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를 팔고 있는 도중 시간이 좀 남아 친구가 일하는 제빵 그룹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는 물가(物價)도 화제였습니다. 그 친구 “밀가루, 설탕값은 엄청 올랐는데 빵값을 못 올려 원가부담이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올리면 되지. 비싸도 사 먹는 사람 있을 거고, 아니면 안 먹을 거고.” 이 말 틀렸습니까.
그 친구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더니 “그게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이게 무슨 소린가 머리를 굴려 봤습니다. 그의 대답은 저의 상상력 밖에 있었습니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난린데, 빵값을 올리면 정부에 밉보일 것 아니냐. 그러면….” 이런 거였습니다.
정부가 무서운 것은 알았지만, 기자 20년 넘게 한 저는 ‘허당’이었습니다. “아! 정말 기업이란 게 이렇게도 약한 모양이구나”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기자는 그래도 정부에 불만이 있으면 ‘조지기’도 하면서 살고 있는데 기업은 이토록 엎드려 살고 있다니,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제야 실감나게 듣고 있다니요.
재료비가 올라 제품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시장원리의 기업가정신은 이 땅 관료들의 힘 앞에서 여지없이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괘씸죄에 걸리면 약도 없다는 이들의 피해의식은 아마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싶었습니다. 당장 몇 억 몇 십억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낫지 시장경제 운운하다가 세무조사라도 받는 날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계산 방식인 듯싶습니다.
‘免 낙제=잘했다’는 뜻이었다는 회장님의 배후
3월의 최고 화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었습니다. 3월 10일 이 회장이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은 면한 것 같다”고 말한 지 꼭 25일(4월 4일) 만에 국세청이 삼성의 두 계열사(삼성중공업, 호텔신라)에 들이닥친 것이었습니다. 2월부터 삼성물산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고 하니 삼성그룹 계열사 3곳이 한꺼번에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그룹의 회사가 동시에 두 곳 이상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하니 이번 삼성 건은 ‘드물고도 드문’ 일인 셈입니다. 국세청이 아무리 “4~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주장한들 그걸 믿을 사람은 4~5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할 것입니다. 재산이 몇 조가 넘는 대한민국 회장님도 공무원을 무서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그는 3월 31일 이 발언을 직접 해명했습니다.
그걸 보면 공무원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다시 들지 않습니까. “내 뜻은 경제성장이 잘됐고 금융위기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면에서 잘했다는 뜻이었는데 이상하게 전달됐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남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할까 하는 것만 20년 넘게 배우고 해 왔는데, 그리고 당시 이 회장의 말을 수십 명의 기자가 동시에 들었을 텐데, ‘면(免) 낙제점’이란 게 이런 뜻이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3월 10일과 3월 31일 사이에 삼성과 대단한 공무원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죠.
국세청이 삼성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후인 4월 9일엔 이 회장이 다시 한번 공무원의 ‘위대성’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입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오너가 국세청 대변인처럼 변했죠.
그것뿐입니까. 4월 13일 삼성은 동반성장에 참여하겠다며 6100억원을 협력사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책임 떠넘기기에는 達人급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공무원만 대단한가요. 교육과학기술부는 4월 5일 칼빈대 법인 이사회에 길자연 총장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1월 실시한 감사에서 교원 채용의 문제점 등 10여 건의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네요. 무슨 비리인지는 모르지만 교육부가 총장보고 물러나라는 것은 참 듣기 어려운 뉴스입니다. 총장이 물러날 정도의 비리라면 물러나기만 해선 안 되지요. 사법적 단죄가 뒤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길자연 총장은 3월 3일 국가 조찬기도회 때 느닷없이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제안한 당사자입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부부가 모두 무릎 꿇고 기도를 한 사진이 보도돼 논란이 벌어졌었지요. 많은 사람은 교육부의 총장해임 요구를 이 ‘무릎 기도’ 사건과 연관시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무릎 기도’ 사건의 파문이 커졌을 때 청와대가 길자연 목사의 돌출행동을 문제 삼았었기 때문입니다.
길자연 목사의 제안이 부적절했던 것은 분명 맞지요. 대통령도 있고, 기독교도 외에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많은 자리에서 그런 제안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있었던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상당수(어떤 이는 절반이라고 합니다)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다면 파문의 꼬투리를 제공한 사람과 실제 무릎을 꿇은 사람 중 ‘무릎 기도’에 대해 누구 책임이 더 클까요. 자기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데 있어서도 공무원들은 참 대단합니다.
