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大選 포커스] 風水地理로 보는 2012 大選 주자들의 운명 ① 朴槿惠 : 월간조선

주지하다시피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향후 5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를 뽑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 선거 결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선(大選)이 있는 해에 바빠지는 사람들은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나 같은 풍수지리(風水地理)를 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어느 해보다 바빠지게 마련이다. 미래를 점친다는 것, 그래서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안다는 것, 그 ‘은밀함’을 미리 즐기고 누려보고 싶은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풍수를 하는 사람들이 바빠지는 것은 인간의 그 욕망에 자의든 타의든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곳에서 알음알음으로 요청이 들어온다. ‘내가 따르는 그분이 이번에 대권(大權)을 잡을지 못 잡을지’ 풍수를 통해서 알아보자는 것이다. 그분이 태어난 곳이 한 나라의 대권을 잡을 만한 명당(明堂)인지 아닌지, 후손들의 음덕(陰德)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그분의 선영(先塋)이 명당인지 아닌지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도 대권주자의 생가터나 선영이 도대체 어떻기에 그런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나는 당시 후보로 거론됐던 이명박(李明博), 정동영(鄭東泳), 이회창(李會昌), 권영길(權永吉), 이인제(李仁濟)씨 등의 선영이나 생가터를 그해 봄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그들의 풍수적인 배경을 살펴본 일이 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폄하할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거론되는 후보 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상묘에 주목한 바 있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 소재 고지산 자락에 있는 이 대통령 증조부 이규수(李圭秀) 내외의 묘소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풍수에서 말하는 군왕지(君王地), 혹은 왕기(王氣)라고 할 만한 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어병(御屛)이 두른 대국의 형세와 강한 생기가 상승작용을 하면서 명당의 기운을 뿜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묏자리였다.

다른 후보들의 선영이나 생가터도 손색없이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 대통령의 생가터나 조상묘 자리에는 미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금오산 氣가 흘러든 사랑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첫 방문지로 선택한 대권 유력 후보의 선영은 새누리당 박근혜(朴槿惠) 전(前)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산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도 그곳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역시 박 전 위원장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요청과 내 개인적 관심 때문이었다.

지난 6월 5일 《월간조선》(月刊朝鮮) 기자 일행과 이른 아침에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생가와 선산이 있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 171번지로 향했다. 상모동의 옛 이름은 망태골이다. 2006년 10월에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모동 박 대통령 생가로 가는 길에 ‘박정희로’, ‘새마을로’ 같은 지명이 새롭게 생겼다는 점이다. 최근 주소지 표기 방법이 도로명 주소 표기 방법으로 바뀌면서 생긴 이름인 것 같다.

생가로 들어가는 입구에 널따란 주차장이 있었지만 평일이어서인지 박 대통령 생가 주변은 조용했다. 다만 그 주차장의 크기로 박 대통령 생가를 찾는 이들이 아직도 상당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생가는 1970년에 보수했는데 그때 본채만 현재의 모습으로 개축하고 박 대통령이 태어나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문경보통학교 교사로 떠날 때까지 자라고 공부했던 사랑채는 거의 원형으로 보존하고 있다.

왜 박 대통령은 하필 사랑채에서 나고 자랐을까. 이 집은 박 대통령의 외가였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박성빈)는 어머니(백남의)의 친정집 문간방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보리쌀 서 말만 있어도 안 한다’는 처가살이를 한 것이다.

사랑채에는 두 개의 방이 있다. 사랑채에서 안방의 역할을 했을 박성빈 내외가 기거하던 방과 한 평이 될까 말까 한 골방 수준의 작은 방. 박 대통령이 공부하던 방이다. 강한 기(氣)가 흐르고 있는 곳은 박 대통령을 잉태했을 안방이다. 그 방 한가운데로 강한 기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구국의 일념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를 부흥시킨 박정희의 혼을 만들어낸 그 기가 방안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생가나 선대의 묘소를 찾아가 “과연 명당이구나” 감탄하고 그 이유를 나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맥의 흐름과 진혈(眞穴)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일이다.

어병(御屛)의 형세

박 전 위원장 선영의 묏자리를 둘러보며 수맥을 측정하고 있는 김성수씨.

땅속의 기는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맥을 이루며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서 강한 힘으로 뭉쳐 있는데 이를 혈(穴)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 생가 마당에는 박 대통령이 12세이던 1929년에 어머니 백씨와 함께 심었다는 감나무가 있다. 금오산 자락 생가 뒷산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기맥은 이 감나무 밑을 지나 박성빈 내외가 박 대통령을 낳았던 안방 밑을 관통하고 있었다. 감나무 곁에는 명당 한쪽에 으레 있기 마련인 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생가는 금오산이 꿈틀거리며 흘러 내려와 형성된 기맥이 그곳에 이르러 멈추면서 강한 기를 발산하는 진혈 위에 있었다. 그게 운명인가. 그 진혈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외가가 살던 안채가 아니라 사랑채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박성빈 내외의 방에 머물고 있었다.

