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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실태 보고] 임신 중인 여의사 A씨 등 싱글맘 3명의 증언

남편은 NO, 아이만 OK
「처녀 엄마」가 되려는 여성들이 불임클리닉에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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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代 후반 여의사 A씨(미혼)
의과대학 선배의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 (임신 7개월째)
『사귀던 남자의 아기를 가지면 「결혼하자」고 달려들 것 아니에요. 나중에 자기 아이인 줄 알면 친권 문제가 생기잖아요. 피곤한 일이지 않아요?』

40代 초반 대학 시간강사 B씨(7년 결혼생활 후 이혼)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확보해서 시험관 시술. (임신 9개월째)
『선을 몇 번 봤는데 다들 전처 자식이 있어서 아이들을 원치 않았어요. 저는 아이를 너무 좋아해요. 호주제가 폐지돼서 큰 힘이 됐어요. 아이에겐 제 성을 줄 겁니다』

30代 후반 식당 경영 C씨(미혼)
사귀는 유부남의 정자를 고환에서 추출해 시험관 시술. (임신 4개월째)
『그이가 정관수술을 했어요. 복원 수술했다가 부인에게 들킬 염려가 있잖아요. 만약 그이가 제공해 주지 않았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는 아기를 가졌을 거예요』

이성구 대구마리아병원 원장
이경민 자유기고가(취재·집필 지원)
불임클리닉을 찾은 수상한 여자들
결혼은 원치 않으면서 아기는 가지려는「미스맘」을 다룬 SBS 드라마「불량커플」의 한 장면.
  『의료보험증에 남편과 함께 올라가 있지 않나요』(병원 측)
 
  『맞벌이라서 직장보험에 따로 들고 있어요』
 
  『그럼, 두 사람이 함께 등재된 주민등록등본을 보여 주세요』(병원 측)
 
  『(남편과) 주소지가 따로 되어 있는데…』
 
  『인공수정을 하려면 부부란 걸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 주민등록등본이 없으면 호적등본이라도 보여 주세요』(병원측)
 
  『저… 사실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불임클리닉 접수창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상담 수간호사들은 『하루에 한두 명, 혼인신고가 안 된 여성이 인공수정을 요청한다』고 한다. 과연 이 여성들은 자신들의 말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일까?
 
  그녀들은 혼인신고가 안 된 이유를 주로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시댁의 반대로 어쩔 수 없었어요』
 
  『남편의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라 위장 이혼을 해놓은 상태예요』
 
  『두 분 형님이 아직 결혼 전이라 (혼인신고를) 못 했어요』
 
  『내년에 혼인신고할 거예요』
 
  『재혼인데, 제가 순직한 전남편의 연금을 받아서 호적을 옮길 수 없어요』
 
  이 여성들은 남편 이외 남자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으려는 여성으로 추정된다. 병원 입장으로선 그들이 혼인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사실혼 부부인지, 아니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가장한 사연인지 알 길이 없다.
 
  병원이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이들의 사연을 일일이 파악하거나 확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수경 커밍아웃의 충격
 
「싱글맘」선언을 한 MC 허수경. 두 번 이혼한 그녀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임클리닉에서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할 수 없는 부부에게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준다. 인공수정은 자궁 안에 정자를 넣어 주는 의료 행위다. 남편의 정자 수가 정상이고, 아내의 나팔관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인공수정에 착수한다.
 
  남편의 정자 수가 적거나 아내의 나팔관 기능이 나쁘거나 막혀 있을 때, 또는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4~6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안 될 때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게 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후 수정란을 자궁 안에 넣어 주는 의료 행위이다.
 
  최근 두 번 이혼하고 혼자 사는 MC 허수경씨가 「남편 없이 아이를 가졌다」고 「싱글맘」 선언을 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그녀는 두 번의 자궁외 임신으로 나팔관을 제거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를 가지려면 시험관아기 시술 밖에 도리가 없었다.
 
  현재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허씨는 의료기관에서 그 어떤 시술도 받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녀는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했다』고 고백했다.
 
