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한국 외교를 취재하기 시작할 무렵 외무부 본부는 차관 1명, 차관보 2명, 의전장 1명, 국장 9명의 스몰 조직이었습니다. 20년이 넘었지요. 최광수(崔侊洙)씨가 장관이었습니다. 최 장관은 서울법대 출신이고, 장관이 되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엔 대사를 역임했습니다. 장관의 경력이 이렇다 보니 외무부 본부는 서울법대 출신 아니면 사우디 근무 경험자로 채워졌습니다. 서울법대 출신이 몇 남지 않았던 시절인데도 제2차관보, 의전장, 국제기구국장, 정보문화국장에다 대변인이 서울법대 출신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중요 과장, 중요 보직자도 장관과 학연(學緣)이 있거나 해외공관 근무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습니다.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죽하면 외무부에는 오래전부터 DJ(박동진) 사단, 이원경 사단이란 얘기가 공공연했겠습니까. 세계를 대상으로 뛰는 외교관들이지만, 국내에서만큼은 능력과 실력보다는 각종 인연들을 엮어 자리를 만들고 없애고 한 예가 숱했습니다. 5공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니 그랬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노태우(盧泰愚)씨가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씨 분열을 틈타 직선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더군요. 이번에는 학연에다 지연(地緣)까지 더해졌습니다. 오히려 퇴행적입니다. 간혹 특정 인맥의 인사 민원을 거절했다가 장관이 혼쭐이 났다는 얘기가 있긴 했습니다만 최근까지도 외교부가 몇 개의 울타리를 쳐 놓고 ‘외계인’처럼 행동한단 원성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리학의) 끈 이론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지문을 읽고 영어로 설명하라” “밍크 털과 토끼 털의 차이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라”.
나이 50 넘은 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끈 이론은 또 뭐지’ ‘밍크와 토끼가 비슷한 동물인 것은 알겠는데 그 털의 차이라’. 평생 쓰고 있는 한국말로 답변하라고 해도 턱 막힐 것입니다. 지문이 있다고는 하지만 물리학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 그걸 아무리 읽어 봤자지요. 밍크 털과 토끼 털도 지식의 문제이지 관점이나 철학의 문제는 아닙니다.
담장 치고 자기들 세계에 빠져
이명박 정부 초기 대사로 내정된 사람들이 치른 시험문제가 이랬답니다. 이게 정말 외교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소양과 영어 소통 능력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에 도입했다네요. 기존 외교관들도 본다지만, 그들은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잘 알 것입니다. 또 한 번 통과하면 두 번째 공관장을 할 때에는 면제되니 직업외교관들로선 큰 부담이 아닐 것입니다. 직업외교관 중에도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 꽤 많다고 하니 외부 인사가 이걸 뚫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이 시험의 도입 취지를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지키기 위한 외교부의 인위적인 담장으로 이해해도 곡해(曲解)가 아닐 것입니다.
김현종(金鉉宗) 전 유엔대사 문제도 여러가지를 생각케 합니다. 김현종씨는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미국변호사이자 통상전문가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씨는 통상교섭본부장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기고 김현종씨를 유엔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대통령 임기말에, 직업외교관도 아닌 사람을, 그것도 통상전문가를 북핵·군축 등 다자(多者)외교 담당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엄청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오기(傲氣)라고 할 수밖에는 없는 부적절한 인사였지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권이 바뀌자마자 외교부 내에서 유엔대사 후임 얘기가 먼저 나온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입니다. 김현종씨는 어찌 됐건 유엔대사 부임 5개월 만에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나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국내에서 흔들어서 중간에 낙마시킨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현종씨는 결국 2008년 4월에 그만두었습니다. 유엔에 나가 있던 수많은 각국 대사들이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란 자리를 어떻게 봤을까요. 부임했다고 인사 온 것이 엊그젠데 퇴임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니 다른 나라 유엔대사들이 얼마나 황당해했겠습니까.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같은 시기에 같은 조건의 ‘직업외교관’을 유엔대사로 임명했어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러니 외교부 인사(人事)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직업외교관에 대한 외부 평가는 냉혹
