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夏祥 작가〈hasangstory@hanmail.net〉
⊙ 1955년 서울 출생.
⊙ 중앙大 문예창작과 졸업.
⊙ 논픽션 및 다큐멘터리 작가 28년.
⊙ 상훈 및 저서: <오사카 상인들>, <신용-도쿄 상인>, <개성상인>, <이건희>, <정주영 경영정신>
등 25권. ‘MBC방송대상 작가상’ 등 다수 수상.
⊙ 1955년 서울 출생.
⊙ 중앙大 문예창작과 졸업.
⊙ 논픽션 및 다큐멘터리 작가 28년.
⊙ 상훈 및 저서: <오사카 상인들>, <신용-도쿄 상인>, <개성상인>, <이건희>, <정주영 경영정신>
등 25권. ‘MBC방송대상 작가상’ 등 다수 수상.
- 메이지 시대의 긴자 거리.
동북아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 도쿄(東京). 그러나 일본의 중심지로서 도쿄의 역사는 400여 년에 불과하다. 159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江戶), 즉 오늘날의 도쿄에 입성한 것이 그 시초다. 당시의 에도는 무성한 갈대밭이었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사카를 본거지로 둔 쇼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일본의 패권을 놓고 승부를 겨뤄야 할 처지여서 에도를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
둘의 승패는 1600년 9월 15일 벌어진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에서 갈렸다.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천하를 통일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3년 막부를 수립하고 에도, 즉 도쿄를 일본 정치·경제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에도 일대의 갈대밭을 매립했고, 도쿄를 신시가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 전국의 영주에게 명령해 방대한 노동력을 징발토록 했다.
에도의 중심인 오늘날의 긴자(銀座)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적극적인 개발 정책에 따라 도로가 만들어졌고 시가가 정비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긴자가 도쿄의 중심가는 아니었다.
에도는 서기 1657년에 일어난 대화재로 위기를 맞는다. 이른바 메이레키(明曆)의 대화재라 불리는 이 화재는 에도 시가의 60%를 태우고 10만여 명이 사망한 대참사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화재 직후 대규모 부흥 사업에 착수했다.
1672년, 정비 후의 에도는 인구 100만의 세계적인 도시가 된다. 런던이 86만(1801년), 파리가 54만(1800년), 암스테르담이 30만(1650년)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에도는 전 세계의 도시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다.
운하는 과거 일본 교통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도쿄 긴자에는 니혼바시 강, 교바시 강 등 크고 작은 강줄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운하가 많았다. 곡물이나 포목 등을 실은 자그마한 배들이 운하를 통해 이동하면서 긴자의 상점들에 물건들을 공급했다.
선착장과 은화 주조소가 상업의 중심지로
인구 100만 도시 에도에서 지리적으로 중심 지역에 해당하는 긴자는 이런 편리한 교통 덕에 발전하기 시작한다. 선착장 부근에는 魚市場(어시장)이 열리고, 거기서 물고기를 파는 어부나 도매상들은 긴자로 올라와 술을 마시고 밥을 먹으며 옷감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특히 銀貨(은화)를 주조하는 주조소가 생기면서 빠른 속도로 商圈(상권)이 발전했다.
16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도쿠가와 막부를 따라 사실상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가게를 옮겨오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에는 교토(京都) 상인, 오사카(大阪) 상인, 오미(近江) 상인 등 名(명)상인들이 많지만 결국 그들 명상인들은 수도인 도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도쿄의 긴자는 일본의 명상인들의 전쟁터이며, 또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상인정신을 적나라하게 펼치는 곳이기도 하다.
‘에누리 없음’이라는 商法(상법)으로 유명해진 에치코야(越後屋, 현재의 미쓰코시 백화점)가 긴자 1조메(丁目)에 문을 열었고, 이후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새로운 가게들이 창업했다. 화려한 ‘긴자 시대’의 막을 올린 것이다.
오늘날의 긴자는 일본 제일의 번화가다. 4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을 비롯해 100년의 전통의 긴자 와코(和光) 백화점, 마쓰야(松屋) 긴자 백화점, 70개의 전문 브랜드 점포가 들어있는 긴자 코아, 일본의 5대 백화점에 들어가는 마쓰자카야(松阪屋), 패션 백화점인 쁘랭땅 긴자, 영화관이 다섯 개나 들어있는 유라쿠초 (有樂町)마리온, 고가구를 판매하는 앤티크몰 긴자, 패션 부티크로 유명한 더 긴자, 20대 여성 전문 패션몰인 오파크 긴자 등 일본의 초일류 점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오늘날 긴자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5번가, 런던의 피카델리 서커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더불어 세계 4대의 황금상권으로 불린다. 긴자의 점포들은 당대 일본 최고의 업소들이며, 100년 이상 된 점포가 130여 개다. 유서 깊은 긴자의 老鋪(노포)들을 살펴보자.
미쓰코시 백화점이 된 에치코야 포목점
‘오직 현금만 취급함’. 1673년 이제 막 새로 문을 연 포목점 ‘에치코야’의 슬로건이었다. 1600년대의 일본에서는 외상거래가 많았는데 에치코야는 창업과 동시에 현금거래만 고집했다. 당시 개업했던 장소는 긴자 1조메, 즉 현재의 일본은행 바로 옆이다. 오늘날 도쿄의 대표적인 백화점이 된 미쓰코시의 전신인 에치코야의 출발은 초라했다. 점포의 입구는 너비가 1.4m로 당시 긴자에 있었던 대형 포목점들의 입구가 18m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임대였다.
가게주인 미쓰이 다카토시는 큰 점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색다른 장사 방법을 창안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남보다 싸게 파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이 외상거래였는데, 외상으로 팔지 않는 대신 싸게 판 것이다.
또 하나는 소량 판매였다. 당시 에도의 포목점들은 한 필 단위로 포목을 팔았는데,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그것이 큰 부담이었다. 다카토시는 서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수건 한 장 크기라도 기꺼이 잘라서 팔았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商術(상술)이었다. 또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물건을 전시해 놓았다. 당시에는 물건을 전시해 놓는 관행이 없었다. 이것 역시 손님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에치코야의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1904년 12월 에치코야 포목점은 미쓰코시 백화점으로 바뀌게 된다. 원래 백화점이라는 사업 형태는 유럽에서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루브르 백화점이 1855년에 개업했고 영국의 헤로드 백화점이 1849년, 독일의 베르트하인 백화점이 1890년, 미국의 조던 매시, 만델, 메이시, 워너 메이드, 마샬 필드 등은 1870년대에 문을 열었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개업은 유럽에 비하면 늦었으나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미쓰코시 백화점이 탄생하고 난 후 일본에는 마쓰야, 다카시마야, 소고, 다이마루, 이세탄 등이 속속 개업을 하게 된다.
1914년에는 일본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졌다. 1928년에 들어서는주식회사 미쓰코시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에치코야는 신주쿠, 다카마쓰, 삿포로, 센다이 등에 지점을 냈고 1932년에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과 백화점이 지하통로로 연결됐다.
1971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지점을 냈고 국내 15개, 해외 24개의 점포를 갖게 된다. 2007년 에치코야의 매출은 7739억 엔이며 종업원은 9405명이다.
긴자 트렌드의 대명사, 다카하시(高橋) 양복점
본래 다카하시 양복점은 긴자의 교바시에 있었던 마루젠 양복점의 하청업체였다. 그러다가 다카하시 지즈케(高橋次助)가 1903년 독립해서 양복 재봉업을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는 양복 맞춤집을 한동안 경영하다가 양복의 본고장 영국에 가서 양복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한다. 1912년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1872년 일본의 메이지 정부가 양복을 공무원의 공식 복장으로 정한 이래 양복 시대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에 영국제 양복지가 유입되면서 일본의 고관대작들이 앞다퉈 양복을 맞춰 입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지즈케는 양복 수요가 안정되게 늘어난다는 것이 틀림없는 사회현상이라고 파악, 본격적으로 양복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의 양복기술 유학은 16년이나 이어졌다. 유학 후 영국식 양복은 큰 인기를 끌었고, 1930년대 다카하시 양복점 종업원은 판매원을 포함해서 모두 100명에 달했다. 오늘날 다카하시 양복점의 명성은 이때부터 형성된 것이다.
