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25 남침(南侵)이 꼭 60년이 됐습니다. 50이 넘은 저도 6·25는 책으로 읽었거나 아버지 세대로부터 토막으로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것들도 이제 기억에서 사라지려 합니다. 직접 경험이 아니어서 더욱 쉽게 잊히나 봅니다. 6·25를 체험했다면 적어도 현재 70세는 넘어야 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분들의 숫자는 줄어듭니다. 현재도 전체 인구의 6.7%(330만명) 정도입니다. 이분들이 6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후세에 전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0년쯤 뒤, 아니 5년쯤 뒤라도 우리가 국사(國史)를 배우면서 임진왜란(壬辰倭亂)을 공부하는 것과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를지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6·25의 산증인, 생생한 증거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기록을 남겨야 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6월호 별책부록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6·25는 소련(현 러시아)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의 남침에 맞서 싸운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시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상황, 일제(日帝) 광복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의 국가 건설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복잡다기(複雜多岐)한 난관(難關)을 헤쳐나간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남녀, 지역, 서울, 지방, 직업을 고루 망라했습니다. 31명의 증언에 불과하지만 31만명이 겪었음직한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어떤 분은 전장(戰場)에서 총칼 없이 백병전을 벌였고, 어떤 분은 고등학생 때 군에 입대해 영어 몇 자 한다고 돌연 장교가 돼 싸웠습니다.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분이 있었겠습니까마는 3년 내내 피란길에서 생존(生存)을 위해 벌였던 또 다른 전쟁 기억들을 되살려준 분도 있습니다. 증언 중에는 6·25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삼았는지에 대한 인생 이야기도 녹아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6·25를 경험한 세대는 다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6·25를 모르는 세대는 당시 상황,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25 때 중대장이었던 박태준(朴泰俊) 전 국무총리는 “소련제 탱크 앞에서 싸움다운 싸움을 못했고, 그나마 일본군 출신인 하사관들이 육탄으로 탱크에 맞섰다”고 했고, 중3으로 학도의용군이 됐던 민병돈(閔丙敦) 전 육사 교장은 “정말 용감했던 사람은 결국은 다 죽었다”며 살아남아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이시영(李始榮) 부통령을 작은할아버지로 두었던 당시 중학 1년생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은 인공(人共) 치하의 서울 생활 3개월을 실감나게 기억해 냈고, 이인구(李麟求) 계룡건설 명예회장은 미성년인 17세에 국군 장교가 된 사연과 군 경력을 바탕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과정을 구술했습니다. 권이혁(權彛赫) 전 서울대총장은 임상 경험 없이 병원장을 하면서 환자가 오면 본인은 진단하는 척하고 간호사가 모르핀을 찔러주는 게 전부였던 당시 병원 모습을 증언했습니다. 경복중 4학년(고1)이었던 노재봉(盧在鳳) 전 국무총리는 서울에서부터 진주까지 피란하면서 본 참혹한 장면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당시로선 보기 드물었던 미국 유학파 패션디자이너 노라노는 여성으로서 피란 생활과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군번도 제대로 없는 무명용사들의 희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쟁에서 누구의 역할이 더 크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실제 전투를 한 것은 병사들입니다. 도발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애국심 하나로 그들은 밀려오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았습니다. 서울에서 낙동강까지 그들의 ‘육탄 저지’가 없었다면 인민군은 김일성의 호언대로 유엔군이 한반도 땅을 밟기도 전에 남한을 적화하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 가면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때 그들은 기꺼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지금도 연간 미국인 수백만 명이 공원을 찾아 꽃을 바치며 그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합니다.
우리도 서울의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면 국군, 유엔군 전사자, 무명용사 등 20여만 명을 위한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6월만이라도 시간이 되면 전쟁기념관에 가서 6·25와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자유의 확산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사는 우리가 6·25 60주년을 맞는 자세일 것입니다.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이나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똑같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흘린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의 피와 땀을 고마워하며 부록을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캐나다 병원엔 아직도 부상자 있어
6·25 때 우리가 미국한테 받은 도움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증언해 준 분들 가운데 미군에 개인적으로 은혜를 입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수라장인 전장에서 그런 인간애가 싹틀 수 있다는 사실은 저도 이번에 다시 깨달았습니다.
미군 다음으로 많은 수를 파병한 나라는 영국입니다. 연인원 5만6000명입니다. 그중 29여단 글로스터 대대 같은 경우는 1951년 4월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 때 7배나 많은 중공군에 맞서 사흘밤을 새워가며 치열한 전투를 치러 임진강 방어선을 지켰습니다. 750명 중 128명만이 살아 돌아왔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파병국 중 세 번째로 많은 연인원 2만5687명을 보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어느 분이 사진과 함께 캐나다의 한국전 참전 기록들을 올려놓았더군요. 한적한 시골길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토론토 북서쪽 도시 Brampton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묘지’ 얘기도 띄워 놓았습니다. 60년이 지난 아직도 토론토 시내 ‘Sunnybrook Health Science Centre’ 병원에 6·25 부상 용사가 있다는 사실도 써놓았습니다.