묘지의 명당은 사람 한 명이 딱 들어갈 크기다. 박 대통령 부모가 살았던 그 방의 명당자리도 6자를 넘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생가를 둘러싸고 있는 좌청룡 우백호의 형세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일반인들은 생가만 휙 둘러보고 떠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풍수를 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는 것이 그 집 주변의 형세다. 생가를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섰다. 박 대통령 외가인 수원 백씨들의 묘석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오간 탓인지 산길치고는 다닐 만하게 길이 나 있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산자락이었지만 뒤로 깊이 들어가면 산이 깊고 넓어 예사롭지 않은 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뒷산에서 본 박 대통령의 생가는 어병의 형세(形勢)였는데 군왕이 나려고 하면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어병의 형태를 하고 있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은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렇다면 다른 형제는 왜 군왕의 기를 받지 못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박 대통령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형제는 박 대통령 부친이 처갓집 사랑채로 들어오기 전에 태어났던 것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라도 명당에서 태어난 것과 아닌 것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생가를 떠나며 나는 박 대통령이 태어난 사랑채를 외가인 수원 백씨가 사용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상상하며 운명의 조화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청와대를 창경궁 북쪽으로 옮겨라

우리 일행은 생가와 마찬가지로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선영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이 대통령 선거와 관련돼 있어서였을까.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청와대 터와 관련한 상념에 젖었다.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의 성쇠를 좌우할 풍수지리학을 우리의 위정자들과 기업인들이 참고해 줄 것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한 예로 청와대 터와 관련한 요청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기거하며 통치하는 권부는 청와대이다. 풍수지리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의 풍수적인 요건이 대한민국의 현재 및 미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내가 보기에는 조선왕조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의 위치부터 잘못 잡았다. 조선왕조 개국공신인 정도전은 지금의 자리인 북악 아래를 주장했고, 무학대사는 인왕산 아래를 추천했다. 물론 정도전의 말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자리에 경복궁은 터를 잡게 되었다. 청와대 자리는 경복궁의 한 부속건물로 무과(武科) 시험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일제가 이 자리에 총독관저를 지었다. 이승만(李承晩) 정부는 그것을 이어받아 이름만 경무대로 고쳐 사용했다. 4·19 혁명 후 청와대로 개칭된 후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나는 애당초 정도전이 경복궁을 북악 아래 자리 잡은 것부터 풍수의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창경궁 내의 십자맥 군왕지를 새로운 권부의 터로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반향이 없다.

창경궁 북쪽 비원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영화당 뒤편에는 보기 드문 십자맥이 있다. 우리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기맥을 말살하기 위해 경복궁 터를 잘라내 총독부 청사를 지은 것을 첫째 죄악으로 꼽지만 그보다 더 중대한 죄악이 창경궁에 동물원을 짓고 십자맥에 동물의 박제 전시장을 만든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십자맥의 명당터는 서울대병원이 내청룡을 이루고 낙산이 외백호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창신동까지 청룡맥이 굽이굽이 안으로 감싸고 돌고, 백호 또한 흠결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인왕산이 외백호로 아주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가히 권부의 터가 될 만한 명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張澤相家의 땅에 자리 잡은 선조 묘

박근혜 전 위원장 증조부모 묘. 이 묘가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상념 끝에 박 전 위원장의 선영에 다다랐다. 이 선산에는 박 전 위원장의 증조부(박영규) 내외와 조부(박성빈) 내외 그리고 큰아버지(박동희) 내외 등 6기의 분묘가 있었다. 이 선영은 원래 인동 장씨의 소유였다고 한다.

8·15 광복 후 국무총리를 지낸 장택상(張澤相)이 이 가문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땅은 장 총리의 부친 장승원이 구한말 경상북도 관찰사로 있을 때 “금오산 자락에 군왕지가 있다”는 전설을 믿고 사놓았던 땅이라고 한다.

광복 전 장씨 가문에서는 중국에서 유명한 풍수를 데려와 금오산 일대를 답사하게 했는데 그가 꼽은 군왕지지(君王之地)가 하필 박 전 위원장의 선조가 묻혀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곤궁한 삶을 살아야 했던 박 전 위원장의 선조들이 선대의 묘소를 다른 사람 소유의 땅에 만들었던 것이다. 산 8부 능선 가까이에 묘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그곳에 명당이 있었던 것이다. 역시 운명의 조화다.

박 전 위원장 선조 6기의 분묘가 있는 자리는 금오산의 용맥이 꿈틀거리며 흘러와 백호의 형상으로 앞을 감싸고 멀리 구미 시가지를 가로질러 안산이 보인다. 이 안산은 전형적인 일자문성(一字文星)으로 나라에 귀하게 쓰일 인재를 배출하는 형세를 갖추고 있다. 일자문형의 안산을 두고 있으면 ‘나무꾼도 벼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6기의 분묘 중 대표적인 명당은 박 전 위원장의 증조부 묘다. 2002년 4월에 이곳으로 이장(移葬)해 왔는데 그 터가 명당이었다. 박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志晩)씨가 그 후 득남을 하게 된 것과 박근혜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고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는 등 박 대통령 가문의 기운을 되살려내는 데 원동력이 된 묏자리다. 지금도 박 전 위원장은 그 묏자리의 기운을 얻고 있는데, 묏자리 이장 후 태어난 지만씨 아들의 앞날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6기의 분묘가 있는 그 선영에는 박 전 위원장의 증조부 묘 이상 가는 명당이 있다. 조부의 묘가 그 자리를 살짝 비켜가고 있는데 현재까지 비어 있는 그 자리를 활용하면 박 전 위원장에게는 금상첨화의 그 기운이 내려올 것이다.

