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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긴급진단

나로호와 은하 3호를 통해 본 南北의 로켓기술

北, 인공위성 쏘려면 로켓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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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하이드라진과 적연질산을 연료로 사용하면 로켓 업그레이드 불가능”
⊙ 北, 1970년대 말 이집트가 제공한 스커드미사일 역설계하며 개발
⊙ 北, 미사일개발 36년 만에 美본토 도달 ICBM 독자제작 능력 갖춰
⊙ 액체연료 로켓기술 北에 뒤져… 2021년 기점으로 남북 로켓기술 역전될 듯
지난 1월 30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다.
  남북한이 잇달아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남북한 간 로켓 기술력 격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첫번째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를 지난 1월 30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북한은 이보다 50여 일 앞선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했다.
 
  은하 3호에 탑재한 위성 ‘광명성 3호’ 2호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북한 로켓 발사의 목적이 애초에 위성을 운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사일 운반용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고려하면 북한 역시 미사일 운반용 로켓 발사를 성공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군다나 은하 3호 발사의 성과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로 환산할 경우, 최소 사거리가 1만km 넘는 등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어, 대미 협상용 ICBM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북한은 특히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온 우리와 달리 자체적으로 제작한 로켓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1일 <높은 경지에 이른 우주 기술-남녘 인민들의 반향>이라는 글에서 “‘광명성 3호’ 2호기가 극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과 관련해 남조선 각계는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남조선 각계는 ‘북의 로켓기술 수준이 남쪽보다 훨씬 앞섰다는 것이 은하 3호의 발사로 입증됐다’고 평가, 우리의 우주기술 위력을 찬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기술력을 직접적으로 빌리지 않은 은하 3호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나로호보다 엔진 추력은 떨어져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가 2012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기지에서 발사되는 장면.
  그렇다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로켓은 어느 수준일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연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1단 추진체를 거의 온전히 서해에서 거둬들여 정밀 분석했다. 인양한 로켓의 잔해는 은하 3호의 1단 로켓 엔진과 연료통 등 1단 로켓 부품 10개 품목이다.
 
  군 분석 결과, 북한은 엔진 터보 펌프와 연소실 등 로켓의 핵심 부품 대부분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하 3호의 온도감지 장치와 압력 및 일부 전자기기 센서, 전선 등 10개 미만의 상용 품목은 중국과 유럽 등 5개국에서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사일 완제품과 그 부품 및 기술 등에 대한 외국 수출을 통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저촉되는 품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외국의 도움 없이 사거리 1만km 이상의 ICBM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과 부품제작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핵심 부품은 중국·러시아·이란 등에서 수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은하 3호 1단 추진체는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서 만들었고, 2단 추진체는 스커드미사일 엔진 1개로 제작했다. 주엔진은 하늘로 올라가는 추력(推力·thrust)을 담당하고, 보조엔진은 상하 36도로 움직이며 로켓 방향을 자동 제어한다. 전체 추력은 총 120t으로, 우리가 쏘아 올린 나로호의 추력(170t)보다 작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보조엔진을 통한 방향제어 방식은 주엔진의 분사구(노즐) 방향을 조절해 로켓 방향을 제어하는 나로호보다는 후진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 용접과 재질 상태를 볼 때 각각의 부분에 고급 기술을 적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용접선 라인이 조잡하고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했으며, 용접면도 균일하지 않은 것이 육안으로도 식별됐다”고 했다.
 
 
  3단 로켓이 ICMB으로 전용하는 데 유리
 

  나로호와 은하 3호의 또 다른 점은 로켓의 단(段) 구성이다. 나로호는 러시아제 1단 로켓 위에 국산 2단 고체 연료 킥모터(kick motor)가 결합한 형태이고, 은하 3호는 액체연료를 쓰는 로켓 3개를 연결한 3단형이다.
 
  대부분의 ICBM은 3단 로켓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나로호는 1단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데 힘을 다 쓰고 2단은 위성을 궤도에 밀어주는 역할만 한다. 이래서는 ICBM처럼 우주에서 타원형으로 멀리 나갈 수 없다.
 
