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人(지인)들과 식사약속을 하면서 “메뉴를 뭘로 할까?” 하고 물으면 저는 일단 “보신탕은 빼고” 이렇게 답합니다. 제가 집에서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는 애견가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1996년에 아르헨티나에 출장을 갔을 때, 마침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켜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던 韓人(한인) 교민이 개를 잡아서 끓여 먹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방영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당시 한인 교민 몇몇이 한 아파트 옥상에서 개를 마구 때려 죽인 다음 토치램프로 그슬러 그것을 솥에 넣고 끓여 요리를 하는 장면, 그것을 맛있게 시식하는 전 과정이 몰래카메라에 잡혀 적나라하게 보도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형적인 동물애호국으로서 동물 학대는 범죄에 해당합니다. 한인 교민은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후 해외 추방됐다는 사실을 다른 교민들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개는 현행 축산법 제2조 시행규칙에 당나귀·토끼·사슴 등과 함께 가축으로 정의돼 있으며,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조 1항도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를 기르는 것은 법률상 축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식용 축산물의 도살과 처리, 유통과정을 규정한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개가 빠져 있어 개를 식용으로 도축, 유통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따라서 개고기는 위생검사, 잔류물질검사 등 안전성 점검 의무가 없어 위생상태가 어떤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축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도축과 유통이 금지돼 있고, 항생물질이나 병균 감염 여부, 人獸(인수)공통 전염병 등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유통되고 있는 개고기를 가지고 요리한 음식을 다수의 대중이 그동안의 관습대로 즐겨 먹는 것이 이 나라의 단면입니다.
다수의 대중이 즐기는 음식이면 관련 법규를 고쳐 합법화의 길을 걷게 해 주든지, 아니면 불법으로 엄중히 다스려 발본색원하든지 하는 것이 정부나 국회의 할 일 아니겠습니까.
섹스의 天國, 윤락 매춘의 파라다이스
관행처럼 굳어져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있는 것은 보신탕뿐만이 아닙니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문화는 또 어떻습니까. 그곳에서 건전하게 음주와 가무를 즐기고 귀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아직도 ‘2차’라는 이름의 윤락 매매춘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시내 곳곳에서 네온사인 번쩍이는 안마시술소와 이발소, 휴게실들 중 안마와 이발과 휴식만 제공하는 건전업소도 많습니다만, 곳곳에선 지금 이 시각에도 단속의 눈을 피해 불법 변태 퇴폐영업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민망한 표현이 시중에 퍼지는 것이 꺼려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언론에는 ‘유사 성행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무슨 험한 꼴을 당할까 두려워 이발소 출입을 끊고 동네 미장원 다닌 지 오래입니다.
윤락, 매매춘행위는 현행법상 명백한 범법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마음만 먹으면 전 국토가 섹스의 天國(천국), 윤락 매춘의 파라다이스입니다. 어디서나 돈과 의지만 있으면 전화 한 통으로 즉석에서 매춘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표현하면 매매춘행위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無法天地(무법천지)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불법행위를 통제 단속해야 할 경찰과 공무원들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단속 인력이 부족해서” 혹은 “인간의 배꼽 아래 일을 정부가 어떻게 일일이 감시하나” “풍선효과로 오히려 더 복잡해질 가능성…” 운운하면서 일정 기간 단속 시늉만 내다 흐지부지합니다.
누구나 다 알면서, 누구도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 들지 않는 이 희한한 모순의 이중주…. 그래서 때때로 시비 걸고 나서면 누구라도 犯法者(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를 그저 ‘오랜 관행’이라고 시한폭탄처럼 끌어안고 사는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또 하나 하루빨리 버려야 할 惡習(악습)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나 되는 소중한 땅이 묘지로 사라진다면서 “火葬(화장)이 곧 애국”이라고 목청 높여 홍보를 해 왔습니다. 저도 정부 시책에 적극 동참하여 2000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화장하여 납골당에 모셨고, 저와 제 아내를 비롯해 형제들도 화장을 언약한 바 있습니다.
풍수도참에 홀린 지도자가 과학한국을?
