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국회 헌법개정안 기초소위원회 위원장을 했던 현경대(玄敬大) 전 의원이 우스갯소리를 하더군요. “헌법이 왜 헌법인지 알아요. ‘헌~법’이거든. 고치게 되면 ‘헌~법’이 될 수 없잖소.”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개헌론을 에둘러서 논평한 셈이지요. 그는 그러면서 현행 헌법이 1987년 정파(政派) 간 고도의 타협의 산물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헌법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법 아닙니까.
지난 아홉 번의 개헌사(改憲史)를 보십시오. 제헌국회 때부터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부결을 선포했다가 사사오입(四捨五入) 방식으로 뒤집어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창피스런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뒤 내각제 개헌, 유신헌법 등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일 때가 없었습니다. 현행 헌법도 이제야 23살입니다. 그런데도 ‘최고령’이라네요. 겨우 성년이 됐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1987년 헌법은 당시 국민투표에서 93.1%라는 경이적인 지지로 확정된 것입니다.
작년 한 신문사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의 폭엔 이견이 있지만 ‘해야 한다’는 의견이 72.2%였습니다. 이러던 것이 올해 8월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선 확 바뀌었습니다. 질문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물었더니 찬성이 47%고 반대가 36.9%였습니다. 개헌이란 아이템은 원래 이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화무쌍한 주제입니다.
이해관계 따른 攻防 치열
▶지금 정치권은 고차(高次) 방정식을 풀고 있습니다. 당장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계는 다짜고짜 경계심부터 보입니다. 행여 선두주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음모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겠지요. 헌법 개정을 놓고 작년엔 김형오(金炯旿) 국회의장이 불을 지폈지요. 올해 초엔 정몽준(鄭夢準) 한나라당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입법부 수장과 집권당 대표의 제안에도 아무런 메아리가 없었습니다. 정치권에 지분(持分)이 없는 탓입니다.
이번에는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이 나섰습니다. 파장이 다르지요. 전과 달리 친박(親朴)계가 예민한 것은 제안자의 파워 때문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개헌 게임이 벌어질 판입니다. 이재오계의 2인자라는 진수희(陳壽姬) 보건복지부장관이 올 3월 주장했던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될지도 관심입니다. 그대로 된다면 여권내 싸움이 커질 것입니다.
이재오 장관과 죽이 잘 맞는 박지원(朴智元)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략적 개헌이 아니면 논의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 놓은 것 역시 전략(戰略)인지, 음모(陰謀)인지, 아니면 단순 수사(修辭)인지 판단하기 이릅니다. 이래저래 논란이 끊일 리 없습니다.
1996년 10월 당시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대통령 임기(5년)는 너무 짧다”고 개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때 기억나십니까. 민주당의 2007년 대통령후보였던 정동영(鄭東泳) 당시 국민회의 대변인은 “불순한 의도가 개재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했고, 현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인 안택수(安澤秀) 당시 자민련 대변인은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려는 집권여당의 저의”라고 했습니다. 정치권이 시끌벅적했지요. 이런 땐 다른 얘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헌을 정치의 블랙홀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개헌논쟁이 본격 불붙으면 다른 이슈를 다 삼키고 만다는 것이지요.
여권이 개헌을 거론한 까닭은
▶이런 이슈를 여권은 왜 지금 들고 나온 것일까요. 그 속셈을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순수하게만 본다면 현행 헌법이 6월 항쟁 직후에 만들어지다 보니 누더기가 된 측면이 없지 않지요.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임기(5년)입니다. 보통 공직자 임기가 4년 아니면 6년인데, 대통령은 5년입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맞아떨어지지 않다 보니 2008년엔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만에 총선을 치렀지 않습니까. 만약 200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치른 선거(1988년 13대 총선) 이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을 테고, 집권 세력은 뭔가 돌파구를 모색했을 것입니다. 변화된 시대 상황, 즉 남녀평등·환경권 등을 헌법에 반영하는 문제도 필요하긴 하지요.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는 여권내 친이(親李) 세력의 대선 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으로 모아집니다. 임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친이의 불안도 커집니다. 그러니 일단 판을 흔들어 변수(變數)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정말 헌법을 바꿔 분권형 대통령제가 도입된다면 그것도 친이에 나쁘지 않고요. 한겨레신문에 난 어느 교수의 칼럼을 보니 ‘개헌은 친이계의 집권연장책’이라고까지 했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8·8 개각의 후폭풍 진정책이라고요.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흠결로 개각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검증(檢證) 라인도 물갈이해야 할 판이었잖습니까. 이때 개헌론이 나왔고, 통일세(統一稅)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 두 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기획적(企劃的) 문제제기의 냄새가 납니다. 제가 너무 꼬여 있나요.
