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실의 골프장 탐방 (4) - 렉스필드 CC

국내 최초 6억원대 회원권 시대를 열 골프장

  • : 이건실  spocho@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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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골프장의 코스설계는 「쉽게 보다는 어렵게, 어렵게 보다는 재밌게」로 돼 있습니다. 쉽게 여기고 함부로 덤비면 함정에 빠지고 험난한 코스를 모두 지나고 나면 참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남도록 한 것이지요』(成祥鏞 사장)

李 健 實
1946년 부산 출생. 고려大 불문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 차장, 스포츠조선 체육부장·부국장 역임. 스포츠조선에 「SC골프칼럼」 280회 연재.
8景 중 하나인 분화구 홀.
국내 골프장 회원권이 슬며시 「6억원 대」를 넘겨 보고 있다. 골프전문 사이트인 sbsgolf.com의 회원권 시세표를 보면 11월2일 현재 개인회원권이 6억원 문턱에 있는 곳이 네 군데나 된다.
 
  가평베네스트(경기도 가평군 상동리)와 이스트밸리(경기도 광주시 실촌면 건업리)가 나란히 5억9000만원이고 레이크사이드(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와 렉스필드(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는 5억8000만원씩이다.
 
  그런데 이스트밸리와 레이크사이드는 이미 분양을 마감했다. 가평베네스트는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골프장들 가운데 가장 먼저 6억원 시대를 열 골프장은 렉스필드다.
 
  10월 말 현재 이 골프장 회원은 270명이다. 모집인원 365명에 95명이 모자라는 숫자다. 내년 봄 추가분양에서 6억원 돌파는 예정된 수순이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골프장이기에 회원권 한 장이 「高價주택」 한 채와 맞먹는가. 지난 10월29일 오전에 이곳을 찾아가 봤다.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에서 빠져나와 3번 국도를 따라가다 양평으로 가는 44번 국도로 바꿔 타고 20분쯤 달리니 왼쪽에 간판이 나왔다. 경기도 광주시와 여주군의 경계 바로 너머였다. 골프장은 해발 300m 정도의 산 속에 있었다.
 
  鶯子峰(앵자봉: 해발 667m)을 머리에 이고 일대 43만 평의 산자락에 27홀이 강물처럼 뻗어 있다. 총 공사비 1800억원.
 
  클럽하우스 앞 연못에는 마주 보는 두 여인의 조형물이 있다.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72)가 작년 10월 이곳에 와서 얻은 영감으로 만든 「숲 속 환희의 대화」라는 작품이다.
 
  2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문패가 「Consulting Room」으로 돼 있다.
 
 
 
 세계에 하나뿐인 검은 벙커
 
  成祥鏞(성상용·54) 사장의 설명은 이랬다.
 
  『골프장의 사장은 어디까지나 「회원」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상담역일 뿐이지요』
 
  ―고품격 골프장이란 소문이던데요?
 
  『고품격이라기보다는 차별화란 표현이 맞습니다.
 
  우리 골프장의 코스설계는 「쉽게 보다는 어렵게, 어렵게 보다는 재밌게」로 돼 있습니다. 쉽게 여기고 함부로 덤비면 함정에 빠지고 험난한 코스를 모두 지나고 나면 참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남도록 한 것이지요』
 
  골프장의 기본설계는 임상하골프(주)가 했으나 코스를 꾸민 것은 미국인 톰 펙(Tom Peck·51)이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설계회사에서 15년간 코스조형을 맡던 수석 디자이너로 이 공사를 위해 2년간 곤지암에 와서 살았다.
 
  『렉스필드에는 자랑거리가 많습니다. 우선 홀의 8景(경)이 있습니다. 8樂(락)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첫째가 블랙 홀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검은 벙커지요』
 
  파3의 짧은 홀인데 그린을 삥 둘러싼 벙커를 검은 모래로 채웠단다.
 