  ADD 관계자는 “ICBM으로 쓰려면 우주에서 타원궤도를 그리며 멀리 나가야 먼 곳을 타격할 수 있다”며 “은하 3호처럼 로켓이 세 번씩 힘을 내는 게 그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하 3호의 1·2단 로켓은 대포동 미사일과 같다”며 “미사일을 우주 로켓으로 변형해 비행 시험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역시 샤하브 미사일의 장거리용 모델을 개발했으나 비행 시험을 하지 못하고, 이를 샤피르 우주 로켓으로 개발해 세 차례나 발사에 성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의 장거리 미사일의 단 분리 방식은 ‘폭압형 외피 파단 방식(MDF)’으로 가속모터 6개와 제동모터 4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MDF는 1·2·3단 로켓을 서로 연결하는 볼트 속에 화약을 넣어 일정 고도에서 화약을 자동 폭발시키고 그 힘으로 연결 볼트를 떼어 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도 같은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1단과 2단 분리 때 1단 속도를 줄이려고 제동모터 6개를, 2단 속도를 높이려고 가속모터 4개를 각각 장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제동모터는 1단과 2단 분리 시 1단의 속도를 감속시켜 2단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해 주는 부품이다. 이 모터들의 역할로 1단과 2단이 안정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우리 군은 평가했다.
 
  ADD 관계자는 “3단 로켓은 단 분리 기술 확보가 어려운 대신, 로켓 효율이 높아 작은 무게로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3단 로켓이 2단 로켓에 비해 무기화에 훨씬 적합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ICBM이 3단 로켓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한다.
 
  그는 “북한은 아직 제대로 된 위성을 만들 능력이 없는데 운반 수단을 먼저 만든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의심을 사는 것”이라며 “위성 발사라면 지난번에는 동쪽으로 쏘고 이번에는 남쪽으로 쏘고 하지는 않는다. 위성보다는 다른 시험 목적”이라고 말했다.
 
 
  北이 쓰는 하이드라진 연료는 미사일용
 
2012년 12월 14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가 서해에서 인양된 북한 로켓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잔해를 공개하고 있다.
  나로호와 은하 3호의 가장 큰 차이는 연료와 이를 태우는 산화제다. 나로호는 연료로 케로신(등유),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쓴다. 액체산소는 극저온(영하 183도)·초고압에서 액체 상태가 되므로 발사 직전에 주입한다. 액체산소를 주입한 뒤 오래 놔두면 기화돼서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은하 3호는 나로호와 다른 연료(하이드라진)와 산화제(적연질산)를 사용한다. 국방부는 연료를 연소시키는 산화제 통에 남아 있는 물질을 정밀 분석해 산화제의 성분을 적연질산(HNO₃94%+N₂O₄6%)으로 확인했다. 적연질산(赤煙窒酸)은 독성이 강하며 엷은 노란색이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옛 소련이 개발해 북한이 모방 생산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산화제로 사용되고 있다. 적연질산은 상온에서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우주 발사체 개발보다는 ICBM에 사용된다.
 
  또 나로호는 극저온 상태로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반면, 은하 3호는 상온에서 액체연료인 하이드라진을 주입할 수 있어 무기로 전용하기 유리하다.
 
  이창진(李昌鎭)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은하 3호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하이드라진(연료)과 질산(산화제)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마음만 먹으면 바로 미사일로 발사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하이드라진과 적연질산을 연료로 사용하면 연료 자체의 문제 때문에 향후 성능 좋은 로켓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며 “액체산소에 비해 질산은 산소가 적어 연료를 연소시키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1.5t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의 은하 3호와 우리의 나로호는 비행 각도와 고도도 다르며, 역시 은하 3호가 미사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라는 것이다. ICBM의 경우, 발사거리를 최대화하기 위해 연소 종료 시 40~45도 각도로 날아가지만, 위성 발사체는 38~40도가 적당하다. 연소 종료 때까지 올라가는 높이도 더 높다.
 