‘맞춤 양복을 입는 즐거움’, 다카하시 양복점의 전략이다. 1960년 이전까지 일본은 맞춤 양복의 시대였다. 누구나 앞 다퉈 양복을 맞춰 입었고, 특히 긴자에서 양복을 맞춰 입은 고객들은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긴자에는 긴자만의 ‘긴자 트렌드’라는 양복 스타일이 있었고, 그 양복을 입은 신사들은 당대 일본의 멋쟁이로 통했기 때문이다.
한때 다카하시 양복점도 힘든 시대로 접어든다. 1960~70년대 일본에 기성복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양복을 맞춰 입는 시대에서 사 입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들어 고급 신사들은 기성복을 사 입는 것보다 맞춰 입는 것이 더 품위 있다고 생각해 다시 양복을 맞춰 입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다카하시 양복점은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성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몸에 딱 맞는 양복을 만들어 준 것이다.
다카하시 양복점은 영국 스타일의 양복 전문 점포다. 현재의 사장 다카하시 준도 영국에 유학해 옷 만들기를 배웠다. 다카하시 준은 젊은 시절부터 럭비나 스키,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몸을 단련하면서 약간의 체형 변화도 민감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길렀다. 살이 쪘으면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한다. 자신의 양복점에서 만든 양복의 맵시를 자신의 몸이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업원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다카하시 양복점에는 모두 13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 또한 헬스클럽에 가서 매일 자신의 체형을 관리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만든 양복의 맵시를 살리고 있다. 또 다카하시 양복점의 종업원들은 전부가 재단사이자 판매원이다. 그들은 손님의 요구조건이 아무리 무리한 것이라 해도 100% 수용한다. 그것이 고객의 맵시를 살려주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근무할 때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것을 혐오한다. 그런 차림으로 남의 양복을 짓는 것은 대단한 실례이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양복점의 근무자들은 전원 정장차림으로 양복을 재단하고 바느질한다.
다카하시는 “5만 엔짜리 양복을 다섯 벌 갖고 있는 것보다 25만 엔짜리 양복 한 벌을 갖고 있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5만 엔짜리 싸구려 양복은 언제 입어도 후줄근하지만 25만 엔짜리 양복은 언제 입어도 단정하고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비싼 양복은 적어도 10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성기 시절 다카하시 양복점의 양복 한 벌 값은 가장 비싼 것이 50만 엔(500만 원)이었으나 불경기 탓으로 현재는 25만 엔, 싼 것은 10만 엔 정도다.
‘쇼핑도 놀이도 긴자가 아니면 안 된다.’ 다카하시 준은 긴자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놀아도 긴자에서 노는 것이 최고이며, 옷을 맞춰 입어도 최고라는 프라이드가 있다. 양복점 다카하시의 자존심과 노력, 100년의 시간이 오늘날 다카하시를 긴자 최고의 양복점으로 만들고 있다.
액세서리의 王 와코(和光)
긴자 4조메 네거리에 와코 건물이 있다. 고색창연한 빌딩 옥상에 거대한 시계탑이 세워져 있다. 1932년에 만든 것이다. 이 시계탑은 긴자의 랜드마크다.
원래 와코는 긴자에서 시계를 만들어 팔던 핫토리 시계점 주인이 당대의 건축가였던 와타나베 히토시(渡邊仁)에게 설계를 의뢰해 만든 건물이다. 1932년 건축 당시에는 이 건물이 핫토리 시계점의 본사로 이용됐지만, 1947년이 되면서 와코(和光)라는 백화점 겸 대형쇼핑몰로 변신하게 된다. 당대의 名品(명품)만 취급하는 고급 쇼핑몰이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와코는 시계, 보석,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 최고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고, 심지어 지하 식품부에서 파는 식품까지도 최고급품만 판매한다. 오늘날 긴자를 대표하는 고급쇼핑몰 중의 하나다.
와코의 특징은 와코 자신이 만든 오리지널 상품이 전체 매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SPA(제조 소매기업)다. 와코의 특징은 조직이나 상품 기획, 판매 등을 와코 자신이 모두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목소리를 재빨리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고객이 요구하면 제조현장에 지시해 고객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준다. 대체로 고객의 요구가 반영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1~2주 정도다. 불과 14일 이내에 고객의 요구를 맞춘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와코는 그러한 서비스야말로 노포들이 가져야 할 신념이며 자세라고 생각하고 있다.
‘본물지향(本物志向)’. 와코의 목표 중의 하나이다. 본물이란 혼모노(本物), 즉 진짜 물건이란 뜻이다. 와코는 어떤 물건이든 간에 그 분야에서는 최고급 물건만을 취급한다.
‘와코에서 고른 물건은 틀림없다’는 명성은 와코가 추구해온 목표다. 와코의 별관에는 레스토랑, 디너 살롱, 초콜릿 전문점 등이 있다. 여기서 파는 음식도 그 맛이나 질에 있어 일본 최정상이다.
식료품 수입 100년의 메이지야(明治屋)
1885년 요코하마에서 메이지야(明治屋)라는 수입상품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요코하마는 서양문물이 많이 수입되던 일본 최대의 항구였다. 메이지야는 요코하마에 문을 열면서 위스키나 와인, 통조림, 서양담배, 유럽 도자기 등을 수입했다. 창업자는 이소노 이치부(磯野計)였다.
이소노 이치부는 오카야마현의 사무라이 집안 출신으로 오늘날 도쿄대학 제2회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도쿄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러나 미쓰비시 그룹의 창업주 이와사키 야타로가 상업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하여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는 런던에서 부기와 회계를 공부한 후 귀국했다.
그는 미쓰비시 기선에 취직,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유럽으로부터 물자를 수입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 때 그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회사에서 수입 물자에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 이소노 이치부는 ‘어차피 일본은 무역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역업으로 진로를 바꾼다.
이소노 이치부는 미쓰비시 기선을 그만두고 일본에 필요한 공작기계, 식료품, 학용품 등을 직접 유럽에서 구입해 약간의 이익만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소노 이치부는 판매품목을 늘려 위스키와 와인, 담배, 그릇 등까지 수입해서 팔았고 나중에는 서양 맥주도 수입하여 일본 전국에 판매했다. 그는 맥주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된다.
2대 사장은 이소노 이치부의 매부였고 3대 사장은 이소노 이치부의 사위였다. 3대 사장은 런던에 유학해서 선진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한 후 1933년 본사를 도쿄 긴자로 옮기고 지하 1층, 지상 4층의 바로크식 건물을 지었다.
그는 ‘언제나 가장 좋은 물건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늘 품질과 신용을 지키는 것을 메이지야의 목표로 삼았다. 또한 그는 ‘수입품 이외에 어떠한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시 긴자는 부동산 붐이 불고 있어 땅을 사기만 하면 떼돈이 벌리는 시대였다. 그는 ‘장사꾼은 창고가 넓어야 편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무작정 창고를 많이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상인은 상품을 파는 일에 주력해야지 여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상인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부동산 투자를 묵살했다.
