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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01 길상사와 옛집 순례 & 서울한양도성 산책로

서울 최고의 역사문화산책로를 꼽으라면 여기!

글 : 尹文基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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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8.1km
⊙ 걷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 코스 : 한성대입구역~길상사~심우장~숙정문~혜화문
⊙ 난이도 : 입문자나 중급자에게 적합
⊙ 좋은 계절 : 봄·가을












6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한양도성길을 걷는다.
  서울 성북동의 은은한 고택과 북악산 서울한양도성 산책로는 많은 걷기 동호인이 찬사를 보내는 서울 최고의 역사문화길이다. 북악산에 기대어 살던 소박한 동네 성북동. 산기슭을 타고 성큼 내려선 시원한 바람이 맴도는 그곳. 부촌의 상징이지만 부자동네 맞은편 성곽 밑으로 북향의 작은 집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반대의 삶을 이어 가는 곳. 부촌에서는 법정 스님의 길상사(吉祥寺)가 사바세계의 혼탁함을 벗겨내고, 성곽 아래 달동네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끝내 독립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 심우장이 나그네를 맞는다.
 
  한국주재 외국대사관저가 많은 성북동은 볼거리도 많고 소문난 먹거리도 즐비하게 늘어선 동네다. 자체 발광 고급주택만 있을 것 같지만 서울한양도성을 뒷담으로 두른 달동네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가난한 영토에 뿌리를 단단히 박았다. 여러 가지 모습과 문화가 공존하기에 성북동의 길은 꾸미기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테마를 부여할 수 있다.
 
 
  최순우·조지훈 옛집을 지나
 
  지하철 한성대입구역 5번 출입구를 나와서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혜곡 최순우 선생의 고택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온 방향 그대로 10여 분 가다 왼쪽 45도 방향 골목길로 들어서면 ‘최순우 옛집’이라고 쓰인 커다란 문패를 만날 수 있다. 최순우 선생은 1943년 개성부립박물관에 입사하고,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의 4대 관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박물관에 재직하며 옛것을 아끼고 보존하는 데 앞장선 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바로 이 ‘최순우 옛집’에서 집필하셨다. ㅁ자 형태의 북향으로 지어진 최순우 옛집에는 우리의 옛것을 사랑했던 집주인의 품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이 앉아 있는 자태가 단아하고 품격있다.
 
  최순우 옛집을 나와 골목입구까지 되짚어 온 후 큰길을 건너 왼쪽 골목으로 걸어간다. 조지훈 시인이 살았던 집터를 지나 Y자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하면 곧 편의점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길상사까지는 약 10분 거리. 쭉 직진만 하면 되고 중간에 머뭇거려지는 Y자 갈림길에서는 왼쪽이다.
 
 
  길상사에서 심우장까지
 
법정 스님의 맑은 향기가 흐르는 길상사.

  삼각산길상사(三角山吉祥寺)라고 쓰인 일주문을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다. 정면의 작은 계단을 오르면 길상사의 본존건물인 극락전(極樂殿)이 단아한 자태로 솟아난다. 그 왼쪽으로 돌아서면 작은 계곡 옆으로 쉴 수 있는 공간과 짧은 길이 나 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살짝 건너 보면 작은 공덕비가 서 있다. 원래 고급음식점이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길상사의 모태를 제공한 김영한 여사의 검소한 공덕비다. 계곡 옆길을 잠시 걷다 스님들의 거처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온다. 극락전 근처까지 내려오면 왼쪽에 설법전이 있다. 그 건물 앞에 지금까지 잘 보지 못했던 모양의 관세음보살 석상이 서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천주교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조각하여 봉안한 것이다. 성모마리아상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길상사는 개원법회 때 김수한 추기경이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천주교와 인연이 닿아 있다고 한다.
 
  길상사를 둘러보고 쉬었으면 아까 대사관저 이정표가 많았던 편의점 사거리까지 길을 되짚어 돌아온다. 여기서 우회전한 후 큰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남짓 인도를 따라가면 성북동 왕돈가스의 원조 격인 ‘금왕돈까스’가 나온다. 그 오른쪽 골목 안에 상허 이태준 선생이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는 수연산방(壽硯山房)이 있다. 지금은 전통찻집으로 꾸며져 있어 오래 머물기는 편치 않지만 잠시 둘러보는 것쯤은 주인장이 개의치 않는다.
 
