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가 고1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월간조선》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런 심부름을 시킨 것은 《월간조선》에 실린 박정희 정권 시절의 정치 비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중에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기사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정신없이 빠져들고 말았던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와 《월간조선》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매달 《월간조선》이 나오는 날이면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서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후일 제가 《월간조선》 기자가 되자 “그때부터 그렇게 《월간조선》을 좋아하더니만 결국…”이라며 웃더군요.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월간조선》을 사다 드리던 소년은 그 잡지의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길거리의 군고구마 장수들도 《월간조선》을 읽고 있었다지만, 아쉽게도 그런 호시절은 오래전에 가버렸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활자-종이 매체에서 디지털-영상 매체로의 전환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이 ‘종합 시사 월간지’라는 매체의 입지를 점점 더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우리가 열심히 잘 만들면 《월간조선》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지난 몇 년간 독자들이 원하는 좋은 기사들이 나갈 때면 판매 부수가 늘고 독자들이나 정치권의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시장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월간조선》의 가장 큰 재산은 ‘색깔이 분명한 잡지’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이 ‘색깔’이 한계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다른 잡지나 매체들이 갖지 못한 ‘위대한 유산’이기도 합니다. 다른 시사 월간지들은 점점 더 담론지화(談論誌化)되어가고 있지만, 저희 기자들은 여전히 ‘외인부대’와 같은 투지로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입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남다른 시각과 깊이 있는 뉴스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월간지라는 장르의 매체는 어쩌면 TV보다도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꿔봅니다. 그 꿈을 독자 여러분과, 그리고 후배 기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제가 애독자가 된 것처럼 《월간조선》을 세대를 이어가며 독자들이 계속해서 찾는 잡지, 혼(魂)과 능력을 가진 젊은 기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잡지, 실력 있는 전문가와 논객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잡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행히 이번 《월간조선》 11월호는 독자 여러분 앞에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최우석 기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얽힌 의혹들을, 박지현 기자는 문재인 정권 시절 국군정보사령부의 유능한 정보 요원이 비리 사범으로 몰리는 바람에 고초를 겪었고 그 와중에 대북(對北) 휴민트망이 망가진 내막을 추적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인터뷰, ‘마지막 1세대 기업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인터뷰,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국정원의 한국인 국제 마약사범 검거 작전에 대한 기사도 재미있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핵 공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군(軍),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박휘락 박사의 고언(苦言)과 정치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가 말하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통찰도 꼭 읽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전체주의화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문열 작가의 아픈 고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청년 논객 임명묵씨의 ‘내실 없는 청년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재정·금융 위기로 홍역을 치렀던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현지 탐방 기사는 또 다른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랑과 질정(叱正)을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이 저와 《월간조선》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매달 《월간조선》이 나오는 날이면 학교 앞 서점으로 달려가 서서 책을 읽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후일 제가 《월간조선》 기자가 되자 “그때부터 그렇게 《월간조선》을 좋아하더니만 결국…”이라며 웃더군요.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월간조선》을 사다 드리던 소년은 그 잡지의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길거리의 군고구마 장수들도 《월간조선》을 읽고 있었다지만, 아쉽게도 그런 호시절은 오래전에 가버렸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활자-종이 매체에서 디지털-영상 매체로의 전환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이 ‘종합 시사 월간지’라는 매체의 입지를 점점 더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우리가 열심히 잘 만들면 《월간조선》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지난 몇 년간 독자들이 원하는 좋은 기사들이 나갈 때면 판매 부수가 늘고 독자들이나 정치권의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시장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월간조선》의 가장 큰 재산은 ‘색깔이 분명한 잡지’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이 ‘색깔’이 한계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다른 잡지나 매체들이 갖지 못한 ‘위대한 유산’이기도 합니다. 다른 시사 월간지들은 점점 더 담론지화(談論誌化)되어가고 있지만, 저희 기자들은 여전히 ‘외인부대’와 같은 투지로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입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남다른 시각과 깊이 있는 뉴스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월간지라는 장르의 매체는 어쩌면 TV보다도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꿔봅니다. 그 꿈을 독자 여러분과, 그리고 후배 기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제가 애독자가 된 것처럼 《월간조선》을 세대를 이어가며 독자들이 계속해서 찾는 잡지, 혼(魂)과 능력을 가진 젊은 기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잡지, 실력 있는 전문가와 논객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잡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행히 이번 《월간조선》 11월호는 독자 여러분 앞에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최우석 기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얽힌 의혹들을, 박지현 기자는 문재인 정권 시절 국군정보사령부의 유능한 정보 요원이 비리 사범으로 몰리는 바람에 고초를 겪었고 그 와중에 대북(對北) 휴민트망이 망가진 내막을 추적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인터뷰, ‘마지막 1세대 기업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인터뷰,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국정원의 한국인 국제 마약사범 검거 작전에 대한 기사도 재미있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핵 공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군(軍),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박휘락 박사의 고언(苦言)과 정치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가 말하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통찰도 꼭 읽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전체주의화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문열 작가의 아픈 고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청년 논객 임명묵씨의 ‘내실 없는 청년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재정·금융 위기로 홍역을 치렀던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현지 탐방 기사는 또 다른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랑과 질정(叱正)을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rislimsy1@gmail.com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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