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인 1995년. 상고(上告·2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것)와 항소(抗訴·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신청하는 것)조차 헷갈리던 제가 《조선일보》 법조팀장이 됐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답답함이란 한두 가지였겠습니까.
무엇보다 스스로 혼란을 겪었던 것은 검찰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검찰은 일반의 그것보다 더 혹독합니다. 시쳇말로 ‘권력의 앞잡이’쯤이었지요. 당시엔 더욱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제가 만나는 검찰 고위간부들은 오히려 정치인을 ‘쓰레기’쯤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시 저는 정치부 기자를 제법 했지만, 검찰 담당은 처음이었거든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요. 비록 사석이나마 검찰이 “그것들…” 어쩌고 할 때 그것들의 물에서 놀던 저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듯해 심리적 저항이 상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한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유명한 검사 한 분과의 면담이었습니다. 그분은 정치인을 ‘다 잡아 없애야 하는 벌레’쯤으로 얘기했습니다. 하도 오래돼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검사 정말 기고만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은연중 “(김영삼 정권이)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며 처음 만나는 기자 앞에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그 깊은 뜻이야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분, 지금 정치인이 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언론인 잡아넣겠다 호언하던 검사
또 한 번은 대검찰청 검사와의 술자리 기억입니다. 저도 물론 대검의 다른 검사와 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에도 검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소개를 하기에 그 자리에서 처음 통성명했습니다. 대검 연구관이더군요. 뭐 하는 자리인지도 몰랐습니다. 술이 들어간 탓인지 그 작자, 《조선일보》 최고위급 간부 이름을 동생 이름처럼 들먹이면서 “반드시 잡아넣겠다”고 하더군요.
김영삼(金泳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선일보》 출신이 일부 정권 고위직으로 진출하긴 했지만, 실제로 양측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다 아는 얘깁니다. 방우영 《조선일보》 고문의 회고록에도 보면,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정권과의 관계가 점점 더 껄끄러워졌다.… 이런저런 게 밉게 보였는지 1994년 추경석 국세청장을 시켜 조선일보를 세무사찰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저와 검사와의 술자리는 세무사찰 후 1년이 지난 다음이죠. 세무조사를 통해 혼내주지 못했으니 관계가 다시 좋아질 리 없었겠지요. 당시 정권의 불편함과 그 검사의 호언(豪言)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검찰총장한테 간혹 전화해서 수사 상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는군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비자금 리스트는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에 건네줬다는 것 아닙니까. 정권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갖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 대검 연구관쯤이면 나름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여하튼 그 검사는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술도 취하고, 초면에 심하다도 싶어 그 ‘무섭다는’ 검사 앞에서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나한테 통보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하자는 거요. 잘못한 것 있으면 잡아넣으면 될 것 아니오.”
정치검사 없애자고 중수부 없앨 순 없는 법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여당이 민주당과 폐지를 합의한 듯하더니 의원총회에서 뒤집어 결국 백지화됐더군요. 일단 정치권의 시도가 무산됐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지금 그걸 말하고 싶어서 옛날 겪었던 일을 끄집어냈습니다.
앞의 두 예만 보면 검찰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폐해란 다름 아닌 검사들의 ‘정치성’에서 비롯됩니다. 좋은 대학 나와 사법시험 붙고 나서 남들 뒤를 캐서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잡아넣다 보니 초임 검사들로선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인 모양입니다. 그런 것 주변에서 많이 접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이런 ‘빈대’를 잡자고 우리가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야 없지요. 빈대가 있어도 먹고살 공간은 확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금 그런 논란의 정점에 있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금 검찰은 거악(巨惡) 척결을 앞세워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데 ‘권력에 휘둘린 편파수사’가 바로 거악”이라며 “검찰은 자신들이 진실하다고 주장하려면 살아 있는 실세(實勢)를 수사하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 말씀은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손 대표가 지금 이끌고 있는 그 민주당이 집권했을 땐 그렇게 했나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중수부가 ‘살아 있는 실세’를 수사했습니까. 노무현 정권 때 이회창 대선자금 수사했고, 김대중 정권 때 경쟁자였던 이회창 후보의 북풍(北風), 세풍(稅風) 다 조사했습니다. 그때도 실세 수사는 못 했는지, 안 했는지 별다른 흔적이 없습니다. 간혹 거악이 아닌 여권의 몇 명을 ‘끼워넣기식’으로 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중수부가 본격적으로 권력 핵심에 칼을 댄 것은 권력이 힘을 잃어 레임덕에 시달릴 때가 아니곤 없었습니다. 이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걸 지금 몽땅 고칠 수 있다면 그걸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제가 보기엔 그렇게 될 리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8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임에 ‘포청천 검사’를 임명할 리가 없지요. 그건 ‘손학규 대통령’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포청천 검사’의 위험도 중수부의 부작용만큼이나 크거든요.