조부 묘소 바로 앞에는 옥새형의 바위가 있는데 어떤 풍수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바위를 깬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그 바위는 흙으로 덮어주는 게 좋다고 본다.

선영을 둘러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 게 더 이로울 때가 있다는 생각 말이다. 조부모의 묘를 보면 가까운 사람 가운데 훼방꾼이 나타날 수 있는 형국이다. 문제를 알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 법. 선영에 비어 있는 명당자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용하기에 따라 흉기(凶器)로 때로는 이기(利器)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明堂이 없다고?

박 전 위원장 조부모 묘. 조부모 묘 바로 옆에 명당자리가 비어 있다고 한다.

선영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박 전 위원장의 부모가 묻혀 있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나는 잠시 일반인들, 특히 학자라는 사람들이 풍수에 대해 갖는 그릇된 생각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풍수지리학자임을 자처하는 일부 교수 가운데는 “명당은 없다”, “우리나라의 풍수는 도선국사가 창안한 비보풍수(裨補風水)이며 비보풍수는 지리적 결함을 보완하자는 것이지 명당 찾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간단히 요점만 말하면 명당은 풍수지리학의 핵심으로 명당이 없으면 풍수지리학도 없다. 노다지를 캐려는 사람들이 많은 인력과 재화를 들여 땅을 깊이 파는 것은 흙과 돌 속에 파묻혀 있는 금을 캐기 위해서다. 금을 캐기가 어렵다고 해서 “금은 없다”, “돌과 금은 마찬가지다”라고 우긴다면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니다.

비보풍수를 요즘의 우리 말로 한다면 공익풍수(公益風水)쯤 될 것이다. 도선국사 이후 정착된 우리나라의 자생적 풍수가 비보풍수라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비보풍수에서도 명당의 존재와 가치는 절대적이다. 비보풍수는 사찰을 건립해 나쁜 터를 명당처럼 좋은 터로 보완함으로써 전 국토를 살기 좋은 낙토로 가꾸자는 그 목적이 있다.

풍수지리학은 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기론(理氣論)과 땅의 형상을 살피는 형기론(形氣論), 그리고 생기(生氣)가 있는 진혈 명당을 찾는 지기론(地氣論)의 3학(三學)이 충족돼야 하는 학문이다. 이 3학이 충족돼야 비로소 남의 집터나 조상의 묘터를 잡아줄 자격이 생기는 법이다. 이 가운데 한쪽에만 능하거나 겨우 문리만 튼 상태에서 풍수지리학 자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기는 체득하지 못하고 이론만으로 풍수지리학을 논하다가 결국 지쳐서 “명당은 없다”고 자포자기에 빠지는 것은 우리의 귀중한 정신문화 유산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본다.

‘명당자리’로의 이장을 거부한 朴正熙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 박 대통령은 부인 육영수 여사의 묘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전몰장병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시에서 3시간30여 분 남짓 달려 도착한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많은 참배객으로 붐볐다.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작동 국립 현충원은 아무리 풍수에 문외한이라도 “참 좋은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을 준다. 좌청룡 우백호가 깃을 마음껏 벌리고 감싸 안으면서 한강물이 앞으로 들어오고 청룡과 백호가 길게 띠를 둘러 서로 안산이 되니 이보다 좋은 형국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웬일인가. 정작 그곳에 안치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묘는 수맥 위에 앉았고, 박 대통령 내외의 묘소 또한 수맥이다. 현충원 내에 명당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진혈 명당이 있다. 내로라하는 풍수가 동원됐을 텐데도 왜 하필 그런 자리에 묘를 썼던 것일까. 너무 안타깝다. 지금도 박 대통령 내외의 묘소가 ‘명당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풍수계의 상식이다.

박 대통령 내외 묘소 전방에는 장군묘역이 있다. 이 장군묘역으로 간 산줄기가 박 대통령 내외 묘소를 싸주는 형국이 됐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풍수지리학상 배신이 나오는 형세다.

나는 여기서 인간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의 참모습을 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생전에 먼저 떠나간 아내 육영수 여사가 영면(永眠)하고 있는 자리가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육 여사의 이장을 권했지만 박 대통령은 현충원에 안장된 다른 전몰장병들과의 형평을 고려해 이장을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박 대통령 역시 아내의 곁에 묻혔다.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 다행인 것은 그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충원의 부모 묘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 전 위원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금오산 기슭에 있는 선영이다.⊙

(구술 정리=金成東月刊朝鮮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