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을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치부기자 시절부터 알아서 웬만한 얘기는 나눌 수 있는 사이입니다. 회고록을 쓰려고 한다기에 제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근데 회고록이라는 것이 전부 자기 자랑 위주여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전범(典範)을 하나 보여주시지요. 그런 것을 보고 싶어요.”
이 전 원장은 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남의 회고록을 많이 보는데, 정말 엉터리야. 세상에,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아. 자기가 한 일이 다 그렇게 좋은 결과만 가져오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난 정말 참회에 가깝게, 있는 그대로를 쓸 거야.”
그후 이 전 원장의 말을 잊고 있었습니다. 《月刊朝鮮》은 2012년 7월호에 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털어놓고 하는 이야기’이니 회고록과 다름없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는 1998년부터의 국정원장 재직 시절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합니다.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나는 외부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국정원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동원 수석은 내게 ‘이종찬 원장이 대통령 되기 위한 운동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사실 그건 오해였다. 나는 1997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신세를 졌다. 그들은 야당 출신 DJ 사람들이 커버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DJ가 당선돼 그들에게 인사라도 해야 했지만, 국정원장을 맡고 보니 밖에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같이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당시 국정원장 공관에 초청받은 사람 중에는 종로구민이 유독 많았습니다. 종로구는 그를 여러 차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줬던 곳입니다. 국정원장 퇴임 후 종로구에서 정치적 재기를 위해 유권자를 ‘접대’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저는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진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98년 국정원 ‘인사쇄신’에 대한 고백 듣고 싶어
이종찬 전 원장의 다른 행적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서 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갔던 일, 5공 민정당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한 일, 1992년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대표와 당내 대선후보를 겨뤘다가 돌연 탈당한 일, 1993년 김대중 진영에 들어간 일,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 된 일 등…. 이 때문에 저는 사실 그가 국정원장으로서 행했던 ‘세상을 뒤집는 인사(人事)’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안보위기를 부추기기 위해 북한에 대해 총격전을 벌여 주도록 요청했다는, 이른바 ‘총풍(銃風)’ 수사 이후 정보기관을 쇄신한다며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국정원 직원들이 옷을 벗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남 출신과 대공(對共) 담당들이 대거 쫓겨났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습니다. 당시 퇴직자들이 모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요.
국정원의 대공업무는 이후 퇴보(退步)의 길을 걷습니다. 이를 기화로 음지에서 암약하던 종북세력은 버젓이 양지로 나왔습니다.
이 전 원장은 그의 경력이 말해 주듯 전혀 좌파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도 그렇지 않고요. 그렇다면 당시 ‘인사 혁신’의 배경과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본 ‘인사 혁신’의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 역사 앞에 정직하게 보고해야 합니다.
마침 이 전 원장이 작년부터 《동아일보》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더군요. 국정원장 재직 당시의 일에 대해서는 아직 쓰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그가 호언했던 대로 ‘참회의 증언’이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를 어느 정도는 알기에 ‘다른 회고록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아직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석보다 사실 많이 담는 회고여야
작년 말엔 새누리당 정두언(鄭斗彦・58) 의원과 통화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신문에선가 그가 회고록을 쓰겠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던 인물입니다. 제가 물었죠. “아직 한창인데 무슨 회고록이에요. 무슨 사고를 치려고…”라고 했더니 그는 “회고록이라기보다 참회록이지. 이 정부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라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더 나눈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화통화를 한 이후의 느낌은 ‘내가 실세 라인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면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였습니다. 제 느낌이 맞다면 정 의원의 ‘참회’는 모두 ‘남탓’을 하거나 ‘결과론적 해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요 의사결정 라인에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권 핵심들과 한때 ‘동지(同志)’였기에 많은 직간접 정보를 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직접 경험한 일이라기보다 전해 들은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못 전해지거나 누군가에 의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남의 말을 ‘의미를 왜곡하지 않고’ 옮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런 것이 직업인 기자도, 많은 경우 말한 사람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해석을 낳을 기사를 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선입견 때문이거나 부주의(不注意), 또는 어떤 의도(意圖)을 갖고 있을 때 흔히 그런 오류를 범합니다.
어쨌든 상반기 중 정 의원이 ‘참회록’을 낼 모양이니 지켜보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해석보다는 사실(fact) 그 자체를 많이 담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2월 초 출간과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대통령의 시간》)이 정사(正史)라면 정 의원의 책은 야사(野史)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사와 야사는 대개 많은 부분에서 상충합니다. 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만큼 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논란을 불러오더라도 무엇을 감추는 것보다는 공론의 장에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독자로서는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누가 정직하게 역사를 기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증언은 빠뜨리지 말아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나온 이후 많은 언론 매체에서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을 대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매체가 견지해 온 이념적 성향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정보 전달(傳達)이란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저는 회고록의 독자(讀者)로서 필자(筆者)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고, 자기 얘기를 쓰라는 것이지요. 대통령은 재임 중 여러가지 중요 결정을 합니다. 대부분은 알려집니다. 그렇지만 중요 결정 중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김영삼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대권각서(大權覺書)’를 받은 것으로 유력매체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내각제 합의각서라는 것을 김 대통령이 써 줬지요. 내각제 각서는 진본이 공개됐으니 이와 양립할 수 없는 대권각서란 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어디에도 그런 고백이 보이지 않습니다. 파다했던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실도 독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사항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5억 달러를 보냅니다. ‘북한의 요구로 주게 됐다’는 것을 밝히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그 문제를 논의한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범위에서는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종 결단은 본인이 했을 텐데, 왜 그 같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회고록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회고록을 쓰는 데 관여하지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친형인 이상득(李相得) 전 국회부의장을 둘러싼 온갖 추문(醜聞), 소문(所聞)을 어떻게 처리했고, 그럼에도 불행한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反省)을 담았어야 합니다. 앞으로 회고록을 쓰려는 분들은 망각(忘却)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원장은 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남의 회고록을 많이 보는데, 정말 엉터리야. 세상에,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아. 자기가 한 일이 다 그렇게 좋은 결과만 가져오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난 정말 참회에 가깝게, 있는 그대로를 쓸 거야.”