  수연산방을 보고 나와 다시 큰길에서 금왕돈까스를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가자. 곧 만나는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왼쪽 골목을 가리키고 있는 ‘심우장’ 푯말이 등장한다. 이제는 서울에서 거의 사라져 가는 비좁은 골목길이다. 이 길에서 숨이 조금 차 오를 즈음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尋牛莊)이 객을 맞는다. 한용운 선생의 영정과 함께 친필서적, 옥중공판기록, 연구논문집 등이 고택 안에 전시돼 있다.
 
 
  한양도성길을 따라
 
  심우장을 나와 다시 골목 입구 큰길까지 걸어 나온다. 이 길을 걸으며 만난 오래된 한옥들은 꼭 자기 주인을 닮아 가는 것 같다. 부부가 오랜 세월을 서로 바라보고 살면 얼굴이 비슷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래서 명사들의 옛집을 거닐고 돌아오면 그분들을 친견한 것마냥 큰 위로를 받는다.
 
  큰길까지 나왔으면 이제는 서울한양도성을 걷기 위해 숙정문으로 향할 차례다. 큰길을 따라 왼쪽으로 간다. ‘성북 우정의 공원’이란 곳을 지나 주암아파트 오른쪽 골목으로 간다. ‘숙정문안내소’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골목 초입의 황량함과 다르게 이 길은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어지며 삼청터널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삼청각 앞에서 찻길을 건넌 후 왼쪽으로 가다 ‘홍련사’ 돌푯말 뒤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곧 숙정문 안내소다. 여기서부터 말바위안내소까지는 청와대 경비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패찰을 건 후 지나야 한다. 신분증이 없다면 안내소 앞에서 왼쪽 성곽 밑으로 가는 길을 이용하자. 신분증이 있더라도 저녁 이후로는 북악산 성곽 출입이 안 된다. 나무계단을 10분 정도 올라서면 한양도성의 북대문(北大門)인 숙정문(肅靖門)이 나온다. 숙정문을 지나 왼쪽 방향으로 계속 성곽을 따라 걷는다. 오른쪽은 청와대 경비구역이라 볼 수 없게 막혔지만 왼쪽은 시원하게 뚫려 삼청각과 성북동 일대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성곽길을 5분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말바위전망대가 그간 막혀 있던 오른쪽 전경을 보상이라도 하듯 시원하게 밀어낸다. 전망대 옆은 아까 받았던 패찰을 반납하는 말바위안내소다.
 
  다시 5분 정도 가다 나무계단 위 전망대로 올라선다. 전망을 보든 안 보든 그곳을 지나야 하므로 일단 올라가야 한다. 조망대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성벽 바깥으로 나 있는 산책로로 갈 수 있다.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성곽 사이를 지나 와룡공원으로 진입한다. 와룡공원에서는 성곽을 왼쪽에 두고 성곽 안쪽에서 걸어 내려간다. 길바닥을 보며 걷지 말고 성곽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동네도 보고 성곽을 병풍처럼 두른 성곽 아래 마을에도 한번쯤 눈길을 주어보자.
 
  와룡공원 성곽길은 15분쯤 이어진다. 공원이 끝나는 곳에는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는 대형 돈가스 식당 두 곳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갈 곳은 이 두 곳 중 서울왕돈까스 오른쪽의 작은 골목이다. 이 골목을 지나며 오른쪽을 보자. 주택과 학교 건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이 한양성곽의 일부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스스로 깔고 앉은 이 구간에서 못내 마음이 편치 않다.
 
  골목길을 따라 직진하듯 15분 남짓 걸으면 일제가 찻길을 내며 완전히 헐어버렸다가 1992년에 복원한 혜화문이 나온다. 혜화문에서 왼쪽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첫걸음을 내디뎠던 한성대입구역으로 원점 회귀한다. 역 주변에 알려진 맛집들이 여럿 있다. 추천 맛집으로 한강칼국수(02-747-4004), 할매청국장(02-743-8104), 나폴레옹제과점(02-744-2266), 해뜨는집 돼지불고기(02-764-6354)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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