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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영화 촬영현장을 가다 - 실제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수입은 일당제로 여배우는 하루 50만원에서 70만원 정도,
남자 배우의 경우 20만원에서 30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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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貞 賢 자유기고가
에로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에로영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마음은 복잡했다. 에로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을까 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에로영화 촬영장에 대한 말초적 호기심이 먼저 생겨났다.
 
  그러나, 약 3일 동안 성인 인터넷 사이트 제작자와 PD, 성인 인터넷 방송 관계자를 만나면서 질문들은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질문들이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충무로에 있는 에로영화 제작 프로덕션에 가까워질수록 말초적 호기심은 혼란으로, 혼란은 긴장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섹시한 여배우와 남자배우가 벌이는 섹스 장면을 보면서 스태프들과는 다르게 혹시나 혼자만 얼굴이 빨개지는 등 생리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다.
 
  A 프로덕션은 몇 년 전, 인터넷 사이트 운영을 시작하는 등 시장변화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영화사였다. 영화사는 비디오 촬영과 인터넷 방송을 위한 자체 스튜디오와 방송실을 겸비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80여 평 규모의 3층은 스튜디오·탈의실·메이크업실·샤워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층 제작사 사무실은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이 컴퓨터가 놓인 책상으로 가득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방문객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배우들의 嬌聲(교성)을 편집하거나 살색 사진을 세밀히 살펴보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널찍한 사장실도 여느 회사 사장실과 다르지 않았다. 회사의 역사를 말해 주는 역대의 상품들(즉 에로 비디오)이 자랑스럽게 사장실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야, 아무래도 느낌이 안 나잖아』
 
   『조용! 레디!』 디지털 6mm 카메라를 든 감독이 소리를 질렀다. 키노 조명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배우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섹스 신에 나선 여배우와 남자배우가 가운을 벗자 코디네이터가 옷을 받고는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배우들의 맨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여배우의 경우 하반신에는 하얀 망사 속옷만 입고 있었다. 두 배우들은 사전에 약속한 동작을 연기했는데, 몇 번이나 NG가 나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배우는 연기에 몰입해 자신의 젖가슴이 드러나 있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외부자인 필자밖에 없었다.
 
  마치 태권도에서의 약속 겨루기처럼 정해진, 일련의 장면들을 찍고 감독이 컷을 외치자, 코디네이터가 서둘러 여배우와 남자배우에게 가운을 가져다 줬다. 큰 마이크를 치우는 동안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배우들은 힘이 들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색기 넘치는 소리를 질러 대며 숨막히는 장면을 연출했던 배우들은 조명이 꺼지고 오디오가 나가자 평범한 표정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인터뷰하기 위해 배우에게 다가가니 감독이 말렸다.
 
  『그냥 놔두세요. 다시 가야 하니까』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구석구석 애무를 하는 장면이 이어진 뒤라서 오늘 분량의 섹스 신은 다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앵글을 바꿔서 찍어야 한다고 했다. 하나의 샷으로 계속 가면 소비자가 금방 질려할 뿐더러 앵글에 따라 묘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여러 각도의 촬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각도를 여러 번 바꾸는 것은 예민한 부위를 가리기 위한 촬영 노하우이기도 했다. 다시 앵글을 조종하고 찍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몇 번의 NG가 난 뒤에야 한 장면이 완성되었다. 어느새 배우의 등에는 분장이 아닌 실제 땀이 나서 번질거렸다.
 
  『야, 아무래도 느낌이 안 나잖아. 저 깃털 숄로 좀 바꿔』
 
  감독이 소리치자 코디네이터가 세트장으로 뛰어갔다. 코디네이터는 소품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코디네이터를 따라갔더니 다양한 모양의 침대와 의상, 기묘한 기구 등 다양한 소품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양도 양이지만 다양한 종류를 보고 놀랐다. 이 많은 것을 모으려면 꽤나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디네이터가 세트장 뒤쪽의 한켠으로 뛰어갔다.
 
