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경제포커스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가계부채

약한 곳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글 : 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산업경영실장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可處分소득 대비 가계비율 150% 달해
⊙ 돌려막기로 버티는 다중채무자 100만~400만명
⊙ 元金 일시상환 1~2년 유예, 부동산거래 활성화 등 긴급대책 필요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등.
가계부채 문제는 올 한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사진은 부채문제로 곤경에 처한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을 돕는 신용회복위원회.
  중국은 주택가격 하락과 지방정부의 과다(過多)채무, 인도는 재정적자 확대, 홍콩과 싱가포르는 부동산시장 조정,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필리핀은 선거 등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이상은 독일의 대형은행 도이체방크가 지난 1월 1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꼽은 아시아 주요 국가별 위험요인들이다.
 
  그렇다면 도이체방크가 우리나라의 위험요인으로는 어떤 것들을 지적했을까. ‘은행권의 신용경색 가능성’과 ‘가계부채(家計負債)’의 두 가지를 꼽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요 외화(外貨) 차입선(借入先)인 유럽계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축소)이 본격화되면서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급증세를 보였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고 차입 여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이 심각해질 것으로 평가했다.
 
  은행권의 신용경색은 1차적 위험이 대외,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로부터 초래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은행들이 차입자금의 만기 장기화 또는 차입선 다변화(多邊化)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환(外換)위기 때의 경험도 있고 해서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에다 일본·중국 등과 맺은 통화스와프까지 감안할 경우 외환부족 사태와 그에 따른 은행들의 대출회수로 신용경색을 겪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가계부채의 경우 우리 경제가 지난 십수 년에 걸쳐 쌓은 것이어서 녹록지 않은 문제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처럼 자체적으로 손쉬운 탈출구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소비를 대폭 줄이면서 부채를 우선적으로 갚아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지고 있는 자산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처분해 부채를 갚는 것이다.
 
  세 번째는 추가적인 부채를 일으키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가운데 고용과 소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앞의 세 가지 방안은 쉬운 것이 아니다. 고용과 소득이 잘 늘어나지 않고 있는 데다 물가까지 오르고 있어서 이미 소비는 줄일 대로 줄인 상황이다. 가지고 있는 예금 등이 있다면 진작 빚을 갚는 데 사용했을 것이고, 한 채밖에 없는 집을 팔려고 해도 아예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전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사를 가려고 해도 전세금이 크게 올라 보다 작은 평수를 골라야 하는 것은 물론 사는 곳도 직장에서 더 멀어져야 한다.
 
 
  지표만 보면 5년간 흥청망청 쓴 것
 
  도대체 가계부채가 어떤 상황이기에 이 지경까지 왔을까.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난 10여 년간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 2010년까지 5년 동안만 보더라도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포함하는 가계신용은 연평균 9.3%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5년 동안 늘어난 가계신용이 303조원으로 기간 중 증가율이 55.8%에 달했다. 반면 소득의 대표적인 지표인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같은 기간 연평균 6.3%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2010년까지 5년 동안 늘어난 명목 GDP도 307조6000억원으로 기간 중 증가율이 35.6%에 불과했다.
 
  더욱이 통계청이 작성하는 가계소득(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5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이 4.6%로 더 낮은 것으로 나온다. 이 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 국민들이 소득증가율보다 2배나 높은 증가율로 돈을 빌려다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지난 5년 동안 소득이 늘어나는 규모만큼 돈을 빌려다가 집을 사거나 전세를 늘려 가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흥청망청 쓰고 만 셈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가처분(可處分)소득 대비 비율은 150% 안팎으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중 비(非)은행권으로부터의 대출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은 있으나 돈 없는 사람 100만~180만
 
