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저물어 갑니다. 망년회 예약이 밀려듭니다. 망년회가 일본식 표현이라지만, 저는 그냥 이렇게 쓰겠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아쉬운 것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든 분들은 또 한 해가 저문다는 사실 자체가 섭섭하죠. 수많은 젊은이들은 올해 미처 이루지 못한 학업, 취업 등의 성취가 못내 마음에 걸릴 것입니다.
이제 사이버 安保를 걱정할 때
2011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머리 속을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털어 버립시다. 잊어버립시다. 그리고 앞날이 밝지 않아도 노력으로, 그것도 안되면 운(運)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 봅시다. 다만 올해를 보내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입니다.
올 1월 《월간조선》은 〈北 사이버 공격시 주요시설 15분만에 초토화〉란 기사를 실었습니다. 북한이 컴퓨터를 이용해 남한의 주요 시설 작동을 올스톱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썼습니다. 그후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실제 북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감행했고, 농협을 상대로는 전산망 마비를 일으켜 엄청난 혼란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옛날처럼 선입견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 조사기관들에는 북한이나 북한의 사주를 받은 중국쪽의 IP 주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내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선포한 지 오래입니다. 현실은 거꾸로입니다. 당장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의 생일이 있는 1월, 2월, 4월에 주민들에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주는 일조차 버겁습니다.
요즘 미·북회담이 끝나면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처럼 흘리고, 미국은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브리핑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입니다. 초조해진 북한이 대미관계가 좋은 것처럼 분칠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북한이 어떤 일을 벌이겠습니까. 더구나 내년에는 우리나라에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습니다. 갈등이 그 어느해보다 심해질 것입니다. 그 예고편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제 재래식 무기로는 도발을 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사이버 전쟁을 벌일 것입니다. 혹자는 ‘사이버 세계에서는 이미 전쟁 중’이라고도 말합니다. 국가·기업·개인 모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들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라고 하더군요.
말 뒤집은 사람 잊어선 안 돼
두 번째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크게 하품을 하다가 눈물이 찔끔 나오면 당황스럽지만, 턱이 빠져 버리면 황당하다’는 말이죠. 올해는 유난히 당황 수준을 넘어 황당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예가 수도 없지만 요즘 쟁점인 한미 FTA를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향후 50년간 한미관계를 지탱해 줄 기둥이 (한미 군사동맹에 이어) 두 번째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한미 FTA를 ‘신(新)을사늑약’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미래를 꿰뚫어보지 못했던 안목의 부족함을 고백한다.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국내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인 집권당 대표와 고급정보가 차단돼 있는 지금 ‘야당 일개 최고위원’의 안목이 같을 수가 없지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때가 훨씬 ‘좋은 판단을 할 정보와 지식이 많은 때’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엔 집권당 대표로서 한미 FTA를 제대로 알고 있었고, 지금은 야당 지도부 일원으로 정파적 이해에 치중하고 있다는 실토입니다. 별로 바뀌지도 않은 것을 놓고 이렇게 입장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망년회를 여러 번 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 특보’를 맡았던 제 친구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정 후보가)너무 망가진다”며 안타까워하더라고요.
한미 FTA에 대해서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모두 말바꾸기를 한 것으로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잊을 만한 게 있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꼼꼼히 기록해 뒀다가 그들이 큰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따져 물어봅시다. “당신 지금 한 말, 정말 믿어도 됩니까”라고요.
후손에 부담 안길 선동가들 역시 不忘 대상
세 번째는 우리 아들딸, 손자손녀들의 돈을 넘보는 사람들입니다.
복지 얘기입니다.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1월말 ‘진보세력의 대변지’ 《한겨레신문》 사설을 보니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물론 복지확대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증세 부담은 부유층에게 더 가기 마련이고 이는 조세정의에 부합한다”고 돼 있습니다. 현재도 세금은 누진제입니다. 한겨레신문 주장은 이를 더 강화하거나 부유세 같은 것을 만들어 아예 기존에 부유층이 갖고 있는 재산까지도 일부 빼앗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증세가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상 부유세였던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실시 때 가진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부동산을 줄여 현금자산을 늘리거나 아예 해외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상당수가 외국에 계좌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국부(國富)가 유출된 것입니다. 지금 휘청이고 있는 유럽 국가의 부유층 상당수가 EU 내 세금이 적은 곳에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갈라먹을 파이(pie)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하고 있는 요즘, 우리가 1만원의 복지 혜택을 더 받으면 손자손녀들이 30년 뒤에 3만~5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우리가 후손을 위해 터를 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돈을 당겨 써서야 되겠습니까. 그들이야말로 나중에 조상 탓을 하며 한탄할 것입니다.