 
  36년 만에 ICBM 개발국 반열 올라
 
  북한은 어떤 경로로 장거리 로켓 기술을 확보했을까. 북한이 작년 12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1단 추진체 조사 분석에 참가한 국방부 정보본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수많은 실험과 다른 나라 미사일 기술을 카피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1976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한국형 유도탄 개발사업인 ‘백곰사업’을 추진하자, 그해 스커드-B 기술을 모방해 미사일 자체 개발에 착수했고, 1984년 스커드-B 모방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로켓 엔진 성능 개량에 매달려 1986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모방형을 시험 발사한 뒤 1988년부터 이들 미사일을 작전 배치했고 일부는 해외에 판매하기도 했다.
 
  스커드미사일 개발·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 일본까지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0km 이상의 노동 1호 미사일을 개발했다. 1년에 100차례 가까이 노동 미사일의 로켓 엔진성능 개량시험을 해 온 북한은 1998년 8월 사거리 2500k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했다. 당시 2단 추진체가 일본 열도를 통과해 1600여km를 날아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화성 6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다. ADD 관계자는 “북한은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에 오랫동안 화성 6호를 수출해 독재정권의 ‘달러박스 노릇’을 했다”며 “화성 6호를 여러 개 묶은 게 노동미사일, 노동미사일 4기를 하나로 묶은 게 은하 3호”라고 했다.
 
  1976년 이집트가 제공한 스커드-B 미사일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자체 개발에 착수한 북한이 36년 만에 ICBM 개발국 대열에 합류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조사 결과, 연료와 연료가 타는 것을 돕는 산화제는 분사구(노즐) 안에 모세혈관처럼 구성된 가느다란 관을 통해 배출돼 연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이는 분사구 냉각과 연료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대부분의 로켓에 사용되는데, 은하 3호의 경우 러시아 모델과 형태가 흡사하고, 1단 로켓 엔진의 전체 모양은 이란 미사일과 형태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연료와 산화제는 수시로 바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사일 기술에 관한 ‘기술적 족보’가 드러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창진 교수는 “은하 3호 개발과정을 보면 큰 실패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주변국에서 꾸준히 컨설팅을 해 주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1단 로켓 기술과 단 분리 기술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대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탄두를 1t 이하 규모로 소형화해야 하는 과제, 탑재물(핵탄두)을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re-entry)시키는 기술이 의문시되기 때문에 북한을 ICBM 보유국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2000〜3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기술은 개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ICBM은 마하 20의 속도로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다. 따라서 6000〜7000도를 견뎌야 한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열을 견디면서 탄두를 보호하는 물질은 ICBM을 보유한 극소수 나라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체로켓 추진기술 10년 가량 뒤져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 ‘KSR-3’의 마지막 발사 모습. 2002년 11월 28일 충남 서해안 발사장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KSR-3는 이날 고도 43㎞, 거리 80㎞를 날았다.
  나로호에 사용된 액체로켓 엔진은 러시아 로켓엔진 개발회사 에네르고마쉬사가 만든 RD-151엔진이다. 이 엔진은 추력 170t급으로, 140t 무게의 나로호를 196km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 이 엔진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앙가라에 장착될 RD-191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RD-151엔진은 2009년 첫 발사 때부터 ‘개발과정에 있는 시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별도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RD-191의 추력만 조절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당초 과학로켓 KSR-3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하는 쪽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다가 2002년 돌연 해외 선진국과 공동 개발로 급선회했다.
 
  당시 국내 로켓 전문가들은 2개 분파로 나뉘었다. KSR-3를 바탕으로 가압식 엔진을 사용하자는 입장과 터보펌프 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터보펌프는 엄청난 무게의 우주발사체를 들어올리기 위해 액체산소와 연료(케로신)를 1초에 500kg 태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한국에는 없고 우주발사체를 운용하는 4~5개 국가만이 보유한 기술이다. 결국 터보펌프 방식이 결정돼 해외 도입을 추진했고 러시아와 프랑스, 우크라이나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지만 손을 잡은 것은 러시아였다.
 
