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 정확히 말하면 ‘영포목우회’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이 공개되자 정치권이 그 배후로 영포목우회를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공직윤리지원관인 이인규씨가 영포목우회에 몇 번 참석했던 것이 꼬투리가 된 것이지요. 막상 알고 보면 이인규 지원관은 영포목우회의 영일 출신도, 포항 출신도 아닙니다. 경북 영덕 출신입니다. 영덕이나 포항이나 다 붙어 있으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같은 것이지요.
어쨌든 지역을 중심고리로 한 영포목우회를 사조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그냥 향우회라고 봐야 합니다. 영포목우회 사람들이 “당신들은 향우회 안 하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사실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크든 작든 향우회 하나쯤 참석하곤 합니다. 그 안에서 형님 동생 하기도 하고 서로 편의를 봐 주기도 합니다. 호칭이야 문제없지만 ‘편의’는 엄밀하게 법의 잣대로만 본다면 상당 부분 위법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를 용인하고 넘어갑니다. 그게 정서(情緖)입니다. 실정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래서 타당한 말처럼 들립니다.
대통령이 관련된 향우회는 다릅니다. 달라야 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향우회에 나가 고향 선배한테 청탁 하나 넣는 것은 ‘미담(美談)’으로 넘길 수 있지만 영포목우회의 청탁은 곧바로 압력이 되기 십상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속한 향우회는 비선(秘線) 라인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그걸 인정해야 문제가 풀립니다. “우리가 한 게 뭐 있어. 억울해”라고 항변만 하고 있으면 이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권노갑씨가 4강 대사 ‘결재’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사(大使) 결재를 받으러 간 일이 있습니다. 이재춘씨를 러시아대사로 보내겠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김 대통령이 대뜸 권노갑(權魯甲)씨 얘기를 했다더군요. 권노갑씨와 이재춘씨의 악연을 떠올린 것입니다. 1990년대 당시 권노갑 민주당 부총재가 ‘1996년 지방선거 연기음모가 있다’며 문건을 폭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서는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의 전 행정관이 본부로부터 받은 ‘지방자치제도 운영현황’이란 문서를 마치 연기음모 문건인 것처럼 변조한 것입니다. 그때 그 행정관은 “외무부 이재춘 차관보가 찾아와 ‘김대중씨와 (변조를)공모했다고 하면 사면해 주겠다’고 회유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러니 김대중 대통령이나 권노갑씨가 이재춘씨를 어떻게 생각했겠습니까.
김 대통령은 홍 장관의 뜻이 확고하자 “그럼 권노갑씨 양해를 받아 와라”고 했다더군요. 홍 장관은 이런 사정을 이재춘씨에게 말했고, 이재춘씨는 권노갑씨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해명해 러시아대사로 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재춘씨가 찾아갔을 때의 권노갑씨는 사실 무관(無冠)이었습니다. 권노갑씨 등 이른바 동교동계 가신(家臣)들은 대통령 선거전 가신 논란이 한창일 때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습니다. 그걸 실천한 셈이었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대통령 비선으로 이렇게 또 다른 인사 결재 라인에 있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그런 비선을 공인해 준 셈이니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비선들이 신라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발렌타인 30년을 놓고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도 무성합니다.
공직 후보들, 김현철씨에 90도 절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의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도 대표적인 대통령의 비선이었습니다. 대통령 아들(김현철)이 직접 이끌었으니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만합니다. 오죽하면 김 대통령의 호(거산)에 빗대 김현철씨를 소산이라 불렀겠습니까. 소통령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김현철씨 또한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습니다. 검찰총장, 안기부(현재의 국가정보원) 차장 후보들이 김현철씨에게 줄을 댔고, 당시 40도 채 안된 그에게 90도로 인사했다는 것 아닙니까. 나사본이라고 하면 당시엔 마패였다는 거지요. 당시 고위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사조직 통제가 안되면 나라도 사표를 쓰겠다”고 대통령에게 직접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검찰 고위간부를 지냈던 한 변호사는 “현철이에 대해서는 당시 내사조차 할 수 없었다. 내사를 하려고 하면 어느새 정보가 현철이 귀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비선이 발호를 하면 대통령의 눈과 귀는 어두워지는 법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민주산악회(민산) 해체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조직 발호를 경계했던 셈인데요. 막상 ‘성골(聖骨) 사조직’인 나사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영삼 정부 땐 대통령의 비선에도 등급을 매겼던 모양입니다.
