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0여 개의 성형외과 중 425개가 서울 강남에서 개업.
외국 의사들이 1cm에 두 바늘 꿰맬 때, 한국 의사들은 일곱 바늘 꿰매
⊙ 강남의 수술비 강북·지방보다 20~50% 비싸
⊙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들, 통폐합으로 몸집 불리고 외국 환자 유치에 나서
⊙ “자동차 10대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게 훨씬 이익”
⊙ 까다로운 한국 고객, 성형 의사들 간의 ‘기술 공유’가 성형 한국의 원동력
⊙ 중국에서는 성형 후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칭찬
⊙ 최근의 성형 모델은 자연미인형의 이영애, 이나영, 임수정, 손예진 등이 인기
외국 의사들이 1cm에 두 바늘 꿰맬 때, 한국 의사들은 일곱 바늘 꿰매
⊙ 강남의 수술비 강북·지방보다 20~50% 비싸
⊙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들, 통폐합으로 몸집 불리고 외국 환자 유치에 나서
⊙ “자동차 10대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게 훨씬 이익”
⊙ 까다로운 한국 고객, 성형 의사들 간의 ‘기술 공유’가 성형 한국의 원동력
⊙ 중국에서는 성형 후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칭찬
⊙ 최근의 성형 모델은 자연미인형의 이영애, 이나영, 임수정, 손예진 등이 인기
1억2000만원!
필자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데 드는 비용이란다. 얼굴 광대뼈 좀 깎고, 눈과 코 뜯어고치고, 가슴 확대 좀 하고, 지방 흡입을 5차례 정도 하면 이 정도 견적이 나온단다.
정말 이 돈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만난 국내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데미무어, 르네 젤위거 등이 고액을 들여 전신 성형을 받은 바 있고, 국내 유명 연예인들 중에서도 데뷔 전에 얼굴을 비롯하여 신체의 전부를 손보고 나온 이들이 태반이란다.
돈만 있으면 마치 영화처럼 ‘페이스 오프’가 가능한 세상. 그저 ‘타고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외모가 수술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변하면서 성형을 원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대한민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사람은 240만명, 그중 절반 이상이 ‘성형 特區(특구)’로 불리는 압구정동에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에는 4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운집해 있다. 최근 3~4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성형은 주식 버블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대한민국 성형외과는 호황이다.
대한민국표 성형이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은 전 세계에서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하다. 성형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다 보니 많은 국내인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고 일본,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도 한국으로 성형 관광을 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형외과를 자주 찾는 대표적인 무리는 외모가 곧 수입으로 이어지는 연예인들이다. 얼마 전 사망한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영화배우 맥 라이언, 미키 루크 등은 성형 중독에 가까운 잦은 수술로 전 세계 팬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장서희, 솔비, 강혜정, 노현희, 서인영, 양미라 등의 연예인들이 성형 수술 후 잔뜩 부은 얼굴로 TV에 복귀해 말이 많았다. 이제 성형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이슈거리도 아닌, 보편화된 하나의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뺨치는 럭셔리한 분위기
성형의 주체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젊은층에서 중장년층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여자 연예인뿐만 아니라 붐, 환희, 김동완, 박명수, 최양락 등 남자 연예인들이 성형을 고백하고 있고, 어머니 환갑 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해 주려는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두 손 잡고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정부가 성형산업을 제2의 성장산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자, 코리아의료관광협의회 등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형 공화국’이 된 셈이다. 지금부터 강남 성형타운의 분주한 24시를 살펴보자.
“이왕 하는 김에 코까지 하는 게 어때요?”
“그럼 너무 티 나지 않을까요?”
“웬걸요, 여기서 연예인들도 많이 수술했는데, 저희 선생님도 방송 보고 감쪽같다고 했다니까요.”
지난 7월,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를 찾자 코디네이터 또는 실장님으로 불리는 한 여성과 젊은 여대생이 거울을 앞에 두고 성형 상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의 상담은 안내 데스크 옆 상담실에서 이뤄졌는데, 고급 커피숍이 연상될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가 럭셔리했다. 언뜻 봐도 세련된 탁자와 의자, 화려한 조명과 장식품들이 고급 호텔이나 갤러리를 연상케 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말에 의하면 최근 오픈하는 성형외과들은 내부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추세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이들이 주요 고객인 만큼 간판 하나도 격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 강남 성형외과 원장들의 公言(공언)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9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성업 중인데 이 중 503개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도 425개의 성형외과가 서울 강남에 집중돼 있다. 서울 성형외과는 곧 강남 성형외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鞠光植(국광식) 부회장은 “강남 성형외과들도 점점 압구정동에서 신사동, 강남 사거리 쪽으로 이전하는 추세”라며 “젊은 의사들이 강남으로 많이 몰리면서 강남대로까지 성형외과가 잠식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과 신사동은 ‘성형 특구’
지금 서울 강남은 압구정동과 신사동을 중심으로 하나의 ‘성형 특구’를 형성 중이다. 지하철 압구정역이나 신사역 驛舍(역사) 벽면은 ○○성형외과, ○○클리닉 광고판으로 빼곡하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강남 성형외과들은 330㎡(100평) 기준으로 인테리어 비용만 평균 2억원을 투자해야 할 정도.
