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옥션과 K옥션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80% 이상 차지
●『1000만원대 작품들이 가장 많이 팔려… 僞作 막기 위해 내부심사-외부심사-작가 및 유족 심사 등 3단계 심사』 (尹哲圭 서울옥션 대표)
● 경매회사 등장 후 호당 가격에서 작품당 가격으로 변화
● 작품값은 현금으로만 지불
●『1000만원대 작품들이 가장 많이 팔려… 僞作 막기 위해 내부심사-외부심사-작가 및 유족 심사 등 3단계 심사』 (尹哲圭 서울옥션 대표)
● 경매회사 등장 후 호당 가격에서 작품당 가격으로 변화
● 작품값은 현금으로만 지불
호사스러운 취미의 마지막, 미술품 소장
요즘 삼성特檢(특검)과 관련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화제다. 덩달아 미술품 구매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술품이 財(재)테크의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평소 미술품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대박을 꿈꾸며 미술시장을 기웃거린다.
미술품은 개인의 「소유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유일한 예술이다. 그래서 호사스러운 취미의 마지막 단계가 미술품 소장이다. 미술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세계 유일의 것」을 소장한다는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품 소장은 名品(명품) 쇼핑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술품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은 작품성과 희소성, 컬렉터의 선호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미술품 가격은 명품처럼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가 시대가 지나면서 잊혀지기도 하고, 당대에는 低평가받던 화가가 시대가 바뀌면서 인정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작가가 朴壽根(박수근)과 李仲燮(이중섭)이다. 두 사람은 생전에 미술계나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만 그들의 작품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死後(사후)에 두 사람의 작품은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국내 最高價 작품, 朴壽根의 「빨래터」
세계적인 미술품 競賣(경매)회사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있다. 두 경매회사가 세계 미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 경매회사는 18세기 책 경매부터 시작했다. 정보 전달의 귀중한 수단이었던 책은 귀중품 취급을 받았다. 그 이후 경매 대상 물품은 예술품·보석·와인·가구·자동차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다. 서울옥션은 「가나 아트」, K옥션은 「현대 화랑」을 모체로 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 역사상 最高價(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朴壽根의 「빨래터」다. 朴壽根의 작품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을 모델로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 朴壽根의 작품은 李仲燮의 작품과 더불어 현재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어 희소성이 크다.
朴壽根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엽서 몇 장 크기에 불과한 작품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나」 의구심을 표했다. 「세계 미술품 시장에서 朴壽根의 작품이 그 정도 가격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의심이 나왔다.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朴壽根의 작품은 세계 미술 컬렉터의 선호도와는 거리가 있다.
朴壽根과 李仲燮의 작품이 국내 경매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면,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印象派(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다. 고흐·르누아르·세잔 등의 작품이 특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경매시장은 화가와 무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라고 해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가 개인 소장 작품 수보다 많다면 경매에서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두 번 다시 경매에 나오지 않으므로 개인이 소장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미술품 경매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畵廊(화랑)이 1970년대부터 등장했기 때문에 미술품 경매의 역사가 짧다.
경매시장을 통해 미술품 시장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外換(외환)위기 이후부터였다. 1970~1980년대 미술품 시장의 호황기에 높은 가격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던 기업들이 外換위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을 많이 내놓았다. 이 무렵 등장하기 시작한 경매회사들이 미술품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컬렉터가 화랑에서 구입했던 작품을 경매를 통해 다시 파는 일종의 中古(중고)시장이라 할 수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2차 시장이기 때문에 화가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에는 컬렉터가 화랑을 통해 그림을 구입했다가 그것을 되팔 시장이 없었다. 미술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화랑에서 경매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李仲燮의 「새와 애들」 15억원에 낙찰
서울옥션에서는 지난 3월25일 올해 첫 번째이자 통산 110회 미술품 경매를 가졌다. 이날 경매에서는 272점의 미술품을 경매해 172점이 낙찰됐다. 낙찰총액은 149억4740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의 작품은 李仲燮의 「새와 애들」이었다. 이 작품은 15억원에 팔려, 국내에서 경매된 李仲燮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李仲燮의 「어린이와 새와 물고기」는 10억원에 낙찰됐다.