복지 경쟁을 벌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에 휩싸이게 됩니다. 꼭 마약 같은 것입니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더 강력한 것을 찾게 되지요. 벌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당장 나타난다면 복지 포퓰리즘은 응징을 받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염치없는 자들이 누구인지 꼭 기억해 둬야 합니다.
남의 돈 함부로 쓰는 자들 용서해선 안 돼
네 번째는 ‘공금 유용자들’입니다.
저는 남산 3호터널을 지나 반포대교 쪽으로 퇴근을 합니다. 이태원을 지나다 보면 용산구 청사가 보입니다. 그 위용(威容)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입니다. 구청은 행정사무소입니다. 예술의 전당 같이 휘황찬란한 곳에서 일해야 일류인가요. 전남 보성군청은 400억원이 드는 청사 신축을 하지 않는 대신 절반 값에 리모델링했다고 합니다.
“만약 용산구청장을 보고 ‘당신 돈으로 사무실을 꾸며라’고 했다면 그가 이렇게 으리으리하게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합니다. 그러곤 혼자 분통을 터트립니다.
이뿐입니까. 올 1월 국회는 국회의원의 세비(봉급)를 올리고,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도 신설했습니다. 작년에 전직 국회의원들에 생계비를 주기로 한 것에 이어 또 자기들 밥그릇을 챙긴 것입니다. 경제위기로 모두가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는 나리들이 고통을 나누지는 못할망정 제 몫부터 떼 놓는 것을 보면 정말 귀신은 없는 모양입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올해 경기가 어려워지자 세비 삭감 법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이미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해 스스로 예산을 줄였습니다.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금 내는 힘밖에 없는 우리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은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것입니다. 그랬다가 우리에게 다른 힘이 생겼을 때 그 힘 좀 쓰십시다. 남의 돈 쓸땐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1년 《월간조선》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아쉬운 것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든 분들은 또 한 해가 저문다는 사실 자체가 섭섭하죠. 수많은 젊은이들은 올해 미처 이루지 못한 학업, 취업 등의 성취가 못내 마음에 걸릴 것입니다.
이제 사이버 安保를 걱정할 때
2011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머리 속을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털어 버립시다. 잊어버립시다. 그리고 앞날이 밝지 않아도 노력으로, 그것도 안되면 운(運)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 봅시다. 다만 올해를 보내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입니다.
올 1월 《월간조선》은 〈北 사이버 공격시 주요시설 15분만에 초토화〉란 기사를 실었습니다. 북한이 컴퓨터를 이용해 남한의 주요 시설 작동을 올스톱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썼습니다. 그후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실제 북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감행했고, 농협을 상대로는 전산망 마비를 일으켜 엄청난 혼란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옛날처럼 선입견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 조사기관들에는 북한이나 북한의 사주를 받은 중국쪽의 IP 주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내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선포한 지 오래입니다. 현실은 거꾸로입니다. 당장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의 생일이 있는 1월, 2월, 4월에 주민들에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주는 일조차 버겁습니다.
요즘 미·북회담이 끝나면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처럼 흘리고, 미국은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브리핑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입니다. 초조해진 북한이 대미관계가 좋은 것처럼 분칠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북한이 어떤 일을 벌이겠습니까. 더구나 내년에는 우리나라에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습니다. 갈등이 그 어느해보다 심해질 것입니다. 그 예고편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제 재래식 무기로는 도발을 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사이버 전쟁을 벌일 것입니다. 혹자는 ‘사이버 세계에서는 이미 전쟁 중’이라고도 말합니다. 국가·기업·개인 모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들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라고 하더군요.
