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30년간 수집한 자료
평화문제연구소(www.ipa.re.kr)가 최근 펴낸 「조선향토대백과」(全20권)는 그 내용의 방대함과 충실함이 돋보인다. 이 백과사전에는 북한 전역의 자연·인문지리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은 1966년 金日成의 지시로 1000여 명의 북한 학자들이 30년간 작업한 「조선고장이름사전」 원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평화문제연구소는 1999년부터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공동사업을 시작해 백과사전을 완성했다.
「조선향토대백과」는 원고지 20만여 매, 사진과 삽화 2만여 장, 지도 300여 점, 35만 개의 標題語(표제어)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북한 측 백과사전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찍은 것이다. 삽입된 지도는 북한이 2004년 발간을 예정으로 제작한 최신판으로,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평화문제연구소 玄敬大(현경대·66) 이사장은 『「조선향토대백과」에는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다양하고 광범위한 북한 관련 정보가 실려 있어서 앞으로 북한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외부에 알려 줘도 별 상관없는 통계자료조차 숨겨 왔다. 그런 북한이 자연·인문지리에 대한 거의 모든 국가정보와 통계를 우리에게 통째로 넘겨주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결단을 내려준 북한 측에 고맙게 생각한다』
―南北이 공동작업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나.
『북한에서는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총괄 지휘했다. 북한에서 넘겨받은 원고는 중국 瀋陽(심양)에 있는 「고려민족문화연구소」에서 입력 작업을 했다. 입력이 끝난 원고는 북한 담당자가 다시 한 번 내용 검토를 한 후 우리에게 주었다.
책의 편집은 전적으로 우리가 책임졌다. 한국·북한·중국에서 작업을 했다. 편집과정에서 미심쩍은 용어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경우 직통라인을 통해 북한 학자들에게 물어봤다』
「조선향토대백과」에는 북한의 행정구역 변천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2005년 1월 현재 북한에는 1개 직할市(평양), 9개 道, 3개 특급市(남포·개성·라선), 24개 市, 148개 郡이 있다. 북한에 특급市가 있다는 사실도 이 백과사전에서 처음 밝혀졌다.
李琦錫(이기석·前 대한지리학회 회장) 서울大 교수는 「조선향토대백과」 발간 추천사에서 『이 백과사전은 조선시대 발간된 「東國輿地勝覽(동국여지승람)」에 뒤지 않는 지리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사 5000여 명 인적 정보 담겨
백과사전의 「민속 편」에는 다양한 사진과 설명, 삽화 등이 들어 있다.
「인물 편」에는 5000명의 북한 인사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사회·문화·예술·체육 분야 인사 2000명은 이 백과사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사람들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大 교수는 『수록된 인물이 출신지역별로 배열되어 있고, 항일운동 참가자들, 현재 활동 중인 인물이 많이 들어 있어 북한 연구에 보탬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玄敬大 이사장은 『처음 계약 時에는 북측에서 「원고의 토씨 하나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작업과정에서 金日成 우상화나 사회주의 선전용어, 기타 부적절한 용어는 순화를 해서 실었다』고 말했다.
『10년간 저작권 보유』
―작업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편집작업이다.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이 3년간 편집에 매달렸다. 용어의 순화와 완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용어 문제 때문에 협상과정이 2년이나 걸렸다』
―북한과 어떤 식으로 협의했나.
『중국 심양에 있는 「고려민족문화연구소」에서 남북의 학자가 수시로 접촉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가 「어떤 사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북한은 해당 지방기관을 총동원해서 사진을 구해 보내 주었다. 백과사전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은 2001~2003년에 찍은 것들이다. 중앙의 명령을 받은 하급기관의 담당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현장에 직접 가서 찍어 온 것이다. 원형보존이 안 되어 있거나, 생동감을 살릴 필요가 있는 것은 그림으로 그렸다』
―왜 북한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나.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백과사전 원고집필에는 북한의 최고 학자들과 거의 모든 기관이 동원되었다. 내용이 방대하고, 정확하고, 충실하다. 이러한 귀한 자료가 그냥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가 출판하게 된 것이다』
―계약관계는 어떻게 되나.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공동발간을 했지만 우리가 全원고를 매입했다. 모든 원고와 사진·삽화의 원본이 우리 쪽에 넘어 와 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저작권을 갖는다. 수만 장의 사진과 그림 중에 실제로 사용된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化해서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 출간한 초판 500질은 「특수자료」로 분류되어 일반에게 판매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출판물에 대한 집필기준이 명확하다. 비록 백과사전이라 하더라도 사회주의와 계급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이번에 초판으로 인쇄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급하기에 무리가 있다.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용어 순화작업을 더 거친 후 올해 8월경 일반판매용을 펴낼 것이다』
인쇄된 「조선향토대백과」 초판 500질 중 100질은 북한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국내 연구소나 언론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북한의 정순기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교수는 「조선향토대백과」 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고대하던 「조선향토대백과」를 접하게 되니 「고장이름사전」을 편찬하느라 밤을 새우며 고문서장을 뒤지고, 험준한 산발을 오르내리며 먼 길을 걷던 어제 날의 고생들이 사뭇없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렷이 떠오른다. 여기에 識者(식자)로서의 生의 보람이 있고 희열이 있는 것 같다. 국보적 가치를 가지는 사전으로서 널리 애독되리라 믿으면서 고견을 많이 보내 주시기 바란다>●
이 책은 1966년 金日成의 지시로 1000여 명의 북한 학자들이 30년간 작업한 「조선고장이름사전」 원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평화문제연구소는 1999년부터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공동사업을 시작해 백과사전을 완성했다.