 
 
 첨단 성인용 기구들
 
  뒤쫓아 들어가니 칸막이로 구별된 소품실이 있었다. 거기에는 소품을 담은 서랍장이 있었는데 소품 보관함 위에는 변태 에로영화나 포르노에서 나왔던 것 같은 이상하게 생긴 물건들이 매달려 있었다. 정조대 같은 것도 있고, 가죽 채찍, 수갑, 작은 도깨비 방망이 같은 몽둥이, 인체의 특정 부위만을 모사한 남자·여자의 부분 인형 등도 있었다. 비교적 사용빈도가 높은 것들은 따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성인기구 사이트에서 본 것도 있었지만, 무엇에 쓰는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여러 개 있었다.
 
  코디네이터는 서랍 맨 위칸에서 립스틱 모양의 첨단 성인용 기구를 꺼냈다. 좀 커다란 립스틱 모양이었는데, 필자가 무엇이냐고 묻자 코디네이터는 남자 모조 성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을 위한 자위기구라고 했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영화적으로 표현을 해도 귀여울 것 같아서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소품실에서 나와 세트장을 나오려는데 언뜻 문이 열린 탈의실이 눈에 들어왔다. 세트장과 붙어 있는 두세 평 정도의 탈의실에는 촬영에 쓰이는 의상이 걸려 있었다. 갖가지 직업의 유니폼도 있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속옷 세트였다.
 
  에로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터 벨트가 달린 망사 팬티 스타킹 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아예 잠시 걸음을 옮겨 한켠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 보니 갖가지 형태의 팬티가 있었다. T팬티, 망사 팬티, 형광 팬티 등은 기본이고, 여자와 남자의 은밀한 부분에 커다란 입술이 그려져 있고, 실제 구멍도 뚫려 있는 속옷도 있었다. 징을 박거나 가죽, 혹은 털로만 된 것 등 소재가 특이한 속옷은 따로 구별되어 있었다.
 
  연예인들도 찾는다는 압구정동의 속옷가게보다 더 화려한 속옷이 종류별로 놓여 있는 장면은 진풍경이었다. 더 많은 것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코디네이터가 초조한 기색으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장에 도착하니 배우가 직접 메이크 업을 손보고 있었다. 격렬한 촬영 때문에 손상된 메이크업을 꽤 정성스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메이크업 고치는 모습이 인터넷 성인방송을 하는 IJ(인터넷 자키)의 모습보다는 더 여유로워 보였다.
 
  50분의 생방송 시간 내내 짓궂은 시청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면 진이 다 빠져 버린다는 IJ보다는 NG도 있고 그나마 재충전을 할 시간도 주어지는 배우가 좀 나아 보이는 것이었다.
 
  IJ의 경우 한번 메이크업 및 세팅을 한 다음에는 마지막 속옷을 벗고 가슴이나 엉덩이를 보여 줄 때까지 그야말로 쉴 사이가 없다. 스트립도 해야 하고, 간간이 애교 섞인 대화와 국적 불명의 자위쇼 등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쉴 사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큐 사인이 들어오고 조명이 켜지면 IJ 역시 연기에 몰입하느라 곧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PD의 말에 의하면 조명이 꺼지고 방송이 끝난 뒤에는 방금 전의 애교발랄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IJ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IJ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IJ는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저를 예뻐해 주시는 팬도 많지만, 가끔 모니터에 뜨는 내용을 보면 민망한 욕을 담고 있기도 하고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계속 뜰 때도 있거든요. 그럼 마음이 약해져요. 생방송이라 울 수도 없으니 참고 있다가 방송이 끝나면 참았던 것이 폭발한 것이겠죠. 저도 처음에는 남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IJ는 시청자들이 인터넷 방송에 친숙해지다 보니 전반적으로 좀더 자극적인 장면을 원해 엽기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경향은 에로영화 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남녀 섹스 신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인 자위도구를 소품으로 써야 하는 에로영화 촬영장을 보면 말이다.
 