터키는 또 어떻습니까. 51년 1월 지금의 경기도 용인지역에 있는 금량장과 151고지에서 중공군에 총공격을 퍼부어 대승을 거두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터키는 그러나 청천강 주변의 군우리 전투와 경기도 연천 전투에서 중공군의 반격을 받아 많은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무려 741명이 전사했습니다.
필리핀, 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진통
참전국 가운데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발도상에 있거나 국력이 쇠퇴한 곳도 있습니다. 5월 중순 모자(母子) 대통령을 탄생시킨 필리핀이 대표적입니다. 필리핀은 6·25 당시 독립국가가 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1개 보병대대를 보냈습니다. 저도 1987년 신문팔이 소년 소녀가 넘쳐나는 마닐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가 한국을 도왔다니”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죠. 필리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습니다.
최근 연일 국제뉴스 면을 차지하고 있는 태국은 한술 더 뜨지요. 6·25가 일어나기 50일 전인 50년 5월 5일 현 푸미폰 국왕이 즉위한 이래 60년 동안 쿠데타를 19번 겪고 헌법을 16번 개정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지금도 전·현 총리 갈등으로 시위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가 6·25 때 우리나라에 육해공군을 파병해 52년 11월 경기 연천 포크찹 고지 전투 때 중공군의 세 차례 공격을 물리쳐 ‘작은 호랑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용맹을 떨쳤다고 합니다. 전사(戰史)에는 유엔군의 중공군 공포증을 불식시킨 계기였다고 쓰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정예 전투비행대대를 파견했습니다. 남아공 조종사들은 44일간 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만6000㎞가 넘습니다.
이제 참전국들에 報恩할 때
더 놀라운 것은 현재도 인구 1000만, 50만명 정도인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6·25 때 지상군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이 작은 나라들이 전쟁 중인 지구 저편의 작은 나라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겠습니까. 우리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테러 방지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320명을 파병하는 데도 몇 년씩 걸리지 않았습니까.
6·25 60주년을 맞아 우리의 자유를 지키게 해 준 참전 용사들의 고마움도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유엔군 한국전 참전 60주년 기념사업회’가 6월 중순부터 참전 16개국을 차례로 돌며 위문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왜 이제야 이런 행사가 이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가용 타고 주말에 외식이라도 한 번 할 여유, 그거 유엔 참전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방국에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6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되면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유엔 기념공원에라도 한번 가보시면 어떨까요. 지금의 자유가 어떻게 얻어졌는지를 아는 것, 그것만큼 뜻깊은 6월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6·25의 산증인, 생생한 증거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기록을 남겨야 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월간조선>(月刊朝鮮) 6월호 별책부록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6·25는 소련(현 러시아)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의 남침에 맞서 싸운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시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상황, 일제(日帝) 광복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의 국가 건설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복잡다기(複雜多岐)한 난관(難關)을 헤쳐나간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남녀, 지역, 서울, 지방, 직업을 고루 망라했습니다. 31명의 증언에 불과하지만 31만명이 겪었음직한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어떤 분은 전장(戰場)에서 총칼 없이 백병전을 벌였고, 어떤 분은 고등학생 때 군에 입대해 영어 몇 자 한다고 돌연 장교가 돼 싸웠습니다.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분이 있었겠습니까마는 3년 내내 피란길에서 생존(生存)을 위해 벌였던 또 다른 전쟁 기억들을 되살려준 분도 있습니다. 증언 중에는 6·25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삼았는지에 대한 인생 이야기도 녹아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6·25를 경험한 세대는 다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6·25를 모르는 세대는 당시 상황,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25 때 중대장이었던 박태준(朴泰俊) 전 국무총리는 “소련제 탱크 앞에서 싸움다운 싸움을 못했고, 그나마 일본군 출신인 하사관들이 육탄으로 탱크에 맞섰다”고 했고, 중3으로 학도의용군이 됐던 민병돈(閔丙敦) 전 육사 교장은 “정말 용감했던 사람은 결국은 다 죽었다”며 살아남아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이시영(李始榮) 부통령을 작은할아버지로 두었던 당시 중학 1년생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은 인공(人共) 치하의 서울 생활 3개월을 실감나게 기억해 냈고, 이인구(李麟求) 계룡건설 명예회장은 미성년인 17세에 국군 장교가 된 사연과 군 경력을 바탕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과정을 구술했습니다. 권이혁(權彛赫) 전 서울대총장은 임상 경험 없이 병원장을 하면서 환자가 오면 본인은 진단하는 척하고 간호사가 모르핀을 찔러주는 게 전부였던 당시 병원 모습을 증언했습니다. 경복중 4학년(고1)이었던 노재봉(盧在鳳) 전 국무총리는 서울에서부터 진주까지 피란하면서 본 참혹한 장면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당시로선 보기 드물었던 미국 유학파 패션디자이너 노라노는 여성으로서 피란 생활과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군번도 제대로 없는 무명용사들의 희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쟁에서 누구의 역할이 더 크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실제 전투를 한 것은 병사들입니다. 도발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애국심 하나로 그들은 밀려오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았습니다. 서울에서 낙동강까지 그들의 ‘육탄 저지’가 없었다면 인민군은 김일성의 호언대로 유엔군이 한반도 땅을 밟기도 전에 남한을 적화하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 가면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때 그들은 기꺼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지금도 연간 미국인 수백만 명이 공원을 찾아 꽃을 바치며 그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합니다.