취재 중에 만난 한 성형외과 의사는 “강남 의사들 중에 은행 빚 없는 사람 없을 것”이라며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강남은 비싸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많은 의사가 무리를 해서라도 병원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개원한 지 오래된 병원들이야 실력으로 소문이 나 많은 이가 찾겠지만, 신규 병원들은 ‘홍보’와 ‘치장’에 열을 올려야 고객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 의존도도 높아져 여성지를 비롯한 신문, 잡지에 성형외과 광고가 흔하게 등장한다.
이렇듯 병원 인테리어와 홍보에 많은 돈이 투자되다 보니, 강남의 성형외과라고 해도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는 貧益貧(빈익빈) 富益富(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강남의 성형외과는 의사 수만 20명이 넘는 대형 병원과 원장 혼자 환자를 보는 개인 병원으로 나눠져 있는데, 개중에는 임대료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병원도 많다.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비는 강북이나 지방에 비해 많게는 50%, 적게는 20% 이상 비싸다.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환자가 강남으로 몰리는 건, 비싼 만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확연히 드러나는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니 비싸더라도 잘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성형외과 환자들의 심리도 강남쏠림 현상에 한몫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 시장에도 ‘80 대 20 법칙’이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위 20% 성형외과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룰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개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脫(탈)강남, 강북 틈새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의사들도 있지요.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병원 브랜드보다 의사 이력을 따져 병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30번 성형수술한 남자’
몇 년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30번 성형수술한 남자’ 朴孝正(박효정)씨는 “성형외과는 유명하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라며 “성형외과도 자신과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톡스나 점 빼기, 除毛(제모) 같은 간단한 수술까지 합쳐 7년 동안 성형수술을 30회 했고, 수술 후 케이블 TV와 잡지 모델로 활동하는 준연예인이 됐다. 그는 “수술 후 완전히 다른 삶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그가 여러 번 수술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처음엔 이마에 주름을 제거하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우연히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면서 성형에 빠지게 됐죠. 성형수술 많이 했다고 소문 나니까, 많은 이가 이것저것을 물어 왔습니다. 아예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노하우를 일러줬더니, 이제는 엄청난 수의 회원이 내 카페에 들어와 고민 상담을 나누고 있죠.”
성형으로 유명해지면서 아예 성형 전도사가 된 그는 “실력 없는 병원일수록 과대광고가 심하다”며 “어느 병원을 가든 그 병원 원장과 충분한 상담 후 수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번이나 성형을 했지만 아직도 수술실에 누우면 솔직히 도망가고 싶어요. 그런데 왜 굳이 수술을 하냐고요? 잠깐의 두려움과 고통 뒤에 올 달콤한 자신감을 알기 때문이죠. 성형 후 확연히 달라진 얼굴을 거울로 봤을 때의 희열은 아마 해 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박씨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것처럼 최근 잘된다 싶은 성형외과들은 ‘온라인 상담실’ 등을 마련해 놓고 갖가지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넘쳐나
“지우 히메처럼 해 주세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모델은 탤런트 최지우였다. 지금은 전지현, 이영애, 손예진 등이 인기가 높다. 압구정동에 가면 이들 韓流(한류) 스타의 얼굴 사진을 들고 국내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성형의학에 대한 믿음, 저렴한 수술비용,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닮고 싶은 소망이 이들의 訪韓(방한) 러시에 불을 붙였다.
외국인 성형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병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외국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통역 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전문 직원까지 고용하고 있다.
신사동에 있는 BK동양성형외과의 경우 건물 신축 때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공사에 들어갔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등을 미리 파악하여 시공하는 등 글로벌 의료 집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성범 원장의 말이다.
“우리 병원 의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주에 한 번은 중국을, 두 달에 한 번은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해 현지 환자들의 성형 상담을 돕고 있습니다. 두 개의 병원을 직영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本院(본원) 전문의들이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어요.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한국의 의료 수준을 알리기 위한 취지인데, 지난해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우리 병원 의사들은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이 병원은 외국 의사 교육으로도 외화 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한 해 이 병원을 방문해 강의를 듣고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로 수술을 배우는 해외 의사들 수가 200~300명이다. 최근 2년 동안 교육을 목표로 600~700명의 해외 의사가 이 병원을 다녀갔다고 한다.
홍 원장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에 성형외과가 운집해 있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관광거리다. 최근 정부에서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관광 사업에는 적잖은 한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의료법 개정안 시행이 이뤄지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 행위가 전면 허용됐다.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 입원실 정원 5% 이하로 외국 거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고, 전문의 1인 이상을 둔 의료기관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브로커 활개
정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2011년까지 의료 관광객 10만명 유치를 목표하고 있고, 관광과 의료 부문을 합쳐 총 80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취재 중 만난 대다수의 성형외과 의사는 정부의 의료관광 제안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해외 환자 유치는 정부가 의식적으로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내 성형의 경쟁력 강화로 자연스럽게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 朴相薰(박상훈) 원장의 말이다.