 
 
 배우의 평균 수명은 3개월
 
  여배우는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찍히기 위해 휴식 시간 내내 메이크업을 가다듬는 반면, 남자배우는 조명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이 조금씩 바르르 떨리는 폼이 아주 힘들어 보였다. 우스갯 소리로 남자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은 직업이 에로배우라고는 하지만 남자배우의 실상은 그리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예쁜 여배우의 몸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명과 카메라 밑에서 정해진 각본에 따라 같은 장면을 계속 찍어야 했기에 쉬는 틈을 타 담배를 피우는 남자배우의 모습은 오히려 애처로워 보였다.
 
  『괜찮아요. 이러다가 슛 들어가면 바로 괜찮아지니까. 요즘 배우들은 모두 일당제라 그나마 일 있을 때 바짝 벌려고 여러 편을 줄창 계속 찍죠. 그러다 보니 힘들어서 그런 거예요』
 
  배우의 개런티가 일당제라는 말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배우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도 되었다. 에로 비디오의 소비자들은 영화에 가급적 많은 배우가 나오기를 원한다. 아무리 예쁜 배우라도 한 사람이 몇 편 찍고 나면 금방 식상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에로배우의 연기수명은 더욱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배우들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연기에 대한 꿈보다는 돈 때문에 영화를 찍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전속배우가 있어서 5년에서 6년까지도 연기를 했지만, 지금은 전속배우란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 평균 수명이라고 해 봐야, 고작 3개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게 된다.
 
  개런티도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예전에는 전속배우에게 연봉 개념의 전속료를 지급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작품당 계약을 했는데 요즘은 전부 일당 개념이라고 했다. 여배우 같은 경우 하루 50만원에서 70만원 정도, 남자배우의 경우 20만원에서 30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이는 제작비 절감과 제작기간을 단축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하튼 최대한 적은 제작비로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편당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당 계약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여러 편 겹치기 출연을 하기도 하는데, 격렬한 신이 많은 날은 그만큼 고생을 한다는 것이었다.
 
 
 
 『에로배우도 엄연한 배우』
 
   이렇게 다이내믹한 촬영현장을 구경하자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에 받은 느낌은, 에로영화 제작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었다. 구경하는 사람조차 배우들의 알몸이나 신음소리에는 눈길이 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이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었다.
 
  배우와 감독이 있는 침대에서 좀 물러나 촬영장 전체를 보니 여러 사람들이 각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삼 이 스태프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워낙 정신 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딱히 물어볼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필자의 눈에 현장에 잠깐 들른 제작자가 보였다. 그나마 가장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회다 싶어 옆에 붙어 대뜸 질문부터 했다.
 
  ―보통 배우나 스태프는 어떤 출신인가요? 어떤 사람들이 배우가 되죠?
 
  필자의 말에 제작자의 눈길이 사나워졌다. 필자는 영문을 모른 채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러는 기자님은 어떤 출신이오?』
 
  그제야 실수를 알게 된 필자가 질문을 정정하자 제작자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기는 했으나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기 시작했다.
 
  『에로영화도 보통 극장용 영화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배우를 뽑는 것도 그렇고 스태프를 모으는 것도 그렇고…. 배우는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고 했죠? 여러 가지 경로가 있죠. 배역에 맞는 사람을 제작진이 직접 찾아서 캐스팅하기도 하고, 에이전시나 신문광고를 통해 선발하거나, 소개를 받아 뽑기도 합니다. 에로배우도 엄연한 배우이기 때문에 일반 극영화 배우 선발과 마찬가지로 연기와 외모 등을 봐요. 특히 대사처리 능력이 필수죠. 대사 안 되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은 아무리 예뻐도 탈락이에요. 기본적으로 연기가 안 되는 거니까. 딱히 극영화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에로배우니까 아무래도 몸매를 봐야 해서 속옷 차림으로 몸매를 보는 정도이죠. 특히 여배우의 경우 좋은 몸매도 보지만, 얼굴이 예쁘면 더욱 좋아요』
 
 
 