2위 작가는 10억원(추정가 10억~15억원)에 낙찰된 朴壽根의 「노상의 사람들」이었다. 朴壽根의 작품으로는 그밖에 「귀로」가 5억4000만원(추정가 5억~8억원), 「목련」이 3억원(추정가 3억~4억원)에 낙찰됐다.
3위를 차지한 이우환은「점으로부터」는 추정가(1억2000만~1억5000만원)의 6배인 9억원에 낙찰됐다. 千鏡子(천경자)의 「여인」은 5억원(추정가 5억~7억원)에, 김흥수의 「무제」는 추정가 2억50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4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지금까지 경매에서 팔린 김흥수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중국 작가들의 작품 주목
10억원이 넘는 歐美(구미) 작가들의 대작은 대부분 유찰됐다.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이 5억5000만원(추정가 5억5000만~6억원), 「팬더곰」이 2억3000만원(추정가 2억3000만~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경매 시작價 15억2000만원이었던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 「설포크로로페놀S」는 유찰됐다. 시작價 12억원에 나온 마르크 샤갈의 「파리 하늘의 연인」(추정가 13억~18억원)도 팔리지 못했다.
歐美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처럼 낙찰의 고배를 마신 반면, 위에민준(岳敏君), 정판즈(曾梵志), 장샤오강(張曉剛) 등 근래 주목받고 있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정판즈의 「앤디 워홀」은 5억1000만원(추정가 5억~6억원), 위에민준의 「삶」은 3억1000만원(추정가 2억7000만~3억2000만원), 위에민준의 「단지 속 남자」는 2억6000만원(추정가 2억6000만~3억원), 장샤오강의 「무제」는 3억3000만원(추정가 3억6000만~4억원)에 팔렸다.
古미술품으로 「십장생도」가 8억 8000만원에 낙찰돼 이날 출품된 古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尹哲圭(윤철규·51) 서울옥션 대표는 『근현대미술과 해외미술은 낙찰률이 75%가 넘었다. 하반기에는 미술시장의 高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低평가되고 있는 古미술품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다음 날 尹哲圭 서울옥션 대표를 만났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의 가격이 굉장히 높아 일반인들은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낙찰된 작품들 가운데 10억원 이상 작품들이 주로 보도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미술품이 무척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많이 경매되는 작품들은 1000만원대입니다. 작년까지는 500만원대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옥션에서 작가 선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作故(작고)한 작가, 원로작가, 중견작가, 신인작가, 외국 경매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얻은 작가, 작품에 비해 사회적으로 低평가받고 있는 작가 등 10개 이상의 카테고리를 정해 작가를 선정합니다. 이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회의를 해서 작가를 선정합니다』
『호당 가격에서 작품당 가격으로』
─작품 가격은 어떻게 매기나요.
『외국에서는 작품당 가격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당 가격을 매깁니다. 서울옥션에서는 우리나라의 관행을 무시할 수 없어서 호당 위주로 가격을 매겨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도 점점 작품당 가격을 다르게 매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번 110회 경매에서는 동일 작가의 작품 중에 크기가 같은 작품이 여러 점 나왔는데, 가격은 각각 다르게 매겨졌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호」라는 것은 캔버스의 크기를 말한다. 「1호」는 엽서 한 장 크기를 말한다. 보통 30호를 기준으로 30호 미만은 소품이며, 호당 가격이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 작품은 호당 가격보다 작게 매겨지는 것이 관례다. 캔버스의 가로 폭에 따라 인물형·풍경형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작가라도 청년기·장년기·노년기 등 활동시기에 따라 작품 경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품 가격이 다르게 형성된다. 초기작품인지 전성기 작품인지에 따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가격 차이가 난다. 朴壽根 작품의 경우, 인물화인지, 풍경화인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제작된 시기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尹대표는 『인사동과 아트페어를 통해 직원들이 늘 작품 가격을 조사한다. 경매시장은 항상 시장을 인식해야 한다. 경매회사는 미술시장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매와 화랑의 미술품 구입의 차이는 공개성이다. 화랑에서 어떤 그림이 얼마에 거래되었는지는 컬렉터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다. 화랑에서 미술품을 구입할 때 화랑주나 작가와의 친분에 따라 싸게 살 수 있지만, 화랑과 친분관계가 없는 사람은 비싸게 살 수 있다.