  현재 정자를 기증하고, 기증받는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생명윤리법」에 시험관아기 시술과 같은 체외수정을 하는 경우, 병원이 정자와 난자를 채취할 때 배우자와 본인에게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내 불임클리닉에서는 남편이 무정자증인 경우에 한해서,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정자를 이용해 시술하고 있다. 두 사람이 합법적인 부부인지 여부를 법이 아니라, 병원 측이 따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자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제처 심사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하면 미국과 달리 독신 여성이나 「동성애 부부」는 정자은행 근처에 얼씬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세 명의 예비 싱글맘을 찾아내다
 
  수소문 끝에 세 명의 예비 싱글맘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이 자신의 사연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 것은 전적으로 허수경씨 덕분이었다.
 
  여의사 A씨는 서울 시내의 한 불임클리닉에서 세 차례의 시험관아기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9월 초 현재 그녀는 임신 7개월이다. A씨는 『내 신원을 절대 공개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30代 후반인 그녀는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다.
 
  ―정자은행을 이용하셨나요.
 
  『아니오, 동창의 주선으로 의대 출신 선배의 정자를 제공받았어요』
 
  ―자연임신을 하지, 왜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을 하셨나요.
 
  『저는 허수경씨와 같은 경우에요. 나팔관이 양쪽 다 막혀서 시험관시술밖에 길이 없었거든요. 결혼한 경력은 없는데 5년간 사귀던 사람은 있었어요. 의사였죠. 그 남자는 자신의 부모가 원하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했어요』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 되잖습니까.
 
  『아니오,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 차요. 지방대 의대를 나온 남자들은 바라는 게 많고, 유명대 의대를 나온 남자들은 제가 또 싫어요. 월급쟁이는 싫고…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요. 결혼은 안 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으면 더 좋지 않나요.
 
  『그건 동화 속 이야기고요. 제가 결혼하려면 할 수 있어요. 집도 있죠. 수입이 괜찮아요. 그런데 다 남 좋은 일이에요. 제가 자연임신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자연임신을 하려면 사귀는 사람과 꾸준히 性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리고 사귀던 남자의 아이를 가지면, 「결혼하자」고 달려들 것 아니에요. 혹시 나중에 자기 아이가 태어난 것을 알면 「친권」 문제로 분쟁이 생길 게 뻔하잖아요. 피곤한 일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도 싱글맘이 되기로 마음 먹기가 힘들었을 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남기셨어요. 얼마든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오빠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별로 연락이 없고요. 결혼하려고 몇 년 전까지 선을 봤어요. 여의사를 봉으로 아는 남자는 정말 질색이에요. 잘난 척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비위를 다 맞추며 산다는 게 피곤하고,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용감하게 선택했죠』
 
2005년 2월 호주제 폐지 환영 기자회견을 하는 여성단체 관계자들.
 
  『의대 선배의 정자 기증 받아』
 
  ―부부가 아니면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안 해줄 텐데요.
 
  『이 부분은 말하기 곤란한데, 병원 측은 그런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제가 병원에 의대 남자 선배와 함께 갔을 때 부부인 줄 알더군요. 의사가 차마… 뭐 이런 식이겠지요』
 
  ―그 선배가 자신의 정자를 선뜻 제공해 주려고 하던가요
 
  『의대 출신들, 답답하지 않아요. 오히려 편해요. 평소 알고 지낸 동창에게 말해서 선배를 소개받았어요. 키가 훤칠하고 단정한 사람입니다. 의대 다닐 때 20번이나 정자은행에 정자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정자를 기증받는 데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그 선배가 제게 각서를 한 장 받았죠. 「아이의 아버지임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고, 아이를 미끼로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그런 각서까지 쓰면서 임신을 하고 싶었나요.
 
  『그럼요. 저는 결혼은 하지 않아도 아기를 낳고 싶었어요. 예쁘잖아요』
 
  ―시험관아기 시술 세 번째에 성공하셨다고 들었어요. 난자를 채취하는 데 힘들지 않던가요.
 
