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로 월간조선(月刊朝鮮)이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1980년 4월호로 출발한 월간조선은 신군부의 집권을 거쳐 민주화 열기 분출기, 민간인 출신 대통령의 탄생, 전통 야당의 집권과 전통 여당의 재집권까지 숨돌림 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강산이 세 번 바뀌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월간조선이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잡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이신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입니다. 어떤 감사의 말씀으로도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1927년 창간할 뻔했던 월간조선
월간조선은 원래 1927년에 창간할 뻔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가 월간 종합잡지를 만들기로 하고 그 이름을 월간조선이라 지어 일제(日帝)의 총독부에 신청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시점과 상황이 묘했습니다. 1927년 2월은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新幹會)가 창립한 때였습니다. 신간회는 잘 아시다시피 안재홍(安在鴻)·이상재(李商在)·백관수(白寬洙)·신채호(申采浩)·신석우(申錫雨) 등 34명이 발기인입니다. 조선일보 전(前·이상재), 현(現·신석우) 사장에다 주필(안재홍)까지 다 포함됐고, 신간회 지방조직이 조선일보 지사 지국을 뼈대로 했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월간조선이란 종합잡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총독부가 허가를 내줄 리가 없겠지요. 아마도 신설 독립운동단체의 기관지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쯤으로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조선일보사는 1927년 2월 10일자 조선일보 지령 2305호의 부록(附錄)으로 발간했습니다. 일간지 부록 형태로 월간지를 낸 셈이지요. 이름도 월간조선이 안 된다니 <신조선(新朝鮮)>으로 했답니다. 월간조선의 역사가 30년이 아니라 83년이 될 뻔한 사건이었지요. 월간조선의 뿌리는 원래 1935년 10월 17일에 창간된 <조광(朝光)>입니다. 계몽(啓蒙)과 시대사명(使命)에 편집의 중점을 둔 <조광>은 일제의 탄압으로 일본어 글이 들어가기도 하고 강제 휴간당하기도 했습니다. 광복 후 잠시 복간했으나 1949년 잡지의 일생을 마쳤지요. 창간 30주년은 명(名)과 실(實)이 함께 월간조선이 된 이후부터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國格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
2월 말 끝난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位相)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프로복싱 동양타이틀매치를 보기 위해 전파상 앞 길거리에 설치된 TV 주변을 기웃거리던 모습이 바로 월간조선이 창간한 그 시절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50대 전후는 이런 기억을 다 갖고 있지요. 피겨 스케이팅, 그거 돈 많은 사람, 돈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하던 것 아니었습니까. 썰매가 고작인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서 스케이트 탈 일은커녕 구경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지켜보는 오늘날 피겨 스케이팅 장면은 정말 딴 세상의 일이지요. 그러니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정말 ‘잘사는 나라’가 되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쾌거였습니다.
동계올림픽도 끝나고 이제는 또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맞이해야 합니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국이 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자문(自問)을 해 보게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올시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코리안 스탠더드와 뭐가 다르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세계 수준에서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토론을 거쳐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주제로 별책부록을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꼭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아니잖습니까. 이제 한국의 IT 기술은 벤치마킹할 이웃이 없어졌습니다. 모방만 했다면 오늘날의 삼성·LG전자가 있었겠습니까. 이제는 경쟁 상대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면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는 항목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위주의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에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무엇이며 뭘 어떻게 보완해야 우리가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느냐를 다뤘습니다. 별책부록에서 외국 생활 경험이 풍부한 각계 전문가들의 탁견(卓見)들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4월은 독재에 항거한 민중의거가 일어난 달이기도 합니다. 4·19죠. 올해가 50년 되는 해입니다. 4·19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회갑을 넘겼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학생과 민중 봉기가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4·19가 처음입니다. 이런 4·19를 촉발한 주인공 김주열 열사의 누님과 동생이 아직도 생존해 있더군요. 그동안 세인들이 얼마나 무심했으면 이들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바꾼, 그러나 서서히 잊혀 가는 한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해 봤습니다.
4·19 50년이 지나면서 그 주역(主役)들도 대부분 이제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물러앉았습니다. 50년 전 역사를 만든 인물들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았습니다.
창간특집 2호는 월간조선을 30년 동안 보고 계신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최근 30년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은 기간입니다. 군사정권에서 민간 정부로의 이양, 전통 여당에서 전통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등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변화들이 몰아닥쳤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연구 대상입니다. 월간조선은 일간지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그 현장을 때로는 권력의 탄압을 받아 가며 기록했습니다. 같은 독자로서 30년 독자들의 느낌을 공유(共有)해 보시기 바랍니다.
창간특집 3호는 인구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어느 날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정말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구체적인 통계적 전망과 파장(波長), 외국의 극복 사례, 재앙론에 대한 반론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 기회에 인구 문제에 한번 전문가가 되어 보시지요.