「조선향토대백과」는 원고지 20만여 매, 사진과 삽화 2만여 장, 지도 300여 점, 35만 개의 標題語(표제어)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북한 측 백과사전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찍은 것이다. 삽입된 지도는 북한이 2004년 발간을 예정으로 제작한 최신판으로,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평화문제연구소 玄敬大(현경대·66) 이사장은 『「조선향토대백과」에는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다양하고 광범위한 북한 관련 정보가 실려 있어서 앞으로 북한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외부에 알려 줘도 별 상관없는 통계자료조차 숨겨 왔다. 그런 북한이 자연·인문지리에 대한 거의 모든 국가정보와 통계를 우리에게 통째로 넘겨주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결단을 내려준 북한 측에 고맙게 생각한다』
―南北이 공동작업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나.
『북한에서는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총괄 지휘했다. 북한에서 넘겨받은 원고는 중국 瀋陽(심양)에 있는 「고려민족문화연구소」에서 입력 작업을 했다. 입력이 끝난 원고는 북한 담당자가 다시 한 번 내용 검토를 한 후 우리에게 주었다.
책의 편집은 전적으로 우리가 책임졌다. 한국·북한·중국에서 작업을 했다. 편집과정에서 미심쩍은 용어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경우 직통라인을 통해 북한 학자들에게 물어봤다』
「조선향토대백과」에는 북한의 행정구역 변천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2005년 1월 현재 북한에는 1개 직할市(평양), 9개 道, 3개 특급市(남포·개성·라선), 24개 市, 148개 郡이 있다. 북한에 특급市가 있다는 사실도 이 백과사전에서 처음 밝혀졌다.
李琦錫(이기석·前 대한지리학회 회장) 서울大 교수는 「조선향토대백과」 발간 추천사에서 『이 백과사전은 조선시대 발간된 「東國輿地勝覽(동국여지승람)」에 뒤지 않는 지리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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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향토대백과」 |
북한 인사 5000여 명 인적 정보 담겨백과사전의 「민속 편」에는 다양한 사진과 설명, 삽화 등이 들어 있다.
「인물 편」에는 5000명의 북한 인사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사회·문화·예술·체육 분야 인사 2000명은 이 백과사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사람들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大 교수는 『수록된 인물이 출신지역별로 배열되어 있고, 항일운동 참가자들, 현재 활동 중인 인물이 많이 들어 있어 북한 연구에 보탬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玄敬大 이사장은 『처음 계약 時에는 북측에서 「원고의 토씨 하나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작업과정에서 金日成 우상화나 사회주의 선전용어, 기타 부적절한 용어는 순화를 해서 실었다』고 말했다.
『10년간 저작권 보유』 |
| 북한에서 보내온 삽화 원본들. |
『편집작업이다.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이 3년간 편집에 매달렸다. 용어의 순화와 완화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용어 문제 때문에 협상과정이 2년이나 걸렸다』
―북한과 어떤 식으로 협의했나.
『중국 심양에 있는 「고려민족문화연구소」에서 남북의 학자가 수시로 접촉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가 「어떤 사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북한은 해당 지방기관을 총동원해서 사진을 구해 보내 주었다. 백과사전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은 2001~2003년에 찍은 것들이다. 중앙의 명령을 받은 하급기관의 담당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현장에 직접 가서 찍어 온 것이다. 원형보존이 안 되어 있거나, 생동감을 살릴 필요가 있는 것은 그림으로 그렸다』
―왜 북한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나.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백과사전 원고집필에는 북한의 최고 학자들과 거의 모든 기관이 동원되었다. 내용이 방대하고, 정확하고, 충실하다. 이러한 귀한 자료가 그냥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가 출판하게 된 것이다』
―계약관계는 어떻게 되나.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공동발간을 했지만 우리가 全원고를 매입했다. 모든 원고와 사진·삽화의 원본이 우리 쪽에 넘어 와 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저작권을 갖는다. 수만 장의 사진과 그림 중에 실제로 사용된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化해서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 출간한 초판 500질은 「특수자료」로 분류되어 일반에게 판매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출판물에 대한 집필기준이 명확하다. 비록 백과사전이라 하더라도 사회주의와 계급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이번에 초판으로 인쇄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급하기에 무리가 있다.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용어 순화작업을 더 거친 후 올해 8월경 일반판매용을 펴낼 것이다』
인쇄된 「조선향토대백과」 초판 500질 중 100질은 북한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국내 연구소나 언론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북한의 정순기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교수는 「조선향토대백과」 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고대하던 「조선향토대백과」를 접하게 되니 「고장이름사전」을 편찬하느라 밤을 새우며 고문서장을 뒤지고, 험준한 산발을 오르내리며 먼 길을 걷던 어제 날의 고생들이 사뭇없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렷이 떠오른다. 여기에 識者(식자)로서의 生의 보람이 있고 희열이 있는 것 같다. 국보적 가치를 가지는 사전으로서 널리 애독되리라 믿으면서 고견을 많이 보내 주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