  『저는 난소 기능이 떨어져서 배란을 촉진하는 과배란 주사를 맞았는데 난자를 2~3개 겨우 채취할 수 있었어요. 병원생활에 힘들지 않게 표시 없이 잘 했는데…』
 
  ―한국에서 아기를 낳을 예정이세요.
 
  『아뇨, 잠깐 외국에 나가려고요』
 
  ―나중에 「싱글맘」인 게 소문이 나면 어떡하려고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걱정했다면 아예 시도하지 않았을 거예요』
 
  ―나중에 아이가 커서 아버지를 찾으면 뭐라고 하실 생각입니까.
 
  『헤어졌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요』
 
 
  『호주제 폐지가 큰 힘이 됐다』
 
딕 체니 美 부통령의 딸 메어리 체니. 동성연애자인 그녀는 同性결혼을 한 후,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았다.
  B씨는 한 차례 이혼한 경력이 있다. 40代 초반으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여성이었다. 임신 9개월째 접어든 그녀를 직접 만났다. 그녀는 165cm 키에 단정한 용모였다. 외제 승용차를 타고 나온 그녀는 명품 핸드백 「에르메스」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따지는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고, 知的(지적)으로 보였다. 어떻게 그녀는 사회 통념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과격한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궁금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B씨 역시 부모가 가까이 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재혼하셨어요. 오빠 가족과 미국에서 살고 있어요. 저는 프리해요.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를 제 앞으로 해주셨어요. 또 건물 세가 나오는 게 좀 있어요. 월급쟁이 이상으로 수입이 있어요. 결혼생활을 7년간 했는데 아기가 생기질 않았어요. 제가 아기를 무척 좋아해요. 불임클리닉에 가서 검사를 해봤더니 남편이 무정자증이라고 하더군요. 남편은 「정자은행을 이용해서 아기를 낳을 순 없다」고 우울해했죠. 그러다가 헤어진 거예요.
 
  저는 정자은행을 이용해서라도 낳고 싶었어요. 이혼한 지 1년쯤 지나서 부부임을 입증하기 위해 前남편과의 호적등본을 들고 불임클리닉에 갔어요. 그런데 불임클리닉에서는 서류를 보자는 말도 안 해요. 병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남편 명의의 동의서 등을 가짜로 만들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았어요』
 
  ―前남편이 무정자증이어서 아이를 갖지 못했다면, 재혼해서 자연임신을 할 수 있었지 않았습니까. 재혼을 생각해 보지 그랬습니까.
 
  『선을 몇 번 봤는데 40代 후반, 50代 초반의 남자들이었어요. 다들 전처 자식이 있어서 자식을 원하지 않았어요. 남자들이 자식을 골치 아파하죠』
 
  ―그야 결혼해서 마음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요.
 
  『아뇨, 피곤하게 살기 싫어서요. 박사학위가 결혼에 장애물인 거 아세요?』
 
  ―정말인가요.
 
  『재혼할 땐 더 그래요.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보다 착하게 가정 꾸려 줄 여자를 선호해요』
 
  ―병원 측에서 까다롭게 서류를 검토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던데요. 의료보험증도 예전 것을 가지고 갔어요. 주민등록등본과 호적등본을 혹시나 해서 예전 것으로 가지고 갔죠. 남편은 미국에 학위 때문에 나가 있다고 했어요. 이해하던걸요』
 
  ―정자은행을 이용할 때 남편의 동의서가 필요한데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글자체 바꿔서 제출했더니 별 의미 없이 접수하던데요. 서류란 게 다 형식이잖아요』
 
 
  『아이에게 내 姓을 주겠다』
 
  ―아이를 낳고 나서 학교에서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을까요.
 
  『요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편부모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이혼을 했잖아요. 前남편의 아이인 줄 알겠죠. 요즘 혼자 사는 게 흠이 아니잖아요』
 
  ―재혼 생각은 안 합니까.
 
