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다림’(말라위, 2018). 한국 의료진이 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밤을 새우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병리과 의사가 의료봉사를 할 수 있을까? 박테리아를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을까?
김한겸 고려대 의대 교수는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을 해내며 살아왔다. 15년 전인 2005년부터 몽골과 아프리카를 다니며 현지 의사들에게 병리교육을 해왔다. 현지 의사들이 스스로 조기암 검진을 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전수했다. 2016년부터는 한국과 거의 교류가 없던 마다가스카르를 찾았다. 현지 의료진이 여성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바오밥 프로젝트’다. 누가 비용을 대주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뜻있는 병리과 교수들이 모여 자비로 다녀왔다. 여성암을 고른 건 사회 특성을 고려해서다. 모계사회다 보니 어머니가 병들면 가정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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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밥 일출’(마다가스카르 무른다바, 2014). 어린 왕자가 몹시도 싫어한 나무지만,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주민에겐 꽤나 유용한 나무다. 열매에 영양가가 많아 귀중한 식량을 제공하고, 씨앗에서 짜낸 기름은 화장품으로 쓰인다. |
그렇게 찾기 시작한 아프리카, 11년간 18회 다녀왔다. 일정과 일정 사이 틈틈이 그곳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사진만 20만 장이 넘는다.
원래는 일이었다. 사진 말이다. 병리학에 입문한 후 매일 사진을 찍었다. 환자에게서 제거한 검체의 병변이나 부검 사진을 찍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다. 이를테면 외과 의사가 폐암 환자에게서 암조직을 떼어내면, 그 암조직 세포를 현미경으로 촬영하는 식이다. 그때부터 계산하면, 촬영 경력만 40년째다. 이 사진만으로 사진전도 여러 번 열었다. 의사만이 개척할 수 있는 독특한 사진 분야로 사진계에서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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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블레이’(나미비아 나미브사막, 2017). 나미브사막은 세계에서 유일한 해안사막이다. 나미브사막의 유일한 수원(水源)은 안개다. 그 덕에 나미브사막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들을 만날 수 있다. 안개를 먹고사는 동물들이다. |
이번엔 아프리카 사진으로 개인전을 연다(6월 19일~7월 1일 서울 서초동 갤러리 쿱). 김 교수의 아프리카 풍경 사진 중엔 광대한 자연을 큰 스케일로 담은 사진이 많다. 카메라 렌즈로 마이크로 세계부터 매크로 세계까지 담은 셈이다.
김 교수는 가장 가슴에 남는 나라로 마다가스카르를 꼽았다. 여섯 번이나 다녀온 곳이다.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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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기루즈’(마다가스카르 디에고, 2020). 칭기루즈(Tsingy Rouge)는 붉은색의 라테라이트 석재로 이뤄진 일종의 돌숲이다. 마다가스카르 북쪽 다이아나 지역의 이로도강이 침식되어 형성됐다. |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해 있지만 대륙과 전혀 다른 나라다. 문화와 인종 자체가 다르다. 쌀밥을 먹고 아시아인과 비슷한 체격에 성품도 온화하다. 과거의 우리 민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가뭄, 내전, 빈곤… 충분히 아팠던 아프리카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코로나바이러스19다. 지난 5월 11일 기준, 확진자는 5만4046명이고 사망자는 2073명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확산세가 빠르다는 점이다. 한 달 만에 확진자가 4배로 늘었다.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돕는 아프리카미래재단 측은 진단키트가 없어 확진받기도 전에 사망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의 사진에 담긴 평안과 활기가 다시 아프리카에 넘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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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카트’(에티오피아 아셀라, 2020). 팀카트(Timkat)라고도 읽는다. 에티오피아식 ‘예수 공현 축일’ 행사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베들레헴에 온 것을 기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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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나’(에티오피아, 2015). 분나는 ‘커피’를 뜻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단순한 기호식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인사이자, 호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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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터 효자’(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2016). 마다가스카르의 저소득 서민들은 부잣집의 빨래를 대신 해주고 돈을 번다. 볕이 내리는 언덕마다 빨래들이 널려 있는 풍경을 자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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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프타운의 슈퍼문’(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2017).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불리기도 하는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에 이어 남아공 제2의 도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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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 2013), 빅토리아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 잠베지강에 위치한 폭포다.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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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대화’(탄자니아 응로롱고로, 2014). 새벽 공기 속을 나란히 걷는 어미 코끼리와 새끼. 코끼리는 모계사회다. 할머니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딸로 지혜가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