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원고마감에 쫓기고 있을 무렵 대한민국의 얼굴이랄 수 있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희한한 진기명기가 펼쳐졌습니다.
2009년 12월 11일부터 사흘간 벌어진 스노우잼 대회는 스노보드 세계 랭킹 1위인 슈테판 김플(오스트리아), 마르쿠 코스키(핀란드), 지안로카 카비엘리(스위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여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의 점프대에서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솟구쳐 올라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서울시의 발표에 의하면 총 31만5000명이 이 대회를 관람했으며 CNN, NHK,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해외 65개 매체 총 150여 명의 취재진을 비롯해 국내외 190개 매체, 400여 명의 취재진이 취재 경쟁을 벌여 서울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만 17세 이상 관람객 650명(남자 327명)을 대상으로 대회의 홍보 효과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이번 행사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92％는 ‘이 행사가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결과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태도는 싸늘했습니다.
<세계일보>는 12월 14일자 사설에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운영 방식이 철학부재인 데다 지나친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투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도 12월 9일자 ‘광화문광장의 돈잔치, 흉물 퍼레이드’란 제하의 사설에서 ‘홍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상식 이하의 행사다. 이미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많다. 그런 곳을 개조해 대회를 치른다면 훌륭한 행사가 될 것이다. 좁은 광화문광장에 왜 굳이 대형 점프대를 밀어 넣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로봇이 조종하는 낙타경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의 元喜龍(원희룡)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저분이 시장을 한 번 더 하면 서울시는 시민의 삶과 거꾸로 가는 거대한 이벤트 공연장이 될 것 같아 참으로 걱정”이라며 스노보드 대회 개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더군요.
저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스키점프대회를 보면서 몇 년 전 두바이 취재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두바이에서 처음 목격한 것은 ‘로봇이 조종하는 낙타’였습니다.
원래 아랍 유목민들은 낙타경주를 좋아한답니다. 낙타가 보다 빠르게 달리려면 기수의 몸무게가 가벼워야 합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굶겨 가며 기수 훈련을 시켜 피골이 상접한 소년들을 낙타에 태워 경주에 출전시켰습니다.
이것이 아동학대, 인권유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낙타경주가 중단되자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 는 “그렇다면 인간 기수 대신 로봇을 낙타에 태워 경주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두바이 낙타경기장에 갔을 때 마침 깡통 형태의 로봇을 낙타봉에 매단 낙타가 격렬하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 인간이 저런 발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넋을 잃었습니다.
또다시 놀란 것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사륜구동차를 타고 롤러코스트 타듯 질주하는 ‘사막 사파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들은 불모의 사막을 자동차로 질주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두바이의 경제위기로 빛이 크게 바래긴 했습니다만, 열대 사막의 한복판에 실내 스키장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인공 섬을 건설하며, 세계 최고급 7성호텔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모습에 세계 언론은 ‘창조 경영의 극치’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두바이 국왕이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를 지으면 ‘창조경영’이니 ‘세기적 발상’이라며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다가도 서울에 ‘초고층 제2 롯데월드’를 계획하면 “재벌특혜”라며 뭇매를 가합니다.
두바이 사람들이 사륜구동차를 동원해 사막 사파리 상품을 개발한 것은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극복한 훌륭한 마케팅 성공사례’라고 극찬하면서도, 한국인이 광화문에서 스키대회를 열면 ‘철학부재인 데다 지나친 이벤트성’이요 ‘돈잔치, 흉물 퍼레이드’라며 혹평이 쏟아집니다.
만약 한국에서 사막 사파리나 로봇 낙타대회가 열렸다면 ‘자연훼손’이니 ‘동물학대’니 하며 온갖 아우성이 난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 진짜로 인재가 없나?
저는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 스키점프대회’가 두바이의 ‘사막 사파리’보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했지 결코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1000만 도시의 한복판에 인공 점프대를 설치하고, 인공설을 뿌려 국제적인 스키점프대회를 연다는 발상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인재가 없다” “리더가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그러나 인재와 리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인재도 여론재판으로 뭇매를 가해 둔재로 만들고, 리더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대 추락사시키는 사디즘에 전 국민이 도취된 것은 아닐까요.
독자 여러분이 이 편지를 읽을 즈음이면 2009년이 저물고 신년 새해가 시작될 것입니다. 月刊朝鮮도 밝고 희망찬 2010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가슴 뜨거운 특집들을 여럿 준비했습니다.