  『할 수 있으면 할 생각인데… 결혼 너무 골치 아프지 않아요?』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려고요.
 
  『헤어졌다고 하죠. 저는 「아빠가 무정자증이었고 너를 정자은행에서 제공받았다」고 할 건데요. 아이에겐 아빠가 누구였느냐보다, 좋은 환경이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아이의 호적은 어떻게 할 겁니까.
 
  『남편의 호적에 아이를 올려야 하는 호주제가 계속됐다면 이런 결정을 못 했을 거예요. 호주제가 폐지된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아이에게 제 姓(성)을 줄 거예요』
 
 
  『혼자서 평생 키울 각오가 돼 있다』
 
  C씨는 수도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30代 후반인 그녀는 평소 사귀던 유부남의 정자를 기증받아서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을 했다. 9월 초 현재 임신 5개월째다.
 
  ―자연임신이 가능한 나이 아닌가요.
 
  『그이가 정관수술을 했어요』
 
  ―정관수술한 걸 풀어서 임신할 수 있잖아요.
 
  『번거롭고, 수술했다가 부인에게 들킬 염려가 있잖아요. 요즘은 정관수술을 했어도 정자를 고환에서 바로 채취할 수 있거든요』
 
  ―고환에서 주사기로 정자를 추출하였나요.
 
  『그럴걸요. 하루 정도 출장을 간다고 하고 저와 있었어요. 저는 아기를 꼭 낳고 싶고, 혼자서 평생 키울 각오가 되어 있어요. 만약 그이가 제공해 주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아기를 낳았을 거예요. 자식을 키우는 데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부모가 있어도 헤어진 경우가 얼마나 많아요. 이런저런 사정이 다 있는 건데, 독신여성이 아기를 낳아서 잘 키울 수만 있다면 키워도 되지 않아요?』
 
  ―부모님이 알면 어떡하려고요.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막내예요. 언니만 둘 있는데… 사는 게 바빠서 연락을 하고 살지 않아요. 대충 이야기할 생각이에요』
 
  ―부부가 아닌데 어떻게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습니까.
 
  『그의 아내가 저와 비슷한 나이예요. 부인 이름으로 병원에 간 거죠. 늦둥이를 낳고 싶다고…』
 
  ―그런 방법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불임여성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트가 많아요. 거기에 들어가서 물어보면 「어느 병원은 부부 확인이 허술하다」, 「어느 병원은 까다롭다」고 다 나와요. 요즘은 대리모를 해주는 여자가 많잖아요. 별의별 사이트가 다 있어요. 동아리 형식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얻기 쉬워졌죠』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나요.
 
  『별로… 정관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자연임신으로 임신을 할 수 있었을 건데요. 뭘…』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아직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제 임신 5개월인데요』
 
  ―남자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을 건가요.
 
  『아니오, 저는 혼자서 키울 수 있어요』
 
  ―사회의 시선이 두렵지 않나요.
 
  『요즘 엄마와 둘만 사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결혼하고서도 아이를 안 낳는 세상인데, 저희 같은 여성이 낳아서 키우겠다는데… 사회가 막으면 안 되잖아요. 低출산 걱정하는데 아이 낳아서 키우는 건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안 그래요?』
 
  미국이 「미스맘(Miss Mom)」의 경우라면, 한국은 「싱글맘(Single Mom)」의 형태다.
 
  미스맘은 자유의사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와의 性관계 없이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해서 출산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말한다. 반면, 싱글맘은 배우자의 사망·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형태다.
 
  국내 싱글맘의 경우 정자은행을 이용해서 임신하는 케이스는 희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평소 알고 지낸 동창 혹은 사귀는 남성이나 소개받은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거나 결혼관계임을 위장해서 시술을 받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왜 자연임신이 아닌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에 의존할까? 강남의 M불임병원에 근무하는 상담전문 간호사의 얘기다.
 