개헌은 집권 3년차 증후군
▶개헌을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집권 주체는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권력을 계속 잡고 싶은데 사람은 마땅치 않고, 후계자를 키우려 해도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대통령의 견제로 여의치 않고, 경쟁자는 왠지 커 보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짜낸 아이디어가 개헌입니다. 설령 집권 주체가 권력을 내놓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우산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자고 하질 않나, 2007년 1월까지 개헌 제안을 밀어붙이질 않나, 초조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지요.
김종필(金鍾泌)씨로부터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하기로 했다가 등을 돌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이렇게 얘기했더군요. “그동안 대통령중심제를 지지했지만 이제 민의를 따르지 않는 독재자는 민의로 퇴출시켜야 할 때가 됐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요. 좀 헷갈리지 않습니까.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도 집권당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내각제 얘기를 꺼내곤 했습니다. 정권 어디에선가 제도적인 집권 연장책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요. 노태우 대통령 때는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이 내각제 개헌 합의각서를 만들어 비공개로 갖고 있다가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김영삼씨가 공작정치로 몰아붙여 대세를 뒤집었지요. 이 과정도 참 어리둥절합니다.
‘2016년 적용’이라면 합의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개헌사를 뜯어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이 빠졌을 땐 물론이고, 빠지기 시작할 때도 개헌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차기 주자군(群)이 형성됐을 땐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100을 차지할 수도 있는데,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40 정도만 챙기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안주(安住)할 정치인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친이와 민주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합의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렇다면 더욱 개헌 필요성이 없습니다. 현행 헌법을 제대로만 지키면 그야말로 분권형입니다. 총리의 힘을 제법 막강하게 만들어 놨지요. 역대 대통령이 그걸 지키지 않았기에 말이 많은 것이지 헌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이번 기회에 헌법을 시대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논란의 중심’을 덜어내면 됩니다. 어떤 형태든 권력구조의 문제는 적용시기를 차차기로 미루는 것입니다.
2016년 대선이라면 지금 정치권이 주판알을 튀기기는 이릅니다. 의견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입니다. 이런 개헌이라도 그 시기는 내년 상반기를 넘지 말아야 합니다. 내년 하반기엔 2012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고, 다음 정권이 탄생하면 그땐 또다른 계산법이 등장할 테니까요⊙
지난 아홉 번의 개헌사(改憲史)를 보십시오. 제헌국회 때부터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부결을 선포했다가 사사오입(四捨五入) 방식으로 뒤집어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창피스런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뒤 내각제 개헌, 유신헌법 등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일 때가 없었습니다. 현행 헌법도 이제야 23살입니다. 그런데도 ‘최고령’이라네요. 겨우 성년이 됐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1987년 헌법은 당시 국민투표에서 93.1%라는 경이적인 지지로 확정된 것입니다.
작년 한 신문사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의 폭엔 이견이 있지만 ‘해야 한다’는 의견이 72.2%였습니다. 이러던 것이 올해 8월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선 확 바뀌었습니다. 질문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물었더니 찬성이 47%고 반대가 36.9%였습니다. 개헌이란 아이템은 원래 이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화무쌍한 주제입니다.
이해관계 따른 攻防 치열
▶지금 정치권은 고차(高次) 방정식을 풀고 있습니다. 당장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계는 다짜고짜 경계심부터 보입니다. 행여 선두주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음모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겠지요. 헌법 개정을 놓고 작년엔 김형오(金炯旿) 국회의장이 불을 지폈지요. 올해 초엔 정몽준(鄭夢準) 한나라당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입법부 수장과 집권당 대표의 제안에도 아무런 메아리가 없었습니다. 정치권에 지분(持分)이 없는 탓입니다.
이번에는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이 나섰습니다. 파장이 다르지요. 전과 달리 친박(親朴)계가 예민한 것은 제안자의 파워 때문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개헌 게임이 벌어질 판입니다. 이재오계의 2인자라는 진수희(陳壽姬) 보건복지부장관이 올 3월 주장했던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선택지 중의 하나가 될지도 관심입니다. 그대로 된다면 여권내 싸움이 커질 것입니다.
이재오 장관과 죽이 잘 맞는 박지원(朴智元)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략적 개헌이 아니면 논의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 놓은 것 역시 전략(戰略)인지, 음모(陰謀)인지, 아니면 단순 수사(修辭)인지 판단하기 이릅니다. 이래저래 논란이 끊일 리 없습니다.