이런 ‘한 우물 파기’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6대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메이지야는 오직 수입식품의 수입과 판매에만 매진하면서 일본 전국에 22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2007년 메이디야는 633억 엔의 매출에 342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일본 최고의 수입식품 회사로 업계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볼록렌즈 경영’의 문구점 이토야(伊東屋)
문방구 이토야가 문을 연 것은 1904년이다. 창업주는 이토 가쓰로, 현재의 사장 4대인 이토 고지다. 이토야 문구점은 4대를 거쳐 오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경영 철학을 한 가지씩 보태왔다. 초대 사장은 ‘서양식 장부 제조판매, 활판 석판 인쇄업, 사무용 문구 등을 옛것이나 지금 것이나 가리지 않고 완비해 놓고 염가에 판매한다. ‘한번 판매한 물건은 끝까지 책임지는 대신 손님에게 물건 값을 깎아주진 않는다’는 경영방침으로 가게를 운영해 왔다.
현재 사장의 아버지, 즉 3대 사장은 ‘이토야는 종이 한 장에서부터 컴퓨터까지 어떤 상품이라도 판매한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점포를 운영해 왔다. 4대 사장의 경우는 이른바 ‘볼록렌즈’ 경영방식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이토야는 도쿄에 6개의 점포, 요코하마에 1개의 지점이 있다. 모두 7개의 점포를 국내에 가지고 있지만, 점포마다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각각의 거리가 모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듯이 그 거리의 개성에 맞춰 그 거리에 맞는 가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피스 빌딩인 마루노우치 빌딩 안에 있는 이토야 지점은 비즈니스용 문구 위주로 편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부야의 도호생명 빌딩 2층에 있는 이토야 지점은 고객들이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므로, 디자인 관련 문구용품을 충실히 전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긴자의 본점은 취미 코너가 강하다. 책상이나 의자를 스스로 만들어 집안에 비치하는 DIY(Do it yourself)와 같은 상품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손님의 취미생활을 위한 품목의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다. 타마가와점의 경우는 세다가야 등 고급 주택지가 가까워 고객의 대부분이 가정주부이므로 주부가 필요로 하는 품목이 많다.
또 고급 부티크 거리인 미나미다테점은 가정 사무용품에 그 포커스가 맞춰져 ‘홈 스테이셔너리(가정용 문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은 기업체 등 법인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거의 없는 지역이므로 사무실에서 필요한 문구용품은 없다. 히로오점은 최고급 주택지이면서 외국대사관이나 공사관이 많은 거리이므로, 서양인 취향에 맞는 문구점으로 꾸며졌다. 히로오점의 경우는 문구점이라기보다 ‘문구의 부티크’라고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고지의 ‘볼록렌즈 방식 경영’이다.
올해로 이토야는 창업 105주년을 맞았다. 이토야는 모두 정찰제 판매를 고수하고 있으며, 할인은 없다. 그 대신 손님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위상을 지켜 나간다. 이토야는 4대 105년에 걸쳐 판매방식이나 경영방식을 계속 진화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한결 같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객만족이다. 이로써 일본을 대표하는 문구점이 될 수 있었다.
대머리 튀김집, 하케텐(ハケ天)
하케텐은 긴자 5조메에 있는 튀김요리집이다. 하케는 대머리라는 뜻이고 텐은 덴푸라(튀김)의 약자, 즉 대머리가 운영하는 덴푸라 식당이라는 뜻이다.
하케텐은 매월 새로운 덴푸라 요리를 내놓는다. 즉, 1월부터 12월까지 1월의 덴푸라, 2월의 덴푸라 하는 식으로 매달 메뉴가 바뀐다. 1월에는 주로 조개류 덴푸라와 간(肝) 튀김, 2월에는 다이어트용 덴푸라, 3월에는 저칼로리 덴푸라인 채소 덴푸라와 생선 덴푸라 등을 판다.
이 가게가 문을 연 것은 1928년. 창업자는 대머리였던 와타나베 도쿠노하루였다. 본래 와타나베 도쿠노하루는 오쿠라 상업학교, 즉 오늘날의 동양경제대학 야간부를 졸업한 후 메이지 생명보험 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간토대지진이 발생해 자신의 집이 불에 타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칼국수집을 차렸다. 칼국수집은 장사가 잘됐다.
그는 칼국수보다 조금 더 돈을 많이 벌면서 나은 장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덴푸라 집을 열기로 했다. 1928년 도쿄에는 약 459개의 덴푸라 식당이 있었는데, 이는 메밀국수집의 34배, 생선초밥집의 1.9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 정도로 덴푸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래서 덴푸라 가게를 열기로 했지만 요리법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덴푸라 식당을 찾아가서 조리법을 배우고 밤에는 덴푸라 요리에 관한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긴자 인근의 지요다쿠 3조메에 ‘다카라’(보물이라는 뜻) 라는 튀김집을 열었다. 사람의 왕래가 뜸한 곳이다 보니 40전짜리 덴푸라 덮밥을 하루에 겨우 서너 그릇 파는 수준이었다.
와타나베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단골손님인 작가이자 메이지 생명보험 전무였던 미즈카미 마세타로가 “장소가 나쁘니 무조건 나가야 한다, 긴자가 좋다”고 충고했다. 와타나베도 그에 동의했지만 그에게는 번화가인 긴자에 음식점을 차릴 만한 돈이 없었다. 그때 작가 미즈카미가 2000엔이란 巨金(거금)을 무담보로 빌려주었다.
그는 긴자에 좌석 10개에 3평짜리 주방, 카운터가 전부인 작은 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긴자에는 덴킨, 하시젠, 다이진 등 쟁쟁한 덴푸라 식당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손님을 끌기에 매우 어려웠다. 그때 작가인 미즈카미가 ‘다카라’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대머리 튀김집이 낫겠다고 제안을 했다. 당시 와타나베의 나이는 34세였지만 대머리여서 대머리 튀김집이라는 뜻의 하케텐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뜻밖에 장사가 잘됐다. 대머리 튀김집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던 것이었다. 하케텐은 나날이 발전했다. 1960년 하케텐은 가게를 3층 규모로 확장하면서 음식 출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튀김 도구 일체를 싣고 출장요리를 나간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비스여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매달 20일 모이는 단체손님들에게는 ‘20日會(일회)’라는 메뉴로 송이버섯과 새우튀김 등을 내놓았다.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쏟아졌다. 매월 추천 요리도 그런 맥락이다.
오늘날 하케텐의 덴푸라는 그 맛과 디자인, 서비스 등에서 긴자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하케텐은 와타나베 도쿠노하루의 아들인 와타나베 고우가 경영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덴푸라를 튀길 때의 온도와 튀김옷에 대한 분석 등을 알기 쉽게 쓴 ‘덴푸라의 과학’을 하케텐의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이 연재는 일본의 가정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케텐은 ‘야마노우에’, ‘덴코쿠’ 등과 더불어 오늘날 긴자를 대표하는 튀김집으로 자리잡았다.
과일의 품질로 승부를 거는 센비키야(千疋屋)
긴자 5조메에 있는 센비키야는 ‘과일은 건강의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과일가게지만 과일가게 이상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점포가 센비키야다.
센비키야는 긴자에서는 물론 일본 전체에서도 최고급 과일을 파는 가게다. 멜론과 청포도 등 약 20종류의 과일을 팔고 있는데, 계절에 따라 파는 과일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센비키야의 과일은 우선 질이 좋다. 요즘은 미야자키현에서 재배된 망고가 인기를 끈다. 10월에는 시즈오카에서 생산되는 머스크멜론이 대표 상품이며, 12월에는 구마모토에서 생산되는 대고봉(한라봉)이 인기를 끈다. 이렇게 매월 팔리는 대표 상품이 다르다.
센비키야가 문을 연 것은 1894년, 사이토 요시마사(齎騰 義政)가 긴자 8조메에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의 사장은 6대째인 사이토 미쓰루(49). 그의 경영방침을 들어봤다.
