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가 물러가고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올 여름 무탈하게 보내셨는지요. 유난히 더웠습니다. 한반도가 아열대기후 지대가 됐다는 얘기가 실감났습니다. 이렇게 더울 때면 ‘직업병’처럼 전 옛날얘기가 생각납니다. 제가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지라. “전력을 북한에 준단 얘기는 어떻게 나왔던 거야”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전력 200만㎾를 주겠다는 중대 제안이란 것입니다. 전력수급 비상이란 기사가 눈에 띌 때마다 저는 정말 200만㎾를 북한에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전력거래소란 곳이 있습니다. 그곳 홈페이지에는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이 올라 있습니다. 푹푹 찌던 8월 5일 오후3시 전력예비율은 10.8%였습니다. 이건 전력공급 능력이 7382만㎾인데 순간 최대전력 사용량은 6661만㎾여서 예비전력이 721만㎾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7월 29일엔 예비율이 10.7%, 7월 22일엔 8.4%까지 떨어졌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니 겨울인 1월엔 6.1%까지 떨어진 적도 있더군요. 흔히 예비율이 8% 이하면 위험수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북한에 전력을 주지 않고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게 2010년 대한민국 전력수급 현황입니다.
몇년 전 대북 200만kW 전력지원 생각났던 올여름
중도·보수세력도 ‘공정한 분배’라는 조건은 있지만 굶주리는 북한에 뭔가를 지원한다는데 굳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대북(對北)지원’이란 단어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돼버린 것입니다. 한민족인데 밥을 굶는 그들을 보며 가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이니 대북지원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조사하면 특수상황이 아닌 한 60% 이상이 ‘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중대 제안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지요. 문제는 그게 별다른 대책도 없이 만들어졌단 것입니다. ‘북한이 모든 핵 폐기를 목표로 해 현재의 핵 개발을 동결할 경우’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아마 북한이 정말 받았다면 조건은 점점 흐물흐물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은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가 절대다수인 점을 이용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기 영합적 제안이 틀림없습니다. 정말 북한에 200만㎾를 지원한다면 우린 어떻게 됐겠습니까. 발전소라는 것은 단기간에 지을 수도 없습니다. 2005년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남한의 잉여전력’ 운운했지만 지금 우리는 전력수급 위기를 거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포퓰리즘적 행태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2대8 편가르기’에 열중했습니다. 말끝마다 중소기업, 서민을 달고 살았고, 실제 정책도 그렇게 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세금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그 참모들은 “세금 폭탄 아직 멀었다”며 못 가진 사람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을 거론하면서는 재정·건설 공무원들을 향해 “강남 사람들과 밥먹어 가면서 부동산 대책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답지 않은 말투’, 이것 또한 포퓰리즘의 전형입니다. 그 스스로는 ‘운동권 시절에 형성된 습관’이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만, 고의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고쳐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 정도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그게 안되면 미리 적어 가서 말하면 될 것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의도된 막말’이었습니다. 실제 그는 막말로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뒀습니다. 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나면 노빠들뿐 아니라 상당수 서민 계층에서 “말은 시원하게 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았습니까.
前 정권 포퓰리즘은 양극화 심화 결과 낳아
문제는 그 결과입니다. 선진 제국이 고도 성장을 이뤘던 그 시절, 대한민국만 부진한 성장을 했습니다. 파이(pie)를 나눠 먹자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파이를 키우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다 보니 경제가 왜곡됐습니다. 상당수 강남 사람들이 그때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결제한다고 합니다. 또 부동산 소유자를 공격했는데 막상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은 다락같이 올랐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무력화시켰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부동산 값은 오히려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됐다는, 양극화(兩極化)가 심화됐다는 것만 봐도 포퓰리즘적 언행과 정책 때문에 나라가 쪼개지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포퓰리즘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나라 안팎의 구분이 없습니다. 흔히 포퓰리즘이라 하면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을 거론하거나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얘기들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교본(敎本) 국가인 미국에도 이런 행태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1786년 12월에 쓴 편지에서 “(다수 대중의 행복을 위해서라면)어느 정도의 소용돌이, 심지어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유혈이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당한 이야기 아닙니까. 1892년 창당한 인민당이란 정당은 창당대회에서 “수백만 인민이 땀흘려 거둔 수확을 극소수 부자가 챙겨 가고 있다. 우리는 공화국 정부를 공화국을 만든 보통사람들의 손에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한다”고 했습니다. 1928년 루이지애나 주지사에 당선된 롱이란 사람도 대기업을 공격하면서 주지사가 됐습니다. 그는 야간학교 설립, 무료 주립병원 신설, 상속·소득세 중과 등으로 진보적 사업의 재원을 만들었습니다. 상원의원이 된 뒤에는 ‘모든 사람을 왕으로’란 구호로 재분배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42세 때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미국 최초로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미국 상원서도 ‘모든 사람을 왕으로’란 구호가 나오기까지