“정부가 내놓은 의료관광 사업에는 많은 문제가 있어요. 지금도 불법 브로커들이 ‘이 병원으로 환자를 하루 몇 명씩 데려올 테니 이 정도 커미션을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이 사업을 추진하면 중간 브로커들이 더욱 성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수수료를 챙겨 줘야 하는 브로커들한테 신경 안 쓰고, 수술에 더 매진하다 보니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늘어났어요.”
현행법상 무허가 유치업자가 해외 환자 알선 행위를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징역 3개월, 이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은 병원도 동등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 사업을 신청하는 관광업체와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코리아의료관광협회, 한국의료관광협회 등 단체를 결성하는 곳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서울시와 강남구 등 각 지자체도 의료관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00곳의 개인병원이 등록된 코리아의료관광협회 朴仁出(박인출) 회장은 “한국은 그동안 의료에 관해서는 은둔의 나라였는데, 이번 기회에 의료관광 大國(대국)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가 ‘메디컬 트레블’이 아니라 ‘메디컬 투어리즘’이 되려면 의료관광비자 도입이 시급합니다. 현재는 무비자 혜택을 받은 외국인도 최장 3개월까지만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이는 몇 번의 수술을 거쳐야 하는 성형외과의 특성과 맞지 않는 제도입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다 비자가 만료돼 붕대 감은 얼굴로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만큼 의료관광비자 도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자동차 10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게 국가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면서 “의료관광이라는 블루오션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세련된 글로벌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어떻게 ‘성형의 메카’가 됐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수술을 받은 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은 것이 언어 문제다. 관광업체에서 제공하는 전문 통역인을 대동할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혼자 방문할 경우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꽤 있다. 또 수술 후 외국인들이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는 전무하다. 예를 들어 영어와 일어, 중국어가 가능한 외국인 전용 메디컬 콜센터가 개설돼 있지만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와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어떻게 자타가 공인하는 성형 메카가 됐을까? 많은 이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한국인의 섬세한 손재주를 꼽는다. 혹독한 입시교육을 거친 수재들이 의대에 진학해 똑같은 경쟁을 거치다 보면 손재주가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성형외과 의사는 대한민국 성형 기술의 발전 원동력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를 꼽았다. 대한민국의 성형 소비자들이 국내 의사들을 혹독히 트레이닝시켰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주문합니다. 근데 이런 고객들이 제일 무서워요.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한 내용이면서 수술하고 나서는 꼭 다른 말을 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국내에서 확실히 트레이닝됐으니, 국제 세미나를 가면 백인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자기네들이 1cm에 두 바늘 꿰맬 때, 한국 의사들은 일곱 바늘을 꿰매니까요.”
스트레스 많이 받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게 의사들인 만큼, 성형외과 의사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남에 위치한 드림 성형외과 崔埈溶(최준용) 원장의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민하고 세심한 건 사실입니다. 백인들은 수술을 해도 흉터 걱정을 그렇게 많이 안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주 작은 흉터 하나만 생겨도 재수술이다 뭐다 말이 많아지죠. 꼼꼼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한국 성형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겁니다.”
한국 성형외과 의사 집단 특유의 오픈 마인드를 성공 이유로 꼽는 이가 많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의 말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새로운 기술 하나만 터득해도 세미나를 합니다.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들만큼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집단도 드물어요. 이러한 오픈 마인드가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성형이 세계 최고에 오른 비결이죠.”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
기술력은 뛰어나면서도 수술비는 비교적 저렴한 것도 국내 성형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성형수술 비용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덜 든다는 점은 한국 성형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류 열풍도 국내 성형 발전에 한몫했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여배우처럼 고쳐 달라며 사진을 들고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수출한 드라마, 영화에 매료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성형 후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칭찬이 됐을 정도라고 한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 2~3년 사이 상장기업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병원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한 BK동양성형외과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규모 1~2위를 다투던 이들 간의 통합으로 현재 이 병원은 20여 명의 전문 의료진과 100여 명의 직원, 국내외 5개의 지점을 갖춰 성형외과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의 병원으로 떠올랐다.
BK동양성형외과 洪性範(홍성범) 원장은 “우리 병원엔 영어, 중국어, 일어 통역 직원만 8명이 상주한다. 또 원장이 직접 영어와 중국어로 진료한 후 수술하며, 병원 코디네이터들이 외국인들의 공항 픽업부터 호텔 예약 서비스까지 도와줘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엔 지난 2007년 합병 후 매월 30~40명의 외국인들이 내원했는데, 지난해까지 총 700~800명의 외국인들이 수술을 받고 돌아갔다. 최근엔 환율의 영향으로 매월 40~50명 정도로 내원객이 늘었는데, 외국 환자의 70%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성형외과들이 경쟁하듯 외국인 상담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기 때문. 가속화되고 있는 성형외과들의 몸집 불리기가 단순히 국내 소비자들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
박명수가 장동건이 될 수 있을까?
콤플렉스 극복.
