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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05 수원화성 성곽길

정조와 실학이 쌓아올린 한국 성곽의 백미

글 : 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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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5.5km
⊙ 걷는 시간 : 2시간30분
⊙ 코스 : 팔달문~서장대~장안문
    ~팔달문
⊙ 난이도 : 쉬워요
⊙ 좋은 계절 : 사계절








서북각루에서 장안문까지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의 곡선이 일품이다.
  수원화성(華城)은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 불린다. 당대의 철학, 과학, 문화가 총집결되어 스며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성곽의 아름다움에서 ‘거중기’ 같은 기계를 활용한 과학성까지 한국 성곽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수원화성은 정조의 효심에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쟁으로 인해 뒤주 속에서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정조는 즉위 후 수원 남쪽 화산으로 옮긴다. 그런 후 화산에서 가까운 수원 땅에 2년10개월(1794~1796년)에 걸쳐 기존의 읍성을 고쳐 화려하고 웅장한 성곽을 짓는다.
 
  화성은 성곽 둘레 5.7km, 성곽 안쪽 넓이 39만 평으로 서울성곽과 비교하면 절반쯤 되는 규모다. 동쪽은 평지, 서쪽은 143m 높이의 팔달산에 걸쳐 있는 전형적인 평산성(平山城·평지와 산을 이어 쌓은 성의 형태)이다. 다른 성곽과 달리 군사 기능 외에 상업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화성은 도로와 시장이 들어찬 팔달문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전 구간을 성곽을 따라 끊김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다. 40여 개의 망루와 누각이 포진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정조가 군사를 호령하던 서장대
 
정조가 머물던 화성행궁. 이곳 봉수당에서 정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다.

  성곽 걷기의 출발점으로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팔달문이 좋다. 보물 제402호인 팔달문은 전체가 거대한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했지만, 지붕까지 완전히 해체해 보수하는 것은 팔달문 완공 이후 217년 만이라고 한다. 보수가 완료되는 올 12월에는 원형에 가까운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팔달문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팔달문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고 출발한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급경사 돌계단을 15분쯤 오르면 서남암문을 만난다. 암문은 성곽의 비밀통로로, 은밀한 곳에 개구멍처럼 뚫린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성의 암문은 제법 크고 위엄이 있다. 암문 밖으로 제법 널찍한 길을 따라 외성(外城)이 이어지는데, 그 길을 용도(甬道)라고 한다. 170m쯤 되는 호젓한 용도의 끝에는 서남각루(화양루)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다시 서남암문으로 들어와 서암문을 지나면 팔달산 정상에 자리한 서장대가 나온다. 장대(將臺)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화성에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는데, 화성의 총 지휘본부는 2층 구조의 웅장한 서장대가 담당했다. 정조는 서장대에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그의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화성 전체 군사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장관, 그 자체다.
 
  앞쪽으로 보이는 화성행궁은 정조의 임시거처로 쓰인 곳이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었던 봉수당, 정조가 활을 쏘던 득중정, 궁녀와 군인의 숙소 등 482칸이 복원되어 있다. 행궁 왼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의 유장한 흐름이 펼쳐지고, 그 뒤로 수원의 진산(鎭山)인 광교산의 후덕한 품이 눈에 들어온다.
 
 
  화성의 백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성곽의 일부가 파손·손실되었으나 1975~1979년까지 복원공사에 착수, 대부분 축성 당시 모습대로 복원됐다. 그 비결은 축성 후 1801년에 발간된 《화성성역의궤》 덕분이다. 이 책에는 축성계획, 제도, 법식뿐 아니라 동원한 인력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와 용도, 예산과 임금계산, 시공기계, 재료가공법, 공사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서장대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면 언덕에 자리한 서북각루다.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마루에 앉아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과 도심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화서문과 장안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진 길이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서북각루에서 내려오면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화서문이다. 문 옆에는 공격하는 적들을 삼면에서 저격할 수 있도록 지은 서북공심돈이 자리하고 있다. 공심돈(空心墩)은 화성만의 독특한 시설로 망루와 포루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서북공심돈은 화서문과 어울려 범접할 수 없는 위용과 멋을 자랑한다.
 
  장안문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평지처럼 순하다. 성 밖에서 보면 성벽은 6~9m 높이지만, 성곽길 위에 서면 어른 키만한 담장이 된다. 성 밖은 장안공원으로 수원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성벽 곳곳에 뚫어놓은 구멍은 총과 활을 쏘기 위한 것이다.
 
  장안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문루의 높이가 13.5m, 너비가 9m에 달한다.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보다도 크다. 홍예문(虹霓門・문의 윗부분을 무지개처럼 반원형으로 만든 문) 위에 아름다운 단청의 2층 누각을 올리고, 바깥쪽에 벽돌로 반원형을 그리면서 둥근 옹성(甕城)을 갖추었다. 옹성은 적을 공격하기 위한 방어시설인데, 숭례문에는 없는 구조라 생소하면서 신기하다.
 