그후 이 전 원장의 말을 잊고 있었습니다. 《月刊朝鮮》은 2012년 7월호에 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털어놓고 하는 이야기’이니 회고록과 다름없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는 1998년부터의 국정원장 재직 시절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합니다.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나는 외부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국정원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동원 수석은 내게 ‘이종찬 원장이 대통령 되기 위한 운동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사실 그건 오해였다. 나는 1997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신세를 졌다. 그들은 야당 출신 DJ 사람들이 커버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DJ가 당선돼 그들에게 인사라도 해야 했지만, 국정원장을 맡고 보니 밖에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같이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당시 국정원장 공관에 초청받은 사람 중에는 종로구민이 유독 많았습니다. 종로구는 그를 여러 차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줬던 곳입니다. 국정원장 퇴임 후 종로구에서 정치적 재기를 위해 유권자를 ‘접대’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저는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진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98년 국정원 ‘인사쇄신’에 대한 고백 듣고 싶어
이종찬 전 원장의 다른 행적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서 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갔던 일, 5공 민정당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한 일, 1992년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대표와 당내 대선후보를 겨뤘다가 돌연 탈당한 일, 1993년 김대중 진영에 들어간 일,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 된 일 등…. 이 때문에 저는 사실 그가 국정원장으로서 행했던 ‘세상을 뒤집는 인사(人事)’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안보위기를 부추기기 위해 북한에 대해 총격전을 벌여 주도록 요청했다는, 이른바 ‘총풍(銃風)’ 수사 이후 정보기관을 쇄신한다며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국정원 직원들이 옷을 벗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남 출신과 대공(對共) 담당들이 대거 쫓겨났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습니다. 당시 퇴직자들이 모임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요.
국정원의 대공업무는 이후 퇴보(退步)의 길을 걷습니다. 이를 기화로 음지에서 암약하던 종북세력은 버젓이 양지로 나왔습니다.
이 전 원장은 그의 경력이 말해 주듯 전혀 좌파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도 그렇지 않고요. 그렇다면 당시 ‘인사 혁신’의 배경과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본 ‘인사 혁신’의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 역사 앞에 정직하게 보고해야 합니다.
마침 이 전 원장이 작년부터 《동아일보》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더군요. 국정원장 재직 당시의 일에 대해서는 아직 쓰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그가 호언했던 대로 ‘참회의 증언’이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를 어느 정도는 알기에 ‘다른 회고록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아직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석보다 사실 많이 담는 회고여야
작년 말엔 새누리당 정두언(鄭斗彦・58) 의원과 통화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신문에선가 그가 회고록을 쓰겠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던 인물입니다. 제가 물었죠. “아직 한창인데 무슨 회고록이에요. 무슨 사고를 치려고…”라고 했더니 그는 “회고록이라기보다 참회록이지. 이 정부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라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더 나눈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화통화를 한 이후의 느낌은 ‘내가 실세 라인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면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였습니다. 제 느낌이 맞다면 정 의원의 ‘참회’는 모두 ‘남탓’을 하거나 ‘결과론적 해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요 의사결정 라인에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권 핵심들과 한때 ‘동지(同志)’였기에 많은 직간접 정보를 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직접 경험한 일이라기보다 전해 들은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못 전해지거나 누군가에 의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남의 말을 ‘의미를 왜곡하지 않고’ 옮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런 것이 직업인 기자도, 많은 경우 말한 사람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해석을 낳을 기사를 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선입견 때문이거나 부주의(不注意), 또는 어떤 의도(意圖)을 갖고 있을 때 흔히 그런 오류를 범합니다.
어쨌든 상반기 중 정 의원이 ‘참회록’을 낼 모양이니 지켜보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해석보다는 사실(fact) 그 자체를 많이 담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2월 초 출간과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대통령의 시간》)이 정사(正史)라면 정 의원의 책은 야사(野史)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사와 야사는 대개 많은 부분에서 상충합니다. 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만큼 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논란을 불러오더라도 무엇을 감추는 것보다는 공론의 장에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독자로서는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누가 정직하게 역사를 기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증언은 빠뜨리지 말아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나온 이후 많은 언론 매체에서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을 대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매체가 견지해 온 이념적 성향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정보 전달(傳達)이란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저는 회고록의 독자(讀者)로서 필자(筆者)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고, 자기 얘기를 쓰라는 것이지요. 대통령은 재임 중 여러가지 중요 결정을 합니다. 대부분은 알려집니다. 그렇지만 중요 결정 중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김영삼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대권각서(大權覺書)’를 받은 것으로 유력매체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내각제 합의각서라는 것을 김 대통령이 써 줬지요. 내각제 각서는 진본이 공개됐으니 이와 양립할 수 없는 대권각서란 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어디에도 그런 고백이 보이지 않습니다. 파다했던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실도 독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사항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5억 달러를 보냅니다. ‘북한의 요구로 주게 됐다’는 것을 밝히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그 문제를 논의한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범위에서는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종 결단은 본인이 했을 텐데, 왜 그 같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회고록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회고록을 쓰는 데 관여하지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친형인 이상득(李相得) 전 국회부의장을 둘러싼 온갖 추문(醜聞), 소문(所聞)을 어떻게 처리했고, 그럼에도 불행한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反省)을 담았어야 합니다. 앞으로 회고록을 쓰려는 분들은 망각(忘却)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