염동연, 사조직 언급한 총리에 ‘경거망동’ 경고
노무현(盧武鉉)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임기가 중반에 들어가는 시점에 이해찬(李海瓚) 총리는 사조직 발호 얘기를 끄집어냈습니다. 2005년 6월 한 조찬강연에서 “지금이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엔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개입 의혹, 행담도개발 의혹 등이 터져 나왔었지요. 이런 곳에 항상 등장하는 것이 비선이었지요. 전무후무한 실세 총리였던 그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을 보면 대통령 비선의 오버를 여러 차례 보고받은 것 아니었겠습니까.
이 총리 말에 진짜 대통령 측근이었던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발끈했습니다. 그는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에 총리까지 휩쓸리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실세 총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을 자신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얼마나 비선을 키워 놨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다른 정권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습니다.
‘MB 통하려면 선진국민연대 누구 통하라’ 소문 파다
이명박 정부에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선진국민연대라는 조직입니다. 이거야 말로 대통령의 비선 라인이라고 합니다. 2007년 대선 당시 등록회원이 460만명이었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회원은 2곳의 산하 조직에 중복 가입돼 있습니다. 그 사람 얘기로는 상당수가 한나라당 중앙위원, 당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당원이 발빠르게 선진국민연대라는 비선에 발을 걸친 경우로 보입니다. 뭐 특별할 거라곤 없습니다. 그냥 당원으로서 선거운동하는 것이나 선진국민연대 회원으로 운동하는 것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논공행상에선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당선 축하 모임에 직접 참석해 “앞으로 5년간 위기 때마다 여러분들이 강력한 동지와 협력자가 돼 주고 잘못하면 건강한 비판자가 돼 달라. 가까이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2월 청와대에 선진국민연대 25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사회자가 “감사급은 너무 많아 사장급만 소개하겠다”고 했다니 그 위세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대통령과 통하려면 선진국민연대 누구와 통하라’는 얘기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공조직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비선 가까이하면 잠재적 지지자 잃어
사람은 누구나 특별히 가까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에선 그게 중요하기도 합니다. 민주산악회,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와 같은 골수 지지자가 없었다면 김영삼,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면 다릅니다. 그런 소수 지지자를 감싸고 돌다 보면 다른 잠재적 지지자들을 잃게 됩니다. 김영삼씨는 그래서 집권 후 민산을 해체했고, 김대중씨는 연청을 중앙당 공조직에 흡수했습니다.
선진국민연대는 2008년 10월 조직 해체를 선언했지만 ‘선진국민정책연구원’, ‘동행대한민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합니다. 더구나 그 조직을 이끌던 박영준, 김대식씨는 지금 총리실 국무차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후보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도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입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다 하니 이래 가지고서야 정권이 견뎌 내겠습니까. 법 위에 있다는 국민정서를 잘 헤아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어쨌든 지역을 중심고리로 한 영포목우회를 사조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그냥 향우회라고 봐야 합니다. 영포목우회 사람들이 “당신들은 향우회 안 하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사실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크든 작든 향우회 하나쯤 참석하곤 합니다. 그 안에서 형님 동생 하기도 하고 서로 편의를 봐 주기도 합니다. 호칭이야 문제없지만 ‘편의’는 엄밀하게 법의 잣대로만 본다면 상당 부분 위법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를 용인하고 넘어갑니다. 그게 정서(情緖)입니다. 실정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래서 타당한 말처럼 들립니다.
대통령이 관련된 향우회는 다릅니다. 달라야 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향우회에 나가 고향 선배한테 청탁 하나 넣는 것은 ‘미담(美談)’으로 넘길 수 있지만 영포목우회의 청탁은 곧바로 압력이 되기 십상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속한 향우회는 비선(秘線) 라인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그걸 인정해야 문제가 풀립니다. “우리가 한 게 뭐 있어. 억울해”라고 항변만 하고 있으면 이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권노갑씨가 4강 대사 ‘결재’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사(大使) 결재를 받으러 간 일이 있습니다. 이재춘씨를 러시아대사로 보내겠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김 대통령이 대뜸 권노갑(權魯甲)씨 얘기를 했다더군요. 권노갑씨와 이재춘씨의 악연을 떠올린 것입니다. 1990년대 당시 권노갑 민주당 부총재가 ‘1996년 지방선거 연기음모가 있다’며 문건을 폭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서는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의 전 행정관이 본부로부터 받은 ‘지방자치제도 운영현황’이란 문서를 마치 연기음모 문건인 것처럼 변조한 것입니다. 그때 그 행정관은 “외무부 이재춘 차관보가 찾아와 ‘김대중씨와 (변조를)공모했다고 하면 사면해 주겠다’고 회유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러니 김대중 대통령이나 권노갑씨가 이재춘씨를 어떻게 생각했겠습니까.
