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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년 4월호

두바이의 희망 리더십 -『땅을 시추해 보지 않고서는 석유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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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나아갈 길을 못 찾고 정체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성장 원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의 不在로밖에 볼 수 없다』(공병호)

김민구 아주大 e비즈니스학부
現 월간조선 인턴기자. 한국유통물류진흥원 인턴으로 근무(2004). 정통부 주관 IT인재 해외(미국) 연수 프로그램 수료(2003). 아주大 경영대학 신문사 편집장(2003).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 주는 상징인 버즈 알 아랍 호텔. 세계 최초(7星급 호텔), 최고(호텔로는 세계 최고 높이)라는 이 호텔 덕분에 두바이는 일약「사막 속의 신데렐라」가 됐다.
  두바이에 다녀온 후,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두바이 어때?』라고 물어온다. 대부분 두바이가 관광지로서 어떠냐는 취지의 물음이다. 하지만 선뜻 『좋다, 아니다』를 말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관광지로서의 두바이는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현재 모습은 멋진 경관과 풍류를 즐길 수 있는 향락지 혹은 전통과 고풍스런 문화가 느껴지는 역사 유적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러한 두바이에 각국의 정계·경제계 인사들이 앞 다퉈 시찰을 다녀오고 세계의 부호들과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조개와 진주를 캐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두바이가 현재 「창조」와 「혁신」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大 경영대학 교수이며 기업브랜드 분야의 大家(대가)인 존 퀼치 교수는 『두바이는 너무 독특해서, 지구상에 하나일 수밖에 없는 도시(국가)』라고 표현했다. 이제 두바이는 UAE의 7개의 土侯國(토후국) 중 하나로 아라비아灣(만)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서의 지역명,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이 되었다.
 
  공항에서부터 도로, 자동차, 심지어 거리의 벤치까지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광고판에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불러일으키는 광고 문구들로 넘쳐났다.
 
  두바이 공항을 빠져나오자 나를 처음 반긴 것은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들고 있는 거대한 손 모양의 광고 조형물이었다.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온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삼성 로고와 삼성전자의 최신형 휴대전화 광고판이 도로 양쪽으로 촘촘히 늘어선, 일명 「삼성 브릿지」로 불리는 다리를 건넜다.
 
 
  全세계 부자를 상대
 
  긴 도로를 따라 길게 줄지은 수십 개의 자동차 영업점들이 눈에 띄었다.
 
  두바이를 자동차 브랜드에 비유한다면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수십 가지 차종을 생산하여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거는 GM이나 포드와는 거리가 멀다. 브랜드 가치와 드라이빙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대당 영업 이익률이 가장 높은 BMW가 두바이와 가장 근접할 것이다. BMW가 전문직과 사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룬 상류층 고객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두바이가 상대할 손님들은 평범하고 진부한 것을 거부하는 全세계의 부자들이다.
 
  21세기 최고의 관광·쇼핑·비즈니스 허브를 꿈꾸는 두바이는 국가 전체가 철저한 세일즈맨 정신으로 다시 태어난 듯했다. 이 덩치 큰 세일즈맨은 부자들의 속성과 생각, 씀씀이까지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바이에서는 물질주의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틈이 없었다.
 
 
  감성을 파는 도시
 
낙타를 조심하라는 표지판. 두바이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낙타가 출몰하는 사막이 나온다.

  세계 1위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꿈과 경험을 팔고 있다. 사람들에게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여 감성 마케팅의 표본이 되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을 때 경험했던 에스프레소 가게의 분위기를 잊지 못해 미국에서 사업모델로 구체화시켰다. 또 조직이 아무리 커져도 「한 명의 고객에게 한 잔의 커피와 경험을 판다」는 고객 만족에 대한 경영 원칙을 지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의미에서 두바이는 「세계인의 스타벅스」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황량한 사막과 드넓은 바다에 채우고 있는 두바이의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거대한 프로젝트 이면에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 역시 감성을 팔고 있는 것이다. 거대함·부유함·독특함이라는 3대 요소가 결합된 「두바이」가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과 이야기들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최고 경영자이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25개의 매장을 방문하여 커피와 서비스 품질을 꼼꼼히 체크한다고 한다. 두바이의 고객 친화력도 이에 못지않다. 지도자인 셰이크 모하메드는 「先경제 後정치」를 주창하며 해외 투자가와 관광객들을 위해 종교적 관습과 각종 행정규제,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더 효율적으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 냈다. 카드 한 장으로 10초 만에 통과하는 초고속 출입국 수속, 17개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은 최적의 기업 환경을 제공한다.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이 경호원 없이 혼자 운전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고 할 정도로 치안은 완벽에 가깝다. 창업을 마음 먹으면 원 스톱 행정 서비스로 일주일 안에 모든 창업 절차가 끝난다. 두바이의 모든 정책은 「고객 최우선주의」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이제 도시 브랜드는 국가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미국보다 뉴욕, 중국보다 상하이, 영국보다 런던, 그리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그 자체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두바이가 다른 도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게, 마치 떠오르는 벤처기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앞서 나가는 것을 보면서 21세기 글로벌 허브 도시들의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두바이는 그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되길 열망하고 있다.
 