중수부 수사 대상이 여권이냐 야권이냐는 2차적 문제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짜증을 내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수부가 비록 정치 편향성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나마 중수부가 없다면 전직 대통령의 수상한 돈거래, 재벌들의 대선자금 지원,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 비자금 축적과 같은 ‘거악’이 묻혀버렸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입니다. 힘이 없을 때나 빠졌을 때 드러났더라도 악은 악입니다. 피의자가 죽었다고 범죄가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거악들은 ‘표적 사정’ ‘정치 보복’ 등의 비(非)법률적인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숨기려 합니다.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은 국가의 세금이 됐거나, 기업에 재투자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밥 먹고 술 먹느라 자영업자들의 소득 증대에라도 기여했을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일탈, 권력형 범죄 등이 정권이 바뀔 때쯤이면 드러난다는 사실, 아니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수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중수부가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든, 바꾸든 간에 그런 기능을 하는 감찰(監察)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조직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지만 지금처럼 절뚝거려도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수부가 집권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쳐낸다고 해도 사회는 조금이나마 맑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그렇게 하다 보면 가끔 타의에 의해서 집권세력 핵심의 비리를 캐내기도 하고, 언론의 폭로에 의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한때 합의한 것처럼 중수부를 없애면, 그런 기능을 검찰의 다른 조직이 하지 못한다면, 제일 좋아지는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거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입니다. ‘한때 합의’를 이끌어냈던 그 사람들도 대한민국에서 중수부 폐지로 혜택을 받을 100명 안에 들어갈지 모를 일입니다.
현역으로 군 복무하고, 월급쟁이로 꼬박꼬박 세금 다 내고 있는 저로서는 그 사람들 좋아하는 꼴을 꿈에라도 보기 싫습니다. 주변에서 거악이 활개치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정치 편향 검찰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이 낫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혼란을 겪었던 것은 검찰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검찰은 일반의 그것보다 더 혹독합니다. 시쳇말로 ‘권력의 앞잡이’쯤이었지요. 당시엔 더욱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제가 만나는 검찰 고위간부들은 오히려 정치인을 ‘쓰레기’쯤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시 저는 정치부 기자를 제법 했지만, 검찰 담당은 처음이었거든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요. 비록 사석이나마 검찰이 “그것들…” 어쩌고 할 때 그것들의 물에서 놀던 저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듯해 심리적 저항이 상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한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유명한 검사 한 분과의 면담이었습니다. 그분은 정치인을 ‘다 잡아 없애야 하는 벌레’쯤으로 얘기했습니다. 하도 오래돼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검사 정말 기고만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은연중 “(김영삼 정권이)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며 처음 만나는 기자 앞에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그 깊은 뜻이야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분, 지금 정치인이 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언론인 잡아넣겠다 호언하던 검사
또 한 번은 대검찰청 검사와의 술자리 기억입니다. 저도 물론 대검의 다른 검사와 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에도 검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소개를 하기에 그 자리에서 처음 통성명했습니다. 대검 연구관이더군요. 뭐 하는 자리인지도 몰랐습니다. 술이 들어간 탓인지 그 작자, 《조선일보》 최고위급 간부 이름을 동생 이름처럼 들먹이면서 “반드시 잡아넣겠다”고 하더군요.
김영삼(金泳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선일보》 출신이 일부 정권 고위직으로 진출하긴 했지만, 실제로 양측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다 아는 얘깁니다. 방우영 《조선일보》 고문의 회고록에도 보면,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정권과의 관계가 점점 더 껄끄러워졌다.… 이런저런 게 밉게 보였는지 1994년 추경석 국세청장을 시켜 조선일보를 세무사찰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저와 검사와의 술자리는 세무사찰 후 1년이 지난 다음이죠. 세무조사를 통해 혼내주지 못했으니 관계가 다시 좋아질 리 없었겠지요. 당시 정권의 불편함과 그 검사의 호언(豪言)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검찰총장한테 간혹 전화해서 수사 상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는군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비자금 리스트는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에 건네줬다는 것 아닙니까. 정권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갖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 대검 연구관쯤이면 나름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여하튼 그 검사는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술도 취하고, 초면에 심하다도 싶어 그 ‘무섭다는’ 검사 앞에서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나한테 통보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하자는 거요. 잘못한 것 있으면 잡아넣으면 될 것 아니오.”