한국이 우리의 롤 모델이자 ‘영원히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여겨왔던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특집, 그리고 우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될 2012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를 정리하는 작업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던 것은 2만 달러 문턱에서 십수 년을 턱걸이하고 있는 한국이 과연 이 고비를 넘기고 ‘명실상부한 선진强國(강국)’의 상징적 징표인 1인당 4만 달러 국가군에 도약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신년호 특별부록 ‘GDP 4만 달러 先進善進國 대작전’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되려면 대단한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한국은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 갖춰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곧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확충이었습니다. 사회자본이란 사회적 공동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무형자산으로 일반적으로 규범, 신뢰, 협력, 참여, 나눔과 베풂, 정직과 봉사 등을 말합니다. 洪星杓(홍성표) 신용회복위원장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財(재)테크보다 信(신)테크가 앞선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공장이나 하이테크 기술보다는 사소한 약속이라도 철석같이 지키고,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뜻이죠.
또 한 가지 선진국 도약의 결정적 인자는 ‘창조적 인재’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검은색은 죽음과 슬픔을 나타내는 색깔, 하층민 이미지를 연상하는 색상이라고 눈을 돌릴 때 코코 샤넬은 검은색에서 아름다운 삶의 빛을 발견하고 의류에 검은색을 과감하게 채택함으로써 죽음과 슬픔의 색깔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 다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 구글을 창업했습니다.
이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개인에게는 부와 명예를, 해당 국가에는 고용창출과 소득을, 인류에게는 풍요로운 미래를 제공하여 길이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창의의 戰士’로 만들자
그 정도 역사적 발상은 아니겠으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세계 최초로 도심 한복판에 인공으로 스키점프대를 만들어 서울을 글로벌 마케팅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비록 차선 몇 개를 통제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관람객들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흠결이 있었지만,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이런 발상이 제기됐다는 것은 우리 공무원 역사상 ‘위대한 진보’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함평이라는 외진 시골에서 시작된 ‘나비축제’가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정착된 것도, 영종도 신공항과 송도 신도시가 국책사업으로 꽃피워 동북아의 허브로 떠오른 것도 모두 지방 공무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빚어낸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런 공무원들의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면 공무원들은 여론의 눈치나 슬슬 보면서, 기존의 관행대로 복지부동하며 세월만 축낼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독자 여러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민의 公僕(공복)들을 잠자코 앉아서 규정이나 따지는 복지부동형 공무원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온갖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창의의 戰士(전사)’로 만드시겠습니까.
역사란 ‘발목을 잡는 자’가 아니라 ‘저지르는 자’에 의해 진보한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창조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09년 12월 11일부터 사흘간 벌어진 스노우잼 대회는 스노보드 세계 랭킹 1위인 슈테판 김플(오스트리아), 마르쿠 코스키(핀란드), 지안로카 카비엘리(스위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여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의 점프대에서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솟구쳐 올라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서울시의 발표에 의하면 총 31만5000명이 이 대회를 관람했으며 CNN, NHK,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해외 65개 매체 총 150여 명의 취재진을 비롯해 국내외 190개 매체, 400여 명의 취재진이 취재 경쟁을 벌여 서울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만 17세 이상 관람객 650명(남자 327명)을 대상으로 대회의 홍보 효과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이번 행사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92％는 ‘이 행사가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결과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태도는 싸늘했습니다.
<세계일보>는 12월 14일자 사설에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운영 방식이 철학부재인 데다 지나친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투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도 12월 9일자 ‘광화문광장의 돈잔치, 흉물 퍼레이드’란 제하의 사설에서 ‘홍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상식 이하의 행사다. 이미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많다. 그런 곳을 개조해 대회를 치른다면 훌륭한 행사가 될 것이다. 좁은 광화문광장에 왜 굳이 대형 점프대를 밀어 넣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로봇이 조종하는 낙타경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의 元喜龍(원희룡)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저분이 시장을 한 번 더 하면 서울시는 시민의 삶과 거꾸로 가는 거대한 이벤트 공연장이 될 것 같아 참으로 걱정”이라며 스노보드 대회 개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더군요.
저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스키점프대회를 보면서 몇 년 전 두바이 취재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두바이에서 처음 목격한 것은 ‘로봇이 조종하는 낙타’였습니다.
원래 아랍 유목민들은 낙타경주를 좋아한답니다. 낙타가 보다 빠르게 달리려면 기수의 몸무게가 가벼워야 합니다. 그래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굶겨 가며 기수 훈련을 시켜 피골이 상접한 소년들을 낙타에 태워 경주에 출전시켰습니다.
이것이 아동학대, 인권유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낙타경주가 중단되자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 는 “그렇다면 인간 기수 대신 로봇을 낙타에 태워 경주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두바이 낙타경기장에 갔을 때 마침 깡통 형태의 로봇을 낙타봉에 매단 낙타가 격렬하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 인간이 저런 발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넋을 잃었습니다.