  『본래 이 홀을 만들 때 왼쪽에 높은 암벽이 있고 뒤로는 시커먼 동굴이 있었어요.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홀의 주제를 「공포」로 잡았습니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자니 검은색이 필요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검은 벙커였다. 그러나 검은 모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하와이까지 훑었지만 입자와 색깔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 경북 안동에서 한 모래업자가 검은 모래를 담은 병을 갖고 왔어요. 그곳의 희뿌연 사암에서 검은 알갱이만 골랐다는 겁니다. 바로 이거다 싶어 대량주문해서 갖다 부었지요』
 
  고객 서비스팀의 李鍾南(이종남·36) 팀장과 함께 카트를 타고 필드로 나섰다.
 
  『우리 골프장은 레이크, 마운틴, 밸리 이렇게 3코스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3코스 27홀이 모두 맛이 다릅니다. 설계부터 차별화돼 있으니 공략법도 27가지나 되지요』
 
  레이크 코스는 8개의 연못과 폭포로 이뤄진 여성스런 홀이고, 마운틴은 개울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남성적 스타일이며 밸리는 페어웨이에 바위가 솟아 있는 도전의 무대로 꾸몄단다. 계절 탓인지 페어웨이는 군데군데 누렇게 떠 있었다. 그런데 유독 그린 주위만 짙푸른 초록색이 두드러져 보였다.
 
  『겨울이 되면 그린의 에이프런이 가장 먼저 벗겨져요. 그래서 양잔디를 심었습니다』
 
  그린은 빨랐다. 벤트글라스 사이에 잎이 치밀하고 까다로운 크린슈어를 섞었다고 한다. 그린 스피드는 2.5∼3.2m. 벙커의 모양도 이상했다. 꽃잎 같기도 하고 불가사리도 닮았다.
 
  이 골프장에는 거리를 표시하는 야드木이 없다. 인공조형물을 피하기 위한 배려다. 페어웨이에 있는 스프링클러 뚜껑에 거리표시가 적혀 있다.
 
  제1경이라던 블랙홀에 가 봤다. 레이크 7번(파3·160야드). 팅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니 그냥 탄광이었다. 가운데 파란 곳이 그린이고 전후좌우를 뺑 둘러 검은 모래다.
 
  ―벙커 샷을 하면 옷에 얼룩이 묻지 않나요.
 
  『툭툭 털면 그만입니다. 그냥 모래예요』
 
  검은 벙커로 인해 거리에 착시가 오는지 많은 사람들이 벙커에 공을 빠뜨렸다』
 
  다음 홀은 분화구 홀(레이크 8번·파4·366야드). 그린까지 가는 페어웨이 곳곳에 10개의 벙커가 놓였는데 생김새가 모두 분화구처럼 돼 있다. 마운틴 홀로 넘어가 보았다.
 
  1번 홀(파4·390야드)은 왼편이 긴 연못이고, 오른편은 암벽이다. 그냥 얌전하게 또박또박 가는 것이 상책이다. 연못이 끝나는 자리에 벙커가 놓였는데 희한하게도 그 안에 큼직한 바위가 들어 앉아 있다. 벙커에 공이 빠지면 고생깨나 하겠다. 이 골프장은 바위가 참 많다. 벙커 안은 물론이고 페어웨이 한가운데도 불쑥 튀어나와 있다.
 
  마운틴 9번 홀(파5·503야드)에는 팅 그라운드에서 290야드 지점에 울퉁불퉁 바위 군락지가 있다. 장타자는 오히려 손해다. 공이 바위에 맞으면 뒷일은 아무도 책임 안 진다. 천당과 지옥이 함께 있다.
 
  사실 이 같은 설계는 골프 정신에 배치된다. 골프에서는 잘 친 공은 좋은 자리로 가야 하고, 못 친 공은 그만큼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거꾸로다. 설명이 의외다.
 
  『27홀 가운데 하나는 엉뚱한 홀이 있어야 재밌지 않습니까?』
 
  이정표 없는 홀도 있다. 밸리 8번(파4·342야드). 팅 그라운드에서 그린 쪽으로 바라보면 능선과 파란 하늘만 보인다. 깃대도 절반쯤 보일 뿐이다. 14도 오르막. 페어웨이 주변에는 야드木은커녕 스프링클러의 거리표시도 없다.
 