 99%는 돈 때문에 한다
 
  ―감독이나 스태프들은요?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에로영화도 영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겁니다. 우리 회사의 영화를 만든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들은 충무로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많아요. 지금도 우리랑 같이 일하는 작가 중에는 청춘물도 쓰고 액션물도 쓰는 분도 있어요. 방송국에서 드라마 만든 분들도 있고, 거꾸로 여기서 방송국으로 가는 분도 있죠…. 배우 중에도 우리 영화 찍은 다음에 탤런트 공채에 된 경우도 있어요』
 
  ―그럼, 기본적으로 연기에 꿈을 가진 사람들이 배우가 된다는 말씀인가요?
 
  필자의 질문에 제작자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예전에는 확실히 그랬지만, 요즘은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어요. 우선 시대가 변했으니까…. 예전에는 배우든 감독이든 정말로 영화가 좋아서, 연기가 좋아서 영화를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솔직히 현재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99%는 돈 때문에 한다고 보면 됩니다. 잠깐 동안 영화 몇 편 찍고 목돈을 받아 가지고 이 세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감독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현장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았던 사람들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지금은 감각 같은 것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되었어요. 요즘은 대부분 그렇게 찍고…』
 
  제작자는 제작진들에게 작업 관련 지시를 짤막하게 하고는 촬영장을 떴다.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것 같자 감독이 다가와서 말을 붙였다.
 
  『우문이겠지만, 하루 만에 에로영화를 찍는 사람이 머리가 좋겠어요? 한 달 동안 찍는 사람이 머리가 좋겠어요?』
 
  대뜸 이런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한 달 동안 고민을 해서 여러 세팅을 구성해서 찍는 사람이 더 머리가 좋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에로영화는 좀 달라요. 보시다시피, 에로영화란 게 제한된 배우를 가지고 비슷한 세팅에서 찍어야 하는 거잖아요. 보는 사람들이야 한 가지 욕구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것을 집중적으로 만족시키려면 하루 만에 영화 찍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시겠죠? 머리, 엄청 좋아야 합니다. 이건 뭐 배경이 다양한가, 사람이 많이 나오나…. 그런데도 팔릴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사전에 스토리 등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요』
 
  감독은 자부심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
 
  물어 보니 예전의 스태프들은 대부분 35mm 극장영화에서 감독, 조감독을 하거나 방송국 PD 출신 등 관련 업계에서 나름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감각과 순발력 좋은 사람이면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혼자 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기기가 워낙 좋아서요. 디지털 6mm 카메라와 키노 조명 같은 건 가벼워서 최소한의 인원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해요. 만약에 감독이 대본과 연출과 촬영을 다 맡는다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죠. 필요한 것은 배우와 조명을 담당할 스태프 한 사람 정도예요. 옛날에는 조명에 사람이 많이 필요했죠. 발전차 같은 게 있었으니까, 레일도 깔아야 하구요. 그렇지만 요즘은 영화의 스케일 자체가 작아진데다 조명도 한 사람이 충분히 조작할 수 있어서 점점 규모가 작아지는 추세예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시장 분위기여서 오히려 자기처럼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에로영화를 찍으려는 사람들까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그는 불만을 토로했다.
 
  감독은 필자에게 보여 줄 게 있다고 따로 불러 냈다. 그의 또 다른 디지털 카메라에는 신인배우 오디션 화면이 담겨 있었다. 감독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작업하기 힘들다며 화면을 보여 주었다.
 
 
 
 에로배우 지망자들
 
  『에로영화 배우되겠다고 온 애들이에요. 에로영화 배우요, 무슨 술집, 이런 데에서 찾는 게 절대 아니에요』
 
  화면 안의 배우 지망생은 밝아 보였다. 하나씩 옷을 벗으면서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데도 전혀 떨지 않았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며 연신 웃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긴 배우 지망생 중의 하나는 실제로 계약할 것 같다고 감독은 귀띔을 해 주었다. 영화를 찍지도 않은 배우의 최초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캐스팅될 것이라는 배우 지망생은 아마도 팬티까지 벗고 뒷모습을 보여 준 그 배우 지망생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감독은 특히 여배우의 경우 좋은 몸매도 보지만, 얼굴이 예쁘면 더욱 좋다고 했다. 에로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몸매보다는 얼굴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시중에 나온 에로 비디오의 재킷 사진마다 여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다거나, 가슴 등이 빈약해도 주연으로 캐스팅 하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감독은 계속해서 사회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다.
 
