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기
⊙ 서울 출생, 뉴욕 거주.
⊙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 <뉴욕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뉴욕 한국일보> 문화 섹션지 〈라이프 타임스〉 편집장 역임.
⊙ 저서 : 장편소설 <셋은 언제나 많고 둘은 적다> <사랑과 성에 관한 보고서> 등 출간.
⊙ 서울 출생, 뉴욕 거주.
⊙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 <뉴욕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뉴욕 한국일보> 문화 섹션지 〈라이프 타임스〉 편집장 역임.
⊙ 저서 : 장편소설 <셋은 언제나 많고 둘은 적다> <사랑과 성에 관한 보고서> 등 출간.
- 버나드 메이도프.
얼마 전 500억 달러에 달하는 폰지(금융피라미드) 사기 사건을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가 뉴욕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인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리포터는 “수천 명의 선량한 시민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기꾼 메이도프를 혐오한다”는 대중의 반응과 함께 “메이도프는 큰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유대교 랍비의 의견을 보도했다.
유대인들이 메이도프를 미워하는 마음은 특히 더하다. 그의 사기에 많은 유대인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런 前代未聞(전대미문)의 금융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데 대한 수치심도 작용하고 있다.
뉴욕은 전체 인구의 12%가 유대인으로, 미국의 여느 도시보다 유대인 인구가 많다. 미국 전체 유대인의 3분의 1이 뉴욕 근교에 집중해 살고 있다. 뉴욕의 유대인들은 메이도프 스캔들이 터지자 “속죄일(욤 키푸르)에 가슴을 치는 痛悔(통회)의식을 행하듯 자신의 가슴을 치며 굴욕과 망신을 自責(자책)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수그러들었던 反(반)유대인 감정이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메이도프는 그동안 유대인 사회에 많은 기부금을 희사했다. 크고 작은 유대인 자선기관들은 그의 회사에 기금을 맡기고 거기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기관을 운영해 왔다.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과 유대계 대학 이사장을 지낸 그는 유대인들의 롤 모델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받은 놀라움과 타격은 추측할 수 있다.
내 유대인 친구는 “이 사건으로 문을 닫게 된 단체에서 일하던 조카는 직장을 잃었고, 은퇴 후 老後(노후) 자금을 메이도프에게 맡겼던 클럽 친구는 충격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죽어서 神(신)을 만나면 인터뷰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제일 처음 받는 질문은 “商去來(상거래)를 하면서 속임수를 쓰지 않았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탈무드는 “정직이 對人(대인)관계의 가장 큰 도리”라고 가르친다. 마지막에 받는 질문은 “속죄 받기를 소망하느냐”는 것인데, 이는 “生前(생전)에 선한 일을 해야 보상과 속죄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유대인은 “돈을 벌어야 善(선)을 행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돈과 자선의 상관관계를 잊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만든 자선단체가 미국에 3500개나 되는 이유도 유대인들이 “벌면 베풀라”는 가르침을 소중히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낌없이 기부하는 유대인들
유대인들은 종종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돈밖에 모르는 守錢奴(수전노)로 폄훼되지만, 뉴욕의 유대인들은 인색하지 않다. 이들은 각종 단체의 기금 모금이나 구호사업, 특히 교육이나 이스라엘 지원, 이민자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나 링컨센터, 뉴욕필하모니 등의 큰 후원자 가운데는 유대인들이 많다. 어느 후보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유대인의 기부금을 얻어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선거자금의 60~70%를 유대인 기부자에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나라 없이 떠도는 디아스포라(離散·이산)의 처지에서 유대인들이 믿을 것은 돈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들은 고리대금업에 손을 대게 됐고, 금융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富(부)를 쌓게 됐을 것이다.
<포브스>誌(지)가 선정한 부자들 가운데 절반이 유대인이다. 그것도 대부분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근교의 하시디 유대인(정통파 유대교인) 거주지역이나, 브루클린의 유대인 거주지역은 게토(유럽의 유대인 집단거주지)를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뉴욕에 살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유대인과 거래가 없을 수 없다. 주위에는 유대인과 동업을 하거나 상거래가 많은 韓人(한인)들도 꽤 많다. 이들은 “유대인들로부터 장사에 관해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반면에 “유대인과 손을 잡았다가 이들에게 고스란히 당했다”고 말하는 한인들도 있다.
유대인은 選民(선민)의식이 강하고, 이 때문에 배타적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뉴욕의 유대인은 일부 정통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유로운 思考(사고)를 지녔다. 同族(동족)과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인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탄탄한 유대인 사위를 얻어 만족스러워하는 한인 가정도 많다. 종교에 개의치 않고 자유로운 혼인을 하는 이들을 보면 “유대인의 단결과 일체감은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일 뿐 이들에게 뿌리 박힌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도프 사건을 계기로 뉴욕의 유대인들은 수치감을 느끼는 것 같다. 메이도프는 한때 돈을 가진 유대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 “메이도프와 접촉하기 위해 그가 가입한 골프장의 회원이 되기로 했다”는 투자가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이다.