가장 최근에는 로스 페로가 있었지요. 1992년 한때 대통령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또한 텔레비전 인터뷰 도중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 도중 후보 사퇴를 밝혔다가 곧 복귀하는 등 기행(奇行)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이용해 미국을 구하겠다고 말하곤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착실히 발전시켜 온 줄로만 알았던 미국에서도 이렇게 포퓰리스트들이 설쳤던 것을 보면 포퓰리즘은 투표 행위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정해진 기간에 유권자들의 인기를 끌 만한 소재로 선동적 언행을 하면 이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편을 갈라 놓으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진영(陣營)의 논리로 매도당하고 중도(中道)는 양쪽 모두에서 손가락질받기 십상입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친서민이란 의제를 내놓았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로 시작했던 정부였기에 의아하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 그 실천적인 그림은 없습니다. 그러니 야당에서 “위장 친서민”이다 뭐다 공격해도 공허할 뿐입니다. 뚜렷하게 잡히는 것도 없는데, 공격부터 하고 나서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친서민이 포퓰리즘인지는 구체적 정책 보고 판단해야
서민과 호흡을 함께 하겠다는데 좋은 일이지요. 다만 친서민한다면서 내놓은 정책이 실제는 서민의 삶을 오히려 팍팍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나라 재정이야 거덜나든 말든 서민들에게 퍼주기식으로 나눠준다든지 하는 포퓰리즘적 행태와 닮았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친서민 한다니까 벌써부터 정부 각 부처에서 난리가 벌어진 듯합니다. 해방 이래 지금까지 해 오던 규제개혁에도 ‘친서민’을 붙이고, 매년 해 오던 세제개편도 올핸 성(姓)을 ‘친서민’으로 바꿀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성씨를 바꾸니까 관리들이 앞다퉈 같은 성씨로 바꾸는 기민함이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어쨌든 서민들 불편을 덜어 준다니까 한번 기대를 해 보지요. 정말 알맹이 있는 대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992년 총선과 대선 때 논란이 컸던 ‘아파트 반값’ 공약 기억나십니까. 현대 신화(神話)의 주인공이자 국민당 ‘오너’인 정주영(鄭周永)씨가 내놓았지요. 얼마나 서민층을 파고들었습니까. 당시 집권당(민자당)과 정부가 총동원돼 융단폭격을 퍼부었지요. 언론·시민단체 모두 부화뇌동했고요. 기록에 다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물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이 내놓은 대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정책 모두 사실은 ‘아파트 반값’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아파트 반값’을 그때 잘 발전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은 훗날 아쉬움이 없도록 잘 설계돼야 하겠습니다.⊙
전력거래소란 곳이 있습니다. 그곳 홈페이지에는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이 올라 있습니다. 푹푹 찌던 8월 5일 오후3시 전력예비율은 10.8%였습니다. 이건 전력공급 능력이 7382만㎾인데 순간 최대전력 사용량은 6661만㎾여서 예비전력이 721만㎾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7월 29일엔 예비율이 10.7%, 7월 22일엔 8.4%까지 떨어졌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니 겨울인 1월엔 6.1%까지 떨어진 적도 있더군요. 흔히 예비율이 8% 이하면 위험수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북한에 전력을 주지 않고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게 2010년 대한민국 전력수급 현황입니다.
몇년 전 대북 200만kW 전력지원 생각났던 올여름
중도·보수세력도 ‘공정한 분배’라는 조건은 있지만 굶주리는 북한에 뭔가를 지원한다는데 굳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대북(對北)지원’이란 단어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돼버린 것입니다. 한민족인데 밥을 굶는 그들을 보며 가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이니 대북지원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조사하면 특수상황이 아닌 한 60% 이상이 ‘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중대 제안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지요. 문제는 그게 별다른 대책도 없이 만들어졌단 것입니다. ‘북한이 모든 핵 폐기를 목표로 해 현재의 핵 개발을 동결할 경우’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아마 북한이 정말 받았다면 조건은 점점 흐물흐물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은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가 절대다수인 점을 이용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기 영합적 제안이 틀림없습니다. 정말 북한에 200만㎾를 지원한다면 우린 어떻게 됐겠습니까. 발전소라는 것은 단기간에 지을 수도 없습니다. 2005년 당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남한의 잉여전력’ 운운했지만 지금 우리는 전력수급 위기를 거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포퓰리즘적 행태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2대8 편가르기’에 열중했습니다. 말끝마다 중소기업, 서민을 달고 살았고, 실제 정책도 그렇게 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세금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그 참모들은 “세금 폭탄 아직 멀었다”며 못 가진 사람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을 거론하면서는 재정·건설 공무원들을 향해 “강남 사람들과 밥먹어 가면서 부동산 대책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답지 않은 말투’, 이것 또한 포퓰리즘의 전형입니다. 그 스스로는 ‘운동권 시절에 형성된 습관’이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만, 고의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고쳐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 정도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그게 안되면 미리 적어 가서 말하면 될 것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의도된 막말’이었습니다. 실제 그는 막말로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뒀습니다. 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나면 노빠들뿐 아니라 상당수 서민 계층에서 “말은 시원하게 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았습니까.