  나로호 엔진은 2004년 9월 체결한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 직후만 해도 한·러 연구진이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1년 ‘발사체 기술을 확산하지 말자’는 취지의 MTCR에 가입한 데 이어, 2006년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을 맺고 1단은 러시아가, 상단인 2단 킥모터는 한국이 개발을 맡으면서 자체 개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발사장 설계·운용 기술 배운 것 성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두 가지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천억 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러시아 로켓을 사다 써 기술적으로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우주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불평등 계약’을 맺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MTCR 아래에서는 TSA를 맺어야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고, 그 기술에는 발사체 기술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항우연의 계약 잘못으로 1단 로켓 기술이 전수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에서 1단 로켓 ‘완성품’을 들여온 탓에 우리 기술진이 엔진 내부를 들여다보지조차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항우연 측은 1단 로켓을 빼고는 우리가 얻은 기술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주발사장을 짓고 관측시설을 만들고 우리 힘으로 발사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 본 것은 한국 우주개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는 것이다.
 
  조광래(趙光來)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핵심기술인 액체엔진의 기술이전은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며 “러시아와 공동개발을 통해 발사체 체계기술과 운용경험을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는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우연 관계자는 “러시아 연구진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많은 기술을 전수받았다”면서 “공동작업 과정에서 연료인 케로신 성분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75t 엔진 개발에 필수적인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국제조약은 발사체 기술뿐만 아니라 각종 부대장비에 대해서도 기술이전 제약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나로호 발사준비 과정을 통해 독자적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약’이 됐다. 우주발사체에 사용되는 전자탑재 장치들과 비행종단시스템용 수신기기 등을 완벽하게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자탑재 장치는 2002년 액체추진로켓(KSR-Ⅲ) 개발 때 미국과 프랑스로부터 수출허가를 거절당한 뒤 이미 우리 기술로 제작한 경험이 있다. 비상사태 발생 때 비행중단 신호를 보내 상황을 종료시키는 ‘비행종단시스템(FTS)’의 수신장치도 국내 업체가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가 러시아에서 얻은 것으로 먼저 세계 13번째로 만든 우주발사장을 꼽는다.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러시아 설계도를 기반으로 했지만, 좁은 부지에 발사장을 짓느라 지상에 위치할 시설물을 지하에 건설하는 등 독창적 기술을 개발했다.
 
  나로우주센터 건설을 총괄한 유정주(柳廷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최대 성과는 발사장을 세우며 설계·운용 기술을 배운 것”이라며 “광케이블로 발사통제동(MCC)-발사지휘센터(MDC)-발사체통제센터(LCC)-비행안전통제센터(FSC)-발사통제센터(LCC)를 연결하는 것을 보고 놀란 러시아가 새로 짓는 우주발사장 건설에 한국도 참여해 달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75톤급 엔진 상세설계 단계”
 
  소형위성발사체(KSLV-1) 나로호가 세 번째 도전 만에 발사에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도 많다. 세 차례 발사과정에서 나로호 상단 킥모터 기술과 나로과학위성, 나로우주센터 추적 기술과 발사대 기술은 상당 부분 국산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은 위성을 궤도에 가장 근접하게 올려놓는 1단 액체로켓 엔진 기술(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소형위성발사체 나로호개발 과정에서 발사체 핵심 기술 수준이 평균 46.3%에서 83.4%로 향상됐다. 상단 킥모터 기술은 선진국 대비 97.5% 수준에, 발사장 기술은 선진국의 90%에 이른다. 반면 액체로켓 추진 기술은 69%에 머물고 있다는 것. 선진국과 약 10년 이상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나로호 후속사업인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일러야 2021년에 쏠 수 있다. 국내 기술로 제작하는 KSLV-Ⅱ의 1단은 은하 3호의 1단과 마찬가지로 액체연료 로켓으로 개발한다. 액체연료 장거리 로켓 기술을 단순 비교하면, 북한보다 10년 가량 뒤진 셈이다.
 