김 대통령은 홍 장관의 뜻이 확고하자 “그럼 권노갑씨 양해를 받아 와라”고 했다더군요. 홍 장관은 이런 사정을 이재춘씨에게 말했고, 이재춘씨는 권노갑씨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해명해 러시아대사로 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재춘씨가 찾아갔을 때의 권노갑씨는 사실 무관(無冠)이었습니다. 권노갑씨 등 이른바 동교동계 가신(家臣)들은 대통령 선거전 가신 논란이 한창일 때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습니다. 그걸 실천한 셈이었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대통령 비선으로 이렇게 또 다른 인사 결재 라인에 있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그런 비선을 공인해 준 셈이니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비선들이 신라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발렌타인 30년을 놓고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도 무성합니다.
공직 후보들, 김현철씨에 90도 절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의 나사본(나라사랑운동본부)도 대표적인 대통령의 비선이었습니다. 대통령 아들(김현철)이 직접 이끌었으니 그 위세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만합니다. 오죽하면 김 대통령의 호(거산)에 빗대 김현철씨를 소산이라 불렀겠습니까. 소통령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김현철씨 또한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습니다. 검찰총장, 안기부(현재의 국가정보원) 차장 후보들이 김현철씨에게 줄을 댔고, 당시 40도 채 안된 그에게 90도로 인사했다는 것 아닙니까. 나사본이라고 하면 당시엔 마패였다는 거지요. 당시 고위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사조직 통제가 안되면 나라도 사표를 쓰겠다”고 대통령에게 직접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검찰 고위간부를 지냈던 한 변호사는 “현철이에 대해서는 당시 내사조차 할 수 없었다. 내사를 하려고 하면 어느새 정보가 현철이 귀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비선이 발호를 하면 대통령의 눈과 귀는 어두워지는 법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민주산악회(민산) 해체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조직 발호를 경계했던 셈인데요. 막상 ‘성골(聖骨) 사조직’인 나사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영삼 정부 땐 대통령의 비선에도 등급을 매겼던 모양입니다.
염동연, 사조직 언급한 총리에 ‘경거망동’ 경고
노무현(盧武鉉)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임기가 중반에 들어가는 시점에 이해찬(李海瓚) 총리는 사조직 발호 얘기를 끄집어냈습니다. 2005년 6월 한 조찬강연에서 “지금이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엔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개입 의혹, 행담도개발 의혹 등이 터져 나왔었지요. 이런 곳에 항상 등장하는 것이 비선이었지요. 전무후무한 실세 총리였던 그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을 보면 대통령 비선의 오버를 여러 차례 보고받은 것 아니었겠습니까.
이 총리 말에 진짜 대통령 측근이었던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발끈했습니다. 그는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에 총리까지 휩쓸리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실세 총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을 자신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얼마나 비선을 키워 놨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다른 정권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습니다.
‘MB 통하려면 선진국민연대 누구 통하라’ 소문 파다
이명박 정부에선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선진국민연대라는 조직입니다. 이거야 말로 대통령의 비선 라인이라고 합니다. 2007년 대선 당시 등록회원이 460만명이었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회원은 2곳의 산하 조직에 중복 가입돼 있습니다. 그 사람 얘기로는 상당수가 한나라당 중앙위원, 당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당원이 발빠르게 선진국민연대라는 비선에 발을 걸친 경우로 보입니다. 뭐 특별할 거라곤 없습니다. 그냥 당원으로서 선거운동하는 것이나 선진국민연대 회원으로 운동하는 것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논공행상에선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당선 축하 모임에 직접 참석해 “앞으로 5년간 위기 때마다 여러분들이 강력한 동지와 협력자가 돼 주고 잘못하면 건강한 비판자가 돼 달라. 가까이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2월 청와대에 선진국민연대 25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사회자가 “감사급은 너무 많아 사장급만 소개하겠다”고 했다니 그 위세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대통령과 통하려면 선진국민연대 누구와 통하라’는 얘기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공조직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비선 가까이하면 잠재적 지지자 잃어
사람은 누구나 특별히 가까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에선 그게 중요하기도 합니다. 민주산악회,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와 같은 골수 지지자가 없었다면 김영삼,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면 다릅니다. 그런 소수 지지자를 감싸고 돌다 보면 다른 잠재적 지지자들을 잃게 됩니다. 김영삼씨는 그래서 집권 후 민산을 해체했고, 김대중씨는 연청을 중앙당 공조직에 흡수했습니다.
선진국민연대는 2008년 10월 조직 해체를 선언했지만 ‘선진국민정책연구원’, ‘동행대한민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합니다. 더구나 그 조직을 이끌던 박영준, 김대식씨는 지금 총리실 국무차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후보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도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입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다 하니 이래 가지고서야 정권이 견뎌 내겠습니까. 법 위에 있다는 국민정서를 잘 헤아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