 
 
 셀프서비스 홀
 
   티 샷을 한 뒤 그린에 도착할 때까지 본인이 거리를 계산해서 채를 골라 쳐야 한다. 캐디는 아예 근처에도 안 온다. 먼저 그린에 올라가서 기다린다. 셀프서비스 홀인 셈.
 
  이 밖에도 8경 안에는 백조 홀(레이크 6번)과 사슴 홀(밸리 4번)이 있다.
 
  그러나 백조는 12월이 돼야 북유럽에서 들여오고 사슴도 내년 봄에 다섯 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목욕탕은 꽤 넓고 고급스럽다. 눈길을 끄는 곳은 노천탕. 남탕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10평 남짓한 돌 웅덩이가 나온다. 지리산에서 갖고 왔다는 큰 바위 4개가 병풍처럼 버티고 있고 그 아래 잔돌들이 욕조를 이뤘는데 4∼5명은 족히 들어앉겠다. 섭씨 42도. 국내 최초인 이 골프장 노천탕은 여자손님들에게 최고 인기란다.
 
  다시 成사장과 마주했다.
 
  ―회원권이 곧 6억원이 된다면서요.
 
  『예. 내년 봄 밸리코스 개장과 함께 27홀이 되면 6억원에 4차 분양을 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한국 최초의 6억대 골프장이 되지요. 그 다음에는 6억2000만원, 6억5000만원, 이렇게 단계적으로 나눠서 추가분양을 할 겁니다』
 
  렉스필드의 개인회원권은 1차 5억원, 2차 5억5000만원, 3차가 지난 10월 5억8000만원에 마감됐다.
 
 
 
 정식 개장 후 아직 홀인원 없어
 
  렉스필드 개인회원권은 혜택이 남다르다. 우선 그린피가 평생 면제다. 가족 중 한 사람에게는 週中(주중) 그린피가 면제되고 주말은 50%, 또 한 명의 지정회원에게는 주중 그린피 50%를 할인해 준다. 회원 1명이 2명의 주중회원을 지명할 수 있는 셈이다. 부킹도 특이하다. 골프장 홈페이지에 회원들이 희망시간대를 올려 놓으면 된다. 이른바 逆(역)부킹 시스템이다.
 
  또 하나 특별서비스가 있다.
 
  『1년 중 하루를 골라 「마이 데이(my day)」, 즉 자기의 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날은 식음료는 물론 동반한 비회원 3명의 그린피까지 몽땅 공짭니다. 저희가 회원수를 365명으로 못박은 것도 회원 모두에게 각자의 날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회원들은 재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법조계, 의료계, 연예계, 정계의 順이다. 하루 이용객은 평일 30∼40팀, 주말은 50팀. 해 뜨면 시작하고 해 지면 마친다. 이곳에서는 캐디를 「필드의 스튜어디스」라고 부른다.
 
  『그만큼 수준이 높다는 표현이지요. 골프 지식은 물론이고 서비스 자세도 월등합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전문대 졸업 이상의 실력파지요』
 
  캐디는 현재 56명, 평균연령 24.5세이다. 이들은 작년 도쿄의 디즈니랜드와 미츠비시백화점에 가서 고객서비스에 관련된 현장학습을 했다.
 
  이들은 첫 홀에서 손님들에게 스트레칭 체조를 시킨다. 불의의 신체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다.
 
  成사장은 골프장 CEO들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안양베네스트 출신이다.
 
  ―언제 렉스필드로 옮겼습니까.
 
  『4년 좀 넘었습니다. 제가 와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으니까요』
 
  ―골프 실력이 대단하겠습니다.
 
  『핸디캡 20인데요…』
 
  이 골프장에선 지난 5개월간 시범 라운드 중에는 11개의 홀인원이 터졌으나 정식 개장 후 이날(11월2일)까지는 단 1개도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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