그런데 정부 정책에 적극 앞장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 나라의 고위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사업가, 재벌 총수 집안, 뼈대 있는 가문의 사회 지도층들은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갖다 묻는 풍수에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의 國葬(국장)에 지관이 등장해 관을 이리 놔라 저리 놔라 지시하는 것을 TV로 생중계까지 하겠습니까.
명당이라는 곳에 조상 뼈를 묻으신 분들이 그 음덕을 얼마나 찬란하게 입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냉정하게 말하건대 개명천지에 조상 뼈를 吉地(길지)에 묻기 위해 사회 지도층들이 명당 찾아 삼천리를 헤매는 것은 대한민국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으로 大權(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또 다시 유력 주자들이 허무맹랑한 풍수도참에 현혹되어 조상 뼈를 소위 명당이란 자리에 옮겨 묻는 러시가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과학이 떠난 자리에는 미신이 판을 치기 마련입니다. 풍수도참에 홀려 있는 지도자가 과학한국을 이끌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런 지도자들은 나로호 발사에 앞서 돼지머리 올리고 고사라도 지내야 마음이 편할까요?
金泳三(김영삼) 정부 시절에 日帝(일제)가 이 땅에서 인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쇠말뚝을 박아 기맥을 끊었다는 일부 인사들의 선동에 현혹되어 전국적으로 쇠말뚝 제거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정부 공무원은 물론 군부대의 지뢰탐지기까지 동원되어 수개월의 난리법석 끝에 18개의 쇠말뚝을 제거했는데, 제가 현장 취재를 해 보니 18개 모두가 일제가 박은 것이 아니라 광복 후 우리 손으로 박은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나라는 일제가 쇠말뚝 박아서 망한 게 아니라 냉혹한 국제질서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富國(부국)과 强兵(강병)에 실패한 지도층의 무능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쇠말뚝을 박고, 경복궁 터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어 민족정기를 흐리게 한 것이 亡國(망국)의 근원인 양 정부 비용으로 쇠말뚝을 제거하고,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애꿎은 건물을 화풀이하듯 때려부순 것이 이 나라 지도층들의 작태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더 이상 國政(국정)에 풍수가 끼어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가족들은 화장하여 공중 납골당에 안치하겠으며, 조상 음덕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협조와 성원으로 이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지도자는 언제쯤 나타날까요.
유권자들이 표로써 냉혹하게 심판하여 다시는 조상 음덕을 바라는, 허무맹랑한 풍수도참을 맹신하는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직도 출신 지역 안배?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습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개각 때마다, 주요 정부부처의 인선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말이 ‘출신지역 안배’입니다. 이번 개각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서울 출신이나 호남 출신이 아닌 ‘충청 출신’ 총리가 필요했던 것일까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애오라지 ‘충청 출신’을 총리로 영입하기 위해 자존심 접고 李會昌(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거래를 했음을 실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소국 연방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沈大平(심대평) 카드가 무산되자 ‘꿩 대신 닭’이라고 또 다른 충청 출신을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민심은 참 묘합니다. 어제까지 강부자 내각, 고소영 인사, S라인 등등 ‘인사에는 등신’ 취급을 받던 이명박 대통령이 鄭雲燦(정운찬) 카드로 하루아침에 ‘인사의 귀신’ 소릴 듣게 됐습니다.
