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 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살 때인 1988년이었습니다. 그해 13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죠. 당시 박찬종(朴燦鍾)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지역구를 옮겨 서초구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려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서초구는 전통 여당, 즉 현재의 새누리당 텃밭이었습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자마자 저는 무조건 찍을 대상을 정했습니다. 바로 박찬종 후보였죠. 그의 당락(當落) 따위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저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싶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의 ‘실적(實績)’이 다른 어떤 잣대보다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박 후보는 지역구를 옮긴 첫해, 남의 텃밭에서 집주인(민정당 이종률 후보)을 5%포인트 이상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찬종 후보는 유신시대에 정치(공화당)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입니다. 10·26 사건이라는 변고가 일어난 뒤에 오유방(吳有邦)・남재희(南載熙) 의원 등과 함께 공화당 내에서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던 소장파 핵심 중 한 명입니다. 정풍운동이란 낡고 부패한 세력을 정리하자는 것이었죠. 바로 쇄신운동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새 정치죠.
그 후 그는 신군부에 동참하지 않고 야당의 길을 택합니다. 그런 그가 제가 사는 지역에서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젊은 정치부 기자’(물론 저는 당시 정치부에서 외교를 취재하고 있었습니다)에겐 ‘행복’과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여당도 제1야당도 아닌 제3당(신정당)을 만들어 대선 출마까지 강행합니다. 물론 힘에 부쳐 낙선했지요.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유 선전광고가 인기를 치솟게 하는 데 일조했지요. 바로 무균질(無均質) 우유 광고입니다. 무균질 우유란 우유 속 지방을 잘게 부수어 소화되기 쉽게 만든 균질(均質) 우유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흔히 ‘무균(無菌)’으로 오해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결국 다른 우유엔 균이 득실거린단 뜻도 되고요. 소비자들(그들이 결국 유권자입니다)의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는 깨끗한 정치인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무균질 정치인’의 정치 편력
제가 정당으로 취재 대상을 바꾼 몇 년 뒤 바로 그 ‘무균질 정치인’을 맡게 되었습니다. 1997년이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신정당이란 ‘1인 정당’을 만들고,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도 출마하는 등 다양한 정치 편력(遍歷)을 보여주더군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 중심의 정치구도에 대해 당시로선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그건 ‘새 정치’일 수도 있고, ‘무모한 모험’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의 방배동 자택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정치인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경계심을 푸는 게 중요한데, 자택 취재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었고, 당시 정치부 기자들은 그런 식으로 취재하는 관행(慣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저한테 항상 “최동지”라 불렀습니다. 어떤 때는 참모들과 회의 중일 때도 있었는데, 그때도 저를 별로 기다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상의’를 합니다. 기자 11년차였던 저는 나름 보고 들은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담당했던 1997년 1년 동안 그의 ‘방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랑자’였으니까요. 신한국당 상임고문→대선 경선주자→전당대회 당일 경선 포기→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탈당→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 입당이 대충 정리해 본 1년간의 행적입니다. 그런 고비고비마다 제가 코멘트를 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는 그러나 단 한번도 제가 제시한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가 정말 무균의, 오염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면 저와 공감대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실 정치를 ‘이해’하는 지금도 그럴진대 하물며 당시에야 어땠겠습니까. 정말 대실망이었죠.
그런 박 변호사를 재작년 대선 전에 다시 만났습니다. ‘2012 대선 출마’ 얘기를 꺼내며 ‘최동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최동지’는 “박 고문님은 요즘 젊은이들이 현대사(史)에서 만나는 사람이니, 그냥 변호사나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15년 만의 조언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는 듣지 않고 출마 선언(물론 선언으로 그쳤지만)을 하더군요.
‘무오류 정치인’의 오류
1998년 김대중(金大中·DJ) 정부 출범 후 한화갑(韓和甲) 원내총무(요즘 원내대표)를 취재할 때였습니다. DJ 비서 출신인 그는 대놓고 DJ를 무오류(無誤謬)의 정치인이라 칭했습니다. 그가 쓴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옵니다. 그가 모시는 동안 DJ가 자신과 판단을 달리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 다 DJ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사실 DJ를 직접 취재한 적이 없습니다. DJ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언론과 DJ를 잘 아는 선배들을 통해서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DJ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무오류’? 정말 그럴까. 그건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 신의 경지인데. 저는 그 주장을 ‘오류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냥 DJ계엔 그런 정도로 충성심 강한 심복들이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과 11월호에서 DJ의 오랜 동지,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고문의 얘기를 통해 저는 ‘DJ의 무오류’를 뒤늦게 검증했습니다.