이것이 성형외과 의사들이 꼽는 성형의 대표적 순기능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왔다”는 경우가 태반이다. 외모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이들이 성형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형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일부 네티즌들은 성형 연예인들을 추적해 수술 前後(전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연예인들은 치아교정을 받았네, 살을 뺐네 하면서 성형 수술 자체를 완강히 부정하고, 네티즌들은 이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앨범까지 들춰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들이 꼽는 국내 최고의 자연 미인은 누굴까? 대다수 의사는 이영애, 이나영, 임수정, 손예진 등을 꼽았다. 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이들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보톡스, 필러 등 30분 안에 수술이 끝나는 이른바 ‘쁘띠 성형’이 생겨나면서 생활밀착형 성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쁘띠’는 프랑스어로 ‘작은’ ‘귀여운’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가볍게 끝나는 수술이라는 의미다. ‘쁘띠 성형’이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성형 티가 잘 나지 않는 수술법을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자가 조직을 이용하는 ‘최소침습 성형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성형을 ‘쇼핑’하듯 자기 취향대로 고르는 이들이 늘면서, 성형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또 성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전문의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병원을 찾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의 말이다.
“손님 중에는 제가 쓴 논문을 미리 살펴본 후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오는 사람도 있고, ‘점쟁이가 귀 연골로 코를 세워야 출세한다고 했다’면서 코 수술에 귀 연골을 이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어요.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풍경입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고객은 유명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 똑같이 해 달라고 고집하는 경우다. 원판불변의 법칙을 깨는 게 대한민국 성형이라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는 딱 잘라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기도 한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의 말이다.
“박명수와 장동건은 분명 얼굴형부터 틀립니다. 수술로 겨우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무리한 수술은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의 불만족으로 끝납니다. 성형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해요.”
“수술 후 망가진 삶”
광풍에 가까운 성형열풍 이면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분쟁의 그늘도 숨어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고발된 성형 관련 분쟁은 1600여 건으로 9년 사이 4배나 늘었다. 인터넷에 개설된 ‘안티성형’ 카페에는 소송과 관련된 글만 1000여 건이 올라와 있는데, 사연 하나 하나가 구구절절하다.
“남자 친구 몰래 가슴 확대 수술을 했는데, 누웠을 때 가슴이 퍼지지 않는다.”(20대 후반 여성)
“코 수술 후 실리콘이 빠져 흉물스럽다.”(30대 남성)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눈이 안 감기고 피가 난다.”(10대 여학생)
이처럼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이 부작용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인터넷 게시판엔 “죽고 싶다”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대인기피증을 시작으로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데, 개중에는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안티성형 카페 회원인 30대 중반의 김모 (청담동)씨는 1년 전, 유난히 돌출된 구강구조 때문에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음식을 늘 흘리고 먹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움츠려 지내기 싫어 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수술 후 더 심한 외톨이가 됐다”며 “마음 같아서는 수술한 병원 앞에서 장막을 치고 농성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분쟁이 잦아지다 보니, 인터넷 카페에는 아예 민사소송법을 문의하는 회원들도 상당수다. 그 회원들의 반 이상은 강남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송을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이들은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수술 후 경과를 놓고 벌이는 고객과의 의료분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성형 1번지’로 불리는 강남 압구정동 일대만 해도 의료분쟁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일지라도 의사 과실을 입증하기가 애매한 분야가 성형외과여서 의료분쟁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코 수술 후 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소송을 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확실한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생각했던 것과 달라 소송을 걸 경우 양측 모두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성형외과 의료분쟁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웬만해서는 문제 파악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코 성형 잘못돼도 본인 책임이 30%”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성형 부작용으로 인해 소송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한 이들의 많은 경우가 성형외과 비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현재 압구정동에 위치한 400개의 병원 중에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150곳이나 된다. 비전문의들은 ‘○○성형외과’라는 간판을 내걸 수 없기 때문에, ‘○○의원’ 혹은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표기한 후 고객들을 관리한다.
몇 년 전 지방흡입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개그우먼 이영자 역시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일수록 분쟁이 잦다.
최근 법원은 “코 성형이 비록 잘못됐을지라도 본인 책임이 30% 있다”는 판결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결과가 환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고,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완벽하지 않아 외과수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므로 환자도 이를 감수하고 수술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수술로 인한 손해를 의사 본인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형 부작용의 원인 규명이 어렵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사회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성형 강국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어머! 쟤네는 얼굴이 다 비슷비슷하네~.”
주말 오후, TV 앞에 앉아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비슷비슷한 외모의 여자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방송에 나와 “우리 친하다”고 하는 무리일수록 자세히 보면 눈 쌍꺼풀이며 콧대가 비슷한데, 모두 다 한 병원에서 수술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패션이 그때그때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는 것처럼, 성형 역시 시대와 더불어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최근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성형 트렌드는 바로 ‘童顔’(동안)이다.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자 하는 열망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분출 중인데, 피부 당김 수술, 이마 주름 제거 수술 같은 ‘안티 에이징’ 기법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동안 열풍과 더불어 떠오른 또 하나의 인기 트렌드는 V라인 얼굴. ‘V라인’은 단순히 갸름한 얼굴형이 아닌 얼굴 전체를 또렷하고 야무진 인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쌍꺼풀 수술도 예전에는 ‘동글고 큰 모양’을 많이 원했다면 요즘은 ‘약간 날카로우면서 자연스러운 모양’을 선호한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원장의 말이다.
