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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이승만과 윤석열, 미 의회에서 ‘감사’와 ‘자유’를 말하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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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4월 27일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했습니다. 외국 정치인들의 연설을 보면서 늘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저런 깊이 있고 멋있는 연설을 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런 아쉬움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아주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미국 의원들이 23번이나 기립박수를 친 것도 그만큼 공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연설을 접하고 생각나는 연설이 있었습니다. 1954년 7월 28일,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이었습니다. 3년 1개월 동안 계속된 전쟁의 포화(砲火)가 ‘정전(停戰)’이라는 이름으로 멎은 지 꼭 1년 만에 행해진 연설이었죠. 미국 의회는 자유의 최전선(最前線)에서 싸운 노(老) 투사를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이날 연설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면서 소련·중공 등 국제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을 강조하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비교해보면, 69년의 세월을 넘어 여러 가지 면에서 참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자유’에 대한 찬사로 시작
 
  첫째, 두 대통령 모두 자유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 되어온 미국 헌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표하면서 미국의 ‘자유’에 대한 찬사를 바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상하 양원 의장과 의원, 참석자들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 후에 “여러분처럼 나도 워싱턴, 제퍼슨, 링컨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처럼 나도 여러분의 빛나는 선조들이 전 인류를 위하여 탐구했던 자유를 수호하고 보전하려고 스스로 맹세해온 사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정치학과 국제법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 속에 잉태된 나라,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신념에 의해 세워진 나라’, 저는 지금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습니다”라면서 “미 의회는 234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습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둘째, 바로 그 뒤를 이어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을 도와준 미국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이 끝난 지 불과 1년 후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해에 연설을 했기 때문이겠죠.
 
  이승만 대통령은 “여러분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나라를 파멸로부터 구출해주었습니다”라면서 특히 “한국 파병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를 바다 가운데로 밀려나지 않도록 구원해준 트루먼 대통령”에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미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절절한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딘, 워커, 아몬드, 리지웨이, 클라크, 헐, 테일러, 밴플리트 등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미군 지휘관들을 거명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과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 그리고 고 존 코니어스 의원, 고 샘 존슨 의원, 고 하워드 코블 의원, 찰스 랭글 전 의원 등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미 의원들의 이름을 상기시켰습니다.
 
 
  “미국의 어머니들에게 감사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두 대통령 모두 머나먼 한국 땅으로 자신들의 자녀들을 보내준 미국인 가족들, 특히 ‘어머니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나는 이 기회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어머니들에게 우리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깊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암울한 처지에 놓였던 시기에 그들은 미국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서 복무하는 자식, 남편, 형제들을 한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결코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산과 계곡들로부터 한미 양국 장병들의 영혼이 함께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마음속에 소중히 기억하듯이,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도 그들을 어여삐 보살펴주실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자식과 남편, 그리고 형제를 태평양 너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보내준 미국의 어머니들, 그리고 한국전쟁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여기고 참전용사들을 명예롭게 예우하는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침략 세력에 대해 경고하면서, 자유세계의 연대(連帶)를 바탕으로 그들과 맞설 것을 다짐하는 점에서도 두 대통령의 연설은 닮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소련을 필두로 하는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을 격렬하게 경고한 후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전 세계의 자유시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길–우리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오직 하나의 길-은 평화롭지 않은 때에 평화를 애타게 소망하는 방법이 결코 아닙니다. 소련 정부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극악무도한 세계 정복 노력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 방법도 아닙니다. 악(惡)의 힘에 굽실거리고 유화적인 방법도 아닙니다. 그 유일한 길은 세계의 세력균형을 공산주의자들에게 불리하게 움직여서 설사 그들이 절멸 무기를 소유하더라도 감히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략) 나의 친구들이여, 우리는 반쪽은 공산주의, 반쪽은 민주주의 상태의 세계에서는 평화가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도 비슷합니다.
 
  “친구 여러분,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武力)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입니다.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중략)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입니다.”
 
 
  결국 성취된 이승만의 예언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전후(戰後)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라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미(對美) 투자, BTS와 블랙핑크,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미나리〉 등을 언급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습니다. (중략)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한 대한민국의 이러한 빛나는 성취는 사실 이미 69년 전에 예언된 것이었습니다. 1953년 8월 9일 변영태 외무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 국무장관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가조인(假調印)된 다음 날, 이승만 대통령은 대(對)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덜레스 씨 일행이 여기 와서 성공한 것은 방위조약으로써 후대(後代)에 영원한 복리(福利)를 우리에게 줄 만한 토대를 세워놓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나선 것도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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