몇 년 전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재외공관장에 도전한 지방경찰청장이 외국어 능력 시험까지 통과했으나 외교부가 “재외공관장 자리를 내줬으니 경찰도 같은 직급의 외교관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내 밥그릇이니 하나 내주면 다른 하날 반드시 챙겨야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실제 외교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문대사라는 이름으로 고위 외교관을 파견해 놓고 있고, 몇몇 대학에도 교수 요원으로 고위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지자체나 대학에서 외교부에 파견자를 보낸 경우는 들어 보질 못했습니다. 외교부가 그만큼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석좌교수는 최근 국내 신문 기고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배타적 순혈주의를 차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 글에서 경험 사례라며 몇 가지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의미있는 국제행사라도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참여는 고사하고 아주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때론 방해까지 한다” “그러면서 행사에 참가한 국내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에게는 따로 극진한 대접과 인사를 한다”. 이런 증언이 특정인의 편견이거나 왜곡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외교부 취재 경험이 있는 저도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어 왔습니다. 아니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을 호평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이게 외교부의 순혈주의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외교관들의 ‘서비스 정신’이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는 일로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진언했다는 얘길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미면 어떠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에게 외교장관이 “외교부의 역량이 미치지 못할 때 대통령께서 명쾌한 지침을 주셔서 앞길을 가르쳐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2005년 3월 업무보고)고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김선일씨 사망사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등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재작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 관련 문구가 함께 빠진 것, 올해 유엔총회 의장 성명에서 천안함 어뢰 공격의 주체를 명시하지 못한 것 등 외교적 실패 사례를 거론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세금 내서 외교관 월급 주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잘난 척만 하고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공직자들’이란 비난을 퍼붓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에 대해서 외교부가 정말 “우리가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 알아주지는 못할 망정 억울하다”고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또 ‘말로만 쇄신’ 됐다간 외부 수술 불가피
유명환(柳明桓)씨의 딸 특채 논란 이후 장관이 된 김성환(金星煥)씨는 ‘겸허한 반성’ ‘국민 신뢰 회복’을 다짐했습니다. 재외공관장 외부 개방, 특채 관리는 행정안전부 이관 등의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4년 전에도 외교부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 ‘지속적인 인사의 혁신’ ‘스스로를 엄정히 평가’(송민순 장관)를 다짐하고 약속했었습니다. 기억이 생생합니다. 뭐가 달라졌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개혁한다고 소동을 벌이면서 뒷전에서는 자기들 연금이나 챙기는 한국 정치권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클린턴 미국 대통령 때 미·영(美英) 관계가 아주 좋았던 시절, 클린턴 이후를 내다보고 텍사스로 부시 주지사를 찾아가고 라이스, 울포위츠 등과도 친교를 맺어 두었다는 크리스토퍼 메이어 주미(駐美) 영국대사를 능가하는 혜안(慧眼)을 가진 대한민국 외교관을 기다리겠습니다.⊙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죽하면 외무부에는 오래전부터 DJ(박동진) 사단, 이원경 사단이란 얘기가 공공연했겠습니까. 세계를 대상으로 뛰는 외교관들이지만, 국내에서만큼은 능력과 실력보다는 각종 인연들을 엮어 자리를 만들고 없애고 한 예가 숱했습니다. 5공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니 그랬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노태우(盧泰愚)씨가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씨 분열을 틈타 직선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더군요. 이번에는 학연에다 지연(地緣)까지 더해졌습니다. 오히려 퇴행적입니다. 간혹 특정 인맥의 인사 민원을 거절했다가 장관이 혼쭐이 났다는 얘기가 있긴 했습니다만 최근까지도 외교부가 몇 개의 울타리를 쳐 놓고 ‘외계인’처럼 행동한단 원성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리학의) 끈 이론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지문을 읽고 영어로 설명하라” “밍크 털과 토끼 털의 차이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라”.
나이 50 넘은 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끈 이론은 또 뭐지’ ‘밍크와 토끼가 비슷한 동물인 것은 알겠는데 그 털의 차이라’. 평생 쓰고 있는 한국말로 답변하라고 해도 턱 막힐 것입니다. 지문이 있다고는 하지만 물리학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 그걸 아무리 읽어 봤자지요. 밍크 털과 토끼 털도 지식의 문제이지 관점이나 철학의 문제는 아닙니다.
담장 치고 자기들 세계에 빠져
이명박 정부 초기 대사로 내정된 사람들이 치른 시험문제가 이랬답니다. 이게 정말 외교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소양과 영어 소통 능력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에 도입했다네요. 기존 외교관들도 본다지만, 그들은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잘 알 것입니다. 또 한 번 통과하면 두 번째 공관장을 할 때에는 면제되니 직업외교관들로선 큰 부담이 아닐 것입니다. 직업외교관 중에도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 꽤 많다고 하니 외부 인사가 이걸 뚫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이 시험의 도입 취지를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지키기 위한 외교부의 인위적인 담장으로 이해해도 곡해(曲解)가 아닐 것입니다.