반면에 경매는 공개된 시장이다. 경매회사를 통해 거래된 미술품의 가격이 매순간 공개되기 때문에 작가는 곧바로 평가를 받게 된다. 작가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호당 가격 체제가 경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무너지고 있는데, 작가들의 반발은 없나요.
『많이 있습니다. 작품의 가격이 낮게 매겨지면 작가들은 자신이 低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이 100점 있다면 그 작품의 가격을 다 똑같이 받을 수 없는 것이 경매입니다. 작품에 따라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매價는 작가의 작품 활동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한 가지 경향의 작품만 계속 그린다면 작가로서 역량이 축소된다. 마케팅의 천재인 피카소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칙에 따라 작품을 공개했으며, 컬렉터가 기존의 작품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을 것 같으면 새로운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그것이 피카소의 위대함이다.
미술품이 워낙 高價(고가)이다 보니 僞作(위작) 논란이 심심찮게 생긴다. 미술품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작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僞作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僞作 논란이 생기는 작품은 朴壽根·李仲燮·金煥基(김환기) 등 작품 가격이 높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얼마 전 朴壽根·李仲燮의 未(미)공개 작품 2000점이 검찰에서 僞作으로 판명되면서 한국 미술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옥션에서는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던 작품 5점 가운데 僞作 논란이 있는 4점은 환불해 주었다.
작가와 감정사 의견 다른 경우도
─서울옥션에서는 僞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회사에서는 3단계에 걸쳐 작품을 감정합니다. 먼저 작품을 위탁받았을 때 10~20명으로 구성되는 경매감정위원회에서 내부심사를 합니다. 이 위원회는 장르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위탁 작품은 감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眞品(진품)으로 감정해야만 경매에 출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감정위원회에서 의심나는 작품으로 확인을 요청하면 외부감정을 한 번 더 합니다. 중요 작가의 작품은 내부감정과 외부감정 이외에 작가가 생존한 경우에는 작가에게,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들에게 확인을 부탁합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僞作 시비는 발생한다. 감정사와 작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가 있다. 千鏡子 작품 「미인도」의 경우, 감정위원회에서는 眞品으로 감정했지만 작가 본인은 僞作이라고 판명했다.
尹哲圭 대표는 『감정위원회에서 감정을 했어도 작가가 30~40년 전 제작한 자신의 작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유족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작품 수는 작가에 따라 적게는 몇백 점부터 많게는 1만 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한다. 따라서 30~40년 전에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당시 진품인 줄 알고 구입했지만 몇 년 후 僞作으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서울옥션에서는 국제관례에 따라 3년간 배상을 해줍니다. 하지만 서울옥션은 미술 유통의 한 부분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경매회사에 僞作 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경매는 작가에게 직접 그림을 받아다가 파는 곳이 아닙니다. 경매회사는 위탁자에게 거래 수수료만 받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마치 경매회사가 僞作을 만들어 파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근래 미술품 僞作 논란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화랑에서 거래했을 때에는 僞作 문제가 생겨도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미술품 경매는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圖錄(도록)을 발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언론에 공개됩니다』
─경매 중 僞作 논란이 생기면 어떻게 조치합니까.
『문제가 제기되면 문제의 작품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善意(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경매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요.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합니다』
─서울옥션의 낙찰률은 어떤가요.
『평균 80%입니다』
미술시장에서 호당 100만원이라면 경매 시작 가격은 70만원부터 시작한다. 경매 도록을 보면 추정가가 써 있는데, 추정가는 낙찰 예상 금액을 말한다. 이번 서울옥션 110회 메이저 세일에서 朴壽根의 「노상의 사람들」은 추정가가 10억~15억원이 나왔다. 李仲燮의 油畵 「새와 애들」은 추정가 대신 「별도 문의」라고 써 있는데 이런 경우는 추정가를 정확하게 산정하지 못했을 경우다.