  『봉만대 감독이 35mm로 영화를 찍으면 블록버스터고, 저희가 찍으면 음지의 불법비디오입니까? 우리가 무슨 포르노 찍는 것도 아니고, 요즘 떠들썩한 「맛있는 섹스」나 에로 비디오나 다 열정을 갖고 똑 같은 프로세스로 찍는 영화들인데 이쪽 영화는 완전히 논외가 된다니까요. 여배우의 외모나 보지 감독의 역할도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하고요』
 
  일반의 생각과는 다르게 에로영화의 핵심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베드 신, 섹스 신은 배우들만의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감독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각 장면은 완전히 대본에 따라 만들어지고, 배우들은 사전에 감독과의 철저한 리허설을 거친 뒤에야 촬영에 임한다. 일반 극영화와 다를 바 없이 대본 읽기 과정을 거치고 연습을 한 다음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에 따라 장면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작품도 그냥 머리 속으로만 만들면 상품성이 없어요. 예전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기호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져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작품 구성을 한답니다』
 
 
 
 『촬영 중 즐긴다는 건 語不成說』
 
  소재는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시사성 있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대중의 관심사가 있는 것을 선택하면, 일단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소기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재킷 사진만큼이나 제목이 중요한 것이다.
 
  『에로영화의 제목은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에 작가와 감독 등 제작진이 모두 모여 결정합니다. 대부분 촬영 전에 제목을 정하고 찍는 편이지요』
 
  내친 김에 좀 예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도 해 보았다.
 
  ―일반 영화배우들도 한참 러브신을 찍다 보면 일종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있는데, 에로배우의 경우 신체접촉을 하다 보면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경우는 없는가요?
 
  감독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면 그 정도의 감정 컨트롤은 다 하지요. 다만, 초보 배우들의 경우에는 그런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뭐, 남녀로서 접근을 하기도 하지요.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베테랑 배우들은 상대편이 초짜인 것을 귀찮아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찍고 나서의 애정사야 일반 직장의 사내 커플의 문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즐긴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애정관계가 있는 사이라고 해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촬영 현장에서 은밀히 즐긴다는 것은 語不成說(어불성설)이구요. 그리고, 만일 남자배우가 영화와는 상관없이 여자배우를 만지거나 한다면 바로 뺨 맞을 일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똑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상황에서 은밀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는 황당한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옷을 다 벗을 경우 에로배우들은 일명 「공사」라는 것을 해서 겉보기에만 그야말로 섹스 상황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에로배우들의 체모를 보이지 않도록 한다거나 삽입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통칭 공사라고 한다. 예전에, 특히 프로페셔널한 배우들이 연기할 경우에는 공사라는 것을 아예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고 했다. 귀찮기도 하고 워낙 노련해서 카메라의 흐름에 따른 동선을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은밀한 부분에 살색 테이프 등을 통해 공사를 하고 찍는다. 급하면 청색 테이프 같은 것을 쓰기도 하니 딱히 표준화된 방법 같은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촬영현장의 남자 배우를 힐끗 보았더니 정말 은밀한 부분을 천으로 싼 뒤 살색 테이프를 붙인 것이 보였다.
 
  이런 공사를 하다 보니 실제 섹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포르노를 찍자고 맘을 먹지 않는 한 남자 쪽이든 여자 쪽이든 삽입이 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또한 현장에서 발기가 된다면 그 사람은 에로배우가 아니라, 진짜 프로급 포르노 배우라고 감독은 말했다.
 