“V라인 얼굴형을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 얼굴이 너무 동그래서 개성이 없고 우유부단해 보여 싫다고 합니다. 최대한 얼굴형을 슬림하게 만들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기를 원하죠.”
칼을 든 정신과 의사
점점 더 서구화되고 있는 미인의 조건은 얼굴형뿐만 아니라 몸매에도 적용된다. 정말 말라서 더 이상 뺄 살이 없는 연예인들도 성형외과를 찾아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드림성형외과 최준용 원장은 “TV 화면이 16 대 9 비율로 바뀌면서 실제로 보면 깡마른 연예인들이 지방흡입을 원하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날씬해져야 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무리하게 지방흡입을 원하는 이들은 안타깝다”고 한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국내 지방흡입 시술 기법은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신마취를 한 뒤 1500~3000cc의 지방을 뽑아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한번에 5000~7000cc의 대량 흡입이 이뤄지고 있다. 몸무게도 한번에 3~4kg씩 줄어든다. 출혈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흡입하는 테크닉이 발달한 결과다.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완벽한 미인은 얼굴에 그늘이 없는 사람이다. 이 말은 곧 얼굴 윤곽이 뚜렷해 더 이상 손볼 곳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더불어 몸매에 굴곡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들은 성형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한쪽에서는 성형이 왜곡된 미적 관념에 사로잡힌 여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또 성형이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은 단순히 외모만 아름답게 바꿔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심리치료까지 병행한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성형은 새 세상을 가져다 준다”며 “성형외과 의사들을 두고 칼을 든 정신과 의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데 드는 비용이란다. 얼굴 광대뼈 좀 깎고, 눈과 코 뜯어고치고, 가슴 확대 좀 하고, 지방 흡입을 5차례 정도 하면 이 정도 견적이 나온단다.
정말 이 돈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만난 국내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데미무어, 르네 젤위거 등이 고액을 들여 전신 성형을 받은 바 있고, 국내 유명 연예인들 중에서도 데뷔 전에 얼굴을 비롯하여 신체의 전부를 손보고 나온 이들이 태반이란다.
돈만 있으면 마치 영화처럼 ‘페이스 오프’가 가능한 세상. 그저 ‘타고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외모가 수술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변하면서 성형을 원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대한민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사람은 240만명, 그중 절반 이상이 ‘성형 特區(특구)’로 불리는 압구정동에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에는 4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운집해 있다. 최근 3~4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성형은 주식 버블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대한민국 성형외과는 호황이다.
대한민국표 성형이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은 전 세계에서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하다. 성형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다 보니 많은 국내인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고 일본,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도 한국으로 성형 관광을 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형외과를 자주 찾는 대표적인 무리는 외모가 곧 수입으로 이어지는 연예인들이다. 얼마 전 사망한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영화배우 맥 라이언, 미키 루크 등은 성형 중독에 가까운 잦은 수술로 전 세계 팬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장서희, 솔비, 강혜정, 노현희, 서인영, 양미라 등의 연예인들이 성형 수술 후 잔뜩 부은 얼굴로 TV에 복귀해 말이 많았다. 이제 성형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이슈거리도 아닌, 보편화된 하나의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 뺨치는 럭셔리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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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BK동양성형외과 VIP 고객 룸. |
얼마 전부터는 정부가 성형산업을 제2의 성장산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자, 코리아의료관광협의회 등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형 공화국’이 된 셈이다. 지금부터 강남 성형타운의 분주한 24시를 살펴보자.
“이왕 하는 김에 코까지 하는 게 어때요?”
“그럼 너무 티 나지 않을까요?”
“웬걸요, 여기서 연예인들도 많이 수술했는데, 저희 선생님도 방송 보고 감쪽같다고 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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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드림성형외과 환자 대기실. |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말에 의하면 최근 오픈하는 성형외과들은 내부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추세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이들이 주요 고객인 만큼 간판 하나도 격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 강남 성형외과 원장들의 公言(공언)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900여 개의 성형외과가 성업 중인데 이 중 503개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도 425개의 성형외과가 서울 강남에 집중돼 있다. 서울 성형외과는 곧 강남 성형외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鞠光植(국광식) 부회장은 “강남 성형외과들도 점점 압구정동에서 신사동, 강남 사거리 쪽으로 이전하는 추세”라며 “젊은 의사들이 강남으로 많이 몰리면서 강남대로까지 성형외과가 잠식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과 신사동은 ‘성형 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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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성형외과의사회 鞠光植 부회장. |
취재 중에 만난 한 성형외과 의사는 “강남 의사들 중에 은행 빚 없는 사람 없을 것”이라며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강남은 비싸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많은 의사가 무리를 해서라도 병원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개원한 지 오래된 병원들이야 실력으로 소문이 나 많은 이가 찾겠지만, 신규 병원들은 ‘홍보’와 ‘치장’에 열을 올려야 고객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 의존도도 높아져 여성지를 비롯한 신문, 잡지에 성형외과 광고가 흔하게 등장한다.