“저희는 과일의 산지나 형태, 색 등을 엄선하여 최고급 과일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취급하는 과일의 종류는 약 20 종류인데, 제철 과일 중에서 가장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것만 팔고 있습니다. 점원들은 과일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손님들에게 선물의 용도에 따라 과일을 추천하고 있어요. 예컨대, 병문안을 가는 경우에는 거기에 맞는 과일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과일을 선별하는 기준은 까다롭습니다. 예컨대 머스크멜론의 경우 일단 색 전체가 균일하고 그물코의 모양이 촘촘해야 하며, 무거워야 합니다. 또 그 내용물이 알차게 들었는지는 손가락으로 두드려 봐서 그 소리나 감촉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센비키야는 최고품만을 고집하므로 가격도 비싸다. 머스크멜론의 경우 한 개당 1만3000엔에서 1만5000엔 정도, 즉 우리 돈으론 12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 한다. 센비키야는 망고를 미야자키현이나 오키나와현 등에서 재배시켜 수입 망고보다 더 맛있는 망고를 생산해낸다. 맛과 향기, 형태 등이 모두 원산지의 것보다 더 낫다고 자부하고 있다.
2005년 여름에는 38층 대형 복합빌딩인 무로마치 미쓰이 빌딩을 지었다. 1층에는 과일과 과일 통조림 등을 팔고, 2층은 과일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지하 1층에는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는 과일가게를 오픈했다. 작은 과일가게로 출발한 센비키야가 6대를 이어오면서 지난 114년간 번영해 올 수 있었던 배경은 이렇다.
‘1客(객), 2店(점), 3당신’이다. 이 말뜻은 우선 손님의 요구에 정확히 대응하고, 두 번째로는 점포가 중요하며, 세 번째로는 종업원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6대 사장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가게를 더욱더 빛나게 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어요리점 지쿠요테이(竹葉亭)
‘백련천증(百煉千蒸)’, 즉 백 번 굽고 천 번 삶았다는 그 말이 지쿠요테이의 관록을 말해준다. 장어요리로만 130년이니 백 번 굽고 천 번 삶았다는 말이 무색하리라. 백 번만 구웠겠는가. 천 번만 삶았겠는가.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조리를 했을 것이다.
지쿠요테이는 장어요리 한 가지로 유명하다. 장어구이란 민물장어에 양념소스를 발라 굽는 간단한 음식이다. 그러나 그 굽기 과정이 간단치가 않다. 통상적으로 이 식당에 입사하게 된 수습사원들은 제일 먼저 주방청소 등 잡일부터 시작한다. 도마를 씻는다든지 그릇을 닦는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주방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익힌다.
약 6개월쯤 허드렛일을 하고 나면 장어를 꼬치에 꿰는 일이 맡겨진다. 장어꼬치 꿰기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가 않다. 꼬치를 보기 좋고 먹기 좋도록 꿰어 놓아야 한다. 그 모양새를 제대로 내서 인정받기까지 최소 8년이 걸린다.
3년 정도 꼬치 꿰기 과정이 지나면, 장어의 배를 따고 뼈를 발라내는 임무가 주어진다. 수습의 경우 상품가치가 없는 죽은 장어로 연습을 한다. 장어구이는 뼈를 발라내고 살만 구워서 손님에게 제공하므로 뼈를 깔끔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제거된 뼈는 튀겨서 식사를 하기 전에 손님에게 입맛 다시기용으로 제공된다.
장어 뼈를 발라내는 일을 8년 정도 배운 후 장어를 굽는 단계로 접어든다. 장어를 굽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장어를 타지 않고, 덜 익지도 않은 단계까지 가는 데는 한평생이 걸린다. 장어를 약한 불에 구우면서 소스를 바르고, 뒤집고, 다시 구운 후, 다시 소스를 바르고, 또 뒤집기까지 장어 한 꼬치를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분이다. 이 25분 동안 장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타지 않고 덜 익지도 않게, 약한 불에 서서히 구워야 한다. 지쿠요테이는 그런 일을 100년 이상 해왔다.
지쿠요테이 긴자점의 경우 조리 담당 직원은 모두 9명이다. 그중 4명은 장어를 담당하고, 나머지 5명은 그 밖의 일본요리를 담당한다. 장어요리를 배우는데, 보통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았다. 기모노를 입은 여종업원은 자신도 들은 말이라고 하면서 “약 40년 정도를 해야 그 전체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장어요리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쿠요테이의 맛과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요리사 최우선 경영’이 그 첫 번째다. 지쿠요테이의 경쟁력은 맛이다.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요리사다. 요리사를 제대로 대우해줘야 제 맛을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낸다. 지쿠요테이의 요리사들이 받는 월급은 도쿄都內(도내)의 요리사 중 최고 수준이다.
둘째는 직원들을 사장이 성심 성의껏 대접한다는 것이다. 즉, 경조사를 챙겨 주고, 한식구라는 유대감을 돈독히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렇지만 생일을 맞는 직원이 있으면 사장이 직접 생일파티를 열어 주고, 집안에 초상이 나거나 사고가 생기면 전 직원이 합심하여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것이 지쿠요테이의 문화다. 이런 배려 때문에 지쿠요테이에서는 다른 음식점으로 직장을 옮긴 경우가 최근 5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
외부적으로는 고객을 맞는 나름대로의 서비스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지쿠요테이의 서비스 종업원은 전부 여성들, 그것도 젊은 여성이 아니라 중년층 이상의 여성들이다. 중년층의 여성이 화사한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정중히 맞는다. ‘정중히’라는 말 속에는 손님을 대하는 예의범절 교육이 숨어 있다. 종업원들은 손놀림 하나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일본 내의 명망 있는 茶道(다도) 전문가를 초빙해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을 하고 있다.
셋째, 지쿠요테이의 모든 식기나 사용되는 젓가락 등은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닦고 건조된다. 지쿠요테이의 종업원들이 식기나 수저, 젓가락 등을 닦는 모습을 보면 혼신의 정성을 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닦아야 할 그릇의 양에 비해 종업원 수가 너무 적으면 자신도 모르게 무성의하게 되므로 설거지에 하루 8명의 요원을 투입하고 있다. 즉, 주간(점심시간)에 4명, 야간(저녁시간)에 4명의 설거지 요원이 투입된다.
넷째, 밥은 반드시 가마솥에서 짓는다. 그래야만 쌀알의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밥도 아침에 한꺼번에 많이 지어놓고 파는 게 아니라, 수시로 밥을 지어 갓 지은 밥을 손님상에 제공한다. 그래야만 밥맛이 더 좋고, 장어요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 때문에 지쿠요테이는 오늘날 일본 최고의 장어요리집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기모노와 소품 170년 구노야(くのや)
기모노 및 소품 가게 구노야는 1837년 문을 열었다.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극대화하는 것은 소품의 역할입니다. 같은 기모노를 입어도 어떤 오비(띠)를 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기모노를 입을 때 소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고객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 어떤 소품을 사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항상 연구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최상의 코디네이션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자 구노야 사장의 말이다. 긴자 구노야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고, 특허도 많이 취득했다. 긴자 구노야는 자신들이 개발한 소품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시장에서 유사품이 나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구노야는 신입사원 교육이 철저한 가게다. 따로 교육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진행되는 업무를 통해 선배나 상사가 가르쳐준다. 그것을 OJT(On the job training)교육이라고 하는데, 이 교육을 통해 후배사원들은 기모노 소품에 대한 깊은 지식과 판매방법을 배운다.
기모노 소품 판매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구노야에서는 소품에 대한 지식과 판매방법, 기술, 코디네이션 등을 사원들이 폭넓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원들이 구노야에 오래 근무해야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 근속자에게는 특별한 대접을 한다. 현재 구노야에서는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같은 것이 없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단골손님을 수백 명씩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 판매원을 해고할 경우 자칫하면 수백 명의 고객을 잃는 결과가 오기 때문이다. 자신이 늘 찾던 판매원이 회사를 그만두어 보이지 않게 되면 그 판매원의 고객은 실망을 하게 된다. 이 실망은 점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구노야의 판매원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구노야의 특징 중에 하나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모두 판매 현장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학력을 문제 삼지 않는다. 기모노의 소품에 관한 지식은 대학에서 배울 수 없다. 구노야 자체에서만 학습이 가능하다. 남녀 차별도 없다.