제2 연평해전 미공개 정보 최초 공개
2002년 6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함정과 교전 끝에 6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던 제2 연평해전 당시의 대북감청부대장이 밝힌 ‘북한군간 교신(交信) 내용’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그동안 비망록(備忘錄)을 내면서도 북한군 8전대가 경비정에 발포(發砲)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에 월간조선을 통해 최초로 밝혔습니다. 만약 당시 국군 지휘부가 북한군 도발 정보를 보고받고 묵살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가정(假定)을 해 보면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정권이 햇볕정책을 추진했다지만 어떻게 국가안보 문제를 이처럼 소홀히 취급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일이라고 그냥 얼버무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야말로 청문회를 열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두 달 뒤면 6·25 60주년을 맞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6·25를 현대사 책을 통해 읽거나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소설 속의 이야기’ 듣듯이 하고 있습니다. 일간신문들도 특집을 내고 있습니다만 지금으로선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월간조선은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으로부터 5000장의 미공개 사진을 입수, 6월호까지 세 번에 걸쳐 싣습니다. 백선엽 장군이 전쟁 기간 동안 만난 미군들과의 이런저런 인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인물 중심의 6·25 전쟁’이라 할 만하지요. ‘그때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보십시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4월호를 완성해 갈 즈음 법정(法頂) 스님의 입적(入寂)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생애를 말해 줄 사람이 몇 안됐습니다. 어느 방송사는 10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스님을 인터뷰할 정도였습니다. 법정 스님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을 만나 그분의 진면목을 알아봤습니다. 법정 스님에 관한 한 완결편이라 자부합니다. 월간조선을 통해 큰스님의 향기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장기구독자 할인제, 많이 이용해 주십시오
아울러 월간조선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장기 구독자에게 어떤 혜택을 드릴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동안 보너스 북 외엔 이렇다 할 서비스가 없었던 점 송구스럽습니다. ‘질(質) 높은 책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란 소박한 생각에 머물다 보니 그렇게 됐던 것입니다.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4월부터 우선 장기 구독자 할인제(割引制)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상세 내용은 맨 뒤편 社告를 참조해 주십시오). 이는 오로지 월간조선을 사랑하고 계신 애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 월간조선 편집진은 장기 구독 할인에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서비스로 독자 여러분을 모시는 방안이 없는지를 꾸준히 살필 것입니다. 월간조선이 ‘손에 잡히는 잡지’ ‘깊이 있는 잡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간조선의 변신을 성원해 주시고 지나간 30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는 사이 강산이 세 번 바뀌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월간조선이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잡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이신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입니다. 어떤 감사의 말씀으로도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1927년 창간할 뻔했던 월간조선
월간조선은 원래 1927년에 창간할 뻔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가 월간 종합잡지를 만들기로 하고 그 이름을 월간조선이라 지어 일제(日帝)의 총독부에 신청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시점과 상황이 묘했습니다. 1927년 2월은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新幹會)가 창립한 때였습니다. 신간회는 잘 아시다시피 안재홍(安在鴻)·이상재(李商在)·백관수(白寬洙)·신채호(申采浩)·신석우(申錫雨) 등 34명이 발기인입니다. 조선일보 전(前·이상재), 현(現·신석우) 사장에다 주필(안재홍)까지 다 포함됐고, 신간회 지방조직이 조선일보 지사 지국을 뼈대로 했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월간조선이란 종합잡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총독부가 허가를 내줄 리가 없겠지요. 아마도 신설 독립운동단체의 기관지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쯤으로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조선일보사는 1927년 2월 10일자 조선일보 지령 2305호의 부록(附錄)으로 발간했습니다. 일간지 부록 형태로 월간지를 낸 셈이지요. 이름도 월간조선이 안 된다니 <신조선(新朝鮮)>으로 했답니다. 월간조선의 역사가 30년이 아니라 83년이 될 뻔한 사건이었지요. 월간조선의 뿌리는 원래 1935년 10월 17일에 창간된 <조광(朝光)>입니다. 계몽(啓蒙)과 시대사명(使命)에 편집의 중점을 둔 <조광>은 일제의 탄압으로 일본어 글이 들어가기도 하고 강제 휴간당하기도 했습니다. 광복 후 잠시 복간했으나 1949년 잡지의 일생을 마쳤지요. 창간 30주년은 명(名)과 실(實)이 함께 월간조선이 된 이후부터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國格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
2월 말 끝난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位相)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프로복싱 동양타이틀매치를 보기 위해 전파상 앞 길거리에 설치된 TV 주변을 기웃거리던 모습이 바로 월간조선이 창간한 그 시절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50대 전후는 이런 기억을 다 갖고 있지요. 피겨 스케이팅, 그거 돈 많은 사람, 돈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하던 것 아니었습니까. 썰매가 고작인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서 스케이트 탈 일은커녕 구경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지켜보는 오늘날 피겨 스케이팅 장면은 정말 딴 세상의 일이지요. 그러니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정말 ‘잘사는 나라’가 되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쾌거였습니다.