이렇듯 병원 인테리어와 홍보에 많은 돈이 투자되다 보니, 강남의 성형외과라고 해도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는 貧益貧(빈익빈) 富益富(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강남의 성형외과는 의사 수만 20명이 넘는 대형 병원과 원장 혼자 환자를 보는 개인 병원으로 나눠져 있는데, 개중에는 임대료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병원도 많다.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비는 강북이나 지방에 비해 많게는 50%, 적게는 20% 이상 비싸다.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환자가 강남으로 몰리는 건, 비싼 만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확연히 드러나는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니 비싸더라도 잘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성형외과 환자들의 심리도 강남쏠림 현상에 한몫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 시장에도 ‘80 대 20 법칙’이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위 20% 성형외과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룰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개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脫(탈)강남, 강북 틈새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의사들도 있지요.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병원 브랜드보다 의사 이력을 따져 병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30번 성형수술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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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번 성형수술한 남자 朴孝正씨. |
박씨는 보톡스나 점 빼기, 除毛(제모) 같은 간단한 수술까지 합쳐 7년 동안 성형수술을 30회 했고, 수술 후 케이블 TV와 잡지 모델로 활동하는 준연예인이 됐다. 그는 “수술 후 완전히 다른 삶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그가 여러 번 수술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처음엔 이마에 주름을 제거하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우연히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면서 성형에 빠지게 됐죠. 성형수술 많이 했다고 소문 나니까, 많은 이가 이것저것을 물어 왔습니다. 아예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노하우를 일러줬더니, 이제는 엄청난 수의 회원이 내 카페에 들어와 고민 상담을 나누고 있죠.”
성형으로 유명해지면서 아예 성형 전도사가 된 그는 “실력 없는 병원일수록 과대광고가 심하다”며 “어느 병원을 가든 그 병원 원장과 충분한 상담 후 수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번이나 성형을 했지만 아직도 수술실에 누우면 솔직히 도망가고 싶어요. 그런데 왜 굳이 수술을 하냐고요? 잠깐의 두려움과 고통 뒤에 올 달콤한 자신감을 알기 때문이죠. 성형 후 확연히 달라진 얼굴을 거울로 봤을 때의 희열은 아마 해 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박씨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것처럼 최근 잘된다 싶은 성형외과들은 ‘온라인 상담실’ 등을 마련해 놓고 갖가지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넘쳐나
“지우 히메처럼 해 주세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모델은 탤런트 최지우였다. 지금은 전지현, 이영애, 손예진 등이 인기가 높다. 압구정동에 가면 이들 韓流(한류) 스타의 얼굴 사진을 들고 국내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성형의학에 대한 믿음, 저렴한 수술비용,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닮고 싶은 소망이 이들의 訪韓(방한) 러시에 불을 붙였다.
외국인 성형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병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외국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통역 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전문 직원까지 고용하고 있다.
신사동에 있는 BK동양성형외과의 경우 건물 신축 때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공사에 들어갔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등을 미리 파악하여 시공하는 등 글로벌 의료 집단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성범 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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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K동양성형외과 洪性範 원장. |
이 병원은 외국 의사 교육으로도 외화 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한 해 이 병원을 방문해 강의를 듣고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로 수술을 배우는 해외 의사들 수가 200~300명이다. 최근 2년 동안 교육을 목표로 600~700명의 해외 의사가 이 병원을 다녀갔다고 한다.
홍 원장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에 성형외과가 운집해 있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관광거리다. 최근 정부에서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관광 사업에는 적잖은 한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의료법 개정안 시행이 이뤄지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 행위가 전면 허용됐다.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 입원실 정원 5% 이하로 외국 거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고, 전문의 1인 이상을 둔 의료기관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브로커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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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병원 박상훈 원장이 외국인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
그런데 취재 중 만난 대다수의 성형외과 의사는 정부의 의료관광 제안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해외 환자 유치는 정부가 의식적으로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내 성형의 경쟁력 강화로 자연스럽게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이디병원 朴相薰(박상훈) 원장의 말이다.
“정부가 내놓은 의료관광 사업에는 많은 문제가 있어요. 지금도 불법 브로커들이 ‘이 병원으로 환자를 하루 몇 명씩 데려올 테니 이 정도 커미션을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이 사업을 추진하면 중간 브로커들이 더욱 성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수수료를 챙겨 줘야 하는 브로커들한테 신경 안 쓰고, 수술에 더 매진하다 보니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늘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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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병원 朴相薰 원장. |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 사업을 신청하는 관광업체와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코리아의료관광협회, 한국의료관광협회 등 단체를 결성하는 곳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서울시와 강남구 등 각 지자체도 의료관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00곳의 개인병원이 등록된 코리아의료관광협회 朴仁出(박인출) 회장은 “한국은 그동안 의료에 관해서는 은둔의 나라였는데, 이번 기회에 의료관광 大國(대국)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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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의료관광협회 朴仁出 회장. |
그는 “자동차 10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잘 치료하는 게 국가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면서 “의료관광이라는 블루오션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세련된 글로벌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어떻게 ‘성형의 메카’가 됐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수술을 받은 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은 것이 언어 문제다. 관광업체에서 제공하는 전문 통역인을 대동할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혼자 방문할 경우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꽤 있다. 또 수술 후 외국인들이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는 전무하다. 예를 들어 영어와 일어, 중국어가 가능한 외국인 전용 메디컬 콜센터가 개설돼 있지만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와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어떻게 자타가 공인하는 성형 메카가 됐을까? 많은 이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한국인의 섬세한 손재주를 꼽는다. 혹독한 입시교육을 거친 수재들이 의대에 진학해 똑같은 경쟁을 거치다 보면 손재주가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성형외과 의사는 대한민국 성형 기술의 발전 원동력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를 꼽았다. 대한민국의 성형 소비자들이 국내 의사들을 혹독히 트레이닝시켰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주문합니다. 근데 이런 고객들이 제일 무서워요. 충분히 상담하고 결정한 내용이면서 수술하고 나서는 꼭 다른 말을 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국내에서 확실히 트레이닝됐으니, 국제 세미나를 가면 백인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자기네들이 1cm에 두 바늘 꿰맬 때, 한국 의사들은 일곱 바늘을 꿰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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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성형외과 崔埈溶 원장. |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민하고 세심한 건 사실입니다. 백인들은 수술을 해도 흉터 걱정을 그렇게 많이 안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주 작은 흉터 하나만 생겨도 재수술이다 뭐다 말이 많아지죠. 꼼꼼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한국 성형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겁니다.”