─이번 경매에 외국 작가의 작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미술시장 정보를 쉽게 얻게 된 컬렉터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시장이 커진 것이지요』
컬렉터는 미술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지키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컬렉터가 澗松 全瑩弼(간송 전형필)이다. 그는 컬렉터의 단계를 넘어 일본으로 유출되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 내기 위해 私財(사재)를 쏟아 부었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북돋웠다.
외국의 컬렉터 가운데는 페기 구겐하임이 유명하다. 그녀는 당시 생소했던 현대미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의 후원을 받았던 신진 작가 샤갈, 피카소, 칸딘스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은 후일 현대미술의 巨匠(거장)이 되었다.
경매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경매사다. 우리나라에는 10여 명의 경매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박혜경 수석경매사와 경매사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경매사로 활동했나요.
『1998년 서울옥션이 출범할 때부터 경매사로 활동했습니다. 초창기에는 홈쇼핑에서 그림을 팔았습니다. 당시 그림은 전시장에 가서 구입하는 것인 줄 알던 시절이어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경매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두 시간 정도입니다』
『낙찰 서약서에 사인 후 1주일 내 완불해야』
─경매에서 낙찰받았을 경우, 작품가격을 바로 지불해야 합니까.
『큰 금액이라 당일 전부 지불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직원이 현장에서 낙찰받은 사람에게 서약서에 사인을 받습니다. 사인한 후 1주일 이내에 完拂(완불)하면 됩니다. 낙찰가가 3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3주일 이내에 완불하면 됩니다』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합니까.
『네, 위탁자에게 작품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이어야만 합니다. 낙찰받은 후 1주일 안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낙찰이 취소됩니다』
─쇼핑 호스트처럼 경매사에 따라 구매 욕구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매사는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할 뿐입니다. 쇼핑 호스트처럼 미술품을 과대 포장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컬렉터들은 미술품에 대해 충분한 안목을 가지고 경매에 임하고 있어서 경매사의 말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주로 流札(유찰)됩니까.
『흔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들이 잘 유찰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정가가 높은 작품, 특히 위탁자가 자신이 원하는 가격 이하로는 절대로 팔 수 없다고 명시한 작품이 잘 유찰됩니다』
발품 팔면서 低價 미술품부터 구입하라
많은 사람들이 경매회사에서 모든 미술품을 팔아 주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경매회사는 돈이 되는 미술품만 경매할 뿐이다.
미술품이 투자가 되는 시대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현재 인기 작가라고 해서, 현재 작품값이 비싸다고 해서 그 평가가 死後(사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술품 투자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술품에 투자하려면 먼저 미술품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야 한다. 미술품을 감상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미술품을 보고 다니면 안목이 생긴다. 그 다음에 미술품을 구입해야 한다.
좋은 미술품을 수집하려면 발품을 들여 자신의 마음에 드는 低價의 미술품부터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低價의 미술품이라도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한다. 圖錄만 보고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무리 인쇄 기술이 발달했어도 原畵(원화)와 똑같은 색상과 느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발품 팔 시간이 없다면 미술품 경매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
미술품은 개인의 「소유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유일한 예술이다. 그래서 호사스러운 취미의 마지막 단계가 미술품 소장이다. 미술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세계 유일의 것」을 소장한다는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품 소장은 名品(명품) 쇼핑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술품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은 작품성과 희소성, 컬렉터의 선호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미술품 가격은 명품처럼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가 시대가 지나면서 잊혀지기도 하고, 당대에는 低평가받던 화가가 시대가 바뀌면서 인정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작가가 朴壽根(박수근)과 李仲燮(이중섭)이다. 두 사람은 생전에 미술계나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만 그들의 작품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死後(사후)에 두 사람의 작품은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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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朴壽根,「빨래터」 |
국내 最高價 작품, 朴壽根의 「빨래터」
세계적인 미술품 競賣(경매)회사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있다. 두 경매회사가 세계 미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 경매회사는 18세기 책 경매부터 시작했다. 정보 전달의 귀중한 수단이었던 책은 귀중품 취급을 받았다. 그 이후 경매 대상 물품은 예술품·보석·와인·가구·자동차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다. 서울옥션은 「가나 아트」, K옥션은 「현대 화랑」을 모체로 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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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仲燮,「새와 애들」 (목판, 유채, 49.2×33.5cm, 1953년) 낙찰가 15억원 |
朴壽根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엽서 몇 장 크기에 불과한 작품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나」 의구심을 표했다. 「세계 미술품 시장에서 朴壽根의 작품이 그 정도 가격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의심이 나왔다.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朴壽根의 작품은 세계 미술 컬렉터의 선호도와는 거리가 있다.
