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 때였다. 몇 달째 급료를 받지 못해 성난 군사들이 민비(閔妃·명성황후)를 죽이려 했다. 놀란 민비가 충청북도 충주까지 도망갔다. 50여 일 후 민비는 한 여인과 함께 한양으로 환궁(還宮)했다. 여인에게는 진령군(眞靈君), 즉 ‘진실로 영험한 사람’이라는 뜻의 작호가 내려졌다.
조선시대에서 무당은 7종 천민(賤民)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무당이 당호(堂號)를 받지 않고 군호(君號)를 받았다. 이런 경우는 조선 역사상 진령군이 유일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쓴 황현(黃玹)도 진령군에 대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오하기문(梧下記聞)’이라는 글에서다.
‘당초 임오년의 변(變) 때 중궁(中宮)이 충주에 있으면서 요사스러운 무당과 왕래한 적이 있었다. 무당은 화복(禍福)을 말하였는데 기이하게 적중하였으며 복위할 달과 날짜를 정하는데 어긋난 게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크게 현혹되어 서울로 불러들여 관제묘(關帝廟)의 북쪽에 살게 하면서 제사를 주관하도록 하였다. 매번 중궁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를 쓰다듬고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쓰다듬었는데 손이 따를 때마다 통증이 감소하였다. 때문에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그를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며 혹은 진령군이라 칭하기도 하고 혹은 북묘부인(北廟夫人)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겨우 1년이 되었는데 위세는 날로 늘어나니 윤영신, 조병식, 이용직 등이 의를 맺고 누이라고 칭하였다.’
황현이 기록한 것처럼 진령군이 파격적인 출세를 한 것은 민비가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점(占)을 쳐주었고 그게 신통하게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 진령군을 민비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이 민씨 일족 민응식(閔應植)이었다. 진령군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관우의 딸’이라고 자처하며 민비의 넋을 빼놓았다고 한다.
진령군은 대궐을 굿판으로 만들었다. 날마다 왕실을 위한 산천(山川)기도를 했고 굿판을 열었으며 제사를 지냈다. 진령군의 위세가 높아지자 김창렬이라는 아들 역시 호가호위했다. 당상관의 관복을 입고 다니며 실세(實勢) 노릇을 하자 고위 관료들은 진령군과 의남매를 맺거나 의자(義子)가 되려 부산을 떨었다.
진령군의 굿판은 가뜩이나 허약한 조선을 멸망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진령군은 허약한 세자, 즉 훗날 순종의 병을 고친다며 금강산에서 굿을 열었는데 1만2000봉우리에 쌀 한 섬과 돈 천 냥과 무명 한 필씩을 얹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가난에 시달리는데 국고(國庫)는 이렇게 허망하게 탕진되고 말았다.
유일하게 진령군의 세도(勢道)에 저항한 선비가 있긴 했다. 사간원 정언 안효제는 진령군을 통렬히 비판하는 상소(上疏)를 올렸으나 고종은 크게 화를 내며 그를 전라도의 먼 섬으로 귀양보냈다. 3년 귀양이 풀리고 임금이 그에게 다시 벼슬을 내렸지만 안효제는 이를 사양하고 고향으로 낙향해 버렸다.
열흘 붉은 꽃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1894년 청일전쟁 뒤 들어선 친일(親日)내각은 진령군을 옥에 가두었다가 진령군이 모은 억만금을 몰수한 뒤 풀어주었다. 진령군은 관우 사당에서도 쫓겨나 삼청동 골짜기 오두막에서 숨죽이며 살다 1895년 을미사변 때 민비가 시해되자 얼마 뒤 숨을 거뒀다.
2016년 11월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한 역사 속의 인물은 진령군과 고려시대의 요승(妖僧) 신돈과 러시아의 돌팔이 수도사 라스푸틴이었다. 나라 전체가 갑자기 굿판처럼 요란해진 것은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父女)가 41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며 권력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진령군의 흔적을 찾아 서울 동묘(東廟)에도 가보고 신돈의 출생지 경상남도 창녕에도 가보고 라스푸틴에 대한 기록도 찾아봤지만 이들은 최태민·최순실 부녀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로도 무려 41년간이나 최씨 부녀는 대통령 뇌리에 빨대를 꽂고 부(富)와 권력을 배가 터지도록 빨아 마셨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그들이 부와 권력을 부당하게 농단하면서도 약자(弱者)들을 철저하게 무시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한 언동과 그의 딸 정유라가 한 언동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들고 있는 찌그러진,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밥그릇을 걷어찼을 뿐 아니라 침까지 뱉은 것과 같다. 이런데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다.