 
  작은 기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지금의 두바이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건설되고 있는 빌딩과 주택, 다리와 고가도로 토목공사 현장으로 가득해 삭막한 느낌이 든다. 낭만과 쾌락을 즐길 곳은 두바이 말고도 많다. 하지만 中東의 보잘 것 없던 두바이로 돈과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그들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 꺼내 놓았던 꿈같은 이야기들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바다에는 세계 최고 높이와 시설을 자랑하는 호텔이 우뚝 섰고, 자신만의 해변을 가질 수 있는 저택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모래 바람과 흙먼지로 가득했던 땅에는 형형색색의 고층 빌딩들이 기하학적인 美를 뽐내며 섰고, 풀 한 포기 찾기 힘든 불모지가 화단과 푸른 나무들로 우거졌다. 물이 금처럼 귀했던 곳이지만 시내 곳곳에 자리한 분수대에서 시원스럽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두바이는 한계를 모르는 거침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최근 접한 두바이 관련 기사(조선일보 2월12일자)는 두바이의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기사의 요지는 두바이가 당초 계획했던 「10년 장기 비전」의 목표치가 5년 만에 달성되어 셰이크 모하메드가 최근 「두바이 전략플랜 2015」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톰 피터스가 「상상을 경영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 톰 피터스가 도시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칭찬했던 도시가 두바이였다. 그가 일곱 시간의 마라톤 강연을 마치며 『오늘 강연의 결론』이라면서 소개한 마지막 슬라이드에 적힌 캐나다 석유 채굴업자의 『땅을 시추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석유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은 두바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떠들고 계획하는 데만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많은 걸 시도해 봐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진리를 함축한 말이다. 톰 피터스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멋진 아이디어들을 줄기차게 시도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유롭게 꿈과 아이디어를 한 나라의 정부가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선 두바이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고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조직이란 조금만 커져도 관료주의라는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두 명의 총리, 각 부처 관료들이 줄줄이 두바이에 다녀왔다. 하지만 공무원 수만 늘려 비대한 정부를 만들어 놓고,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조차 공감하기 어려운 「희망한국 비전2030」이란 것을 덜컥 내놓았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희망의 리더십
 
  두바이는 언론을 통해 「사막의 진주」, 「사막의 맨해튼」이라는 찬사를 받아 왔다. 보통 사막은 죽음과 척박함, 그리고 고통이 수반되는 어두운 이미지다. 하지만 두바이의 사막을 밟는 순간, 나는 사막을 밟은 것이 아니라 희망을 밟고 있음을 느꼈다.
 
  두바이의 사막은 긍정의 빛깔을 내고 있었다. 그곳이 저주의 땅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사막이었다면 전혀 느낄 수 없는 긍정의 기운이 온 몸으로 느껴져 왔다. 그것은 두바이라는 이름이 희망과 가능성을 대변하게 됐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사막의 기적」에 훨씬 앞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기적의 원조는 두바이가 아니라 우리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은 집값과 취업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두바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콘텐츠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 짓고 있다.
 
  공병호 박사는 최근 저서인 「희망의 리더십」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못 찾고 정체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성장 원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의 不在(부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가진 것이라곤 사막과 바다, 그리고 약간의 석유뿐인 불모지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모하게 된 뒤에는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UAE의 부통령이자 총리이며 두바이의 최고 지도자로 평생을 큰 불편 없이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야심이 있다. 자기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야심 말이다. 이것은 분명 건강한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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