前 정권 포퓰리즘은 양극화 심화 결과 낳아
문제는 그 결과입니다. 선진 제국이 고도 성장을 이뤘던 그 시절, 대한민국만 부진한 성장을 했습니다. 파이(pie)를 나눠 먹자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파이를 키우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다 보니 경제가 왜곡됐습니다. 상당수 강남 사람들이 그때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결제한다고 합니다. 또 부동산 소유자를 공격했는데 막상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은 다락같이 올랐습니다. 종합부동산세가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무력화시켰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부동산 값은 오히려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됐다는, 양극화(兩極化)가 심화됐다는 것만 봐도 포퓰리즘적 언행과 정책 때문에 나라가 쪼개지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포퓰리즘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나라 안팎의 구분이 없습니다. 흔히 포퓰리즘이라 하면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을 거론하거나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얘기들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교본(敎本) 국가인 미국에도 이런 행태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1786년 12월에 쓴 편지에서 “(다수 대중의 행복을 위해서라면)어느 정도의 소용돌이, 심지어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유혈이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당한 이야기 아닙니까. 1892년 창당한 인민당이란 정당은 창당대회에서 “수백만 인민이 땀흘려 거둔 수확을 극소수 부자가 챙겨 가고 있다. 우리는 공화국 정부를 공화국을 만든 보통사람들의 손에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한다”고 했습니다. 1928년 루이지애나 주지사에 당선된 롱이란 사람도 대기업을 공격하면서 주지사가 됐습니다. 그는 야간학교 설립, 무료 주립병원 신설, 상속·소득세 중과 등으로 진보적 사업의 재원을 만들었습니다. 상원의원이 된 뒤에는 ‘모든 사람을 왕으로’란 구호로 재분배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42세 때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미국 최초로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미국 상원서도 ‘모든 사람을 왕으로’란 구호가 나오기까지
가장 최근에는 로스 페로가 있었지요. 1992년 한때 대통령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또한 텔레비전 인터뷰 도중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 도중 후보 사퇴를 밝혔다가 곧 복귀하는 등 기행(奇行)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이용해 미국을 구하겠다고 말하곤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착실히 발전시켜 온 줄로만 알았던 미국에서도 이렇게 포퓰리스트들이 설쳤던 것을 보면 포퓰리즘은 투표 행위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정해진 기간에 유권자들의 인기를 끌 만한 소재로 선동적 언행을 하면 이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편을 갈라 놓으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진영(陣營)의 논리로 매도당하고 중도(中道)는 양쪽 모두에서 손가락질받기 십상입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친서민이란 의제를 내놓았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로 시작했던 정부였기에 의아하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 그 실천적인 그림은 없습니다. 그러니 야당에서 “위장 친서민”이다 뭐다 공격해도 공허할 뿐입니다. 뚜렷하게 잡히는 것도 없는데, 공격부터 하고 나서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친서민이 포퓰리즘인지는 구체적 정책 보고 판단해야
서민과 호흡을 함께 하겠다는데 좋은 일이지요. 다만 친서민한다면서 내놓은 정책이 실제는 서민의 삶을 오히려 팍팍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나라 재정이야 거덜나든 말든 서민들에게 퍼주기식으로 나눠준다든지 하는 포퓰리즘적 행태와 닮았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친서민 한다니까 벌써부터 정부 각 부처에서 난리가 벌어진 듯합니다. 해방 이래 지금까지 해 오던 규제개혁에도 ‘친서민’을 붙이고, 매년 해 오던 세제개편도 올핸 성(姓)을 ‘친서민’으로 바꿀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성씨를 바꾸니까 관리들이 앞다퉈 같은 성씨로 바꾸는 기민함이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어쨌든 서민들 불편을 덜어 준다니까 한번 기대를 해 보지요. 정말 알맹이 있는 대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992년 총선과 대선 때 논란이 컸던 ‘아파트 반값’ 공약 기억나십니까. 현대 신화(神話)의 주인공이자 국민당 ‘오너’인 정주영(鄭周永)씨가 내놓았지요. 얼마나 서민층을 파고들었습니까. 당시 집권당(민자당)과 정부가 총동원돼 융단폭격을 퍼부었지요. 언론·시민단체 모두 부화뇌동했고요. 기록에 다 나와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물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이 내놓은 대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정책 모두 사실은 ‘아파트 반값’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아파트 반값’을 그때 잘 발전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은 훗날 아쉬움이 없도록 잘 설계돼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