  비은행권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은행이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농수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총가계신용 중 비은행권 대출비중이 2006년 42.9%에서 2011년 9월 말 현재 49.6%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은행에 비해 이들 비은행권의 대출금리가 크게 높다는 점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대거 몰려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는 5.60%인 반면 상호금융은 6.24%, 신협은 7.23%이고 저축은행은 무려 17.02%로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7등급 이하 하위 신용등급자의 비중이 은행은 5%대에 불과한 반면 비은행권은 26%대에 달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낮은 신용등급자들이 비은행권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2002~2003년 신용카드 사태 때처럼 향후 연체 등 신용불량자가 급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로 빌린 비중이 90%에 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시상환 대출비중도 40%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변동금리로 빌린 돈이 많다는 것은 금리의 변화, 특히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곧바로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시상환 대출비중이 높다는 것도 만기시 상환부담이 가중되면서 자칫 연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중복해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이른바 다중(多重)채무자가 적게는 100만명에서 많게는 400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고 한 금융회사의 연체가 곧바로 다른 금융회사의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섯 번째는 빚을 갚기 위해 가지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을 팔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되는 계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후 주택가격이 내려가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들 수 있다. 하우스푸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는 해도 실제로 이런 그룹에 속하고 있는 가구가 100만~180만 가구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주택규모를 줄이고 싶어도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집이 팔리지 않아 그냥 눌러 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전세를 살고 있는 경우에도 하우스푸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룹이 적잖을 것이다. 이들은 집값이 계속 내리기를 바라면서 전세를 살다가 전세금이 급등하자 대출을 받으면서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댐은 약한 곳에서부터 무너진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의 가계부채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2009년 0.48%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이 작년 11월 현재 0.79%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연체율로만 본다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아직도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연체율이 8%대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댐은 가장 약한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해서 일단 무너지기 시작하면 가장 강하고 튼튼한 곳도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도 서브프라임(sub-prime·프라임보다 낮은 신용등급)이라는 말 그대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도화선(導火線)이 됐다. 이들에게 과도하게 돈을 빌려줬다가 연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모기지는 물론 미국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지진을 만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비은행권의 낮은 신용등급자들, 특히 다중채무자들이 더 이상 못 버티고 연체로 들어가기 시작할 경우 그 파급력은 매우 빠를 뿐 아니라, 비은행권을 넘어 은행권까지 영향권에 들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는 물론 우리나라의 2002~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1980년대 중·후반 북유럽의 금융위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가계부문에 대출을 집중한 모기지은행, 카드사 또는 은행권의 가계부실이 문제화됐다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급기야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로 치달았다. 금융시스템의 마비는 곧 경제 및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실물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되는 경로를 밟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일종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티핑포인트는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이다가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된 단계를 말한다.
 
  성장률이 작년 3% 중·후반대에서 올해 3% 초·중반대로 더 낮아지는 가운데 일자리는 작년 40만개 증가에서 올해는 28만개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더 악화될 경우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다 작년에 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도 3% 초·중반대의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자꾸만 쪼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출금리 내려야
 
  그렇다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폭탄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즉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선제적(先制的)인 조치들이 필요할 것인가.
 
  정부가 작년 6월에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나기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 아무 준비를 안 하고 있거나, 소나기가 오고 있는데 그대로 다 맞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적인 조치라도 취하면서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우선적으로 가능한 조치는 원금(元金) 일시상환을 1~2년 정도 유예(猶豫)하면서 경기가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비록 낮은 신용등급자라고 하더라도 최근까지 꼬박꼬박 이자를 내는 등 일정조건을 갖추고 있을 경우 신용등급에 구애받지 말고 원금상환을 무조건 연장해 주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권이 과도하게 가계대출을 줄여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은행권이 대출을 조여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비은행권이나 대부업체 또는 사채(私債)로 몰리면서 이자부담 가중 등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과 인센티브를 조성하는 일이다. 도이체방크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올라갈 경우 한계선에 있는 가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가계대출금리 결정시 현재 대다수 은행들이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CD금리를 자금조달비용지수(KOFIX) 등으로 변경한다면 대출금리 인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제제도 문턱 낮춰야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수년간 은행거래를 잘해 온 경우 일정부분 금리를 깎아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전(補塡)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은행들도 과거 외환위기 때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살아났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서민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지 않은가.
 
  세 번째는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해서 하우스푸어 등 코너에 몰린 가계가 부동산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여러 차례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거래의 활성화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해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개인 워크아웃과 개인 회생제도 등과 같은 구제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들 구제제도의 문턱을 낮춰 줘야 할 것이다. 개인 워크아웃이나 회생을 신청하려면 먼저 신용불량 등록이 이뤄져야 하는데 신용불량 등록은 연체가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이자 또는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하고 있는 중에도 구제제도를 신청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피할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겠지만 이들이 무리하게 금리가 높은 카드론이나 대부업체 등을 이용하다가 결국에는 더 많이 빚을 지고 파산하는 경우를 막아야 할 것이다.⊙
조회 : 12021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03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