또다시 놀란 것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을 사륜구동차를 타고 롤러코스트 타듯 질주하는 ‘사막 사파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들은 불모의 사막을 자동차로 질주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두바이의 경제위기로 빛이 크게 바래긴 했습니다만, 열대 사막의 한복판에 실내 스키장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인공 섬을 건설하며, 세계 최고급 7성호텔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모습에 세계 언론은 ‘창조 경영의 극치’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두바이 국왕이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를 지으면 ‘창조경영’이니 ‘세기적 발상’이라며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다가도 서울에 ‘초고층 제2 롯데월드’를 계획하면 “재벌특혜”라며 뭇매를 가합니다.
두바이 사람들이 사륜구동차를 동원해 사막 사파리 상품을 개발한 것은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극복한 훌륭한 마케팅 성공사례’라고 극찬하면서도, 한국인이 광화문에서 스키대회를 열면 ‘철학부재인 데다 지나친 이벤트성’이요 ‘돈잔치, 흉물 퍼레이드’라며 혹평이 쏟아집니다.
만약 한국에서 사막 사파리나 로봇 낙타대회가 열렸다면 ‘자연훼손’이니 ‘동물학대’니 하며 온갖 아우성이 난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 진짜로 인재가 없나?
저는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 스키점프대회’가 두바이의 ‘사막 사파리’보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했지 결코 뒤질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1000만 도시의 한복판에 인공 점프대를 설치하고, 인공설을 뿌려 국제적인 스키점프대회를 연다는 발상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인재가 없다” “리더가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그러나 인재와 리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인재도 여론재판으로 뭇매를 가해 둔재로 만들고, 리더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대 추락사시키는 사디즘에 전 국민이 도취된 것은 아닐까요.
독자 여러분이 이 편지를 읽을 즈음이면 2009년이 저물고 신년 새해가 시작될 것입니다. 月刊朝鮮도 밝고 희망찬 2010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가슴 뜨거운 특집들을 여럿 준비했습니다.
한국이 우리의 롤 모델이자 ‘영원히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여겨왔던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특집, 그리고 우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될 2012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를 정리하는 작업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던 것은 2만 달러 문턱에서 십수 년을 턱걸이하고 있는 한국이 과연 이 고비를 넘기고 ‘명실상부한 선진强國(강국)’의 상징적 징표인 1인당 4만 달러 국가군에 도약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신년호 특별부록 ‘GDP 4만 달러 先進善進國 대작전’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되려면 대단한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한국은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 갖춰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곧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확충이었습니다. 사회자본이란 사회적 공동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무형자산으로 일반적으로 규범, 신뢰, 협력, 참여, 나눔과 베풂, 정직과 봉사 등을 말합니다. 洪星杓(홍성표) 신용회복위원장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財(재)테크보다 信(신)테크가 앞선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공장이나 하이테크 기술보다는 사소한 약속이라도 철석같이 지키고,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뜻이죠.
또 한 가지 선진국 도약의 결정적 인자는 ‘창조적 인재’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검은색은 죽음과 슬픔을 나타내는 색깔, 하층민 이미지를 연상하는 색상이라고 눈을 돌릴 때 코코 샤넬은 검은색에서 아름다운 삶의 빛을 발견하고 의류에 검은색을 과감하게 채택함으로써 죽음과 슬픔의 색깔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 다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 구글을 창업했습니다.
이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개인에게는 부와 명예를, 해당 국가에는 고용창출과 소득을, 인류에게는 풍요로운 미래를 제공하여 길이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창의의 戰士’로 만들자
그 정도 역사적 발상은 아니겠으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세계 최초로 도심 한복판에 인공으로 스키점프대를 만들어 서울을 글로벌 마케팅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비록 차선 몇 개를 통제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관람객들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흠결이 있었지만,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이런 발상이 제기됐다는 것은 우리 공무원 역사상 ‘위대한 진보’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함평이라는 외진 시골에서 시작된 ‘나비축제’가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정착된 것도, 영종도 신공항과 송도 신도시가 국책사업으로 꽃피워 동북아의 허브로 떠오른 것도 모두 지방 공무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빚어낸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런 공무원들의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면 공무원들은 여론의 눈치나 슬슬 보면서, 기존의 관행대로 복지부동하며 세월만 축낼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독자 여러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민의 公僕(공복)들을 잠자코 앉아서 규정이나 따지는 복지부동형 공무원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온갖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창의의 戰士(전사)’로 만드시겠습니까.
역사란 ‘발목을 잡는 자’가 아니라 ‘저지르는 자’에 의해 진보한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창조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