긴자 구노야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직원 전원이 매일 두 번씩 점포의 1층에서부터 5층까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기모노 소품 중 한두 가지만 파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가게 전체의 흐름이나 경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외곬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모노 소품이란 한 가지 한 가지가 모여, 전체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직원이 점포를 돌아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발견한 사원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만들고, 그것을 간부진에게 보고한다. 이러한 보고는 경영간부 모임인 3인회를 통해 최종 검토된 후 회사 경영에 반영한다.
비 오는 날 긴자 구노야를 찾은 고객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물건을 사서 구노야를 나가는 고객을 위해 반드시 핸드백이나 쇼핑백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잘 포장해준다. 이러한 서비스 행동은 표준화된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다.
구노야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물건이 판매됨과 동시에 데이터가 집계되면서 전 사원이 그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소품 중에 어느 소품이 가장 잘 팔리고 있는지를 사원들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구노야에는 세일즈 프로모터라는 직책이 있다. 어떤 제품을 얼마만큼 어느 헙력업체에서 구매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세일즈 프로모터들은 POS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후 고객보다 앞서 유행을 찾아내고, 그런 제품을 구입하거나 발주한다. 세일즈 프로모터들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외부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다른 기모노 소품 가게들을 순회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취득한다. 구노야가 100년 이상 건재한 것은 이러한 의욕 덕분이다.
그들은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 170년간 쉼 없이 연구해왔다. 도쿄 긴자의 상인이 무서운 것은 그런 점이다. 매일 보는 기모노, 매일 전시하는 쇼 윈도, 매일 파는 기모노지만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이고, 더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며,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가를 그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연구해왔다. 그것이 바로 긴자 상인의 자존심이자 상술이다.
긴자 상인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본물지향(本物志向)’이다. 최고의 진짜 물건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둘의 승패는 1600년 9월 15일 벌어진 세키가하라(關ケ原) 전투에서 갈렸다.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천하를 통일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3년 막부를 수립하고 에도, 즉 도쿄를 일본 정치·경제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에도 일대의 갈대밭을 매립했고, 도쿄를 신시가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 전국의 영주에게 명령해 방대한 노동력을 징발토록 했다.
에도의 중심인 오늘날의 긴자(銀座)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적극적인 개발 정책에 따라 도로가 만들어졌고 시가가 정비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긴자가 도쿄의 중심가는 아니었다.
에도는 서기 1657년에 일어난 대화재로 위기를 맞는다. 이른바 메이레키(明曆)의 대화재라 불리는 이 화재는 에도 시가의 60%를 태우고 10만여 명이 사망한 대참사였다. 도쿠가와 막부는 화재 직후 대규모 부흥 사업에 착수했다.
1672년, 정비 후의 에도는 인구 100만의 세계적인 도시가 된다. 런던이 86만(1801년), 파리가 54만(1800년), 암스테르담이 30만(1650년)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에도는 전 세계의 도시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다.
운하는 과거 일본 교통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도쿄 긴자에는 니혼바시 강, 교바시 강 등 크고 작은 강줄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운하가 많았다. 곡물이나 포목 등을 실은 자그마한 배들이 운하를 통해 이동하면서 긴자의 상점들에 물건들을 공급했다.
선착장과 은화 주조소가 상업의 중심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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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0년대 긴자 니혼바시의 아침풍경. 일본 민속화의 대가 안도 히로시게의 작품이다. |
16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도쿠가와 막부를 따라 사실상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가게를 옮겨오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에는 교토(京都) 상인, 오사카(大阪) 상인, 오미(近江) 상인 등 名(명)상인들이 많지만 결국 그들 명상인들은 수도인 도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도쿄의 긴자는 일본의 명상인들의 전쟁터이며, 또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상인정신을 적나라하게 펼치는 곳이기도 하다.
‘에누리 없음’이라는 商法(상법)으로 유명해진 에치코야(越後屋, 현재의 미쓰코시 백화점)가 긴자 1조메(丁目)에 문을 열었고, 이후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새로운 가게들이 창업했다. 화려한 ‘긴자 시대’의 막을 올린 것이다.
오늘날의 긴자는 일본 제일의 번화가다. 4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쓰코시(三越) 백화점을 비롯해 100년의 전통의 긴자 와코(和光) 백화점, 마쓰야(松屋) 긴자 백화점, 70개의 전문 브랜드 점포가 들어있는 긴자 코아, 일본의 5대 백화점에 들어가는 마쓰자카야(松阪屋), 패션 백화점인 쁘랭땅 긴자, 영화관이 다섯 개나 들어있는 유라쿠초 (有樂町)마리온, 고가구를 판매하는 앤티크몰 긴자, 패션 부티크로 유명한 더 긴자, 20대 여성 전문 패션몰인 오파크 긴자 등 일본의 초일류 점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오늘날 긴자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5번가, 런던의 피카델리 서커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더불어 세계 4대의 황금상권으로 불린다. 긴자의 점포들은 당대 일본 최고의 업소들이며, 100년 이상 된 점포가 130여 개다. 유서 깊은 긴자의 老鋪(노포)들을 살펴보자.
미쓰코시 백화점이 된 에치코야 포목점
‘오직 현금만 취급함’. 1673년 이제 막 새로 문을 연 포목점 ‘에치코야’의 슬로건이었다. 1600년대의 일본에서는 외상거래가 많았는데 에치코야는 창업과 동시에 현금거래만 고집했다. 당시 개업했던 장소는 긴자 1조메, 즉 현재의 일본은행 바로 옆이다. 오늘날 도쿄의 대표적인 백화점이 된 미쓰코시의 전신인 에치코야의 출발은 초라했다. 점포의 입구는 너비가 1.4m로 당시 긴자에 있었던 대형 포목점들의 입구가 18m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임대였다.
가게주인 미쓰이 다카토시는 큰 점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색다른 장사 방법을 창안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남보다 싸게 파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이 외상거래였는데, 외상으로 팔지 않는 대신 싸게 판 것이다.
또 하나는 소량 판매였다. 당시 에도의 포목점들은 한 필 단위로 포목을 팔았는데,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그것이 큰 부담이었다. 다카토시는 서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수건 한 장 크기라도 기꺼이 잘라서 팔았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商術(상술)이었다. 또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물건을 전시해 놓았다. 당시에는 물건을 전시해 놓는 관행이 없었다. 이것 역시 손님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에치코야의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1904년 12월 에치코야 포목점은 미쓰코시 백화점으로 바뀌게 된다. 원래 백화점이라는 사업 형태는 유럽에서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루브르 백화점이 1855년에 개업했고 영국의 헤로드 백화점이 1849년, 독일의 베르트하인 백화점이 1890년, 미국의 조던 매시, 만델, 메이시, 워너 메이드, 마샬 필드 등은 1870년대에 문을 열었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개업은 유럽에 비하면 늦었으나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미쓰코시 백화점이 탄생하고 난 후 일본에는 마쓰야, 다카시마야, 소고, 다이마루, 이세탄 등이 속속 개업을 하게 된다.
1914년에는 일본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졌다. 1928년에 들어서는주식회사 미쓰코시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에치코야는 신주쿠, 다카마쓰, 삿포로, 센다이 등에 지점을 냈고 1932년에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과 백화점이 지하통로로 연결됐다.