말 뒤집은 사람 잊어선 안 돼
두 번째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크게 하품을 하다가 눈물이 찔끔 나오면 당황스럽지만, 턱이 빠져 버리면 황당하다’는 말이죠. 올해는 유난히 당황 수준을 넘어 황당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예가 수도 없지만 요즘 쟁점인 한미 FTA를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향후 50년간 한미관계를 지탱해 줄 기둥이 (한미 군사동맹에 이어) 두 번째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한미 FTA를 ‘신(新)을사늑약’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미래를 꿰뚫어보지 못했던 안목의 부족함을 고백한다.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국내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인 집권당 대표와 고급정보가 차단돼 있는 지금 ‘야당 일개 최고위원’의 안목이 같을 수가 없지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때가 훨씬 ‘좋은 판단을 할 정보와 지식이 많은 때’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엔 집권당 대표로서 한미 FTA를 제대로 알고 있었고, 지금은 야당 지도부 일원으로 정파적 이해에 치중하고 있다는 실토입니다. 별로 바뀌지도 않은 것을 놓고 이렇게 입장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망년회를 여러 번 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 특보’를 맡았던 제 친구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정 후보가)너무 망가진다”며 안타까워하더라고요.
한미 FTA에 대해서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모두 말바꾸기를 한 것으로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잊을 만한 게 있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꼼꼼히 기록해 뒀다가 그들이 큰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따져 물어봅시다. “당신 지금 한 말, 정말 믿어도 됩니까”라고요.
후손에 부담 안길 선동가들 역시 不忘 대상
세 번째는 우리 아들딸, 손자손녀들의 돈을 넘보는 사람들입니다.
복지 얘기입니다.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1월말 ‘진보세력의 대변지’ 《한겨레신문》 사설을 보니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물론 복지확대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증세 부담은 부유층에게 더 가기 마련이고 이는 조세정의에 부합한다”고 돼 있습니다. 현재도 세금은 누진제입니다. 한겨레신문 주장은 이를 더 강화하거나 부유세 같은 것을 만들어 아예 기존에 부유층이 갖고 있는 재산까지도 일부 빼앗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증세가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상 부유세였던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실시 때 가진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부동산을 줄여 현금자산을 늘리거나 아예 해외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상당수가 외국에 계좌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국부(國富)가 유출된 것입니다. 지금 휘청이고 있는 유럽 국가의 부유층 상당수가 EU 내 세금이 적은 곳에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갈라먹을 파이(pie)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하고 있는 요즘, 우리가 1만원의 복지 혜택을 더 받으면 손자손녀들이 30년 뒤에 3만~5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우리가 후손을 위해 터를 잡아 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돈을 당겨 써서야 되겠습니까. 그들이야말로 나중에 조상 탓을 하며 한탄할 것입니다.
복지 경쟁을 벌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에 휩싸이게 됩니다. 꼭 마약 같은 것입니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더 강력한 것을 찾게 되지요. 벌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당장 나타난다면 복지 포퓰리즘은 응징을 받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염치없는 자들이 누구인지 꼭 기억해 둬야 합니다.
남의 돈 함부로 쓰는 자들 용서해선 안 돼
네 번째는 ‘공금 유용자들’입니다.
저는 남산 3호터널을 지나 반포대교 쪽으로 퇴근을 합니다. 이태원을 지나다 보면 용산구 청사가 보입니다. 그 위용(威容)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입니다. 구청은 행정사무소입니다. 예술의 전당 같이 휘황찬란한 곳에서 일해야 일류인가요. 전남 보성군청은 400억원이 드는 청사 신축을 하지 않는 대신 절반 값에 리모델링했다고 합니다.
“만약 용산구청장을 보고 ‘당신 돈으로 사무실을 꾸며라’고 했다면 그가 이렇게 으리으리하게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합니다. 그러곤 혼자 분통을 터트립니다.
이뿐입니까. 올 1월 국회는 국회의원의 세비(봉급)를 올리고,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도 신설했습니다. 작년에 전직 국회의원들에 생계비를 주기로 한 것에 이어 또 자기들 밥그릇을 챙긴 것입니다. 경제위기로 모두가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는 나리들이 고통을 나누지는 못할망정 제 몫부터 떼 놓는 것을 보면 정말 귀신은 없는 모양입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올해 경기가 어려워지자 세비 삭감 법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이미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해 스스로 예산을 줄였습니다.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금 내는 힘밖에 없는 우리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은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것입니다. 그랬다가 우리에게 다른 힘이 생겼을 때 그 힘 좀 쓰십시다. 남의 돈 쓸땐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1년 《월간조선》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