 
  『남자는 한 번만 병원 방문하면 끝』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흑인 소녀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벌이는 소동을 그린 영화「메이드 인 아메리카」.
  『상담만 받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대개 나이가 마흔 살 전후의 여성이더군요. 자연임신이 잘 안 되는 나이代라고 볼 수 있어요. 남자와의 정상적인 性관계에서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대개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이었어요. 주로 남편이 외국에 있다거나 지방에 있다고 말해요. 나이 때문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거죠. 요즘 시험관 시술이 홍보가 잘 되어 있어서 많이 원해요.
 
  기혼여성이 아닌 게 들통 나면 병원에서 안 해 주려고 하죠. 유부남의 아이를 만들어 주거나, 아빠 없는 아이를 만드는 일에 흔쾌히 동조해 줄 의료인이 어디 많겠어요. 하지만 속이려고 작정한 여성들에겐 병원이 도리 없어요.
 
  남자는 정액 채취를 할 때 한 번만 병원을 방문하면 일이 끝납니다. 병원에서 일일이 남편인지 주민등록증 사진을 맞춰 보진 않거든요』
 
  이 간호사는 『싱글맘으로 추정되거나 의심되는 경우를 더러 봤다』고 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게 되면 시술 2주 후에 피 검사로 임신 여부를 알게 되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지방에 있다거나 별의별 이유를 말했던 환자 중에 임신 확인만 하고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런 경우는 솔직히 의심이 됩니다.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임신이 되었더라도 꾸준하게 병원을 다니면서 의사의 처방에 가슴 두근두근거립니다. 한 달 이상 병원을 더 다니면서 임신 유지상태를 봐야 하는데 오지 않는 거죠. 그런 여성들은 수상해요』
 
  2007년 새해 벽두에 「워싱턴 포스트」는 충격적인 뉴스를 전 세계에 전했다.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胚芽(배아)를 만든 뒤 아기를 원하는 독신여성이나 불임부부, 동성애자 등에게 파는 「배아은행」이 미국에서 등장했다는 소식이었다.
 
 
  「배아 이식」
 
  「배아 이식」이란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되면 난할이라는 특이한 세포분열과정을 거치는데, 수정 후 난할이 진행 중인 배아를 신선한 상태로 냉동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녹여서 자궁에 넣어주는 시술을 말한다.
 
  미국 텍사스州 샌 안토니오에 있는 「에이브러햄 생명센터」는 애리조나州의 20代 백인 여대생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와 정자은행에서 구입한 백인 남성 변호사의 정자로 22개의 배아를 만든 뒤 2명의 여성에게 각각 2개씩 배아 이식을 마쳤다고 한다. 배아의 가격은 2500달러, 시술까지 비용은 1만 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미국에선 이미 인터넷 생식세포 경매 사이트를 통해 미녀의 난자와 건강하고 재능 있는 남성들의 정자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캘리포니아의 정자은행이다. 이곳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정자만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자은행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좋은 정자를 찾는 여성들
 
산부인과 신생아실.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을 방문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카탈로그를 보여 주세요. 기증자들의 인종, 혈액형, 머리카락 색깔, 눈동자 색깔, 직업이나 학위 등을 알고 싶군요. 아르메니아人 국제 기업가를 찾는데…』
 
  정자은행 측은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미스터 3291번이 어떨까요?』
 
  『이탈리아-프랑스人 영화제작자를 찾아서 내 아이를 트뤼포(프랑스 영화감독)로 키우고 싶어요』
 
  『미스터 5269를 선택하십시오』
 
  정자를 찾는 소비자는 이곳에서 12달러를 더 내면 정자 기증자의 신원에 대해 알 수 있다. 15달러를 더 내면 「키르시 심리유형 검사」라는 정자 기증자의 심리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25달러 더 내면 정자 기증자의 아기 때 사진을 살 수 있다.
 