朴壽根과 李仲燮의 작품이 국내 경매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면,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印象派(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다. 고흐·르누아르·세잔 등의 작품이 특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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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환,「점으로부터」(캔버스, 혼합재료, 227×183cm, 150호, 1978년) 낙찰가 9억원 |
경매시장은 화가와 무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라고 해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가 개인 소장 작품 수보다 많다면 경매에서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두 번 다시 경매에 나오지 않으므로 개인이 소장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미술품 경매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畵廊(화랑)이 1970년대부터 등장했기 때문에 미술품 경매의 역사가 짧다.
경매시장을 통해 미술품 시장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外換(외환)위기 이후부터였다. 1970~1980년대 미술품 시장의 호황기에 높은 가격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던 기업들이 外換위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을 많이 내놓았다. 이 무렵 등장하기 시작한 경매회사들이 미술품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컬렉터가 화랑에서 구입했던 작품을 경매를 통해 다시 파는 일종의 中古(중고)시장이라 할 수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2차 시장이기 때문에 화가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에는 컬렉터가 화랑을 통해 그림을 구입했다가 그것을 되팔 시장이 없었다. 미술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화랑에서 경매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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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壽根,,「노상의 사람들」 (목판, 유채, 20×39.5cm, 1950년대) 낙찰가 10억원 |
李仲燮의 「새와 애들」 15억원에 낙찰
서울옥션에서는 지난 3월25일 올해 첫 번째이자 통산 110회 미술품 경매를 가졌다. 이날 경매에서는 272점의 미술품을 경매해 172점이 낙찰됐다. 낙찰총액은 149억4740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의 작품은 李仲燮의 「새와 애들」이었다. 이 작품은 15억원에 팔려, 국내에서 경매된 李仲燮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李仲燮의 「어린이와 새와 물고기」는 10억원에 낙찰됐다.
2위 작가는 10억원(추정가 10억~15억원)에 낙찰된 朴壽根의 「노상의 사람들」이었다. 朴壽根의 작품으로는 그밖에 「귀로」가 5억4000만원(추정가 5억~8억원), 「목련」이 3억원(추정가 3억~4억원)에 낙찰됐다.
3위를 차지한 이우환은「점으로부터」는 추정가(1억2000만~1억5000만원)의 6배인 9억원에 낙찰됐다. 千鏡子(천경자)의 「여인」은 5억원(추정가 5억~7억원)에, 김흥수의 「무제」는 추정가 2억50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4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지금까지 경매에서 팔린 김흥수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중국 작가들의 작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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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哲圭 서울옥션 대표. |
歐美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처럼 낙찰의 고배를 마신 반면, 위에민준(岳敏君), 정판즈(曾梵志), 장샤오강(張曉剛) 등 근래 주목받고 있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정판즈의 「앤디 워홀」은 5억1000만원(추정가 5억~6억원), 위에민준의 「삶」은 3억1000만원(추정가 2억7000만~3억2000만원), 위에민준의 「단지 속 남자」는 2억6000만원(추정가 2억6000만~3억원), 장샤오강의 「무제」는 3억3000만원(추정가 3억6000만~4억원)에 팔렸다.
古미술품으로 「십장생도」가 8억 8000만원에 낙찰돼 이날 출품된 古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尹哲圭(윤철규·51) 서울옥션 대표는 『근현대미술과 해외미술은 낙찰률이 75%가 넘었다. 하반기에는 미술시장의 高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低평가되고 있는 古미술품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다음 날 尹哲圭 서울옥션 대표를 만났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의 가격이 굉장히 높아 일반인들은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낙찰된 작품들 가운데 10억원 이상 작품들이 주로 보도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미술품이 무척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많이 경매되는 작품들은 1000만원대입니다. 작년까지는 500만원대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옥션에서 작가 선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作故(작고)한 작가, 원로작가, 중견작가, 신인작가, 외국 경매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얻은 작가, 작품에 비해 사회적으로 低평가받고 있는 작가 등 10개 이상의 카테고리를 정해 작가를 선정합니다. 이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회의를 해서 작가를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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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디 워홀,「달러 사인」(캔버스 실크스크린, 50×40cm, 1981년) 낙찰가 5억5000만원 |
『호당 가격에서 작품당 가격으로』
─작품 가격은 어떻게 매기나요.