1971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지점을 냈고 국내 15개, 해외 24개의 점포를 갖게 된다. 2007년 에치코야의 매출은 7739억 엔이며 종업원은 940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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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상권의 출발점이 된 미쓰코시백화점. |
긴자 트렌드의 대명사, 다카하시(高橋) 양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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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 멋쟁이들이 즐겨찾는 다카하시 양복점. 전통적인 영국식 양복을 일본에 소개한 긴자 최고의 양복점이다. |
요코하마에 영국제 양복지가 유입되면서 일본의 고관대작들이 앞다퉈 양복을 맞춰 입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지즈케는 양복 수요가 안정되게 늘어난다는 것이 틀림없는 사회현상이라고 파악, 본격적으로 양복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의 양복기술 유학은 16년이나 이어졌다. 유학 후 영국식 양복은 큰 인기를 끌었고, 1930년대 다카하시 양복점 종업원은 판매원을 포함해서 모두 100명에 달했다. 오늘날 다카하시 양복점의 명성은 이때부터 형성된 것이다.
‘맞춤 양복을 입는 즐거움’, 다카하시 양복점의 전략이다. 1960년 이전까지 일본은 맞춤 양복의 시대였다. 누구나 앞 다퉈 양복을 맞춰 입었고, 특히 긴자에서 양복을 맞춰 입은 고객들은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긴자에는 긴자만의 ‘긴자 트렌드’라는 양복 스타일이 있었고, 그 양복을 입은 신사들은 당대 일본의 멋쟁이로 통했기 때문이다.
한때 다카하시 양복점도 힘든 시대로 접어든다. 1960~70년대 일본에 기성복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양복을 맞춰 입는 시대에서 사 입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들어 고급 신사들은 기성복을 사 입는 것보다 맞춰 입는 것이 더 품위 있다고 생각해 다시 양복을 맞춰 입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다카하시 양복점은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성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몸에 딱 맞는 양복을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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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 멋쟁이들이 즐겨찾는 다카하시 양복점. 전통적인 영국식 양복을 일본에 소개한 긴자 최고의 양복점이다. |
종업원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다카하시 양복점에는 모두 13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 또한 헬스클럽에 가서 매일 자신의 체형을 관리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만든 양복의 맵시를 살리고 있다. 또 다카하시 양복점의 종업원들은 전부가 재단사이자 판매원이다. 그들은 손님의 요구조건이 아무리 무리한 것이라 해도 100% 수용한다. 그것이 고객의 맵시를 살려주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근무할 때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것을 혐오한다. 그런 차림으로 남의 양복을 짓는 것은 대단한 실례이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양복점의 근무자들은 전원 정장차림으로 양복을 재단하고 바느질한다.
다카하시는 “5만 엔짜리 양복을 다섯 벌 갖고 있는 것보다 25만 엔짜리 양복 한 벌을 갖고 있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5만 엔짜리 싸구려 양복은 언제 입어도 후줄근하지만 25만 엔짜리 양복은 언제 입어도 단정하고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비싼 양복은 적어도 10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성기 시절 다카하시 양복점의 양복 한 벌 값은 가장 비싼 것이 50만 엔(500만 원)이었으나 불경기 탓으로 현재는 25만 엔, 싼 것은 10만 엔 정도다.
‘쇼핑도 놀이도 긴자가 아니면 안 된다.’ 다카하시 준은 긴자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놀아도 긴자에서 노는 것이 최고이며, 옷을 맞춰 입어도 최고라는 프라이드가 있다. 양복점 다카하시의 자존심과 노력, 100년의 시간이 오늘날 다카하시를 긴자 최고의 양복점으로 만들고 있다.
액세서리의 王 와코(和光)
긴자 4조메 네거리에 와코 건물이 있다. 고색창연한 빌딩 옥상에 거대한 시계탑이 세워져 있다. 1932년에 만든 것이다. 이 시계탑은 긴자의 랜드마크다.
원래 와코는 긴자에서 시계를 만들어 팔던 핫토리 시계점 주인이 당대의 건축가였던 와타나베 히토시(渡邊仁)에게 설계를 의뢰해 만든 건물이다. 1932년 건축 당시에는 이 건물이 핫토리 시계점의 본사로 이용됐지만, 1947년이 되면서 와코(和光)라는 백화점 겸 대형쇼핑몰로 변신하게 된다. 당대의 名品(명품)만 취급하는 고급 쇼핑몰이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와코는 시계, 보석,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 최고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고, 심지어 지하 식품부에서 파는 식품까지도 최고급품만 판매한다. 오늘날 긴자를 대표하는 고급쇼핑몰 중의 하나다.
와코의 특징은 와코 자신이 만든 오리지널 상품이 전체 매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SPA(제조 소매기업)다. 와코의 특징은 조직이나 상품 기획, 판매 등을 와코 자신이 모두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목소리를 재빨리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고객이 요구하면 제조현장에 지시해 고객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준다. 대체로 고객의 요구가 반영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1~2주 정도다. 불과 14일 이내에 고객의 요구를 맞춘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와코는 그러한 서비스야말로 노포들이 가져야 할 신념이며 자세라고 생각하고 있다.
‘본물지향(本物志向)’. 와코의 목표 중의 하나이다. 본물이란 혼모노(本物), 즉 진짜 물건이란 뜻이다. 와코는 어떤 물건이든 간에 그 분야에서는 최고급 물건만을 취급한다.
‘와코에서 고른 물건은 틀림없다’는 명성은 와코가 추구해온 목표다. 와코의 별관에는 레스토랑, 디너 살롱, 초콜릿 전문점 등이 있다. 여기서 파는 음식도 그 맛이나 질에 있어 일본 최정상이다.
식료품 수입 100년의 메이지야(明治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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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수입식품전문점 메이지야. 120년 전부터 수입식품을 취급해왔다. |
이소노 이치부는 오카야마현의 사무라이 집안 출신으로 오늘날 도쿄대학 제2회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도쿄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러나 미쓰비시 그룹의 창업주 이와사키 야타로가 상업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하여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는 런던에서 부기와 회계를 공부한 후 귀국했다.
그는 미쓰비시 기선에 취직,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유럽으로부터 물자를 수입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 때 그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회사에서 수입 물자에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 이소노 이치부는 ‘어차피 일본은 무역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역업으로 진로를 바꾼다.
이소노 이치부는 미쓰비시 기선을 그만두고 일본에 필요한 공작기계, 식료품, 학용품 등을 직접 유럽에서 구입해 약간의 이익만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소노 이치부는 판매품목을 늘려 위스키와 와인, 담배, 그릇 등까지 수입해서 팔았고 나중에는 서양 맥주도 수입하여 일본 전국에 판매했다. 그는 맥주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된다.
2대 사장은 이소노 이치부의 매부였고 3대 사장은 이소노 이치부의 사위였다. 3대 사장은 런던에 유학해서 선진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한 후 1933년 본사를 도쿄 긴자로 옮기고 지하 1층, 지상 4층의 바로크식 건물을 지었다.
그는 ‘언제나 가장 좋은 물건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늘 품질과 신용을 지키는 것을 메이지야의 목표로 삼았다. 또한 그는 ‘수입품 이외에 어떠한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시 긴자는 부동산 붐이 불고 있어 땅을 사기만 하면 떼돈이 벌리는 시대였다. 그는 ‘장사꾼은 창고가 넓어야 편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무작정 창고를 많이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상인은 상품을 파는 일에 주력해야지 여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상인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부동산 투자를 묵살했다.
이런 ‘한 우물 파기’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6대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메이지야는 오직 수입식품의 수입과 판매에만 매진하면서 일본 전국에 22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2007년 메이디야는 633억 엔의 매출에 342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일본 최고의 수입식품 회사로 업계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볼록렌즈 경영’의 문구점 이토야(伊東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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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째 경영철학을 진화시켜온 문구전문점 이토야. |
현재 사장의 아버지, 즉 3대 사장은 ‘이토야는 종이 한 장에서부터 컴퓨터까지 어떤 상품이라도 판매한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점포를 운영해 왔다. 4대 사장의 경우는 이른바 ‘볼록렌즈’ 경영방식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이토야는 도쿄에 6개의 점포, 요코하마에 1개의 지점이 있다. 모두 7개의 점포를 국내에 가지고 있지만, 점포마다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각각의 거리가 모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듯이 그 거리의 개성에 맞춰 그 거리에 맞는 가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피스 빌딩인 마루노우치 빌딩 안에 있는 이토야 지점은 비즈니스용 문구 위주로 편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부야의 도호생명 빌딩 2층에 있는 이토야 지점은 고객들이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므로, 디자인 관련 문구용품을 충실히 전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긴자의 본점은 취미 코너가 강하다. 책상이나 의자를 스스로 만들어 집안에 비치하는 DIY(Do it yourself)와 같은 상품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손님의 취미생활을 위한 품목의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다. 타마가와점의 경우는 세다가야 등 고급 주택지가 가까워 고객의 대부분이 가정주부이므로 주부가 필요로 하는 품목이 많다.