학교에 결석을 밥 먹듯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를 갈아치우며 실력도 없는 주제에 심판들에게 압력을 가해 입상하고 입시규칙까지 어기며 명문대학에 간 것은 이 땅의 모든 젊은이를 좌절케 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이토록 허망하게, 이토록 신속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위(權威)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 발버둥 칠수록 늪에 빠지는 것처럼 진이 빠질 것이고 몸부림칠수록 칡덩굴에 얽힌 것처럼 대통령은 처량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대통령은 우군(友軍)마저 적(敵)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인 인재군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충정을 바쳤지만 대통령은 외면했다. 《월간조선》 12월호에 실린 7인회의 좌장 김용환 전 장관이 ‘팽’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 대통령은 검사와 공무원과 교수들에게만 의존했다. 자신이 위기에 빠질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릴 사람들만 골라서 편애한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십상시(十常侍)’라 불리는 극소수의 측근에게만 의존했다.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생기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진다는 것을 몰랐다는 뜻이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원성(怨聲)이 자자한 대상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그를 통하지 않고는 대통령과 연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부작용을 가져올지 대충 짐작하는데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던 게 그의 불행을 가져왔다.
7인회 멤버 가운데 대통령에게 사랑받은 유일한 인물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의 권력 농단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살펴볼수록 1970년대 중앙정보부 지하 고문실에서 나눴던 것 같은 느낌이 물씬한 내용들이다. 머지않아 그는 진시황사후 호해를 잘못된 길로 이끈 조고처럼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
넷째, 대통령의 최대 실책은 주변의 그 숱한 경고와 충언에도 불구하고 ‘쇠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최태민·최순실의 스캔들을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박정희도 김재규도 차지철도 전두환도 노태우도 그의 가족도 최태민과 최순실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과 이 모든 것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직도 대통령은 최태민과 최순실에 대한 국민의 화난 함성(喊聲)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수긍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수십만 인파에 둘러싸인 청와대 안에서도 “언론의 잘못된 여론 호도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며 남을 탓하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월간조선》은 지난 11월 8일 고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중 기획으로 박정희 시민강좌 첫 회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4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 가운데 6·25전쟁 참전자와 월남전 참전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20세기 4대 전쟁에 포함되는 한국전과 월남전 참전자들은 지금까지 어떤 보답도 받지 않고 맹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 온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께 딸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효도는커녕 잔칫상을 들어 엎는 크나큰 불효(不孝)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잔칫상을 들어 엎었을 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 구린내 나는 말똥을 수북이 뿌려 그 스스로는 물론 ‘사연(私緣)’이라는 말발굽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짓이겨 국격(國格)에 치유키 힘든 상처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모를 것만 같다는 의심이 든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대통령이 더 이상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엉망진창이 된 나라를 수습하는 길로 들어서길 바란다. 권력에 집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만 하야(下野) 같은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헌법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수십만 명의 시위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예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서 무당은 7종 천민(賤民)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무당이 당호(堂號)를 받지 않고 군호(君號)를 받았다. 이런 경우는 조선 역사상 진령군이 유일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쓴 황현(黃玹)도 진령군에 대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오하기문(梧下記聞)’이라는 글에서다.
‘당초 임오년의 변(變) 때 중궁(中宮)이 충주에 있으면서 요사스러운 무당과 왕래한 적이 있었다. 무당은 화복(禍福)을 말하였는데 기이하게 적중하였으며 복위할 달과 날짜를 정하는데 어긋난 게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크게 현혹되어 서울로 불러들여 관제묘(關帝廟)의 북쪽에 살게 하면서 제사를 주관하도록 하였다. 매번 중궁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를 쓰다듬고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쓰다듬었는데 손이 따를 때마다 통증이 감소하였다. 때문에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그를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며 혹은 진령군이라 칭하기도 하고 혹은 북묘부인(北廟夫人)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겨우 1년이 되었는데 위세는 날로 늘어나니 윤영신, 조병식, 이용직 등이 의를 맺고 누이라고 칭하였다.’
황현이 기록한 것처럼 진령군이 파격적인 출세를 한 것은 민비가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점(占)을 쳐주었고 그게 신통하게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 진령군을 민비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이 민씨 일족 민응식(閔應植)이었다. 진령군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관우의 딸’이라고 자처하며 민비의 넋을 빼놓았다고 한다.
진령군은 대궐을 굿판으로 만들었다. 날마다 왕실을 위한 산천(山川)기도를 했고 굿판을 열었으며 제사를 지냈다. 진령군의 위세가 높아지자 김창렬이라는 아들 역시 호가호위했다. 당상관의 관복을 입고 다니며 실세(實勢) 노릇을 하자 고위 관료들은 진령군과 의남매를 맺거나 의자(義子)가 되려 부산을 떨었다.
진령군의 굿판은 가뜩이나 허약한 조선을 멸망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진령군은 허약한 세자, 즉 훗날 순종의 병을 고친다며 금강산에서 굿을 열었는데 1만2000봉우리에 쌀 한 섬과 돈 천 냥과 무명 한 필씩을 얹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가난에 시달리는데 국고(國庫)는 이렇게 허망하게 탕진되고 말았다.