이건 또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가 건강보험료라는 것을 내고 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는 병원이나 의원에 가서 싼값으로 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가 상당 부분을 메워 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 상태입니다. 평상시에 18조원 정도의 적립금이 쌓여 있어야 한답니다. 작년에 이것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올 1월말에는 추가로 3000억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돈 나올 곳은 없는데 이거 해 준다 저거 해 준다 법석을 피워댔으니 펑크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죠. 공무원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이 대목에서입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파산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고 “그게 파산이 아니고…” 등등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것만 대단합니까. 복지부에서 갑자기 약값을 일률적으로 20%씩 깎겠다고 나섰습니다. 자기들이 사고를 쳐 놓고, 돈이 모자라니까 “너희들 돈 많지. 이만큼 떼 갈게”라는 식입니다. 정녕 약값에 거품이 많았다면 미리미리 조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지금 약값 좀 깎는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지는 것도 아니죠.
그런 걸 종합대책이라고 발표하시는 분을 보면서 어떻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본은 ‘관료망국’ 한국은 ‘관료왕국’
행정부만 그런가요. 변호사 국회의원 나리들이 준법(遵法) 지원인제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후배 사법연수원생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니까 그 밥그릇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기업들이 법을 많이 어기긴 하지요. 그런데 그게 준법 지원인이 없어서입니까. 웬만한 큰 기업에는 이미 ‘감사’라는 고위직이 있습니다. 밑에 직원도 많고요.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게 준법 지원인입니다. 큰 기업엔 또 법무실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건 준법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준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만들자고요.
이건 힘 있을 때 법 만들어 남의 돈으로 선심 쓰자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보고 ‘당신 돈으로 봉급 주는 보좌관을 몇 명이건 써라’고 하면 한 명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준법 지원인이라는 것을 만들 때 틀림없이 “내 돈 드냐”는 심리였을 것입니다.
그런 걸 만들 힘도 없고, 고칠 힘도 없고, 알아서 기는 사람들도 주변에 없는 민초(民草)들은 그저 입을 다물 수가 없을 따름입니다.
갑자기 1994년 이천수 교육부차관(현 대진대총장)이 준 《관료망국론》이란 책이 기억납니다. ▲20개 중앙관청이 전국의 이권을 모두 주무른다 ▲운수성은 1966건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국토성 관리들이 열심히 국토를 파괴한다 ▲통산성은 인·허가권으로 업계를 주무르며 소관 법인을 만들어 낙하산 인사의 대상기관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좋은 개혁안도 국회의원과 관료의 타협으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 뭐, 이런 것들입니다. 이건 일본의 예를 다룬 것인데, 어쩌면 이렇게 우리와 비슷합니까. 일본의 공무원들도 대단하긴 한 모양인데, 거기엔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쓰는 사람이라도 있네요.⊙
그 친구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더니 “그게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이게 무슨 소린가 머리를 굴려 봤습니다. 그의 대답은 저의 상상력 밖에 있었습니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난린데, 빵값을 올리면 정부에 밉보일 것 아니냐. 그러면….” 이런 거였습니다.
정부가 무서운 것은 알았지만, 기자 20년 넘게 한 저는 ‘허당’이었습니다. “아! 정말 기업이란 게 이렇게도 약한 모양이구나”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기자는 그래도 정부에 불만이 있으면 ‘조지기’도 하면서 살고 있는데 기업은 이토록 엎드려 살고 있다니,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제야 실감나게 듣고 있다니요.
재료비가 올라 제품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시장원리의 기업가정신은 이 땅 관료들의 힘 앞에서 여지없이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괘씸죄에 걸리면 약도 없다는 이들의 피해의식은 아마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싶었습니다. 당장 몇 억 몇 십억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낫지 시장경제 운운하다가 세무조사라도 받는 날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계산 방식인 듯싶습니다.
‘免 낙제=잘했다’는 뜻이었다는 회장님의 배후
3월의 최고 화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었습니다. 3월 10일 이 회장이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은 면한 것 같다”고 말한 지 꼭 25일(4월 4일) 만에 국세청이 삼성의 두 계열사(삼성중공업, 호텔신라)에 들이닥친 것이었습니다. 2월부터 삼성물산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고 하니 삼성그룹 계열사 3곳이 한꺼번에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그룹의 회사가 동시에 두 곳 이상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하니 이번 삼성 건은 ‘드물고도 드문’ 일인 셈입니다. 국세청이 아무리 “4~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주장한들 그걸 믿을 사람은 4~5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할 것입니다. 재산이 몇 조가 넘는 대한민국 회장님도 공무원을 무서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그는 3월 31일 이 발언을 직접 해명했습니다.
그걸 보면 공무원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다시 들지 않습니까. “내 뜻은 경제성장이 잘됐고 금융위기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면에서 잘했다는 뜻이었는데 이상하게 전달됐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남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할까 하는 것만 20년 넘게 배우고 해 왔는데, 그리고 당시 이 회장의 말을 수십 명의 기자가 동시에 들었을 텐데, ‘면(免) 낙제점’이란 게 이런 뜻이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3월 10일과 3월 31일 사이에 삼성과 대단한 공무원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죠.