제가 군 복무 중이던 1985년, 2·12 총선이 있었습니다. 관제(官製)야당인 민한당이 제1야당일 때였습니다. 이에 맞서 YS(김영삼)는 DJ(당시 미국 체류 중)의 국내 대리인역을 자임한 김상현(金相賢) 전 의원과 함께 신민당을 새로 만들려 했습니다. DJ는 당시 정대철 고문을 불러 “민한당이 제1야당이 될 것이니 (민한당에 들어가) 민한당을 접수하라”고 했답니다. 그 후 신민당 돌풍이라는 결과가 증명하듯 이는 엄청난 상황판단 착오였죠. 이 탓에 정 고문마저도 낙선했습니다. DJ는 나중에 정대철 고문에게 정세판단에 대한 잘못을 사과했다고 하니 무오류란 없는 모양입니다.
‘새 정치 정치인’의 모호성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가 정가의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안철수 신당’이란 이름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호남에서 민주당의 3배까지 인기가 치솟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안철수 신당 없는 지방선거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안 의원과 직접 만나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언론을 통해 안 의원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나름의 판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판단은 저의 오랜 정치부 기자 경험에 바탕을 둔 ‘성공하는 길’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가 정치 시장(市場)에 나온 뒤 1년6개월여 동안 저의 판단과 ‘안철수의 길’은 거의 대부분 달랐습니다. 저의 판단이 옳을까요, 아니면 ‘안철수의 길’이 옳을까요.
그런데 ‘안 의원의 멘토 300명 중 한 명’인 윤여준(尹汝雋) 전 환경부장관이 안 의원 쪽에 다시 가담하면서 저와 안 의원 쪽의 간격이 조금은 좁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변한 증거로 자신을 찾아와 “피투성이가 되어도 앞으로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안 의원이 정말 그런 말을 했고, ‘피투성이의 길’을 걸어갈 의지와 대안이 있다면 그의 새 정치는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구(舊)정치의 ‘무균질’ ‘무오류’와는 다를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안철수의 의지’가 윤 전 장관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읽히고 직접적으로는 도무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화려한 수사(修辭), 오류가 없다는 믿음만으로 국민을 자기편에 끝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선배 정치인들이 남기고 간 교훈(敎訓)조차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걸 ‘못 미쳤다’, 즉 미달(未達)이라고 하지요. 지방선거까지 많이 남았으니 한번 지켜보십시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자마자 저는 무조건 찍을 대상을 정했습니다. 바로 박찬종 후보였죠. 그의 당락(當落) 따위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저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싶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의 ‘실적(實績)’이 다른 어떤 잣대보다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박 후보는 지역구를 옮긴 첫해, 남의 텃밭에서 집주인(민정당 이종률 후보)을 5%포인트 이상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찬종 후보는 유신시대에 정치(공화당)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입니다. 10·26 사건이라는 변고가 일어난 뒤에 오유방(吳有邦)・남재희(南載熙) 의원 등과 함께 공화당 내에서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던 소장파 핵심 중 한 명입니다. 정풍운동이란 낡고 부패한 세력을 정리하자는 것이었죠. 바로 쇄신운동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새 정치죠.
그 후 그는 신군부에 동참하지 않고 야당의 길을 택합니다. 그런 그가 제가 사는 지역에서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젊은 정치부 기자’(물론 저는 당시 정치부에서 외교를 취재하고 있었습니다)에겐 ‘행복’과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여당도 제1야당도 아닌 제3당(신정당)을 만들어 대선 출마까지 강행합니다. 물론 힘에 부쳐 낙선했지요.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유 선전광고가 인기를 치솟게 하는 데 일조했지요. 바로 무균질(無均質) 우유 광고입니다. 무균질 우유란 우유 속 지방을 잘게 부수어 소화되기 쉽게 만든 균질(均質) 우유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흔히 ‘무균(無菌)’으로 오해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결국 다른 우유엔 균이 득실거린단 뜻도 되고요. 소비자들(그들이 결국 유권자입니다)의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는 깨끗한 정치인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무균질 정치인’의 정치 편력
제가 정당으로 취재 대상을 바꾼 몇 년 뒤 바로 그 ‘무균질 정치인’을 맡게 되었습니다. 1997년이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신정당이란 ‘1인 정당’을 만들고,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도 출마하는 등 다양한 정치 편력(遍歷)을 보여주더군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 중심의 정치구도에 대해 당시로선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그건 ‘새 정치’일 수도 있고, ‘무모한 모험’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의 방배동 자택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정치인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경계심을 푸는 게 중요한데, 자택 취재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었고, 당시 정치부 기자들은 그런 식으로 취재하는 관행(慣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저한테 항상 “최동지”라 불렀습니다. 어떤 때는 참모들과 회의 중일 때도 있었는데, 그때도 저를 별로 기다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상의’를 합니다. 기자 11년차였던 저는 나름 보고 들은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담당했던 1997년 1년 동안 그의 ‘방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랑자’였으니까요. 신한국당 상임고문→대선 경선주자→전당대회 당일 경선 포기→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탈당→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 입당이 대충 정리해 본 1년간의 행적입니다. 그런 고비고비마다 제가 코멘트를 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는 그러나 단 한번도 제가 제시한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가 정말 무균의, 오염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면 저와 공감대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실 정치를 ‘이해’하는 지금도 그럴진대 하물며 당시에야 어땠겠습니까. 정말 대실망이었죠.