김현종(金鉉宗) 전 유엔대사 문제도 여러가지를 생각케 합니다. 김현종씨는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미국변호사이자 통상전문가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씨는 통상교섭본부장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기고 김현종씨를 유엔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대통령 임기말에, 직업외교관도 아닌 사람을, 그것도 통상전문가를 북핵·군축 등 다자(多者)외교 담당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엄청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오기(傲氣)라고 할 수밖에는 없는 부적절한 인사였지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권이 바뀌자마자 외교부 내에서 유엔대사 후임 얘기가 먼저 나온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입니다. 김현종씨는 어찌 됐건 유엔대사 부임 5개월 만에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나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국내에서 흔들어서 중간에 낙마시킨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현종씨는 결국 2008년 4월에 그만두었습니다. 유엔에 나가 있던 수많은 각국 대사들이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란 자리를 어떻게 봤을까요. 부임했다고 인사 온 것이 엊그젠데 퇴임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니 다른 나라 유엔대사들이 얼마나 황당해했겠습니까.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같은 시기에 같은 조건의 ‘직업외교관’을 유엔대사로 임명했어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러니 외교부 인사(人事)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직업외교관에 대한 외부 평가는 냉혹
몇 년 전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재외공관장에 도전한 지방경찰청장이 외국어 능력 시험까지 통과했으나 외교부가 “재외공관장 자리를 내줬으니 경찰도 같은 직급의 외교관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내 밥그릇이니 하나 내주면 다른 하날 반드시 챙겨야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실제 외교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문대사라는 이름으로 고위 외교관을 파견해 놓고 있고, 몇몇 대학에도 교수 요원으로 고위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지자체나 대학에서 외교부에 파견자를 보낸 경우는 들어 보질 못했습니다. 외교부가 그만큼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석좌교수는 최근 국내 신문 기고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배타적 순혈주의를 차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 글에서 경험 사례라며 몇 가지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의미있는 국제행사라도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참여는 고사하고 아주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때론 방해까지 한다” “그러면서 행사에 참가한 국내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에게는 따로 극진한 대접과 인사를 한다”. 이런 증언이 특정인의 편견이거나 왜곡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외교부 취재 경험이 있는 저도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어 왔습니다. 아니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을 호평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이게 외교부의 순혈주의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외교관들의 ‘서비스 정신’이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는 일로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진언했다는 얘길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미면 어떠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에게 외교장관이 “외교부의 역량이 미치지 못할 때 대통령께서 명쾌한 지침을 주셔서 앞길을 가르쳐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2005년 3월 업무보고)고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김선일씨 사망사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등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재작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 관련 문구가 함께 빠진 것, 올해 유엔총회 의장 성명에서 천안함 어뢰 공격의 주체를 명시하지 못한 것 등 외교적 실패 사례를 거론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세금 내서 외교관 월급 주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잘난 척만 하고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공직자들’이란 비난을 퍼붓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에 대해서 외교부가 정말 “우리가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 알아주지는 못할 망정 억울하다”고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또 ‘말로만 쇄신’ 됐다간 외부 수술 불가피
유명환(柳明桓)씨의 딸 특채 논란 이후 장관이 된 김성환(金星煥)씨는 ‘겸허한 반성’ ‘국민 신뢰 회복’을 다짐했습니다. 재외공관장 외부 개방, 특채 관리는 행정안전부 이관 등의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4년 전에도 외교부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 ‘지속적인 인사의 혁신’ ‘스스로를 엄정히 평가’(송민순 장관)를 다짐하고 약속했었습니다. 기억이 생생합니다. 뭐가 달라졌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개혁한다고 소동을 벌이면서 뒷전에서는 자기들 연금이나 챙기는 한국 정치권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클린턴 미국 대통령 때 미·영(美英) 관계가 아주 좋았던 시절, 클린턴 이후를 내다보고 텍사스로 부시 주지사를 찾아가고 라이스, 울포위츠 등과도 친교를 맺어 두었다는 크리스토퍼 메이어 주미(駐美) 영국대사를 능가하는 혜안(慧眼)을 가진 대한민국 외교관을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