  3단형 순수 국산 로켓을 2021년 발사하기 위한 정부의 ‘한국형발사체’ 사업 계획을 보면, 1단계(2011~2014년)의 경우 5~10t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시설 구축에 사업의 초점이 맞춰지고, 2단계(2015~2018년)에선 한국형발사체의 기본 엔진인 75t급 액체엔진을 완성, 일단 이 엔진 하나만으로 시험 발사가 이뤄진다. 3단계(2019~2021년)에 비로소 기본 엔진 4개를 묶은 300t급 1단용 엔진을 개발해 최종적으로 2021년 우주로 향한다.
 
  한국은 2021년 진정한 한국형우주발사체(KSLV-2)에 사용할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올 초 추력 30t급 액체엔진 시제품(K-STAR 계획)을 제작한 데 이어 75t급 엔진 설계에 들어갔다. KSLV-2는 1-2-3단 모두 액체연료를 이용하고, 1.5t급 실용위성을 실어 나르게 된다.
 
  100kg짜리 과학위성을 쏘아 올리는 2단 로켓 나로호보다 추진력을 2배가량 높인 로켓이다. 2000년대 중반 우크라이나의 도움으로 개발한 추력 30t짜리 엔진을 우리 기술로 개량한 모델이다. 이 한국형 로켓을 위한 예산은 1조5500억원 규모. 나로호 개발 예산의 3배다.
 
 
  “南은 마라톤, 北은 단거리 경주”
 

  전문가들은 우주개발 사업은 애초 대차대조표로 계산할 수 없는 특수한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유정주 건국대 교수는 “우주산업을 해서 돈을 버는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60여개국이 우주개발 기구를 만들어 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주기술 수준의 평가 잣대가 수익률이 아니라 안보력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위성을 다른 나라에 의뢰해 발사할 때 드는 비용은 200억~300억원 정도다. 나로호에 들어간 돈과 2021년까지 개발하려는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가는 1조5000억원이면 80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
 
  유 교수는 “애초 러시아 쪽에서 2단도 액체엔진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우리 기술진이 고체연료 킥모터를 자체 제작해 이번에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2002년 11월 발사한 과학로켓 KSR-3호(13t급) 이후 러시아에서 엔진을 도입한 나로호 발사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7~8년 가까이 엔진 독자개발이 중단됐다”고 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로켓엔진 기술은 주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독자적인 액체로켓 개발을 병행했더라면, 지금 북한의 은하 3호 수준을 넘는 액체연료 로켓은 확보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2021년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서둘러 75t급 액체로켓 연소시험장을 2015년까지 나로우주센터에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1950년대 당시 미국 미사일 개발의 주역이었던 첸쉐썬(錢學森) 박사를 귀국시켜 우주개발을 하기 위해 한국전쟁에서 포로로 잡은 미군 조종사 등 고위급 포로 11명을 넘기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첸 박사에게 로켓과 미사일 개발에 관한 전권을 줘 ‘양탄일성(兩彈一星·미사일과 원자탄,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했다.
 
  이창진 교수는 “로켓을 개발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자원과 돈이 들어간다”며 “중국의 양탄일성 정책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력 향상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북한이 무리하게 로켓 개발을 하게 된다면, 자원분배 구조가 왜곡돼 머지않아 산업 자체가 붕괴하든지 로켓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위성의 정상적인 작동을 최종 목표로 한 나로호와 로켓 사거리 연장에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은하 3호의 기술력을 평행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창진 교수는 “우리는 로켓을 목표한 지점에 올리는 정밀도에 주력해 왔고, 북한은 사거리 확보가 목적이었던 만큼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두 로켓의 기술력을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큰의미가 없다”며 “우주개발이란 마라톤에서 단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북한은 마라톤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2021년을 기점으로 따라잡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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