 이후 불과 24시간 만에 460만 달러를 걷었다. 대법원은 본의 아니게 “미국 민주주의는 고비용 저효율(高費用 低效率) 정치 시스템의 대명사”라는 통념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減稅공약 再考
 
  둘째, 급진적인 긴축 정책과 감세 공약을 재고(再考)하려고 한다. 롬니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과감한 긴축 재정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그는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의 파격적인 긴축예산안을 공개 지지했다. 지난해 8월 후보 토론회에서는 “적극적인 감세와 지출 삭감 정책을 병행할 것”을 맹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롬니는 지난 5월 다른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규모 긴축은 없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 둔화나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뿐 아니다. 같은 달 롬니는 지지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어스킨 보울스(Erskine Bowles)와 앨런 심슨(Alan Simpson) 국가재정적자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제안한 세수 확보 조치를 포함한 재정적자 해소책을 높게 평가했다. 이와 관련 자신이 집권하면 주(州)소득세와 주부동산세 그리고 부유층이 소유한 두 채 이상의 주택에 대한 세금공제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맹목적인 감세지상주의로부터 거리를 둘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셋째, 의보개혁 백지화(白紙化)를 재검토하려 한다. 롬니는 경선 기간 오바마의 의보개혁을 폐기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임기 첫 날(Day One)’이란 제목의 TV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 레노(Jay Lano)쇼> 출연 시 롬니는 말을 바꿨다. 그는 “일부 개혁 조항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미 앓고 있는 질병(Pre-existing condition)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보험회사로부터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 경우를 막겠다”고 했다.
 
  롬니는 6월에는 유타 주지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마이클 리빗(Michael Leavitt)을 최측근으로 임명했다. 롬니의 정권이양팀 총책임자가 된 리빗은 의보 혜택 확대주의자로 유명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 그는 고령자를 위한 처방약제비용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의보 컨설팅 회사의 CEO이기도 한 그는 오바마 의보개혁의 핵심 요소인 의료보험시장(Health Insurance Exchange) 제도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 백지화는 “눈 가리고 아웅”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월 초 현재 대선 레이스는 오바마가 롬니에 대해 근소한 우세(優勢)를 보인 채 접전(接戰)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오바마의 우세를 점쳤지만 지지도 차이는 3%에 불과하다. 《뉴스위크》의 조사 결과도 같았다. 오바마의 지지율은 47%, 롬니의 지지율은 44%였다.
 
  과연 롬니는 이러한 상태를 깨뜨릴 수 있을까? 록펠러 보수주의를 되살려 지지를 망설이는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롬니의 과제
 
  첫째, 보수진영 내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온건 우파와 달리 강경 우파는 막강한 조직과 정치자금을 자랑한다. 이들은 롬니의 변신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6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인터넷 우파 운동가들의 연례모임인 라이트온라인(Rightonline) 참가자들은 강성 보수주의 원칙에 충실한 대선 공약을 주문했다. 보수 일간지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의 논설위원 필립 클라인(Philip Klein)과 보수단체인 프리덤 웍스(Free dom Works)의 부(副)대표 딘 클랜시(Dean Clancy) 등도 롬니의 좌(左)클릭을 견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둘째, 오바마 진영의 반롬니 공세가 거세다. 데이비드 액설로드(David Axelord)가 이끄는 오바마 선거대책본부는 “롬니는 강경 보수주의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이반(離反)을 막으려 한다. 이를 위해서 프라이오리티 USA 액션(Priorities USA Action)과 아메리칸 브리지 21세기(American Bridge 21st Century) 등 리버럴 성향 단체들을 총동원해서 롬니를 공격한다. 액설로드는 “서민의 고혈(膏血)을 빨아먹는 흡혈귀”일 뿐 아니라 “의회 내 강경 보수주의자들과 한통속인, 온건 보수주의의 탈을 쓴 극우파(極右派)”라고 롬니를 비판한다.
 
 
  말 바꾸기 논란
 
  셋째, 존 케리(John Kerry)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케리 상원의원은 지조 없는 정치인이라는 비판 공세에 시달렸다.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이라크전(戰)과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수차례나 오갔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케리에게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부시에게 대선 승리를 헌납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선회를 했던 롬니가 본선 승리를 위해 다시 좌선회를 할 경우 케리와 같은 운명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록펠러 보수주의’의 귀환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44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대권 도전의 꿈을 접었던 달과 같은 달, 그리고 같은 주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될 롬니. 그가 사상 최초의 모르몬교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나아가 쇠락의 길을 걸어온 ‘록펠러 보수주의’의 전통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건의 글이 있습니다.
  윤용선 (ysline99)  ( 2012-08-05 ) 찬성 : 45 반대 : 74
언론 방송 신문 잡지 연예를 신뢰 믿음 신용한다면,,,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윤용선 (ysline99)  ( 2012-08-05 ) 찬성 : 65 반대 : 59
국제경제 세계경제 공부,,,중국어 일본어 영어 공부,,,
  윤용선 (ysline99)  ( 2012-08-05 ) 찬성 : 55 반대 : 59
지도자,,,기본에 충실한 지도자,,,국민과 함께 하는 지도자,,,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지도자,,,자유 민주 평화,,,CAPITAL首都의 역할과 기능,,,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과거 현재 미래,,,미래를 지향하며,,,W.W.W.---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만주와 간도 연해주,,,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맨위로






조선뉴스프레스 여행 프로젝트
전자북배너
(주)조선뉴스프레스 TM 모집공고
장기 구독자 우대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