국세청이 삼성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후인 4월 9일엔 이 회장이 다시 한번 공무원의 ‘위대성’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입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오너가 국세청 대변인처럼 변했죠.
그것뿐입니까. 4월 13일 삼성은 동반성장에 참여하겠다며 6100억원을 협력사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책임 떠넘기기에는 達人급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공무원만 대단한가요. 교육과학기술부는 4월 5일 칼빈대 법인 이사회에 길자연 총장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1월 실시한 감사에서 교원 채용의 문제점 등 10여 건의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네요. 무슨 비리인지는 모르지만 교육부가 총장보고 물러나라는 것은 참 듣기 어려운 뉴스입니다. 총장이 물러날 정도의 비리라면 물러나기만 해선 안 되지요. 사법적 단죄가 뒤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길자연 총장은 3월 3일 국가 조찬기도회 때 느닷없이 “무릎 꿇고 기도하자”고 제안한 당사자입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부부가 모두 무릎 꿇고 기도를 한 사진이 보도돼 논란이 벌어졌었지요. 많은 사람은 교육부의 총장해임 요구를 이 ‘무릎 기도’ 사건과 연관시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무릎 기도’ 사건의 파문이 커졌을 때 청와대가 길자연 목사의 돌출행동을 문제 삼았었기 때문입니다.
길자연 목사의 제안이 부적절했던 것은 분명 맞지요. 대통령도 있고, 기독교도 외에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많은 자리에서 그런 제안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있었던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상당수(어떤 이는 절반이라고 합니다)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다면 파문의 꼬투리를 제공한 사람과 실제 무릎을 꿇은 사람 중 ‘무릎 기도’에 대해 누구 책임이 더 클까요. 자기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데 있어서도 공무원들은 참 대단합니다.
이건 또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가 건강보험료라는 것을 내고 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는 병원이나 의원에 가서 싼값으로 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가 상당 부분을 메워 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 상태입니다. 평상시에 18조원 정도의 적립금이 쌓여 있어야 한답니다. 작년에 이것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올 1월말에는 추가로 3000억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돈 나올 곳은 없는데 이거 해 준다 저거 해 준다 법석을 피워댔으니 펑크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죠. 공무원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이 대목에서입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파산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고 “그게 파산이 아니고…” 등등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것만 대단합니까. 복지부에서 갑자기 약값을 일률적으로 20%씩 깎겠다고 나섰습니다. 자기들이 사고를 쳐 놓고, 돈이 모자라니까 “너희들 돈 많지. 이만큼 떼 갈게”라는 식입니다. 정녕 약값에 거품이 많았다면 미리미리 조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지금 약값 좀 깎는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지는 것도 아니죠.
그런 걸 종합대책이라고 발표하시는 분을 보면서 어떻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본은 ‘관료망국’ 한국은 ‘관료왕국’
행정부만 그런가요. 변호사 국회의원 나리들이 준법(遵法) 지원인제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후배 사법연수원생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니까 그 밥그릇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기업들이 법을 많이 어기긴 하지요. 그런데 그게 준법 지원인이 없어서입니까. 웬만한 큰 기업에는 이미 ‘감사’라는 고위직이 있습니다. 밑에 직원도 많고요.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게 준법 지원인입니다. 큰 기업엔 또 법무실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건 준법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준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만들자고요.
이건 힘 있을 때 법 만들어 남의 돈으로 선심 쓰자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보고 ‘당신 돈으로 봉급 주는 보좌관을 몇 명이건 써라’고 하면 한 명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준법 지원인이라는 것을 만들 때 틀림없이 “내 돈 드냐”는 심리였을 것입니다.
그런 걸 만들 힘도 없고, 고칠 힘도 없고, 알아서 기는 사람들도 주변에 없는 민초(民草)들은 그저 입을 다물 수가 없을 따름입니다.
갑자기 1994년 이천수 교육부차관(현 대진대총장)이 준 《관료망국론》이란 책이 기억납니다. ▲20개 중앙관청이 전국의 이권을 모두 주무른다 ▲운수성은 1966건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 ▲국토성 관리들이 열심히 국토를 파괴한다 ▲통산성은 인·허가권으로 업계를 주무르며 소관 법인을 만들어 낙하산 인사의 대상기관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좋은 개혁안도 국회의원과 관료의 타협으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 뭐, 이런 것들입니다. 이건 일본의 예를 다룬 것인데, 어쩌면 이렇게 우리와 비슷합니까. 일본의 공무원들도 대단하긴 한 모양인데, 거기엔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쓰는 사람이라도 있네요.⊙
선명국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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