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 보도에도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한때 광장(廣場)을 메운 인파를 과장 보도한 적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가 열리던 시절 서울시청 앞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에 응원객들이 몰려나왔을 때였다. 100만으로 시작해 1000만까지 부풀어 올랐는데 그 숫자에는 과학(科學)이나 수학(數學)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
그냥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적인 축제였으니 기뻤고 ‘왜 이 인파를 1000만으로 계산했느냐’고 꼬치꼬치 따지는 독자들도 없었다. 나는 신이 나 항상 경쟁지들보다 최소 50만 정도의 응원객 수를 더 보탰는데 다음 날 지면(紙面)을 확인해 본 뒤에 승리감에 젖곤 했다. 젊은 시절의 치기였다.
80년대 운동권이 즐겨 사용한 용어 중에 ‘백만 학도’라는 말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 500명만 모여도 굉장하게 보였고 2000~3000명이 참가하면 초대형 시위에 속했다. 그러니 백만(百萬)이라는 숫자는 과장도 이만저만한 과장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백만’이란 숫자가 딱 한 번 나온다.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동원한 군사 수가 113만3880명이었던 것이다. 《수서(隋書)》 등 역사서에는 양제가 전군(全軍)을 24군으로 나눴고 군마다 상장(上將)과 아장(亞將)을 두었다고 기록돼 있다. 한 개 군은 기병 4단, 보병 4단으로 편성됐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수양제가 동원한 113만 가운데 실제 전투병 수는 28만8000명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이들을 먹여살려야 할 양식 등을 운반하는 보급병과 각종 무기를 옮기는 병참병들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행렬이 고구려에 당도할 때까지의 길이가 무려 천리였다.
1리가 0.392km니 천리면 392km가 된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애당초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백만 명이 모였다는 보도는 ‘백발이 삼천장’ 식의 과장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작년 말부터 국내 모든 언론은 촛불집회를 두고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허위·과장 보도를 했다는 뜻이다.
허위·과장 보도를 하더라도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올해 초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수보다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가 더 많아졌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촛불집회 참가자 수에 적용시켰던 허위·과장 보도를 태극기 집회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記者)들이 집단최면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하나같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기에 허위·과장 보도를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기록하는 자’라는 직함을 버려야 옳다. 기사 작성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룰을 적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간조선》 3월호 가이드
《월간조선》 3월호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뤄지기 전 마지막으로 발간되기에 탄핵특집으로 688페이지를 꾸몄다. 지난달보다 64페이지가 많고 평소 발간하던 책보다는 128페이지가 많은 총력 특집이다. 여기엔 많은 내용이 담겨 독자 여러분께 독서법을 안내 드리고자 한다.
앞부분은 ‘태극기 집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왜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섰는지, 일부의 음모처럼 ‘돈’을 받고 집회에 나왔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기사다.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으로 유명해진 김평우 변호사, 팔순의 나이에도 나라를 지키려 나선 정광택 탄기국 회장의 인터뷰가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이상흔 기자의 태극기 집회 르포는 비교해 가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조 대표가 태극기 집회의 의미를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분석했다면 이 기자는 수차례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발로 뛰며 채집한 생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한국언론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하면서 저지른 허위·과장·선동 보도 가운데 대표적인 것 25개를 선정한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언론은 허위·과장·선동 보도뿐 아니라 명백한 오보(誤報)를 내고도 반성하거나 바로잡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언론은 신뢰를 잃게 됐다.
세 번째 부분은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 PC’에 대한 속보다. 여기에는 정동춘 K스포츠 전 이사장의 중요한 증언이 있다. jtbc가 태블릿 PC를 입수했던 고영태의 책상 앞에 정 전 이사장, 최순실 등이 모였는데 누군가 그 PC를 치우려 하자 “고영태가 곤조부린다”며 최순실이 막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독자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고 본다. jtbc의 태블릿 PC 속보에는 변희재씨와 jtbc 간의 고소 공방, 태블릿 PC가 나온 건물의 관리인이었던 노광일씨에 대한 검찰의 신문조서 기사도 있다.
네 번째 부분은 ‘최순실 군단은 대한민국을 공사치려 했고 고영태 사단은 그런 최순실을 공사치려 했나?’라는 기사다. 200자 원고지로 320장 분량이다. 이 기사는 고영태·노승일·박헌영·류상영 등 고영태 사단과 그간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던 김수현·이현정·최철에 대한 검찰의 신문조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고영태 등 7명과 나눈 문답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眞實)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매우 분량이 길지만 차근히 읽어 보면 대체 대한민국에서 몇 달 전에 얼마나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간과했는지가 보일 것이다.