정치검사 없애자고 중수부 없앨 순 없는 법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여당이 민주당과 폐지를 합의한 듯하더니 의원총회에서 뒤집어 결국 백지화됐더군요. 일단 정치권의 시도가 무산됐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지금 그걸 말하고 싶어서 옛날 겪었던 일을 끄집어냈습니다.
앞의 두 예만 보면 검찰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폐해란 다름 아닌 검사들의 ‘정치성’에서 비롯됩니다. 좋은 대학 나와 사법시험 붙고 나서 남들 뒤를 캐서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잡아넣다 보니 초임 검사들로선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인 모양입니다. 그런 것 주변에서 많이 접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이런 ‘빈대’를 잡자고 우리가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야 없지요. 빈대가 있어도 먹고살 공간은 확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금 그런 논란의 정점에 있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금 검찰은 거악(巨惡) 척결을 앞세워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데 ‘권력에 휘둘린 편파수사’가 바로 거악”이라며 “검찰은 자신들이 진실하다고 주장하려면 살아 있는 실세(實勢)를 수사하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 말씀은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손 대표가 지금 이끌고 있는 그 민주당이 집권했을 땐 그렇게 했나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중수부가 ‘살아 있는 실세’를 수사했습니까. 노무현 정권 때 이회창 대선자금 수사했고, 김대중 정권 때 경쟁자였던 이회창 후보의 북풍(北風), 세풍(稅風) 다 조사했습니다. 그때도 실세 수사는 못 했는지, 안 했는지 별다른 흔적이 없습니다. 간혹 거악이 아닌 여권의 몇 명을 ‘끼워넣기식’으로 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중수부가 본격적으로 권력 핵심에 칼을 댄 것은 권력이 힘을 잃어 레임덕에 시달릴 때가 아니곤 없었습니다. 이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걸 지금 몽땅 고칠 수 있다면 그걸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제가 보기엔 그렇게 될 리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8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임에 ‘포청천 검사’를 임명할 리가 없지요. 그건 ‘손학규 대통령’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포청천 검사’의 위험도 중수부의 부작용만큼이나 크거든요.
중수부 수사 대상이 여권이냐 야권이냐는 2차적 문제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짜증을 내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수부가 비록 정치 편향성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나마 중수부가 없다면 전직 대통령의 수상한 돈거래, 재벌들의 대선자금 지원,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 비자금 축적과 같은 ‘거악’이 묻혀버렸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입니다. 힘이 없을 때나 빠졌을 때 드러났더라도 악은 악입니다. 피의자가 죽었다고 범죄가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거악들은 ‘표적 사정’ ‘정치 보복’ 등의 비(非)법률적인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숨기려 합니다.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은 국가의 세금이 됐거나, 기업에 재투자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밥 먹고 술 먹느라 자영업자들의 소득 증대에라도 기여했을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일탈, 권력형 범죄 등이 정권이 바뀔 때쯤이면 드러난다는 사실, 아니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수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중수부가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든, 바꾸든 간에 그런 기능을 하는 감찰(監察)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조직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지만 지금처럼 절뚝거려도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수부가 집권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쳐낸다고 해도 사회는 조금이나마 맑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그렇게 하다 보면 가끔 타의에 의해서 집권세력 핵심의 비리를 캐내기도 하고, 언론의 폭로에 의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한때 합의한 것처럼 중수부를 없애면, 그런 기능을 검찰의 다른 조직이 하지 못한다면, 제일 좋아지는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거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입니다. ‘한때 합의’를 이끌어냈던 그 사람들도 대한민국에서 중수부 폐지로 혜택을 받을 100명 안에 들어갈지 모를 일입니다.
현역으로 군 복무하고, 월급쟁이로 꼬박꼬박 세금 다 내고 있는 저로서는 그 사람들 좋아하는 꼴을 꿈에라도 보기 싫습니다. 주변에서 거악이 활개치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정치 편향 검찰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이 낫습니다.⊙
이은장
(201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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