그런 박 변호사를 재작년 대선 전에 다시 만났습니다. ‘2012 대선 출마’ 얘기를 꺼내며 ‘최동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최동지’는 “박 고문님은 요즘 젊은이들이 현대사(史)에서 만나는 사람이니, 그냥 변호사나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15년 만의 조언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는 듣지 않고 출마 선언(물론 선언으로 그쳤지만)을 하더군요.
‘무오류 정치인’의 오류
1998년 김대중(金大中·DJ) 정부 출범 후 한화갑(韓和甲) 원내총무(요즘 원내대표)를 취재할 때였습니다. DJ 비서 출신인 그는 대놓고 DJ를 무오류(無誤謬)의 정치인이라 칭했습니다. 그가 쓴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옵니다. 그가 모시는 동안 DJ가 자신과 판단을 달리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 다 DJ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사실 DJ를 직접 취재한 적이 없습니다. DJ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언론과 DJ를 잘 아는 선배들을 통해서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DJ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무오류’? 정말 그럴까. 그건 인간의 경지가 아니라 신의 경지인데. 저는 그 주장을 ‘오류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냥 DJ계엔 그런 정도로 충성심 강한 심복들이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과 11월호에서 DJ의 오랜 동지,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고문의 얘기를 통해 저는 ‘DJ의 무오류’를 뒤늦게 검증했습니다.
제가 군 복무 중이던 1985년, 2·12 총선이 있었습니다. 관제(官製)야당인 민한당이 제1야당일 때였습니다. 이에 맞서 YS(김영삼)는 DJ(당시 미국 체류 중)의 국내 대리인역을 자임한 김상현(金相賢) 전 의원과 함께 신민당을 새로 만들려 했습니다. DJ는 당시 정대철 고문을 불러 “민한당이 제1야당이 될 것이니 (민한당에 들어가) 민한당을 접수하라”고 했답니다. 그 후 신민당 돌풍이라는 결과가 증명하듯 이는 엄청난 상황판단 착오였죠. 이 탓에 정 고문마저도 낙선했습니다. DJ는 나중에 정대철 고문에게 정세판단에 대한 잘못을 사과했다고 하니 무오류란 없는 모양입니다.
‘새 정치 정치인’의 모호성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안철수(安哲秀)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가 정가의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안철수 신당’이란 이름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호남에서 민주당의 3배까지 인기가 치솟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안철수 신당 없는 지방선거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안 의원과 직접 만나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언론을 통해 안 의원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나름의 판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판단은 저의 오랜 정치부 기자 경험에 바탕을 둔 ‘성공하는 길’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가 정치 시장(市場)에 나온 뒤 1년6개월여 동안 저의 판단과 ‘안철수의 길’은 거의 대부분 달랐습니다. 저의 판단이 옳을까요, 아니면 ‘안철수의 길’이 옳을까요.
그런데 ‘안 의원의 멘토 300명 중 한 명’인 윤여준(尹汝雋) 전 환경부장관이 안 의원 쪽에 다시 가담하면서 저와 안 의원 쪽의 간격이 조금은 좁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변한 증거로 자신을 찾아와 “피투성이가 되어도 앞으로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안 의원이 정말 그런 말을 했고, ‘피투성이의 길’을 걸어갈 의지와 대안이 있다면 그의 새 정치는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구(舊)정치의 ‘무균질’ ‘무오류’와는 다를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안철수의 의지’가 윤 전 장관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읽히고 직접적으로는 도무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화려한 수사(修辭), 오류가 없다는 믿음만으로 국민을 자기편에 끝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선배 정치인들이 남기고 간 교훈(敎訓)조차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걸 ‘못 미쳤다’, 즉 미달(未達)이라고 하지요. 지방선거까지 많이 남았으니 한번 지켜보십시다.⊙
조영일
(20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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