또 고급 부티크 거리인 미나미다테점은 가정 사무용품에 그 포커스가 맞춰져 ‘홈 스테이셔너리(가정용 문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은 기업체 등 법인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거의 없는 지역이므로 사무실에서 필요한 문구용품은 없다. 히로오점은 최고급 주택지이면서 외국대사관이나 공사관이 많은 거리이므로, 서양인 취향에 맞는 문구점으로 꾸며졌다. 히로오점의 경우는 문구점이라기보다 ‘문구의 부티크’라고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고지의 ‘볼록렌즈 방식 경영’이다.
올해로 이토야는 창업 105주년을 맞았다. 이토야는 모두 정찰제 판매를 고수하고 있으며, 할인은 없다. 그 대신 손님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위상을 지켜 나간다. 이토야는 4대 105년에 걸쳐 판매방식이나 경영방식을 계속 진화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한결 같이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객만족이다. 이로써 일본을 대표하는 문구점이 될 수 있었다.
대머리 튀김집, 하케텐(ハケ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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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머리튀김집’이라는 의미의 하케텐. 독특한 이름, 상상을 초월하는 메뉴로 성공했다. |
하케텐은 매월 새로운 덴푸라 요리를 내놓는다. 즉, 1월부터 12월까지 1월의 덴푸라, 2월의 덴푸라 하는 식으로 매달 메뉴가 바뀐다. 1월에는 주로 조개류 덴푸라와 간(肝) 튀김, 2월에는 다이어트용 덴푸라, 3월에는 저칼로리 덴푸라인 채소 덴푸라와 생선 덴푸라 등을 판다.
이 가게가 문을 연 것은 1928년. 창업자는 대머리였던 와타나베 도쿠노하루였다. 본래 와타나베 도쿠노하루는 오쿠라 상업학교, 즉 오늘날의 동양경제대학 야간부를 졸업한 후 메이지 생명보험 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간토대지진이 발생해 자신의 집이 불에 타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칼국수집을 차렸다. 칼국수집은 장사가 잘됐다.
그는 칼국수보다 조금 더 돈을 많이 벌면서 나은 장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덴푸라 집을 열기로 했다. 1928년 도쿄에는 약 459개의 덴푸라 식당이 있었는데, 이는 메밀국수집의 34배, 생선초밥집의 1.9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 정도로 덴푸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래서 덴푸라 가게를 열기로 했지만 요리법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덴푸라 식당을 찾아가서 조리법을 배우고 밤에는 덴푸라 요리에 관한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긴자 인근의 지요다쿠 3조메에 ‘다카라’(보물이라는 뜻) 라는 튀김집을 열었다. 사람의 왕래가 뜸한 곳이다 보니 40전짜리 덴푸라 덮밥을 하루에 겨우 서너 그릇 파는 수준이었다.
와타나베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단골손님인 작가이자 메이지 생명보험 전무였던 미즈카미 마세타로가 “장소가 나쁘니 무조건 나가야 한다, 긴자가 좋다”고 충고했다. 와타나베도 그에 동의했지만 그에게는 번화가인 긴자에 음식점을 차릴 만한 돈이 없었다. 그때 작가 미즈카미가 2000엔이란 巨金(거금)을 무담보로 빌려주었다.
그는 긴자에 좌석 10개에 3평짜리 주방, 카운터가 전부인 작은 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긴자에는 덴킨, 하시젠, 다이진 등 쟁쟁한 덴푸라 식당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손님을 끌기에 매우 어려웠다. 그때 작가인 미즈카미가 ‘다카라’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대머리 튀김집이 낫겠다고 제안을 했다. 당시 와타나베의 나이는 34세였지만 대머리여서 대머리 튀김집이라는 뜻의 하케텐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뜻밖에 장사가 잘됐다. 대머리 튀김집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던 것이었다. 하케텐은 나날이 발전했다. 1960년 하케텐은 가게를 3층 규모로 확장하면서 음식 출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튀김 도구 일체를 싣고 출장요리를 나간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비스여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매달 20일 모이는 단체손님들에게는 ‘20日會(일회)’라는 메뉴로 송이버섯과 새우튀김 등을 내놓았다.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쏟아졌다. 매월 추천 요리도 그런 맥락이다.
오늘날 하케텐의 덴푸라는 그 맛과 디자인, 서비스 등에서 긴자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하케텐은 와타나베 도쿠노하루의 아들인 와타나베 고우가 경영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덴푸라를 튀길 때의 온도와 튀김옷에 대한 분석 등을 알기 쉽게 쓴 ‘덴푸라의 과학’을 하케텐의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이 연재는 일본의 가정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케텐은 ‘야마노우에’, ‘덴코쿠’ 등과 더불어 오늘날 긴자를 대표하는 튀김집으로 자리잡았다.
과일의 품질로 승부를 거는 센비키야(千疋屋)
긴자 5조메에 있는 센비키야는 ‘과일은 건강의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과일가게지만 과일가게 이상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점포가 센비키야다.
센비키야는 긴자에서는 물론 일본 전체에서도 최고급 과일을 파는 가게다. 멜론과 청포도 등 약 20종류의 과일을 팔고 있는데, 계절에 따라 파는 과일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센비키야의 과일은 우선 질이 좋다. 요즘은 미야자키현에서 재배된 망고가 인기를 끈다. 10월에는 시즈오카에서 생산되는 머스크멜론이 대표 상품이며, 12월에는 구마모토에서 생산되는 대고봉(한라봉)이 인기를 끈다. 이렇게 매월 팔리는 대표 상품이 다르다.
센비키야가 문을 연 것은 1894년, 사이토 요시마사(齎騰 義政)가 긴자 8조메에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의 사장은 6대째인 사이토 미쓰루(49). 그의 경영방침을 들어봤다.
“저희는 과일의 산지나 형태, 색 등을 엄선하여 최고급 과일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취급하는 과일의 종류는 약 20 종류인데, 제철 과일 중에서 가장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것만 팔고 있습니다. 점원들은 과일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손님들에게 선물의 용도에 따라 과일을 추천하고 있어요. 예컨대, 병문안을 가는 경우에는 거기에 맞는 과일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과일을 선별하는 기준은 까다롭습니다. 예컨대 머스크멜론의 경우 일단 색 전체가 균일하고 그물코의 모양이 촘촘해야 하며, 무거워야 합니다. 또 그 내용물이 알차게 들었는지는 손가락으로 두드려 봐서 그 소리나 감촉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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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긴자 풍경. 세계 4대 황금상권중의 하나로 꼽히는 긴자에는 100년 이상된 가게가 130개 정도 영업을 하고 있다. |
2005년 여름에는 38층 대형 복합빌딩인 무로마치 미쓰이 빌딩을 지었다. 1층에는 과일과 과일 통조림 등을 팔고, 2층은 과일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지하 1층에는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는 과일가게를 오픈했다. 작은 과일가게로 출발한 센비키야가 6대를 이어오면서 지난 114년간 번영해 올 수 있었던 배경은 이렇다.
