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道士」조화유의 훈수 - 정부部處 영문 명칭은 완전 콩글리시 : 월간조선

서울 시내 어느 식당 메뉴에 「육회」가 「Six times」라고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메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정도였으니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이처럼 웃기는 것은 아니지만, 李明博(이명박) 정부가 개편한 정부 조직 15部 2處 중 「지식경제부」를 「Ministry of Knowledge Economy」라고 번역한 것은 상당히 생소하다. Knowledge(지식)를 팔고 사는 Economy(경제)를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지식을 절약(Economy)한다는 뜻은 더욱 아닐 터이다.

Knowledge Economy란 용어가 있긴 있다. 이것은 주로 지식에 기초를 둔 경제, 그러니까 High-tech Economy(첨단기술에 기초한 경제)와 비슷한 뜻으로 쓰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겐 상당히 낯선 용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필자는 한번도 Knowledge Economy란 용어를 미국 신문에서 본 기억이 없다.

어쨌든 우리 정부의 지식경제부가 첨단기술에 기초한 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部라면 Ministry of Knowledge Economy가 전혀 틀린 번역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 部의 3大 핵심정책 분야가 산업, 무역, 에너지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지식경제부를 Ministry of Industries, International Trade and Energy라고 영역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영어 명칭은 어차피 외국인들을 위해 만드는 것이니까 외국인의 귀에 익숙하고, 非전문가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명칭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財務部(재무부)와 經濟企劃院(경제기획원) 기능을 합친 部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정식 영어명칭은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라고 한다. 「기획」을 Strategy(전략)라고 번역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ic Policy(재정과 경제정책을 다루는 部)라고 하면 외국인들에게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안전한 행정」을 추구하는 部 같은 느낌을 주는 명칭이라 썩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영어명칭 Ministry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Security는 더 알쏭달쏭한 이름이다. 우리말 명칭은 그대로 두더라도 영어 명칭만은 차라리 외국인들이 금방 알아듣게 Ministry of Interior 또는 Ministry of Internal Affairs라고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행정안전부 일이 과거 內務部(내무부)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말이다.

「외교통상부」란 명칭도 세련된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通商外交(통상외교)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部 이름 자체에 통상이란 말을 넣어서 외교관이 장사꾼 냄새를 풍기게 할 필요가 있을까? 外交(외교)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진짜 외교 아닌가? 그러므로 部 이름도 外交部(외교부)로 도로 바꾸고 영어 명칭도 Ministry of Foreign Affairs라고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우리말 명칭을 정 바꾸기 어려우면 영어명칭에서 끝에 붙은 and Trade만이라도 지워주면 좋겠다. 지식경제부 소관 업무의 하나로 이미 무역(Trade)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3월3일 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최중경 제1차관(가운데 왼쪽), 배국환 제2차관(가운데 오른쪽) 등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들이 새로운 현판 아래서 박수를 치고 있다.

장황하고 모호한 部處 이름

지난 3월3일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입구 안내판에 새로 바뀐 정부부처의 이름이 걸려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란 명칭도 좀 장황한 느낌이다. 공식 영어 명칭 Ministry for Food,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역시 그렇다. 굳이 Food(식품)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Ministry of Agriculture, Fishery and Forestry면 충분할 것 같다.

「보건복지가족부」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을 뺀 보건복지를 생각할 수 없으므로 굳이 가족이란 단어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영어 명칭도 Ministry of Welfare and Family Affairs보다는 Ministry of Health and Social Security가 더 적당해 보인다. 여기서 Social Security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를 뜻한다.

「국토해양부」란 명칭도 좀 어색하다. 국토에는 해양도 포함되므로 굳이 「해양」을 붙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영어 명칭 Ministry of Land, Transport and Maritime Affairs 역시 어색하다. Ministry of Construction, Transportation and Maritime Affairs가 좋을 것 같다.

「환경부」의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Environment보다 좀더 구체적으로 Ministry of Environmental Protection(환경보호부)이 좋겠다. 「여성부」를 Ministry of Gender Equality라고 의역한 것은 좋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Ministry of Female Equality라고 하면 우리말 명칭 「여성부」에 더 가까운 번역이 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다 보니 이런 긴 명칭이 나온 모양인데, 과학과 기술도 교육의 일부이므로 그냥 교육부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영어 명칭 역시 Ministry of Education이면 충분하다. 명칭 바꾸기가 어려우면 그대로 두어도 무방하다.

「통일부」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Unification」보다 Ministry of Homeland Reunification(국토의 재통일을 추구하는 부)가 좋을 것 같다. Unification은 애초부터 분단되어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가 강하므로, Reunification(전에 하나였다가 분단된 것을 다시 합친다는 뜻)이 더 적당한 단어라 하겠다.

「국방부」 영어 명칭 「Ministry of National Defense」에서 불필요한 National은 빼는 것이 좋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부라고만 해도 될 것을 너무 설명적인 이름으로 지은 느낌이다. 이 명칭을 그대로 둔다면 영어 명칭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은 무난하다. 「법제처」는 Ministry of Government Legislation보다 Ministry of Legislative Affairs가 더 나을 것 같다.

「국가보훈처」를 「Ministry of Patriots and Veterans Affairs」라고 번역했는데, 우리가 말하는 「국가유공자」를 Patriot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다. 거창하게 독립운동을 하지 않아도 애국심을 가진 사람은 모두 Patriot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보훈처의 주업무가 전역장병의 뒷바라지라면 영어 명칭도 Ministry of Veterans Affairs라 하면 무난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국가보훈처 비슷한 부서를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라고 부른다.

文化部에 번역감수팀 둬야

필자는 오래 전부터 문화부에 번역감수팀(가칭)을 신설해 정부기관 명칭, 도로표지판, 박물관, 유적지 안내문 등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전담케 하자며 신문 기고를 통해 촉구해 왔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번역감수팀에는 반드시 영어 원어민을 고용해 상근해야 한다.

이 팀은 일반 기업체가 수출상품명, 상품설명서 등을 영어로 작성할 때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이 팀의 이메일 주소를 널리 알려 일반 기업체가 먼저 영역한 것을 이메일로 받아 원어민 직원이 감수해 주면 좋을 것이다. 어떤 인삼제품 영문설명서에 「피로 회복」을 글자 그대로 Restoration of fatigue라고 정반대 뜻으로 오역한 것을 필자가 지적해 준 바 있지만 이런 오역은 아직 도처에 많다.

얼마 전 서울에 다니러 갔을 때 단골 호텔에 투숙했더니, 손님용 컴퓨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손님들이 인터넷에 들어가 보고 이메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옆에 「Only Use Room Guest」라고 영어로 쓴 팻말이 붙어있고 영어 밑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맨 위에 한글로 「객실 손님만 사용하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호텔 손님이 아닌 사람은 컴퓨터실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었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모르겠으나 영어로 써놓은 것을 보는 순간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Only Use Room Guest는 「객실 손님만 사용하십시오」를 글자 그대로 번역한 것이긴 하지만 영어로는 뜻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호텔 손님만 쓰라」는 말이 된다. 호텔 손님을 뭐 하는데 쓰라는 말인지 모르지만 좌우간 호텔 손님을 쓰라는 말이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호텔 지배인에게 「For Hotel Guest’s Use Only」라고 써주면서 그대로 다시 써 붙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부에 번역감수팀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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