『외국에서는 작품당 가격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당 가격을 매깁니다. 서울옥션에서는 우리나라의 관행을 무시할 수 없어서 호당 위주로 가격을 매겨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도 점점 작품당 가격을 다르게 매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번 110회 경매에서는 동일 작가의 작품 중에 크기가 같은 작품이 여러 점 나왔는데, 가격은 각각 다르게 매겨졌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호」라는 것은 캔버스의 크기를 말한다. 「1호」는 엽서 한 장 크기를 말한다. 보통 30호를 기준으로 30호 미만은 소품이며, 호당 가격이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 작품은 호당 가격보다 작게 매겨지는 것이 관례다. 캔버스의 가로 폭에 따라 인물형·풍경형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작가라도 청년기·장년기·노년기 등 활동시기에 따라 작품 경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품 가격이 다르게 형성된다. 초기작품인지 전성기 작품인지에 따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가격 차이가 난다. 朴壽根 작품의 경우, 인물화인지, 풍경화인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제작된 시기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尹대표는 『인사동과 아트페어를 통해 직원들이 늘 작품 가격을 조사한다. 경매시장은 항상 시장을 인식해야 한다. 경매회사는 미술시장을 리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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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판즈,「앤디 워홀」(캔버스 유채, 130×110cm, 2005년) 낙찰가 5억1000만원 |
반면에 경매는 공개된 시장이다. 경매회사를 통해 거래된 미술품의 가격이 매순간 공개되기 때문에 작가는 곧바로 평가를 받게 된다. 작가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호당 가격 체제가 경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무너지고 있는데, 작가들의 반발은 없나요.
『많이 있습니다. 작품의 가격이 낮게 매겨지면 작가들은 자신이 低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이 100점 있다면 그 작품의 가격을 다 똑같이 받을 수 없는 것이 경매입니다. 작품에 따라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매價는 작가의 작품 활동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한 가지 경향의 작품만 계속 그린다면 작가로서 역량이 축소된다. 마케팅의 천재인 피카소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칙에 따라 작품을 공개했으며, 컬렉터가 기존의 작품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을 것 같으면 새로운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그것이 피카소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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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엔민준,「삶」(캔버스 유채, 80×80cm, 1999년) 낙찰가 3억1000만원 |
얼마 전 朴壽根·李仲燮의 未(미)공개 작품 2000점이 검찰에서 僞作으로 판명되면서 한국 미술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옥션에서는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던 작품 5점 가운데 僞作 논란이 있는 4점은 환불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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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千鏡子,「여인」(종이에 석채, 채색, 46.8×34.8cm, 8호, 1982년) 낙찰가 5억원 |
작가와 감정사 의견 다른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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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경 수석경매사. |
『우리 회사에서는 3단계에 걸쳐 작품을 감정합니다. 먼저 작품을 위탁받았을 때 10~20명으로 구성되는 경매감정위원회에서 내부심사를 합니다. 이 위원회는 장르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위탁 작품은 감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眞品(진품)으로 감정해야만 경매에 출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감정위원회에서 의심나는 작품으로 확인을 요청하면 외부감정을 한 번 더 합니다. 중요 작가의 작품은 내부감정과 외부감정 이외에 작가가 생존한 경우에는 작가에게,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들에게 확인을 부탁합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僞作 시비는 발생한다. 감정사와 작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가 있다. 千鏡子 작품 「미인도」의 경우, 감정위원회에서는 眞品으로 감정했지만 작가 본인은 僞作이라고 판명했다.