1996년 10월 당시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대통령 임기(5년)는 너무 짧다”고 개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때 기억나십니까. 민주당의 2007년 대통령후보였던 정동영(鄭東泳) 당시 국민회의 대변인은 “불순한 의도가 개재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했고, 현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인 안택수(安澤秀) 당시 자민련 대변인은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려는 집권여당의 저의”라고 했습니다. 정치권이 시끌벅적했지요. 이런 땐 다른 얘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헌을 정치의 블랙홀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개헌논쟁이 본격 불붙으면 다른 이슈를 다 삼키고 만다는 것이지요.
여권이 개헌을 거론한 까닭은
▶이런 이슈를 여권은 왜 지금 들고 나온 것일까요. 그 속셈을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순수하게만 본다면 현행 헌법이 6월 항쟁 직후에 만들어지다 보니 누더기가 된 측면이 없지 않지요.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임기(5년)입니다. 보통 공직자 임기가 4년 아니면 6년인데, 대통령은 5년입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맞아떨어지지 않다 보니 2008년엔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만에 총선을 치렀지 않습니까. 만약 200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치른 선거(1988년 13대 총선) 이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을 테고, 집권 세력은 뭔가 돌파구를 모색했을 것입니다. 변화된 시대 상황, 즉 남녀평등·환경권 등을 헌법에 반영하는 문제도 필요하긴 하지요.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는 여권내 친이(親李) 세력의 대선 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으로 모아집니다. 임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친이의 불안도 커집니다. 그러니 일단 판을 흔들어 변수(變數)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정말 헌법을 바꿔 분권형 대통령제가 도입된다면 그것도 친이에 나쁘지 않고요. 한겨레신문에 난 어느 교수의 칼럼을 보니 ‘개헌은 친이계의 집권연장책’이라고까지 했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8·8 개각의 후폭풍 진정책이라고요.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흠결로 개각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검증(檢證) 라인도 물갈이해야 할 판이었잖습니까. 이때 개헌론이 나왔고, 통일세(統一稅)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 두 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기획적(企劃的) 문제제기의 냄새가 납니다. 제가 너무 꼬여 있나요.
개헌은 집권 3년차 증후군
▶개헌을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집권 주체는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권력을 계속 잡고 싶은데 사람은 마땅치 않고, 후계자를 키우려 해도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대통령의 견제로 여의치 않고, 경쟁자는 왠지 커 보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짜낸 아이디어가 개헌입니다. 설령 집권 주체가 권력을 내놓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우산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자고 하질 않나, 2007년 1월까지 개헌 제안을 밀어붙이질 않나, 초조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지요.
김종필(金鍾泌)씨로부터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하기로 했다가 등을 돌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이렇게 얘기했더군요. “그동안 대통령중심제를 지지했지만 이제 민의를 따르지 않는 독재자는 민의로 퇴출시켜야 할 때가 됐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요. 좀 헷갈리지 않습니까.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도 집권당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내각제 얘기를 꺼내곤 했습니다. 정권 어디에선가 제도적인 집권 연장책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요. 노태우 대통령 때는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이 내각제 개헌 합의각서를 만들어 비공개로 갖고 있다가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김영삼씨가 공작정치로 몰아붙여 대세를 뒤집었지요. 이 과정도 참 어리둥절합니다.
‘2016년 적용’이라면 합의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개헌사를 뜯어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이 빠졌을 땐 물론이고, 빠지기 시작할 때도 개헌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차기 주자군(群)이 형성됐을 땐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100을 차지할 수도 있는데,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40 정도만 챙기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안주(安住)할 정치인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친이와 민주당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합의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렇다면 더욱 개헌 필요성이 없습니다. 현행 헌법을 제대로만 지키면 그야말로 분권형입니다. 총리의 힘을 제법 막강하게 만들어 놨지요. 역대 대통령이 그걸 지키지 않았기에 말이 많은 것이지 헌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이번 기회에 헌법을 시대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논란의 중심’을 덜어내면 됩니다. 어떤 형태든 권력구조의 문제는 적용시기를 차차기로 미루는 것입니다.
2016년 대선이라면 지금 정치권이 주판알을 튀기기는 이릅니다. 의견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입니다. 이런 개헌이라도 그 시기는 내년 상반기를 넘지 말아야 합니다. 내년 하반기엔 2012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고, 다음 정권이 탄생하면 그땐 또다른 계산법이 등장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