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위키피디아」창업자 지미 웨일스의 미래예측 : 월간조선

지난 2월 중순 「글로벌이노베이션 제주포럼」에 참석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창업자 지미 웨일스와 만났다. 그는 제주포럼에서 「미래 사회변화와 위키피디아」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나는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매주 이메일을 보내 설득했다.

제주에서 만난 그의 노트북은 애플社(사)의 것으로 온갖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꼭 젊은이들의 노트북처럼 보였다. 그는 검은색 골덴바지나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그는 수줍음을 타고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웹2.0」이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창조한 콘텐츠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인터넷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뜻한다. 동영상 共有(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누구나 자료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웹2.0 시대의 대표 기업들이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만든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업자 지미 웨일스는 웹2.0 시대의 영웅들로 꼽힌다.

지미 웨일스가 제주에 왔을 때, 그 후 그와 이메일을 통해 미래 지식사회의 모습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백과사전은 과격해야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가 모토인 것으로 안다. 당신이 「인류의 지식전달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늘 「理想的(이상적)인 백과사전은 과격해야 한다. 안전한 것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찰스 반도렌의 1962년 발언을 자주 인용한다. 위키피디아의 목표는 「지구인의 지식共有(공유)」 즉, 지구인 모두가 인류 지식의 종합을 공짜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몇 년 후면 「마이크로 소프트」와 「구글」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위키피디아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주식시장의 중개인으로 일하다가 2001년 인터넷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인터넷이 미래산업의 핵임을 감지했다. 인터넷이 점차 「오픈소스化」, 즉 無料化(무료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미래전략을 세웠다.

위키피디아는 구글이나 야후와 다르다. 위키피디아에는 누구나 들어와 내용을 올리고, 내용을 검색하고,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창조적 활동공간을 함께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위키피디아를 「집단지성」이라고 말한다.

『나는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개개인의 지성을 믿는다. 여러 사람들의 지성을 가지고 협력은 가능하다고 본다. 개개인의 지성이 협력해 크게 부흥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든 것이다. 앞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는 결국 오픈 소스, 즉 무료로 간다고 본다.

인터넷 산업은 아직 원시적인 단계다. 이제 겨우 집단 또는 개개인의 커뮤니티가 효과적으로 협동하는 기본개념을 만들었을 뿐이다. 앞으로 흥미 있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위키피디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현재 세계 9위의 인기 포털이다. 독일에서 8위, 인도에서 10위, 일본에서 9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올라 있는 정보의 量(양)은 얼마나 되나.

『영어 정보는 230만 건, 독어·프랑스어 정보는 50만 건, 일본어·네덜란드·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폴란드 등의 정보는 25만 건 정도 된다. 한글 정보는 5만4000여 건 정도다. 위키피디아는 데이터를 집적하는 「데이터 덤프」가 아니라, 인간 지식 중 중요 사안만 요약한 「백과사전」이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중립적』

─미래에 세계 최대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하나 알려 달라.

『부자가 된다, 파워를 가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냥 일을 즐기기 때문에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회사를 차릴 때, 우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작해야 성공한다. 돈만 생각한다면 일이 너무 고되므로 인터넷 회사를 차리는 것은 좋지 않다』

─「위키피디아가 더 커지면 주민합의 시스템, 즉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의견규합의 場(장)이 될 수 있다」는 미래예측이 있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중립적이다. 권력에 관심이 없고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더 싸고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걸 위해 「위키아」를 만들었고, 위키아는 위키피디아와는 무관한 새로운 독립적인 회사다』

─위키피디아가 「세계대학」, 「세계지식포털」, 「세계정부」로 커지는 건가. 케빈 켈리 「와이어드」지 편집인은 「온라인으로 백과사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망에 대해 「아마추어들이 글을 올려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케빈 켈리 기자를 잘 안다. 나와 몇 번 만났는데,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한번 검색해 봐야겠다. 그런 말을 했더라도 지금은 아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유엔미래포럼」(www.unfuture.org)은 「위키아 클럽」을 만들었다. 회원이 2만여 명이고, 매일 5000명 정도가 들어와 두세 시간씩 보내다 간다. 미래에 대한 정보가 이곳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가.