다섯 번째가 대권주자 안철수·유승민·남경필씨 인터뷰이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인터뷰, 국무총리에 지명된 뒤 유야무야된 김병준씨 인터뷰다. 안철수씨는 “나는 다섯 번의 직업을 가졌으나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대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무총리가 될 뻔했다가 무산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 발간한 책 《대통령의 권력》을 통해 한국 정치를 종횡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만이 ‘박연차 게이트’를 모르고 있었다”고 증언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면 눈과 귀가 머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여섯 번째가 최근 야권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일약 2위로 급부상한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에 대한 전기(傳奇)다. 그의 삶 53년을 53개 항목으로 분석했는데, 모든 기사는 안 지사가 직접 쓴 책자나 글을 인용했기에 ‘16세 때부터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소년’이 바야흐로 대권 두 발자국 앞까지 진출하게 된 여정(旅程)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더불어 안 지사가 대학생이던 시절, 안 지사에게 주사파 사상을 주입한 강길모씨가 증언한 내용을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쓴 기사다. 강씨는 회고를 통해 “대한민국 권력 내부에 포진한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면서 “그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씨”라고 했다.
일곱 번째가 청량리파 조직 폭력배와 베트남의 살인청부업자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마지막으로 암살하려 했던 사건에 얽힌 비화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를 편집하는 중 3월호 마감 직전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이복동생 김정은에 의해 말레이시아의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정남 암살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던 전직 북한 공작원이 과거 했던 인터뷰 기사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암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독침 등 다양한 무기에 대한 기사를 발빠르게 취재해 200자 원고지 100장 분량의 기사를 3월호에 넣었다.
만일 우리 당국이 김정남을 데려와 남쪽에 ‘북한 망명정부’ 같은 것을 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일성이 생전에 손자로 인정했던 김정남과, 김일성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서자(庶子) 취급 됐던 김정은, 이 양자의 관계는 이제 김정남 암살로 미궁(迷宮)에 빠지게 됐다. 이렇게 백척간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대한민국이 거대한 플랜을 펴 보지도 못하고 최순실 사태로 좌우로 갈려 서로를 비판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때 광장(廣場)을 메운 인파를 과장 보도한 적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가 열리던 시절 서울시청 앞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에 응원객들이 몰려나왔을 때였다. 100만으로 시작해 1000만까지 부풀어 올랐는데 그 숫자에는 과학(科學)이나 수학(數學)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
그냥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적인 축제였으니 기뻤고 ‘왜 이 인파를 1000만으로 계산했느냐’고 꼬치꼬치 따지는 독자들도 없었다. 나는 신이 나 항상 경쟁지들보다 최소 50만 정도의 응원객 수를 더 보탰는데 다음 날 지면(紙面)을 확인해 본 뒤에 승리감에 젖곤 했다. 젊은 시절의 치기였다.
80년대 운동권이 즐겨 사용한 용어 중에 ‘백만 학도’라는 말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 500명만 모여도 굉장하게 보였고 2000~3000명이 참가하면 초대형 시위에 속했다. 그러니 백만(百萬)이라는 숫자는 과장도 이만저만한 과장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백만’이란 숫자가 딱 한 번 나온다.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동원한 군사 수가 113만3880명이었던 것이다. 《수서(隋書)》 등 역사서에는 양제가 전군(全軍)을 24군으로 나눴고 군마다 상장(上將)과 아장(亞將)을 두었다고 기록돼 있다. 한 개 군은 기병 4단, 보병 4단으로 편성됐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수양제가 동원한 113만 가운데 실제 전투병 수는 28만8000명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이들을 먹여살려야 할 양식 등을 운반하는 보급병과 각종 무기를 옮기는 병참병들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행렬이 고구려에 당도할 때까지의 길이가 무려 천리였다.
1리가 0.392km니 천리면 392km가 된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애당초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백만 명이 모였다는 보도는 ‘백발이 삼천장’ 식의 과장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작년 말부터 국내 모든 언론은 촛불집회를 두고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허위·과장 보도를 했다는 뜻이다.
