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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단골집

생황 연주가 김효영의 ‘음악 인생 시작점’ 광화문광장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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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고 생황을 연주하는 것이 올해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중 하나라는 김효영씨. 그녀는 광장이 주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관객과 소통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양새만큼이나 생소한 이름의 국악기, 생황(笙簧). 우주 만물의 소리를 담은 듯 오묘한 색을 내는 생황을 연주하는 김효영(41)씨를 광화문광장에서 만났다. 광화문광장은 김효영씨가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바라본 세종문화회관 벽면에는 선녀가 생황을 불고 있는 ‘비천상’이 부조로 새겨져 있었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의 중심이면서 시작점이지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에서 파리나무십자가라는 아카펠라 소년합장단의 공연을 보고 처음 음악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어요.”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면서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서울 성북동의 수연산방(壽硯山房). 이태준의 외증손녀가 1999년부터 찻집으로 운영하며 고택을 보존하고 있다.
  그녀는 피아노 연주로 음악의 길을 시작했다.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국악기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에서는 피리를 전공했다. 생황을 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국립국악원에서 악단원으로 활동하던 2002년이다. 생황을 우리나라 최초로 들여온 손범주(53) 선생에게서다.
 
  “생황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신비감을 잊을 수 없어요. 부드럽고 신선의 악기처럼 들렸죠. 선녀가 부는 악기라고 생각했어요. 나무와 쇠의 조합이 묘한 소리를 내지요. 화음악기니까, 음이 쌓여 갈 때마다 하나로 모아지는 소리가 몽환적이에요. 우주의 소리라고 할까.”
 
  생황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관악기다. 우리나라 국악기 중 유일한 화음악기로, 박으로 만든 통 위에 17개의 관대가 꽂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부리 모양의 취구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때마다 쇠청이 닫히고 열리며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 소리는 파이프오르간과 반도네온과 비슷하다. 다른 악기와 어우러졌을 때 빛을 발하는데, 서양악기와도 잘 어울려 앙상블로 자주 협연하기도 한다.
 
  그녀는 생황을 ‘생동하는 봄과 어울리는 살아 숨쉬는 악기’라고 말한다.
 
  “생황은 마음을 울리는 악기예요. 호흡을 통해서 불고 들이마시면 악기가 물 머금듯이 살아나지요. 살아 숨쉬는 몸의 일부 같아요.”
 
김효영씨는 4월부터 1년 동안 서촌갤러리에서 매주 토요일 관객에게 가까이 가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연다. 그녀는 사진과 시, 캘리그라피 등을 함께 보여주는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이끌어갈지 생각해 보는 실험장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광화문광장부터 성북동의 고택까지 함께 걸었다.
 
  “생황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이것을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게 안타까워요. 생소한 악기라 소리조차 상상을 못하지요. 그래서 더 자주,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가 아닌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광화문광장에서의 게릴라 콘서트를 여는 것이 제 ‘버킷리스트’이기도 해요.”
 
  광장을 빠져나온 그녀가 향한 곳은 효자동 골목의 자그마한 갤러리다. 바닥에는 방석이 깔려 있고 피아노 한 대와 커다란 스피커 두 개, 빔 프로젝트가 전부다. 바깥에 ‘서촌 갤러리’라는 푯말이 없었다면 이곳이 갤러리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尋牛莊).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시인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10년간 살다가 운명한 집이다. 소박한 한옥으로 앞으로 성북동의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그녀는 오는 4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와의 콜라보 공연을 펼친다. 큰 무대만큼이나 작은 무대에서 공연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올해 다양한 공간에서의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무용이나 스토리가 있는 악극과의 콜라보도 진행 중에 있다.
 
  그녀가 광화문 근처에서 공연할 때마다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는 곳은 성북동의 자그마한 고택, 수연산방과 심우장이다. 국악기와 색이 맞는 공간이다.
 
  “삶은 오히려 모던하고 서구적인데, 해외 활동을 많이 할수록 한국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해외에 나가 보면 나라마다 건물과 거리에 오랜 시간의 흔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것이 빨리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한국의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1년 동안 공연을 한 삼청각. 낙산공원을 따라 난 성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녀가 성북동만큼이나 자주 가는 곳은 삼청각이다. 지난 2013년 여름부터 1년 동안 매주 수요일 공연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세월호 사고 때문이기도 해요. 세월호 사고가 난 지난 해 4월 16일이 수요일이었어요. 평소처럼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뉴스를 보고 많이 슬펐어요. 사고 이후 이곳에서 연주자들과 함께 추모 음악제를 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 1주기에 맞춰 안산시가 주최하는 추모음악제에도 참여한다.
 
  “음악은 시대와 함께 간다고 생각해요. 공감이 필요하고 시대를 따라가는 것이지요. 음악은 사람에게 휴식을 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어요. 마음을 울리는 악기, 생황을 통해 음악이 주는 감동을 대중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삭막한 사회에서 음악으로 감정을 순화시키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성북동의 칼국수집은 그녀가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특별한 재료 없이 손으로 만든 투박스러운 면과 겉절이로 버무린 김치가 맛깔스럽다.

세종문화회관 벽면에 생황을 부는 선녀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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