  『보통은 포르노 배우라고 해도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는 발기조차 잘 되지 않아요. 그쪽에서는 바로 발기하는 배우를 최고로 치거든요』
 
  계속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자니 궁금한 듯 여자배우가 곁으로 왔다. 가운 사이로 언뜻 보이는 허벅지와 다리가 더 섹시해 보였다. 외부인이 와서 더 어렵지 않았냐는 필자의 질문에 여자배우는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당한 여배우의 말에 오히려 필자가 더 부끄러워졌다.
 
 
 
 영화보다 중요한 재킷 사진
 
  당당한 여배우를 보니 다행이다 싶어 이번에는 에로영화의 특징인 야한 재킷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보통 에로영화에 있어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재킷이라는 것에 감독과 배우가 의견을 같이 했다.
 
  소비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제목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매력이 눈에 확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틸 사진 전문 작가가 투입되어 영화 촬영 현장이나 스튜디오에서 별도로 찍는다. 제작 일정이 빠듯하지만 재킷 사진 촬영에는 따로 하루를 할애할 정도로 비중이 큰 작업이 되었다.
 
  언제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여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느낌이 안 올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신음소리만 숨 넘어가게 내거나 너무 오버하면 감독의 예리한 눈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계속 NG가 나거나 촬영이 길어지는 경우 실제와 같이 연기에 계속 몰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배우는 이 부분에서 고충이 크다고 했다. 실제 섹스나 포르노라면 흥분한 것을 시원하게 보여 주겠지만, 에로영화의 경우 심의 문제가 있어서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리모컨으로 빨리 돌리기 버튼을 눌러서 주요 장면만 골라 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 사람들도 반복해서 볼 만한 장면을 연출해야 하니, 스트레스죠』
 
  이 「느낌」이라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감독과 배우 모두의 숙제인 듯 보였다. 민망한 신이라고 해도 꼭 사전에 리허설을 한 뒤 찍는 이유가 이럴 때 허비하게 되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필자가 고생이 많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정말 큰 문제는 촬영장 외부에 있다고 감독이 말했다. 표현 수위의 문제도 있고, 물량 투입 면에서 제약이 많은 장르의 영화가 에로영화지만, 이제 에로영화는 사실상 성기 노출만 안 될 뿐 모든 성행위의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로 비디오 제작자들은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열악해졌다고 말했다. 스토리가 있는 예전의 에로영화는 제작이 불가능해졌고, 그보다는 톡톡 튀는 감각만으로 짧은 시간 내에 상품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추세라고 한다.
 
  에로 비디오의 제작여건이 악화가 된 이유로는 우선 主 판매처인 비디오 가게가 전국적으로 급격히 감소되면서 제작비용을 회수하기 힘들다는 문제를 들 수 있다.
 
 
 
 편당 제작비 500만~1500만원
 
  한때 3만 개에 이르던 전국 비디오 가게는 현재 7000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예전에는 베스트 셀러라고 하면 1만 장에서 3만 장까지 내다볼 수 있었지만, 판매점이 줄다 보니 이제는 평균 300장에서 3000장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비를 많이 투입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재 에로 비디오의 제작비는 편당 5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이다.
 
  제작여건을 악화시킨 이유 중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등장도 빠뜨릴 수 없다. 최근 도색잡지의 대명사로 알려진 「펜트하우스」가 인터넷에 밀려 완전 폐간되었다는 점은 성문화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알려 주는 예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웬만한 여배우보다 예쁜 여자의 벗은 몸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性愛장면을 원하는 시간에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은 기존의 성문화와 관련된 사업의 최대 적수임에 틀림없다. 에로 비디오 시장도 그 영향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어떤 에로영화보다도 즉발적인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몰래 카메라가 수없이 떠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비디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제작사는 제작비를 줄이게 되고, 더 이상의 영화적 실험이나 높은 수준의 영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섹시한 여배우와 은밀한 조명,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던 에로영화 혹은 성인 사이트의 현장은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의 제작사 사무실처럼 어떤 다른 세계가 아닌 치열한 생존의 현장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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