  말 그대로 정자를 제공해 줄 남자를 쇼핑하는 절차다.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에선 키가 178cm 이하인 사람은 정자 기증자로 받아 주질 않는다. 학력은 대졸 이상이다. 미국의 정자은행들은 고객이 정자를 선택하는 세상이 되면서 더욱 기증자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2005년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에서 팔려 나간 정자 샘플은 9600개이며, 3분의 1이 미혼여성·독신여성·동성연애자들에게 팔려 나갔다. 미국은 정자은행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2000년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해마다 3만 명 이상 태어나고 있다.
 
 
  美, 정자은행 통해 태어난 아기 100만 넘어
 
정자를 보관하는「바이알」에 한 번 인공수정할 정자를 -196℃ 액체질소에 담아 5년간 냉동보관할 수 있다.
  미국의 그레이엄 정자은행은 기혼여성에게만 정자를 판매한다. 이런 곳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정자은행을 찾는 미혼여성은 점점 늘지만 기혼여성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인공수정의 경우 임신에 필요한 정자가 최소 1000만 마리는 되어야 가능하지만, 시험관아기 시술은 기술 수준의 발달로 남편의 정자가 몇십 마리만 있어도 가능하다. 게다가 기혼 여성은 가능하면 남편의 정자로 임신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정자은행을 찾는 발길은 점점 뜸해지고 있다.
 
  결국 정자은행을 찾는 주 고객은 독신 여성과 레즈비언인 셈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정자은행 전체 고객의 40%는 독신 여성과 레즈비언이다. 병원에 따라서는 75%에 달하는 곳도 있다.
 
  『제 이름은 제니예요. 금발이고 눈동자 색깔은 파란색입니다. 아버지를 찾고 있어요. 금발이고 초록색 눈동자에 키는 178cm입니다』
 
  영국·스웨덴·스위스·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최근 정자 익명 기증 제도를 철폐하고, 정자 기증자와 난자 기증자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만 18세가 되면 등록된 서류를 열람해서 생물학적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생물학적 아버지 찾기
 
  야후의 「기증자 가족 등록소」에는 이미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등록 건수가 3000여 건이 넘어섰다. 상봉이 이루어진 횟수는 600여 건에 달한다. 또한 「도너 시블링 리지스트리」라는 정자은행 출생자들을 연결해 주는 사이트에는 5692명이 자발적으로 등록해서 현재까지 1011명이 같은 번호의 정자로 태어난 형제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워싱턴 포스트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같은 아이 열 두 명의 사연을 소개했다.
 
  국내의 정자은행은 불임부부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했다손 치더라도 기증자의 신원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이 정자은행을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국기기관의 관리하에 두는 반면, 한국은 병원이 제각각 관리하고 있다. 현재 64개 의료기관에 5544명의 정자가 보관되어 있다.
 
  정자은행들은 정자 기증자를 찾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인맥을 이용하거나 알음알음 찾아오는 의대생들이 정자를 기증한다. 정자 기증자는 질병검사와 건강진단 등 몇 가지 검사를 거쳐 기증 동의서를 작성한 뒤, 건강상태에 따라 1, 2주일에 한 번꼴로 정자를 채취하는 식이다.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함춘불임클리닉 김기철 원장의 얘기다.
 
  『일 년에 10명에서 많게는 20여 명의 기증자로부터 각각 10회씩 제공을 받고 있어요. (기증자들은) 주로 의대 본과생들이죠. 병원들은 주로 모교 의대생들에게 부탁을 합니다. 저희 병원은 서울대 의대생들이 기증해 줍니다. 일반인들은 정자의 기증이 아기를 낳게 되는 일로 연결되기 때문에 꺼리지만, 의대생들은 산부인과에서 불임을 공부하기 때문에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요. (병원 측이) 정자를 줄 때 부모의 혈액형을 따져서 주기 때문에 AB형의 기증자 경우 불임부부들은 몇 달씩 기다렸다가 받아갑니다. 유전병·외모·혈액형·키 등을 고려해서 기증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수준은 안 되고, 의대생이니까 기본적 두뇌에 대한 신뢰를 할 뿐이죠. 예전에는 교수나 레지던트 선배가 얘기하면 협조를 잘 해줬어요. 요즈음은 「엄마한테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기증을 꺼립니다』
 
 
  타인 정자수정은 전체 인공수정의 1.5%
 
  한 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되는 사례는 4만여 건에 달한다. 이 중 남편의 정자가 아닌 타인의 정자로 임신하는 경우가 1.5% 정도다. 불임클리닉과 병원에서는 이 중에 「미스맘」이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생식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여성이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자가 필요하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전자의 반쪽은 아직은 남성에게서 유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까? 과연 남자 없이 여성이 임신한다는 것이 불가능할까?
 