우리도 서울의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면 국군, 유엔군 전사자, 무명용사 등 20여만 명을 위한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6월만이라도 시간이 되면 전쟁기념관에 가서 6·25와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자유의 확산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사는 우리가 6·25 60주년을 맞는 자세일 것입니다.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이나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똑같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흘린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의 피와 땀을 고마워하며 부록을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캐나다 병원엔 아직도 부상자 있어
6·25 때 우리가 미국한테 받은 도움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증언해 준 분들 가운데 미군에 개인적으로 은혜를 입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수라장인 전장에서 그런 인간애가 싹틀 수 있다는 사실은 저도 이번에 다시 깨달았습니다.
미군 다음으로 많은 수를 파병한 나라는 영국입니다. 연인원 5만6000명입니다. 그중 29여단 글로스터 대대 같은 경우는 1951년 4월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 때 7배나 많은 중공군에 맞서 사흘밤을 새워가며 치열한 전투를 치러 임진강 방어선을 지켰습니다. 750명 중 128명만이 살아 돌아왔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파병국 중 세 번째로 많은 연인원 2만5687명을 보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어느 분이 사진과 함께 캐나다의 한국전 참전 기록들을 올려놓았더군요. 한적한 시골길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토론토 북서쪽 도시 Brampton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묘지’ 얘기도 띄워 놓았습니다. 60년이 지난 아직도 토론토 시내 ‘Sunnybrook Health Science Centre’ 병원에 6·25 부상 용사가 있다는 사실도 써놓았습니다.
터키는 또 어떻습니까. 51년 1월 지금의 경기도 용인지역에 있는 금량장과 151고지에서 중공군에 총공격을 퍼부어 대승을 거두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터키는 그러나 청천강 주변의 군우리 전투와 경기도 연천 전투에서 중공군의 반격을 받아 많은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무려 741명이 전사했습니다.
필리핀, 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진통
참전국 가운데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발도상에 있거나 국력이 쇠퇴한 곳도 있습니다. 5월 중순 모자(母子) 대통령을 탄생시킨 필리핀이 대표적입니다. 필리핀은 6·25 당시 독립국가가 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1개 보병대대를 보냈습니다. 저도 1987년 신문팔이 소년 소녀가 넘쳐나는 마닐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가 한국을 도왔다니”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죠. 필리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습니다.
최근 연일 국제뉴스 면을 차지하고 있는 태국은 한술 더 뜨지요. 6·25가 일어나기 50일 전인 50년 5월 5일 현 푸미폰 국왕이 즉위한 이래 60년 동안 쿠데타를 19번 겪고 헌법을 16번 개정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는 지금도 전·현 총리 갈등으로 시위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가 6·25 때 우리나라에 육해공군을 파병해 52년 11월 경기 연천 포크찹 고지 전투 때 중공군의 세 차례 공격을 물리쳐 ‘작은 호랑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용맹을 떨쳤다고 합니다. 전사(戰史)에는 유엔군의 중공군 공포증을 불식시킨 계기였다고 쓰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정예 전투비행대대를 파견했습니다. 남아공 조종사들은 44일간 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만6000㎞가 넘습니다.
이제 참전국들에 報恩할 때
더 놀라운 것은 현재도 인구 1000만, 50만명 정도인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6·25 때 지상군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이 작은 나라들이 전쟁 중인 지구 저편의 작은 나라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겠습니까. 우리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테러 방지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320명을 파병하는 데도 몇 년씩 걸리지 않았습니까.
6·25 60주년을 맞아 우리의 자유를 지키게 해 준 참전 용사들의 고마움도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유엔군 한국전 참전 60주년 기념사업회’가 6월 중순부터 참전 16개국을 차례로 돌며 위문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왜 이제야 이런 행사가 이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가용 타고 주말에 외식이라도 한 번 할 여유, 그거 유엔 참전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방국에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6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되면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유엔 기념공원에라도 한번 가보시면 어떨까요. 지금의 자유가 어떻게 얻어졌는지를 아는 것, 그것만큼 뜻깊은 6월이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