‘1客(객), 2店(점), 3당신’이다. 이 말뜻은 우선 손님의 요구에 정확히 대응하고, 두 번째로는 점포가 중요하며, 세 번째로는 종업원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6대 사장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가게를 더욱더 빛나게 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어요리점 지쿠요테이(竹葉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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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년동안 영업해온 장어요리집, 지쿠요테이. |
지쿠요테이는 장어요리 한 가지로 유명하다. 장어구이란 민물장어에 양념소스를 발라 굽는 간단한 음식이다. 그러나 그 굽기 과정이 간단치가 않다. 통상적으로 이 식당에 입사하게 된 수습사원들은 제일 먼저 주방청소 등 잡일부터 시작한다. 도마를 씻는다든지 그릇을 닦는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주방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익힌다.
약 6개월쯤 허드렛일을 하고 나면 장어를 꼬치에 꿰는 일이 맡겨진다. 장어꼬치 꿰기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가 않다. 꼬치를 보기 좋고 먹기 좋도록 꿰어 놓아야 한다. 그 모양새를 제대로 내서 인정받기까지 최소 8년이 걸린다.
3년 정도 꼬치 꿰기 과정이 지나면, 장어의 배를 따고 뼈를 발라내는 임무가 주어진다. 수습의 경우 상품가치가 없는 죽은 장어로 연습을 한다. 장어구이는 뼈를 발라내고 살만 구워서 손님에게 제공하므로 뼈를 깔끔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제거된 뼈는 튀겨서 식사를 하기 전에 손님에게 입맛 다시기용으로 제공된다.
장어 뼈를 발라내는 일을 8년 정도 배운 후 장어를 굽는 단계로 접어든다. 장어를 굽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장어를 타지 않고, 덜 익지도 않은 단계까지 가는 데는 한평생이 걸린다. 장어를 약한 불에 구우면서 소스를 바르고, 뒤집고, 다시 구운 후, 다시 소스를 바르고, 또 뒤집기까지 장어 한 꼬치를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분이다. 이 25분 동안 장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타지 않고 덜 익지도 않게, 약한 불에 서서히 구워야 한다. 지쿠요테이는 그런 일을 100년 이상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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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쿠요테이의 장어덮밥. |
지쿠요테이의 맛과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요리사 최우선 경영’이 그 첫 번째다. 지쿠요테이의 경쟁력은 맛이다.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요리사다. 요리사를 제대로 대우해줘야 제 맛을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낸다. 지쿠요테이의 요리사들이 받는 월급은 도쿄都內(도내)의 요리사 중 최고 수준이다.
둘째는 직원들을 사장이 성심 성의껏 대접한다는 것이다. 즉, 경조사를 챙겨 주고, 한식구라는 유대감을 돈독히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렇지만 생일을 맞는 직원이 있으면 사장이 직접 생일파티를 열어 주고, 집안에 초상이 나거나 사고가 생기면 전 직원이 합심하여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것이 지쿠요테이의 문화다. 이런 배려 때문에 지쿠요테이에서는 다른 음식점으로 직장을 옮긴 경우가 최근 5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
외부적으로는 고객을 맞는 나름대로의 서비스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지쿠요테이의 서비스 종업원은 전부 여성들, 그것도 젊은 여성이 아니라 중년층 이상의 여성들이다. 중년층의 여성이 화사한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정중히 맞는다. ‘정중히’라는 말 속에는 손님을 대하는 예의범절 교육이 숨어 있다. 종업원들은 손놀림 하나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일본 내의 명망 있는 茶道(다도) 전문가를 초빙해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을 하고 있다.
셋째, 지쿠요테이의 모든 식기나 사용되는 젓가락 등은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닦고 건조된다. 지쿠요테이의 종업원들이 식기나 수저, 젓가락 등을 닦는 모습을 보면 혼신의 정성을 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닦아야 할 그릇의 양에 비해 종업원 수가 너무 적으면 자신도 모르게 무성의하게 되므로 설거지에 하루 8명의 요원을 투입하고 있다. 즉, 주간(점심시간)에 4명, 야간(저녁시간)에 4명의 설거지 요원이 투입된다.
넷째, 밥은 반드시 가마솥에서 짓는다. 그래야만 쌀알의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 밥도 아침에 한꺼번에 많이 지어놓고 파는 게 아니라, 수시로 밥을 지어 갓 지은 밥을 손님상에 제공한다. 그래야만 밥맛이 더 좋고, 장어요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 때문에 지쿠요테이는 오늘날 일본 최고의 장어요리집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기모노와 소품 170년 구노야(くの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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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모노와 기모노소품만 170여년 판매해온 구노야. |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극대화하는 것은 소품의 역할입니다. 같은 기모노를 입어도 어떤 오비(띠)를 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기모노를 입을 때 소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고객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 어떤 소품을 사용하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항상 연구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최상의 코디네이션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자 구노야 사장의 말이다. 긴자 구노야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고, 특허도 많이 취득했다. 긴자 구노야는 자신들이 개발한 소품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시장에서 유사품이 나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구노야는 신입사원 교육이 철저한 가게다. 따로 교육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진행되는 업무를 통해 선배나 상사가 가르쳐준다. 그것을 OJT(On the job training)교육이라고 하는데, 이 교육을 통해 후배사원들은 기모노 소품에 대한 깊은 지식과 판매방법을 배운다.
기모노 소품 판매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구노야에서는 소품에 대한 지식과 판매방법, 기술, 코디네이션 등을 사원들이 폭넓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원들이 구노야에 오래 근무해야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 근속자에게는 특별한 대접을 한다. 현재 구노야에서는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같은 것이 없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단골손님을 수백 명씩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 판매원을 해고할 경우 자칫하면 수백 명의 고객을 잃는 결과가 오기 때문이다. 자신이 늘 찾던 판매원이 회사를 그만두어 보이지 않게 되면 그 판매원의 고객은 실망을 하게 된다. 이 실망은 점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구노야의 판매원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구노야의 특징 중에 하나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모두 판매 현장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학력을 문제 삼지 않는다. 기모노의 소품에 관한 지식은 대학에서 배울 수 없다. 구노야 자체에서만 학습이 가능하다. 남녀 차별도 없다.
긴자 구노야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직원 전원이 매일 두 번씩 점포의 1층에서부터 5층까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기모노 소품 중 한두 가지만 파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가게 전체의 흐름이나 경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외곬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모노 소품이란 한 가지 한 가지가 모여, 전체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직원이 점포를 돌아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발견한 사원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만들고, 그것을 간부진에게 보고한다. 이러한 보고는 경영간부 모임인 3인회를 통해 최종 검토된 후 회사 경영에 반영한다.
비 오는 날 긴자 구노야를 찾은 고객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물건을 사서 구노야를 나가는 고객을 위해 반드시 핸드백이나 쇼핑백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잘 포장해준다. 이러한 서비스 행동은 표준화된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다.
구노야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물건이 판매됨과 동시에 데이터가 집계되면서 전 사원이 그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소품 중에 어느 소품이 가장 잘 팔리고 있는지를 사원들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구노야에는 세일즈 프로모터라는 직책이 있다. 어떤 제품을 얼마만큼 어느 헙력업체에서 구매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세일즈 프로모터들은 POS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후 고객보다 앞서 유행을 찾아내고, 그런 제품을 구입하거나 발주한다. 세일즈 프로모터들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외부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다른 기모노 소품 가게들을 순회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취득한다. 구노야가 100년 이상 건재한 것은 이러한 의욕 덕분이다.
그들은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 170년간 쉼 없이 연구해왔다. 도쿄 긴자의 상인이 무서운 것은 그런 점이다. 매일 보는 기모노, 매일 전시하는 쇼 윈도, 매일 파는 기모노지만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이고, 더 편하게 입을 수 있으며,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가를 그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연구해왔다. 그것이 바로 긴자 상인의 자존심이자 상술이다.
긴자 상인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본물지향(本物志向)’이다. 최고의 진짜 물건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