유일하게 진령군의 세도(勢道)에 저항한 선비가 있긴 했다. 사간원 정언 안효제는 진령군을 통렬히 비판하는 상소(上疏)를 올렸으나 고종은 크게 화를 내며 그를 전라도의 먼 섬으로 귀양보냈다. 3년 귀양이 풀리고 임금이 그에게 다시 벼슬을 내렸지만 안효제는 이를 사양하고 고향으로 낙향해 버렸다.
열흘 붉은 꽃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1894년 청일전쟁 뒤 들어선 친일(親日)내각은 진령군을 옥에 가두었다가 진령군이 모은 억만금을 몰수한 뒤 풀어주었다. 진령군은 관우 사당에서도 쫓겨나 삼청동 골짜기 오두막에서 숨죽이며 살다 1895년 을미사변 때 민비가 시해되자 얼마 뒤 숨을 거뒀다.
2016년 11월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한 역사 속의 인물은 진령군과 고려시대의 요승(妖僧) 신돈과 러시아의 돌팔이 수도사 라스푸틴이었다. 나라 전체가 갑자기 굿판처럼 요란해진 것은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父女)가 41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며 권력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진령군의 흔적을 찾아 서울 동묘(東廟)에도 가보고 신돈의 출생지 경상남도 창녕에도 가보고 라스푸틴에 대한 기록도 찾아봤지만 이들은 최태민·최순실 부녀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로도 무려 41년간이나 최씨 부녀는 대통령 뇌리에 빨대를 꽂고 부(富)와 권력을 배가 터지도록 빨아 마셨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그들이 부와 권력을 부당하게 농단하면서도 약자(弱者)들을 철저하게 무시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한 언동과 그의 딸 정유라가 한 언동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들고 있는 찌그러진,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밥그릇을 걷어찼을 뿐 아니라 침까지 뱉은 것과 같다. 이런데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다.
학교에 결석을 밥 먹듯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를 갈아치우며 실력도 없는 주제에 심판들에게 압력을 가해 입상하고 입시규칙까지 어기며 명문대학에 간 것은 이 땅의 모든 젊은이를 좌절케 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이토록 허망하게, 이토록 신속하게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위(權威)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 발버둥 칠수록 늪에 빠지는 것처럼 진이 빠질 것이고 몸부림칠수록 칡덩굴에 얽힌 것처럼 대통령은 처량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대통령은 우군(友軍)마저 적(敵)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인 인재군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충정을 바쳤지만 대통령은 외면했다. 《월간조선》 12월호에 실린 7인회의 좌장 김용환 전 장관이 ‘팽’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 대통령은 검사와 공무원과 교수들에게만 의존했다. 자신이 위기에 빠질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릴 사람들만 골라서 편애한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십상시(十常侍)’라 불리는 극소수의 측근에게만 의존했다.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생기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진다는 것을 몰랐다는 뜻이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원성(怨聲)이 자자한 대상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그를 통하지 않고는 대통령과 연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부작용을 가져올지 대충 짐작하는데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던 게 그의 불행을 가져왔다.
7인회 멤버 가운데 대통령에게 사랑받은 유일한 인물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의 권력 농단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살펴볼수록 1970년대 중앙정보부 지하 고문실에서 나눴던 것 같은 느낌이 물씬한 내용들이다. 머지않아 그는 진시황사후 호해를 잘못된 길로 이끈 조고처럼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
넷째, 대통령의 최대 실책은 주변의 그 숱한 경고와 충언에도 불구하고 ‘쇠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최태민·최순실의 스캔들을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박정희도 김재규도 차지철도 전두환도 노태우도 그의 가족도 최태민과 최순실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과 이 모든 것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직도 대통령은 최태민과 최순실에 대한 국민의 화난 함성(喊聲)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수긍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수십만 인파에 둘러싸인 청와대 안에서도 “언론의 잘못된 여론 호도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며 남을 탓하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월간조선》은 지난 11월 8일 고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중 기획으로 박정희 시민강좌 첫 회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4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 가운데 6·25전쟁 참전자와 월남전 참전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20세기 4대 전쟁에 포함되는 한국전과 월남전 참전자들은 지금까지 어떤 보답도 받지 않고 맹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 온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께 딸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효도는커녕 잔칫상을 들어 엎는 크나큰 불효(不孝)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잔칫상을 들어 엎었을 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 구린내 나는 말똥을 수북이 뿌려 그 스스로는 물론 ‘사연(私緣)’이라는 말발굽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짓이겨 국격(國格)에 치유키 힘든 상처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모를 것만 같다는 의심이 든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대통령이 더 이상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엉망진창이 된 나라를 수습하는 길로 들어서길 바란다. 권력에 집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만 하야(下野) 같은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헌법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수십만 명의 시위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예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