정치 관측통들은 정운찬 카드로 ‘4대 江(강) 사업’에 형성되어 있던 戰線(전선)을 ‘세종시’로 물꼬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朴正熙(박정희)·全斗煥(전두환)·盧泰愚(노태우) 시절엔 TK(대구·경북), 金泳三(김영삼) 시절엔 PK(부산·경남), 金大中(김대중) 시절엔 호남 출신들이 권력 중추를 형성했고, 이 지역 출신들이 줄줄이 음덕을 입었습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선 ‘실력’보다는 ‘출신지’가 출세의 보증수표였던 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포항 출신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고, 경력의 대부분을 實事求是(실사구시)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쌓았으며, 서울에서 시장에 당선된 이력의 정치인입니다. 때문에 ‘지역색’이라는 고질병을 이 나라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도 이 좁은 나라에서 아직도 출신지역에 의지하여 인재를 발탁하는 前(전)근대적 인사관행을 즐기고 있음을 이번 인선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인사 때마다 호남이니 영남이니 충청이니 하는 지방 찬가를 되풀이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1996년에 아르헨티나에 출장을 갔을 때, 마침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켜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던 韓人(한인) 교민이 개를 잡아서 끓여 먹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방영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당시 한인 교민 몇몇이 한 아파트 옥상에서 개를 마구 때려 죽인 다음 토치램프로 그슬러 그것을 솥에 넣고 끓여 요리를 하는 장면, 그것을 맛있게 시식하는 전 과정이 몰래카메라에 잡혀 적나라하게 보도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형적인 동물애호국으로서 동물 학대는 범죄에 해당합니다. 한인 교민은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후 해외 추방됐다는 사실을 다른 교민들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개는 현행 축산법 제2조 시행규칙에 당나귀·토끼·사슴 등과 함께 가축으로 정의돼 있으며,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조 1항도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를 기르는 것은 법률상 축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식용 축산물의 도살과 처리, 유통과정을 규정한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개가 빠져 있어 개를 식용으로 도축, 유통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따라서 개고기는 위생검사, 잔류물질검사 등 안전성 점검 의무가 없어 위생상태가 어떤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축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도축과 유통이 금지돼 있고, 항생물질이나 병균 감염 여부, 人獸(인수)공통 전염병 등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유통되고 있는 개고기를 가지고 요리한 음식을 다수의 대중이 그동안의 관습대로 즐겨 먹는 것이 이 나라의 단면입니다.
다수의 대중이 즐기는 음식이면 관련 법규를 고쳐 합법화의 길을 걷게 해 주든지, 아니면 불법으로 엄중히 다스려 발본색원하든지 하는 것이 정부나 국회의 할 일 아니겠습니까.
섹스의 天國, 윤락 매춘의 파라다이스
관행처럼 굳어져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있는 것은 보신탕뿐만이 아닙니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문화는 또 어떻습니까. 그곳에서 건전하게 음주와 가무를 즐기고 귀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아직도 ‘2차’라는 이름의 윤락 매매춘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시내 곳곳에서 네온사인 번쩍이는 안마시술소와 이발소, 휴게실들 중 안마와 이발과 휴식만 제공하는 건전업소도 많습니다만, 곳곳에선 지금 이 시각에도 단속의 눈을 피해 불법 변태 퇴폐영업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민망한 표현이 시중에 퍼지는 것이 꺼려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언론에는 ‘유사 성행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무슨 험한 꼴을 당할까 두려워 이발소 출입을 끊고 동네 미장원 다닌 지 오래입니다.
윤락, 매매춘행위는 현행법상 명백한 범법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마음만 먹으면 전 국토가 섹스의 天國(천국), 윤락 매춘의 파라다이스입니다. 어디서나 돈과 의지만 있으면 전화 한 통으로 즉석에서 매춘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표현하면 매매춘행위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無法天地(무법천지)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불법행위를 통제 단속해야 할 경찰과 공무원들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단속 인력이 부족해서” 혹은 “인간의 배꼽 아래 일을 정부가 어떻게 일일이 감시하나” “풍선효과로 오히려 더 복잡해질 가능성…” 운운하면서 일정 기간 단속 시늉만 내다 흐지부지합니다.
누구나 다 알면서, 누구도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 들지 않는 이 희한한 모순의 이중주…. 그래서 때때로 시비 걸고 나서면 누구라도 犯法者(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를 그저 ‘오랜 관행’이라고 시한폭탄처럼 끌어안고 사는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또 하나 하루빨리 버려야 할 惡習(악습)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나 되는 소중한 땅이 묘지로 사라진다면서 “火葬(화장)이 곧 애국”이라고 목청 높여 홍보를 해 왔습니다. 저도 정부 시책에 적극 동참하여 2000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화장하여 납골당에 모셨고, 저와 제 아내를 비롯해 형제들도 화장을 언약한 바 있습니다.
풍수도참에 홀린 지도자가 과학한국을?
그런데 정부 정책에 적극 앞장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 나라의 고위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사업가, 재벌 총수 집안, 뼈대 있는 가문의 사회 지도층들은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갖다 묻는 풍수에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의 國葬(국장)에 지관이 등장해 관을 이리 놔라 저리 놔라 지시하는 것을 TV로 생중계까지 하겠습니까.