『관심이 크다. 위키아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이뤄지기 때문에 人爲的(인위적)인 방향제시가 없다. 위키아에 한국어 공동체가 많아졌으면 한다』

문자시대→인터넷시대→음성인식시대로

─「워싱턴 포스트」 기자 수잔 자코비는 지난 2월 출간된 「미국의 非이성 시대」라는 책에서 미국인들이 지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反지성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당신은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반박글에서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다. 미국인들은 인터넷에 지식과 정보를 올리고 이를 세계적으로 공유한다. 하루에 수백만 명이 150여 개 언어로 위키피디아를 통해 지식을 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문자시대」가 가고 「인터넷시대」에서 「口語(구어)시대」, 즉 음성인식 기기로 모든 것을 음성으로 듣고 해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검색엔진 「위키아」의 등장

─오픈소스 검색엔진 프로젝트 「위키아」가 지난 1월7일 일반 사용자들에게 공개됐다. 「위키아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편집을 허락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둔 위키피디아式 집단 지성 모델을 검색엔진에서 구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키아가 구글과 야후의 검색모델을 넘어설 수 있는가.

『위키아가 단시일 내에 구글이나 다른 검색엔진의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키아 검색엔진의 출현으로 2~3개의 메인 검색엔진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全세계 사람들이 정보를 수정해서 입력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엄청난 정보를 보유할 것이다. 그럴 경우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가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언제 주식시장에 상장되나. 마이크로 소프트가 야후를 합병한다고 하는데, 위키피디아가 야후를 합병하는 날이 올까.

『우리는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데 정신이 없다. 나는 지금 「위키북스」, 「위키버시티」를 만들고 있는데 非영리재단이다.

위키북스는 위키피디아에 넣을 수 없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넣어 두는 곳이다. 야후를 합병하려면 440억 달러가 든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돈이 없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야후를 어떻게 합병하는지 한번 지켜보겠다』

─당신은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이고, 위키아는 도서관이라고 했다. 위키아를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인가.

『돈을 번다는 생각은 크게 없다. 지금 이렇게 티셔츠나 입고 다니는데 돈이 뭐 그렇게 필요하겠는가.

위키아의 경우, 컴퓨터 게임 쪽에 많은 이용객이 들어온다. 위키아는 뉴욕에 「암체어GM.com」을 운영하고 있는데, 체육인들과 스포츠팬들이 많이 이용한다. 여기서는 스포츠 스타의 인기 순위를 매기고, 스포츠 기사와 이야기를 평가한다. 연예오락 사이트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철학이 있다면.

『지식을 만들고 저장해 지식기반을 만들고, 인류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개개인의 홈페이지 시대가 가고 여러 사람이 함께 무엇을 만드는 추세로 가고 있다.

유튜브는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올리지만, 서로 공동협력하는 모습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더 큰 공동협력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성공하는 회사·기관은 잡종이 되어야 』

한글판 위키피디아.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위키아에 한글 정보가 적다. 겨우 5만4000여 개의 한글 문서가 올라와 있다. 인터넷 초고속망이 가장 잘 깔린 나라가 한국이고, 영어 사용 인구가 제법 많은데도 한글 정보가 적게 올라오는 것은 한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배용준 이야기」를 위키피디아에서 본 적 있다. 영어로 작성된 배용준 관련 정보는 길이가 꽤 긴데 한글로 작성된 정보는 분량이 적었다. 일본어로 된 배용준 관련 정보가 가장 양이 많아 놀라웠다』

─「성공의 비법」을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 준다면.

『성공하려는 회사나 기관은 잡종이 돼야 한다. 공동체 의사를 반영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미디어는 살아남겠지만, 「인터넷은 나쁘다」, 「인터넷은 다 엉망이다」라고 생각하는 미디어는 사망할 것이다. 위키아는 공동체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2030년경 대학들이 온라인 가상현실 혹은 라디오로 이동한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예측이다.