한국 성형외과 의사 집단 특유의 오픈 마인드를 성공 이유로 꼽는 이가 많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의 말이다.
“한국의 의사들은 새로운 기술 하나만 터득해도 세미나를 합니다.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들만큼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집단도 드물어요. 이러한 오픈 마인드가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성형이 세계 최고에 오른 비결이죠.”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
기술력은 뛰어나면서도 수술비는 비교적 저렴한 것도 국내 성형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성형수술 비용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덜 든다는 점은 한국 성형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류 열풍도 국내 성형 발전에 한몫했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여배우처럼 고쳐 달라며 사진을 들고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수출한 드라마, 영화에 매료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성형 후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칭찬이 됐을 정도라고 한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 2~3년 사이 상장기업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병원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한 BK동양성형외과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규모 1~2위를 다투던 이들 간의 통합으로 현재 이 병원은 20여 명의 전문 의료진과 100여 명의 직원, 국내외 5개의 지점을 갖춰 성형외과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의 병원으로 떠올랐다.
BK동양성형외과 洪性範(홍성범) 원장은 “우리 병원엔 영어, 중국어, 일어 통역 직원만 8명이 상주한다. 또 원장이 직접 영어와 중국어로 진료한 후 수술하며, 병원 코디네이터들이 외국인들의 공항 픽업부터 호텔 예약 서비스까지 도와줘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엔 지난 2007년 합병 후 매월 30~40명의 외국인들이 내원했는데, 지난해까지 총 700~800명의 외국인들이 수술을 받고 돌아갔다. 최근엔 환율의 영향으로 매월 40~50명 정도로 내원객이 늘었는데, 외국 환자의 70%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성형외과들이 경쟁하듯 외국인 상담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기 때문. 가속화되고 있는 성형외과들의 몸집 불리기가 단순히 국내 소비자들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
박명수가 장동건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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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성형외과 최준용 원장이 시술하고 있는 모습. |
이것이 성형외과 의사들이 꼽는 성형의 대표적 순기능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왔다”는 경우가 태반이다. 외모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이들이 성형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형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일부 네티즌들은 성형 연예인들을 추적해 수술 前後(전후)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연예인들은 치아교정을 받았네, 살을 뺐네 하면서 성형 수술 자체를 완강히 부정하고, 네티즌들은 이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앨범까지 들춰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들이 꼽는 국내 최고의 자연 미인은 누굴까? 대다수 의사는 이영애, 이나영, 임수정, 손예진 등을 꼽았다. 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이들 연예인의 사진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보톡스, 필러 등 30분 안에 수술이 끝나는 이른바 ‘쁘띠 성형’이 생겨나면서 생활밀착형 성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쁘띠’는 프랑스어로 ‘작은’ ‘귀여운’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가볍게 끝나는 수술이라는 의미다. ‘쁘띠 성형’이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성형 티가 잘 나지 않는 수술법을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자가 조직을 이용하는 ‘최소침습 성형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성형을 ‘쇼핑’하듯 자기 취향대로 고르는 이들이 늘면서, 성형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또 성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전문의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병원을 찾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의 말이다.
“손님 중에는 제가 쓴 논문을 미리 살펴본 후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오는 사람도 있고, ‘점쟁이가 귀 연골로 코를 세워야 출세한다고 했다’면서 코 수술에 귀 연골을 이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어요.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풍경입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고객은 유명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 똑같이 해 달라고 고집하는 경우다. 원판불변의 법칙을 깨는 게 대한민국 성형이라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는 딱 잘라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기도 한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의 말이다.
“박명수와 장동건은 분명 얼굴형부터 틀립니다. 수술로 겨우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무리한 수술은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의 불만족으로 끝납니다. 성형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해요.”