尹哲圭 대표는 『감정위원회에서 감정을 했어도 작가가 30~40년 전 제작한 자신의 작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유족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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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샤오강,「무제」(캔버스 유채, 39.8×30cm, 1997년) 낙찰가 3억3000만원 |
─당시 진품인 줄 알고 구입했지만 몇 년 후 僞作으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서울옥션에서는 국제관례에 따라 3년간 배상을 해줍니다. 하지만 서울옥션은 미술 유통의 한 부분을 맡고 있을 뿐입니다. 경매회사에 僞作 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경매는 작가에게 직접 그림을 받아다가 파는 곳이 아닙니다. 경매회사는 위탁자에게 거래 수수료만 받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마치 경매회사가 僞作을 만들어 파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근래 미술품 僞作 논란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화랑에서 거래했을 때에는 僞作 문제가 생겨도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미술품 경매는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圖錄(도록)을 발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언론에 공개됩니다』
─경매 중 僞作 논란이 생기면 어떻게 조치합니까.
『문제가 제기되면 문제의 작품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善意(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경매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요.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합니다』
─서울옥션의 낙찰률은 어떤가요.
『평균 8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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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 리히텐슈타인「대그우드」(목판화, 석판화 130×91cm, 1984년) 추정가 4000만~6000만원. 유찰 |
─이번 경매에 외국 작가의 작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미술시장 정보를 쉽게 얻게 된 컬렉터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시장이 커진 것이지요』
컬렉터는 미술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지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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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필 |
외국의 컬렉터 가운데는 페기 구겐하임이 유명하다. 그녀는 당시 생소했던 현대미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의 후원을 받았던 신진 작가 샤갈, 피카소, 칸딘스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은 후일 현대미술의 巨匠(거장)이 되었다.
경매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경매사다. 우리나라에는 10여 명의 경매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박혜경 수석경매사와 경매사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경매사로 활동했나요.
『1998년 서울옥션이 출범할 때부터 경매사로 활동했습니다. 초창기에는 홈쇼핑에서 그림을 팔았습니다. 당시 그림은 전시장에 가서 구입하는 것인 줄 알던 시절이어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경매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두 시간 정도입니다』
『낙찰 서약서에 사인 후 1주일 내 완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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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기 구겐하임 |
『큰 금액이라 당일 전부 지불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직원이 현장에서 낙찰받은 사람에게 서약서에 사인을 받습니다. 사인한 후 1주일 이내에 完拂(완불)하면 됩니다. 낙찰가가 3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3주일 이내에 완불하면 됩니다』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합니까.
『네, 위탁자에게 작품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이어야만 합니다. 낙찰받은 후 1주일 안으로 지불하지 않으면 낙찰이 취소됩니다』
─쇼핑 호스트처럼 경매사에 따라 구매 욕구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매사는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할 뿐입니다. 쇼핑 호스트처럼 미술품을 과대 포장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컬렉터들은 미술품에 대해 충분한 안목을 가지고 경매에 임하고 있어서 경매사의 말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주로 流札(유찰)됩니까.
『흔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들이 잘 유찰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정가가 높은 작품, 특히 위탁자가 자신이 원하는 가격 이하로는 절대로 팔 수 없다고 명시한 작품이 잘 유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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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 샤갈,「파리 하늘의 연인」(캔버스 유채, 65×81cm, 1981년) 추정가 13억~18억원. 유찰 |
발품 팔면서 低價 미술품부터 구입하라
많은 사람들이 경매회사에서 모든 미술품을 팔아 주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경매회사는 돈이 되는 미술품만 경매할 뿐이다.
미술품이 투자가 되는 시대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현재 인기 작가라고 해서, 현재 작품값이 비싸다고 해서 그 평가가 死後(사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술품 투자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술품에 투자하려면 먼저 미술품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야 한다. 미술품을 감상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미술품을 보고 다니면 안목이 생긴다. 그 다음에 미술품을 구입해야 한다.
좋은 미술품을 수집하려면 발품을 들여 자신의 마음에 드는 低價의 미술품부터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低價의 미술품이라도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한다. 圖錄만 보고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무리 인쇄 기술이 발달했어도 原畵(원화)와 똑같은 색상과 느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발품 팔 시간이 없다면 미술품 경매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