동계올림픽도 끝나고 이제는 또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맞이해야 합니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국이 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자문(自問)을 해 보게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올시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코리안 스탠더드와 뭐가 다르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세계 수준에서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토론을 거쳐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주제로 별책부록을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꼭 아메리칸 스탠더드는 아니잖습니까. 이제 한국의 IT 기술은 벤치마킹할 이웃이 없어졌습니다. 모방만 했다면 오늘날의 삼성·LG전자가 있었겠습니까. 이제는 경쟁 상대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면 그것이 세계 표준이 되는 항목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뿌듯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위주의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에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무엇이며 뭘 어떻게 보완해야 우리가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느냐를 다뤘습니다. 별책부록에서 외국 생활 경험이 풍부한 각계 전문가들의 탁견(卓見)들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4월은 독재에 항거한 민중의거가 일어난 달이기도 합니다. 4·19죠. 올해가 50년 되는 해입니다. 4·19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회갑을 넘겼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학생과 민중 봉기가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4·19가 처음입니다. 이런 4·19를 촉발한 주인공 김주열 열사의 누님과 동생이 아직도 생존해 있더군요. 그동안 세인들이 얼마나 무심했으면 이들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바꾼, 그러나 서서히 잊혀 가는 한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해 봤습니다.
4·19 50년이 지나면서 그 주역(主役)들도 대부분 이제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물러앉았습니다. 50년 전 역사를 만든 인물들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았습니다.
창간특집 2호는 월간조선을 30년 동안 보고 계신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최근 30년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은 기간입니다. 군사정권에서 민간 정부로의 이양, 전통 여당에서 전통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등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변화들이 몰아닥쳤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연구 대상입니다. 월간조선은 일간지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그 현장을 때로는 권력의 탄압을 받아 가며 기록했습니다. 같은 독자로서 30년 독자들의 느낌을 공유(共有)해 보시기 바랍니다.
창간특집 3호는 인구문제를 다뤘습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어느 날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정말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구체적인 통계적 전망과 파장(波長), 외국의 극복 사례, 재앙론에 대한 반론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 기회에 인구 문제에 한번 전문가가 되어 보시지요.
제2 연평해전 미공개 정보 최초 공개
2002년 6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함정과 교전 끝에 6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던 제2 연평해전 당시의 대북감청부대장이 밝힌 ‘북한군간 교신(交信) 내용’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그동안 비망록(備忘錄)을 내면서도 북한군 8전대가 경비정에 발포(發砲)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에 월간조선을 통해 최초로 밝혔습니다. 만약 당시 국군 지휘부가 북한군 도발 정보를 보고받고 묵살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가정(假定)을 해 보면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정권이 햇볕정책을 추진했다지만 어떻게 국가안보 문제를 이처럼 소홀히 취급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일이라고 그냥 얼버무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야말로 청문회를 열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두 달 뒤면 6·25 60주년을 맞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6·25를 현대사 책을 통해 읽거나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소설 속의 이야기’ 듣듯이 하고 있습니다. 일간신문들도 특집을 내고 있습니다만 지금으로선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월간조선은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으로부터 5000장의 미공개 사진을 입수, 6월호까지 세 번에 걸쳐 싣습니다. 백선엽 장군이 전쟁 기간 동안 만난 미군들과의 이런저런 인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인물 중심의 6·25 전쟁’이라 할 만하지요. ‘그때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보십시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4월호를 완성해 갈 즈음 법정(法頂) 스님의 입적(入寂)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생애를 말해 줄 사람이 몇 안됐습니다. 어느 방송사는 10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스님을 인터뷰할 정도였습니다. 법정 스님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을 만나 그분의 진면목을 알아봤습니다. 법정 스님에 관한 한 완결편이라 자부합니다. 월간조선을 통해 큰스님의 향기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장기구독자 할인제, 많이 이용해 주십시오
아울러 월간조선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장기 구독자에게 어떤 혜택을 드릴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동안 보너스 북 외엔 이렇다 할 서비스가 없었던 점 송구스럽습니다. ‘질(質) 높은 책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란 소박한 생각에 머물다 보니 그렇게 됐던 것입니다.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4월부터 우선 장기 구독자 할인제(割引制)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상세 내용은 맨 뒤편 社告를 참조해 주십시오). 이는 오로지 월간조선을 사랑하고 계신 애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 월간조선 편집진은 장기 구독 할인에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서비스로 독자 여러분을 모시는 방안이 없는지를 꾸준히 살필 것입니다. 월간조선이 ‘손에 잡히는 잡지’ ‘깊이 있는 잡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간조선의 변신을 성원해 주시고 지나간 30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