“수술 후 망가진 삶”
광풍에 가까운 성형열풍 이면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분쟁의 그늘도 숨어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고발된 성형 관련 분쟁은 1600여 건으로 9년 사이 4배나 늘었다. 인터넷에 개설된 ‘안티성형’ 카페에는 소송과 관련된 글만 1000여 건이 올라와 있는데, 사연 하나 하나가 구구절절하다.
“남자 친구 몰래 가슴 확대 수술을 했는데, 누웠을 때 가슴이 퍼지지 않는다.”(20대 후반 여성)
“코 수술 후 실리콘이 빠져 흉물스럽다.”(30대 남성)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눈이 안 감기고 피가 난다.”(10대 여학생)
이처럼 성형수술을 받은 이들이 부작용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인터넷 게시판엔 “죽고 싶다”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대인기피증을 시작으로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데, 개중에는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안티성형 카페 회원인 30대 중반의 김모 (청담동)씨는 1년 전, 유난히 돌출된 구강구조 때문에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음식을 늘 흘리고 먹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움츠려 지내기 싫어 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수술 후 더 심한 외톨이가 됐다”며 “마음 같아서는 수술한 병원 앞에서 장막을 치고 농성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분쟁이 잦아지다 보니, 인터넷 카페에는 아예 민사소송법을 문의하는 회원들도 상당수다. 그 회원들의 반 이상은 강남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송을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이들은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수술 후 경과를 놓고 벌이는 고객과의 의료분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성형 1번지’로 불리는 강남 압구정동 일대만 해도 의료분쟁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일지라도 의사 과실을 입증하기가 애매한 분야가 성형외과여서 의료분쟁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코 수술 후 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소송을 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확실한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생각했던 것과 달라 소송을 걸 경우 양측 모두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성형외과 의료분쟁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웬만해서는 문제 파악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코 성형 잘못돼도 본인 책임이 30%”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성형 부작용으로 인해 소송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한 이들의 많은 경우가 성형외과 비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현재 압구정동에 위치한 400개의 병원 중에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150곳이나 된다. 비전문의들은 ‘○○성형외과’라는 간판을 내걸 수 없기 때문에, ‘○○의원’ 혹은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표기한 후 고객들을 관리한다.
몇 년 전 지방흡입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개그우먼 이영자 역시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일수록 분쟁이 잦다.
최근 법원은 “코 성형이 비록 잘못됐을지라도 본인 책임이 30% 있다”는 판결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결과가 환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고,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완벽하지 않아 외과수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므로 환자도 이를 감수하고 수술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수술로 인한 손해를 의사 본인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형 부작용의 원인 규명이 어렵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사회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성형 강국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어머! 쟤네는 얼굴이 다 비슷비슷하네~.”
주말 오후, TV 앞에 앉아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비슷비슷한 외모의 여자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방송에 나와 “우리 친하다”고 하는 무리일수록 자세히 보면 눈 쌍꺼풀이며 콧대가 비슷한데, 모두 다 한 병원에서 수술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패션이 그때그때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는 것처럼, 성형 역시 시대와 더불어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최근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성형 트렌드는 바로 ‘童顔’(동안)이다.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자 하는 열망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분출 중인데, 피부 당김 수술, 이마 주름 제거 수술 같은 ‘안티 에이징’ 기법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동안 열풍과 더불어 떠오른 또 하나의 인기 트렌드는 V라인 얼굴. ‘V라인’은 단순히 갸름한 얼굴형이 아닌 얼굴 전체를 또렷하고 야무진 인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쌍꺼풀 수술도 예전에는 ‘동글고 큰 모양’을 많이 원했다면 요즘은 ‘약간 날카로우면서 자연스러운 모양’을 선호한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원장의 말이다.
“V라인 얼굴형을 원하는 이들은 대부분 얼굴이 너무 동그래서 개성이 없고 우유부단해 보여 싫다고 합니다. 최대한 얼굴형을 슬림하게 만들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기를 원하죠.”
칼을 든 정신과 의사
점점 더 서구화되고 있는 미인의 조건은 얼굴형뿐만 아니라 몸매에도 적용된다. 정말 말라서 더 이상 뺄 살이 없는 연예인들도 성형외과를 찾아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드림성형외과 최준용 원장은 “TV 화면이 16 대 9 비율로 바뀌면서 실제로 보면 깡마른 연예인들이 지방흡입을 원하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날씬해져야 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무리하게 지방흡입을 원하는 이들은 안타깝다”고 한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국내 지방흡입 시술 기법은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신마취를 한 뒤 1500~3000cc의 지방을 뽑아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한번에 5000~7000cc의 대량 흡입이 이뤄지고 있다. 몸무게도 한번에 3~4kg씩 줄어든다. 출혈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흡입하는 테크닉이 발달한 결과다.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완벽한 미인은 얼굴에 그늘이 없는 사람이다. 이 말은 곧 얼굴 윤곽이 뚜렷해 더 이상 손볼 곳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더불어 몸매에 굴곡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들은 성형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한쪽에서는 성형이 왜곡된 미적 관념에 사로잡힌 여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또 성형이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국광식 부회장은 “성형은 단순히 외모만 아름답게 바꿔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심리치료까지 병행한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성형은 새 세상을 가져다 준다”며 “성형외과 의사들을 두고 칼을 든 정신과 의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