『엄청난 정보용량을 제공받게 돼 「공부하러 가자」고 하면서 집으로 가고, 「놀러 가자」고 하면서 학교에 가게 된다』고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회장은 예견한다. 당신은 『위키버시티가 결국 세계통합대학으로 가는 前단계이며, 여기에 올라오는 강좌들을 라디오로 低개발국가에 무료 제공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편이 죽고, 전보가 죽고, 축음기가 죽고 신문이 곧 죽을 것이다. TV는 진화할 것이다. 다만, 라디오는 죽지 않고 많은 지식전수에 사용되면서 살아남을 것이다. 라디오방송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아프리카 사람에게 MIT·하버드 등의 교육을 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미 자신들의 강의를 웹에 공짜로 올리고 있다. 우리는 그 교육 콘텐츠를 전달만 하는 것이다』

─결국 대학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얘기인가.

『대학이 온라인, 웹으로 가겠지만, 교육은 학교에서 이뤄질 것이다.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서로 협력하고 함께 피부를 맞대는 것은 계속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연예인 기질이 있는 교수가 수십만 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교수채용 비용에서 줄어든 돈으로 더 좋은 교육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교수들은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학생 한 명에 교수 한 명이 붙어서 교육하는 「일대일」 교수법이 유행할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국가의 힘 필요없어』

제주공항에서 만난 지미 웨일스와 박영숙씨.

─미디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컴퓨터와 TV, 전화가 하나로 융합될 것이다. 그렇다고 TV가 사라지는 않을 것이다. 큰 변화는 디지털化이다. TV를 보면서 컴퓨터 하드웨어에 영화를 저장하고, 컴퓨터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연예·오락 관련 미디어는 살아남을 것이다』

─「다보스포럼」 발표에 의하면, 기업의 권력이 현재는 14.3%이고 국가의 권력이 69.3%이지만, 2030년이 되면 역전돼 기업의 힘이 85.7%, 국가권력은 30.7%로 감소한다고 보았다. 개개인의 권력은 현재 16.8%이지만 2030년에는 83.2%, 온라인 네트워크 그룹의 힘은 현재 18.1%에서 81.9%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요즈음 100大 기업의 수명은 더욱 짧아져서 35년이 평균수명이라고 한다. 특히 현재 1위를 달리는 구글마저 곧 경쟁력을 잃고, 교육포털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지난번 다보스포럼에 참가했다. 그런데, 2030년이면 기업의 힘이 세지고 국가의 힘이 거의 소멸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몰랐다.

아무튼 미래사회는 국가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나 기업과 정부의 중간자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골 사립학교 운영한 할머니 존경』

─미래예측을 믿지 않아 망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닥」이다. 1970년대 초부터 「모든 방송이나 영상미디어가 디지털化할 것이며, 디지털카메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코닥은 이를 무시했다가 지금 死境(사경)을 헤매고 있다. 위키피디아를 만들 때 이런 미래예측을 했는가.

『나는 미래예측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 친구들과 매일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갈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키아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처음부터 다국적 기업이었다. 미래에는 다국적 기업·국제적 기업이라는 어휘가 사라질 것이다. 기업은 모두 다국적 기업이고 국제적 기업일 수밖에 없다. 하나로 연결된 사회로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오는 지식은 국경이 없다』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작은 시골 사립학교를 운영했던 할머니를 가장 존경한다. 그 다음은 로렌스 레식 스탠포드大 법대교수를 존경한다. 그는 知的(지적) 소유권 문제에서 「창조적 공동이익」이 중요하고, 지식공유 활동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이다』●

▣ 지미 웨일스는 누구인가?

지미 웨일스(42)는 「위키피디아」를 설립한 미국의 인터넷 사업가다. 웨일스의 아버지는 슈퍼마켓을 경영했고, 어머니 도리스와 할머니는 사립학교를 운영했다.

웨일스가 대학준비 학교인 랜돌프 스쿨에 다니면서 학생들이 함께 이용하는 웹사이트 컴퓨터 랩을 만든 것이 위키피디아의 시초가 됐다. 그후 그는 오번大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앨라배마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디애나大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웨일스는 2001년 래리 생거와 함께 무료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설립해 「웹2.0 시대」를 열었다. 2004년에는 무료 웹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회사 「위키아」를, 2006년에는 同性愛者(동성애자) 결혼이나 환경보호와 같은 정치적 문제만을 취급하는 「위키웹사이트」를 개설했다.

현재 非영리법인인 위키재단과 위키아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타임」誌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