허위·과장 보도를 하더라도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올해 초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수보다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가 더 많아졌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촛불집회 참가자 수에 적용시켰던 허위·과장 보도를 태극기 집회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記者)들이 집단최면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하나같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기에 허위·과장 보도를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기록하는 자’라는 직함을 버려야 옳다. 기사 작성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룰을 적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간조선》 3월호 가이드
《월간조선》 3월호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뤄지기 전 마지막으로 발간되기에 탄핵특집으로 688페이지를 꾸몄다. 지난달보다 64페이지가 많고 평소 발간하던 책보다는 128페이지가 많은 총력 특집이다. 여기엔 많은 내용이 담겨 독자 여러분께 독서법을 안내 드리고자 한다.
앞부분은 ‘태극기 집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왜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섰는지, 일부의 음모처럼 ‘돈’을 받고 집회에 나왔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기사다.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으로 유명해진 김평우 변호사, 팔순의 나이에도 나라를 지키려 나선 정광택 탄기국 회장의 인터뷰가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이상흔 기자의 태극기 집회 르포는 비교해 가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조 대표가 태극기 집회의 의미를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분석했다면 이 기자는 수차례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발로 뛰며 채집한 생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한국언론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하면서 저지른 허위·과장·선동 보도 가운데 대표적인 것 25개를 선정한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언론은 허위·과장·선동 보도뿐 아니라 명백한 오보(誤報)를 내고도 반성하거나 바로잡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언론은 신뢰를 잃게 됐다.
세 번째 부분은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 PC’에 대한 속보다. 여기에는 정동춘 K스포츠 전 이사장의 중요한 증언이 있다. jtbc가 태블릿 PC를 입수했던 고영태의 책상 앞에 정 전 이사장, 최순실 등이 모였는데 누군가 그 PC를 치우려 하자 “고영태가 곤조부린다”며 최순실이 막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독자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고 본다. jtbc의 태블릿 PC 속보에는 변희재씨와 jtbc 간의 고소 공방, 태블릿 PC가 나온 건물의 관리인이었던 노광일씨에 대한 검찰의 신문조서 기사도 있다.
네 번째 부분은 ‘최순실 군단은 대한민국을 공사치려 했고 고영태 사단은 그런 최순실을 공사치려 했나?’라는 기사다. 200자 원고지로 320장 분량이다. 이 기사는 고영태·노승일·박헌영·류상영 등 고영태 사단과 그간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던 김수현·이현정·최철에 대한 검찰의 신문조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고영태 등 7명과 나눈 문답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眞實)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매우 분량이 길지만 차근히 읽어 보면 대체 대한민국에서 몇 달 전에 얼마나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간과했는지가 보일 것이다.
다섯 번째가 대권주자 안철수·유승민·남경필씨 인터뷰이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인터뷰, 국무총리에 지명된 뒤 유야무야된 김병준씨 인터뷰다. 안철수씨는 “나는 다섯 번의 직업을 가졌으나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대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무총리가 될 뻔했다가 무산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 발간한 책 《대통령의 권력》을 통해 한국 정치를 종횡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만이 ‘박연차 게이트’를 모르고 있었다”고 증언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면 눈과 귀가 머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여섯 번째가 최근 야권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일약 2위로 급부상한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에 대한 전기(傳奇)다. 그의 삶 53년을 53개 항목으로 분석했는데, 모든 기사는 안 지사가 직접 쓴 책자나 글을 인용했기에 ‘16세 때부터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소년’이 바야흐로 대권 두 발자국 앞까지 진출하게 된 여정(旅程)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더불어 안 지사가 대학생이던 시절, 안 지사에게 주사파 사상을 주입한 강길모씨가 증언한 내용을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쓴 기사다. 강씨는 회고를 통해 “대한민국 권력 내부에 포진한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면서 “그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씨”라고 했다.
일곱 번째가 청량리파 조직 폭력배와 베트남의 살인청부업자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마지막으로 암살하려 했던 사건에 얽힌 비화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를 편집하는 중 3월호 마감 직전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이복동생 김정은에 의해 말레이시아의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정남 암살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던 전직 북한 공작원이 과거 했던 인터뷰 기사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암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독침 등 다양한 무기에 대한 기사를 발빠르게 취재해 200자 원고지 100장 분량의 기사를 3월호에 넣었다.
만일 우리 당국이 김정남을 데려와 남쪽에 ‘북한 망명정부’ 같은 것을 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일성이 생전에 손자로 인정했던 김정남과, 김일성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서자(庶子) 취급 됐던 김정은, 이 양자의 관계는 이제 김정남 암살로 미궁(迷宮)에 빠지게 됐다. 이렇게 백척간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대한민국이 거대한 플랜을 펴 보지도 못하고 최순실 사태로 좌우로 갈려 서로를 비판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