  동정녀 마리아처럼 남성의 정자 없이 임신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아마조네스」는 전설로만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최근 유럽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인간의 骨髓(골수)로부터 인공 정자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연구팀은 골수에서 인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했다. 일반적으로 골수에서 채취된 줄기세포는 근육조직세포나 신경세포로 발전하지만 연구팀은 이 세포들을 「정조세포」로 분화시켰다. 남성 고환 속에서 생성되는 정자의 초기 상태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인공 정자는 미성숙 상태이다. 유전자의 수가 성숙 정자보다 두 배가 많다. 연구팀은 적어도 3~5년 이내에 성숙 상태의 정자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연구팀은 암컷 쥐의 골수에서 정자를 만들어 냈다.
 
 
  남자 없이 임신 가능
 
난자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붙어 있는 정자의 머리들.
  문제는 여성의 골수에서도 정자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성의 골수에서 만든 정자로는 여자 아이만 임신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남성의 性염색체는 「XY」이며 여성은 「XX」이다. 여성의 골수에서 생성된 정자에는 Y염색체가 없어 여자아이밖에 임신할 수 없다. 여자만 존재하는 세계 「아마조네스」는 먼 훗날 얘기가 아니고 상상 속의 얘기가 아니다.
 
  힘들게 정자를 만들어 수정시키지 않아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쥐에서 증명됐다. 일본 도쿄 농업大의 코노우 히로시 교수(동물 발생공학) 등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이 기술은 미국 과학잡지 「네이처 바이오 테크놀러지」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이 기술은 생식에 수컷이 필요 없다 하여 「단위생식」 또는 「처녀생식」이라고 한다. 암수를 결정하는 정자가 관계되지 않기 때문에 암컷 쥐만 탄생한다.
 
  이 기술은 즉시 인간에게는 응용할 수 없다. 하지만 쥐의 체외수정 성공률에 필적하는 높은 확률(40%)로 새끼 쥐를 탄생시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2개 지점에 정자 특유의 표적이 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변이된 암컷 쥐를 만들었으며, 이 쥐의 미숙한 난자를 꺼내 체외에서 성숙시켰다. 이 난자의 핵을 정자 대신 다른 암컷 쥐의 보통 난자에 이식하고 융합한 후 분열이 시작된 배(胚)를 자궁에 이식하여 40% 이상의 임신 확률을 보고했다.
 
  복제 羊(양) 「돌리」처럼 인간이 복제될 날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정자를 만들거나 정자 없이 처녀생식을 하는 것보다는 시일이 더 걸리겠지만, 체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는 「핵 치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정자 없이 임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미혼여성의 17.7%가 미스맘 선택 고려
 
  최근 결혼정보회사 「선우」에서 미혼여성 316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배우자 없이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미혼여성의 17.7%가 「미스맘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물론 82.3%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 김충환 의원은 『아버지 없는 아이를 어머니 性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가족법이 개정돼 있는 상황에서 「미스맘」을 통제하는 건 지나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 문제를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지, 시대적 흐름을 존중하고 여성의 기본권을 존중해야 할지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해 외국인 레즈비언 여성 두 명이 한 명의 남성과 함께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 임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들은 함께 온 남성을 가리키면서 『이 남자의 정자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고 싶다』면서 『각각의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할 땐 서로 교체해서 넣어 달라』고 했다. 너무나 당당했으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외국 여성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쯤 한 명의 여성은 임신 10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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