 
  우리나라 가장 큰 성문 장안문
 
주말이면 창룡문 앞에서 마상무예 공연이 열린다.

  장안문은 정조의 백성 사랑이 가득 깃든 성문으로 유명하다. 애초 화성은 정약용이 기획한 대로 성곽의 길이를 4.2km로 만들기 위해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 등을 일직선으로 서게 했다. 수원으로 행차한 정조는 팔달산 꼭대기에 올라 성터 전체를 내려다보며 성문과 각종 시설물 등이 들어설 자리들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서 정조는 북쪽의 많은 백성의 집을 헐고 장안문을 지을 것이란 영의정 채제공의 말에 “저 백성은 과거 예전 고을에서 살다 옮겨온 사람들인데 또 집이 허물어지고 이사를 가야 한다면 백성을 위해 성을 쌓고자 하는 나의 본뜻과 다르다.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저 백성의 집 밖으로 성문을 쌓으라”고 명했다고 한다. 이래서 장안문 터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민가 밖으로 옮겨졌고, 성곽의 길이가 현재의 5.7km로 길어졌다.
 
  장안문을 지나면 일곱 개의 아치형 수문을 거느린 화홍문이 나타난다. 화홍문은 7칸의 홍예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마루 형식으로 문루를 세웠다. 옆에 있는 동북각루, 즉 방화수류정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수원8경 중 하나로 선정됐다. 수양버들 늘어진 연못과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일품이다. 방화수류정은 지형을 그대로 살린 기하학적인 마루가 독특하다. 마루에 오르니 수원천의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화홍문을 지나면 동장대가 나타난다. 연무대라고 불리는 이곳은 당시 군사들이 활을 쏘며 무예를 연습하던 군사 훈련장이다. 현재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국궁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언덕에 우뚝한 동북공심돈을 지나면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이다.
 
  창룡문을 지나 구불거리는 성곽길을 따르면 옛날 봉화로 소식을 전달하던 봉돈(熢墩)이 나타난다. 우뚝한 다섯 개의 연기통은 남산 봉수대에 비해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봉돈 옆에는 병사들이 사용하던 무기창고와 온돌방까지 놓여 있다. 봉돈을 지나 동남각루에 이르면 다시 팔달문이 보인다. 여기서 언덕을 내려서면 지인시장을 만나면서 화성성곽 걷기는 끝난다. 시장을 따라가면 출발했던 팔달문이다. 성곽 구경을 마쳤으면 10분 거리의 화성행궁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화성행궁은 1794년부터 1796년까지 화성을 축성할 당시에 함께 건축한 건물이다. 정조가 화성으로 내려왔을 때 거처하던 임시 궁궐로 모두 657칸이다.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깃들어 있다. 정조는 1789년 10월에 이루어진 현륭원 천봉 이후 이듬해 2월부터 1800년(정조 24년) 1월까지 11년간 12차례에 걸친 능행을 거행했다. 이때마다 정조는 화성행궁에 머물면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여는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거행했다. 행궁 뒤쪽 정자에 앉아 구중궁궐 같은 행궁을 바라보며 화성 걷기를 마무리한다.
 
● 수원화성 성곽 걷기 가이드
 
  화성의 길이는 5.7km, 팔달문 일대 일부 구간을 제외한 GPS 측정거리는 5.5km다. 이렇게 성곽을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30분쯤 걸린다. 구경할 것이 많아 넉넉하게 3~4시간 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팔달문이 좋다. 수원역 북부정류장에 팔달문 가는 버스가 많다. 자가용을 가져갈 경우는 창룡문, 동장대(연무대), 화성행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화성에서 놓칠 수 없는 구간은 서장대~화서문~장안문~방화수류정 구간이다. 주말에는 화성과 행궁 일대에서 궁중무용, 장용영 수위의식, 무예24기 공연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화성 입장료 어른 1천원, 화성행궁 어른 입장료 1천5백원. 문의 수원시청 화성사업소 031-228-4410, 화성행궁 031-228-4411, 창룡문안내소 031-228-4678.
 
 
  ● 교통
 
  전철과 기차는 수원역에서 내린다. 역을 나와 왼쪽 북부정류장에 팔달문과 장안문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서울 잠실역, 강남역, 양재역, 사당역 인근에서 10~20분 간격으로 수원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나들목을 이용한다. 수원화성 이정표가 잘돼 있다. 장안문, 창룡문, 동장대(연무대), 화성행궁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 맛집
 
  장안문 뒤쪽의 성곽(031-253-2774)은 고풍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숨은 맛집이다. 팔달문에서 걷기를 시작했으면 점심 먹기에 좋고, 걷기를 끝내고 뒤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청국장 5천원, 제육볶음 5천원, 빈대떡 7천원 등 가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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