명당이라는 곳에 조상 뼈를 묻으신 분들이 그 음덕을 얼마나 찬란하게 입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냉정하게 말하건대 개명천지에 조상 뼈를 吉地(길지)에 묻기 위해 사회 지도층들이 명당 찾아 삼천리를 헤매는 것은 대한민국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으로 大權(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또 다시 유력 주자들이 허무맹랑한 풍수도참에 현혹되어 조상 뼈를 소위 명당이란 자리에 옮겨 묻는 러시가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과학이 떠난 자리에는 미신이 판을 치기 마련입니다. 풍수도참에 홀려 있는 지도자가 과학한국을 이끌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런 지도자들은 나로호 발사에 앞서 돼지머리 올리고 고사라도 지내야 마음이 편할까요?
金泳三(김영삼) 정부 시절에 日帝(일제)가 이 땅에서 인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쇠말뚝을 박아 기맥을 끊었다는 일부 인사들의 선동에 현혹되어 전국적으로 쇠말뚝 제거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정부 공무원은 물론 군부대의 지뢰탐지기까지 동원되어 수개월의 난리법석 끝에 18개의 쇠말뚝을 제거했는데, 제가 현장 취재를 해 보니 18개 모두가 일제가 박은 것이 아니라 광복 후 우리 손으로 박은 ‘가짜’로 밝혀졌습니다.
나라는 일제가 쇠말뚝 박아서 망한 게 아니라 냉혹한 국제질서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富國(부국)과 强兵(강병)에 실패한 지도층의 무능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쇠말뚝을 박고, 경복궁 터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어 민족정기를 흐리게 한 것이 亡國(망국)의 근원인 양 정부 비용으로 쇠말뚝을 제거하고,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애꿎은 건물을 화풀이하듯 때려부순 것이 이 나라 지도층들의 작태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더 이상 國政(국정)에 풍수가 끼어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가족들은 화장하여 공중 납골당에 안치하겠으며, 조상 음덕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협조와 성원으로 이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지도자는 언제쯤 나타날까요.
유권자들이 표로써 냉혹하게 심판하여 다시는 조상 음덕을 바라는, 허무맹랑한 풍수도참을 맹신하는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직도 출신 지역 안배?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습니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개각 때마다, 주요 정부부처의 인선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말이 ‘출신지역 안배’입니다. 이번 개각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서울 출신이나 호남 출신이 아닌 ‘충청 출신’ 총리가 필요했던 것일까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애오라지 ‘충청 출신’을 총리로 영입하기 위해 자존심 접고 李會昌(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거래를 했음을 실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소국 연방제, 세종시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沈大平(심대평) 카드가 무산되자 ‘꿩 대신 닭’이라고 또 다른 충청 출신을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민심은 참 묘합니다. 어제까지 강부자 내각, 고소영 인사, S라인 등등 ‘인사에는 등신’ 취급을 받던 이명박 대통령이 鄭雲燦(정운찬) 카드로 하루아침에 ‘인사의 귀신’ 소릴 듣게 됐습니다.
정치 관측통들은 정운찬 카드로 ‘4대 江(강) 사업’에 형성되어 있던 戰線(전선)을 ‘세종시’로 물꼬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朴正熙(박정희)·全斗煥(전두환)·盧泰愚(노태우) 시절엔 TK(대구·경북), 金泳三(김영삼) 시절엔 PK(부산·경남), 金大中(김대중) 시절엔 호남 출신들이 권력 중추를 형성했고, 이 지역 출신들이 줄줄이 음덕을 입었습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선 ‘실력’보다는 ‘출신지’가 출세의 보증수표였던 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포항 출신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고, 경력의 대부분을 實事求是(실사구시)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쌓았으며, 서울에서 시장에 당선된 이력의 정치인입니다. 때문에 ‘지역색’이라는 고질병을 이 나라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도 이 좁은 나라에서 아직도 출신지역에 의지하여 인재를 발탁하는 前(전)근대적 인사관행을 즐기고 있음을 이번 인선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인사 때마다 호남이니 영남이니 충청이니 하는 지방 찬가를 되풀이해야 하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