메이도프 사건 이후 유대인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유대인비방 반대단체는 “유대인도 도둑질이나 사기를 칠 수 있다”면서 “메이도프는 유대인을 상징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성경 속의 야곱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곱은 20년 만에 만난 형 에서를 부둥켜안으며 실은 그에게서 훔칠 것이 있는지를 살피는 인물이었다”면서 “야곱이 당신에게 키스하면 당신 이가 도둑맞지 않고 무사한지 살피라는 조크가 있다”고 말했다. 야곱처럼 사람들과 악수하며 훔칠 것을 살핀 메이도프 때문에 뉴욕의 유대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유대인들이 메이도프를 미워하는 마음은 특히 더하다. 그의 사기에 많은 유대인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런 前代未聞(전대미문)의 금융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데 대한 수치심도 작용하고 있다.
뉴욕은 전체 인구의 12%가 유대인으로, 미국의 여느 도시보다 유대인 인구가 많다. 미국 전체 유대인의 3분의 1이 뉴욕 근교에 집중해 살고 있다. 뉴욕의 유대인들은 메이도프 스캔들이 터지자 “속죄일(욤 키푸르)에 가슴을 치는 痛悔(통회)의식을 행하듯 자신의 가슴을 치며 굴욕과 망신을 自責(자책)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수그러들었던 反(반)유대인 감정이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메이도프는 그동안 유대인 사회에 많은 기부금을 희사했다. 크고 작은 유대인 자선기관들은 그의 회사에 기금을 맡기고 거기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기관을 운영해 왔다.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과 유대계 대학 이사장을 지낸 그는 유대인들의 롤 모델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받은 놀라움과 타격은 추측할 수 있다.
내 유대인 친구는 “이 사건으로 문을 닫게 된 단체에서 일하던 조카는 직장을 잃었고, 은퇴 후 老後(노후) 자금을 메이도프에게 맡겼던 클럽 친구는 충격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죽어서 神(신)을 만나면 인터뷰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제일 처음 받는 질문은 “商去來(상거래)를 하면서 속임수를 쓰지 않았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탈무드는 “정직이 對人(대인)관계의 가장 큰 도리”라고 가르친다. 마지막에 받는 질문은 “속죄 받기를 소망하느냐”는 것인데, 이는 “生前(생전)에 선한 일을 해야 보상과 속죄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유대인은 “돈을 벌어야 善(선)을 행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돈과 자선의 상관관계를 잊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만든 자선단체가 미국에 3500개나 되는 이유도 유대인들이 “벌면 베풀라”는 가르침을 소중히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낌없이 기부하는 유대인들
유대인들은 종종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돈밖에 모르는 守錢奴(수전노)로 폄훼되지만, 뉴욕의 유대인들은 인색하지 않다. 이들은 각종 단체의 기금 모금이나 구호사업, 특히 교육이나 이스라엘 지원, 이민자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나 링컨센터, 뉴욕필하모니 등의 큰 후원자 가운데는 유대인들이 많다. 어느 후보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유대인의 기부금을 얻어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선거자금의 60~70%를 유대인 기부자에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나라 없이 떠도는 디아스포라(離散·이산)의 처지에서 유대인들이 믿을 것은 돈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들은 고리대금업에 손을 대게 됐고, 금융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富(부)를 쌓게 됐을 것이다.
<포브스>誌(지)가 선정한 부자들 가운데 절반이 유대인이다. 그것도 대부분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근교의 하시디 유대인(정통파 유대교인) 거주지역이나, 브루클린의 유대인 거주지역은 게토(유럽의 유대인 집단거주지)를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뉴욕에 살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유대인과 거래가 없을 수 없다. 주위에는 유대인과 동업을 하거나 상거래가 많은 韓人(한인)들도 꽤 많다. 이들은 “유대인들로부터 장사에 관해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반면에 “유대인과 손을 잡았다가 이들에게 고스란히 당했다”고 말하는 한인들도 있다.
유대인은 選民(선민)의식이 강하고, 이 때문에 배타적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뉴욕의 유대인은 일부 정통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유로운 思考(사고)를 지녔다. 同族(동족)과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인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탄탄한 유대인 사위를 얻어 만족스러워하는 한인 가정도 많다. 종교에 개의치 않고 자유로운 혼인을 하는 이들을 보면 “유대인의 단결과 일체감은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일 뿐 이들에게 뿌리 박힌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도프 사건을 계기로 뉴욕의 유대인들은 수치감을 느끼는 것 같다. 메이도프는 한때 돈을 가진 유대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 “메이도프와 접촉하기 위해 그가 가입한 골프장의 회원이 되기로 했다”는 투자가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이다.
메이도프 사건 이후 유대인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유대인비방 반대단체는 “유대인도 도둑질이나 사기를 칠 수 있다”면서 “메이도프는 유대인을 상징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성경 속의 야곱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곱은 20년 만에 만난 형 에서를 부둥켜안으며 실은 그에게서 훔칠 것이 있는지를 살피는 인물이었다”면서 “야곱이 당신에게 키스하면 당신 이가 도둑맞지 않고 무사한지 살피라는 조크가 있다”고 말했다. 야곱처럼 사람들과 악수하며 훔칠 것을 살핀 메이도프 때문에 뉴욕의 유대인 사회가 들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